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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nd the City

게으른 자의 고뇌 이쁜아짐 (ejpkryan) 2012-1-26  08:22:40

새 해 되고 소식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게으른 자에게 게으름을 허하지 않는 상황들이 이 달 초부터

폭포처럼 쏟아 져서

괴로움과 한숨과 머리 쥐어 뜯기로 한 달을 보냈습니다.

 

 

다 이쁜아짐 친정 집안 일과 제 본인 일인데

이것 저것 두루두루 참견하고 처리하자니

몸도 피곤하고 머리도 아프고 계속 짜증은 밀려 오고.

 

 

부지런한 자는 고민할 시간에 발딱 일어나서 일을 처리하지만

우리 게으른 자들만 아는 게으른 자의 특징은

하기 싫다 하기 싫다 속으로 한탄하면서 고뇌합니다.

 

 

부지런한 자를 존경하지만 천성이 게으른 자는 절대 그렇게 될 수 없고

부지런한 자는 이런 게으른 자를 절대 이해하지 못합니다.

게으른 자가 겪는 이 나름의 고통을 절대 함께 느끼지 못하고 혀를 찹니다.

그까짓 거 후딱 해 버리고 말지 왜 저렇게 깔고 뭉개고 앉아서 끙끙 거리고 있나

속으로 흉보고 겉으로 잔소리 합니다.

 

 

거기에다 이쁜아짐만 빼 놓고는

모두가 엄청나게 부지런하게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라

제일 게으른 저에게 일처리 맡겨 놓고

빨리 빨리 안 한다고 원성이 쌓여 갑니다.

그 선봉에 까칠대마녀 노여사가 당당히 서 계십니다.

 

 

네 노여사가 신년 벽두에 뉴욕으로 컴백을 하셔서

그녀의 비서 노릇을 하는 이쁜아짐이 정신 하나도 없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700분 짜리 패밀리 플랜을 쓰는데

매달 고지서 보면 200분이 채 안돼요.

하루나 이틀, 제 전화기는 한 번도 안 울리고 지나가는 날이 더 많습니다.

남편은 그래도 꾸준히 하루에 한 두통은 어디선가 전화가 오더구만 ㅎㅎ

 

 

이런 저희의 핸드폰 사용에 이 달 비상이 걸렸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수시로 이쁜아짐 핸드폰이 울려 대고

수시로 어디론가 제가 전화를 해야 할 상황도 생기고

(몸으로 때우며 발품 파는 것 더하기로)

 

 

이러다 보니

한 달 채우기 일주일이나 남은 시점에 통화 시간이 다 찼어요.

이 정도면 제가 이 달 동안

노여사 비서직 수행하느라 많이 바빴음이 증명이 되는 거지요?

 

 

 

가족들한테

앞으로 일주일간 낮에는 전화 못 쓰니까 밤 9시 이후와 주말에만 전화 하라고

비상연락망 돌렸습니다.

(집안 식구들이 어쩌면 이렇게 다 제 각각 다른 통신 회사를 쓰는지

이 것 하나만 봐도 얼마나 우리 집이 단결과는 거리가 먼 집안인지 알 수 있음)

 

 

 

 

열 흘 쯤 전에

어찌 어찌 하다 보니

각 자 자기 볼 일들 봐야 할 사람들이

같은 시간대에 저희 집에 왔다 가야 할 일이 있었어요.

간단하게 찌게 하나 만이라도 해서 점심 드시고 가시겠냐고

노여사께 여쭤 보니 그러시겠다고 해서

부랴 부랴 동네 한 바퀴 돌아 부대찌게 재료 사 와서

찌게 한 냄비 끓였습니다.

 

 

항상 저희 집 손님 접대 하는 식으로

교자상 펴고 반찬은 오로지 부대 찌게 하나 놓고

각 자 밥 한 그릇씩 해서 엄청난 스피드로 한 끼 뚝딱 해치우고

(노 여사가 밥을 두 그릇이나 드셨어요)

다들 포만감으로 만족스러운 상태일 때 제가 좌중을 향해

이쁜아짐 자신을 위한 교통 정리를 했습니다.

