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인가..재작년인가..

인터넷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는데

 

"아 참, 이쁜님, 혹시 페이스북 하세요?"

 

하고 묻길래, 저는 정말 저게 '북'자로 끝나길래 퀵 북의 새로 나온 자매 프로그램인 줄 알았습니다.

 

퀵 북은 예전에 일하던 회사에서 아주 잠깐 써 본 적이 있는데

페이스북은 한 번도 안 써 봤다고 했더니

수화기 저 쪽에서 박장대소.

 

그 때 친구가 설명 해줘서 싸이 비슷한 건가 보다...하고 말았는데

이번에 막내 시누가 왔을 때 페이스북 얘기가 나왔어요.

얘기 듣다 보니 이게 미국 사람들한테는 대세인가 보다..감을 잡긴 했는데

그로부터 며칠 후

한 달에 한 번 정도 확인하는 이 메일을 보는데

제 조카양께서 저를 페이스북에 초대한다는 메일이.

이제 8학년 되요.

 

 

제가 좀 웃겨 가지고 바로 셋째 성 회사로 전화 해서

성님도 페이스북 초대 메일 받았냐고 하니까

셋째 성이 아마 걔가 자기 이 메일은 모를 거라고

나는 걔랑 너처럼 그렇게 '허물없는' 사이는 아니라고.

제가 '얘도 참 정신 머리 없는 틴 에이져야. 그 나이에 저런거 하면 자기 친구들끼리 하지

무슨 마흔 살 된 이모를 친구로 초대하냐...'

이러고 전화를 끊었는데, 초대 받았으니까 일단 페이스북에 멤버쉽부터 가입 하라길래 하고

친구 신청 수락 했습니다.

 

 

가보니까, 뭐 제 생각이 얼추 맞았죠.

별 시덥잖은 얘기들만 잔뜩.

아..나도 저 나이 때 저렇게 시덥잖게 살았던가..

 

 

그랬더니 그 다음 날은, 그녀의 남동생,

지금 구구단은 뗐는지 어쨌는지도 의심스러운 5학년 짜리 머시매가 또 친구 신청을..

일단 수락하고 가 보니까

얘 꺼는 더 가관이죠.

어데서 만화 그림 퍼다 놓고, 고작 그거 하는게 그 아이들의 라이프고 인맥 맺기인 건지...

 

그랬더니 큰 언니 딸, 이 아이는 성인이죠. 대학교 3학년이니까.

저 조무라기 들이 이모를 페이스북에 초대를 했다 하니까 웃겨 죽겠다고 하더니

자기 남동생 흉을. 얘는 또 이제 대학교 막 들어갑니다.

아주 치사 빤쓰라고.

자기 사촌들이랑 지 누나가 친구 신청 했는데 다 거절 놨다네요.

 

 

어찌 보면 저는 저게 정상인 듯 싶은데..

그래도 저는 저 얘기를 듣고,

오호 그래? 네 녀석이 사촌들이랑 누나의 친구 신청을 다 거절 했다 이 말이지..

그래, 나한테는 어찌 하나 보자!!!

 

이러고 제가 떡하니 친구 신청 해 버렸삼.

 

 

하루 지나니까...수락 했더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거기다 페이스북의 폐해와 부작용에 대해 역설 하던 막내 시누가

제가 둘째 언니 딸래미 때문에 페이스북 멤버쉽 만들었다고 하니까

바로 친구 신청ㅋㅋㅋ

 

 

그래서 오늘 현재 저의 페이스북 친구는

막내 시누,

큰언니 남매,

둘째 언니 남매,

해가지고 다섯 명!

 

 

내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둘째 언니 딸래미 때문에

그녀의 또래 문화를 이해해 보겠다는 가상한 뜻으로

트와일라잇 싸가를 시작하고

브래이킹 돈 까지 가서는 정말 시간 아깝고 한심해서 욕 하면서 읽다가

끝내는 다 읽지 못하고 집어 던진 바가 있는데,

그녀의 또래 문화 염탐질을 하겠거든

요즘 세상엔 차라리 이 페이스북이 낫겠다, 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주말 동안 남편은 또 밴드 연주 출장을 가서 어젯 밤에 심심해서

밤 늦게 컴퓨터를 켜고 페이스북에 접속을 했더니

귀신같이 큰 언니 딸이 채팅 신청을 하더군요.

그래서 생전 처음 조카랑 채팅도 했습니다.

 

 

저더러 이모랑 이모부 사진 좀 올려 보라고 하길래

저는 사진 안 올린다고,

내가 너희들 감시하려고 가입한거지, 이모는 정말로 공사가 다망해서

페이스북 하면서 놀 시간까지는 없다고.

친구 신청도 패밀리 온리 라고 대문에 쓸 거라고 했더니

제가 페이스북 가입했다는 소식에 자기 엄마도 얼른 만들었다나..진짜 웃겨 죽겠어..이러더라고요.

 

 

패밀리 온리로 친구 신청 수락해도 나는 니네 엄마랑은 친구 안 하겠다고 했더니 그건 또 왜 그러냐고.

 

패밀리 중에서도 나보다 어린 사람들하고만 친구 할거야,

나는 감시 받기 싫거덩~

 

 

이모, 걔(둘째 언니 딸) status 봤어?

