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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nd the City

이제 뉴욕은 비 좀 그만 오지? 이쁜아짐 (ejpkryan) 2012-6-13  15:31:25

 

 

 

 

큰 언니, 둘째 어니, 노 여사님 이 세 양반이

오늘은 롱아일랜드로 출동한다는 스케줄을 입수하고

저까지 끌여들이지 않은 언니들한테 고마움을 느끼며

부지런히 부추전을 부쳤어요.

 

 

큰 언니 볼 일인데 둘째 언니가 같이 가 주기로 하고

노 여사는 심심하니까 붙여 드리고 이런 상황.

 

 

가는 길에 저희 집 들러서 오이지 픽업 하겠다고 오늘 아침에 둘째 언니 전화.

 

 

일주일 전에 동네에서 오이를 싸게 팔길래

큰 김치병으로 두 병 담가 놓고 언니들더러 와서 가져 가라고 했는데

일요일에 온다고 했다가 안 와서

월요일에 제가 썰어서 짜서 무침까지 다 해 놨어요.

 

 

아무리 오이지가 마침맞게 잘 담가져서 맛있게 됐다 한들

한 번 헹궈서

썰어서

꼭 짜서

적당히 양념해서 무치기만 하면 되는 이 과정에서

노 여사가 워낙

무엇이든 먹기 힘든 음식으로 변신시키는 재주가 있으셔서

그렇다고 셋째 성이 좀 나은 것도 아니고요.

셋째 성이랑 함께 드실 노 여사 몫은 원래부터 무침으로 완성해서 드릴 요량이긴 했지만

위에 두 언니들은

잘 익은 오이지만 주면 그 다음은 알아서 해 먹어라 하고 병 째 줄 생각이었는데

이 사람들까지 완성품으로 해서 주게 됐네요.

 

 

오이지 담그는 건 일도 아닌데

양이 많아지면 써는 것도 일이고 짜는 것도 일이잖아요.

무치는거야 아무 것도 아니지만.

써는 건 제가 하고 짜는 건 남편 시켜서

한 번에 확 다 무쳤어요.

 

 

어려서 외할머니가 해주시는 오이지 무침 먹고 자라서

저도 그렇고 친정 식구들 모두 오이지 좋아해요.

외할머니가 해 주시던 음식 중에 많이 맛 있었던게

콩죽이랑 반찬으로는 이 오이지 무침.

아주 아주 꼬옥~~ 짜서 고추가루에 파 마늘 깨소금 참기름 이렇게 해서 무친 오이지를

한 여름에 밥에 물 말아서 아주 맛있게 잘 먹었어요.

 

 

외할머니 손 맛 이어 받으신 이모가

미국에 놀러 오실 때마다 오이지를 담가 주셨어요.

어렸을 때 먹었던 그 행복한 맛이 아주 똑 같았어요.

이모한테 가르쳐 달라고 해서 제가 배웠어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담가서 언니들 줍니다.

 

 

이모가 가르쳐 주신 비법은,

 

 

적당히 짭짤하게 소금물을 만들어 끓여서 병에다 부으라고.

그리고 나서 적당히 익었을 때 꺼내서 먹으면 된다고.

 

 

끝.

 

 

그래서 그렇게 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오이지 너무 좋아해서 이모가 이 방법 가르쳐 주시기 전까지는

한국 마켓가서 오이지를 사다

썰어서 물에 담갔다가 (마켓에서 파는 건 많이 짜서요. 짜게 할 수록 보관성이 더 좋다는군요.)

해 먹었는데

집에서 간을 미리 맞춘 소금물에 오이지를 담그니

그냥 물에 한 번 헹궈서 바로 해 먹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한국 오이로만 담가 먹어야 그 맛이 난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는데

저는 한국 오이를 사러 마켓에 출동하기도 번거롭고 값도 많이 비싸서

동네에서 구할 수 있는 커비(kirby)로 담가요.

여기 사람들이 피클 담그는 용으로 쓰는 그 오이.

저는 이걸로 해도 맛이 괜찮아서 항상 이렇게 해요.

