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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의 작은 서재

Brooklyn by Colm Toibin (2009) Margaret Kim (margaret7630) 2019-12-22  20:32:47

Brooklyn


By


Colm Toibin






2차 세계 대전 직후, 에일리스 레이시 (Eilis Lacey)는 아일랜드 (Ireland)의 한 소도시 에니스코티 (Enniscorthy)에서 언니 로즈 (Rose)와 엄마랑 함께 살고 있었다어느 여름 날, 에일리스는 창가에 앉아서 요즘 듣고 있는 부기 수업 숙제를 하다가 창문 너머로 로즈가 퇴근하고 돌아오는 걸 보았는데, 언니는 돌아오자마자 또 누군가 불러내서 함께 골프를 치러 갈 것이고 어두워질 때까지 돌아오지 않을 것이었다. 로즈는 한 공장에서 사무직 일을 하고 있었고, 여름철 저녁엔 퇴근 후에 그리고 주말이면 항상 골프를 쳤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위로 오빠들 팻 (Pat)과 마틴 (Martin) 그리고 가장 최근엔 그녀와 나이차가 제일 적게 나는 잭 (Jack)까지 모두 일자리를 찾아 영국 버밍햄 (Birmingham)으로 떠났다.


집에 온 로즈는 배고프다고 투정을 하면서도 그녀를 데리러 온 차를 타고 골프를 치러 갔다. 엄마와 에일리스 둘이 저녁을 먹은 후 설겆이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에일리스가 문을 열자 성당 옆에 있는 '켈리 (Kelly)의 식품 가게'에서 보았던 한 소녀가 서있었다. 소녀는 미스 켈리가 심부름을 보냈다고 하면서 에일리스보고 그날 밤 그녀의 가게로 와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에일리스가 왜 미스 켈리가 자기를 보고싶어 하느냐고 묻자 그 소녀는 자신은 모른다고, 그것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고 하면서 다시 가서 물어보고 오기를 원하냐고 말했다. 에일리스는 괜찮다고, 그런데 그 메시지가 자신에게 전달하라고 한 게 맞냐고 물었다. 소녀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돌아갔다.


에일리스는 로즈가 가면서 영화를 보고 싶으면 보라고 1실링을 주었지만 다른 날 보러 가기로 마음 먹었고, 숙제인 부기 원장 때문에 피곤하기도 해서 그냥 집에 있을까 하다가 무슨 일로 미스 켈리가 자신을 불렀는지 궁금해서 옷을 갈아 입고 미스 켈리의 가게로 갔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미스 켈리와는 그저 안면만 있는 사이였고, 에일리스의 엄마는 비싸다고 그 가게를 이용하지 않았다. 또한 엄마는 그럴 이유가 없어 보였지만 미스 켈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미스 켈리가 동네에서 가장 좋은 햄과 가장 최상의 크림 버터, 그리고 크림을 포함해 가장 신선한 것들을 판다고 말했지만, 가게 안에 들어가 본 적도 없었고, 그저 지나 다니면서 안을 본 적만 있을 뿐이었으며, 미스 켈리가 계산대에 있는 것을 봤을 뿐이었다.


닫혀 있던 문을 두드리니 처음엔 심부름 왔던 소녀가 와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잠시 후 미스 켈리가 현관으로 내려와 불을 켜더니 인삿말처럼 반복해서 자, , 하고 말했다. 하지만 웃지 않았다. 에일리스는 자신이 불러서 왔다는 것을 막 설명하려고 했고, 지금 오는 게 맞는지 정중하게 물어보려든 참이었지만, 미스 켈리가 그녀를 위 아래로 흝어 보는 것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미스 켈리의 태도 때문에, 에일리스는 동네 사람 누군가가 그녀를 불쾌하게 했는데 혹시 그 사람을 자신으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미스 켈리는 에일리스에게 직장은 없지만 숫자에 능하다고 들었다고 말하면서, 궁금해 하는 에일리스에게 동네 사람 '모두' 자신의 가게에 와서 말하기 때문에 자신은 모든 걸 듣는다고 말했다. 에일리스는 이것이 자신의 엄마가 다른 가게로 가는 것을 언급한 것인지 궁금했지만 확인할 수는 없었다. 두꺼운 안경 때문에 미스 켈리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미스 켈리는 매주 일요일 아무도 문을 연 가게가 없는데 자신의 가게는 문을 연다고 하면서, 자신의 가게는 사람들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등등 모든 걸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일요일엔 아침 7시 미사 끝난 후에 문을 열며, 9시 미사 후부터 11시 미사 시작 전까지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일손을 도울 메리 (Mary)가 있지만 그녀는 느려서 진짜 바쁠 때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그래서 사람들을 알고 옳바른 변화를 줄 수 있는 똑똑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일요일에만 일할 사람을 말이다. 주중에는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다고. 그리고 에일리스를 추천받았다고 했다. 미스 켈리는 자신이 에일리스에 대해서 좀 알아봤다고 하면서 주에 7실링 6 펜스를 주겠다며 너의 엄마에게 약간의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다.


