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하느라 바쁘고

그 와중에 쉬는 날까지 하루에 약속 두 탕을 뛰느라 바쁘고.

 

 

오전엔

지난 주말에 일하는 곳에서 안좋은 일을 당하고 그만두게 된 큰 언니 직장에 출동해서

언니 짐 챙기고 받을 급여 챙겨오는 일에 동참하고

일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 집에 와서는

바로 옷 갈아 입고 시어른들 만나 식사하러 맨하탄으로 출동하고.

밥 잘 먹고 그랜드 센츄럴에서 공항까지 가는 셔틀 버스 타시는 시부모님 배웅 잘 하고 들어 왔습니다.

(한 달간 이태리로 여행 가심)

 

 

큰 언니는 풀타임 직장이 있는 가운데

아이 둘 건사하는 싱글 맘의 고달픈 인생이라

(애들 아빠 쪽에서 오는 양육비 빵원)

일주일에 하루씩 일하는 세컨드 잡이 있었는데

여기 사장이 뜬금없이 지난 토요일 밤에 전화가 와서

당장 내일 자기 가게로 일을 하러 와달라고 해서

언니가 못한다고 했대요.

당연하죠. 원래 일하는 곳이 있고 그 사정 다 알리고 세컨 잡을 잡은거라

그 사장도 사정 알고요.

 

 

그런데 자기 사정이 급하니까 막무가내로 자기 쪽으로 일 하러 오라고 했다가

언니가 안된다고 했더니

자기 빈정 상했다고 하면서 막말을 쏟아 놓고는 자기랑은 관계를 접자고.

당장 다음 주 부터도 나오지 말라고.

 

 

큰 언니도 열 받아서 바로 저한테 전화와서 방방 뜨길래

같이 한참을 실컷 그 사장 놈 욕을 하다가

자기 물건 찾으러 갈 때 같이 가달라고 하길래

나도 일 하고 바쁜 사람이라 쉬는 날 쉬어야 하는데

쉬는 날 거기 따라가 주면 나 뭐 해줄거냐고 했더니

점심 사준다길래, 그럼 한 건 해결해 주고 냉면이나 얻어 먹어야 겠다, 하고 알았다고 했죠.

 

 

 

마침 둘째 언니도 오늘 오전은 시간이 된다고 해서

둘째 언니 운짱,

큰 언니 당사자,

저는 사건 총 지휘자로

셋이 아침 댓바람부터 몰려 가가지고요,

 

 

이런 상황에 도움은 커녕 옆에 있어 봤자

가오 잡는데 방해만 되는 둘째 언니는 자기가 미리 빠질 궁리를 해서는

둘이 볼 일 보는 동안

자기는 티제이 맥스에서 구경하고 있겠다고.

그러라고 했죠.

 

 

 

사건 발생 후부터 이틀여의 시간이 지난 시점이라

가는 길에 차 안에서

제가 큰언니한테 끝 마무리 행동 수칙을 차분히 말해 줬고요.

 

 

자기 말로는

가서 사장하고 한 판 뜨고 사과를 받아 내겠다고 했는데

제가 그러지 말라고 했어요.

언니 물건만 챙기고 지난 주 일한 거, 그거 하루치 일당만 받아서 조용히 나오자고.

한 판 뜬다고 사과를 할 인간 같으면

애당초 그런 짓거리를 하지를 않는다고.

가만히 앉아 당하는거 억울하다고 그런 인간 상대로 한 판 벌려 봐야

그러고 나서도 원하는 사과 못 받으면 언니 마음만 더 상하고

생각할수록 자신이 초라하고 비참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 그만 두라고요.

 

 

혼자 사는 여자라고 나를 우습게 보고..

 

 

어쩌고 푸념을 하길래,

 

 

그게 그 인간이

인간성의 본질이 양아치인 놈이니까 그런 거지..

기본적인 마인드가

사업체 하나 차려 놓고 지는 사장이라고 자기 밑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을

지 종이나 노예로 생각하는 놈인데

언니 말고 남편있는 여자한테는 안 그러고

처자식 먹여 살리고 있는 남자한테는 안 그럴거 같아?

 

 

 

싱글 맘 년차가 몇 년인데 그런 나약한 소리 하고 앉았어!!!

우리 엄마가 살아 온 인생을 보란 말이다.

우리 엄마는

한국에서

최저 생계 보장이니 이런거 한 푼 없던 시절에 자식 다섯 키운 사람이라고!!!

 

 

 

행동 수칙 1.

일단 들어 가서 사업자 등록 증 핸드폰으로 사진 찍는다.

