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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의 작은 서재

The Past by Tessa Hadley (2016) Margaret Kim (margaret7630) 2019-9-4  13:33:42

The Past


By


Tessa Hadley






어느 여름 날, 세 자매인 해리엇 (Harriot), 엘리스 (Alice), 프랜 (Fran)과 한 명의 남자 형제인 롤랜드 (Roland)는 서머셋 (Somerset)의 시골 마을인 킹튼 (Kington)에 있는 옛 집에서 모이기로 했다. 그것은 이미 낡을 대로 낡은, 교구 목사였던 조부모님과 부모님 그리고 그들 네 형제가 어렸을 적에 살았던 그 집을 처분하기 전 모두 함께 모이는 마지막 여름 휴가로, 아이들과 롤랜드의 새 아내까지 참석하기로 했다.


그곳에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엘리스 (Alice)였다. 하지만 그녀는 문 앞에 서서야 자신이 열쇠를 갖고 오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열쇠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유명했다. 배우였던 엘리스는 46살이었고, 분명하게 규정할 수 없는 그런 사람, 말하자면 사진마다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청년이 다 된, 전 남자친구 데니 (Deni)의 아들인 카심 (Kasim)과 함께 그곳에 왔다. 기차에서 사람들은 그가 그녀의 연인이거나 아들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카심은 파키스탄 (Pakistan)의 펀잡 (Punjab)에서 판사였던 그의 친할아버지와 영국 소설가 사이에서 태어난 부모를 갖고 있는 혼혈이었다. 지금, 카심은 아무 말도 없이 그녀 곁을 벗어나 집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녀는 벌써 지루하다는 그의 말 때문에 열쇠와 얽힌 이 작은 불행이 자신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지만 잠깐 카심에게 화가 났다. 그를 데리고 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그녀 혼자 왔더라면 열쇠는 별 문제가 안됐을 것이었다. 오히려 집 문을 처음 열어야 하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 일을 하게 할 수 있는 일종의 행운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낡은 그 집은 이층의 흰색의 정육면체 건물로 네 면이 전부 정원으로 둘러져 있었다. 뒷쪽에는 프렌치 스타일의 창문과 베란다가 있었고, 잔디밭이 개울 쪽으로 경사져 있었다. 안쪽의 벽들은 갈색 누수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으며, 중앙 난방도 없고 지붕은 샜다.


엘리스와 카심은 나란히 서서 프렌치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 보았다. 실내는 다른 세계 같았다. 마치 거울에서 보는 방처럼. 엘리스는 자신의 정신과 의사에게 항상 이 집에 대한 꿈을 꾼다고 말했다. 이 집을 제외하고, 그녀가 살았던 다른 집들은 그저 연극 공연을 위한 세트였다.


카심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것에 별 관심이 없었다. 얼마나 머물 수 있을지 확실치 않았고, 엘리스와 함께 이곳에 온 것은 그저 그가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신경을 쓰는 자신의 엄마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다. 대학 1년차가 끝날 무렵 벌써 그는 지루했다.


잠시 후, 카심이 별채 옆에 세워져 있는 회색 자동차를 발견하고 엘리스에게 말했다. 그것은 그녀의 언니 해리엇 (Harriet)의 차였다. 뒷좌석 위에는 상자가 하나 있었고 그 위에 지도가 있었다. 해리엇은 먼저 도착해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며 걷기 위해 숲으로 간 모양이었다. 그녀는 자연을 좋아하고 원칙에 의거한 방식으로 그것과 소통했다. 평소 해리엇은 엘리스가 경박하다고 생각했다.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에, 엘리스는 카심에게 이것저것 보여줘야 된다는 의무감이 생겼다. 그녀는 뒤쪽 정원의 돌벽에 있는 열쇠 구멍 틈을 통과해 교회 뜰로 그를 데리고 갔다. 엘리스가 할아버지는 상당한 지식인이었고 시인이었다고 말했지만, 경제학 전공인 카심은 시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었고, 물론 그렇다고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잠시 후, 프랜 (Fran)이 도착했다. 네 형제 중 가장 막내인 그녀는 9살과 6살인 아이들 아이비 (Ivy)와 아서 (Arthur)를 데리고 왔다. 교통 때문에 무척 힘든 여행이었다고 했고 아이비는 차멀미까지 한 모양이었다. 차에서 내려 뒷뜰로 온 그 아이들은 옛날 연극에서나 나옴직한 인물들 같은 차림새였다.


