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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의 작은 서재

Before and Again by Barbara Delinsky (2018) Margaret Kim (margaret7630) 2019-10-10  14:53:32

Before and Again


By


Barbara Delinsky






5년 전, 어느 가을 날, 메킨지 쿠퍼 (Mckenzie Cooper)는 플레이데잇을 위해 5살인 딸 릴리 (Lily)의 친구인 미아 (Mia)의 집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아니 좀 더 냉정하게 말해서 왜 자신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네비게이션 화면에는 그녀가 여전히 옳은 도시의, 옳은 길로 가고 있다고 보여지고 있었지만, 그녀가 볼 수 있는 건 왼쪽 오른쪽 할 것 없이 사방에 나무뿐이었고 앞쪽에 쇄석도로 커브가 있다는 표시뿐이었다. 타운 센터에 있는 커피숍을 지나 5분 정도 가면 갈림길이 있다고 했지만, 족히 10분은 달렸을 것 같은데 갈림길처럼 보이는 길은 하나도 보지 못했고, 그것이 표시돼 있다고 한 빨강 우편함 역시 보지 못했다. 가을날의 관엽식물은 무시무시한 그늘을 만들었고, 나뭇잎들은 퍼레이드하는 것 마냥 길가에 수북히 쌓여 있었다.


그녀는 전화기 거치대에 놓여 있는 전화기를 보았다. 그런데 왼쪽 윗쪽 코너의 서비스 바가 표시되어야 하는 곳에 '서비스 없음' 글자가 떠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전화를 걸거나 텍스트 조차도 할 수 없음을 의미했다.


뒷 좌석 카싯에 앉아 있던 릴리가 아직 멀었느냐고 애처롭게 외쳤다. 그것이 첫 외침은 아니었지만, 메킨지가 정직하게 대답하지 못한 첫 외침이었다. 그녀는 손등에 흰뼈가 드러날 정도로 운전대를 꽉 잡고 또 다른 급커브를 돌면서 거의 다 왔다고 대답했다. 곧은 길이 나오자 그녀는 차의 지도 스크린을 확대했다. 좀 더 큰 화면에서 보니 차도인 것처럼 보이는 줄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녀가 막 한 개를 지나쳐 왔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거기에 있다는 걸 거의 알아 차릴 수 없게 가늘었고 우편함 같은 건 보이지도 않았다.


한쪽 머리로는 돌아가자고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빨강 우편함이 다음 커브만 돌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전화기가 다시 작동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중요한 문제는 차를 돌릴 만한 곳이 없었다. 그녀의 SUV는 컸고 도로는 좁았다. 숲속 길은 내내 구불구불했다.


그동안의 플레이데잇은 대부분 학교 가까이에 사는 그녀의 집에서 가졌었다. 사립학교에 다니는 릴리의 친구들은 먼 거리를 왔다갔다 했는데, 릴리의 집은 학교 근처에 있어서 플레이데잇을 잡기가 편했다. 얼마 전부터 릴리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된 미아는 벌써 두 번이나 릴리의 집에 왔었다. 이번이 미아의 집에서 하는 첫 번째 플레이데잇으로 릴리는 몹시 가고 싶다고 애원했었다. 엄마가 작가이고 아버지가 목수이며 직접 지은 그다지 크지 않은 집에서 살고 있는 미아의 가족을 남편도 마음에 들어 했고 메킨지 역시 그랬다.


메킨지는 미아의 엄마와 릴리를 몇 시에 내려주고 픽업을 할 것인지, 밖에서 놀 때 입을 옷, 그리고 릴리는 땅콩 버터와 쵸코렛을 싫어한다는 것 등 필요한 정보를 나누었다. 그녀는 핸드폰 수신이 가능한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녀가 사용하는 통신 회사는 그녀의 주변을 커버하는 데 최고의 회사였기 때문이었는데, 지금있는 그 근처에서는 아닌 모양이었다.


