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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nd the City

올해 농사 이쁜아짐 (ejpkryan) 2012-8-30  09:02:38

올해 농사 보고 드릴께요.

아파트 빌딩 뒷편에서 키우고 있는 화분들이예요.

 

 

 

 

 

 

 

 

 

 

 

 

 

 

 

 

 

 

 

 

 

 

 

 

 

 

 

 

 

시댁에서 파온 타임 (thyme) 이예요.

잘 자라고는 있는데 요리에 정작 많이 쓰고 있진 않아요.

아마 제가 서양 요리를 잘 안 해 먹어서 인듯.

대충 검색해 보니, 닭요리, 돼지요리에 주로 쓰이는가 봐요.

 

타임 말고도

오레가노(oregano), 로즈마리(rosemary), 세이지(sage) 도 있는데

역시 그닥 활용도 높지 않음.

서양 요리건 한국 요리건 올 여름은 정작 밥을 집에서 거의 안 해 먹었어서

쓸 일이 없기도 했네요.

 

 

 

 

 

 

 

 

 

 

 

 

 

 

 

 

 

 

 

 

 

 

 

 

 

 

 

 

 

 

베이즐은 올 해는 화분 세 개나 했어요.

종자가 조금씩 다른 걸로.

다 잘 자라고 있어요.

이건 좀 따 먹었어요.

카프리제도 몇 번 해 먹었고, 그제는 남편이 자기 나름의 토마토 소스 만들 때 대량으로 들어 갔고요.

이걸 활용하려면 아무래도 페스토(pesto)가 제일일텐데

저는 그건 안 만들어요.

 

 

남편이 이걸 무지하게 좋아 하거든요.

시어머님이 하시는 요리 가짓수가 많지가 않고

건강 조리법(기름, 소금 최소 사용)이라 간 맞는 음식이 또 거진 없어서

몸에 좋은 것만 해 먹이면서 키워 놔 봐야 소용없는 이 야속한 아들은

맨날 지 마누라가 해주는게 더 맛있다고 그러거든요.

(제가 한게 다 더 맛있을 수 밖에 없는게

저는 간을 하고 싶은대로 다 하니깐.)

 

 

그런데 시댁가서 어머님이 페스토 해주시면 남편이 이건 아주 아주 잘 먹어요.

그래서 어머님이 해주실 수 있는 동안은 당신 어머님한테 얻어 먹어라, 하고 일부러 안해요.

 

 

나중에 나중에 아주 나중에 어머님이 이 세상에 안 계시면

그 때나 제가 해주려고 해요.

아직은 이 요리 만큼은 어머님의 영역으로 제가 일부러 남겨 놓고 있는거라

남편한테 내가 이런 작정이라고 말은 안하지만

아무리 페스토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도 절대 안 해 줍니다.

제 마음 속에 페스토는 '시어머님의 시그내쳐 디쉬'예요.

 

 

 

 

 

 

 

 

 

 

 

 

 

 

 

 

 

 

 

 

 

 

 

 

 

 

 

 

 

 

고추가 하나 둘씩 열리고 있어요.

지금까지 두 개 땄는데, 지난 주에 첫 수확 하면서

너무 기뻐서 촐싹 대면서 집으로 뛰어 들어오다

빌딩 현관 계단에서 자빠져 가지고 발등, 무릎, 팔꿈치, 팔등

무려 네 곳에 부상을 입고

왼 손에 쥐고 있던 저의 첫 고추는 윗등 반이 뭉그러져 버렸어요.

속이 상해서 눈물이 날 뻔 했어요.

 

우리 현경이 세 살 때 센츄럴 파크에서 아이스크림 사줬을 때,

봉투까고 한 입 먹기도 전에 저한테로 뛰어 오다 넘어져서 무릎 까지고

땅에 곤두박친 아이스크림 쳐다 보면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했을 때,

그 심정을 알 것 같았어요.

 

 

 

 

 

 

 

 

 

 

 

 

 

 

 

 

 

 

 

 

 

 

 

 

 

 

 

 

 

 

 

이 깻잎이 올해 농사의 승자!

친구가 하나 키워 보고 싶다고 모종 사러 가거들랑 자기 것도 하나 사다 달라고 해서

넉넉히 샀었거든요.

그 이후로 그 친구와 제가 전혀 스케줄이 맞지 않아 건네 주지 못하고

다 그냥 제가 키우고 있어서

깻잎 화분이 올해는 제일 많아요.

 

바닷가 놀러 갈 때 마다 따가서 쌈 잘 싸 먹었고요,

간간이 쟁반 국수도 해 먹었고,

조만간 더위 한 풀 꺾이면 우거지 감자탕 끓일 때 원없이 대량 투입 하려고요.

 

 

 

 

 

 

 

 

 

 

 

 

 

 

 

 

 

 

 

 

 

 

 

 

 

 

 

 

이게 진짜 부추냐, 잡풀이냐,

구분도 안 갈 정도로 여리여리 했던 것이

뉴욕 긴 겨울을 겪고 올 봄에 저절로 나와서 신통방통,

제 마음에 인생을 씩씩하게 살아야 겠다는 의욕을 불사르게 하더니

흙도 안 갈아 줬는데 제일로 쑥쑥 잘 자라요.

 

작년엔 양념 간장에 넣어 먹을 정도가 다 였는데

올해는 바닷가 놀러갈 때 파무침 만들면서 부재료로 넣을 만큼이나 잘 자라줬어요.

내년엔 오이소백이 다섯 개 정도 만들만큼 튼실해 지려나? 기대해 봅니다.

 

 

올해 농사는 사실 별 정성을 들이지도 못 했어요.

작년처럼 노심초사 하면서 키우지 않고

이제는 종류마다 어느 정도 물이 필요한지 그 감을 조금 잡은 것 같아요.

흙마다 물 보존 상태가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모종을 옮겨 심을 때도 딱히 콕 집어 말 할 수는 없지만

이건 잘 자라겠다, 이건 좀 부실하다 이런 느낌도 어렴풋이 알겠고.

 

 

작년엔 매일 아침, 저녁, 그리고 또 때때로 구석 구석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남편이 속을 뒤집을 때 마다,

일 하는 게 힘들 때 마다,

어디 하나 마음 붙이고 쉴 때가 없다고 느낄 때 마다

뛰어 나가서 저것들 한참씩 쳐다 보곤 했었는데

그래서 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 마음이 편해지고.

한 동안 쭈그리고 앉아 깻잎 앞에서, 고추 앞으로, 그리고 토마토 앞으로

그러다 툴툴 털고 일어나 집 안으로 들어 왔더랬는데

올해는 정말로 이리저리 안팎으로 공사다망 해서 그런 것도 못해 보고

그저 말라 죽이지 않을 만큼 물만 주고 키웠어요.

그런데도 이것 저것 제법 따먹을 만큼 잘 자라고 있네요.

 

 

 

바쁜 엄마, 그래도 자기들이 알아서 쑥쑥 크는 자식들.

자식 키우는 것도 농사고.

농사도 자식 키우는 것 같고.

앗, 그런데 나는 자식을 안 키워 봤구나ㅋ

 

 

이상 이쁜아짐의 올해 농사 현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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