아이비는 항상 머리 속에 다른 세계가 있었다. 그녀가 킹튼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곳에서는 모든 점에서 그녀의 내적 생과 외부의 세상이 잘 맞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꿈 속으로 들어가듯 잔디밭으로 발을 내딛었다. 아서는 매일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었지만 창백하고 아름다웠다. 투명한 피부의 그의 이마엔 푸른 혈관이 보일 지경이었다. 한 마디로 그는 아이비의 이야기 속에서나 나옴직한 인물이었다. 그는 연한 금색의 머리를 어깨까지 기르고 있었고, 누나인 아이비를 거의 주인처럼 따랐다.


프랜은 별채 중 한 곳에 여분의 열쇠가 있었다는 걸 기억했다. 엘리스가 별 문제 없었다고, '우리'는 함께 묘지를 구경하며 교회 뒷뜰에 있었다고 하자 프랜이 '우리'가 누구냐고 물었다. 엘리스가 카심을 데리고 왔다는 하자 프랜은 이번엔 가족들만 모이자고 말한 사람이 바로 엘리스였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엘리스가 카심에 대해서 말했다고 주장하자 프랜은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엘리스가 그나저나 프랜의 남편인 제프 (Jeff)는 어디있느냐고 묻자 프랜은 마지막 순간에 일이 있어서 못 온다고 말했다고 했다. 엘리스는 이번에는 그가 분명 온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프랜은 그렇다고, 하지만 그는 몇 달 동안 진행되어 온 이번 모임을 잊어 버린 척 했다고 말했다.


프랜이 문을 열었고, 그들은 자신들이 없었던 동안 생겼을 수도 있는 집안의 변화를 마주 대하기 주저하며 머뭇거리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항상 그들이 그 집에 가졌던 너무나 희망적인 모습을 덮어 버리는 현재의 낡고 손보아야 하는 실제 모습에 적응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다. 롤랜드의 두 번째 부인이었던 발레리 (Valerie)는 킹튼에 올 때면 내내 그 집을 어떻게 고칠 것인지 얘기했었다. 그녀는 정원으로 나갈 수 있는 새 부엌을 만들어야 한다느니, 중앙 난방과 욕실을 더 만들어야 한다느니 했고, 모든 이가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지만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없었으므로.


엘리스가 환기를 시키기 위해 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안을 돌며 문과 창문들을 죄다 열었다. 그녀는 이층 침실에서 교회 마당에 아이들과 함께 있는 카심을 향해 손을 흔들다가 눈길을 다시 방안으로 돌리며 카심이나 다른 누군가와도 특히 데니와도 아무런 관계를 맺지 않겠다고 각오한 것을 다시 되새겼다.


그런데, 방안의 핑크 벽지 위에 어른거리는 불빛, 눈 가에 보이는 묵직한 검은 옷장, 밖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목소리, 방 안의 퀴퀴한 냄새와 그것이 지닌 비밀들, 마루 바닥의 삐걱거리는 소리, 이것들은 어떤 기억을, 너무나 날카롭고 아직도 너무나 불확실해서 꿈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을 뿐인 그것을 떠올리게 했다. 꿈 속의 한 여름날, 한 남자, 그리고 말없이 가볍게 그와 그녀 사이를 통과하던 친밀감의 신호. 이 친밀감의 불꽃이 엘리스를 들뜨게 했고 휘저었다. 그것은 회상이라기 보다는 기대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랑은 다시 풍성하고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마치 뭔가가 숨어서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그녀는 숨도 쉬지 않고 층계를 내려가면서 그녀의 심장이 빨리 뛰는 걸 느꼈다.


프랜은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엘리스가 정원에서 꽃을 좀 꺾어 오려고 가위를 찾는데 프랜이 카심을 데려올 때 어디서 재우려고 생각했느냐고 물으며 엘리스와의 사이를 의심했다. 엘리스는 맙소사, 그는 내 의붓아들 같은 애야, 라고 대꾸하면서 아이들이 카심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엘리스는 할머니의 화병들을 찾아 물을 채웠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그들이 없는 동안에도 살아남은 몇가지 꽃들을 꺾어 와 온 집 안에 그것들을 놓았다. 그리고 수퍼에서 사 온 과일들을 볼에 놓았다. 집안은 음식 냄새로 가득찼다. 마치 그들이 오지 않은 동안 빈 집은 무기력 상태에 빠졌다가 다시 그들이 오면 처음엔 뻣뻣하고 주저하다가 다시 생기발랄한 상태가 되는 것 같았다.


