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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nd the City

비 오는 날의 레이디스 데이 아웃 이쁜아짐 (ejpkryan) 2012-5-25  07:52:54

큰 언니 딸이 이 달에 생일이 있었는데 기말고사 기간이라 고거 끝나는거 기다렸다

어제 만났어요.

 

 

조카들 생일이라고 저는 용돈을 주거나 물건을 사주거나 그런 이모는 아니고

제 식의 아이들 생일 축하는 밥 차려 놓고 불러다 먹이는거.

남편이 자기가 먹고 싶은 걸로 심사 숙고해 고른 아이스크림 케잌에 불 켜 주고 노래 불러주고 마무리.

 

 

이번에 처음으로 밖에서 만나 따로 축하해 주는 걸 해 봤는데 재밌더군요.

나도 이모된 즐거움을 누려 보자,

조카애 데리고 친구처럼 쇼핑하는 재미도 누려 보자, 해서

약속을 잡았는데

그 집 어머니 따라 붙으셔서 밦 갑 일인분 더 나가고

커피 값 일인분 더 나가고.

 

 

둘째 언니 딸은

집안 사람들이 하도 저더러 유난 떤나고 한지 오래인 우리 현경양,

제가 주고 싶은 사랑 원없이 줘가면서 커가는 과정에 항상 옆에 있었지만

큰 언니 애들은 십대일 때 부터 함께 미국에서 있었고

큰 언니랑 저 사이가 좋지가 못 했어서 아이들하고도 별로 왕래가 잦지는 않았어요.

 

 

이 부분이 이 집 아이들의 큰 상처가 되어 있더군요.

짐작하지 못한 바는 아닙니다.

만회하려고 아이들 마음을 만져 주려고 노력 중인 지난 몇 년 간이었어요.

대학생이 되었어도 조카는 조카고 아이들은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고

애들처럼 대하려고 일부러 신경을 씁니다.

 

 

둘째 언니 아이들 볼 때는 만났다는 인사로 허그하고 뽀뽀하고 궁댕이 두 번 두드려 주고 집안으로 들이고

큰 언니 아이들은 큰 애들이라고 '응 왔어?' 하는 인사만 하고 들여 보내기를 몇 번 했더니

어느 날 보니 큰 애들 표정이 눈에 들어 오더라고요.

 

 

지금은 큰 애들도 보면 허그하고 볼에 뽀뽀해 주고 궁댕이 두드려 줍니다.

애들도 좋아 하면서 저한테 허그하고 뽀뽀하고 배시시 웃으면서 신발 벗고 들어와요.

 

 

제가 둘째 언니 딸만 이뻐한다고 큰 조카들 사이에서 항상 불만, 불만, 불만이.

저도 자라면서 노여사 편애에 한 평생 마음 크게 다치면서 마음의 병을 중년까지 앓으며

여전히 아파하고 슬퍼하며 사는 사람이라

그런 마음, 나로 하여금 갖게 하면 안되겠다, 싶어서 목하 노력 중입니다.

 

 

점심 시간 맞춰서 약속 시간 정해서

맨하탄 한인 타운에 먼저 발 찍고.

간만의 외출인데 비가 억수같이 내려서 실망했는데 그래도 강행.

조카양이 원했던 메뉴로 곱창 전골.

비 주룩 주룩 오는 날에 오랜 만에 곱창 전골 먹으니 맛 있더군요.

 

 

밥 먹고 쇼핑 장소로 정한 두 곳,

H&M 하고 포에버 21 갔었고요.

남들이 한 철 입고 버리는 옷이네, 질이 엉망이네, 아무리 싸도 돈만 아깝네, 해도

저는 제 취향이나 경제 수준으로 볼 때 딱이고,

저 두 집 없으면 저는 빨개벗고 다녀야 해요.

대학생 조카랑 쇼핑하는 수준도 딱 맞고, 아주 흡족한 쇼핑이었습니다.

지 이미지에 똑 맞는 꽃무늬 그림 면 미니 원피스 골랐길래 그거 사 줬고요,

 

 

피날레로 저희 동네에서

매니큐어 패디큐어로 마무리.

 

 

자기가 신고 온 장화는 플라스틱 봉지에 넣고

제가 빌려 준 플립플랍 신고

저녁은 친구들하고 약속 있다고 지하철 역에서 빠이 빠이하고 들어 왔습니다.

 

 

이모는 오늘 출혈이 너무 커서 내일부턴 거지라고 말해 줬습니다.

 

 

하던대로

조카 한 명 생일이니까

나머지 조카들 불러서 밥이나 또 해 먹였어도 됐는데

이번에는 이 아이한테

온전히 관심과 성의를 보이고 싶었어요.

시험 같이 끝나고 심심해 하는 저 애 남동생도 빼고

그래서 레이디스 데이 아웃으로 이름 부치고 저 애랑만 약속 잡아서

이렇게 하루 따로 밖에서 만난거였는데

아이도 좋았나 봐요.

 

 

돌아 가는 지하철 안에서 지네 엄마한테

행복했다고, 살면서 이런 날은 처음이었다고.

