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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의 작은 서재

The Paris Architect by Charles Belfoure (2013) Margaret Kim (margaret7630) 2019-7-9  14:20:42

The Paris Architect


By


Charles Belfoure






독일군이 점령한 파리에서 아내인 셀리스트 (Celeste)와 살고 있는 35살의 건축가인 루시앙 베르나르 (Lucien Bernard)는 어느 날, 자신에게 일을 의뢰하겠다고 하는 한 고객을 만나러 가던 도중 자신을 스치고 달려간 사람이 몇 초 후 독일군이 쏜 총에 맞고 쓰러진 것을 목격했다. 1940년 독일군의 점령이 시작된 이래, 2년 동안 파리에서는 수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루시엔은 지금 그 순간까지 한 번도 실제로 죽은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루시앙이 놀라서 그 자리에 서 있는데 독일제 반 자동 권총을 든 독일군 장교와 그의 부하 두 명이 달려와 시체를 살펴봤다. 그런 다음, 장교가 몸을 돌려 루시앙에게 다가와 그를 똑바로 쳐다 보았다. 루시앙은 겁이 났다. 독일군이 점령한 바로 직후, 프랑스인들은 점령군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해 안내 책자를 여럿 발간했는데, 거기에는 여러 가지 주의 사항이 있었고, 무엇 보다도 그들과 시선을 마주치지 말라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루시앙은 그의 바로 앞 10센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는 독일군 장교의 시선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의 유니폼은 그가 Waffen-SS의 소령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루시앙은 두려워 정신이 없는 틈에도 재빨리 행동하지 않으면 그 역시 땅바닥에 누워 있는 남자 옆에 누워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루시앙은 장교에게 저 남자의 머리에 박힌 게 그의 총알이냐고 물었고, 그 장교는 그렇다고, 그저 한 방을 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그 남자의 호주머니를 뒤져 서류들과 질 좋은 악어 가죽 지갑을 꺼냈다. 소령은 루시엔을 보고 다시 씩 웃으며 자신의 사격술을 인정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루시앙은 안도감을 느꼈다. 그날이 그가 죽을 날은 아닌 모양이었다. 소령은 루시앙에게 가던 길을 가라고, 하지만 먼저 화장실을 들려야 할 것 같다고 배려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며 장깝 낀 손으로 그의 어깨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가 가는 양복점을 물었다. 루시앙은 고개를 살짝 돌려 그의 어깨에 묻은 피 얼룩을 보았다. 가까이 지나가던 그 남자가 총을 맞으면서 피가 루시앙의 어깨에도 튄 모양이었다. 소령은 펜과 작은 갈색 수첩을 꺼내더니 다시 그의 양복점을 물었다. 루시앙은 그곳을 말해 주면서 독일군은 꼼꼼하게 기록을 해서 보관한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 장교 역시 조심히 그것을 받아 적더니 수첩을 그의 바지 호주머니에 넣고 알려줘서 고맙다며 루시엔에게 경례를 하며 더 이상 그를 붙잡고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루시앙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그 자리를 떴다. 그들이 들을 수 없는 안전한 거리를 확보하자 그는 조용히 '독일군 개새끼' 라고 욕을 내뱉었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파리 거리를 달린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한다는 걸 의미했다.


사람이 죽은 걸 목격한 것이 그를 놀라게 했지만, 그 사람이 죽은 것이 정말로 그를 속상하게 만들진 않았다. 중요한 것은 루시앙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는 동족이 죽은 것에 대해 자신이 별로 동정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신경쓰였다. 그는 사람보다는 광물이나 바윗덩이 같은 것에 더 애정을 쏟았던, 동정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던 자신의 아버지를 닮아가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어 씁쓸했다.


잠시 후, 루시앙은 가던 길을 재촉하며 햇빛이 작렬하는 7월의 오후 파리 시내 건물들을 살펴 보았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파리에 있는 모든 건물을 좋아했다. 파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였다. 청소년 시절, 그는 파리의 구석구석, 골목 하나까지 심지어 가장 가난한 구역까지 샅샅히 돌아 다녔다. 그는 건물들의 벽에서 도시의 역사를 읽을 수 있었다. 만약 그 나쁜 놈의 사격이 조금만 빗나갔어도 더 이상 이 아름다운 건물들을 볼 수도, 거리의 그 울툴불퉁한 자갈길을 걸을 수도, 제과점의 그 맛있는 빵 냄새도 맡을 수가 없었을 것이었다.