한편, 해리엇은 교회 뜰을 걸어 돌아와 다른 식구들을 만났다. 프랜이 인사를 하며 산책을 다녀 왔느냐고 묻자 해리엇은 실은 집 문을 여는 첫 번째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프랜은 제프가 오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롤랜드의 가족이 언제 올지 모른다는 것 등의 얘기를 하면서 그들 모두 그의 새 아내에 대비해 좀 더 마음을 굳게 먹자고 말했다. 해리엇이 정원에서 카심을 보았다고 하면서 그가 매우 멋진 남자 같다고 말하자, 프랜은 목소리를 낮추더니 엘리스는 전혀 현실성이 없는 사람인 것 같다고, 그를 데려와서 자신이 결국 벙크 베드에서 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때 엘리스가 나이프와 포크들을 무더기로 들고 부엌으로 왔다가 해리엇을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엘리스가 해리엇에게 3주 동안 있을텐데 짐이 별로 없다고 하자 해리엇은 자신은 1주일만 머물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엘리스는 탁자 위에 식기들을 소리나게 놓으며 모두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 그곳에서 함께 3주 동안 휴가를 보내기로 하지 않았느냐고 소리쳤다. 해리엇은 자신은 약속하지 않았다면서 그렇게 오랫동안 시간을 내기가 힘들 거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둘의 대화가 격해지는 것을 보고 프랜이 지금 여기 다 같이 있는 게 중요하지 않느냐고 싸우지 말라고 진정시키자 해리엇은 말없이 윗층으로 올라갔다. 아래층에서 엘리스가 불평을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슨 말인지 똑똑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해리엇은 엘리스가 상황을 망쳤다고 비난하는 것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녀가 이번 모임이 정말 가족들만의 행사이기를 바랬다면, 카심을 데려와서는 안됐고, 아무도 그것에 대해 그녀에게 항의한 사람은 없었는데 말이다.


잠시 후, 엘리엇이 화해의 제스처로 진토닉을 들고 올라왔다. 그녀는 그 방에서 자는 게 괜찮냐고 물었고, 해리엇은 괜찮다고, 이 방이 뭐 어때서? 라고 물었다. 엘리스는 해리엇이 그녀의 방을 통해야 들어올 수 있으니 불편한 게 아니겠느냐고, 롤랜드의 방은 그의 새 아내 필라 (Pilar) 때문에 통하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 해리엇은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아서가 와 해리엇에게 자신의 사진을 찍어줄 수 있느냐고 물어서 좋다고 하자 그는 카메라를 향해서 활짝 웃었다. 타고난 카메라 체질인 엘리스가 아서의 곁에 앉아 그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다시 한 장을 더 찍었다. 그러고 나서 아서가 두 자매에게 함께 사진을 찍으라고 하자 둘은 못들은 척했다. 그들은 둘 다 인정한 적은 없지만, 서로가 얼마나 닮았는지에 대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싫어했다. 가족들 사이에서 그들은 극단의 끝에서 항상 하나라는 걸 확인시켜 주었다. 해리엇의 머리가 흰머리로 변하자 그 닮음은 거의 놀랄 정도로 분명해졌다.


롤랜드에게서는 연락이 없었지만 그들은 먼저 저녁을 먹었다. 프랜이 이번 모임이 그들의 마지막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고 말하자 엘리스는 그렇게 생각하기 싫다고 섣불리 말하지 말라고, 그것 때문에 우리가 모인 거 아니냐고 말했다. 전화벨이 울리고 그것을 받은 해리엇이 실망스런 표정으로 롤랜드네 가족이 내일에서나 온다고 했다고 전했다. 엘리스는 전화벨이 울리자 마자 그럴 줄 짐작했다고 했고, 프랜은 그는 매번 이런 식이라고 한탄했다.