한 병 담가서 익으면 바로 무쳐서 일주일 안에 먹는 걸로.

 

 

큰 유리 김치병 기준

차곡 차곡 넣으면 커비 오이 15개에서 17개 정도 들어 가고

물은 7컵 정도면 병이 차더라고요.

코셔 솔트 0.7컵 넣고 끓여서 병에다 부어 넣고

식으면 뚜껑 닫아서 그냥 실온에 놔 두면

요즘 뉴욕 기준 날씨 일주일이면 딱 좋게 익더라고요.

 

 

 

스물 네 개 오이지를 썰어서 짜서 무쳐 놓은 것

삼등분 해서 짚락에 나눠 담고

나머지는 썰어서 통에 담아서

다진 마늘 조금, 고추 가루 조금, 다진 마늘 조금, 깨소금 조금, 화분에서 키우던 파 조금,

이렇게 해서

집에 가서 먹을 때 얼음 두 덩이씩 넣어 먹으라고 챙겨 줬고요.

 

 

 

부지런히 부친 부추전은 롱아일랜드 가는 길에 차 안에서 먹으라고 줬어요.

어제 해 놨던 김치전도 팬에 데워서 함께.

노 여사한테는

다른 노인네들은 다들 노인네들끼리나 노는데

엄마는 맨날 이렇게 젊은 애들이랑 놀아서 참 좋으시겠수~

인사 전하고.

 

 

내가 저기서 오늘 빠졌다는 데에 대해 너무나 감사함을 느끼며 집 안으로 들어 왔습니다.

 

 

좀 전에 일이 어떻게 됐나..궁금해서 전화 했더니

언니들 퀸즈몰에서 딸래미들 옷 쇼핑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큰 언니 잡 인터뷰가 오늘의 볼 일이었어요.

 

 

학교 졸업하고 첫 잡 인터뷰 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 졌던건지

항상

일자리 구하러 면접하고 나오는 길은

너무나 착잡하고 우울했던 기억 뿐인 이쁜아짐입니다.

 

 

나름 그래도 성실하게 학교 생활했고

나름 나는 정말 치열하게 빚까지 져가면서 따 놓은 졸업장인데

그거 써 먹으면서 좀 사람답게 살수 있으려나...하고 나간 세상은

사회가 인정하는 나의 경제 가치는 이 정도라니...

실망감을 넘어선 모멸감.

난 뭐하러 대학 졸업장 따자고 6년 씩이나 일하고 공부하고 빚까지 져가며 지금껏 이 짓을 한건지...

 

 

그 때는 그나마 미국 경기 한참 좋다고 한 시절이었고

이래 저래 몇 년은 여기 저기 옮겨 다니고 생활비는 겨우 벌고

그러다 때려 치고

놀고 먹고 막 살고 걔기고 어쩌고 저쩌고 하다

다시 생활 전선으로 나가자 마음 먹었더니 이번엔 불경기.

 

 

너도 나도 일자리 구하기 힘들다 하고

고용주들은 하나같이 버티기 힘들다 하고

어쩌다 가는 면접은

이 불경기에 이만한 조건도 나쁘지 않다며 생색 내면서

사람 쓰는 값 후려치고.

시간 당 얼마 주면서 사람 정말 알차게 부려 먹을 계획 가지고들 있더군요.

요즘같은 불경기에...싫으면 말고...뭐 요런 태도들.

 

 

 

면접 보러 나오는 날은 끝나고 꼭 자기한테 전화하라고

맛있는 거 먹고 들어가자고 해서

제가 맨하탄에서 면접 보는 날은 셋째 성하고 밥 먹고 들어오는 날이었어요.

면접 끝나고 나면 우울한데 그 기분으로 집에 들어가지 말고

맛있는 거라도 먹고 들어가면 좀 낫다고 맛있는 거 사 준다고.

갈비 먹을 때도 있었고

짜장면 먹을 때도 있었고

냉면 먹을 때도 있었고

베트남 국수에 폭찹 먹을 때도 있었고.

