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은 교자상은 평소에 접어서 벽 한 쪽 구석에 세워 두었다가

손님이 왔을 때나 펴지

두 부부가 밥 먹을 때는 거의 쓰질 않아요.

평상시에 밥 먹는 스타일이 저렇습니다.

접시에 밥이랑 반찬들 부페식으로 조금씩 덜어서 그냥 저렇게 먹어요.

아이들도 있고 식구가 많은 다른 집들은

저녁 한 끼 온 식구가 함께 먹는 것이니

찌게도 푸짐하게 끓이고 반찬도 넉넉하게 해서 그렇게 먹겠지만

저는 일 하면서는 도저히 저녁 밥 신경써서 못 해 먹겠더라고요.

저녁에 많이 먹는 것 건강에도 안 좋다 하는 걸로 위안하면서

대충 먹는 편인데

오늘 특별히 힘 좀 내 봤습니다.

잘 해 먹는 집에서는 좀 우습겠지만..

저 정도면 저희 집에선 제가 아주 잘 차린 저녁 밥이예요. 아하하.

두부도 팬에 부쳤고

꽁치도 조렸고

스트링 빈도 데쳤다 볶았고.

김치도 (제가 담근 것은 아니지만) 홈 메이드.

아주 귀하게 얻어 온 것이고.

이 바쁜 현대인의 생활에서

집 밥 만큼 좋은 것이 어디 있나요.

이제 나가서 돈 좀 번다고 하니까,

거짓말 같이

제 딱 한 달 벌이 만큼의 목돈이 다음 달 당장 나가야 할 일이 생겨 버렸어요.

아니 왜 나는 생기는 일마다 이렇게 드라마 같냐....아우 진짜 웃긴다...

어제 저녁, 정말 생각지도 못한 그 반갑지 않은 소식을 듣고

아이구야 내가 힘들게 번 돈

나는 써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나가는 구나...

아이구야 열 받아라...

남편과 제가 뒷목을 잡고 오르는 혈압을 진정 시키려고 애 쓰다가

기왕 이렇게 된 거

이제 그만 스트레스 받자, 30분 여 만에 둘이 뚝딱 합의를 했네요.

어차피 나갈 돈이면 돈 만들어 내보낼 준비하고 빨리 잊어 버리기로.

오늘 생각해 보니까..

다행인 거예요.

이런 일이 내가 직장이 생긴 다음에 터졌다는게.

지금도 일을 못하고 있는 중이었으면 또 고민이 클 번 했는데

여튼 내가 버는 걸로 충당이 딱 되는 액수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남편한테

이 일 해결하고

결혼 기념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굴 먹으러 가자고 했습니다.

다음 달 말에 결혼 기념일이 있거든요.

나는 그 날에는 꼭 생굴 먹어야 겠다고.

먹는 데 집착이 큰 인생이라

결론은 꼭 잘 챙겨 먹고 좋은 음식 먹고

먹고 싶은 건 다 먹고

그리고 힘 내서 살자!

이렇게 되는군요.

오늘 저녁도 그런 맥락으로 으쌰 으쌰 힘내서 차린 밥상입니다.

내일 퇴근하고는 둘이 만나서 한국 마켓으로 장도 보러 가기로 했어요.

맛 있는 거 먹고 싶은 건 싹 쓸어 올 거예요.

저녁 잘 먹고 비타민 세 가지 잘 챙겨 먹고

홍삼 액기스까지 국자로 퍼 먹고 났더니,

(아니 이건 사실 뻥이고 그냥 원래 먹는 만큼 티스푼으로 떠 먹었어요 ㅋㅋㅋ)

여튼 그랬더니 기운이 다시 납니다.

다음 달 말에 생굴 먹겠다는 희망으로 한 달 또 버텨 봐야죠.

매일 매일 저녁 밥 맛있게 해 먹을테다.

이래서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나오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