미스 켈리는 문장이 끝날 때마다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서 에일리스는 자신에게 할 말을 다했나 궁금했다. 미스 켈리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은 그거였다며 이번 일요일부터 일 할 거지만 내일부터 나와서 가격을 익히고 저울과 고기 자르는 기계 사용법을 배우라고 말했다. 머리는 뒤로 묶고 가게에서 입을 좋은 작업복도 장만하라고 말했다.


에일리스는 이 대화를 엄마와 로즈에게 말하려고 저장해 놓았다. 그녀는 미스 켈리에게 무례하지 않게 쏴댈 말이 생각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 있었다.


미스 켈리가 하겠느냐고 물었다. 에일리스는 이 제안을 거절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그녀는 아무 것도 없었다. 에일리스는 좋다고, 당신이 원하는 때 아무 때나 와서 일하겠다고 말했다. 미스 켈리는 일요일 7시 미사에 참석할 수 있고, 미사가 끝나고 문을 열면 된다고 말했다. 에일리스가 좋다고 대답하자 미스 켈리는 그럼 내일 오라고 말하며 만약 자신이 바쁘면 집으로 돌아가거나 기다리는 동안 설탕백을 채워 놓으면 되고, 만약 그녀가 바쁘지 않으면 모든 꾸러미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에일리스가 고맙다고 하자 미스 켈리는 너의 엄마가 네가 일을 한다는 것을 들으면 기뻐할 것이라고 너의 언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녀는 로즈가 골프를 잘 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하며 이제 가도 좋다고 말했다.


에일리스는 집으로 가는 도중 엄마는 자신이 돈을 벌게 된 것에 기뻐하겠지만 로즈는 분명 식품 가게의 카운터에서 일하는 것이 그녀에게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그런데 그런 얘기를 자신에게 직접 할까 궁금했다.


에일리스는 집으로 가는 도중 가장 친한 친구인 낸시 바이른 (Nancy Byrne)의 집에 들렀다. 다른 친구인 아넷 오브라이언 (Annette O'Brien) 역시 와 있었다. 낸시는 뭔가 뉴스거리가 있는 것 같았고, 아넷은 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낸시는 에일리스가 오자 핑계 삼아 나가서 산책을 하고 오겠다고 하고 셋은 비밀 얘기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에일리스는 도로로 나오자 마자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어느 정도 걷고난 후 아넷이 낸시가 일요일 저녁 애서니엄 (Athenaeum)에서 열렸던 댄스 파티에서 조지 쉐리단 (George Sheridan)과 만났다고 말했다. 에일리스가 네가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하자 낸시는 안가려고 했었는데 갔다고 대답했다. 에일리스가 그를 다시 만날 거냐고 묻자 낸시는 한숨을 쉬며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마 그를 그냥 길에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어제 차를 타고 지나치면서 경적을 울렸다고 말했다. 만약 그의 같은 수준의 누군가가 그곳에 있었더라면 그 여자와 춤을 췄을 거라고, 그곳에 아무도 없어서 자신과 춤을 추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짐 페럴 (Jim Farrel)이라는 친구와 함께 있었는데 짐은 그저 둘이 춤추는 걸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에일리스가 미스 켈리의 가게에서 일요일마다 일하게 되었다고 말하자 낸시는 그 일을 하지 않기를 바랬고, 에일리스는 이미 하기로 대답을 했다며 나쁠 것 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돈이 있어서 에서니엄에 갈 수 있었으면 낸시가 이용당하는 걸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낸시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에일리스가 낸시에게 그를 다시 만날 거냐고 다시 묻자, 낸시는 일요일 밤에 자신과 함께 가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아넷은 갈 수 없다고 한다며 혹시 그가 와도 그녀에게 춤을 추자고 청하지 않을 경우나 그녀를 쳐다 보지도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함께 갈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에일리스가 일요일은 미스 켈리 가게에서 일하느라 너무 피곤할 수도 있다고 말하자 낸시는 그래도 가자고 확인했다. 에일리스는 그곳에 가본지 오래됐다고, 자신은 그곳에 오는 시골 사람들도 싫고 도시 사람들은 더 싫다고 말했다. 반쯤 취해서 어떻게 하면 여자들을 으슥한 곳으로 데려갈까 하는 생각밖엔 없다고 말했다. 낸시는 조지는 그런 애가 아니라고 말했다.