네비가 몇번 깜박거리더니 밤 모드로 바꼈다. 바깥은 엄청 좋은 가을 낮인데도 불구하고. 릴리가 길을 잃은 거냐고 물어서 메킨지는 아니라고, 미아의 집으로 가는 진입로는 분명 이 길에 있다고 확신에 찬 대답을 했다.


그녀는 그곳이 어디인지 모를 뿐이었고, 얼마나 자주 들여다 본지는 모르겠지만 전화는 여전히 수신 불가 상태였다. 도로와 네비를 왔다 갔다 살펴 보면서 그것을 한 번 줌아웃을 했다가 다시 한 번 더 하자 교차로가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 이 상황에서 얼마나 멀리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릴리는 불편하다기 보다는 호기심에 가득찬 소리로 나무밖엔 안보인다고 말했다. 메킨지는 그렇다고 말하며 릴리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메킨지는 계속 차를 돌려 시내로 나가는 길로 되돌아 가는 생각을 했다. 전화 통화가 가능하다면 미아의 엄마에게 길을 물어 볼 수도 있을텐데. 하지만 차를 되돌릴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잠시 후, 릴리가 다시 길을 잃었는지 물었고, 아니라고 하자 갑자기 엄마, 사랑해, 라고 말했다. 그녀도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릴리가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했다.


네비에 따르면, 그들은 교차로 근처에 있었다. 그곳에서 방위를 찾아볼 수 있기를, 어떤 표지나 전화기 수신 신호를 볼 수 있기를, 적어도 차를 돌릴 수 있는 공간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그녀는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몸을 앞으로 가까이 숙이며 도로명을 보려고 화면을 줌인했다.


하지만, 너무 늦게, 그녀는 현재 위치에 대한 GPS가 몇 초 늦게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고, 너무 늦게, 또 다른 언덕길을 오르는 순간 그 교차로가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 모른 채 건너편으로 전속력으로 내려 오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녀는 나뭇잎으로 가려진 같은 색깔의 스탑 사인을 보지 못했고, 밴 한 대가 그녀의 오른쪽으로 속력을 내며 다가오는 것도 보지 못했다. 그녀는 충돌로 인한 무시무시한 충격을 느꼈고, 뒷 좌석에서 높은 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만약 그녀의 차가 중력을 거스리고 돌지 않았다면 그것은 볼 것도 없이 릴리에게 다다랐을 것이었다. 그녀는 또 다른 충격을 느꼈고, 정신을 잃었다.


*****************

세월이 흐르고,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메킨지는 아직도 악몽을 꾸고, 그런 다음 날 아침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을 힘들어 하며 살아 가고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눈동자는 겁에 잔뜩 질려 있는 모습을. 그런 날 아침에는 그녀의 이마의 흉터가 더 선홍색으로 보였다. 흉터의 가장자리가 약간 매끈해진 것 같았지만, 그녀의 손가락은 이전에 그것이 얼마나 거칠었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또한 욕실 캐비넷 안쪽에는 조그만 사진이 붙어 있었는데, 그것은 치약을 꺼내려고 열 때마다 볼 수 있는 머그 샷으로, 그녀의 표정은 심적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한 짓을 상기시켜 주는 도구였고, 매일 조금씩 복용하는 적은 용량의 벌이었다.


