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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의 작은 서재

White Teeth by Zadie Smith (2000) Margaret Kim (margaret7630) 2019-1-17  20:40:28

White Teeth


By


Zadie Smith






197511일 아침, 알프레드 아치발드 존스 (Alfred Archibald Jones)는 새해에 하기로 결심했던 일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그것은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었다. 그는 시내로 차를 몰고 나가 한 정육점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복잡한 그 거리가 죽을 장소로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지만 숲이나 연약한 야생화가 피어 있는 절벽 끝이 아닌 곳에서 죽고 싶었다. 그는 시골 사람들은 시골에서 도시 사람들은 도시에서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곳이 47세의 나이에 손님도 별로 없는 패스트푸드 가게 위의 방 하나짜리 플랫에 살고 있는 그가 죽기에는 적당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세밀한 계획, 말하자면 유서나 장례 절차 같은 것을 세운 그런 타입은 아니었다. 그가 원했던 건 자신의 장례식이 그저 아주 조용하고 고요하게 치뤄지길 바랬다. 텅빈 고해실 안이나 뇌의 사고와 담화 사이의 순간과 같이.


하지만, 그의 의지와는 달리 삶은 그의 편이었다. 그날 아침, 정육점의 주인인 모 후세인-이쉬마엘 (Mo Hussein-Ishmael)'언제 어느 때든 주차 금지'라는 팻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가게 앞에 떡하니 주차된 차를 발견했다. 그는 아들 아샤드 (Arshad)에게 곧 고기가 배달되어 올 시간에 주치금지 팻말을 무시하고 도대체 그 차가 왜 그곳에 주차되어 있는지를 알아보라고 시켰고, 차를 살피던 아샤드가 안에서 개스를 흡입하고 있던 아치를 발견한 것이었다. 모는 아치를 향해 자신의 땅에서 죽을 수 없고 그곳은 이슬람교 계율에 따라 도축된 고기를 파는 곳이며 정결한 음식을 파는 곳이니, 만약 그곳에서 죽고 싶다면 먼저 그의 피를 모두 없애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운전대에서 고개를 든 아치는 땀범벅인 덩치 큰 그 사내를 주시하면서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생각이 든 순간,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이 그에게 '예스'라고 하는 것 같은 에피파니를 느꼈다. 그것은 단순한 '오케이'가 아닌 완전한 긍정이었다. 삶이 아치를 원한 것이었다. 그것은 죽음의 문턱까지 간 아치를 붙잡아 다시 가슴에 안아준 것이었다.


그는 미친듯이 창문을 내리고 폐 깊숙히 산소를 들이 마셨다. 그러면서 그는 눈물을 흘리며 모의 앞치마를 붙들고 진심으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모는 알았다고 하면서 그의 앞치마를 아치의 손아귀에서 떼어내 정리를 한 다음 고기가 배달되어 올 예정이니 빨리 차를 빼라고 말했다. 아치는 계속 고맙다고 말하며 커브에서 차를 빼 좀 전에는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오른쪽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아치 존스가 자살을 시도했던 이유는 이탈리아 출신의 그의 아내 오필리아 (Ophelia)와 최근 이혼을 했기 때문이었다. 아치는 결혼 생활 내내 한 쌍의 신발을 사서 그것을 집으로 갖고 와 보니 그것들이 발에 맞지 않은 걸 알게 되었을 때와 같은 그런 기분이었지만 체면상 참고 살았다. 그랬는데 갑자기 그 신발들이 스스로 일어서더니 집을 나가버렸다. 그녀가 떠난 것이었다. 30년이라는 세월 후에.


그가 기억하는 한, 다른 사람들처럼 그들도 시작은 좋았다. 1946년 첫 봄, 전쟁의 어둠 속에서 나와 플로렌타인 (Florentine)의 한 커피숍에 갔는데, 그곳에서 태양처럼 찬란한 웨이트리스에게서 서브를 받았었고, 그녀가 바로 오필리아 디아길로 (Diagilo)였다. 노란 드레스를 입고 있던 그녀는 그에게 거품이 덮인 프라푸치노를 주면서 따뜻함과 섹스를 약속했다.