다음 날 아침, 카심은 런던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런던이 그가 원했던 곳은 아니었고, 이미 그곳에서 도망쳐 나온 게 아닌가 싶어서 그냥 좀 더 머물기로 했다. 아침 식사 후, 카심은 들판을 지나 아이비가 알려준 곳으로 가서 전화기를 꺼냈다. 아이비와 아서가 그의 뒤를 따라왔다. 그는 정문 앞 조금 못미쳐서 멈춘 다음 땅에 보이지 않는 줄을 긋고 그 둘에게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말라고 그곳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다. 놀랍게도 그들은 그가 쳐놓은 보이지 않는 그 선을 넘지 않았다.


점심 무렵쯤, 롤랜드와 아르헨티나 출신의 변호사인 새 아내가 그의 첫번째 결혼에서 얻은 딸인 16살의 몰리 (Molly)와 함께 도착했다. 별채 옆에 차를 세우고 나온 롤랜드는 집에 다가가기 전 멀리서 바라다 보았다. 삼촌이 소와 폴로용 망아지를 키우는 아르헨티나의 초원에서 여름을 보냈던 필라의 눈엔 그곳이 어떻게 보일까 궁금했다. 그녀의 삼촌은 아르헨티나의 군사정부에 아주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했다.


롤랜드는 차에서 짐을 꺼냈다. 그는 필라에게 이것이 작은 영국 교구 목사관이고 1820년에 세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은 그곳을 좋아하는데 엄마가 그곳에서 자라셨기 때문이며, 몰리는 어린시절 내내 그곳에 왔었고 유지비가 비싸서 고쳐야 할 곳이 많다고 말했다. 몰리는 그에게 그곳을 팔아서는 안된다고, 그곳은 항상 돌아올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필라와 결혼하면서 롤랜드는 그녀와 몰리가 잘 지내지 못할까봐 걱정했었다. 그와 외동딸과의 관계는 문제가 없었고 맹목적으로 사랑했지만 필라가 몰리의 침묵과 어색함을 과장되게 받아들일까봐 걱정했었다. 하지만 둘은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다. 몰리는 대부분 그녀의 엄마이며 그의 첫 번째 아내와 살고 있었는데, 몇일 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필라는 몰리를 미장원에도 데려가고 눈썹 정리고 해주었으며 새옷도 사주었다. 아름다움을 상품화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완고한 몰리의 엄마가 별로 좋아하진 않겠지만. 롤랜드는 여자들의 외모에 이렇게 많은 전문가의 손길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놀랐다. 필라의 우아함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완성되었고, 매일의 기적이었다. 필라는 한번도 그에게 그녀의 모습이 어떠냐고 묻지 않았다.


엘리스와 프랜 그리고 아이들이 몰려 나와 필라와 몰리에게 인사를 했다. 해리엇은 새를 보기 위해 나가고 없다고 했다. 엘리스는 흰색 슈트를 입은 롤랜드를 놀렸고, 그는 언제나처럼 거기에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린시절 함께 놀이를 할 때에도 그는 그다지 즐거워하지 않았다. 그는 사물에 대해서 알고 설명하는 걸 더 좋아했다.


아이비와 아서가 필라의 손을 잡고 점심 테이블로 안내했지만 필라는 오랜 여행 끝이라 아직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엘리스는 팔라에게 꽃이 많이 피는 봄에 이곳에 와 봐야 한다고 말했다. 롤랜드는 이곳은 그들의 조부모가 살았던 그대로라고 말했다. 필라는 동정어린 목소리로 이 낡은 집을 유지하는 데에는 비용이 많이 들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엘리스가 자신들은 이 집을 유지한다기 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인 채로 좋다고 말했다.


잠시 후, 몰리가 기타를 꺼내 연주를 하자 엘리스는 카심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롤랜드는 카심의 얘기를 듣자 즉각 긴장하는 게 보였다. 주로 여자들만 있는 이곳에, 그의 영역에, 잘 모르는 어른 남자가 있다는 생각에 그는 화가 났다. 그는 특히 카심이 몰리에게 혹시나 허튼짓을 하면 어떡하나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그가 데니의 아들이라니. 그는 데니가 엘리스에게는 재앙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그의 침실에서 나오던 카심은 막 윗층으로 올라온 몰리와 마주쳤다. 엘리스와 프랜이 몰리에 대해서 얘기를 했었지만, 그는 그녀 역시 또 다른 아이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둘은 보자마자 전율을 느꼈다. 첫눈에 반해서가 아니라 이곳에서 또래의 젊은이를 보게 된 것에 대해서 말이다. 이 마주침은 결정적으로 전체 상황에 흥미를 더해 주었다.


