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ly Madly Guilty

By

Liane Moriarty

'이 이야기는 이웃의 백야드에서 있었던 바베큐 파티로 시작된다' 라고 클레멘타인 (Clementine)은 말했다. 마이크를 통해 나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더 웅장했고 부드러웠는데, 좀 더 권위있게 들렸다. 그녀는 계속해서 '그것은 그냥 평범한 백야드에서 있었던 평범한 이웃과의 바베큐였다'고 말했다. 어린시절부터 클레멘타인과 가장 친한 친구인 에리카 (Erika)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글쎄, 그것은 그냥 평범한 백야드가 아니지, 라고 생각했다. 어느 누구도 그날 바베큐를 주관한 이웃인 비드 (Vid)의 백야드를 평범하다고 말하진 않을테니까 말이다.

지금 하고 있는 클레멘타인의 대담은 시내에서 45분 떨어진 교외에 있는 새로 보수한 도서관의 이벤트 룸에서 있었던 행사였고, 에리카는 청중의 뒷열 중간에 앉아 있었다. 청중은 20명 정도 되는 것 같았는데, 대부분은 나이든 사람들이었다.

클레멘타인이 도착하기 전, 에리카는 그녀의 강연이 어떻게 설명되어 있는지 보기 위해 도서관 웹사이트를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시드니 (Sydney)에 살고 있는 엄마이며 유명한 첼리스트인 클레멘타인 하트 (Hart)가 그녀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제목은 '어느 평범한 날' 입니다.”에리카는 클레멘타인을 '유명한 첼리스트' 라고 소개한 글귀가 약간 거슬렸다.

클레멘타인은 '그날은 그저 평범한 일요일 오후였어요' 라고 말했다. 그녀는 유독 '평범한' 이라는 말을 반복했는데, 아마도 그녀는 그것을 평범한 교외에 나와 있는 이 평범한 사람들과 결부시키기로 작심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때 클레멘타인이 '그날은 초겨울이었는데, 춥고 잔뜩 흐린 날씨였다'고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에리카는 놀라서 의자에서 몸을 움직이며 속으로 '뭐라고? 그날은 아주 화창한 날씨였는데?'라고 말했다. 혹여 그날이 바베큐를 하기에는 조금 싸늘했을 수는 있지만 전혀 잔뜩 흐린 날씨는 아니었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기억하듯 클레멘타인이 그날을 그렇게 기억한다고 해도 에리카가 기억하는 단어는 비드의 '참으로 아름다운'이라는 말이었다.

에리카는 클레멘타인의 마이크가 조금 높은 것 같아 각도를 조절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가 만약 그러기 위해 그녀가 일어서면 클레멘타인에게 방해가 될까, 하고 잠시 생각했다. 몇초밖에 걸리지 않을텐지만, 에리카는 클레멘타인이 그녀가 그날 그곳에 참석하는 걸 원치 않았었다는 생각이 떠올라서 그냥 그대로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곳에 참석하겠다고 말했을 때 클레멘타인의 얼굴에 스쳤던 그 충격받은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비록 클레멘타인이 재빨리 자신을 추스리며 좋다고, 아주 기쁘다며 끝나고 지역 푸드 코트에서 커피 한잔 같이 하자고 말하긴 했지만 말이다.

클레멘타인이 첼로 없이 무대 위에 있는 것을 보는 것은 이상했다. 청바지에 꽃무늬가 있는 블라우스를 입은 그녀는 극히 평범해 보였다. 청바지를 입은 클레멘타인의 다리는 짧았고, 오늘 신은 납작한 발레 슈즈가 다리를 더 짧아보이게 했다. 한 마디로 말하면, 단상을 향해 가는 오늘 그녀의 모습은 '촌스러웠다'. 그녀가 첼로를 연주할 때의 모습은 항상 섹시했고, 꽤 이국적이었으며,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에리카는 클레멘타인이 연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치 얻을 수 없는 뭔가를 갈망하듯 상실감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녀는 항상 그 감정은 질투라기 보다는 뭔가 더 복잡하고 흥미로운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자신은 악기를 연주하는 것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결국은 모두 질투로 인한 것일 수도 있었다.