 

 

노여사 이하 큰언니, 둘째 언니 모두에게

앞으로 각 자 상황 보고는 노여사한테 직접 하고

자기 일이 아닌 문제는 당사자한테 직접 물어 보는 걸로 규칙을 선포 했습니다.

 

 

가령 이쁜아짐이 노여사를 모시고 내일 몇 시에 어디가서 볼 일을 보기로 했다, 치면

이 일에 대한 궁금증은 언니들이 노여사한테 전화해서 물어 볼 것.

 

 

오빠 일 봐 주는 것의 진행 상황도

궁금하면 오빠한테 전화해서 물어 볼 것,

나한테 각자 전화해서 어떻게 되가고 있냐고 묻지 말 것.

 

 

큰언니 일 봐 주는 것,

역시 나한테 전화하지 말고 큰언니 당사자한테 어떻게 되가고 있는지 물어 볼 것.

 

 

일 시키는 것 까지는 좋은데

일 시켰으면 일처리 하는 사람한테 최소한의 매너를 지켜 달라,

 

 

 

했더니

노여사 가만히 듣고 계시더이다.

가는 길에 아마 언니들도 차 안에서 한 마디씩 보탰을 거예요.

 

 

노여사 성격 상

온 집안 일을 당신이 속속들이 다 아셔야 하고

여기에 또 본인 의견대로 일이 진행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저한테 수시로 전화를 하셔서

이건 어떻게 했고 저건 어떻게 되가고 있냐고 물어 보시면서

거기에 또 잔소리 한 말을 보너스로 얹어 주시기 때문에

이러다 보면 노여사와 이쁜아짐의 의견 충돌로 귀결이 됩니다.

절대 물러섬이 없는 노여사는 공 없는 멘트로 대미를 장식하십니다.

 

 

집안에 똑똑한 거 하나 있으면 다 도와주는 거지..

그것 좀 해 달랬다고...

 

 

니가 다 해야 하는 일이고 다 할 수 있는 일인데 뭐 그걸 가지고 유세를 떠냐는 뉘앙스와

뭐 부탁해 먹기 참 치사하다 와

이쁜아짐이 말하고자 하는 것의 본질에서 벗어나서

항상 저런 식으로 드럽고 치사하고 못돼 먹었다는 식으로 클로징 멘트를 하십니다.

내 밥벌이도 제대로 못하고 나이 마흔에 이러고 살고 있는 이쁜아짐은

집 안에서만 저렇게 똑똑하다고 하면서 너 밖에 없다 맨날 이러니

참으로 답답한 이 심정.

 

 

노여사 원하는 만큼의 일 진척을 저는 절대 못하기 때문에 항상 뭔가를 하면서도 비난은 피해갈 수 없고

나도 내가 하는 일도 해야 한다, 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둘째 언니한테 그러시더래요.

 

 

걔 하는게 도대체 뭐냐고.

 

 

언니가

아무리 집에서 놀아도

(네 이쁜아짐 현재 상황 다시 백수입니다ㅋ)

지가 하는 일이 있지 왜 없겠어.

 

 

했다는데...

 

 

제가 둘째 언니 한테만 살짝 제가 추진하고 있는 계획을 말해 줬었거든요

(결과물이 없어서 그렇지 항상 추진하는 것은 있는 이쁜아짐ㅋ)

떠들어 봤자 안되면 창피하니까 저도 일 벌릴 때마다 그냥 혼자 조용히 하는 거예요.

식구들 보기에야

쟤가 아무 생각없이 마냥 저렇게 세월아 네월아 사는구나..하겠죠.

 

 

 

어쨌든 남 탓 하기 좋아하는 이쁜아짐인지라

제가 이번 달에 하려고 계획했던 일들은 두 가지나 다 엎어져 버렸고

저는 제 일은 그냥 다 올스톱 돼버린 한 달이었습니다.

나는 게으른 인간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일을 척척 다 소화하는 그런 능력자가 아니기 때문에.

 

 

 

거기다 노여사와 자꾸 의견충돌과

듣고 싶지 않은 말들 듣기가 반복되면

저는 화증과 울증이 도지기 때문에

이걸 막아야 했습니다.