 

 

 

지네 엄마가 전화로 정말 고마웠다, 그러더라고요.

 

 

아니 지가 인생을 살았으면 얼마나 살았다고 살면서 이런 날 처음이라니ㅋㅋ

 

 

아이는 고등학생 때 부터 이것 저것 안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어요.

싱글 맘으로 고생하는 엄마 사정도 알고 자기가 뭘 해야 할지 알아서

엄마가 바라는 항상 그 이상으로 살아 왔던 아이예요.

지 손으로 돈을 벌어 봐서 돈 벌기 힘든 걸 알아요.

이모가 예전에는 그래도 돈 걱정 없이 살았던 시절이 있었던 것도

지금은 예전 같지 않은 것도 알고

이모가 몸이 저질 체력인 것도 알고

그 몸으로 다시 일하러 나가서 열심히 일하는 것도 알고

그래서 그렇게 번 돈으로 자기한테 쓴 거라는 것도 다 알아요.

 

 

이모가 너한테 이렇게 해주고 싶어서

한 달 동안 계획한 거라고 말해 줬어요.

이모 쓸거  아껴서 비상금 모은거야~~ 라고.

 

 

 

마음에 드는 원피스 고르고 보여 주는데

애 엄마는 별로라고 하고

저는 예쁘다고 했어요.

 

 

집에 와서 어떤가 보게 입어 보라고 해서 입어 봤는데 예쁘더군요.

애 엄마는 여전히 시큰둥.

 

 

 

 

 

지네 엄마는 무슨 옷 입고 싶다 하면

야, 너는 키 작아서 그런거 안 어울려.

이 말 부터 한다고.

 

 

키 작아도 얼마든지 입고 싶은 거 다 입어도 되거든?

너 이모 친구 누구 알지?

그 언니도 키 너만해.

그런데 자기 몸에 딱 딱 맞는 옷 얼마나 잘 사고 잘 입고 다니는데.

그 언니는 키 작아도 항상 예쁘고 세련되게 하고 다녀.

키만 컸지 감각 없어서 옷 못 입고 다니는 사람들 천지야.

키 작아서 못 입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입고 싶은 건 다 입어. 코디만 잘 하면 돼.

 

 

 

새로 산 원피스에 어떤 샌들이 어울릴지 둘이 머리 맞대고 의논도 하고.

 

 

 

저녁에 남편한테 전화가 와서 어쩌고 저쩌고 보고 했습니다.

그저께 또 일주일 예정으로 집 떠났거든요.

어쩌고 저쩌고 이렇고 저렇고

 

 

미리 말한 예산보다 40불 정도 더 썼는데...

근데 그게 당신 마누라가 예정에도 없이 옷을 질러 가지고...

근데 집에 와서 입어 보니 도로 갖다 줘야 할 게 두 개가 있고 한 개만 입으면 될 것 같아.

 

 

보고 마쳤더니

잘했군, 잘했어, 그러게 내 마누라지.

항상 하는 멘트로 끝났어요.

 

 

당신은 좋은 이모예요.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서 맘편히 잤습니다.

 

 

앞으로 일주일은 밥에 물 말아서 김치만 먹어야 할 지언정.

 

 

그런데 냉장고에 마침 남편 집 떠나기 전에 사 놓았던 스테이크 고기 한 팩에

고기 한 덩어리 남아있네요.

아침은 스테이크 앤 에그로 시작합니다.

 

 

유채 나물로 끓여 놓은 된장국도 있고.

냉동실에는

협찬 받은 연어와 새우, 오징어 그리고 대구머리도 있고.

 

 

밥에 물 말아 김치만 먹는 건 사흘 후에 시작해서 사흘로 끝내도 될 듯.

 

 

아, 뒷 뜰 화분에

깻잎하고 쑥갓이랑 시금치, 부추, 상추도 있는 걸 깜빡했네요.

쟁반 국수 한 대접 해 먹으면 되겠어요.

이틀만 하면 되겠어요.

 

 

아이가 행복했던 마음도 닷새쯤은 가기를...바래봅니다.

날은 오늘로

월요일부터 닷새째 비가 계속이니

이제는 그만 개었으면...절절히 바래 보고요.

 

 

닷새 반찬 값 해결 됐으니

실은 이번 주 부터 술을 완전히 끊어 볼까 했는데

오늘 저녁은 맥주 한 잔 마시고 다음 주 부터 끊어 보렵니다.

 

 

아, 생각해 보니

냉장고 안 재고로 김밥도 하루 가능하겠네요.

밥에 물 말아 김치 먹기는 하루만 하면 되겠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맨날 맨날 저렇게 먹다 보면

밥에 물 말아 김치 먹고 싶어질 것 같아요.

 

 

아..지갑은 얇아 졌어도 이만하면 해피 엔딩입니다.

여기에 햇빛만 반짝~ 다시 나와 준다면

진정한 해피엔딩 입니다.

사는 거, 이만한 거 말고 더 바라는 것도 없이 사는

이렇게 소박한 사람인데 말이죠 제가. 푸하핫!

 

 

 

햇빛아 이제 그만 나와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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