보통 그녀가 연주했던 고요하고 끝없이 높은 천장의 콘서트 홀이 아닌,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주차장이 보이는 이렇게 작은 공간에서 자꾸 끊어지는 정말 요점없는 소규모의 대담을 하고 있는 클레멘타인을 보면서 에리카는 메이컵을 하지 않은 모습으로 삼류 잡지에 모습을 드러낸 영화배우를 봤을 때의 그런 부끄러운 만족감을 느꼈다. 너도 전혀 특별하지 않구나 싶은.

그런데, 클레멘타인이 그날의 얘기를 계속하던 중 어떤 지점에서 에리카를 바라보았는데, 그 순간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로 얻은 공황장애가 그녀를 덮쳐왔다. 그녀는 그곳을 빨리 빠져 나가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 일어나 나오는데 뒤에서 클레멘타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그날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큰소리로 불렀다고 말하며 '클레멘타인!'하고 그 목소리 흉내를 냈다. 에리카는 나가다 말고 그 자리에 우뚝 섰다. 방금 클레멘타인이 흉내낸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에리카 자신이었다.

하지만 그 장면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기억이 있어야 하는 공간은 새하얗게 비어 있었고, 만약 그녀가 그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기억과 지금 클레멘타인이 얘기하고 있는 것 사이에 의문을 초래할 수도, 변칙이나 차이를, 그것도 극도로 중요하고 걱정스러운 차이가 있음을 보여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제 공황장애가 최고조에 다다라 그녀는 쓰러질 것 같았다. 그녀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걷잡을 수 없이 내리는 빗속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빗속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조금 안정이 되었다. 에리카는 전화를 꺼내 클레멘타인에게 급히 나오게 되어서 미안하다고, 직장에서 일이 생겼다고, 오늘 멋졌다고, 나중에 얘기하자고 메시지를 보냈다.

클레멘타인의 얘기를 듣자고 귀중한 시간을 내어 그곳에 간 것은 판단 착오였던 것 같았다. 그저 힘이 되어 주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리고 일정하게 일어난 일들 중에서 없어져 버린 그날의 일들에 관해 알게 되기를 바랬다. 그날 오후에 대한 그녀의 기억은 옛날 영화의 한 조각 같았고, 누군가 가위로 어떤 장면들을 잘라버린 것 같았다. 남아 있는 건 그냥 조각들이었다. 시간의 얇은 조각들. 그녀는 그저 다른 누군가에게 기억하지 못한다고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 그 조각들 사이를 메꾸고 싶었다.

잠시 후, 택시를 타고 가고 있는데 그녀의 셀폰이 울렸고, 발신자를 확인하자 그것은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얘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 그녀의 엄마에게서 온 전화였다. 받고 싶지 않았지만 몇분 전 그녀가 회계사라는 걸 알게 된 운전사가 금방이라도 세금에 대해 뭔가를 물어보고 싶어하는 것 같아 할 수 없이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호더' (hoarder)인 엄마와 얘기를 하면 할수록 역시 받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가 밀려 왔다. 엄마는 또 글루틴 프리 요리책을 샀다고 말하며 에리카에게 요리를 해주고 싶다고, 집으로 오라고 말했다. 에리카는 단호히 정해진 날짜 아니면 엄마 집에 가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하며, 속으로 더 이상 엄마와 대화를 말아야 한다고, 감정의 지뢰밭에서 빠져 나오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런 상황을 위해 자신이 수천 불을 지불하며 치료를 받고 있는 거 아닌가 말이다. 그녀는 엄마가 더 이상 얘기할 틈을 주지 않고 얼른 작별인사를 했다.

잠시 후 다시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엄마이면 받지 않으려고 했는데, 다행히 그것은 남편 올리버 (Oliver)에게서 온 것이었다. 그와 잠깐 엄마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올리버가 클레멘타인의 대담에 대해서 물었다. 사실 올리버는 에리카가 그곳에 참석한다는 것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는 에리카의 그날의 기억에 대한 빈 부분을 메꾸려고 하는 강박적인 욕망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올리버는 그것을 얼마 전 클레멘타인에게 했던 쉽지 않은 부탁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는, 그녀를 꼼짝 못하게 할 수 있는 완벽한 기회로 보았다. 그래서 올리버는 에리카가 클레멘타인에게 그것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고 하자 몹시 아쉬워 했다.