 

 

 

언니들은 노인네가 하는 말이니 그냥 그러려니 해라, 하지만

제가 듣기엔 이것처럼 편한 소리가 없습니다.

그러려니 한다는게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고

항상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힘들게 한다면 왜 다른 한 쪽이 항상 그러려니 해야 한다는 것인지.

저는 엄마도 알아야 하고 엄마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딸들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진다고 해도

저는 그게 그냥 넘어가 지지가 않고 쌓이거든요.

마음이 다치고 그 다친 마음이 자꾸 쌓여가고 그러다 울증, 화증 도지니까

이런 악순환으로 계속 피폐하기 싫어요.

감당할 여력도 없고요.

 

 

 

 

게으른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부지런함을 발휘하느라

안 그래도 스트레스가 최대치인데

이런 식의 불필요한 스트레스까지 가중되면

그 때는 제가 빵 터질 게 분명하여

그 사단을 막고자 이런 교통정리를 하게 됐습니다.

 

 

 

감정적인 호소도 했습니다.

일 처리 하는 사람은 나 혼자인데

사방에서 어떻게 됐냐고 물어 보면

나는 같은 얘기를 몇 번씩 반복해야 한다, 나도 피곤하다.

가령 오빠 관련 일 처리를 예로 들면,

저는 일단 당사자인 오빠와 얘기를 합니다.

그럼 노여사 전화와서 저한테 물어 보고

큰 언니 전화하고

둘째 언니 전화하고

같은 내용 같은 얘기를 저는 네 번을 반복해야 합니다.

이게 무슨 시간, 정력 낭비랍니까.

 

 

 

이러다 보니

전화 벨만 울리면 자동 반사적으로 심장부터 벌렁벌렁.

 

 

 

 

나는 당사자하고만 일 진척 상황을 얘기할 것이고

나머지 자기 일이 아닌 궁금한 사람들은 알아서 궁금증 해결 하라는

저 날의 선언 이후로 노여사는 이쁜아짐한테 전화를 하셔서

오빠 일, 큰언니 일, 둘째 언니 일 절대 언급을 안 하십니다.

당신 일 얘기만 하십니다.

그래서 노여사와의 전화 통화가 아주 능률적이고 효율적으로 개선 됐습니다.

이 상태가 얼마나 갈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들볶이고 싶지 않다...

나는...비난받고 싶지 않다...

나는...게으르게 살고 싶다...

나는...질문 받기 싫다...

(내가 무슨 집안용 걸어 다니는 미국 생활 길잡이 사전이냐고요.)

 

 

 

이제 오늘만 지나면 내일 부터는 새로운 빌링 싸이클이 시작되어

낮 동안 이쁜아짐 전화 통화 금지가 해제 됩니다.

며칠 동안 누렸던 조용한 전화벨 안 울리는 평화가 오늘까지인데...

 

 

이번엔 노여사의 남은 통화시간이 간당간당해져 오는 시점입니다.

크하하.

아 이 못된 딸내미 같으니라고.

 

 

통화 시간과 전화 플랜 어쩌고 다 집어 치우고

제가 어디론가 일을 하러 다니면 그게 제일 좋은 해결책인데

예나 지금이나 노여사가 제일 싫어하는게

이쁜아짐 일 안하고 집에서 노는 것인데

빨이 이 상황부터 해결을 해야 겠어요.

해결 안 하고 싶어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미모 관리할 시간도 부족한데 이 무슨 공사다망인지.

이 와중에 쌓여 있는 빨래는 또 어쩔 것인가..

게으른 자는 하루 하루가 고뇌의 연속입니다.

 

 

다행히 비가 올 거라는 일기 예보가 이 고민은 해결을 해주는 군요.

카트에 실어서 밖에 나가서 해 와야 하는데 비 오는 날은 할 수가 없잖아요? 후후~~

내일도 비가 올 거라는 군요. 어머나 좋아라~~

빨래 고뇌는 내일 모레로 미루고 오늘은 다른 고뇌를 하렵니다.

 

 

 

게으른 자의 인생에

고뇌할 사안은 항상 넘쳐 납니다.

그 중에 하나 오늘 제일 급한 걸로 찍어서 고뇌하렵니다.

커피를 마시며...우아하게...머리 쥐어 뜯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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