어젯 밤 역시 잠을 못잔 상태로 아침을 맞이한 이 목요일 아침, 그녀는 약장 캐비넷 문을 닫고 거울 쪽으로 몸을 기댔다. 그녀는 흉터와 눈 아래에 오래 지속되는 컨실러를 두어 차례 바른 다음 세 번째 다시 발랐다. 왜냐하며 지난 밤은 정말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위에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블러셔를 칠했다. 그리고 눈화장을 한 다음 머리를 빗고 앞머리를 부풀렸다. 그런 다음, 매일 그렇듯, 그녀는 새 얼굴을 하고 옛 얼굴은 잊으려고 애를 쓰며 거울에서 멀어졌다. 이게 정직한 건가? 그렇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가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었으며, 살아 남았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날, 3월의 태양의 햇살이 굉장히 얉았지만 조짐이 좋았다. 어떤 위협도 없었고, 불길한 예감도 없었으며, 꽁꽁 언 바퀴자국들 위를 지나 시내 중심으로 가는 중에도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가 향하고 있는 도자기 공방은 한 세기 동안 강 양쪽에 걸쳐져 버티고 있는 동굴같은 공장 안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강 상류에 있는 호텔처럼, 그 공장은 버몬트 (Vermont)의 눈폭풍과 뒤이은 춘기 홍수에도 버텨냈다. 벽돌로 지어진 호텔과는 달리, 그 공장은 나무로 지어진 것이어서 그것이 그대로 버텼다는 건 기적 이상이었다. 또한 이전에 왔던 두 번의 9월의 강한 허리케인도 공장의 오래된 오크를 해치지 못했다. 그녀는 그것에 영감을 얻었다.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잘 해내라는 격려를. 그것이 그녀의 목표였다.


도자기 공방은 바로 그 격려였다. 그녀는 오늘 그곳에 참여하는 12명의 조각가 중의 한 명이었다. 반은 학생들로, 그들은 호텔과 파트너쉽을 맺은 공방의 주인이 제공한 점토 주간을 위해 시내에 머무르고 있었다. 나머지는 경험있는 작가들로, 완성된 작품들의 평가를 위해 데본 (Devon)에 온 사람들이었다. 몇몇은 시내에 있는 공방 가게에서 팔기 위한 항아리와 팟 (pot)등을 빚었다.


4년전 데본으로 이사온 후, 그녀 역시 그곳에서 물건들을 팔았다. 어떤 것도 이전의 '메킨지 쿠퍼 아트 (Mackenzie Copper Art)'로 빌을 청구하지 않았고, 그 스타일을 복제하지 않으려고 무지 애를 썼다. 아주 조금은 그럴 때도 있었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최근 작품은 활기차기 보다는 미묘했고, 절대로 전처럼 '가족'을 위해서 조각하지 않았다. 데본에서의 그녀의 삶은 한 마디로 말하면 절제였다. 그녀는 눈에 띄지 않은 삶에 만족했다.


데본은 그런 생활을 하기에 아주 적당한 곳이었다. 중남부 버몬트에 있는 작은 도시인 데본은 고급 미술관, VIP 목격, 그리고 스파 시그니쳐인 뜨거운 돌판 마사지로 유명했다. 시내까지 오는 길 중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길이 맨하탄에서 오는 것이라고 해도, 멀리서 오는 방문객들은 부유하고 유명한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기 위해서 기꺼이 왔다. 누구나 환영이었다. 관광객이 그 도시를 먹여살렸다. 어떤 행동도 의심받지 않았고, 혼자 여행와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도 경계심을 갖지 않았다. 데본에서는 왔다 갔다 하는 외부인들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로 들어오기 위해 집을 사면 경계를 했다. 그녀 역시 처음 이곳에 와 그런 경계심에 부딪쳤었고 그것이 사라지기까지 몇 달이 걸렸다. 그것은 그녀가 도서관 신탁 관리 소장, 타운 매니저, 그리고 가든 클럽 대표를 위해 여러 차례 메이컵을 해주고 나자 재빨리 사라졌다. 그 사람들은 그녀와 유착되었다. 그들의 피부위에 그녀의 맨손을 댄다는 사실이 유착감을 전달한 것도 있지만 감정적인 면이 그것을 더 밀착시켰다. 메이크업 담당자는 방어벽을 내려놓고 자유로이 말하고 싶은 욕구를 가진 채 맨 얼굴로 오는 고객의 얘기를 조용히 경청해주는 치료전문가와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그저 들어주었다. 커렉터를 쓸 것인지 컨실러를 쓸 것인지, 블러셔를 쓸 것인지 브론져를 쓸 것인지 등등 외에는 어떤 의견도 말하지 않았고, 그녀에게 공유된 것에 대해서 신음 소리를 낸다거나 한숨을 쉰다거나 혹은 인상을 찌푸리는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내가 누굴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에.