한편, 바베큐가 있던 날, 에리카는 막다른 곳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다가 집앞에 서 있는 이웃인 비드를 만났다. 에리카를 보자 그는 그녀의 차 옆으로 와 쇼핑 다녀 오는 길이냐고 물어서 에리카는 오후에 클레멘타인과 샘이 아이들을 데리고 차 한잔 하러 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녀가 그저 클레멘타인이라는 이름을 말했을 뿐인데 비드의 얼굴이 즉시 밝아지며 반가워했고, 그는 뜬금없이 모두들 자기 집으로 와서 바베큐를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이 화장하고 멋진 날씨를 즐기자고 했다.

에리카는 그 자리에서 '아니'라고 했어야 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에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그날 역시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올리버는 그녀가 그날의 계획을 변경하는 걸 원치 않을 것이었다. 클레멘타인과 만나서 얘기를 나누기로 한 그날의 계획은 너무나 중요했고, 그날은 결정적인 날이었다. 잠정적으로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하지만 그녀는 비드의 초대를 거절하지 못했다. 그때 마침 올리버가 쓰레기 봉투를 들고 문을 열고 나오는 게 보였다. 그를 보더니 비드는 바베큐 파티 얘기를 했고, 그 말을 들은 올리버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한편, 도서관에서 대담을 마치고 나온 클레멘타인은 예정 시간 보다 20분 늦게 나서게 되어서 돌아가는 걸 서둘렀다. 오후엔 2주전에 잡힌 약속이 정해져 있었다. 그것은 다가올 시드니 챔버 오케스트라 오디션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마음이 급했다. 도서관에서, 에리카를 볼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청중들 사이에 앉아 있는 에리카를 보자 가슴이 떨렸다. 왜 온다고 했을까? 그것을 클레멘타인의 다른 공연처럼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미 알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근무중 그곳까지 온다는 것은 에리카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더구나 중간에 일어나 나가버리기까지! 물론 그녀가 일이 생겼다고 텍스트를 보내기는 했지만 그런 것 같진 않았다.

솔직히 그녀가 떠나자 클레멘타인은 안도감이 느껴졌다. 자석처럼 그녀의 관심을 잡아 당기는 그 작고 강렬한 얼굴을 향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그녀는 에리카에게 오늘이나 내일 아침 전화를 할 생각이었다. 에리카는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충분한 시간이 지났으니까. 물론 한 가지 답변만이 있겠지만, 클레멘타인은 적당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더 이상 그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오디션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그일은 그일이고 오디션은 오디션이라고 구분지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일에 익숙치 않았다. 샘은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는 것도 잘하는데. 보통은 보통 남자들이 여러가지를 함께 하는 게 힘들다고 하는데, 그녀 부부는 오히려 반대였다.

그날 저녁에는 엄마가 마련해 준 샘과의 데이트 약속이 있었다. 그것은 요즘 그들 사이가 원만하지 않다는 것을 눈치챈 그녀의 엄마가 제안한 것이었다. 그녀는 아이들을 봐주기로 했고 심지어 예약까지 해 주었다. 아마 오늘 밤은 괜찮겠지. 신날 수도 있어. 그녀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썼다. 둘중 한 사람은 그래야 했다. 물론 그렇지 않았지만, 그녀에게는 바베큐 날 이후 계속 비가 내리고 있는 것 같았다.

바베큐 날, 에리카 집으로 가기 전 아침에, 샘은 그녀 모르게 아이들과 합세해서 가짜 오디션 무대를 꾸며 놓았었다. 클레멘타인은 거실 가운데 홀로 외롭게 놓여 있는 의자를 보면서 몸이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그녀가 참가했던 모든 오디션이 갑자기 머리에 떠올랐다. 더 이상 오디션에 참가할 수 없게 된 마지막 오디션까지.

사실 그녀는 너무나 그 일을 하고 싶었다. 이제 아이들도 학교와 데이 케어에 다니고 해서 다시 정상 궤도의 경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성적으로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겠으나, 문제는 심신을 미약시키는 오디션에 대한 포비아였다. 공포에 대한 그녀의 공포.