그녀는 아치의 삶에서 여자는 햇살로 머무르지 못한다는 걸 알지 못했다. 말하자면 그 안의 어떤 지점에서 아치는 여자들을 좋아하지 않았고, 그들을 신뢰하지 않았으며, 그들이 후광이 있을 때만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어느 누구도 아치에게 디아길로 가문에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친척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결혼을 하고 영국으로 돌아왔고, 그의 아내는 즉시 자신이 실수했음을 알아차렸다.


한편, 모의 정육점 앞에 차를 세우기 엿새 전, 크리스마스 다음 날 아침, 아치는 그가 다락방에 처박아 두었던 후버 청소기를 찾으러 둘이 살던 그들의 연립주택으로 갔다. 그것은 지난 며칠 동안 자신의 새 플랫에 실패한 결혼의 잡동사니들을 옮기기 위해 간 네 번째 방문이었다. 청소기는 집을 잃은 그가 요구한 것들 중 가장 낡고 가장 추한 물품이었으며, 순전히 살벌한 마음으로 요구한 것이었다. 그것이 이혼이었다. 당신이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당신이 더이상 원치 않는 물건들을 가져 오는 것.


그가 떠난 집에는 오필리아의 늘어난 가족들, 즉 그녀의 정신적 문제를 도와주는 간호사와 다른 이탈리아 출신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오필리아는 술을 마시며 소파에 웅크리고 있었다. 한 도우미가 그를 따라 오며 왜 맘에도 없이 자꾸 찾아오느냐고, 청소기는 이미 고장나 쓸 수 없다고 말하며 소켓에 꽂아 그것을 증명해 보였다.


아치는 플러그를 빼어 아무 말 없이 그것을 청소기 몸체에 감았다. 그것이 고장이라면 그와 함께 가는 게 맞았다. 고장난 것은 모두 그와 함께 나갔다. 그는 그집에서 고장난 모든 것을 갖고 가 고칠 것이다. 그가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줄 수만 있다면. 하지만 도우미는 그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소리쳤다. 그의 아내는 정신적으로 아픈데 당신이 하는 짓이라고는 이런 거냐며. 아치는 그녀의 말에 개의치 않고 청소기를 가슴팍에 안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실로 나가 많은 비난조의 시선 아래에서 공구를 꺼내 그것을 고치기 시작했다.


그중 한 노부인이 그가 자기 부인의 정신부터 시작해서 모든 걸 다 갖고 갔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또 다른 여자가 고개를 흔들며 역겹다고 말했다. 그녀가 자신들이 이 모든 난장판을 해결해야 한다고, 오필리아는 적절한 집이 필요하다고 말함과 동시에 간호사 역시 그녀를 그곳에 혼자 놔둘 수 없다고 말했다. 마치 그가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인 것처럼.


아치는 속으로 '나 여기 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들에게 대응하진 않았다. 그는 15분 동안 아무 소리 없이 그들의 말을 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삶이라는 것이 아주 거대한 배낭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무거워서 모든 걸 잃는다고 해도 그것을 길가에 놓고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 가는 것이 훨씬 더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말이다. 그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치, 너는 믹서기도 필요없고, 청소기도 필요없어. 이것들은 전부 무게만 나가는 것들이야. 그냥 배낭을 내려놓고 천국에서 행복한 캠핑족과 지내.'


그것이 잘못이었을까? 한쪽으로는 전부인의 친척들이 쏘아대는 소리를, 한쪽 귀로는 고장난 청소기의 덜덜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는 아치에게 피할 수 없는 끝이 가까이 온 것 같았다. 그것은 신이나 그런 것과는 상관없는 그저 세상이 끝난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는 참을성있게 후버를 고쳐 변경할 수 없는 최후를 맞이한 것 같은 기분으로 꼼꼼하게 거실을 청소했다. 그런 다음 진지하게 동전을 던졌다. 앞면이 나오면 삶이고 뒷면이 나오면 죽음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춤추는 사자의 모습을 보았을 때 특별히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청소기의 플러그를 빼서 가방에 넣은 다음 마지막으로 그 집을 떠났다.