 

 

이거 이거 이런 이런 일에

이거 저거 그거 저거 까지 다 하라는 거라는데

시간 당 얼마 준다더라.

 

 

제가 하는 얘기를 듣고나면

아주 나직하고도 조용한 목소리로 셋째 성은 항상 그랬어요.

 

 

미친 새끼...

 

 

혹은 미친 년...

 

 

그 다음에

먹고 싶은거 다 시켜. 실컷 먹어.

 

 

오늘 큰 언니 잡 인터뷰는 어떻게 됐는지 아직 모르겠지만

시간 상으로 봤을 때 분명 아침도 안 먹고 움직이는 것 같아서

빈 속으로 움직이면 혹시라도 기분 나쁜 면접일 때 하고 나서 더 서러울까봐

빈대떡 몇 개 부쳐 준건데

받자 마자 운전석에 앉아 있던 둘째 언니까지

제 옆에 남편이 서서 인사 하는데 우적 우적 빈대떡 입에 넣느라고

인사는 받는 둥 마는 둥,

김치전은 간이 맞는데 부추전은 좀 싱거울 거라고 양념 간장은 미쳐 못 챙겼다고

싱거우면 오이지 무침 조금 덜어서 같이 먹으라고 했더니

 

 

서로 자기 꺼에서 꺼내지 말라고 꽥 꽥 소리를 지르고

옆에 있던 남편은 우스워 죽겠다고 배를 잡고 웃고

나중에 집에 와서 언니들 소리 지른게 싸운게 아니고 이런 상황이었다 하니까

당신 가족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엽다고 다시 한 번 또 웃고.

 

 

요즘 저는 일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래도 한 반 년은 견뎌내고 이 말을 하려고 했는데

2월에 시작했으니까 다섯 달 째 접어 드네요.

20시간으로 시작해서 지난 주에 10시간 더 늘렸고요.

몸과 마음이 잘 따라주고 있어요.

밥도 잘 먹고 동료들과도 (지금까지는 ㅎㅎㅎ) 무난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버는 돈으로

아파트 렌트비, 전기세, 전화세, 인터넷 사용료, 더하기

노여사 용돈까지

다 커버 됩니다.

능력 옴팡 좋습니다.

 

 

는 아니고 역시 월세는 싼 월세가 장땡입니다ㅋ

 

 

 

아침 나절 식구들 잠깐 보고 나서는

남편하고 오롯이 한가한 하루 보내고 있어요.

둘이 손 잡고 동네 한 바퀴 돌며 채소랑 과일 쇼핑 했고요,

집에 와서 콩나물 무침이랑 마늘쫑 볶음이랑 오이지해서 밥 먹고

또 둘이 손 잡고 걷기 운동 하고 왔고요,

걸으면서 직장에서 저한테 말을 함부로 하는 동료 흉을 실컷 봤고요,

(아 속이 시원해요. 다섯 달 만에 처음으로 동료 흉 본 것임.)

새 흙 두 봉지 사다

분갈이 필요한 화분들 분갈이 해 줬고요,

점심으로는 남편이 원하는 피자를 제가 특별히 허해서 둘이 함께 먹었고요,

저녁으로는 뭘 먹을지 아직 안 정했어요.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너무 와서 기분이 정말 안 좋았고

오늘은 개인다 하더니 안 그래서 실망했고

내일은 제발 정말,

이 뉴욕 비 좀 그만 오고,

올해 진짜 왜 이러는지 모르겠삼.

이렇게 비 자꾸 오면 저는 힘들어요.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슬픈 생각만 나고.

내일은 해가 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화분들이 잘 못 자라고 있어요. 햇빛이 부족해서.

비가 너무 와서 따로 물 줘 본 적도 없고요.

 

 

이제는 좋은 여름을 기대해 봅니다.

햇빛이 짠~ 나서 제 화분들의 채소들도 잘 자라고

저도 돈 욕심 좀 더 내서 일도 더 해 보고

직장을 구하는 사람 직장 생기고

이미 일하고 있는 사람 더 활기차게 일하고

그런 여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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