그녀는 극심한 공포가 시작된 것이 언제인지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어느 무더운 여름 날, 퍼스 (Perth)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모든 오디션은 악몽같은 면이 있었지만 그날의 그것은 특히 충격적이었다. 당시 감독은 그녀에게 무대 위에 올라가기 전에 신발을 벗으라고 했다. 하이힐의 따각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와 그녀의 성별을 알리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또한 그녀에게 기침을 해서도, 목청을 가다듬어도 안된다고 했다. 그것 역시 그녀의 성별을 나타내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는 그것에 너무 집착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무대 위로 올라 갔을 때, 스타킹만 신은 그녀의 한발이 미끄러졌고, 그녀는 매우 여성스러운 소리로 꽥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마침내 조율할 때가 되자, 그녀의 상태는 엉망진창이었다. 떨다가 땀을 흘렸다가 떨다가를 반복하면서 그녀에게 든 생각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 뻔한 그 오디션을 위해 항공편과 숙박비로 얼마나 돈을 들였는가 하는 거였다. 그녀는 정말 오디션이 싫었다. 만약 그 일을 하게 된다고 해도 다시는 오디션을 보고 싶지 않았다. 결단코 다시는.

결국 샘의 노력에도 그 가짜 무대는 효과가 없었지만, 클레멘타인은 그런 노력을 해준 그가 고마웠다. 그는 그녀의 연습을 위해 오후에 에리카의 집에 가기로 한 걸 취소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클레멘타인은 취소할 수 없다며, 에리카가 뭔가 논의할 일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샘은 좀 불길하게 들린다고 했지만, 클레멘타인은 조금 심란해 하면서 그게 무엇이든 괜찮을 거라고 대답했다. 사실 오늘 일에 대해서 그녀에게도 불안감이 조금 있었지만, 그것은 아마도 그저 오디션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고, 그것은 이미 모든 것을 그렇게 느끼게 만들어 버렸음을 인정해야 했다. 놀랄만한 일은 없을 것이었다. 그것은 그저 어느 화창한 날 오후의 티타임일 뿐이었으니까.

한편, 클레멘타인의 도서관 대담이 있던 날, 샘은 출근길 페리를 타고 가면서 깊은 시름에 잠겨 있었다. 그는 요즘 직장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만약 오늘까지도 어떤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는 아마 해고 될지도 몰랐다. 그의 직속 부하 직원들은 컴퓨터 기술에 능통한 20대 젊은이들이었는데, 그가 그들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관리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그가 화이트 칼라가 아니라 블루 칼라직에 종사하고 있었다면 일주일 전에 이미 잘렸을 것이었다. 이전 날처럼 사무실에 그냥 앉아서 멍하니 아무 것도 없는 빈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을 그냥 내버려 두진 않을 테니까 말이다.

샘은 페리에 앉아서 출근하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번도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같이 회사에 속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물론 그는 항상 자신의 일을 충분히 잘해냈고, 그것은 모기지와 생활비를 버는 데 충분한 자극이 되었다. 그는 아버지나 다른 형제들처럼 무역을 하고 싶었지만 그의 엄마는 그가 사업가가 되기를 바랬고, 그는 그저 그말을 묵묵히 따랐다. 솔직히 자신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도 모른채 말이다. 그래서 지금 그는 그저그러한 중간급의 매니저로서 에너지 드링크를 파는 일에 열정적인 것처럼 가장한 채 잘못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뭐가 달라지는데? 그 페리를 타고 있는 사람들 중 몇 퍼센트가 자신의 일에 만족하면서 살겠는가? 사람들이 클레멘타인에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말할 때면 그녀는 그런 특권을 충분히 감사해 하지 않는 듯 때론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그녀는 항상 자신이 충분히 훌륭한 연주를 했는지 두려움에 대한 공포감이 있다고. 그녀의 음악에 대한 이런 신경질이 그를 항상 당황스럽게 했고 신경쓰였다. 그저 연주만 하면 될 것을. 하지만 처음으로 그는 그녀가 '오늘은 연주를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직장을 잃을 순 없다고 생각하다가 그는 그 바베큐가 있었던 날 아침을 상기했다. 누군가 그에게 그날 아침이 어땠었는지 물어본다면 그저 행복했다고 대답할 것이었다. 클레멘타인을 위해 가짜 오디션 무대를 꾸면 봤지만 별 효과가 없었고, 그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기 위해 딸 루비 (Ruby)의 한쪽 신발을 찾았지만 찾지 못했다. 클레멘타인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던 그의 계획은 실패했지만, 그는 쉬는 시간엔 일손을 돕는 아버지, 그의 아버지는 한번도 그렇게 하지 않았던 착실한 아버지 역할을 한다는 칭찬을 듣기 위한 것이 아닌, 동정어린 하지만 유쾌하게 웃음짓는 그런 아버지 역할을 충실히 했던 그런 날이었다.