좀 더 멀리 길 아래로 내려가자 총살을 목격한 한 카페 주인이 그에게 오라고 손짓을 하더니 수건을 건네 주며 화장실은 뒷쪽에 있다고 말했다. 지저분한 화장실에서 루시앙은 웃옷을 벗어 닦기 시작했다. 그는 그 유태인의 핏자국을 지우려고 애를 썼지만 희미한 자국이 남았다. 입는 것에 까다로운 그는 그것이 거슬렸다.


다시 거리로 나온 루시앙은 총격이 있었던 자리를 한 번 더 뒤돌아 본 후 빠른 걸음으로 약속 장소로 향했다. 이번 미팅은 그에게 일이 주어질 수 있는 기회여서 혹시 약속 시간에 늦어 나쁜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아 달리고 싶었지만, 정각에 가야한다는 강박증 때문에 뒷머리에 총알이 박히는 일을 당할 순 없었다. 고객인 오귀스트 마네 (Mousier Auguste Manet) 씨도 이해할 것이다. 새로운 고객인 마네는 전쟁이 발발할 때까지 시트로엥 (Citroen)과 다른 브랜드의 자동차들의 엔진을 만들었던 공장을 소유하고 있었다. 고객과 만나기 전, 루시앙은 항상 그가 돈이 있는지 배경을 체크했고, 마네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돈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것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자산이었다.


마네는 독일군이 점령하고 있는 동안 독일의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위치에 있었다. 19405월 독일 침략이 있기 전에도, 수많은 탈출자들이 북에서 남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는데, 많은 기업가들이 그들의 전체 공장과 노동자들을 남쪽으로 옮기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네는 그 공황 상태 동안에도 차분히 기다렸고, 그의 공장들은 하나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대개, 전쟁에 패배한 나라의 경제는 서서히 진행을 멈추는데, 독일은 전쟁 사업을 하고 있었다.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와 싸우기 위한 무기가 필요했고, 조건이 맞은 프랑스 사업가들은 전시품을 생산하는 계약을 맺었다. 처음엔, 프랑스 사업가들은 독일과의 협력을 반역죄로 봤지만, 그들은 아무런 보상 없이 그들의 사업체가 독일군에 의해서 전시품 생산 업체로 책정이 될 것인가 아니면 계약을 받아들일 것인가의 선택에 직면하게 되었고, 실용적인 프랑스인들은 후자를 선택했다. 루시앙은 마네 역시 실용적인 사람으로 그 역시 독일군을 위해 무기를 생산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것은 새로운 공장이 필요하다는 걸 의미했고, 루시앙은 자신이 그 공장을 디자인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다행히 루시앙은 약속 시간 보다 1분 빨리 도착했다. 그의 시계는 2시를 가리켰는데 그것은 독일 시간이었다. 독일군이 프랑스를 점령하고 가장 먼저 한 공식적인 행위는 시간을 제국의 표준 시간대로 바꾼 것이었다. 지금의 2시는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1시였다. 그들의 침략이 2년이나 되었어도 강제적인 시간 변경은 여전히 루시앙에겐 신경이 쓰였다.


약속 장소는 루시앙이 살고 있는 집과 비슷한 건물의 아파트였다. 그것은 오스만 남작 (Baron Haussmann)이 새 파리를 건설하겠다고 1850년대의 중세 파리를 허물 때 지어진 것으로, 루시앙은 그런 아파트 블럭을 좋아했다. 석조 건물과 일렬로 늘어진 창문과 그것들의 금속 발코니가 만들어내는 강한 수평선.


1931년부터 루시앙은 자신의 작품에 모든 역사적이고 고전적인 참고 부분을 배제하고 완전한 현대 건축가가 되었다. 그는 현대 건축과 디자인을 개척한 독일의 건축가인 월터 그로피우스 (Walter Gropius)의 바우하우스 (Bauhause) 미학을 수용했다.