그곳에서 그녀는 매기 리드 (Maggie Reid)였다. 마가렛 멕킨지 리드 (Margaret Mackenzie Reid)도 아니고, 멕킨지 쿠퍼도 아닌. 메킨지는 조각가였고, 벤처 투자가의 아내였으며, 엄마였다. 하지만 매기는 그냥 매기였다. 그녀의 머리색은 메킨지였을 때보다 더 진한 적갈색이 되었고, 비통함 때문에 생긴 주름과 상처는 화장으로 가렸다. 복장 역시 스타일 보다는 추위를 피하기 위한 따뜻한 옷을 입었다. 또한 뉴스에 나올 때보다 지금은 10 파운드 정도 몸에 살이 붙었다. 그녀는 사고가 있기 전에는 항상 말라 있었다. 그것이 한때 그녀의 전남편과 그녀가 속해 있던 엘리트 부류처럼 보이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떠나왔다.


그날 그녀에게 필요한 건 점토였다. 점토는 그녀에겐 타고난 것이었다. 3월은 점토 시즌이었다. 흙냄새가 시내 전체에 퍼졌다. 하지만 도자기 점토는 다른 방식의 흙이었다. 그것은 그녀의 트럭에 튀지 않았고 매일 밤 그녀의 캐빈으로 올라갈 때 타이어가 돌면서 깊은 자국을 만드는 그런 흙이 아니었다. 그것은 약속을 지키게 했다. 몇 차례 손길을 거쳐 몇 분만에 경이의 세계가 펼쳐졌다.


그녀는 38년 동안 살아오면서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점토와 보냈다. 8살 때부터 점토를 만지기 시작했는데, 15살이 되었을 때 그것은 열정이 되었고, 22살 때엔 조각을 하며 모든 시간을 바쳤다. 28살 때, 그녀의 작품에 신념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성장하는 사업 네트워크를 가진 남자와 결혼했고, 아이가 태어났다. 그녀의 생을 정리하자면, 가족과 자랐던 세월이 있었고, 8년의 대학과정과 예술을 공부했던 시절, 그녀 홀로 지옥에서 보냈던 남편 에드워드 (Edward)와의 7, 그리고 지금 데본에서의 4. 이곳에서도 친구가 있었지만, 한 명도 그녀의 이전 삶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점토 외에. 그녀에게 점토는 현재를 과거와 이어주는 유일한 실체였다. 정말, 그녀가 유일하게 참을 수 있는.


그녀는 신중하게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 있는 작업대를 선택했다. 돌림판의 진동소리는 그녀의 마음을 안정되게 했지만 사람들의 목소리는 그렇지 못했다. 모든 관심을 점토에 집중하는 그 순간에는 아무 것도 끼어들지 않기를 바랬다.


그날은 찻주전자를 만들기로 했다. 그녀는 자신의 페이스북 피드에서 허니 스콘을 본 순간 그것이 오늘의 작업물이 될 거라는 걸 알았다. 그녀는 엄마가 자신이 그것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엄마가 그것을 페이스북에 올릴 때 그녀에 대해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다. 그녀는 그날 아침 엄마의 포스팅에 커멘트를 달았다가 엄마가 지우기 전 자신이 먼저 재빨리 지워버렸다.


그날 허니 스콘은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찻주전자는 만들 수 있었다. 사실 그것들은 도전이었다. 차를 따를 때 흐르지 않게 하려면 공학적인 요소가 필요했다. 주둥이가 가장 잘 맞는 높이에 자리를 잡아야 했고 앵글 역시 그랬으며 테두리의 넓이는 씻기에 충분하지만 물이 주둥이에 다다를 때 샐 정도로 넓으면 안되었다. 그녀는 그런 점들을 알고 있었다. 그날 그녀에게 영감을 준 것은 허니 스콘이었고, 지난 주엔 위에 설탕 요정으로 장식된 초록 컵케잌이었다.