다음 이틀 동안, 미스 켈리는 에일리스에게 가게에 있는 모든 품목과 가격에 대해서, 그리고 주중에 많이 팔리는 것들, 토요일과 일요일에 많이 팔리는 것 등등을 알려주었다. 에일리스가 여러 종류의 차와 다양한 사이즈의 꾸러미 등을 적기 위해 종이 한 장 달라고 하자 미스 켈리는 적는다는 건 시간낭비일 뿐이라고, 외우는 게 가장 최선이라고 말했다.


에일리스는 교육을 받는 동안 가게에 오는 손님들을 향해 미스 켈리가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을 눈치챘다. 어떤 때엔 아무 말없이 입을 앙다물고 가게에 온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갈 때까지 안달을 하기도 했고, 어떤 사람들한테는 건조한 미소와 터무니없는 관용을 베풀며 그들을 관찰하다가 엄청난 호의를 보이며 돈을 받기고 했다. 또한 그녀가 따듯하게 인사하고 이름을 부르며 맞이하는 손님들도 있었다. 그들은 그녀에게 장부가 있었고 현금을 주고 받을 필요가 없었다. 그들과는 건강과 날씨라든지 햄이나 베이컨 혹은 진열되어 있는 빵이나 오리고기 덩어리들의 질이 어떤지 주고 받았다.


토요일, 에일리스는 엄마에게 돈을 빌려 진녹색의 작업복을 샀다. 엄마의 수당이 별로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로즈에게 의지했다. 로즈의 월급은 그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거의 살 수 있었다. 영국에 있는 아들들에게서도 간간히 돈이 왔다. 로즈는 일년에 두 번 1월과 8월에 있는 세일 기간에 쇼핑을 하러 영국에 갔다. 그녀의 친구들 대부분은 결혼을 했고, 같이 골프를 치는 사람들중엔 아이들이 다 자란 좀 더 나이가 있는 여자들과 은행에 다니는 남편을 둔 여자들도 있었다.


에일리스가 보기에 로즈는 매해 더욱 육감적이 되어 갔다. 그녀는 남자친구가 여럿 있었지만 독신으로 남아있었다. 종종 그녀는 길에서 유모차를 밀고 있는 다른 학교 친구들보다 자신이 훨씬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에일리스는 언니가 외모에 신경을 쓰고 시내나 골프 클럽에 있을 때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이 좋았다. 에일리스는 로즈가 자신의 부기 수업과 교재비 등을 내주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자격을 갖추어도 그녀가 사는 도시에서는 일자리가 없었다.


에일리스는 미스 켈리의 가게에서 일하는 걸 로즈에게 말하지 않았다. 대신, 교육 기간을 거치면서 엄마에게 모든 과정을 세밀히 얘기했고, 엄마는 미스 켈리가 자신의 엄마만큼 나쁜 여자라고 말했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서 들었는데 미스 켈리는 인간의 모습을 한 악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못되게 대우하고, 돈이 많은 사람이나 성직자에게만 잘한다고 했다. 에일리스가 일자리가 생길 때까지만 있을 거라고 하자 엄마는 로즈에게 그렇게 말했다며 미스 켈리가 무슨 말을 해도 귀기울이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로즈는 에일리스가 미스 켈리의 가게에서 일하게 된 것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에일리스에게 연노랑색 가디건을 주면서 색상이 자신의 얼굴에 맞지 않는다고, 에일리스에게 더 잘 어울릴 거라고 말했다. 또한 그녀에게 립스틱을 주었다. 토요일 저녁, 로즈는 늦게까지 밖에서 들어오지 않았고, 낸시와 아넷은 영화를 보러 갔지만 에일리스는 첫 출근에 늦고 싶지 않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래 전, 에일리스는 7시 미사에 한 번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엔 아버지도 살아 계셨고, 오빠들도 집에 있었다. 다른 식구들은 모두 잠을 자고 있었고, 윗층 거실에 있는 나무 아래 선물들을 놓아두고 그녀는 엄마와 함께 살금살금 걸어 밖으로 나왔다. 미사를 마치고 돌아가니 집에서는 아버지와 로즈 그리고 오빠들이 선물을 열어보고 있었다. 어두웠고, 추웠으며 아름답게 비었던 동네가 기억에 남았다.