루시앙은 독립하기 전 몇몇 유명 건축가 밑에서 일하면서 재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짧은 경험과 재능만으로 자신만의 사업체를 운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사람들이 현대 건축을 이제 막 받아들이기 시작한 때여서 더욱 그랬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여전히 뭔가 전통적인 걸 원했다.


물론 안정적인 생활비는 벌 수 있었지만, 배우가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뭔가 눈에 확 뛰는 역할을 맡아야하듯이 건축가 역시 자신의 인생 프로젝트가 필요했다. 루시앙은 아직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할 만한 것을 갖지 못했다. 딱 한 번 그럴 기회가 있었다. 새 도서관 프로젝트였고, 마지막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문화부 차관의 조카였던 경쟁자에게 지고 말았다. 능력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그 경쟁자처럼 다른 요소도 필요했고 물론 운도 따라야 했다.


잠시 후 약속 장소에서 만난 마네는 70대처럼 보였고, 키가 컸으며, 예전에 루시앙이 작업했던 한 보험 회사 건물의 소유주인 샤를 가스통 (Charles Gaston)이 루시앙을 추천해 주었다고 말했다. 루시앙이 디자인했던 그 건물은 4층짜리로, 곡선으로 이루어진 유리 층계가 있는 건물이었다. 루시앙은 자신이 작업한 것중 그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루시앙이 자신이 할 일이 무었인지 묻자 아파트를 둘러 보던 마네는 자신의 손님 중의 한 사람이 이곳에서 한동안 머물 것인데, 그에 맞게 아파트를 약간 개조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루시앙은 그 노인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비어있는 그 아파트는 최신식 부엌과 욕실을 갖고 있었고, 면적도 보통의 아파트보다 두 배정도 컸다. 루시앙은 그 노인이 그에게 그곳을 완전히 새롭게 고쳐주기를 원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기대감이 커졌다. 그런 루시앙에게 마네는 유일무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전을 좋아하느냐고 물었고, 루시앙은 그렇다고, 자신은 어느 건축적인 문제라도 해결책을 찾아 내는 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도전이 많을수록 더 좋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마네는 맘에 든다고 말하며 아버지처럼 두 팔로 루시앙의 어깨를 잡으며 그 프로젝트에 대해 좀 더 설명하겠다고 하면서 그러기 전에 먼저 그의 수수료에 대해서 얘기를 하자고 했다. 그리고 12,000 프랑을 제시했다. 루시앙이 1,200 프랑이어도 대단히 만족할 액수라고 말하자 마네는 아니라고, 12,000 프랑이라고 다시 말했다.


그가 제시한 액수에 놀란 루시앙은 침묵 속에서 머리로 그 숫자를 다시 확인한 다음, 더듬거리며 그것은 좋은 액수를 넘어 터무니없는 액수라고 말했다. 그러자 마네는 '자네의 인생이 거기에 달려 있다면 그렇지 않겠지' 라고 말했다. 루시앙은 그의 말이 너무 예기치 않은 말이라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웃음을 내뱉었다.


그러나 마네는 웃지 않았다.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이 드러나 있지 않았다. 그는 그 프로젝트에 대해서 더 말하기 전에 몇 가지 개인적으로 물어 볼 게 있다고 하면서 갑자기 유태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루시앙은 깜짝 놀랐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의 질문이지? 하지만 그는 마네에게 자신의 직감적인 대답을 하기 전 깊이 숨을 들이 마셨다. 그는 마네를 공격할 만한 답변을 해서 일을 잃고 싶지 않았다. 루시앙은 마지못해 그들도 다른 사람들과 같은 인간이라고 대답했다.


사실, 루시앙은 매우 강한 반 유태주의적 가정에서 자랐다. '유태인'이라는 단어는 항상 '' (bastard)이라는 단어가 동반됐다. 루시앙은 나라를 배신하거나 예수님을 죽인 그들을 미워하거나 내 사업상 거래를 망친 그들을 미워하거나, 어찌됐든 다른 프랑스인 모두 어떤 식이로든 반 유태주의적이지 않나? 라고 생각하며 마네를 쳐다 보았다.


진지한 표정의 마네는 유태인이 당한 여러 일들을 언급했고, 루시앙은 마네가 점점 격앙되고 있는 걸 느꼈다. 그는 그 사람의 대화를 그 프로젝트와 12,000 프랑으로 되돌리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참, 비극이라고, 그런데 이곳을 어떻게 변경하고 싶은지 물으며 말 길을 돌릴려고 했다.


