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ire Falls

By

Richard Russo

오래 전, 메인 (Maine)의 엠파이어 폴즈 (Empire Falls)에는 화이팅 가 (Whiting Family)가 소유했던 섬유 공장과 의류 제조 공장이 있었다. 처음 화이팅 가 첫세대는 벌목업을 했었는데, 그것이 다른 쪽으로 이동하자 그들은 섬유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엘리야 (Elijah Whiting) 화이팅이, 그 다음에는 그의 아들 호너스 (Honus)가, 그리고 그 다음에는 호너스의 아들 찰스 (Charles Beaumont)가 가족 사업을 이어갔다. 그들은 처음 벌목업을 할 때 땟목의 이동을 지켜보기 위해 녹스 (Knox) 강 주변의 땅을 모두 사들였다.

처음, 19세기 마지막 반세기 동안 엠파이어 폴즈가 급작스럽게 성장하고, 화이팅 가 맨션 주위로 공장 노동자들이 이사오면서 그들을 향한 분위기는 적대적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찰스는 초등부터 대학까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학교를 다녔다. 처음엔 엄마와 함께 유럽을 여행했고, 그후에 혼자서 멕시코에서 살았던 것까지 찰스는 십년이 넘게 밖으로 떠돌았다. 마침내 그의 아버지가 상속자인 그를 집으로 오게 해야 겠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 찰스 화이팅은 20대 후반이었다. 그는 가족의 사업보다는 그림과 시를 쓰는 일을 더 좋아했다. 물론 찰스에게 그것들을 포기하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여 집안 사업을 물려 받기 위해 엠파이어 폴즈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찰스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생각한 것만큼 불쾌하거나 힘든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사실, 엠파이어 폴즈를 둘러 보면, 사람들은 매일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그는 관심이 없었던 것에 대해서도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셔츠 공장 일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그는 그것을 운영하는 것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찾아내고 본능적으로 그것을 고치는 방법을 알아내는 등에 소질을 보였다. 또한 그는 아버지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는 그의 천성과 완전히 맞는 일을 하든지 아니면 완벽하게 그것을 무시하든지 둘 중 하나였겠지만, 어느 쪽이든 그의 아버지는 따라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호너스는 찰스가 결혼을 하고 가족 맨션에 들어와 살기를 바랬지만, 그의 바램은 그저 희망으로 남아 있었다. 아직 엘리야가 집 뒷쪽 마굿간을 개조한 집에서 살고 있었고, 호너스의 아내는 혹여 엘리야가 세상을 떠난다해도 자신은 절대로 그곳으로 옮길 생각이 없다고 했으며, 결정적으로, 찰스가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아내를 죽이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면서 도대체 그런 결혼을 왜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찰스가 자신만의 집을 짓겠다고 했을 때 호너스는 적극 지지했다.

메인의 중심부에 지어진 찰스의 집은 예술가의 스튜디오가 딸린 으리으리한 저택이었지만, 사람들은 그 집을 바보같은 집이라고 표현했다. 모든 화이팅 가 남자들처럼, 찰스 화이팅 역시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했지만, 키가 작았다. 그래서 땅에 붙은 것 같은 그 스페인식 건물이 그에게 아주 찰떡같이 잘 어울리는 듯했다. 그가 말할 때마다 '대농장' (hacienda)이라고 부르는 그 집은 여러 세대 동안 그 가족이 소유했던 토지 위이긴 했지만 다리 건너에 이르기까지 이쪽 저쪽 걸치는 곳에 세워졌다.