미사가 끝나자 에일리스는 성당 마당이 아니라 가게 밖에서 미스 켈리를 기다렸다. 미스 켈리는 그녀를 보고 웃지도 인사를 하지도 않았고 에일리스와 메리에게 기다리라고 하며 무뚝뚝하게 옆문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가게 정문을 열고 불을 켜자 메리는 가게의 뒷쪽으로 가더니 빵덩어리를 카운터 쪽으로 옮겼다. 에일리스는 그것이 어제 팔다 남은 빵이라는 걸 눈치챘다. 일요일엔 빵이 배달되지 않았다. 그녀는 미스 켈리가 파리를 잡기 위해 길고 끈적끈적한 노란 테입을 열어 카운터에 서있는 메리에게 천장에 달고 죽은 파리가 빼곡히 붙어 있는 오랜된 것은 내리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 두 세 사람이 담배를 사러 가게에 왔다. 에일리스가 작업복을 입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스 켈리는 메리에게 그들을 상대하라고 말했다. 그들이 떠나자 미스 켈리는 메리에게 윗층에 가서 차를 만들어 신문 가판대로 갖다주고 공짜로 신문을 받아 오라고 했다. 에일리스는 미스 켈리도 메리도 음식을 먹는 걸 보지 못했다. 미스 켈리는 에일리스에게 얼른 뒷방으로 오라고 재촉했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테이블 위의 빵을 가리키며 스태포드 (Stafford)에서 어젯밤 내내 배달온 것인데, 특별한 손님들에게만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절대로 그 빵에 손을 대선 안된다고 하면서, 다른 빵들은 아무에게나 팔아도 좋다고 말했다. 또한 그곳에 있는 토마토는 자신의 특별한 지시가 없이는 어느 누구에게도 팔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원래 자신의 가게에서는 토마토는 팔지 않는다고 하면서.


9시 미사가 끝나자 사람들이 왔다. 담배와 캔디를 원하는 사람들은 메리에게 가서 말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뒤에 서 있는 미스 켈리의 관심은 문과 에일리스였다. 그녀는 에일리스가 적는 모든 가격을 체크했고,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면 짧게 가격을 말해 주었으며, 에일리스가 적고 더하고 나면 그녀 자신이 숫자를 직접 다시 더해보고, 에일리스가 원가격을 보여줄 때까지 손님들에게 잔돈을 주지 못하게 했다.


이것뿐만 아니라, 미스 켈리는 어떤 손님들에게는 이름을 부르며 인사하고는 순서에 상관없이 앞으로 나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리고 에일리스에게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사람들을 도우라고 말했다. 에일리스가 다음 주문까지 몇 품목이 남아 있지 않아 하던 일을 마쳐야 한다고 하자 미스 켈리는 그건 메리가 알아서 할 거라고 말했다. 그 무렵 카운터에서는 손님들이 순서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 1시까지 계속 되었다. 휴식도 없었고 먹은 것은 물론 물도 마시지 못했다. 에일리스는 굶고 있었다. 미스 켈리는 어떤 손님들에게 신선한 토마토가 있다고 알려 주었는데, 보니 그들은 로즈의 친구들이었다. 에일리스가 그들에게 친한듯 인사를 하자 미스 켈리는 에일리스가 그런 사람들과 친분이 있는 것에 놀라는 눈치였다. 미스 켈리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토마토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손님에게는 신선한 빵도 제공했다.


에일리스가 보기에 문제는 이 동네에 미스 켈리의 가게만큼 물건을 제대로 갖춘 가게가 없었고 더구나 일요일날 문을 여는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에일리스는 또한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온다는 것 그리고 기다리는 것도 별 개의치 않는다는 것도 느꼈다. 그들은 작은 공간에서 부딪치는 것 그리고 많은 사람들 속에 있음을 즐기고 있었다.


그날 저녁 집에서 식사 시간에 에일리스는 로즈가 미스 켈리의 가게에서 일하는 것을 먼저 말하지 않으면 그녀의 새 일자리에 대해서 말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에일리스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앉자마자 아침에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엄마는 미스 켈리에 대해서 안좋은 얘기를 했고, 에일리스는 그녀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로즈와 엄마를 웃게 만들었다.


그때, 에일리스는 잭이 생각났다. 그는 일요일 미사 강론을 하던 신부 흉내를 내며 식구들을 웃게 만들었다. 지금 식구들이 웃는 건 잭이 다른 형제들을 따라 버밍햄으로 간 이후 처음이었다. 그녀는 그에 대해 뭔가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그것이 엄마를 슬프게 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에게서 편지가 오면 다들 아무 말없이 돌려 보았다. 그래서 에일리스는 미스 켈리 흉내를 내며 계속 웃었고, 잠시 후 누군가 골프치러 가자며 로즈를 불러냈다.