해리엇은 탐조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왔다. 롤랜드의 재규어가 보였고, 도로에 놓여 있는 값비싼 러기지들이 보였다. 그녀는 그의 새 아내를 만나야 한다는 사실에 두려웠다. 잠시 후 해리엇은 아서와 함께 다른 가족들이 점심을 먹고 있는 테라스로 갔다. 엘리스는 체중을 고려해 언제나처럼 먹는 시늉만 했고, 롤랜드는 중앙에 앉아 얘기를 하고 있었다. 롤랜드는 말을 할 때 항상 신중했다. 어디에서 쉬어야 하나까지도 정교하게 계산했다. 그의 누이들은 그의 영특함을 존경했다.


롤랜드의 아카데믹 위치는 철학자였지만 두 권의 대중적인 책도 출판했다. 지금 그는 전국지에 글을 기고하고 있었다. 해리엇은 그의 놀랄 정도의 흰색 수트를 입은 모습은 새 아내의 영향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그를 세속적이고 상류층처럼 보이게 했다. 그는 영국 영화는 항상 목가적인 풍경이 부족해 한계가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는 우리는 풍경에 관해 향수에 젖는 방법만 알지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우리 자신을 상상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필라는 시골이 그녀로 하여금 하나도 향수에 젖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은 도시를 좋아하고, 런던을 좋아한다고, 그곳의 사람들과 모든 편리 시설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롤랜드는 그녀가 12,000 에이커 농장에서 자랐다고 말했다.


아서가 해리엇을 테이블 쪽으로 데려가자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마치 그녀가 없어진 걸 몰랐다는듯이. 당연히 그녀의 자리는 없었다. 롤랜드가 오버하며 한번도 한 적 없는 키스를 하며 인사를 했고 필라를 소개했다. 필라는 당당하고 아름다웠고 다른 가족들보다 훨씬 더 컸다. 솔직히 그녀는 그들과는 다른 재료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덜 신경질적이었고, 강한 말에도 좀 더 세련되고 간단하게 표현했다. 해리엇은 잠깐 잡은 손에서 났던 팔라의 향수 냄새를 아주 오랫동안 맡아야 했다.


그들은 모두 필라의 등장으로 영향을 받고 있었다. 마치 그녀의 시선을 위해 그들이 연기를 하고 있듯이 말이다. 필라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은 그녀의 결연하고 유동적인 흘깃거림처럼 빠르고 단호했다. 그것은 말을 시작하려는 것 보다는 다른 사람의 말을 끝내고자 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매들은 그것이 단지 문화 차이 때문이라고 이해해 주는 분위기였다. 그들이 아르헨티나의 상황을 묻자 필라는 자신은 정치를 혐오한다고 말했다. 거기는 모든 게 정치적이라고, 그래서 그곳을 벗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제 막 결혼한 신혼인 롤랜드와 필라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사적인 것에 대한 것이었고, 부드럽기는 했지만 보고있는 사람들에게는 역겹기도 했다. 엘리스가 흘깃 프랜을 바라보자 프랜 역시 그랬다. 필라는 그녀가 자신을 아르헨티나로 데리고 가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롤랜드에게 언젠가는 가게 될 것이라고, 그곳에 가면 자신의 식구들이 어떻게 해 줄 것인지를 나열했다. 하지만 자신 역시 그곳을 모르고, 진정으로 그곳을 알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아주 정상이 아닌 곳이기 때문이라고.


엘리스가 철학자들은 그런 곳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들을 위한 일거리가 많으므로. 롤랜드 역시 라틴 어메리카에 대해 쓴 출판물이 있다고, 그런 것들이 그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 같은데 이유는 그가 꽉 막힌 삶을 살기 때문이며 그는 굉장히 금욕주의자라고 말했다. 그래서 거기에 대한 글을 쓰는 것 같다고.

그러나 필라는 롤랜드에 관해서 그의 누이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해리엇이 필라에게 법쪽에서 어떤 분야를 맡고 있느냐고 묻자 그녀는 상업적인 계약들에 관한 것이라고 대답했고, 아무도 거기에 대해 토를 다는 사람이 없었다.