그날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는 비드의 아내 티파니 (Tiffany)를 떠올렸고, 클레멘타인에게 몇번이나 얘기하려고 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입을 닫았던 일을 떠올리며 주체할 수 없이 화가 치밀었다. 그는 옆에 놓인 신문을 들어 올려 헤드라인을 읽다가 자신이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그의 앞에 앉아 있던 여자에게 미안하다고 했지만 그녀는 그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랬다. 그날 이후 그는 점점 더 미쳐갔다.

그는 고개를 돌려 창문을 바라봤다. 해외 여객 터미널을 보면서 그날 밤 그곳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클레멘타인과 저녁을 먹기로 한 약속이 생각났다. 그곳은 터무니 없이 값만 비싼 식당으로 그는 정말 가기 싫었다. 그녀에게 할 말이 없었다. 그날 클레멘타인은 교외에 있는 도서관에서 무슨 강연을 한다고 했는데 그런 그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때 그의 머리속에 헤어짐이라는 단어가 스쳐갔다. 그들에게 있어서의 헤어짐이란 여자친구 남자친구 사이의 단순한 '헤어짐'이 아닌 결혼한 사이의 '갈라섬'을 의미했다. 물론 그와 클레멘타인은 갈라서지 않을 것이고, 지금까지 사이가 괜찮았었다. 그런데 '갈라선다'는 단어는 이상하게 뭔가 끄는 게 있었다. 그것이 해결책처럼 느껴졌다. 만약 그 자신을 떼어내거나 분리시킬 수 있다면, 혹은 제거할 수 있다면 정말 안도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뭔가를 잘라내는 것 처럼.

그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페리가 흔들리자 그는 균형을 잡으려고 의자 등받이를 잡았다. 그리고 바깥의 빈 데크로 나가 서있었다. 그는 페리 가장자리를 따라 쭉 쳐져있는 레일을 붙잡았다. 그것은 비로 인해 미끄러웠다. 그는 그곳에 있고 싶지도 않았지만 집에도 있기 싫었다. 그는 어디에도 있고 싶지 않았고, 오로지 그 터무니 없는 야드에 있었던 그 시간, 티파니라는, 그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녀와 함께 웃음지었던 그 순간, 그녀의 몸을 직접 바라보진 않았지만 충분히 의식하고 있었던 그 순간에 머물러 있고 싶었다. 바로 거기. 그곳에 그는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었다.

그가 필요로 했던 건 그 이후의 5분이라는 시간이었다. 그저 다시 한번의 기회, 만약 그저 다시 한번의 기회를 갖게 된다면 그는 항상 자신이 그렇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상남자처럼 행동할 수 있을텐데.

그 바베큐 날, 루비의 신발 한짝을 찾지 못해 샘이 아이들을 데리고 못나가자 클레멘타인은 결국 연습 시간 같은 건 없었던 일로 하자며, 샘에게 에리카가 현관문 옆에 신발장을 놔두고 아이들이 집에 오자마자 그것들을 신발장에 넣도록 훈련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에리카가 옳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샘은 '맞아, 그 여자는 항상 옳아'라고 대꾸했다.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아니 클레멘타인이 그렇게 알고 있었던 에리카는 부모가 해야할 일에 대해서 거의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었다. 그녀에겐 '아이도 없으면서 네가 어떻게 알아'라는 말로 반박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조언을 하면서 항상 그것의 출처를 밝혔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친구 앤슬리 (Ainsely)는 에리카가 독성이 있는 존재라며 클레멘타인에게 그녀를 끊어내라고 충고했지만, 에리카는 그럴 수 없었다. 에리카는 그녀의 딸 홀리 (Holly)의 대모였다. 물론 둘의 우정을 끊어낼 수 있는 순간이 있었다고 해도 이미 때를 놓쳤다는 생각이었고, 누군가에게 그런 일을 할 수도 없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에리카는 몹시 괴로워 할 것이었다.