그녀의 엄마는 예술가였지만 한번도 자신을 그렇게 부르지 않았다. 예술은 추상적인 개념이었고, 그녀의 엄마는 삶을 확고한 것으로 보았다. 그녀는 상업적 부엌을 빌려 10명의 사람들을 고용해 케잌에 장식을 하는 것으로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이 그녀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묵주처럼 실체가 있는 것이었다. 멕켄지는 그런 점이 둘 사이를 연결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녀에게 찻주전자가 그랬다. 찻주전자를 만들기 위해 물레를 돌리고 장식하고, 그 모든 과정들이 그녀에게 즐거움이었고, 진지한 사업같은 것이었으며, 실질적인 것이었고, 케잌에 장식하는 것과 같았다.


찻주전자를 마르게 놓아두고 그녀는 손을 씻은 후 스튜디오의 주인인 케빈 멕케이 (Kevin McKay)에게 작별인사로 허그를 하고 스튜디오를 나왔다. 3월의 바깥 날씨는 추웠다. 그녀의 트럭은 진흙이 튀어 지저분했다. 자동세차를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데븐 거리의 차들은 대부분 그랬다.


그녀는 천천히 거리의 상점들을 지나쳐 북쪽으로 향했다. 그녀는 현재 호텔의 스파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었고, 12시에 약속이 잡혀 있어서 호텔로 갔다. 가는 길에 세 도로가 만나는 교차로에 경찰관 길 (Gill)이 같은 곳에 주차를 해놓고 있었다. 처음 그곳에 왔을 때 그녀는 자신의 보호관찰 경관이 자신을 모니터 하기 위해 길을 보냈다고 확신했다. 그러다가 그녀는 그가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 물론 항상 지켜보는 건 아니었고, 그는 늘 전화기로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었지만 눈으로 볼 필요 없다는듯이 항상 창문을 살짝 열어놓고 듣고 있었다. 그는 듣기만 해도 지역 사람들을 알았다. 그녀의 트럭이 다가오는 소리만 듣고도 그는 쳐다보지도 않고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그녀는 주택가를 지나 스파에 도착했다. 그날 그녀가 처음 메이크업을 해 줄 고객은 암을 극복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가발을 쓰고 있었는데 놀라고 지쳐 보였다. 같이 온 친구들이 머리를 하는 동안 메이크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평소에 블러셔와 립스틱만 바른다는 얘기를 들은 메켄지는 자연스럽게 보이는 메이크업을 했다.


사실 메킨지는 자연스런 화장을 좋아했고, 에드워드 역시 그런 모습을 좋아했다. 하지만 정장 차림의 행사 때엔 좀 더 짙은 화장이 필요했다. 그럴 때면 그녀의 친구들이 이용하는 전문가에게 갔었는데, 사고 후엔 그녀가 자신의 상황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할 것을 견딜 수가 없어서 그곳에 가지 않았다. 아니, 에드워드와 그녀는 그일 이후 아예 외출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얼굴을 가릴 필요가 있었다. 맨 얼굴의 자신을 쳐다 볼 수가 없었고,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같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블루밍데일 (Bloomingdale)의 화장품 코너에서 일하는 한 여자를 찾아갔고, 메이크업을 받으며 그것에 매료되었다.


타이밍이 적절했다. 사고 이후 그녀는 점토를 만지지 못했다. 너무 많은 기억들과 꿈꿔왔던 많은 것들이 의미가 없어져 버렸고, 그녀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던 갤러리 주인들로부터의 너무 많은 추측적인 시선도 견디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뭔가를 만져야 했다. 그녀에게는 촉각을 이용하는 DNA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메이크업의 기교에 빠져 들었다. 그녀는 미용학과에 등록해 속성과정을 밟아 기록적으로 9개월만에 과정을 마쳤다. 트레이닝 시간을 채운 후 그녀는 라이센스를 취득했고, 이후 가장 명망있는 두 메이크업 그룹의 대표에게서 이중 인턴직을 수료했다.