에일리스는 엄마와 설겆이를 한 후, 9시에 낸시 바이런의 집으로 가서 그녀와 함께 댄스홀로 갔다. 가면서 낸시는 절대로 조지 쉐리단을 쳐다 보지 말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혹시 올 경우를 대비해 다른 사람과는 춤을 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낸시는 조지 쉐리단과의 댄스에 대해 언니와 엄마에게 말하고 도움을 받은 게 틀림없었다. 전혀 외모에 신경쓰지 않은 에일리스에 반해 낸시는 화장을 했고 한 번밖에 본 적 없는 푸른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조지 쉐리단은 그저 잘 생기고 차를 갖고 있다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는 엄청 번창한 상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엄마가 죽고 유산으로 받은 사업체였다. 한 가게의 점원으로 일하는 낸시에게 그는 깨고 싶지 않은 꿈이었다.


에일리스와 낸시는 무심한 척 홀 안을 둘러보았다. 홀은 사람들로 가득 찼지만 조지 쉐리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홀 안의 남자들이 다른 여자들에게는 춤을 추자고 신청했지만 에일리스와 낸시에게 청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잠시 후, 조지 쉐리단이 한 무리의 럭비 클럽 친구들과 몇 명의 어린 여자 아이들과 함께 들어왔고, 그걸 본 낸시는 됐다고 하면서 집에 가자고 했다. 에일리스는 낸시를 말리며 화장실에 가 어떻게 할 건지 계획을 세워보자고 말했다.


홀을 질러 화장실로 가면서 에일리스는 조지 쉐리단이 그들을 봤다고 생각했다. 화장실에서 에일리스는 낸시에게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기다리다가 다음 댄스가 한창일 때 나가자고 말했다. 잠시 후 다시 홀로 나가면서 에일리스는 조지와 그의 친구들이 있는 쪽을 흘끗 바라보다가 조지와 눈이 마주쳤다. 앉을 자리를 찾는 낸시의 얼굴은 빨갰다. 낸시와 에일리스는 자리를 찾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댄스는 계속되고 있었다. 에일리스는 뭔가를 얘기한다는 게 우습게 보이겠다고 생각했지만 만약 누군가가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다면 정말 불쌍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낸시가 이 타임이 끝나고 가자고 한다면 자신도 즉시 동의하리라고 결심했다. 정말로 그녀는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 무대가 끝나고 다음 음악이 시작되기도 전, 조지가 홀을 가로질러 와 낸시에게 춤을 신청했다. 낸시가 일어서자 그는 에일리스에게 미소를 지었고 그녀 역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춤을 주기 시작하자 조지는 가볍게 대화를 했고, 낸시는 밝은 척 했다. 에일리스는 자신이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낸시를 불편하게 할까봐 눈길을 돌렸고, 누군가가 자신에게는 춤을 추자고 신청하지 않기를 빌었다. 그녀는 만약 조지가 낸시에게 이 무대가 끝나고 다음 댄스를 신청하면 자신은 조용히 빠져나와 집으로 가리라 계획했다.


그런데,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조지와 낸시가 그녀에게 다가와 레모네이드를 마시려고 하는데 조지가 에일리스에게도 한 잔 사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일어서 그들과 함께 홀을 가로질러 음료수를 파는 바로 갔다. 짐 파렐이 조지를 위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몇몇 다른 친구들도 근처에 있었다. 팔꿈치를 카운터에 댄 채 짐은 말없이 에일리스와 낸시를 위 아래로 훑어 보더니 다가와 조지에게 뭐라고 말을 했다.


음악이 다시 시작됐고, 그들 친구 몇몇은 춤을 추러 갔지만 짐은 움직이지 않았다. 조지가 레모네이드가 담긴 잔을 에일리스와 낸시에게 건네면서 짐에게 그들을 정중하게 소개했다. 짐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지만 악수를 청하진 않았다. 조지는 자신의 음료를 마시며 어쩔줄 몰라 하는 것 같았다. 그는 낸시에게 뭔가를 말했고 낸시는 대답했다. 그런 다음 그는 다시 그의 음료를 한 모금 마셨다.


에일리스는 그가 어찌 하려는지 궁금했다. 그녀가 보기에 그의 친구 짐은 그녀나 낸시를 맘에 들어 하지 않는 게 분명했다. 그들에게 말을 건넬 의도가 전혀 없었다. 에일리스는 이렇게 바에 오는 게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음료를 한 모금 마시고 바닥을 쳐다 보았다. 고개를 들었을 때, 에일리스는 짐이 낸시를 차갑게 살펴보고 있는 걸 보았고, 에일리스가 그를 쳐다 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자 그는 태도를 바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무표정이었다. 그는 비싼 스포츠 자켓과 셔츠 그리고 비싼 남자용 스카프를 하고 있었다.