하지만 죽음이 쉬운 계획은 아니었다. 그리고 자살은 그릴 팬 청소와 벽돌로 소파 의자 높이 맞추기 등과 같은 일들 중간에 해야 할 일의 목록에 올려 놓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지 말아야 할 일, 취소해야 할 결정이었다. 누가 뭐라든 자살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것은 영웅이나 순교자, 혹은 자만심이 강한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말이었다. 아치는 어떤 쪽의 인물도 아니었다.


그래서 며칠 동안 그는 동전의 결정을 무시했다. 그는 밤마다 창문으로 보이는 거대한 하늘을 바라보며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우주적 부분을 자각하고 그것이 얼마나 작고 정처없는 것인지 다시 깨달았다. 그는 자신이 사라졌을 때 이 세상에 남겨질 흠집을 생각했다. 그것은 너무나 사소해서, 그리고 너무 작아서 셀 수 조차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나머지 시간엔 '후버' (Hoover)가 베큠 청소기의 통칭이 될지, 혹은 다른 사람들 말처럼 그저 브랜드 이름이 될지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1229, 그는 그의 옛 친구인 사마드 미아 이크발 (Samad Miah Iqbal)을 찾아 갔다. 벵갈 출신의 무슬림인 사마드는 그를 보더니 따뜻한 목소리로 반겨주었다. 그는 아치에게 그의 아내 문제를 모두 잊고 새출발을 하라고 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이라고.


전쟁을 함께 겪은 친구인 사마드와는 30년 동안 헤어져서 살았는데, 1973, 중년이 된 사마드가 스무살짜리 아내를 데리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영국으로 오면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사마드가 영국에서 유일하게 아는 사람이 아치였고, 그가 아치를 찾아 같은 런던 근교로 오게 된 것이었다.


그는 아치에게 아직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오필리아는 그에게 맞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필리아의 광증에 대해 언급하며, 그가 그녀와 결혼해서는 안됐었다고 다시 말했다. 그리고 그에게는 두 번째 기회가 있다고.


사마드와 만나 얘기를 나눈 이틀 후, 새해 이른 아침, 마침내 아치는 자신이 사마드의 충고에 더 이상 매달려 있을 수가 없다는 자각이 들었다. 그는 대신 자신의 생을 끝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일산화탄소가 차안에 차올랐을 때 아치의 눈앞에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중 17살 무렵에 사마드와 참전했던 전쟁에 대한 기억도 있었는데, 최전방은 아니었다. 아치는 거기서 폭탄 파편을 맞은 상처가 있었고, 사람들이 그것을 관심을 갖고 봐주기를 바랐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아무도 그것에 관해 얘기하길 원치 않았다. 아니 아무도 그것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1955년 여름, 아치는 종군 기자로 일을 하고자 런던의 신문사가 모여 있던 플릿 스트리트 (Fleet Street)로 갔다. 하지만 그는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그를 인터뷰했던 사람은 그에게 전쟁 경험만으론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쟁 경험은 과히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게 1955년에 과히 적절하지 않았던 일은 1974년에도 역시 그랬다. '그때' 그가 했던 건 아무 것도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예전에 배웠던 기술들은 현대어로 말하면 적절하지 않았고, 이동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그 인터뷰어는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존스 씨?'라고 물었다. 물론 있을리가 없었다. 그가 전단지 찍는 일을 했다는 것, 그리고 아주 예전에 사이클 선수였었는데, 최고의 기록으로 1948년 런던 올림픽에 참가해 한 스웨덴 산부인과 의사와 함께 13위를 했지만 담당자의 실수로 그의 이름이 기록에서 빠졌다는 것 등은 별 의미가 없었다. 그것은 오로지 그 의사 친구의 편지 속에서만 증명된 사실이었다. 그 경기 후 그는 그 스웨덴 의사를 다시 본 적이 없었지만, 그는 계속 엽서로 안부를 전했고, 아치가 죽기로 결심한 새해 아침에도 그에게서 온 새해 안부 엽서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한편, 모의 구조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던 중 아치는 차로 스위스 코티지 (Swiss Cottage) 원형 교차로를 여덟 번 돌았다. 머리를 창밖으로 내밀자 지나가는 바람 줄기가 풍향계처럼 입 뒷 쪽의 치아를 쳤다. 그는 '맙소사, 이것이 어떤 사람이 당신의 목숨을 구해 주었을 때의 느낌이로군, 마치 커다란 뭉치의 시간을 건네 받은 것 같군' 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의 아파트를 지나고 거리 사인을 지나 쭉 달렸다. 미치광이처럼 웃으며.