잠시 후, 카심이 산책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한번도 본 적 없는 엘리스의 남동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몰리가 자기 때문에 그가 그곳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는 걸 원치 않았다. 아이비가 그와 같이 가게 해달라고 엄마한테 애원했다. 프랜은 이런저런 주의 사항을 말하며 크게 법석을 떨었지만, 카심이 보기에 그녀는 아이들과 두어 시간 떨어져 지내는 것을 반가워하는 눈치였다. 카심은 인상을 쓰고 그와 엘리스가 택시로 왔던 길 반대쪽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가다가 버려진 오두막에 도착했을 때 카심은 주변의 꽃밭에 누웠다.


그 오두막은 버려진 지 오래된 것 같았다.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의 표면은 빛을 잃었고, 회갈색의 땅과 같은 색으로 침하되어서 인공적이라고 볼 수 없게 되어 가고 있었다. 여기저기를 살피다가 아이비와 아서는 윗층의 한 방에서 죽은 개의 사체를 발견하였다. 그것이 지독한 냄새의 큰 원인이었다. 아이비는 아서가 놀랠까봐 얼른 상황을 우스꽝스럽게 만들며 그곳을 나가자고 했다. 아이비는 이 일을 절대로 카심에게 말하지 말라고, 그가 화를 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카심은 꽃밭에서 살짝 잠이 들었다. 정신이 들자 그는 아이비와 아서에게 해야 할 역할이 반대로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잠깐 화창한 햇빛이 비치는 밖에 있는 동안 그들은 안에서 그가 보지 못한 것을 본 것이었다. 카심은 자신이 먼저 그 오두막이 안전한지 체크를 하고 그들을 들어가게 해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나온 그들을 보니 멀쩡한 것 같았다. 카심이 오두막 안은 어땠느냐고 묻자 아이비는 비어있었다고 말했다. 즐거운 듯 과장해서 얘기를 나누면서 아이비는 자신들이 본 것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한편, 롤랜드와 필라가 동네를 둘러본다고 나가자, 엘리스는 윗층 창가 소파에 누워 책을 읽었다. 그것은 그녀가 어린시절 좋아했던 인형의 집이었다. 그 책은 엘리스로 하여금 오래 전에 잃었거나 잊고 있었고, 다시 찾기를 바래지 않았던 것들을 건전하고 단순한 방식으로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녀는 확실치 않지만 몰리가 자신의 방에서 뭔가 우울한 곡을 연주하는 걸 들었다. 약간은 슬프고 머뭇거리는듯 같은 것을 계속 반복하는데, 항상 같은 곳에서 실패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 음악은 엘리스를 완전히 흔들었다. 몰리는 이모의 격한 감정에 당황했다. 죄의식을 느끼며, 그녀는 나중에 해리엇에게 엘리스가 옛날 책을 읽으며 우울해 했다고 말했다. 해리엇은 엘리스가 아주 쉽게 우울해지는 성격일 뿐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드러내 보일 수 있는지, 그래서 아이들을 당황하게 하는지 해리엇은 속으로 엘리스를 비난했다.


저녁 식사 후, 프랜은 아이들을 잠재우고 몰리와 해리엇이 설겆이는 하는 동안, 엘리엇은 윗층으로 올라가 롤랜드의 방으로 몰래 들어 갔다. 롤랜드와 필라 그리고 카심은 바깥 테라스에서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엘리스는 자신이 준 꽃이 아무렇게나 창틀에 놓여 있는 걸 보았다. 그 옆 테이블 위에는 온갖 화장품이며 도구가 흩어져 있었다. 그런데 그것들은 필라의 것들뿐만 아니라 놀랍게도 롤랜드의 로션도 있었다. 그녀는 나중에 프랜에게 롤랜드가 로션을 쓴다는 걸 상상해 본 적있느냐고 말해주리라 계획했다.