조지가 낸시에게 춤을 청해 떠난 후 에일리스는 바에 짐과 자신만 남아 있다는 걸 발견하고 어쩔줄 몰라 하고 있었다. 만약 짐이 자신에게 춤을 신청하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차에 짐이 그녀 쪽으로 걸어왔다. 하지만 그는 전혀 그럴 맘이 없는지 그녀를 지나쳐 가버렸다. 잠시 후 낸시가 와 집에 가자고 해서 돌아왔고, 다음 날 에일리스는 그날 있었던 일을 엄마와 로즈에게 말했다. 짐의 무례함에 대해서도.


로즈는 다시는 그 홀에 가지 말라고 했고, 엄마는 짐의 아버지와 에일리스의 아버지가 친분이 있었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에일리스가 짐은 조지가 낸시보다 더 괜찮은 여자를 만나기를 바래는 것 같다고 말하자 엄마는 낸시가 동네에서 제일 예쁜 아이라고, 조지는 그녀를 만난 걸 행운이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즈가 과연 그의 엄마도 그렇게 생각할지 의문이라고 말하자 엄마는 이 동네 몇몇 가게 주인들, 특히 싸구려를 사서 비싸게 파는 사람들, 그들이 가진 거라고는 몇 야드 안되는 카운터뿐이고 하루 종일 그곳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일밖엔 없으면서 왜 자신들을 그렇게 높이 평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스 켈리는 에일리스에게 일요일만 일한다고 아주 적은 금액만 지불하면서도, 자주 메리를 시켜 그녀를 불렀다. 한번은 가게 문을 닫지 않고 머리를 하러 가고 싶다고 했고, 다른 때엔 선반에 있는 모든 통조림을 꺼내 먼지를 제거하고 다시 올려 놓으라고 했다. 그때마다 2실링을 주고 몇 시간씩 에일리스를 잡아 두었다. 일이 끝나고 갈 때마다 미스 켈리는 빵 한 덩어리를 주었는데, 그것은 상한 것이었고, 그 빵을 본 엄마는 미스 켈리가 자신들을 거지로 알고 있는 모양이라고 말하며 다음에도 부르면 절대 가지 말라고, 바쁘다고 하라고 말했다. 에일리스가 하지만 자기는 바쁘지 않다고 댓구하자 엄마는 적절한 일자리가 곧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이 매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의 엄마는 그 상한 빵으로 빵가루를 만들어 오븐에 속을 채운 돼지고기를 구웠다. 그녀는 빵가루가 어디서 났는지 로즈에게 말하지 않았다.


어느 날, 저녁 식사 때, 로즈는 전날 플러드 신부 (Father Flood)와 골프를 쳤다고 하면서 차 한 잔 하자고 그를 집으로 초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의 아버지와는 몇 년 전에, 엄마와는 어렸을 적부터 알던 사이였다.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휴가를 보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전쟁 이후 첫 번째 방문이었다.


플러드 신부는 키가 컸다. 그의 말씨는 아이리쉬와 미국의 것이 섞여 있었다. 그는 에일리스가 미스 켈리의 가게에서 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가 받는 임금이 얼마나 낮은 금액인지 놀랐다고 했다. 그는 그녀의 자격 요건을 물었고, 미국에는 그녀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가 많고 임금도 훨씬 낫다고 말했다. 그녀의 엄마는 에일리스가 영국으로 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먼저 간 오빠들이 기다리라고, 그곳도 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와봤자 공장에서 일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고 했다.


플러드 신부는 자신의 교구가 있는 브룩클린 (Brooklyn)에 열심히 일하고 교육받았으며 정직한 사람을 위한 사무직 일자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녀의 엄마는 하지만 거긴 너무 멀다고, 그것만 아니면, 이라고 말했다. 플러드 신부는 브룩클린의 어떤 곳은 정말 아일랜드와 똑같다고, 아일랜드 사람들로 가득찼다고 했다.


그는 차를 마시며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에일리스는 그 침묵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무슨 생각을 하게 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엄마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에일리스의 시선을 맞받지 않았다. 손님이 오면 항상 대화를 잘 이끌어 가던 로즈도 말이 없었다. 그녀는 반지를 그 다음에는 팔찌를 빙빙 돌렸을 뿐이었다.


마침내 플러드 신부가 그것이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특히 젊은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그녀의 엄마가 눈물을 글썽이며 아주 위험스러울 수도 있을 거라고 말하자 플러드 신부는 자신의 교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곳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고, 아일랜드보다 훨씬 더 많이 교구를 중심으로 일들이 돌아가고 있으며,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가 많다고 말했다.