신호등에서 그는 10펜스 동전을 던졌다가 운명이 그를 또 다른 세상으로 이끄는 것 같은 결과에 동의하며 미소를 지었다. 일반적으로 여자들은 그렇게 할 수 없지만, 남자들은 가족과 과거를 떠날 수 있는 오래된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을 떼어내기만 하면 되었다. 가짜 수염을 떼어내듯이. 그리고서는 슬금슬금 사회로 돌아갔다.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아치가 막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의 하나로, 그는 지금까지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도로를 따라 차를 몰고 갔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 있던 집 앞의 팻말을 보고 그 집의 벨을 눌렀다. 그곳은 세상의 종말 어쩌고 하는 사람들의 공동체였다. 하지만 그들과 시간을 보내고 난 후 생각해 보니 그에게 남은 감정은 수치심이었다. 잠시 동안 그의 새 인생이 멋질 것 같아 보였고, 지금부터 그는 항상 알맞은 때에 알맞은 말만 할 것 같았으며, 그가 가는 곳마다 모두 그를 좋아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날 얼마 간 시간이 흐르고 돌이켜 보니 그 집의 벨을 누르는 대신 운명의 카드를 잘 썼더라면 하는 후회가 남았다. 그는 그것이 누구의 잘못도 아닌 그 자신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항상 제때에 옳은 말만 하는 사람들이나 역사의 알맞은 순간에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그저 숫자를 채우기 위해 그곳에 있는 아치 존스 같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며, 더 나쁜 경우엔, 결정적인 기회가 때 맞춰서 바로 거기, 누가 봐도 알 수 있게, 중앙 무대에서 죽으려고 할 때에야 비로서 주어지는 그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하루 종일 일어났던 사건 아래에, 하루 종일 유감스러웠던 그날 아래에, 밑줄이 그어졌다고 할 만한 일이 있었다. 모든 면에서 한 남자가 변신할 수도 있었던 그날, 아치 존스의 변신을 유도하는 일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었는데, 정말 놀랍게도 그의 입장에서 어떤 특별한 노력을 해서가 아니라, 한 사람과 다른 사람의 완전히 무작위적이고 우발적인 만남으로 인해 그에게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 그것은 바로 그곳에서 클라라 보든 (Clara Bowden)을 만난 것이었다.


그녀는 흑인이었는데 모든 면에서 아름다웠다. 그녀는 배꼽이 보이는 길이의 짧은 빨간색 홀터 탑을 입고 아주 꽉 맞는 노란색 진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연한 갈색의 끈달린 스웨드 힐을 신고 계단을 내려와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후광이 비치는 듯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아치는 영화에서 보면 눈에 띄는 누군가가 계단을 내려올 때 사람들이 갑자기 조용해지는 것을 이해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그의 현실에서 그런 장면을 직접 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클라라 보든이 등장하자 그런 광경이 벌어진 것이었다.