엘리스는 땅거미가 깔린 침실을 둘러 보았다. 필라가 맡은 사건들이 펼쳐져 있었고 바닥에도 흩어져 있었다. 그녀는 필라의 빨강색 쉬폰 블라우스를 손가락으로 만지다가 옷장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구시대적이고 케케묵은 뭔가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볼레로를 입고 있었는데, 경계심 속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는 데 실패한 것일까? 아니면 때론 나이가 들수록 너무 심한 경계심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녀는 요즘 당연시 여기고 있었던 자신의 미모가 사그러져 가고 있는 것을 느끼며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한편,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해리엇은 마침내 자신만의 공간으로 올 수 있게 된 것이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잠시 후, 롤랜드의 방으로 통하는 쪽의 방문이 열려져 있는 걸 발견했다. 분명 그것을 확실히 닫아 두었었는데 말이다. 불을 켜진 않았지만 롤랜드와 필라가 들어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이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아서, 해리엇은 신발을 벗고 문을 닫으려고 조용히 방을 가로질러 가 1인치 정도 열려 있는 방문을 닫으려고 손을 뻗쳤다.


그런데 그 틈 사이로 그녀의 시선을 잡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처음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무엇이었다. 달빛에 그 형상이 비춰졌다 말았다 했다. 얼마 후 해리엇은 그게 무엇이든 자신이 옷장의 거울에 비친 것을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한참을 보고 있던 해리엇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그것은 신혼부부인 롤랜드와 필라가 섹스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미 늦었다. 해리엇은 이마를 문틀에 대고서 그들을 계속 보면서 셔츠 위로 그녀 자신의 젖가슴을 만졌다.


그때 구름이 달을 가려 빛을 완전히 가렸다. 갑자기 정신이 든 해리엇은 뒷걸음질 쳤다. 그녀는 이제 너무 두려워 문을 닫을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들도 그녀의 소리를 들을 것이고 그녀 역시 그들의 소리를 들었다. 일부러 낮게 내는 그들의 섹스 소리는 해리엇을 괴롭혔다. 섹스 후 끝내는 소리, 만족스러운 콧소리, 낮은 웃음소리 등이 해리엇을 후벼 팠고, 그녀는 부끄러웠다. 도대체 이런 감정들이 그녀의 내부 어디에 숨겨져 있었다는 말인가?


그녀는 벌떡 일어나 엘리스의 방을 통과해 화장실로 갔다. 잠시 후 그녀는 일부러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그녀의 방 불을 켜고 걸어가 곧바로 문을 닫았다. 그녀는 서랍의 티셔츠 밑에 두었던 일기장을 꺼내 날짜를 적고 잠시 주저하다가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다음 날, 엘리스와 프랜이 아이들을 데리고 시내로 나갔고, 롤랜드가 필라를 데리고 근처 야행화가 피어있는 황야를 구경시켜주려고 하는데 해리엇이 함께 가도 되냐고 물었다. 사실 롤랜드는 해리엇이 같이 가는 게 반갑지 않았다. 그는 해리엇의 삶이 따분하기 이를 데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녀가 하는 일은 훌륭했지만 그녀는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거부하는 것 같았다. 그는 해리엇이 필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이 쓰였다. 그녀의 출신 계급과 배경에 대해서. 분명 해리엇은 아르헨티나의 군부에 의해 저질러진 학대에 반대하는 위원회에 속해 있었다. 다행히 그녀가 요즘엔 좀 더 생기있고 좀 더 몸을 사리고 덜 판단적이 되기는 했다. 온통 흰머리를 하고 있는 그녀는 필라에겐 남편의 누이라기 보다 나이많은 이모처럼 여겨지게 했다. 지금 그녀는 아르헨티나에서의 삶에 대해 과장되게 관심있는 척했고, 필라는 그것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해리엇이 그곳의 규모에 비해서 정치와 역사뿐만 아니라 경치까지도 영국은 매우 편협하게 느껴질 것 같다고 말하자, 필라가 날카롭게 자신은 영국에서 살기로 선택했다고, 자신의 삶은 여기라고 말하며, 10년을 영국에서 살았고, 영국 남자와 결혼했다고, 그곳으로 오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뒤를 돌아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해리엇은 얼굴을 붉히며 쓸쓸하게 말했다. 그녀는 물론이라고, 자신의 말은 여기가 당신의 집이 아니라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우리집인 것처럼 여긴 당신의 집이라고 말하며 필라의 어깨를 잡았다. 그녀의 핏줄이 튀어나오고 검은 점이 박힌 손은 필라의 모공이 드러난 갈색 피부에 대하니 양서류 같았다. 필라는 그녀의 작은 사과의 제스처를 받아들인다는 듯 묵직한 찻주전자를 들고 우아하게 해리엇에게 먼저 그리고 다음으로 자신의 잔에 차를 부었다.


