큰 조카 양,

대학 졸업반이예요.

키도 작고 얼굴도 어려보이는 상이라

스무 살 넘었다고, 대학 졸업반이라고 하면 다들 깜짝 놀라요.

 

 

나는 저 나이 때 서른 살 소리 들었는데...

지 복이죠.

 

 

엇저녁에 엉엉 울었답니다.

 

 

학교 머시매 한 놈이 작정을 하고 얘를 놀려 먹은 일이 생겼대요.

 

 

 

장난 전화를 걸어서는

그 대화 내용을 녹음해서

학교 동아리 페이스북에 올리고

유투브에도 올렸대요.

 

 

 

전화 통화의 주제가 뭐고

디테일이 어땠는지

저는 이런 건 안 물어 봤고요.

애가 순진하다 못해 멍텅구리처럼 보이는

그런 대화 내용이었나 봅니다.

 

 

같은 학교를 다니고 같은 동아리 소속인

저 애 남동생이

저 게시물이 올라오자 마자 보게 됬고

누나한테 얘기를 해 줬고

얘는 게시물 올린 녀석한테 바로 전화해서 따지고 게시물을 바로 내려 졌대요.

 

 

그런데 이 아이가

모멸감이 컸던 거예요.

누군가 자기를 챙피주려고 이런 일을 작정하고 계획해서

장난 전화를 걸고 녹음을 하고 게시물을

페이스북과 유투브에 올렸다는 사실이.

왜 안 그렇겠어요.

아...지금도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네요.

 

 

간 밤에 지 엄마 붙잡고 엉엉 울었다고

자기도 자세한 사연은 모른다고

니가 한 번 걔한테 전화해 보라고. 애 엄마가 전화를 했습디다.

 

 

심히 귀찮았지만

이모의 팔자를 수용하는 자세로다,

간 밤에 울었다는 큰 조카양 한테 전화를 해서

대충 얘기 듣고

항상 그렇듯이 위기 상황에서 도움 청하는 가족에게 일단 행동 수칙부터 알려 주고.

 

 

 

말 길게 하지 말고 짧게 해.

니 입장부터 얘기 해.

니가 원하는 건 정중한 사과라고.

앞으로 이런 일 절대 없을 거라는 다짐 받아 내고.

그냥 웃자고 한 일인데 왜 예민하게 받아 들이냐고 그딴 개소리 또 하거든

이모가 당장 학교 쫒아와서

학장이던 카운셀러든 만나서 사이버 불리잉 당했다고 리포트 한다고 그랬다고 말 해.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 또 생기면

찌질한 인간이 주접 떨었다고

울고 불고 하면서 기운 빼지 말고

엄마한테 일러 봐야 니 동생이나 혼나지 해결 안 되니까

니가 스스로 이모한테 전화해서 재깍 알리라고 했어요.

 

 

제가 엄청나게 방방 떴거든요.

어디서 그지같은 자식이 누구 귀한 조카한테 이 따위 해꼬지를 하냐고

내가 가만둘 줄 아냐고

이모 지금 당장 옷 갈아 입고 니네 학교 쳐들어 간다,

이러면서.

 

 

 

간 밤에 지네 엄마한테

학교 애들이 자기를 우습게 봐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엉엉 울면서 얘기했을 때는

엄마가 동생만 야단 쳤대요.

사내 자식이 누나가 이런 일을 당했는데

가만히 있냐고.

 

 

쟤는 또 무슨 잘못이래요.

 

 

사건의 본질은

피해 당사자가 만만한 인성인 것도 아니고

일이 벌어졌는데 지랄을 충분히 안 떨어준 당사자의 나이 어린 남동생도 아니고

 

 

남 골려 먹을 못되 쳐먹은 마음을 먹고

고걸 실천에 옮겨서 녹음을 하고

만천하에 포스팅을 한 요 찌질한 요 놈.

요 놈이 응징을 당해야죠.

