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 아짐 근황 전합니다.

 

우선 제일 굵직한 소식부터.

 

드디어 남편에게 이 달 부터 고정 수입이 생겼습니다.

남는 시간 음악하고 그래도 한 달에 이 만큼은 벌어다 주십시요, 라고

요청한 딱 그 액수대로.

휘유~~

이쁜아짐 이제 한 시름 놨습니다.

그 동안 수고 많았다 이쁜아짐. 짝짝짝~~!!!

 

 

하여,

이쁜아짐은 이번 주부터 일하는 스케줄을 주에 40시간에서 30시간으로 하향 조정하였습니다.

셋째 성은, 집에 돈 들어 왔다고 고새를 못 참고 바로 일 안할 궁리부터 한다고 뭐라 했지만

저는 인생 길게 보는 마인드이기 때문에

굳이 일을 덜할 궁리라기 보담은......

지금 하는 일도 내가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지

안정성이 보장되는 일은 아니기에

할 수 있을 때 시간내서 대안 마련에 고심해 보자...뭐 이런 취지로.

셋째 성은 별로 믿는 눈치는 아니지만.

 

 

내가 운이 좋고 일이 잘 풀려서 노후 대책을 마련해 놓고 은퇴를 한다 해도

어쨌든 60살 까지는 일을 한다고 가정 했을 때

앞으로 22년이나 남았는데

지금 다니는 직장만 바라보다 어느 날 갑자기 직장을 잃으면

아무 준비없이 나이만 또 먹어 있고

그렇게 되면 또 많이 황당할 테니,

남는 시간에 이런 저런 궁리를 해야 겠습니다.

궁리하다 지루하면 낮잠이나 자던가.

아무튼,

 

 

저희 부부의 일하는 상태는 저리 됬고,

 

 

지난 달에, 1년 7개월 만에 미장원을 갔습니다.

한국에서 이모네 동네 미장원에서 4만원짜리 영양 파마로 긴 세월 잘 버텼는데

워낙에 머리가 파마는 잘 나오고 잘 풀리지 않는 편이라

파마 상태는 그럭 저럭 여전히 견딜만 했는데

흰머리가 너무 많은 것이 문제 였어요.

 

 

워낙에 어렸을 때 부터도 새치가 많긴 했는데,

수술하고 미국 돌아오니 그 때 부터 흰머리가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나 버린 겁니다.

아가씨 시절에는 할 일 없이 베라벨 짓거리를 머리에 다 하고 살았더랬지만

나이 들고 귀찮고 해서

파마만 일 년에 두 번, 일 년에 한 번, 이런 식으로 가다

이번엔 일 년 하고도 반 년 하고도 또 한 달을 더 넘기다 보니

파마를 떠나 이 눔의 흰머리.

 

 

마침 뉴져지 사는 친구 집으로 오랜 만에 주말 부부 동반 외출이 잡혀 있었어서

이참에 머리도 손을 보자 해가지고

스타일은 변함없이 굵은 웨이브로, 뼈다귀로 간단히 말아 버리고

염색을 처음으로 해 봤습니다.

코팅을 해 달라고 했는데, 흰머리 상태가 심각하다고 코팅 집어 치우고

염색으로 해 버리자, 라고 제 전속 미용사가 그러길래

마음대로 하라고 했네요.

 

 

제 전속 미용사는 몇 년 전에 싸우고 제대로 빈정 상해서 서로 얼굴도 안 보고 살던 큰 언니로써

이 숱많은 긴 머리, 어딜가도 파마에 염색은 최소 200불이기에

돈이 웬수라 그냥 거기로 갔습니다.

간 김에, 아이라인 타투도 좀 해 봐봐.. 해 가지고

그것도 하고,

앞으로 열심히 사시오, 이런 말을 남기고 헤어 에센스도 한 병 들고 나왔습니다.

 

 

흰머리 안 보이니 이렇게 신간이 편할 수가 없네요.

딱 5년 손해 보던거 다시 찾은 느낌이예요.

나름 많이 흡족해서 머리하고 온 날 화장실 거울을 서서 한 시간도 넘게 들여다 봤습니다.

셋째 성한테 머리 하고 왔다고 보고 전화 하는 내내

거울 보면서 통화 했거든요.

 

 

마직막으로 전할 소식은,

또 치과.

지난 5월에 왼쪽 아래 어금니를 뽑았잖아요?

그 위에 어금니가 확 내려 앉았더군요. 이 무서운 중력의 법칙.

3일 전에 가서 그것도 뽑고 왔어요.

선생님이 이제 위 아래 다 뽑았으니 임플란트 들어가자고 하더군요.

2주 후에 가서 뽑은 잇몸 잘 아물었나 검사받고 임플란트 어쩔건지 의논하기로 했어요.

 

 

임플란트도 잇몸이 좋아야 성공율도 높다는데

저처럼 잇몸이 문제인 사람이 그걸 해 넣는다고 잘 되겠느냐, 물었더니

그렇다고 젊은 나이에 할머니처럼 살 수는 없지 않겠냐고 반문 하시길래,

그럼 생각 좀 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밑에 것만 뽑았을 때는 몰랐는데 위에 까지 뽑고 오니까

괜히 느낌이 그런건지 휑한 것이 얼굴이 홀쭉해 진 것 같아요.

맨날 이상한 소리 잘 듣고 다니는 둘째 언니는,

자기 아는 누구는 젊은 아가씨인데 얼굴 작아 보이려고 멀쩡한 어금니를 다 뽑았다나?

 

 

아니 그건 연예인들이나 하는 짓 아니었어?

일반인이 왜 그런 짓을 해???