하지만 마네는 못 들었다는 듯이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이민자 유태인들뿐만 아니라 프랑스 유태인 혈통의 사람들도 프랑스를 위해 싸웠는데 그런 대우를 받다니 말도 안된다고 했다. 그는 더욱 나쁜 건 대부분의 그들을 체포한 사람들이 독일군이 아닌 프랑스 정부와 경찰들이라고 했다. 루시앙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독일군은 프랑스인들을 잡기 위해 프랑스인들을 이용하고 있었다. 한밤중에 프랑스인의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것은 보통 게쉬타포 (Gestapo) 에서 보낸 프랑스 경찰관이었다.


루시앙은 독일 점령 아래에서 모든 파리 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댓구하면서 마네를 바라보았다. 루시앙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마네가 신경쓰였다. 마네는 가스통이 루시앙을 오래 알고 지낸 친구라고 했고, 대단한 권위와 명예를 가진 사람이라고 했으며 나라를 사랑하고 자신의 말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루시앙은 그의 말에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가스통과는 그다지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오로지 일적인 면에서만 얘기를 나눴을 뿐이었다. 그들은 친구가 아니었다. 가스통은 루시앙이 어떤 사람인지 진짜로 알지 못했다.


마네는 커다란 창문으로 가 밖을 내다 보며 잠시 서 있었다가 뒤를 돌아 루시앙을 바라보았다. 그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그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놀란 루시앙에게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해서 말했다. 자신이 제안한 이 아파트의 개조는 '게쉬타포에 쫓기는 한 유태인 남자를 위한 은신처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혹시 이곳으로 그를 찾으러 와도 게쉬타포가 절대로 찾을 수 없는 그런 은신처를 말이다. 그는 루시앙의 안위를 위해 그 사람의 이름을 알려주진 않겠다고 하면서, 독일 제국이 그 친구의 재산의 행방을 알고 싶어 그를 찾으려고 하는 거라며 그것은 상당한 액수라고 말했다.


루시앙은 순간 너무 놀라 말문이 막혔다. 그러다가 그는 마네에게 제정신이냐고, 유태인을 숨겨주려는 것이냐고 소리쳤다. 보통 때엔 고객에게 특히 마네처럼 부자에게는 절대로 그렇게 무례하게 말하진 않았지만, 지금 마네는 금지된 선을 넘고 있었다. 유태인을 돕다니. 그가 얼마나 부자이건 간에 유태인을 숨겨준 마네는 체포되어 처형될 수 있었다. 그것은 프랑스인이 절대로 가담할 수 없는 범죄였다. 동정 때문에 노랑별을 다는 것과는 별개로, 실제 게쉬타포에 쫓기는 유태인을 도와주는 건 완전히 미친 짓이었다.


루시앙은 도대체 가스통 그 인간이 그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마네에게 당신은 지금 내게 자살하라고 권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자 마네는 그렇다고, 자신 역시 자살하고 있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그의 말에 루시앙은 맙소사,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거냐고 소리쳤다. 하지만 마네는 루시앙의 이 말에도 전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거기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1940, 이 지옥이 시작된 해에, 그리스도교인으로서 자신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즉 자신의 인간적인 형제중 한 명이 위험에 처하게 되었을 때 자신도 불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프랑스인으로 태어났든 그렇지 않든 간에 말이다. 그리고 자신이 찾은 방법은 그저 그 사람들을 향해 등을 돌리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루시앙에게 그리스도교로 말할 것 같으면, 그는 아버지 말에 동의했다. 그것은 실 생활과는 전혀 맞지 않는 일련의 선의의 믿음일 뿐이라는 것.