그녀는 그가 지금까지 본 여자들 중 가장 아름다운 생물체였을 뿐만 아니라 그가 만났던 여자중 가장 위로가 되는 여자였다. 그런데 그녀가 활짝 웃자 윗 치아가 없는 게 보였고, 그것이 그녀의 유일한 결함이었다. 그녀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아치가 그날 아침 거의 죽을 뻔 했었다고 말하자 그가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사람치고 멀쩡해 보인다고 말하며 충고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아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항상 다른 의견을 중요시 생각했던 차였다. 클라라는 그에게 집으로 가 쉬라고, 이 세상을 살기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에 아치는 '무슨 집?' 하고 생각했다. 그는 예전의 삶을 벗어버리고 생소한 영역으로 걸어 들어왔는데 말이다. 클라라가 다시 이런, 하며 이 세상을 살기 쉽지 않다며 그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클라라는 19살이었고, 아치 존스는 47이었다. 사실, 당시 그곳에 있는 어느 누구도 클라라가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아치처럼 그렇게 느낀 사람은 없었고, 오로지 그의 눈에만 그렇게 보였던 것이었다.


당시 클라라에게는 8개월 동안 사귄 남자 친구 라이언 탑스 (Ryan Topps)가 있었고, 그로 인해 이 세상이 참 살기가 힘들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는 초록색의 이탤리제 스쿠터를 타고 다녔는데 유아용 기저귀로 그것을 하루에 두번씩 닦았고, 주문제작한 골철판 보호막 안에 보관했다. 라이언에게 그 스쿠터는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니라 이념, 가족, 친구, 그리고 연인 그 모든 걸 하나로 합친 40년대 말 엔지니어링의 귀감이었다. 그는 역시 친구가 없었다.


17살의 멀쑥하고 뻐드렁니를 가진, 여호와의 증인이었던 클라라는 그에게서 동질의식을 느꼈다. 모든 걸 알고 싶어 했던 십대인 클라라는 그들이 얘기를 나누기 전 이미 라이언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 같은 가톨릭 학교인 세인트 주드 (St. Jude)에 다닌다는 것, 키가 같다는 것 등과 같은 기본적인 것뿐만 아니라 그도 그녀처럼 우편 번호로 인해 아일랜드 출신도 아니고 가톨릭 신자도 아니지만 가톨릭 학교에 다니게 되었고, 그래서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에서 욕을 먹고 있다는 것 등등. 그녀는 세인트 주드의 여학생들 사이에서 그가 별종이라고 불리운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클라라는 그의 그런 면이 자신과 똑같다고 느껴졌다. 그녀가 학교에 등교한 첫날 엄마는 이제부터 그녀가 악마의 소굴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하며 가방에 여호와의 증인 잡지를 200권이나 넣어 주었다.


매일 오후 다섯 시경, 클라라가 복음 메시지를 듣거나 수혈의 야만성에 대한 전단을 작성하고 있을 때 라이언이 스쿠터를 타고 지나갔다. 그녀의 창문으로 그의 모습을 부분적으로밖엔 볼 수 없었지만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그녀의 아랫배에서 은밀하게 무슨 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그녀는 그것을 신의 영혼이라고 불렀다. 그녀는 자신이 세속적인 라이언 탑스를 구하려고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그를 자신의 가슴에 안고 주위의 모든 괴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고, 구원의 날을 위해 준비하게 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엄마는 클라라에게 남자 녀석들에게 관심을 보일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클라라의 아버지인 다커스 (Darcus) 보든은 14년 전 자메이카 (Jamaica)에서 영국으로 왔다. 처음 의도는 돈을 벌어 아내인 호텐스 (Hortense)와 클라라를 데리고 오는 것이었지만, 그는 오자마자 원인불명의 병에 걸려 인생을 오로지 거실 구석에 놓인 의자에 앉아 TV를 보면서 보내야 했다. 그러다 1972, 14년이나 남편을 기다렸던 호텐스가 16살 클라라를 데리고 문앞에 나타났다. 어떤 이웃은 화가 난 그녀가 남편에게 네 시간 동안 퍼부어 댔다고도 했고, 어떤 이웃은 그녀가 성경에 나오는 모든 구절을 이용해 그에게 하루 종일 설교를 했다고도 했다. 그후 그에게 뭘 묻든, 낮이나 밤이나 어떤 문제에 대해 그에게 질문을 하든, 사랑한다고 말하든, 그를 추궁하든, 다커스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이 전부였다.