 

 

행동 수칙 2.

짐 챙긴다.

 

 

행동 수칙 3.

나온다.

 

 

혹시라도 사장이랑 맞딱 뜨려지더라도 절대 말 섞지 않는다.

사장이 붙잡고 말 시키면

'제 동생이랑 얘기하세요'

 

 

저 한 문장 제가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줬어요.

 

 

갔더니 사장은 사장실에 있길래

언니는 제가 내려준 행동 수칙에 따라 5분 만에 바로 자기 짐 다 챙겨서 나갔고요,

저는 그곳에 남에

프론트에 있는 직원한테 급여 달라고 했습니다.

 

 

인터폰으로 얘기 하고 직원이 하는 말,

경리 직원이 어제 출근을 안해서 목요일에 돈이 준비가 된답니다.

 

 

 

그럼 제가 사장님 좀 뵈야 겠네요.

 

 

이리 나오시라 할까요?

 

 

아니요. 조용히 얘기 하는게 좋겠어요. 제가 사장님 오피스로 가죠.

 

 

들어 오시래요.

 

 

그래서 사장실로 갔죠.

 

 

제 당당한 덩치와 드러운 인상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디다.

떡하니 그 앞에 다리 꼬고 고개는 딱 30도만 기울이고 앉았더니,

(이런 바디랭귀지 상당히 중요합니다.

다 계산이 되 있어야 해요)

 

 

 

아...네...그게 말이죠....언니가...

 

 

말 잘랐어요.

 

 

내가 그 구질구질한 얘기 자기랑 해서 뭐해요. 나도 바쁜 사람인데.

 

 

아,네.

얘기는 대충 언니한테 들었어요.

두 분이 얘기는 마무리 됬다고 해서 언니는 물건 챙겨서 벌써 나가 있구요,

급여 하루치 받을 거 있다고 해서요.

 

 

아...그게...우리 경리 사원이 어제 출근을 안해서...목요일이나 되야....

 

 

 

이 대목에서

 

 

지금 장난해 이 씨발놈아???

 

 

하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 왔는데,,,,,,,,,,

제가 그럼 안되죠.

왜 욕을 하나요.

나처럼 고상한 여자가.

 

 

피식, 하고 썩소를 날림으로 일단 저 사장이라는 놈 말 끊은 다음에.

 

 

 

번거로우시더라도 장부 정리는 내부에서 해결 하시구요,

이만한 사업체 운영 하시면서

직원 한 명 하루치 일당이 없다는 건 말이 안되잖아요?

 

 

하면서 몸 조금 더 의자 뒤로 뺐어요. 느긋하게.

니가 돈 내 놓기 전에는 나는 오늘 여기서 곱게 안 나간다, 하는 메세지 전달.

입 아프게 말로 할 필요 있나요.

인간성 드러운 것들이 사람 저런 식으로 내 쫒으면 또 하는 마지막 곤조가

언제 받으러 와라, 언제 받으러 와라.

그 돈 왜 받으러 댕기냐고요.

지가 일 그만 하라고 했으면 여태 일한건 지가 내 줘야지요.

이 자식 너 오늘 임자 만났다, 하는 심산으로

또 한 번 썩소 날려 주면서 의자에 깊숙이 앉았더니,

 

 

 

아 그거야 당연하죠 제가 그 돈이 없는 건 아니죠.

 

 

그럼 됬네요.

밖에서 기다릴까요?

 

 

했더니,

 

 

 

아 네, 네..

 

 

그래서 바로 획 일어나 가지고 다시 프론트 데스크로 나가서

다리 꼬고 팔 한 쪽 의자에 기대고 앉아 있었죠.

5분 기다리는데 돈 안 나오길래 벌떡 일어 나서 프론트 데스크 직원한테

말 하고 있었어요.

사장한테 다시 말 좀 해 달라고.

나도 바빠서 마냥 기다릴 수는 없고 이런 식으로 돈 안 주면

다른 방법 찾으러 갈란다, 하고 말 좀 전해 달라고요.

그랬더니 인터컴 울리면서 직원 하나 들여 보내라고 봉투 준비 됬다고.

사장실에 앉아서 시큐리티 카메라나 쳐 들여다 보고 있는 줄 나도 알았다.

 

 

봉투 받아서 액수 확인하고

걱정이 한 가득인 리셉셔니스트한테 사탕 하나 먹어도 되냐고 물어 봤어요.

 

 

그럼요 그럼요. 드세요.

그런데 언니가...저희 사장님이 원래 성격이 좀 그래서...

 

 

눈물이 그렁그렁 해서는..