마네는 다시 한 번 육안으로는 찾을 수 없는 은신처를 디자인해 주면 12, 000 프랑을 주겠다고 말하며, 그것이 당신의 건축적인 도전이라고 말했다. 자신에게는 일을 할 수 있는 훌륭한 노동자가 있지만 그들은 건축가가 아니어서 당신이 갖고 있는 눈이 없고 당신이 할 수 있는 영리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시앙은 당연히 거부했다. 이 일은 완전히 미친 짓이며 자신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마네는 자신의 제안을 다시 고려해 주길 바란다며 이 일은 상호 간에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 한 번이라고 덧붙였다. 루시앙이 다시 거절하려고 하자 마네는 자살을 하느냐 마느냐를 바로 그 자리에서 결정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하지만 오후 6시까지는 카페에서 답을 달라고 말했다. 그는 그 아파트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결정을 하라고 루시앙에게 열쇠를 주며 그 일은 이제 모두 그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루시앙은 뭐라 말하려 했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마네는 문을 향해 걸어가며 자신이 내일 아침 항공 부품 생산을 위해 계약서에 사인을 할 예정이고, 지금 갖고 있는 공장의 공간이 부족해 공장을 확장하려고 한다며 건축가를 찾고 있다고 말하고 그곳을 떠났다.


혼자 남게 된 루시앙은 주변이 빙빙 도는 것 같아서 균형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는 토할 것 같아서 바닥에 주저 앉았다. 보통 때 같으면 그게 얼마나 별 볼 일 없는 일이든 상관없이 무슨 일이든 한다고 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 일은 완전 다른 문제였다. 파산할 지경이었지만 그렇다고 돈을 받고 그가 죽는다면 그 돈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말이다. 사실, 죽는 게 그를 괴롭히는 건 아니었다. 죽기 앞서 있을 게쉬타포의 고문이 더 무서웠다. 그는 협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독일군이 어떻게 하는지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루시앙이 당장 얼마가 필요하고 얼마나 새 일을 하고 싶든 간에, 그 일이 갖는 위험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영웅적인 타입이라고 믿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다. 그는 1939년 군대에 있을 때 이미 그것을 배웠다. 자신이 주둔하고 있던 요새를 지나 독일군이 프랑스를 점령했을 때 오히려 그는 속으로 잘됐다고 생각했다. 그는 독일군과 싸운다는 것이 겁났다. 독일군들은 침략하는 곳의 모든 사람들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쉽게 짓밟았다.


622일 휴전에 사인한 후, 공식적으로는 패해서 잡혀간 것으로 여겨졌던 루시앙과 다른 많은 프랑스 군인들은 간단히 군복을 벗고 군대 서류를 파기하고 가짜 서류를 가지고 일반 시민의 삶으로 돌아왔다. 독일 군대가 6월 마지막 날 루시앙의 부대에 닿기 전, 그는 파리에 있는 아내 곁으로 돌아왔다.


루시앙은 영웅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분명히 탄압받은 사람들을 위해 나서는 마네와 같은 공상적 박애주의자도 아니었다. 하지만 한 가지 것에 대해서는 마네가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유태인이 점점 더 가혹한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태인들에게 행해진 그 모든 것은 아무리 부당하다고 해도 당신이 어찌할 수 없는 정치적인 문제였다.


루시앙은 프랑스에 사는 유태인들이 '선택받은 민족'이 아니라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1933년 이후부터 프랑스 신문에는 나찌가 독일에서 유태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여러 번 기사가 났기 때문이었다. 왜 그들은 이곳 프랑스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치 못했단 말인가? . 어떤 유태인들은 일찍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으로 포루투칼로 피신했고 어떤 이들은 스위스로 넘어 갔다. 그들은 자신들을 위해 그리고 그들이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깨달은 사람들이었다. 왜 다들 그들처럼 현명하지 못했단 말인가?


그곳에 남아 있던 유태인들은 이제 죽을 목숨이었다. 1940년 가을부터 그들은 그 나라를 떠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유태인들은 경계선을 넘어 점령당하지 않은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금지되었다. 그들은 독일군에게 체포되어 추방당하지 않기 위해 도시들을 탈출했다. 루시앙은 수천에 이르는 유태인들이 시골에 숨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숨어 있는 헛간에 비교하면 마네가 제시한 은신처는 궁전이었다.