다행히 에리카가 올리버와 결혼을 한 후 둘의 우정은 좀 더 감당하기가 쉬워졌다. 비록 앤슬리의 '독성'이라는 말에 대해 움찔하긴 했지만, 사실 에리카를 볼 때마다 클레멘타인이 느끼는 감정이 바로 그것이었다. 강한 악감정, 그리고 자신에 대한 실망감. 그녀는 그것을 감추거나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애를 써야했다. 왜냐하면 에리카가 악하거나 잔인하거나 바보같다기 보다는 단지 신경쓰이게 하는 인물일 뿐이었으므로 그녀의 그런 점에 클레멘타인이 반응한다는 것은 전혀 불필요한 일이었고, 그것은 그녀를 부끄럽고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에리카는 클레멘타인을 좋아했다. 그녀는 클레멘타인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해 주었다. 그런데 왜 그녀는 클레멘타인을 그렇게 당혹스럽게 만드는가? 그것은 알러지 반응 같았다. 지난 세월 동안 그녀는 둘이 같이 있는 시간을 되도록이면 줄여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예를 들면, 오늘처럼 에리카가 점심을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자동적으로 '그냥 차나 마시자'라고 얘기한 것처럼 말이다. 함께 할 때는 좀 더 짧은 시간을. 정신을 놓지 않을 정도로만.

에리카는 16살 때 자신은 아이들을 낳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클레멘타인은 이상하리만치 이것에 대해 생각치 않았는데, 에리카에 대해 그렇게 분노가 치미는 이유가 바로 그 말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아내는 데 시간이 걸렸다. 물론 그동안 에리카가 그녀를 화나게 한 이유는 여러가지 복합적이었지만, 바로 그 말을 자신이 먼저 하고 싶었는데 에리카가 먼저 발설을 해버렸다는 것에 몹시 화가 났던 것이다. 클레멘타인은 보다 열정적이고 창의적이며 보헤미안적인 사람이었다. 반면 에리카는 좀 더 보수적이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규칙을 잘 따르는 사람이었다. 에리카는 어카운팅과 파이낸스를 동시에 전공하여 경제학 학위를 따고 싶어 했고, 집과 주식 포트폴리오 그리고 파트너쉽을 빠르게 딸 수 있는 'big six'에서의 직장을 꿈꿨다.

17살 때, 에리카는 어두침침한 고스 음악에 심취해 록스타 같은 복장과 헤어스타일을 하고 클럽에 다니면서도 술대신 물을 마시고 학교 숙제를 꼬박꼬박 했고, 반면에 클레멘타인은 술을 마시고 춤추고 아무나 만나 키스하고 집에 오는 내내 울음을 터뜨렸던 사춘기를 보냈다. 그런 시기를 거쳐, 현재, 에리카는 예전의 'big six' 가 아닌 'big four' 중의 하나에서 일하고 있으며 그들이 자란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모기지가 없을 것이 분명한 방 세개짜리 집을 소유하고 있었다. 물론 클레멘타인은 아이들을 낳기로 한 그녀의 결정을 후회하진 않았다. 그들의 무분별한 행동에 대해서도 사랑하지만 물론 모든 건 타이밍이었다. 집 모기지를 좀 더 페이하고 그녀의 경력이 좀 더 안정된 기반을 확립할 때까지 아이를 갖는 걸 좀 더 늦췄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또한 아무도 그녀에게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당신을 당신의 재능이나 교육 그리고 성취 같은 것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가장 기초적이고 원시적인 곳으로 이끌고 간다'는 사실을 그녀에게 경고해주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잠시 후, 에리카에게 전화가 와 바베큐 얘기를 했다. 그리고 그것을 제안한 그녀의 이웃인 비드를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물론 클레멘타인은 그들을 기억했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에리카의 집에서 있었던 괴상한 파티에서 그들을 한번 만났었다. 에리카는 주춤거리며 비드가 바베큐를 몰아부쳤다면서, 올리버는 자신이 비드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에 짜증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 클레멘타인과 논의하기로 했던 것에 대해 이젠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했다며, 바베큐 파티 이후에 다시 한번 더 시간을 내서 잠깐 그녀의 집으로 와주면 좋겠다고 했다. 클레멘타인은 괜찮으면 바베큐 전에라도 자신은 괜찮다고 말했다. 그리고 에리카에게 무슨 일인지 조금 힌트라도 주라고 말했다. 그러자 에리카는 안된다고 했다. 둘은 바베큐 전에 '그것'에 대해서 얘기 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한편, 티파니는 우산을 들고 재활용 쓰레기통을 진입로 앞으로 갖다 놓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아침에 다코타가 학교 앞에서 그녀를 향해 웃어줬던 미소를 생각했다. 다코타는 티파니가 다른 사람의 엄마인 것처럼 웃어주었다. 분명 다코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특별한 일일수도 있고 아무 일도 아닐 수도 있었다.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미묘하게 거리감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것은 마치 그녀가 보이지 않는 유리 거품 속에 있는 것 같았다.