찰스는 그의 집을 지을 때 큰 문제에 부딪쳤다. 불도저가 그의 부지를 고를 때 처음엔 쓰레기 더미가, 그 다음엔 큰 사슴의 썩은 시체가 그를 괴롭혔다. 그는 그것이 다리 위에서 사람들이 던지는 쓰레기가 떠내려 오다가 강의 모양에 의해 그의 집앞에서 멈추게 된 것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또한 강 상류에 있는 12개의 공장들이 쓰레기를 강으로 내보는 것도. 물론 그 역시도 경험에 의해 해가 진 후 쓰레기를 강에다 버리고 싶은 유혹을 잘 알고 있었다. 화이팅 가 사람들은 염색약과 다른 화학약품들을 물로 씻어 보냈고, 그것이 페어헤이븐 (Fairhaven)에 이르는 강둑을 물들였지만,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수십년 동안 공장 사람들 자체가 하류쪽에 사는 이웃들의 고통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들이 불평을 하지 않은 이유는 나중에 그들이 받게 될 불이익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쨋든, 이 특이한 쓰레기 투척은 계속되어서는 안되었다. 찰스는 그 광경을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 보여주며 조언을 구했고, 호너스는 지리학자와 엔지니어를 고용해 문제를 연구하고 행동 방침을 추천해달라고 하라고 제안했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훌륭한 충고가 되어 강 중간에 있던 수로를 뚫고 물이 제대로 흐르게 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찰스는 수로를 막고 있던 곳 주변의 땅을 사야 했는데, 나중에 그 땅 주인의 딸인 프랜신 (Francine) 로비도 (Robideaux)와 결혼을 하게 되었고, 둘 사이에 신디 (Cindy)라는 딸이 생겼다.

하지만 그들의 결혼생활은 불행했다. 그런 찰스에게 셔츠 공장에서 일하는 그레이스 (Grace)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녀 역시 유부녀였다. 그레이스 역시 그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다. 페인트 일을 하던 그녀의 남편 맥스 (Max)는 아내와 아이를 방치하다시피 하고 밖으로 떠돌았다.

그러던 어느 여름 날, 그레이스와 찰스는 그녀의 아들을 데리고 마사스 빈야드 (Martha's Vineyard)에서 꿈같은 며칠을 보냈고, 그것이 둘 사이의 일탈로서는 마지막이었다. 얼마 후, 찰스는 멕시코로 가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아들을 낳고 살다가 아내를 죽이기 위해 엠파이어 폴즈로 돌아왔지만, 아내와 자신의 딸, 그리고 사랑하는 그레이스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권총으로 자살을 했다.

세월이 흘러, 이제 엠파이어 에비뉴 끝에 있던 섬유 공장과 그 옆에 있던 셔츠 공장은 문을 닫고 버려진 지 20년이 넘었다. 그 거리상에는 엠파이어 그릴 (Empire Grill)이라는 식당이 있고, 그곳의 카운터에 앉아 눈길을 쭉 따라 가다 보면 막다른 길에 그 공장들이 보였다. 그 그릴은 오랫동안 마일즈 로비 (Miles Roby)가 운영하고 있었다. 현재 마일즈는 아내인 제닌 (Janine)의 바람으로 이혼 수속 중에 있으며, 둘 사이에는 고등학생인 틱 [Tick: 크리스티나 (Christina)의 애칭]이라는 딸이 하나 있다.

9월 초, 어느 날 오후, 마일즈는 카운터에서 엠파이어 애비뉴를 바라보며 틱이 하교하는 모습을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친구들처럼, 아주 마른 틱은 항상 거의 자신의 몸무게 만큼 나가는 책이 가득 든 천으로 만든 백팩을 메고 중심을 잡으려고 몸을 앞으로 기울인채 걸었다. 지난 봄, 병원에 갔을 때, 의사는 틱이 척추측만증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의사는 틱의 얘기를 듣고 '무게가 너무 많이 나가서 그런다'고 말했고, 마일즈가 보기에 그 의사는 틱이 말하는 '무게'에 대한 은유적 암시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름 내내 그녀는 자세를 바로 잡기 위해 애를 썼는데, 어제 보니 다시 구부리고 있었다.

마일즈는 지난 주 딸을 데리고 마사스 빈야드에서 친구들과 휴가를 보내고 막 일에 복귀한 상태였다. 그곳에 살고 있는 그의 친구들은 매년 여름이 되면 휴가를 함께 보내자고 초대했다. 그 친구들과 마일즈는 학창시절 글쓰기를 좋아해 작가가 되기를 원했는데, 부부인 피터 (Peter)와 돈 (Dawn)은 헐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 일을 하고 있는 반면 마일즈는 그릴에서 햄버거 패티를 굽고 있었다. 그래서 마일즈는 해가 바뀌면, 이번엔 친구들이 그들과 많이 다른 자신을 초대하지 않기를 기대했지만, 그들은 항상 그를 잊지 않았다.