루시앙은 일어서서 아파트를 둘러 보았다. 이 일에 관여한다는 것은 분명 자살하는 짓이었다. 하지만, 만약 현명하게 잘 해 낸다면 그 유태인은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고, 아무도 그가 이 일에 관여했다는 걸 알지 못할 것이며, 무엇 보다도 좋은 건 루시앙은 큰 돈도 벌고 거기에 따르는 커미션도 받게 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마네는 매우 빈틈 없고 성공한 사람이였다. 그는 계산된 위험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무모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 노인은 분명 이 일에 대해 마지막 세부 사항까지도 생각해 놨을 것이다.


루시앙은 밖으로 나가려고 아파트 문을 향해 가다가 뜬금없이 육안으로 찾을 수 있는 은신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현관문 손잡이를 잡고 고개를 돌려 빈 아파트를 둘러 보다가 아니라는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문을 열고 복도에 혹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다음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다시, 마네가 제시한 커미션 자체만으로도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큰 프로젝트를 얻는다는 건 전쟁 전이었다고 해도 결코 제안받지 못했을 엄청난 기회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당장 돈이 필요했다. 그는 점령이 시작된 이래 일이 없었다. 그 자신이 갖고 있던 돈은 다 쓴지 이미 오래 됐고, 실레스트의 신탁 자금 역시 오래 가지 않을 것이었다. 그는 최소한 그곳을 다시 살펴보는 것이 죄가 되진 않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아파트로 다시 들어가 방방 마다 살펴 보기 시작했다.


먼저, 누구든지 다 아는 은신처, 예를 들면 책장 뒤나 옷장 뒤 구석진 곳 같은 곳은 제쳐두었다. 영화를 촬영하는 카메라 렌즈처럼, 그는 눈으로 각 방의 곳곳을 아주 세밀하게 훑었다. 동시에, 그는 뒷쪽에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것을 고려하면서 모든 표면을 직감적으로 분석했다.


루시앙은 마네의 그 '손님'이 덩치가 얼마나 큰지 알 수가 없었지만, 보통 체구의 남자를 각각의 가능한 공간에 집어 넣고 충분한지 상상해 보았다. 그는 먼저 벽을 따라 대어져 있는 아름다운 징두리 벽판을 살펴보며 그것을 떼어내고 공간을 만드는 상상도 해보았지만 징두리 벽판 뒤의 벽은 한 남자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깊지 않았다.


다음으로, 그는 마루 바닥을 따라 대어진 굽도리널 (baseboards=skirt board: 방 안 벽의 밑부분에 대는 좁은 널빤지)이 보통 보다 높다는 걸 발견하고 그것들에 경첩을 달아 덮개로 만들어 사람이 들락날락 할 수 있게 만드는 상상을 했다. 만약 벽의 깊이가 적당하게 깊다면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잠시 후, 루시앙은 다른 쪽으로 옮겨 갔다. 복도를 따라 벽이 있었는데, 그것은 중간에 물굽이져 있었고, 반원형의 틈새가 있었다. 그곳에는 1미터 높이의 토대 위에 작은 머큐리 동상이 놓여져 있었다. 키가 너무 크지 않은 남자라면 그 토대 안으로 몸을 숨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동상이 놓여져 있는 상태에서 사람이 들어 가고 난 후 뚜껑을 제대로 닫는 것은 동상의 무게 때문에도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런데, 루시앙이 그 틈새를 좀 더 가까이에서 살펴 보기 위해 옮겨 가는데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것을 살펴 보는 그의 온 몸에 뭐라 말할 수 없는 전율이 느껴졌다. 그것으로 그는 망할 놈의 독일군들을 골탕먹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흥분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마네를 만나기 전 이런저런 위험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라 와인을 몇 잔째 마시며 고민했다. 그러다가 그는 점령 후 저항하기 위해 아무 것도 못하는, 그렇다고 레지스탕스 (The Rsistance)에 가담해서 활동할 용기도 없는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고 있던 차, 이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저항의 방법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마네를 만났다. 루시앙은 마네에게 공장 디자인에 대한 확답을 원했고, 마네는 물론이라며 책을 한 권 읽어보라고 건냈다. 거기에는 마네가 약속한 액수의 수표가 들어 있었다.