티파니가 덜컹거리는 쓰레통을 끌고 거리로 나오자 올리버 역시 쓰레기통을 끌고 나왔다. 그와 반갑게 인사는 했지만, 티파니는 속으로 젠장 하고 말했다. 바베큐 이후 에리카나 올리버와의 대화는 마치 헤어진 남자친구와 얘기를 하는 것처럼 뻣뻣하고 어려웠다. 그 헤어짐이 마치 그녀의 잘못이고, 그녀가 부정한 행위를 해서 그렇게 된 것 같은. 그녀가 에리카와 클레멘타인 가족의 안부를 묻자 올리버는 잘 지낸다고 대답하더니 얼른 화제를 돌려 다른 이웃인 해리가 쓰레기통을 여러 날 내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리버가 해리가 오랫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걱정하면서 자기가 그의 집 문을 두드려 봐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하자 티파니는 해리가 그에게 욕을 퍼부을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말렸다. 티파니는 해리의 허름한 이층집을 바라보았다. 정원이며 지붕이며 모두 손을 봐야 할 것 같은 형상이었다. 티파니는 해리를 본 게 언제였는지 되집어 보았다. 그때 뭔가가 떠올랐다. 그녀는 올리버에게 그를 본 지가 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그녀는 언제 그를 마지막으로 봤는지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베큐가 있었던 날 아침이었다. 망할 놈의 바베큐. 그것은 처음부터 그녀가 원치 않았던 행사였다.

그날 아침, 비드가 신문을 가질러 간다고 나가고 티파니는 식탁에서 아침을 먹으며 이메일을 체크하고 있었다. 다코타는 창문 옆 의자에 옆으로 누워 강아지 바니와 함께 아침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고 있었다. 티파니가 메일 박스에서 타코타가 입학할 최고 상류층 사립학교인 세인트 아나스타시아스 (St. Anastasias)로부터 온 이메일을 열고 확인하고 있는데, 잠시 후 문이 열리고 비드가 들어오면서 반가운 소식이 있다며 이웃을 바베큐에 초대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티파니는 몹시 화가 났다. 다음 주에 해야 할 산더미 같은 일들이 떠올라 정말 일요일인 그날만은 푹 쉬고 싶었다. 하지만 비드는 그렇게 화창한 날 그저 집안에서 빈둥댄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그녀의 의견을 일축해 버렸다. 티파니는 지난 해 에리카와 샘의 집에서 있었던 생전 처음 겪었던 요상한 파티가 생각났다. 그때 그들은 클레멘타인과 샘을 처음 만났다.

잠시 후 티파니와 비드가 클레멘타인의 딸들에 대해서 다코타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꿍꽝거려서 티파니가 나가보니 그것은 이웃 해리였다. 그는 자신의 집에 잘못 배달된 편지를 들고 왜 자신이 매번 배달원이 되어야 하냐면서 티파니에게 '바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본인들의 메일에 대해서는 본인들이 책임을 지라며 소리쳤다. 티파니는 해리에게 이번이 그저 두번째라고, 그것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 우편배달원의 잘못이라고 말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잠시 후 비드가 다가와 웃으며 해리를 바베큐에 초대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비드는 앞으로 메일이 잘못 배달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하면서, 하지만 자신의 아내에게 '바보'라고 부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그것은 전혀 이웃답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해리가 돌아가고 문을 닫는 순간 그 일은 잊어버리고 즐거운듯이 빵을 굽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서관에서 사무실로 돌아온 에리카는 괜히 시간과 택시비만 버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녀가 그곳에 참석한 것은 잃어버린 기억의 갭을 찾기 위해서였지만 도움이 된 것 같진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언짢은 기억들만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일에 몰두했다. 일에는 감정이 전혀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에리카는 자신이 클레멘타인과 같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안도감이 느껴졌다.