사실, 마일즈는 마사스 빈야드에 대한 조금 특별한 기억을 갖고 있었다. 그는 9살 때, 엄마와 함께 그곳에서 일주일 동안 휴가를 보낸 적이 있었다. 당시 그의 아버지는 감옥에 들어가 있었고, 그의 집은 부자들만 간다는 그곳에서 휴가를 보낼 만큼 넉넉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그곳으로 휴가를 가자고 했고, 그곳에서도 처음에 둘은 값싼 숙소와 식당을 찾아 다녔다. 그런데 하루는 엄마가 흰 드레스를 입고 피서용 별장 (Summer House)에 딸린 식당으로 그를 데려갔다. 메뉴를 보던 마일즈는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모든 메뉴는 프랑스 말로 씌어 있었던 것이었다.

잠시 후, 어떤 남자가 그들의 옆 테이블로 와서 자신이 그들을 도와주겠다고 했고, 이어 그의 테이블로 와 합석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와의 만남은 다음 날에도 계속 되었다. 마일즈는 찰리 메인 (Charlie Mayne)이라는 그 남자와 엄마가 비밀스러운 관계라는 걸 눈치챘지만 아무에게도 특히 엄마에게도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일즈는 그 일을 잊고 있었다. 세월이 지나고 어느 날, 지역 신문에 실린 화이팅 가의 공장들이 문을 닫기 전 해의 빛바랜 사진들 속의 엄마와 그가 찰리 화이팅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의 사진을 보기 전까지...

한편, 식당 안에 있던 지역 신문 기자인 호레이스 (Horace)는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마일즈를 보자 미세스 화이팅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본명이 프렌신 로비도인 미세스 화이팅은 남편인 찰스 화이팅이 죽기 전 섬유 공장과 셔츠 공장을 다국적 기업에 팔았고, 그후 문을 닫았다. 그래서 돈이 많았다. 그녀는 그 돈으로 사람들을 자기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화이팅 가는 여전히 엠파이어 폴즈의 반정도 되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마일즈의 그릴도 물론 포함이었다. 그는 지난 15년 동안 미세스 화이팅을 위해 그곳을 운영하면서 그녀가 곧 그에게 그곳을 양도하리라 믿고 있었다. 그 노부인의 나머지 부동산은 어떻게 될 것인지 사람들의 관심이 지대했다.

그녀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지만, 미세스 화이팅은 딸을 믿지 못했다. 마일즈와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그녀의 딸 신디는 어렸을 적부터 마일즈를 좋아했다. 하지만 마일즈의 마음 속에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엠파이어 그릴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연상의 샤를린 (Charlene)이 있었다. 신디는 어렸을 적에 자동차 사고로 하반신 불구가 되었고, 마일즈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후 그녀는 젊은 시절 내내 오거스타 (August)에 있는 정신병원을 들락날락 했다. 미세스 화이팅은 이런 딸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못하고 본인이 계속 관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덱스터 카운티에 사는 사람들 중에서 어느 누구도 미세스 화이팅의 실제 재산이라든지,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녀는 절대로 지역 변호사나 회계사와 거래를 하지 않았고, 화이팅 가에서 거의 한 세기 동안 일을 맡겼던 보스턴에 있는 한 회사에 일을 맡겼다. 그녀는 언젠가는 어느 정도의 유산을 엠파이어 폴즈 시에 기부하겠다고 했다는 말이 있었지만 확약을 하진 않았다. 사람들 모두 그녀가 죽으면 돈이 좀 더 자유롭게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호레이스는 미세스 화이팅이 마일즈에게 특히 호의적이라고 말했지만, 마일즈는 그녀가 자신에게 특별한 호의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몇번 있었다. 그것이 그가 지금 그녀를 만나려고 애쓰지 않는 이유였다. 물론 그들의 연례 회의가 곧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은 서류 형식일 뿐이었지만, 미세스 화이팅은 그것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와 함께 있을 때, 그는 지금까지의 세월동안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가 그녀에게 어떤 사인을 보여주기를 원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했고, 매번 자신이 아직 어떤 비밀스런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잠시 후, 문에 달린 벨이 달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월터 코모 (Walter Comeau)가 들어왔다. 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마일즈와 제닌의 이혼의 원인을 제공한 장본인이었다. 그는 호레이스와 인사를 나눈 뒤 마일즈에게 '뉴스'를 들었느냐고 물었다. 그 뉴스는 지난 주말 메사추세츠 (Massachusetts) 번호판을 단 검은 링컨 타운 카가 섬유 공장 밖에 주차되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지난 해에는 그런 자동차가 BMW였었고, 지지난 해에는 캐딜락 리무진이었다. 그 얘기로 월터와 호레이스가 투닥거리고 있는데 다시 벨소리와 함께 마일즈의 동생 데이빗 (David)이 들어왔다.