 

 

괜찮아요. 언니도 사장님한테 안 좋은 소리 막말을 많이 들어서

지금 마음이 많이 상해 있어서 인사 제대로 못하고 갔는데

00씨 착하고 일 잘 하신다고 얘기 많이 들었어요.

오늘 고마웠어요.

수고하세요~

 

 

 

하고 사탕 하나 입에 물고 나왔습니다.

 

 

큰언니, 둘째 언니 있는 티제이 갔더니

둘이 그새 뭔가를 집어 들고는 계산 한다고 줄 서 있길래

제가 빛의 속도로 10초 만에 13불 짜리 반바지 두 개 들고 와서

(정말로 딱 10초 걸렸어요)

큰 언니한테 던져 주고

나 오늘 바빠서 점심 못 먹으니까 옷으로 사 줘. 난 옷이 더 좋아.

 

 

 

그래서 새 옷 두 개나 장만해서~~ 룰루랄라~~~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는 향후 행동 수칙 일러 줬고요,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랑 전화 통화 하게 되거든

절대로 언니 본인이 그 사장한테 원한 있다는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요.

문장을 아예 제가 다 짜서 고대로 외우라고 일러 줬어요.

 

 

남의 집 일 하면서 이런 일 다 생기는 거지 뭐.

기분 나빠도 어째..

근데 나는 그냥 일한거 일당이나 받고 물건 챙겨 오고 끝내려고 했는데

내 동생이 너무 너무 화가 났어.

걔가 성질이 보통이 아니라서 나도 지금 말리고는 있는데..

걔가 하도 사업자 등록증이랑 주 노동청 인포 사진 찍으라고 난리쳐서

사진 찍은거야..

나는 그냥 됬다고 참으라고 하는데 걔가 뭘 어떻게 할지는 나도 모르지...

 

 

 

사람의 말이란 내 뱉고 나면 비밀이 없어요.

사장 귀에 들어 가라고 작성한 문단이고

저 말 줏어 듣고 한 번 된 통 찝찝해나 봐라, 이런 심산이죠.

 

 

 

큰 언니한테는,

정말로 엿을 먹여 보고 싶으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나,,,

나의 솔직한 심정은 그냥 이걸로 마무리 하고 언니도 그만 잊어 버려라, 하는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정말 드럽고 억울하고 치사한 꼴 보면서

억장이 무너지고 속이 끓어 오르는 눈물도 삼키게 되지만,

누군가를 증오하고 복수를 꿈꾸는데 쓸 에너지를

내 자신의 인생을 더 낫게 만드는데 쓰는게 길게 봤을 때는 더 좋다고 생각한다.

며칠 더 생각해 보고

마음이 그래도 정리가 안되면 그 때 나한테 얘기를 해.

 

 

 

라고 했어요.

임금을 떼였거나

신분을 미끼로 억울한 일을 반복적으로 당했거나

종교를 강요 받았다거나

성희롱을 당했다거나,

 

 

이런 건

물론 법의 응징을 받아야죠.

저런 것들은 정말로 된통 물고 늘어져야 해요.

그게 제 소신이긴 합니다.

 

 

그런데 이번 큰언니 경우는 이런게 아니고.

부당 해고라고 볼 수도 없고

이래 저래 일 하다 이래 저래 해고 당하고

마음으로 인간적으로 상처를 받은 해고 였지

사장이 법적으로 문제될 만한 해고는 아닌거지요.

 

 

물귀신 작전으로 골탕을 먹여 보자면 다른 채널은 분명히 있긴 하죠.

그런데 저는 그러지는 말라고 하는 거고요.

언니가 정히 원하면 내가 추진은 해 주겠는데

(물론 수고비 얄짤없이 받고)

내 의견은, 하지 말라,다 라고 분명히 얘기 했어요.

 

 

저는 권선징악을 믿지 않기 때문에

못되 쳐먹은 것들이 나중엔 벌 받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 안해요.

무고한 국민을 그렇게나 죽이고도...

그러고도 얼굴 팽팽해서 백살은 살 것 같은 얼굴로

그 밑의 자자손손도 여전히 떵떵 거리고 잘 사는 인간이 버젓이 있잖아요?

 

 

남의 눈에 피눈물 흘리게 했다고 그 사람 잘못 되나요?

돈이 돈을 벌고

여전히 더 잘 살아요.

 

 

그 밑에서 아둥바둥 나는 힘이 없어서 힘 있는 것들한테 눌려만 산다고 한탄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 밑에도 또 사람이 있어요.