잠시 후 메일을 체크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려 보니 그것은 올리버에게서 온 것이었다. 그는 방해해서 미안하다며 용건을 빨리 끝내겠다고 하면서 근래에 해리를 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모르겠다며 전화를 끊은 에리카는 그일을 무시해버리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녀는 해리를 언제 마지막으로 보았는지 생각해 보다가 바베큐 날 아침 마켓에 가는 길에 그를 보았던 것이 생각났다. 그날 그차를 타고 가면서 그녀가 본 해리는 그를 향해 짖는 비드의 개를 향해 소리를 치고 있었고, 잠시 후 비드가 밖으로 나오는 걸 백미러로 본 것이 다였다. 그녀는 비드가 개를 데리러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창가에 서서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번개가 쳤고, 그때 그녀의 뇌리에 창문에 두손을 대고 있는, 크게 벌린 입 외에는 형체가 없는 얼굴이 번개처럼 떠올랐다가 쪼개지며 수천개의 조각으로 산산히 부서져 버렸다.

한편, 에리카와 통화를 끝낸 올리버는 해리를 마지막으로 언제 보았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바베큐 전날 오후였다. 그날 해리는 올리버와 잡담을 하기 위해 왔었는데, 비드와 티파니의 개가 밤새 짖어 잠을 못자게 한다는 불평을 했었다. 그것은 거의 두달 전이었고 그 이후 올리버는 해리를 보지 못했다. 그는 에리카에게 경찰에 신고를 하든 어쩌든 해야겠다고 얘기를 하고 난 후 아무래도 해리의 집에 가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문을 열었는데 놀랍게도 티파니가 우산을 쓰고 그의 집 앞에 서있었다. 그녀 역시 해리가 걱정된다며 함께 그의 집에 가보자고 말했다. 해리의 집에 도착한 올리버는 에리카가 말한대로 열쇠를 찾기 위해 현관 매트 아래를 들춰 보았지만 그것은 그곳에 없었다. 그는 역시 에리카가 말한대로 옆에 있는 화분 밑을 들춰 보았고, 그곳에서 열쇠를 찾았다.

그리고 해리의 이름을 부르며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거실에서 죽은 지 오래 된 채 이미 썩어가고 있는 해리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나중에 온 경찰은 해리가 계단에서 떨어졌거나 심장마비로 쓰러진 것 같다고, 부검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바베큐 전에 에리카의 집으로 간 클레멘타인은 올리버와 클레멘타인에게서 결코 쉽지 않은 부탁을 받게 되고, 올리버는 클레멘타인에게 지금 당장 대답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잠시 후 비드의 집으로 간 네 사람은 어색한 분위기에서 얘기를 나누다가 다코타와 놀고 있던 아이들 방에서 소리가 들리자 기다렸다는듯이 샘이 먼저, 그리고 얼른 클레멘타인이 뒤따라 그곳으로 간다. 잠시 후, 에리카는 나타나지 않는 클레멘타인과 샘을 대신해서 루비의 기저귀를 갈아 주기 위해 적당한 장소를 찾고자 비드의 집안을 돌아다니다가 아까 애들이 놀던 방에서 소근거리는 클레멘타인과 샘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에리카는 그자리를 떠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안에서 들려오는 결코 듣고 싶지 않은 클레멘타인의 얘기에 당황해 발걸음을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잠시 후, 샘이 밖으로 나오다가 에리카가 문앞에 서있는 것을 보고 놀라고, 뒤따라 나오던 클레멘타인 역시 몹시 놀란다.

그리고 몇시간 후, 그곳에서 그들 모두의 삶을 송두리채 바꿀 사건이 발생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