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막내 시누가 하와이에서 왔어요.

남편은 이번에도 역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야

산 넘고 물 건너 뉴져지 뉴왁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 그 길로 둘이 함께 시골 집으로 직행.

 

 

혼자 밥 먹는 것 무지하게 싫어하는 이쁜아짐,

나홀로 집에 하면서 입맛이 떨어 져서...

그래도 내 몸은 내가 챙겨야지,

혼자 먹기 싫다고 굶을 순 없지,

한 번 놓친 끼니는 평생 찾아 먹을 수가 없는 걸,

노력하자 이쁜아짐.

화이팅!

 

 

일단 새우튀김부터 합니다.

크고 실한 새우가 한 박스나 협찬이 들어 와서

해동하여 몇 개씩 짚락에 나눠 담고

일단 서른 마리를 손질합니다.

 

 

타르 소스 듬뿍 찍어서 먹어 봅니다.

괜찮네요.

난 입맛이 없으니까...

남편 없을 때 이런 거나 먹어야지.

새우가 듣자 하니 콜레스테롤이 만땅이라는데

몸에도 안 좋은거 나나 먹지 뭐.

 

 

 

입맛 없을 때는 젓가락질 이라도 열심히 할 수 있는 상차림이 도움이 될 듯 싶어

이번엔 밥 반찬을 몇 가지 만들어 봅니다.

가지 쪄서 양념장에 무치고,

스트링 빈 소금 쳐서 볶고,

멸치에 고추 다져 넣어 볶고,

오징어채 간장하고 아가베 시럽 넣어 볶고,

여름에 담가서 이 집 저 집 다 나눠준 줄 알았는데 한 통이 냉장고에 아직 있음을 발견해 낸 깻잎김치 꺼내고,

일 년 365일 먹고 싶은 반찬, 두부. 팬에 굽고.

내가 좋아하는 양배추 쌈, 쌈장 옆에 잘 놓고.

동네서 구입하니라 벌벌 떨릴 정도로 비쌌던 배추로 담근 맛김치 꺼내고.

상 차리다 보니 더 이상 뭘 꺼내기도 싫어서

남편 집 떠나기 전 해 놓았던 대구 매운탕과

갈비찜 양념으로 왼갖 것 다 넣고 만들었던 럭셔리 장조림은 그냥 놔 두기로 하고.

 

 

요렇게만 해서 한 끼 먹자.

억지로라도 반찬 하나에 한 숟갈씩만 먹어도 밥 한 그릇이다,

난 입맛이 없으니까.

 

 

 

입맛이 없을 때는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보는 것이 신선함으로 다가 올 것 같아서

허머스(hummus)를 만들어 보기로 합니다.

푸드 네트웍 웹 싸이트 가서 레서피 검색하고 수퍼로 터덜터덜.

왜냐면 난 입맛이 없어서 걸음도 기운이 없으니까 터덜터덜.

재료 사 와서 드르륵 갈아 버립니다.

만들어진 것만 사다 먹다가 10분도 안되는 시간에 홈 메이드로 만들고 보니

집에서 만들면 정말 맛 있을 거라고 노래를 부르던 남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합니다.

내가 그렇게 말할 때는 안 해 주시더니 혼자 해 드시는 거예요?

입맛이 없다 보니 환청까지 들리는겐가...

 

 

 

 

입맛이 없을 때는 시원한 물김치도 괜찮을 것 같아서

역시나 동네에서 구입하기엔 너무 비싸서 심장에 무리가 가는 가격의 한국 배추와 무 말고

양배추와 차요테 하나를 사서

물김치를 담급니다.

설렁 설렁 썰어서 소금물만 대충 부으면 되니까

역시나 협찬 들어 온 킹크랩 다리 찌는 동안

후딱 한 병 만듭니다.

 

 

 

킹크랩도 남편 있을 때 쪄 먹으면

두 입 먹고 관두기 때문에

서로가 피곤합니다.

마눌님이나 실컷 드시라고 안 먹고

저는 저대로 이 맛있는 걸 왜 고것만 먹냐고 한 점 더 먹어 보라고 실랑이를 벌이기 때문에

부부간 분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입맛도 없는데 억지로 남은 킹크랩 처리 합니다.

 

 

 

킹크랩 버터 찍어 먹고 나니 속이 느끼한 듯 하여

다음 번 메뉴는 김치 김밥으로 합니다.