데이빗은 3년 전 사냥을 다녀오던 길에 음주 졸음 운전 사고로 팔을 다쳐 한쪽 팔을 잘라내 불구가 되었다. 당시 데이빗의 픽업 트럭은 산길을 벗어나 산골짜기로 돌진해 들어가 나무에 부딪쳤다. 산산조각이 난 차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운전자를 내뱉은채 백마일 정도의 산골짜기 숲속 보이지 않는 곳으로 굴러갔다. 차에서 내동이쳐진 데이빗은 입고 있던 사냥 조끼가 나뭇가지에 걸린채 의식을 잃었다 깨어났다 하면서 땅에서 50피트 위에서 매달려 있었다. 그의 팔은 수십군데가 부러졌고 갈비뼈도 네군데나 부러져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다른 사냥꾼 그룹이 그를 발견해서 구할 때까지 그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이후 그는 친구들이 한잔 하자고 불러냈지만 가끔 그 지역 사람들처럼 마리화나는 피울지라도 술은 절대로 마시지 않았다. 그는 지난 해 숲속에 작은 집 한채를 사서 지냈는데, 술을 마시고 싶으면 그저 밖에 나가 덱에서 소나무들을 바라보며 나뭇 가지 사이로 들려오는 무시무시한 바람소리를 듣곤 한다고 말했다. 마일즈는 그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랬다. 그는 그 사건 이후 동생과 거리를 좀 두고 조심스럽게 그를 관찰하고 있었다. 데이빗은 여직 그를 살려주었던 사냥 조끼를 입고 있었다.

데이빗은 월터 코모가 앉아 있는 걸 보더니 반대편 의자에 가서 앉았다. 마일즈가 커피를 부어주자 데이빗은 신문의 첫번째 면을 펼치고 읽었다. 그러다가 마일즈의 눈과 마주치자 월터 코모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대부분 두 형제는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완벽히 알았다. 특히 아무 말하지 않을 때. 둘은 그날 저녁에 있을 파티에서 쓸 재료에 대해 얘기를 하다가 데이빗이 왜 월터를 받아주냐고 말했고, 마일즈는 서비스를 거부하는 건 법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일년 전, 월터는 마일즈에게 만약 정신차리지 않으면 자신이 마일즈의 아내인 제닌을 훔쳐 갈 것이라고 말했고, 그는 그렇게 했다. 제닌은 월터의 짐에서 에어로빅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후에도 월터는 거의 매일 마일즈의 레스토랑에 와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고 호레이스는 그럴 때마다 마일즈의 편이 되었다.

다시 벨 소리가 울려 보니 이번엔 틱이었다. 마일즈는 자신이 잠시 다른 데에 신경을 쓰고 있던 사이 틱이 혼자 걸어왔을 것을 생각하며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틱은 마일즈가 제닌과의 이혼에 동의한 것에 화가 많이 났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틱은 그것이 엄마의 아이디어였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빠에게 보다는 엄마에게 더 냉정하게 대했다.