1974년이 되자, 호텐스는 197511일에 있을 세상의 종말을 준비했다. 그것은 보든 가족에게만 있었던 정신병이 아니라 팔백만 여호와의 증인 역시 기다리고 있던 일이었다. 킹덤 홀 (Kingdom Halls: 여호와의 증인의 예배당)의 렘베스 (Lambeth) 분원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던 그녀에게 파수대 협회의 본부에서 대표의 사인이 든 편지가 전달됐고, 거기에는 그 날짜가 확실하다고 쓰여 있었다.


종말이 거의 다가왔다. 그리고 그것은 1914년과 1925년에 있었던 실수 같지 않았다. 호텐스는 마침내 때가 왔음에 기뻤다. 19251월 아침 눈을 떴을 때, 모든 것이 평소에 똑같이 돌아가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울었다. 전날 밤 밤새 뒤척이며 기다렸던 그 순간이 오지 않았음을 알리는 버스와 기차 소리를 듣고 실망이 여간 아니었다. 하지만 1925년의 상처는 치료되었고 호텐스는 다시 바로 눈앞으로 다가온 세상의 종말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준비를 했다. 1907년에 태어난 호텐스는 이제 나이가 들었고, 사는 게 힘들었으며 그녀의 또래들은 파리들처럼 죽어갔다. 1975년은 마지막 기회처럼 보였다.


한편, 클라라는 여호와의 증인 활동 중 하나인 가가호호 방문 중 라이언과 직접 대면을 하게 되고 둘은 공식적인 커플이 되었다. 하지만 클라라는 곧 라이언이 별로 말이 없고, 그의 관심은 온통 스쿠터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그녀에게 너무 깊이 빠지지 말라고, 자신은 이 세상에 그리 오래 있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클라라는 라이언 탑스에게 열중했다. 클라라를 기적의 아이라고 생각하는 호텐스의 바램과는 달리 그녀 역시 여느 십대와 다르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이 변했고, 옷도 변했으며, 영혼도 바뀌었다.


둘 사이에 보통의 의미로의 데이트는 없었고, 레스토랑이나 꽃도 없었다. 종종 마리화나가 더 필요하면 라이언은 그녀를 데리고 북 런던의 거대한 불법 거주지로 데려가곤 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클라라는 그저 라이언의 발밑에 앉아서 경외하는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친구들을 사겼다. 당연히 라이언 탑스가 말하는 것들은 세상의 종말에 관한 클라라의 의식을 뒷방 저 멀리로 보냈다. 아주 많은 다른 것들이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아주 많은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지구상에서의 축복을 느끼면 느낄수록 점점 더 천국을 향한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클라라에게 신앙은 성취하긴 힘들고 잃기는 쉬운 것이 되어 갔다. 그녀는 킹덤 홀에서 빨간 쿠션에 무릎을 꿇는 일을 점점 주저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고, 띠를 두르지도, 배너를 갖고 다니지도, 또 전단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것도 하지 않았다.


1974101, 방과 후 45분 간 음악 레슨으로 클라라는 라이언과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끝나고 나가자 밖은 몹시 추웠고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낙엽이 쌓인 거리를 달려 약속 장소로 갔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집으로 가면서 두려운 마음으로 혹시나 라이언이 추위를 피해 그녀의 집 벨을 누르지 않았기를 신께 기도했다.