롤랜드는 해리엇이 그의 새 아내를 정말로 맘에 들어 하는 것 같아 보여 마음이 놓였다. 물론 그의 누이들이 그녀를 좋아하든지 말든지 신경쓰지 않기로 했지만 말이다. 필라는 엘리스의 특별함에 대해서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치 않았다. 롤랜드는 만약 모든 열망을 그녀의 개인적 성취와 인간관계에 고정시키는 엘리스가 배우로 성공했다면 모든 것이 완전히 달라졌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롤랜드는 라틴 여자들은 영국 여자들보다 훨씬 관례적으로 성장하도록 권장받아서 결과적으로 그들의 개성은 좀 더 굳건하고 좀 더 탄력있는 윤곽을 갖고 있으며 그들이 원하는 것을 좀 더 확실하게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의 누이들은 어떤 면에서 특이한 구석이 있었다. 그 특이점은 그들의 십대때 엄마가 죽고 그 집에서 모든 걸 자신들이 헤쳐 나가야 했던 환경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해리엇은 겨우 17살 때 책임을 떠안게 된 것이었다.


롤랜드가 보기에 그의 누이들은 낡은 시골집이 갖고 있는 온갖 결점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그것들이 그들과 과거와의 연결고리인 것처럼 말이다. 그는 자신의 가족이 아주 감상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집을 포기하는 게 모두에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차를 마신 후, 그들은 강변 산책로를 걸었다. 필라는 샌들을 벗고 바지를 무뤂까지 걷은 후 자갈 사이의 작은 물줄기에 발을 담궜다. 그리고 해리엇에게 들어와 보라고 불렀다. 해리엇은 잠깐 주춤하더니 필라에게로 갔다. 잠시 후 필라가 갑자기 자신의 아르헨티나의 삶이 너무나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그녀의 가족과 관련된 많은 일들이, 아주 무시무시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거기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해리엇이 롤랜드에게 그 얘기를 했느냐고 묻자 필라는 너무나 추한 일이라고, 그가 알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해야 할 더 중요한 일들이 많으니 그에게는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해리엇은 이 뜻밖의 고백에 마음이 흔들렸다. 망명인들을 돕는 일을 하는 그녀에게 동정적인 반응은 고통스런 순간까지 이어졌고, 아무 탈 없이 이어오고 있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부끄러워졌다. 그녀가 고통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아픔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필라에게 얘기하고 싶으면 언제든 기꺼이 들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예의스럽게 말해 놓고, 속으로는 필라가 그런 고백을 할 상대로 자신을 선택한 것이 의아했다.


집으로 돌아와 신문을 들고 정원에 앉아 졸고 있던 롤랜드와 필라는 갑자기 나온 엘리스 때문에 정신이 들었다. 그 집에 대한 과거의 감상에 젖어 잠긴 낡은 장롱 서랍을 강제적으로 열어 오래된 편지들을 꺼내 읽고 있었던 엘리스는 그중 엄마가 아파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롤랜드가 엄마에게 썼던 편지를 들고 나와 몇 줄을 읽었다. 듣고 있던 롤랜드가 더 이상은 읽지 말라고 했지만 엘리스는 그의 의견을 무시하고 계속 읽어나갔다. 잠시 동안 아무 말없이 가만히 있던 롤랜드가 엘리스에게 정말 밉쌀스런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엘리스는 롤랜드의 편지 읽는 걸 계속했다.


그런데, 그때 필라가 일어서서 무릎에 있던 신문을 격하게 구기더니 엘리스에게로 가 그녀의 손에서 그 편지를 나꿔챘다. 미처 엘리스가 움찔할 시간도 없는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다. 엘리스가 분개하며 당신이 나한테서 그것을 삐앗을 권리가 없다고 하면서 그것은 내 엄마의 편지라고 소리치자 필라는 법적으로 그것은 롤랜드의 것이라고 말했다.


두 여자는 서로를 노려 보았다. 엘리스가 이건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가족일이라고, 당신이 그것을 모른 것 같다고 소리치자 필라는 물론 가족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가족은 항상 가장 나쁘고 가장 커다란 분쟁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말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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