에일리스는 자신이 아이가 된 것 같았다. 플러드 신부는 의사같고, 그녀의 엄마는 잔뜩 겁에 질려 존경심을 갖고 그의 말을 경청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에일리스에겐 로즈의 침묵이 의외였다. 그녀는 로즈가 뭔가 질문을 하거나 뭔가 말을 해주길 바래며 쳐다 보았지만 로즈는 꿈을 꾸고 있는듯 했다. 에일리스는 로즈를 바라보며 언니가 저렇게 예뻤나 새삼스레 놀랐다. 그리고 그때, 그녀는 이미 이 방, 그녀의 언니, 이 장면을 기억해 두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멀리서라도 말이다.


침묵 속에서, 에일리스는 플러드 신부의 초대가 그녀가 미국으로 가도록 어느 정도 전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로즈는 그가 그것을 처리할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라는 걸 말이다.


에일리스는 자신이 영국으로 가는 걸 엄마가 굉장히 반대했기 때문에 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이 무척 놀라웠다. 그녀는 만약 자신이 미스 켈리 가게에서 일하지 않고 주중에도 미스 켈리의 손에 놀아나는 걸 말하지 않았더라도 엄마나 로즈가 이런 자리를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그녀는 그들에게 너무 많은 얘기를 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녀는 로즈와 엄마를 웃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뿐인데, 함께 하는 저녁 식사를 밝게 하기 위해 그런 것뿐인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오빠들이 떠난 이후 좀 더 나은 그리고 좀 더 편안하게 밥을 먹기 위해 그런 것뿐이었는데 말이다.


이제, 에일리스는 엄마나 로즈에게는 자신이 미스 켈리의 가게에서 일하는 것이 전혀 재미있는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들은 브룩클린에 있는 자신의 교구를 칭찬하고 그곳에서 에일리스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플러드 신부의 말에 아무런 항변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걸 말이다.


며칠 동안 아무도 플러드 신부의 방문에 대해서나 에일리스가 브룩클린으로 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다. 에일리스에게는 침묵 자체가 엄마와 로즈는 그것에 대해 상의했고 찬성한다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녀는 미국으로 가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국으로 갔고 종종 크리스마스나 여름에 돌아오곤 했다. 그것이 그 도시의 삶의 한 부분이었다. 친구들이 정기적으로 미국에서 달러나 옷같은 선물을 받곤 했지만, 그것은 그들의 이모나 삼촌에게로부터였고, 그들은 전쟁 전부터 오랫동안 그곳에서 산 사람들이었다. 그들중 어느 누구도 휴가철에 그곳을 찾아 오는 사람은 없었다. 그것은 대서양을 건너 적어도 일주일 동안 배를 타야 하는 긴 여행이었고, 비용도 많이 들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또한 영국으로 간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을 위한 보통의 일을 하지만 미국으로 간 사람들은 어디에서 돈을 벌어 부자가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영국으로 간 동네 사람들은 에니스코티를 그리워 하지만, 미국으로 간 사람들은 아무도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는다는 것, 대신 그들은 그곳에서 행복했고 자랑스러워 한다는 걸 믿게 되었고, 그녀는 그것이 사실인지 궁금했다.


플러드 신부는 다시 오진 않았고, 대신 브룩클린으로 돌아가 엄마에게 편지를 보냈다. 거기에는 자신이 브룩클린으로 돌아가자 마자 교구민들중 한 사람인 이탈리아 출신의 사업가와 에일리스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곧 일자리 하나가 나올 것 같다고 얘기했다는 것, 사무직은 아니지만 그 사람이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는 큰 가게의 현장직이라는 것, 하지만 에일리스도 분명 첫 일로 그것을 맘에 들어 할 거라는 것을 확신한다는 것, 또한 승진과 아주 좋은 가능성이 있는 기회가 많을 것이라는 것, 미대사관에 제대로 된 서류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 교회 근처 에일리스의 직장과 멀지 않는 곳에 에일리스에게 맞는 숙소를 찾을 수 있다는 것 등등이 쓰여 있었다.


엄마가 편지를 건네 줄 때 로즈는 일을 하러 가고 없었다. 부엌에는 침묵이 흘렀다. 엄마는 그가 아주 진심어린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에일리스는 현장직이라는 문장을 다시 읽었다. 카운터 보는 일을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짐작했다. 플러드 신부는 그녀가 얼마나 받게 될 것인지 혹은 여행 경비를 위해 돈을 올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더블린에 있는 미대사관에 가서 그녀가 떠나기 전 필요한 서류를 정확하게 확인해서 그들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


그녀가 그것을 읽고 또 읽는 동안 그녀의 엄마는 에일리스에게 등을 돌리고 왔다 갔다 했다. 아무 말없이. 에일리스 역시 아무 말없이 테이블에 앉아 도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엄마가 자신에게 뭐라고 말할 것인지 궁금했다. 엄마는 할 일이 없으면서 일부러 일을 만들어 하고 있었다. 마침내 엄마가 에일리스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며 편지를 잘 두라고, 로즈가 오면 보여주자고 말했다.