틱은 이제 점점 더 성숙해져 가고 있었다. 지난 봄 이후부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는 알아챌 수가 없었고, 그것이 그로 하여금 둘이 참 조화가 안맞는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는 그녀가 눈앞에 보이는 것만이 그녀가 행복하다는 걸 확인하는 방법인 것처럼 아주 자주 그녀를 봐야했다. 하지만 틱이 나타날 때면 그가 필요하고 걱정하는 소녀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 주 휴가 때 둘은 아주 잘 지냈고, 끝날 무렵에는 둘이 장단이 잘 맞는다고 느낄 정도였는데, 집으로 돌아오니 둘 사이의 단절이 다시 되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마치 자신의 시야에서 그녀가 보이지 않으면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 같은.

데이빗이 틱에게 마사스 빈야드가 어땠는지 묻자 틱은 그곳에서 살고 싶었다고 말하면서 마켓에 나온 한 서점에 대해서 말했다. 데이빗과 마일즈가 그곳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월터 코모가 끼어 들어 관심을 보였다. 그는 엠파이어 폴즈에서 자신의 사업체가 잘 되고 있으니 지금이 확장할 시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마치 시간만이 장애물인 것처럼 말이다. 그는 돈은 결코 고려할 사항이 아니며, 덱스터 카운티에 있는 모든 은행이 그가 얼마를 원하든 기꺼이 빌려 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마일즈는 제닌이 그의 그런 허세에 넘어 갈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생각이 틀렸다.

마일즈와 제닌이 헤어지자고 결론을 내렸을 때, 둘은 절대로 딸 앞에서는 서로에 대해서 나쁘게 얘기하지 말자는 약속을 했었다. 물론 이것 말고도 둘이 동의한 일은 또 있었는데, 예를 들면, 집이 팔릴 때까지 제닌은 그곳에 머무른다든지, 더 좋은 차와 대부분의 집기들을 그녀가 갖는다든지 하는 것으로, 모두 제닌에게 유리한 조건이었고, 마일즈는 그로 인해 빚에 허덕이게 되었다. 그는 집을 나와 레스토랑 이층의 거의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서 지내고 있었다. 처음 그곳에서 지내다 며칠 후 도저히 안되겠어서 제닌에게 그곳을 고칠 때까지 함께 지내면 안되겠느냐고 물으러 갔다가 월터가 이미 이사를 한 후라는 걸 알고 되돌아 왔다.

마일즈가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는데 데이빗이 다시 한번 더 마사스 빈야드의 서점에 대해서 물었고, 동생의 생각을 잘 아는 마일즈는 첫째, 그것을 구입할 돈이 없고, 둘째, 제닌이 틱을 데리고 가게 하지 않을 것인데 자신은 제닌에게 틱을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셋째, 자신이 떠나면 아버지는 누가 돌보느냐고 말하며 안된다고 말했다. 데이빗은 이에 대해 아직 그곳이 얼마인지 잘 모르지 않느냐며 이곳을 정리하고 은행에서 론을 얻으면 충분히 갈 수 있을 것이고, 만약 재판을 하면 제닌에게서 틱을 온전히 데려올 수 있으며, 아버지는 혼자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며 가라고, 이곳을 벗어나라고 말했다.

그들의 아버지 맥스는 돈이 있으면 술을 마셔버렸고, 돈이 떨어지면 마일즈를 괴롭혔다. 심지어 그의 차안 글로브 박스까지 뒤져 마일즈가 비상금으로 넣어 놓은 돈이나 그의 셔츠 호주머니에 든 20불짜리를 훔쳐갔다. 요즘엔 마일즈가 하는 성당 페인트 일에 자신을 고용하고 임금을 지불하라며 난리를 피웠다. 마일즈가 성당 페인트 일은 공짜라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잠깐 둘이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가 데이빗이 한가지 질문이 있다며 마일즈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그 여자'가 이 레스토랑을 왜 형에게 줄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마일즈가 그녀가 그러겠다고 말했다고 하자 데이빗은 글쎄, 하고 말했다.