잠시 후, 집에 도착해 문을 열자 엄마는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어서 오라고 말했다. 그것은 엄마가 평상시 목사나 백인 여성들과 있을 때 내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문을 닫고 부엌으로 간 클라라는 걱정했던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엄마와 함께 있는 라이언을 본 것이었다. 그는 테이블 반대쪽에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녀가 라이언에게 '여긴 어쩐 일이야?' 하고 묻자 호텐스가 그와의 관계를 자신에게 영원히 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느냐고 말했다.


이후 클라라는 방과 후 라이언과 호텐스가 그녀의 부엌에서 함께 있는 걸 종종 목격하게 되었는데, 라이언이 식탁에 앉아 있을 때, 주변에 전단지가 널려져 있었고, 클라라가 들어가면 엄마는 그것을 얼른 치워 자신의 앞치마 주머니에 넣곤 했다. 그리고 그달 말, 클라라는 보고싶지 않은 것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그의 셔츠 아래에서 빛나던 은색 십자가였다. 그럴 수 없었는데, 맞았다. 그것이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기적이었다. 호텐스와 라이언이 갖고 있는 양극성이 논리적 극단점에서 일치를 본 것 같았다.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넘치는 사랑이. 클라라는 믿고 싶지 않았지만, 호텐스와 라이언은 이제 바로 클라라를 구하기로 한 것이었다.


라이언은 클라라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했고, 마리화나는 악이라며 끊으라고 했다. 그리고 그 친구들처럼 옷을 입지 말라며 그녀들을 창녀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시간이 있다며 누구랑 함께 하고 싶냐고, 자신은 이제 염소 떼에서 양을 구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클라라는 자신은 친구들과 함께 유황 냄새 나는 곳에서 타 죽는 것이 너랑 다커스, 그리고 엄마랑 함께 천국에 있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서 자신은 염소로 남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에 화가 난 라이언은 스쿠터를 세게 몰고 가다 나무에 부딪쳐서 스쿠터는 아예 고장나 버렸고 라이언과 클라라는 각각 튕겨져 나갔다. 헬멧을 쓰지 않은 클라라는 이를 부딪쳐 윗쪽 앞니를 잃었고, 라이언은 상처가 하나도 나지 않았다. 라이언은 이것을 신이 자신을 구원받는 사람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새해가 점점 다가오자, 라이언은 클라라의 집 거실에서 촛불을 켜고 그녀의 엄마와 함께 클라라의 영혼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었고, 다커스는 산소호흡기를 달고 TV를 보고 있었다. 클라라는 노란색 나팔 바지와 빨간색 홀터넥을 입고 파티에 갔다. 그녀는 그곳에서 파티를 즐기다가 피할 수 없이 자정이 다가왔지만 종말을 알리는 기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지나가자 뜻밖에도 기분이 울적해졌다. 친구들이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지옥벌과 구원의 미신에서 벗어나게 된 것을 축하해 주었지만, 클라라는 조용히 지난 19년 동안 기다려 왔던 따뜻한 손길을, 알파요 오메가이며, 시작이며 끝인 구세주의 포근한 포옹을, 그녀를 렘베스의 일층 플랫의 현실에서 구해 줄 바로 그 사람이 오지 않은 걸 애도했다.


이제 클라라는 어떻게 할 것인가? 라이언은 또 다른 유행을 쫓을 것이고, 다커스는 또 다른 채널이 있으면 될 것이며, 호텐스에게는 좀 더 많은 전단지와 함께 또 다른 날이 구체화될 것이다. 하지만 클라라는 호텐스와 달랐다. 그녀에게는 신앙의 증발로부터 남은 잔여물이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을 구해줄 구세주가 필요했다.


그래서, 클라라가 다음 날 아침 계단 아래에서 아치를 보았을 때, 그녀의 상실의 눈을 통해 본 그는 단순히 키가 작고 뚱뚱한 중년 남자가 아닌, 좀 더 뭔가를 갖고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자신을 일층 플랫의 현실에서 그리고 라이언으로부터 구해줄. 그리고, 놀랍게도 6주 후, 두 사람은 사마드와 그의 아내를 증인으로 세우고 결혼식을 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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