배추는 비쌌으나 다행히 김치가 먹을만 하게 되어

한참 맛있을 때 부지런히 먹어 치워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김 한 장에 밥 올리고 양념 간장 올리고 김치 두 손으로 꾹 짜서 올리고

말은 것 두 손에 쥐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먹습니다.

입맛이 없으므로 밥 먹을 때 관심 분산할 거리를 주자는 취지하에.

이렇게 먹으니 음식 없어지는 과정이 순간이더군요.

제 생각이 맞았습니다.

 

 

 

입맛이 없다 보니 평소에 잘 먹지도 않던 게 생각이 나더군요.

동네 베이커리 가서 치즈 케잌 한 조각 삽니다.

평소 안 땡기던 거라도 먹어 둬야지.

난 지금 입맛이 없으니까.

 

 

치즈 케잌 먹고 나니

매운걸 한 번 쯤 먹어 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입맛 없을 때는 맵고 자극적인 것도 한 번 쯤 시도를 해 볼만 하지.

오이 한 개 채 썰어 넣고 김치 비빔 국수 만듭니다.

 

 

소고기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지난 일 년 여간 열심히도 구호를 외쳐 댈 때마다

남편이 자기는 소고기를 끊지는 못 한다고

우리는 평균 미국인들보다는 훨씬 적은 양을 먹고 있다고 항변 했었는데

저도 그랬지요.

끊자는 게 아니라 줄이자는 거라고.

두 번 먹을 거 한 번으로 해 보자고.

한 번 정도는 참고 정 먹고 싶을 때 사다 먹자고.

남편이 고기 사자 할 때 마다 두 번에 한 번은 못 사게 했는데...

그래도,

입맛이 없을 때는 참는 것 보다 생각이 났을 때 그냥 먹어 주는 것이 현명할 것 같아

수퍼에 가서

싸게 끊어진 스테이크 감 한 팩 사옵니다.

두들기고 칼 집 내서 갈비 양념 합니다.

 

 

 

간 밤에 배탈이 났습니다.

밤 열 시 쯤 부터 윗 배가 욱신욱신 쑤시고 아랫배도 콕 콕 찌르는 듯이 아프고.

 

 

 

아침에 엄마랑 전화 하면서 간 밤에 배탈이 났다고 하니

뭘 먹었길래 배탈이 났다고 물어 보시는데

딱히 뭘 먹었다고 생각도 잘 안 나는 것이

아침 나절에 먹었던 사과하고 단감이 문제였나...?

노여사가 단호하게 사과나 단감으로는 배탈이 안 난다고 말씀 하시네요.

 

 

입맛도 없는데 배탈은 왜 나는지 모르겠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참 희한합니다.

 

 

 

 

오늘 아침은 간 밤에 재둔 갈비 양념 고기로 시작하려 합니다.

 

 

입맛 없어도 아침은 중요하니까, 조금이라도 먹어 보려고요.

 

 

그리고 오늘은 아무리 심심해도

내가 하루 종일 컴퓨터를 잡고 놀지언정 요리는 하지 않으리라 다짐합니다.

책도 안 읽힐 만큼 마음이 어수선하면 하루 종일 부엌에서 요리만 하는 이상한 버릇이 있어 가지고..

걷기 운동 하고 와서

시골 갈 짐이나 미리 챙기던가, 욕조에 물 받아 놓고 때나 밀던가 해야지.

아침에 눈 뜨자 마자 부터 무 사다 섞박지 담고 싶은 걸 지금 참는 중입니다.

 

 

 

저의 시골 집 합류는 다음 주 수요일이나 목요일 쯤으로 계획 했었는데

아무래도 일정 당겨야 할 것 같아요.

어차피 시내에 남아서 제가 했어야 하는 일들이

이 시점 되고 보니 새해까지 기다려야 할 듯 하고.

 

 

입맛 없는 생활 며칠 더 했다가는 몸 상할 것 같아요.

 

 

 

집 떠나기 전에 냉장고 비워야 하니까

오늘은 입맛 없어도 남은 음식물 처리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고등어 김치찜하고

우거지 콩나물 해장국 하고

베이컨 두 줄 남은 걸로 김치볶음밥해서.

요 정도로.

아흑, 근데 매운탕 끓여 먹고 남은 쑥갓이 있네.

저거 동네에서는 구할 수가 없어서 특별 딜리버리 시켜서 받은 건데...

어쩔 수 없다. 우동 추가.

딱 여기까지.

 

 

다시 한 번

이쁜아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