우리는 너무 쉽게

나는 피해자라고 하면서

나보다 못한 사람들한테 똑같은 짓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하고 산단 말이죠.

 

 

 

돈 있는 것들한테 당하고 산다고

억울하면 출세 하랬다고

나도 빨리 돈 벌어서 그만큼 잘 사는게 복수가 아니고

내가 그만한 위치에 못 가더라도

(그럴 확률이 더 높기도 하고)

지금 이 상황에서 나보다 못한 사람들한테

나는 그러지 않고 사는 게 더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일이야.

사람들은 지금 나 사는 걸 보면,

아니 쟤는 미국에서 살 만큼 살고 공부도 할 만큼 한 애가

결국은 겨우 이런 일 해서 먹고 산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지금 내가 사는 게 행복 하거든.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버는 돈이고 그 돈으로 살고

그리고 하루 하루 일 하면서도 내가 열심히 진심으로 사니까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나를 좋아하고.

뉴욕 이 바닥에 세상 오만 군데서 몰려든 사람들 중에 사연 없이 사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 거 같아?

나보다 더 사연 많고

나보다 더 힘들고

나보다 더 앞 날이 밝지 않은 사람들도 나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 많아.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라고 내가 지금 요만큼 그 사람들 보다 잘났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들한테 뻐기면서 나쁘게 굴지 않고 살아서

난 그래서 지금이 좋아.

마음에 병이 있었을 때는 서방이 돈을 잘 벌어다 줘도 맨날 화가 나고 더 지랄을 했었는데

지금은 신랑하고 싸움도 안하고 맨날 웃고 살아서 좋다.

에너지를...좋은 쪽으로 써.

남 미워하고 복수하고 싶다고 원한에 불타서 살지 말고

내가 더 행복할 수 있는 쪽으로 써야 하는 거야.

 

 

나는 지금 내 모습이 좋아.

 

 

라고 언니들한테 얘기할 때

저 방정 받고 남 놀리기나 좋아하고 면박주는게 체질인 아줌마들이

조금 숙연해 하더군요.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든,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이 좋다..고

결연하게 선언 했더니 둘 다 조용히 경청.

 

 

 

내가 비로써 나를 인정하기까지 나는 그 동안 너무 많이 힘들었었기 때문에

내가 한 커리어 불사르는 엄청 똑똑한 직장 여성이 못 되고

돈도 많이 못 벌고

가족들 모두

엄청나게 가문의 영광이라고 기대하던 이 막내 딸, 막내 동생이

겨우 이렇게 살고 있구나, 하고 실망할 생각에

내내

내내

너무나 힘들고 우울했던 지난 10여 년. 을 보내고

지금 나는 내 손으로 벌어 먹고 살면서

내가 나를 자랑스러워 하기로 했어요.

방황하면서 마음에 병이 들고 몸도 아프고

남편 덕이나 보고 살자 했다가 몇 년 만에 다 쪽이 나고

결국

세상 제일 확실한 돈은

부모 돈도 아니고

남편 돈도 아니고

내 손으로 번 돈 만이 확실하다는 진리에 귀착하여

내 몸 써서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사니 좋구만요.

 

 

언니들,

나 이런 일 하고 산다고

속상해 하지 말라고 확실히 못 박은 계기도 되었고요.

나는 마음이 편하고

많이 감사하면서

앞으로 더 나아질 희망도 가져 보면서 그렇게 살고 있다고 했어요.

 

 

 

돌아오는 길에 큰 언니가 보고 전화한다고 엄마랑 얘기하다

 

 

잠깐만, 자세한 얘기는 해결사 바꿔 드릴께 직접 들으세요.

 

 

그래서 그 사장 놈 돈 안 주려고 곤조 부리고 버팅기던 얘기 하면서

또 육두문자 욕 시리즈 한 바탕 하고.

오전엔 해결사 노릇하고

오후엔 시부모님 만나서 귀염둥이 노릇하고

하루 잘 보냈어요.

 

 

시부모님께 오전 일 얘기를 해 드렸더니

시어머님이 제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돈 받아 냈다고요)

악수를 정식으로 청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시어머니랑 의미 깊은 악수를 진지하게 나누고.

 

 

여행 마치시고

6월 말에 오시거든, 저희가 7월 초에 가도 되겠어요?

 

 

하니까 너무 좋아 하시는 거예요 두 분이.

 

 

옆에서 남편이

 

 

이 사람이 생일을 거기서 보내고 싶어해요.

올 해 마흔 되거든요.

더 의미있는 생일이라고 꼭 부모님 댁에서 보내고 싶대요..

 

 

한 마디 하니까 더 좋아 하시고.