 

 

했더니,

그러니까 너도 얼마나 좋니?

연예인도 아닌 것이 어금니 뽑아서 얼굴 작아보이면 좋지 뭘!

그렇게 생각해!

 

 

셋째 성이, 저 대책없이 긍정적인 아줌마 말 듣지 말라고.

맨날 이상한 소리나 듣고 다니고 헛소리만 한다고.

당연히 임플란트를 해 넣어야지 어떻게 어금니 없이 앞으로 계속 사냐고.

 

 

오른쪽 어금니들은, 의사 선생님 말로는

증상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 쪽도 아프기 시작하면 그 때는 뽑아야 하고 아프기 전까지는

몇 달이라도 더 쓰자고.

그럼 합이 네 개예요.

마흔도 전에 어금니 네 개를 몽땅 뽑게 생겼어요.  아 왕짜증이예요.

 

 

내 이들이, 이제 그 남의 살 좀 그만 뜯어 쳐 먹어라는 메세지를 보내는 건가...

 

 

그건 나중에 차차 생각하기로 하고.

 

 

이 뽑고 와서는 이틀 몸살을 앓았어요.

마취하고 뽑아서 하나도 아프지는 않았는데...

지난 번엔 그냥 기운이 쭉 빠지는 느낌이어서 침대에 누워서 쉬었더니 괜찮더구만

이번엔 몸이 덜덜덜 떨리고 온몸의 뼈가 녹아 내리는는 것 같고 살이 바스러지는 느낌의

제대로 몸살.

 

 

몸살 감기는 아닌데 왜 이럴까.

이를 하나 뺐다고 이럴리는 없고, 왜 이럴까. 이상타....이러면서

저 날은 아파트에 히팅이 무지 막지하게 나오는 와중에도

이불 세 개 덮고 잤고요,

 

 

그 다음 날은 남편이 뭐라도 좀 먹어야지 않겠냐고 하길래

수퍼마켓가서 복숭아 캔 사다 달라고 했어요.

 

 

추억의 '황도'

 

 

저것이 제가 아플 때 찾는 먹거리.

지금도 단 것은 거의 입에 안 대는 사람이지만

(단 음식은 쳐다만 봐도 머리가 아파와요)

어렸을 때도 저는 간식 거리나 단 것을 안 먹는 어린이였거든요.

셋째 성이 내내 과자를 끼고 살고 싶어 하고

어쩌다 생기는 돈은 초콜렛 사다 먹고 할 때도

저는 가게 다녀 오는 심부름만 했지 그런걸 안 먹었어요.

 

 

둘째 언니가 좋아했던 건, 호두 맛 아이스크림.

저것도 가끔 둘째 언니가 사와라, 할 때 심부름만 했지

저는 아이스크림도 안 먹는 어린이였는데

특이하게 제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항상 먹고 싶어했던 달달한 간식이

'황도'

그런데 저게...지금은 얼마 하는지 모르겠는데

국민학생 시절, 한참 먹고 싶어 했을 때 5백원 조금 넘었던 것 같아요.

나에게는 먹고 싶다고 사 먹을 수가 없는 가격은 분명.

 

 

그런데 어쩌다 감기 같은 걸 심하게 앓을 적이면

엄마가 열을 이리 짚어 보고 저리 짚어 보고, 얘가 밥도 안 먹네, 많이 아픈가 보네,

이러면서 뭐가 먹고 싶냐고.

 

 

내가 유일하게..그 우리 집 정신없이 살던 어린 시절,

엄마한테서 뭐가 먹고 싶냐는 질문을 받는 호사를 받을 때가

제가 많이 앓았을 때요.

밥도 못 먹을 만큼 많이 아플 때 엄마가 뭐가 먹고 싶냐고, 뭘 해 줄까, 뭘 사 줄까

이렇게 물어볼 때 마다 제 입에서 나오는 대답.

 

 

'황도'

 

 

항상 먹고는 싶었는데 많이 아파야만 먹을 수 있었던게 저 '황도'

 

 

이 뽑고 와서 몸살 앓으면서 남편시켜 복숭아캔을 사오게 해서는 오랜 만에 먹었더니만

열이 나면  입안이 바싹 마르고 쓰잖아요?

거기에 달달한 국물이 들어가고 기운 안 들이고 씹기도 쉬운 달달한 복숭아가 한 입 들어가니까

좋더군요.

 

 

어제 아침부터는 몸살 기운 다 떨쳐 내고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 왔는데

남편이 수퍼 마켓 간다길래, 복숭아 캔 하나 더 사다 줘, 해가지고

꼭 아플 때만 먹으란 법 있나,

안 아플 때도 먹어 줘야지~ 하고요.

 

 

아하, 빼 먹은 소식 하나.

오늘부로 셋째 성한테 깔린 빚 청산하게 됬습니다.

좀 있다 은행 달려 가서 셋째 성 구좌로 입금할 거예요.

 

 

여태 셋째 성한테 돈 빌려 쓰고 이자 안 낸 사람은 지구 상에 이 이쁜아짐 밖에 없습니다.

나는 참 여러 모로 대단한 사람이구나...싶습니다.

예외란 있을 수 없는 셋째 성의 인생 철학에 유일하게 도전하는 자,

셋째 성의 하나 밖에 없는 동생, 이 이쁜아짐 되겠습니다.

 

 

지난 두어 달 여,  인생이, 사는게 항상 그렇듯,

좋은 일, 별로 안 좋은 일 두루 섞였다고 생각했는데

정리 해 보니 좋은 일 들이 더 많았네요.

 

즐거운 마음으로 복숭아 캔 먹으러 가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