에드워드는 그녀에게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것이라고 했고, 그녀 역시 그렇다고 생각했다. 엄마로서, 그녀는 항상 분주했었는데 갑자기 그렇지 못하게 되어 버렸던 것이었다. 아니, 그 무엇보다도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릴 만한 뭔가가 필요했다. 메이크업 전문가 일은 그녀에게 꼭 맞는 일이었다. 그것은 피부를 분석하고 메이크업을 가미하는 창의성뿐만 아니라 그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암환자 고객의 얼토당토 않은 요구로 별 즐겁지 않은 한 시간을 보냈고, 그 다음 고객인 타운 매니저인 니나 (Nina)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함께 맞춰 나가고 있는데, 간간히 니나의 핸드백에서 전화기 진동 소리가 들려 왔다. 하지만 니나는 메킨지가 작업을 다 끝낼 때까지 그것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메이크업이 다 끝나고 전화기를 꺼내 확인하던 니나는 인상을 썼고, 그때, 메킨지의 메이크업실 문이 벌컥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스파의 마사지 테라피스트로 일하는 그레이스 에머리 (Grace Emory)였다. 그녀는 근육에 대한 지식과 힘있는 손, 그리고 생기있는 미소로 스파에서 가장 찾는 손님이 많은 고용인 중의 한 명이었고, 메킨지와 가장 친한 사람이었다.


그녀와 메킨지는 여러 면에서 달랐다. , 몸집, 목소리 등등. 메킨지가 데본에서 4년 산 반면 그녀는 12년을 살았다. 두 사람 다 그곳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의지했다. 하지만 그들은 과거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얘기를 나눠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둘 사이의 묵언의 동의였다. 그들의 우정은 지금 그리고 그곳에서 생겨난 것이었다.


그녀는 세심했다. 메킨지가 기분이 안좋은 것 같으면 그것을 눈치채고 막 뽑은 살구차를 들고 메이크업실로 찾아 왔다. 스파가 한가한 날 둘 다 예약 손님이 없으면 그녀는 메킨지를 데리고 극장, 식당, 혹은 몰에 데리고 갔다. 그녀는 거리낌이 없었다. 메킨지가 지붕을 교체해야 한다고 하자, 그녀는 시내에서 가장 실력있다고 정평이 나 있는 그녀의 이전 연인에게 연락해 몇 천불을 깎아주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반면, 메킨지는 그레이스 보다 더 합리적인 사람이었고 좀 더 조심하는 성격이었다. 방을 나설 때 불을 끄는 사람도 그녀였고, 점심을 먹으러 나갈 때 오후의 스케줄을 다시 확인하는 사람도 그녀였다. 메킨지는 그레이스가 성형 수술을 했을 때에 병원에서 집까지 데려다 주고 밤새 얼음과 음료수를 주며 간호해 주었고, 그녀의 15살의 아들 크리스 (Chris)가 제시간에 학교에 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메킨지는 그레이스에게 당신은 지금 그대로의 당신을 좋아하느냐 혹은 그동안의 당신의 모습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느냐고 묻지 않았다. 물론 그레이스도 그녀에게 같은 질문을 하는 걸 바라지 않았다. 그녀에게 자신이 왜 데이트를 하지 않는지, 혹은 왜 매년 103일이 되면 사라졌다가 감정적으로 축 쳐져서 나타나는지 설명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레이스의 잿빛 얼굴을 본 순간 메킨지는 그녀가 노크도 없이 문을 연 것을 잊어 버렸고, 그래서 그녀에게 주는 어떤 경고의 사인도 받지 못했다. 그레이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팔로 가슴을 눌렀다. 종종 상황에 따라서 바뀌는 그녀의 갈색 눈동자는 메킨지가 다가가자 이상하게 촛점이 없이 그녀를 쳐다 보았다. 메킨지가 너무 놀라서 그녀의 팔을 잡자 그레이스는 크리스가 방금 막 전화를 했었다고 하면서 그가 경찰에 잡혀 갔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들이 그가 해커라고 했다고 말했다. 메킨지가 뭐라고? 하며 다시 확인하려 했지만 그레이스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에 서려 있는 공포가 메킨지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지역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그들 컴퓨터에 학생들의 점수가 잘못되었다고 아주 여러 번 리포트를 했었고, 그래서 해커 얘기가 나왔었다. 하지만 그게 크리스라니. 그녀가 아는 크리스는 절대로 그런 일을 할 아이가 아니었다. 메킨지는 그건 분명 잘못된 거라고, 그는 이제 겨우 15살인데 그런 일을 했을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만약 그가 할 수 있다고 해도 왜 그런 일을 했겠느냐고, 그는 뛰어난 학생이었고 그의 점수에 대해서 어떤 도움도 필요치 않는 아이였다고 말했다. 그레이스는 그들이 말하길 그가 또 다른 범죄도 저질렀는데 다른 사람들의 트위터 어카운트를 해킹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데본 밖의 사람들, 말하자면 그들의 고객 같은 사람들 말이다.