 

 

자기가 너무 우습게 보였나 보다고 큰 조카양이 푸념을 시작 하자 마자

제가 딱 잘라서 말 해 줬어요.

 

 

니가 어때서가 아니고

그 놈이 못된 놈이라서 이런 일이 생긴거야.

걔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원인을 너한테서 찾으면 안 돼. 너는 피해자거든?

그냥 그 새끼가 찌질한 놈인거야.

내 이 놈의 싹퉁바가지 없는 자식 가만 안 둘 거야.

지금 이모부도 화 엄청 났거든?

이모더러 당장 내일 같이 학교 찾아가자고 난리거든?

 

 

 

수업 끝나고 보고 전화 왔어요.

얘기 잘 끝났다고.

조금이라도 개운치 않으면 이모가 당장 내일 니네 학교 가서

그 놈 붙잡고 얘기를 하던지

학교 관계자 만날 거라고 했더니

다 잘 됐다고 괜찮다고 합니다.

 

 

남 바보 만들어서 웃기는 거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라

저런 것이 주된 내용인 티비 프로그램도 저는 못 봐요.

안 보는 것이 아니라 못 봐요.

너무 화가 나고 짜증이 치밀어서 정말로 볼 수가 없어서.

 

 

제가 팔, 다리 얇게 타고난 것은 유전자의 영향이라

그렇습니다, 무슨 짓을 해도 팔 다리가 가늘어요.

배?

이것은 후천적으로 제가 관리를 못 한 탓이겠죠?

건강상의 이유로 그랬다 쳐도

그 건강상의 이유라는 것이 결국은 관리 못한 탓이니까?

 

 

한참 배 나왔을 때

그 십여년 간 당했던 가족들로 부터의 놀림.

너무 듣기 싫어서 한 번은 정색을 하고 하지 말라고 했더니

 

 

(트렌치 코트를 입고 허리를 묶고 언니들 만나러 나갔더니

이런 걸 입으면 허리가 들어가야 하는 건데

위나 아래나 중간이나 들어간 데가 없다고 셋째 성이 저를 보자 마자 깔깔깔…)

 

 

둘째 언니랑 셋째 성이

 

 

어머? 까칠하삼.

발끈 하시기는.

 

 

그 당시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말 배웠다고 재밌다고 써 먹으면서

둘이 머리 맞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경 양 다섯 살 때 쯤엔

저 집 엄마가 저더러 ‘호박’이라고 하는 바람에

현경 양이 마음이 상해서

 

 

엄마 그런 말은 좋은 말이 아니니까 이모한테 사과 해.

 

 

이랬다가 지네 엄마한테 씹혔죠.

들은 척도 안 하더군요.

현경 양 마음이 상해서,

 

 

엄마, 이모한테 사과 해.

 

 

재차 요구를 했지만 저 집 엄마는 또 들은 체 만체.

 

 

다섯 살 현경 양

온 가족 모여서 모처럼 갈비 먹으러 간다고 함께 있던 차 안에서

갑자기 대성통곡 했습니다.

 

 

엉엉어…엉엉엉…

엄마 정말 너무 해.

이모 호박 아니야. 이모 예뻐. 엉엉엉..엉엉엉…

 

 

자기 딸이 저렇게 서럽게 우는데도 둘째 언니는 아랑 곳도 않고

남편이 현경 양 달래느라 애 많이 썼어요.

 

 

네 말이 맞아 현경. 이모가 얼마나 예쁜데.

울지 마 현경. 이모 예뻐.

이모부한테는 세상에서 이모가 제일 예뻐.

이모 호박 아니야. 울지 마 현경.

 

 

 

이 집 안에서

남 생긴 거 가지고 놀리지 말자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저랑 남편이랑 현경 양,

이렇게 세 사람.