마일즈가 처음 이 레스토랑에 와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생이었을 때로, 로저 스페리 (Roger Sperry)가 주인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로저가 아프자 미세스 화이팅의 남은 여생 동안 마일즈가 그것을 맡아 하기로 했고, 그런 다음 그것을 물려 받기로 한 것이었는데, 그 합의는 이제 거의 20년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 계약은 비밀스럽게 이루어졌다. 왜냐하면 마일즈의 엄마 그레이스 (Grace)는 그가 마지막 학기에 대학을 그만두는 걸 반대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아픈 동안 가까이 있기 위해 그의 미래를 저당잡힌다는 것은 그녀에겐 단순히 절망만이 아닌 분노였다. 미세스 화이팅 역시 그들이 한 약속을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섬유 공장이 문을 닫기 전에 이루어진 일이었고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난 사람들로 인해 엠파이어 폴즈의 인구가 줄어들기 전이었다. 로저가 죽고 마일즈가 완전히 그곳을 맡아 하게 되었을 때 엠파이어 그릴은 전혀 수익을 내지 못했고, 그건 지금까지 몇년 동안 계속되고 있었다. 마일즈는 종종 미세스 화이팅이 그에게 레스토랑을 물려주기로 했던 약속을 말할 때면 그녀의 표정에서 후회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때로 그녀는 그것이 안되는 것을 그의 탓으로 여기는 것처럼 보였고, 왜 자신이 이익도 나지 않고 점점 더 나빠지는 사업체가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기회에, 마일즈가 미세스 화이팅에게 같은 이유로 불평을 하면 그녀는 재빨리 뒤로 후퇴하며 그에게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에게 엠파이어 그릴은 그곳의 명소이고, 그 도시에서 페스트 푸드 음식점이 아닌 유일한 식당이며, 엠파이어 폴즈는 잘되지 않더라도 그런 식당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최근, 미세스 화이팅의 태도에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녀는 사업이 잘되고 있는 것을 전혀 달가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지난 9개월 동안 데이빗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레스토랑은 잘 돌아가기 시작했고 봄에는 적지만 이익도 냈다. 이러한 사실을 미세스 화이팅에게 얘기하면서 그녀가 기뻐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녀는 그 소식을 전달하는 사람이나 그 뉴스 자체를 믿지 않았다. 마치 그녀에게 보여준 숫자들을 믿기 어렵다거나, 로비 가 아들들이 뭔가 그녀를 속이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몇년 전, 미세스 화이팅은 그녀의 유언장에 그것을 나중에 마일즈에게 주겠다고 써놓은 관련 부분을 그에게 보여준 적이 있었다. 물론 그녀가 그것을 고쳤는지 아닌지 마일즈는 알지 못했고, 데이빗이 걱정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그랬을 가능성도 있지만, 마일즈는 동생에게 미세스 화이팅이 그런다고 했으면 그럴 것이라고 계속 말했다.

이후 엠파이어 그릴은 특정 요일에 특별 메뉴를 제공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데이빗의 의견에 따른 결과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로 붐비게 되었고, 데이빗은 자신들도 술을 팔아야만 한다고 마일즈에게 리커 라이센스를 따야 한다고 말했다. 마일즈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데이빗의 성화로 미세스 화이팅에게 상의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그를 부른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의 집으로 갔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미세스 화이팅은 마일즈가 제닌과 결혼에 실패한 이유는 신디와의 결혼을 피하기 위해 급히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셔츠 공장에서 일자리를 잃고 다른 일자리를 찾고 있던 마일즈의 엄마에게 가사도우미의 일을 제안한 건 미세스 화이팅이었다. 마일즈의 엄마는 신디에게 무척 애틋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마일즈에게 고등학교 프롬 파티도 함께 참석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마일즈에게 끊임없이 신디를 불쌍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미세스 화이팅은 마일즈가 그런 엄마의 말을 거역하지 못할 것 같으니 서둘러 제닌과 결혼을 했고, 그래서 이혼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자신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 신문의 사진을 보고 난 후 잊고 있던 기억을 상기시킨 마일즈는 어린 시절, 어느 날, 엄마의 뒤를 밟다가 엄마가 미세스 화이팅의 집으로 가는 걸 깨닫고 발걸음을 멈추었었는데, 멀리 보이는 화이팅 가 대농장 가제보 아래에서 어떤 여인이 강렬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가 바로 미세스 화이팅이었다는 걸 깨닫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