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 주 전에 인구조사 직원 채용 시험 보고 왔어요.

우연히 응모 전단지를 받고, 언니들이 해보라고 하도 성화들을 해 싸서

(맨날 자기들은 못 하는 걸 나더러는 하라고 명령질들은...)

전화 해 봤더니 바로 시험 일정 잡아 주길래

날씨 엄청 좋던 토요일 오후에 후딱 가서 보고 왔어요.

시험 보러 가면서는 남편한테,

당신은 참말로 마누라 복이 터졌네..

나 이거 되면 투 잡인데...

마누라가 돈 많이 벌어서 당신 한복 마고자에 금단추 달아 줄테다~~~

이러면서 화이팅! 하고 시험 보고 와서는, 무슨 짓을 했냐면,

컴퓨터 질렀잖아요?

이건 충동 구매라고는 할 수 없고,

사실 몇 달 동안 계획하고 적당한 물건도 찜해 놓고 시기를 보고 있었는데,

올림픽 때 연아양 동영상 8분 짜리 보자고 컴을 껐다 켰다 두 시간을 그 짓을 하고 있자니

더 버릴 것도 없는 성질이 너덜너덜해 지는 건 둘째 치고

그게 무슨 시간 낭비, 정력 낭비냐고요...

재미나게 보던 '그대 웃어요' 드라마도 칼럼에 쓰고 난 뒤부터 못 보고.

칼럼도 다 써 놓고 또 날리고. 무려 두 번이나.

도저히 안 되겠다, 이젠 정말 사고야 말리라..하던 차에

시험 보고 온 날,

곧 투잡 뛸 텐데 아싸 지르자~

그런데 바로 며칠 후 일하던 곳에서 문제가 생겨서

전 직원이 무직 신세가 됬네요.

지난 연말부터 돌아가는 상황이 불안 스러워서 많이 심란했었거든요.

대충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었고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긴 한데

경제적인 준비는 안 되있는데....아뿔싸...

사장님이 저희 노여사 보다도 연세가 많으신 양반이셔서

건강 문제도 그렇고, 여튼 눈치는 백단인 제가 감지하기에

사업체 인수가 있을 것 같더라고요.

지금 그게 현실이 되서 표면적으로 저는 그나마 대기 상태 중이긴 한데

저는 새로운 사장님 밑에서는 하고 있던 일을 계속 할 생각은 원래도 없었어요.

지금 여기서 정리를 하고 진도를 나가는게 맞는 것 같아요.

지난 8개월간, 맘 편히, 몸 편히, 일 잘 했다~~

이렇게 이번 직장 챕터는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본업은 이렇게 접게 됬고, 세컨드 잡, 인구 조사 요원 그거.

시험지 받아 들고 나올 때는 곧 전화 연락이 갈거다, 이렇게 말 듣고 나왔거든요.

'곧' 이라는 말 분명히 했었어요.

그런데 두 주가 지나도록 소식이 없네...

보니깐, 동네 사정 따라도 틀리고, 이것 저것 변수는 좀 많은가 봐요.

나름대로 신청서에는 일단 아무 때나 일할 수 있고,

풀타임도 가능하고 표시했는데,

사무직만 하겠다고 한게 좀 걸리네..

사무직이 아니면..사실 돌아다니는 건...하루 한 시간 걷는게 한계인 이 체력으로

넘볼 수 없는 건, 그건 현실이 맞는데...

아우 머리야.

이래서,

남편 한복 마고자에 금단추 달아주는 건 물건너 갔고,

마누라 투잡 뛰게 되면 센서스 잡 끝나고 나서

큰 시누랑 막내 시누 사는 하와이 놀러 가자고 꼬시고 있었는데,

몇 달 후 일이라고 말만 하고 있었기를 다행이네요.

여행 예약까지 했으면 진짜 대형 사고 될 뻔 했는데

사고는 7백불 짜리 컴퓨터 지른 걸로 끝나서.

이젠 또 무슨 일자리를 알아 보나..

먹고 사는 문제 참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