(싱글, 이라고 되있음)

아놔 웃겨 죽겠네.

 

 

야, 어제까지는 '인 릴레이션쉽' (in relationship) 이었어.

그거 보고 이모 죽는 줄 알았다.

싱글로는 오늘 바뀐거야.

 

오 마이 갓, 진짜? 아 미치겠다 ㅋㅋㅋ

 

 

보니까..

아마 학교에서 어떤 머시매랑 좋아 지내다가 헤어진 건 가 봐요.

여기까지는 그냥 쪼그만 것들이 웃기고 있네...하고 말 수도 있는데

조카양이 짧게 써 놓은 글귀를 보니

아마 이 남자아이가 조카양한테 나쁜 말을 한 것 같더라고요.

자세한 얘기는 제가 안 물어 봤어요.

괜히 정말로 페이스북 친구 만들었다가 이모한테 감시 받는다는 생각 들까봐

궁금은 하지만 묻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제가 잔머리 눈치 백 단으로 그녀의 짧은 글귀들을 보고 유추한 '심증'인데

이제 8학년 짜리가 '사랑' 운운하는 것이 같잖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녀로써는 잘 지내던 남자 아이와 안 좋게 된 것은 지금 상태에서는

크나큰 인생의 슬픔일테니 존중을 해줘야 겠다..생각이 들어서

 

 

유투브 가서 듣고 싶은 노래들 몇 개 찾아서 듣다가

제 페이스북에 동영상 몇 개 퍼다 놨어요.

 

 

저 아이 페이스북에서 누군가 저 아이한테 나쁜 말을 썼다는 정황을 포착한 날 밤에

전화가 왔었어요.

그 날 마침 남편 생일이었거든요.

이모부 생일 축하한다고 아이가 전화를 했는데

남편이 생일 축하 노래를 듣자 마자 저 아이한테 다짜고짜 하는 말이,

 

 

누가 너한테 그 딴 말했어??????

어떤 자식이야???????

이모부가 가서 때려줄까??????? 말만해!!!!!!!!!!!!!

너 이모부가 너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이모부는 항상 네 편이다. 잊지 마. 나의 소중한 아일린!

 

 

 

저는 옆에서 듣다가 식겁 했네요.

나의 컨셉은, 조카들 페이스북에서 본 것들 직선적으로 아는 체 하지 않기, 인데

저 아저씨는 내가 보고 걱정되서 한 말을 가지고

바로 저렇게 아이한테 자기가 가서 때려 주겠다고.

아...정말 눈치없는 남자와 살기 고달프다...

 

 

아이가 더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여서 저 주제는 금방 끝이 났는데,

아놔 나라도 얘기하기 싫겠어요.

웬 이모부가 자기 엑스 보이프랜드 가서 때려 주겠다는 소리나 하면.

제가 뭐라고 한 마디 했더니

자기는 참을 수가 없대요.

도대체 어떤 되먹지 않는 놈이 우리의 사랑스런 조카양한테 그런 소리를 했는지.

 

 

진짜 가서 때려 주라고 하면 하지도 못할 위인이, 큰 소리는..

 

 

그래도 자기가 말이라도 그렇게 해줘야 아이가 자기 편이 있다고 생각을 할 거라나..

자기는 자라면서

친구들하고 싸우면 자기 부모님들이 무조건 상대방 이해하라는 소리만 했어서

너무 싫었대요.

누군가 저렇게 말을 해 줬으면...하는 생각 많이 했었대요.

조카양이 자기가 저렇게 말을 한 것에 대해 든든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사람은 누구나...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상대방에 대한 사랑을 표현 하는건가..

 

 

어쨌든,

나도 아이들 페이스북 계속 모니터 하려면 지나친 주책은 자제해야 한다고

앞으로는 그런 식으로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를 했고요,

(누구 친구 관계 다 절단 내려고.

늙은 이모 초대해 준 것 만도 감지 덕지인데 눈치껏 해야 하잖아요)

 

 

오늘은

아침부터 비도 주룩주룩 내리고,

사랑의 아픔으로 싱숭생숭할 8학년 조카를 위해

페이스북의 이런 저런 사용 방법도 익힐 겸

유투브에서 동영상 하나 제 페이스북에 퍼다 놨네요.

쟤네들이 요즘 듣는 사랑 노래는 뭐가 됬거나, 저는 암튼지 내 세대의 노래를 하나 퍼다 놨어요.

내 페이스북인데 내 맘대로지 뭐.

 

 

엄정화의 '다가라'

 

 

찌질한 보이들, 엄하게 멀쩡한 걸들한테 상처주지 말고 다 가라 정말.

 

 

그리고 나서는 좋은 사랑 노래 하나도 필요할 것 같아서

(사람이 희망을 갖고 긍정적으로 살아야죠 그쵸?)

제가 좋아하는 일본 노래 하나 또 퍼다 놓고.

(dreams come true의 love love love)

고 다음에 오늘은 내가 듣고 싶었던 노래 하나 또.

 

 

고건 여기다 한 번 링크 시도해 볼께요.

유투브에서 페이스 북으로 퍼 가는 건 엄청 쉽던데

여기다 퍼 오는 건 한 번도 시도를 안 해 봐서...

 

여튼 한 번 시도해 봅니다.

 

 

여러 버전 중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버전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