 

 

제가 일하는 곳에 미리 말해서 생일 있는 주에 한 주를 쭉 빼고 휴가를 시댁에서 보내고 싶다고 하니까

 

 

그럼 그럼, 우리는 좋지.

 

 

남편이 당신 생일이야  오붓하게 우리끼리 보내는게 더 좋지 않겠냐고 했을 때

제가 절대 아니라고 했거든요.

생일 때 시댁 가 있으면 어머님 아버님이 읍내 데리고 가서 나 외식도 시켜 주시고

어머님이 나 생일 모자도 만들어 주시고

아버님은 맨날 맨날 니가 와 있어서 좋다고 하시고

난 어머님 아버님 댁에 갈거야. 그게 더 좋아.

 

 

 

오붓은 개뿔. 메롱이다 남편아.

 

 

어머님 아버님은 제가 뭐가 그렇게 이쁘실까 마는

귀염둥이 노릇 반나절 하고 왔더니

우리 집 창가 화분들이 축 져져 있다가 물 주면 살아나는 것 처럼

이쁘다, 잘한다, 보고 싶었다, 꼭 그렇게 휴가내서 오려므나, 소리만 연신 들으면서

사랑을 담뿍 받고 왔더니

힘이 불쑥 불쑥 의기가 충천!

 

 

 

내가 당신 갖다 버리고 싶은 마음 백 번 다 잡은 것이

당신 부모님 때문인 줄이나 알아라.

 

 

남편...

너무나 나를 속상하게 할 때가 많아요.

저렇게 생각이 없는 남자를 남편이라고 데리고 사느니

그냥 혼자 사는게 낫다고 생각하기를 수백 번.

어쩌다 이리 꼬여서

나도 불쌍하고 댁도 불쌍하고

서로 불쌍하니까 당분간 계속 살아 보자고 마음 고쳐 먹어가며 진행 중.

 

 

 

세상 살아 보니

늦다면 늦게 한 결혼, 남편은 내 인생의 안티고

친정은 내 한평생 우울증의 원흉이고

밥 벌이 하자니 돈의 힘 있는 것들은 내 안의 폭력성을 부추기며

자꾸 내 고상한 입에서 욕 나오게 만느는데

그래도 살기는 계속 살아야 하니까

기왕 사는거 마음이나 몸이나 좀 덜 우중충하게 살아야 겠다고 생각 하니까

노력하니까 조금은 나아졌어요.

 

 

참을 일이냐 참으면 안될 일이냐의 선택의 기로에서

혜안을 가지고 험한 길이나 옳은 길이라 판단하여 선택하신

세상의 모든 싱글 맘들 화이팅 하시압.

그 외에 힘드신 모든 분들도 화이팅 하시압.

 

 

힘들지만

이게 결국은 옳은 선택이었다고

돈 잘 벌던 남편의 평생 꿈 밀어 주니라

그 돈 안 벌어와도 좋다, 

그런 절망스런 얼굴로 술만 쳐 마시지 말아다오, 하며

나도 경제적 한 몫을 담당하겠다고 세상에 뛰어들어

안해도 됬던 생활고에 시달려도 마음은 편한 저 같은 분들,

내내 행복하시압.

 

 

누구를 쳐다보고 울 수도 없는

벽이나 바라보고 눈물 삼켜야 하는

인생의 바닥에서 더 이상 어디로 갈 곳도 없다고 느끼는 분들

다시 자신을 사랑하시압.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모든 것을 박차고 나올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그 어떤 것도 해 보겠다 하는 의지가 생김.

 

 

생의 한 가운데서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것 만큼

내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리 모두 짠하고

우리 모두 불쌍하니까

내가 나부터 짠한 마음으로 내 자신을 보듬고

그렇게 힘 내서 주먹 줄끈 쥐고 살아 봅시다.

 

 

나를 이렇게 불행하게 만든

모든 못되 쳐먹은 존재들 망하는 거 기다리느니

이 편이 훨씬 성공 확률이 높음.

 

 

오늘 많이 힘들었던 님들,

일단 꼬옥 안아드림.

 

 

 

오늘이 너무나 힘이 들고 너무나 서러워서

눈물 흘리셨던 님들

눈물 닦아 드려요.

 

 

 

고만 고만한 인생을 사는 우리 모두

같이 위로해요.

용기 잃지 마시고 다시 힘 내 봐요.

 

 

 

이 글 읽는 모든 분들께

이쁜아짐이 좋은 에너지 무한 발사 중!

 

 

울지 말아요..

그만 슬퍼하고 기운내요..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