카페를 나온 루시앙은 자신이 일을 얻게 된 얘기를 어서 빨리 셀리스트에게 하고 싶었다. 물론 아파트 얘기는 그녀의 안전을 위해서도 비밀로 해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집으로 가던 중 먼저, 루시앙은 공중전화 부스로 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 상대방은 바로 그의 오랜 정부인 아델 보노 (Adele Bonneau)였다. 아델은 30대 후반인 제법 성공한 패션 디자이너로, 루시앙의 건축 일을 진심으로 재미있어 했다. 루시앙은 새 일거리가 생기면 그녀에게 얘기를 했고, 그녀는 함께 기뻐해 주었다. 그녀는 항상 그의 디자인을 보고 싶어 했고 루시앙은 주저없이 그것을 보여 주었다. 그녀와의 정사가 끝난 후 담배를 피고 술을 한 잔 하면서 아델이 맘에 들어 하지 않는 자신의 디자인 부분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시간이 루시엔에게는 가장 즐거운 때였다.


그럴 때마다 루시앙은 애초에 그가 결혼해야 했었던 사람은 아델이었다고 생각했다. 아델은 파리에서 행해진 최신 건축 작업에 대해 다 알고 있었다. 반면 수학 교사를 하다가 결혼 후 전업주부가 된 셀리스트는 건축은 남자들의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의 일에 전혀 흥미가 없었다.


벨이 여러 번 울린 뒤에야 전화를 받은 아델은 루시앙이 흥분된 목소리로 자신의 새 일에 대해서 얘기를 하자 아델은 잘 됐다며 디자인이 완성되면 마네에게 보여주기 전에 자기에게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루시앙이 알겠다고 하면서 좀 더 얘기를 하려고 하자 아델은 미안하지만 매니저인 베티 (Bette)와 다가오는 패션쇼에 대해서 얘기를 해야 한다고 바쁘다며 갑자기 전화를 끊어 버렸다. 사실, 그 시각, 루시앙이 디자인했던 아델의 아파트에는 그녀의 다른 애인인 헬뭇 쉴레걸 (Helmut Schlegal) 대령이 와 있었다.


한편, 루시앙에게서 마네의 공장 디자인 얘기를 들은 셀리스트는 그것은 독일에 경제적으로 협조하는 짓이라며 굶어 죽더라도 그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력히 반대한다. 하지만 루시앙은 그 일을 계속하였는데, 마네는 처음 약속과는 다르게 집 개조 부탁을 계속했다. 물론 커미션으로 군수 공장 디자인과 함께.


차츰 일거리가 많아지자 루시앙은 알랭 (Alain)이라는 조수를 채용하게 되는데, 그는 이제 갓 디자인 학교를 졸업한 청년으로 한 독일 장교의 조카였다. 루시앙은 알랭이 모든 걸 다 아는 것처럼 나대는 것이 맘에 안들었다. 하지만 그의 뒷배경 때문에 혼자 속앓이를 하던 중, 그날도 루시엥과 군수 공장 디자인을 함께 하고 있는 바우하우스 출신 독일군 장교인 허조그 (Herzog)와 함께 새 군수 공장 디자인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가 알랭의 태도에 화가 난 루시앙이 그를 창고로 불러 야단을 쳤고, 밖으로 나와 그의 서랍에서 디자인 해놓은 걸 가져오라고 했다. 알랭은 그것이 무엇인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지만, 모른 척하면서 서랍에 들어 있던 모든 디자인을 다 꺼내와 허조그 앞에 펼쳐 놓았다.


그런데, 그것을 한 장 한 장 넘기던 중, 군수 공장과 전혀 상관 없는 디자인이 들어 있는 걸 발견하고 알랭과 허조그가 무엇에 대한 것인지 묻자 루시앙은 당황해 하며 별 중요하지 않은 다른 프로젝트라고 얼버무린다. 하지만 루시앙을 싫어하던 알랭은 루시앙의 몹시 당황하던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그날 새벽, 그는 몰래 루시앙의 사무실로 가 드라이버로 그의 잠겨 있는 서랍을 열고 그 안에 들어 있던 문제의 그 디자인을 찾아낸다.


그런데, 잠시 후, 알랭은 누군가 사무실로 들어오는 소리를 들으며 그가 누구인지 짐작하고 얼른 몸을 숨긴다. 그가 있는 걸 눈치채지 못한 루시앙은 마네에게 그 일을 더이상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을 하고, 알랭은 둘의 통화 내용을 엿듣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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