메킨지는 그 얘기를 듣고 입이 떡 벌어졌다. 만약 그들의 기소가 사실이라면 과잉흥분에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그들의 고객 명단엔 뉴욕의 거물급 이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의 사생활은 신성불가침이었다. 메킨지는 스파 고객이었냐고 다시 물었다. 어떤 아이라도 학교 어카운트를 건드릴 수는 있었고 그것을 장난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스파 어카운트를 건드린다는 것은 완전 다른 문제였다. 옆에서 듣고 있던 니나가 둘 사이에 가세했다. 그녀는 완전 사업상의 얼굴과 낮고 딱딱한 목소리로 금방 온 전화는 제이슨 길 경관에게서 온 것이었다며 '그들'이 학교에서 크리스를 데려 갔다고 했다. 메킨지가 놀라서 '그들'이 누구냐고 묻자 그녀는 FBI라고 말했다.


메킨지는 너무나 놀랬다. 그녀의 경험은 주 수사관들에 한정되어 있었고, 그들도 충분히 지독했는데, FBI라니. 니나는 그들이 영장을 갖고 왔다고 했다. FBI가 개입된 거냐고 묻자 인터넷 범죄는 연방 범죄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레이스에게 그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으며 당신의 전화기나 컴퓨터 같은 전자물품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레이스가 놀래서 왜 자기 것이 필요하냐고, 자신 역시 용의자인 거냐고 묻자 니나는 물론 아니라고, 그들은 그저 크리스가 사용했을 것 같은 물건들이 필요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레이스는 만약 그들이 자신의 것을 갖고 간다면 맞게 될 후폭풍에 대해서 열거하며 자신들은 보호받지 못할 거라고 소리쳤다. 죄가 밝혀질 때까지 죄인 취급하지 말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며.


메킨지는 그레이스의 팔을 문질렀다. 그녀는 그레이스의 공포를 이해했다. 그녀는 그레이스의 가장 친한 친구일 수도 있지만, 그레이스의 전화기에 누구 이름이 저장되어 있는지, 누가 그녀를 악몽을 꾸게 만드는지, 그녀의 침대 밑 상자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녀의 사생활은 사적인 것이었다. 그녀는 그들의 고객이 그런 것처럼 같은 이유로 데본을 믿었다. 누구든 비밀이 있다. 어느 누구도 그것이 드러나는 걸 원치 않았다.