 

 

남 가지고 놀리면 안된다고,

다른 사람들 웃겨 보자고 남 바보 만드는 거 하는 거 아니라고

이런 식의 최저질 유머는 유머도 아니고 그냥 저질 버릇이라고 확고히 믿는 사람,

역시나 저랑 남편이랑 현경 양  세 사람.

 

 

뿐 이었는데,

생각없는 장난질로 표적이 된 사람은 얼마나 괴로운가,

우리 큰 조카 양이 이 희생양이 되 버렸습니다.

 

 

제가 가만 안 둔다고 정말 거하게 난리를 쳐 댔습니다.

네가 당한 모멸감에 대해

댓가를 치루게 해주겠다고 확실하게 거품 물었습니다.

 

 

이모가 만날 거라고.

 

 

야 이 새끼야.

그렇게 남 웃기고 싶어?

그럼 어디 니가 빨개 벗고 돌아 다니다 똥침한 번 찔려 봐.

그럼 내가 그거 찍어서 페이스 북이랑 유투브에 올려 줄께.

누굴 웃기고 싶으면 자력으로 해.

자력으로 남 웃길 만큼 역량이 안되면 남 웃길 생각말고 조용히 살고.

남 바보 병신 만들어서 누구 웃게 만들지 말고.

남 바보 병신 만들어서 웃길려거든 백번 양보해서, 너보다 힘있는 사람을 조롱하던가.

너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 니가 이렇게 해도 괜찮을 것 같은 사람한테 하는

그런 병신같은 짓 하지 말고.

일단 했으니,

댓가 한 번 치러 볼래?

당하는 사람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한 번 너도 느껴 볼래?

 

 

 

만나면 이렇게 따지려고 했죠.

 

 

조카 양이

지가 더 무서워서 후덜덜 하는 거예요.

 

 

이 이모가

한 번 한다 하면 제대로 하는거 아니까

정말 자기 생각에

이 자식이 이모한테 걸리면 아작 날 거라고 생각 했나봐요.

지가 더 무서워서 놀래 가지고

사과 받아 냈다고 이모 일단 참으라고 지가 저를 진정 시키더군요.

 

 

큰 언니 대응 방식도 마음에 안 들었어요.

피해자는 억울한 마음에 엉엉 울며

무력감에 피해 호소를 하고 있고

이 피해자에게 필요한 것은

지지와

해결 방안의 제시인데

엉뚱하게 제 3자인 피해자 남동생이나 야단치고

문제 해결에는 아무 의지가 되지 않았다는 것.

 

 

피해자한테 제가 준 메세지는 세 가지.

 

 

1.       너는 잘못한 것 없다

2.       못된 짓 한 가해자를 응징할 방법이 있다

3.       나는 너의 편이다. 가해자를 응징하는 그 과정에 나는 끝까지 너의 편이다.

 

 

 

이런 심오한 메세지를 큰 조카양이 제대로 받았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어요.

 

이모 고마워…이모 고마워…

고맙다는 소리를 연발을 하긴 했는데

뭔가 강력한 펀치 라인 하나가 필요할 것 같아서

페이스 북에 가서 글 하나를 남겼어요.

 

 

이 해가 가기 전에 갈비 먹으러 가자고.

갈비 먹으러 가면 기분이 좀 좋아 지겠냐고.

이모가 너 갈비 사주고 파산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고 글 남겼더니

전화해서 그럽디다.

 

 

사랑한다고.

 

 

조카들이 어렸을 때는 사랑한다는 말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는데

세월이 가고 저나 나나 나이를 먹고 보니

이제는 큰 돈 쓸 용단을 내려야만 이런 말도 들을 수 있나 봅니다. 

 

 

이 이모 진짜 돈 많이 벌어야 합니다.

 

 

갈비야 공수표로 끝날 확률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의 다친 마음은 제가 끝까지 확실히 팔로우 업 할 거예요.

 

 

 

내가…. 독수리 5형제의 일원이 아니라

지구는 못 지킨다만

조카들 다섯 명,

니네들은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