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일하고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 일주일 예정으로 시댁으로 출발.

 

둘째 언니네 차로 가서 이번엔 식량을 빵빵하게 준비.

대중 교통 이용하지 않고 자가용으로 가니 몸도 편해,

차에다 이것 저것 다 실을 수 있어서 먹을 것도 실하게 챙겨가니 마음도 편해,

집에서 밥통까지 뽑아서 들고 가고 김치도 큰 병으로 꽉 채워서~

 

언니는 차로 데려다 주고 크리스마스 저녁 먹고 형부랑 다시 바로 시내로 돌아오고

저와 신랑, 그리고 둘째 언니 아동들은 남아서 일주일을 꽉차게 시댁에서 보내고 왔습니다.

 

아동들과 미리 이야기 하기를,

아침과 저녁은 모두가 함께 먹는 것으로 먹고

점심은 이모가 따로 (너희들 집에서 먹는 한국식으로) 밥을 해주겠다,

였는데

 

저녁도 이틀은 제가 요리했어서,

(닭도리탕과 갈비찜)

점심으로 먹은 떡국, 김치찌개, 닭도리탕 국물에 볶은 김치볶음밥,

비상식량으로 신라면,

 

먹기는 아주 제대로 잘 해 먹고 왔어요.

 

 

이번에 그간 약속만 하고 못 지켰던 현경양 화투 레슨도 했고요,

시어머니는 당신이 좋아하시는 브릿지를 가르치셨고

저는 현경양이 졸라서 화투를 가르쳤고,

저것이 피는 못 속인다고 브릿지는 재미없고 화투는 재밌다네요.

 

본인이 열의를 보이길래

제가 아픈 허리 두들겨 가며 첫 날은 솔부터 비까지

열 두가지 수트를 구분하는 것부터 훈련시키고

(똥하고 비하고가 제일 헥갈린다고 하소연)

둘째 날은 그것들 짝 맞춰 가져오는 민화투 들어가고

셋째 날은 비약, 똥약, 초약, 풍약에 초단, 청단, 홍단 가르쳐 주고,

이것을 마스터 해야 고스돕으로 진도를 나갈 수 있다고

집에 가서 사촌들(큰 언니 아이들)하고 틈틈히 더 연습하라고 했더니

아주 진지한 자세로 임하더군요.

열의가 있으니 배우기도 빨리 배우더라고요.

 

 

집에 화투가 없다고 염려하길래

이모가 이걸 선물로 줄 수도 있는데 먼저 엄마한테 물어 보라고 했더니

지네 엄마 일하는데 전화해서는 대뜸,

 

 

엄마!!! 엄마 나 똥약 했어!!!!!!

 

 

지네 엄마가 괜찮다고 받아 오라고 허락 했다네요.

 

 

현경, 이거 이모가 갖고 있는 화투 중에 이게 제일 새거고 좋은건데

그럼 너 생일 선물로 줄께.

(9월에 생일이었는데 그 때 선물 없이 넘어갔음)

 

 

현경양 배시시 만족한 웃음을 한 가득.

 

 

이모~~~ 고마워~~ 사랑해~~~

 

 

제가 나흘째에는 입 안에 혓바늘이 돋아서,

 

 

이모가 이제는 이렇게 밥 해 먹이면서 너네들 일주일씩 데리고 있는게 힘드네.

우리 이제 이런거 고만 해야겠다.

 

 

했더니,

현영 군은 '오 노우 이모, 우리 계속 해야 돼'

현경 양은 '이모, 우리는 자라는 애들이잖아, 그러니까 하루 종일 배 고프다고 하는거지~~'

 

 

 

너네가 먹기만 먹냐,

먹고 나면 몸으로 때워서 놀아 줘야 하고, 그러고 있으면 금방 배 고프다고 하고,

그래서 먹이고 나면 또 놀아 줘야 하고.

잠깐 눈 좀 부칠까하고 소파에 누우면 이 놈 옆으로 기어 들고 다른 한 놈 위로 덮치고.

이모는 일하러 나가는 것 보다 이 짓 하는게 더 힘들다고!!

내가 지금 이 나이에 영하 10도 날씨에 밖에 나가서 얼음 땡을 해야겠냐고!!

 

혓바늘 돋고, 진짜 피곤해서 비몽사몽하는 제 상태를 보고 신랑이,

 

얘들아, 이모가 많이 피곤하고 밖이 오늘은 너무 춥거든? 얼음 땡은 우리 다음으로 미루는게 어때?

 

 

했는데,

사실, 얼음 땡이 그 전 날에 제가 '오늘은 이모가 피곤하니까 내일 하자 얘들아' 하고 이미 미룬 거였거든요.

제 생각에, 두 번은 미루면 안 될 것 같고,

날이 아무리 춥다고 해도, 추우니 내일 하자 보다

일단 나가서 얼마나 추운지 애들도 겪으면 '너무 춥다 들어가자' 해도 말이 먹힐 것 같고,

남편한테

'이미 어제 약속한 거니까 오늘은 그냥 잠깐이라도 나가야 할 것 같아.

내가 투혼을 발휘해 볼께. 얼마나 추운지 지들도 나가보면 알겠지 뭐'

아이들하고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게 또 이 날나리 이모의 신조인지라

소파에 누워 졸다가 무거운 몸 일으켜 겹겹이 싸 입고

밖으로 출동.

너무 추워서 발로 가위 바위 보 해서 술래 정해서

딱 3분 놀았나?

정말 너무 추워서 바로 들어 왔어요.

말로만 너무 추워서 못 논다고 하는 것 보다 잠깐이라도 진짜 나가 보고 얼마나 추운지

애들이 직접 느끼고 나서 접는게 낫다고 생각해서 나간거였는데

추우니까 들어가자고 하니 애들도 다른 소리 일체 없이 후다닥 집안으로 뛰어 들어 가더군요.

 

 

 

아동들은 겨울 방학을 꽉차게 시골에서 놀고,

그래도 거기 안 갔으면, 시내 아파트 안에서 하루 종일 디비디랑 텔레비젼이나 보고

뒹굴뒹굴 했을텐데,

저는 갔다 오고 나니 삭신이 쑤시고...

다시 일하러 나갔더니 콧노래가 나오면서 일 하는게 애들 둘 하루 종일 치닥거리 하는거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더만요.

엄마들은....대체 이 짓을 어떻게 매일 한단 말인가....

나는 애 없이 살기를 백번 잘하는 짓 이로구나....

 

정말 정말로

이 지구 상의 모든 엄마들 전 심장으로 존경한다고요...

 

 

1월 1일에, 다시 시골로 저희를 픽업하러 온 둘째 언니 부부.

 

둘째 언니가 차 안에서 아동들한테,

 

엄마랑 있었으면 잘 얻어 먹지도 못 했을텐데 이모랑 있어서 잘 먹고 잘 놀았네~~잘했다 내 새끼들~

 

 

나는 아직도 삭신이 쑤신다고요.....헐....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