니나는 간단히 그들이 당신의 컴퓨터등을 가져갈 영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레이스가 컴퓨터는 집에 있다고 하자, 니나는 컴퓨터와 전화기, 타블렛 모두 가져 갈 거라고 했다. 그레이스는 컴퓨터는 상관없지만 전화기는 절... 안된다고 했다. 메킨지는 협조하는 것이 현명한 거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레이스, 하고 불렀다. 그레이스는 메킨지를 바라보며 고객이 자신에게 텍스트를 보내고 그것은 자신의 일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메킨지는 알고 있다고, 전화기는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고 그녀를 달랬다. 니나는 그들이 이곳 스파에 있는 컴퓨터 역시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그레이스를 몹시 떨게 만들었다. 만약 스파 고객이 희생되었다면, 물론 수사의 어떤 부분은 그곳 스파에서 이루어져야 했다. 스파가 포함된다는 것은 호텔이 포함된다는 것이지만, 호텔의 편의 시설의 스캔들까지 포함한 것은 아니었다. 매니지먼트 회사에서는 달갑지 않게 생각할 것이었다.


그레이스는 이 점 역시 생각한 게 틀림없었다. 그녀는 목소리를 높여 도대체 왜 스파 컴퓨터까지 필요하냐고, 크리스는 그것을 사용하지도 않고, 만진 적도, 접속한 적도 없다고 했다. 니나는 그것이 바로 해킹이라고, 해커들은 주어지지 않는 것에 접속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먼저 변호사를 선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메킨지와 니나는 변호사 겸 부동산일을 하고 있는 제이 헤링턴 (Jay Harrington)이 적당하다고 말했지만, 한때 그와 연인 사이였던 그레이스는 싫다고 했다. 남자들과 오랜 인연을 이어가지 못하고 별로 좋지 않게 관계를 끝내는 그레이스는 제이와도 그런 모양이었다. 하지만 다른 션택이 없었다. 그녀는 제대로 생각을 할 수가 없는듯 지금 당장 일을 해야 한다고 했고, 메킨지가 그녀에게 먼저 크리스에게 가봐야 한다고 말하며, 자신이 그곳에 남아 스케줄을 재조종 해 주겠다고 하자 그레이스는 제발 자신과 함께 가달라고 애원했다.


메킨지의 위장이 뒤틀렸다. 법과 관계된 어떤 일과 관련이 된다는 건 그녀에겐 위험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그녀는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려고 데본으로 왔다. 그녀는 그것과 조금이라도 관련있는 것에는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분명히 이기적인 생각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레이스를 외면할 수가 없었다. 경찰서는 절대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제이 헤링턴의 사무실이 바로 경찰서에서 엎드리면 코 닳을 곳에 있었고, 메킨지는 그레이스를 그곳에 자신이 데리고 가지 않으면 누가 데리고 가겠는가 하고 생각했다. 그녀처럼 그레이스도 가까이에 가족이 없었다. 사실, 그녀가 가족이 있는지 조차도 몰랐다. 두 사람은 가족에 대해서 한번도 얘기를 나눠 본 적이 없었다. 어찌됐든 그녀는 자신의 친구였고, 그녀를 혼자 가게 둘 수는 없었다. 더구나 그레이스는 떨고 있었고,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 상태로 운전은 무리였다.


메킨지는 어떤 변호사 사무실이라도 싫었다. 잊고 싶고 잊으려고 노력한 그 기억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곳을. 하지만 그레이스를 그냥 주차장에서 내려 주고 올 수가 없었다. 제이의 사무실은 그녀가 보스턴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던 곳보다 훨씬 작고 혼자 일하는 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가자 안내 데스크에서 일하는 사람도 없었고, 방 문이 세 개가 있었는데 두 개는 열려져 있었다.


잠시 후, 세 번째 문이 열리고 제이와 어떤 남자가 함께 나오는 것을 본 순간 메킨지는 흥분하지 말자고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았다면 정신을 잃었을 정도로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제이와 함께 나온 그 사람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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