몇 주 이내, 로즈는 모든 걸 처리했다. 그녀는 심지어 대사관에서 일하는 사람과 전화로 친구를 맺을 정도였다. 그 사람은 에일리스의 건강에 관한 필요한 양식과 보고서를 제공해 줄 지정된 의사들의 목록을 보내주었다. 또한 대사관에서 요구하는 다른 것들, 예를 들면 일자리의 정확한 오퍼, 에일리스가 그 일에 가장 적절한 인물이라는 것 등등에 관한 것들을 보내주었다.


플러드 신부는 에일리스를 스폰하고 그녀의 숙소와 경제적인 복지를 보장한다는 공식 서한을 써주었고, 그녀가 일할 곳에서는 그녀에게 본점의 정규직을 제안한다는 것과 그녀의 부기 기술 그리고 일반적인 경력을 언급하는 편지를 보내왔다. 회사 이름 너머에 불룩하게 그려진 커다란 빌딩은 지금까지 그녀가 본 것보다 훨씬 웅장해 보였고, 비싸 보였으며, 훨씬 기대감을 주었다.


버밍햄에 있는 오빠들이 뉴욕가는 경비를 내주겠다고 했고, 로즈는 에일리스가 안정이 될 때까지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로즈는 몇몇 친구들에게 그 소식을 전하며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회사에서 더블린으로 전화를 했기 때문에 그녀의 동료들은 거의 다 알고 있었을 것이었다. 또한 그녀의 엄마도 그 소식을 그냥 혼자만 알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에일리스는 미스 켈리가 다른 사람에게 듣기 전에 가서 그 소식을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스 켈리를 찾아 갔을 때 그녀는 카운터에 서있었다. 메리는 높은 선반에 완두콩 꾸러미를 쟁이기 위해 사다리 위에 올라가 있었다. 미스 켈리는 에일리스에게 별로 좋지 못한 때에 왔다고 하면서 메리가 그녀를 보면 사다리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에일리스가 한달 정도 후에 미국으로 떠난다고, 그곳에서 일하게 됐다고 미리 알려주려고 왔을 뿐이라고 말하자 미스 켈리는 정말이냐고 물었다. 에일리스가 가지 전까지 일요일마다 일하러 올 거라고 하자 추천서가 필요하냐고 물었고, 에일리스는 전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자 미스 켈리는 그럼 이제 휴가철 때나 너를 볼 수 있겠구나, 라고 말했다. 에일리스가 일요일날 오겠다고 하자 미스 켈리는 아니라고, 이제 더 이상 그녀가 필요없다고 말했다. 에일리스가 다시 일요일날 올 수 있다고 하자 미스 켈리는 아니라고, 사람들이 그녀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할 게 뻔한데, 그렇잖아도 자신의 가게는 일요일날 너무 바쁘다고 말했다. 에일리스가 가기 전까지 일하고 싶다고 하자 미스 켈리는 자신의 가게에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이제 가라고,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미스 켈리가 가게 뒷쪽으로 가자 에일리스는 메리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보지 않아 그냥 조용히 가게를 나와 집으로 갔다.


생각해 보니 그녀가 휴가철에 집으로 돌아 올 수 있는 가능성을 언급한 사람은 미스 켈리뿐이었다. 지금까지 에일리스는 엄마처럼 평생 그 도시에서 살 거라고 생각했다. 그 도시에서 일자리를 잡고 누군가와 결혼해서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그녀는 미처 준비하지 못한 무언가를 위해 뽑힌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가기 전까지 하루하루 몹시 바빴다. 대사관에서 서류가 왔고 그것을 작성해 다시 보냈다. 건강 체크를 위해 기차를 타고 다른 도시로 다녀왔다. 의사는 그녀가 가족중에 아무도 결핵을 앓은 사람이 없다고 말하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플러드 신부는 그녀가 도착해서 지낼 곳과 그곳이 일할 곳과 얼마나 가까운지 자세하게 편지를 보내왔다. 로즈는 옷을 사라고 약간의 돈을 주면서 신발과 속옷 세트도 꼭 사라고 했다.


에일리스는 식구들이 평상시와 다르게 거의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행복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함께 식사를 할 때에도 아주 말도 많았고 웃기도 많이 웃었다. 그것은 잭이 버밍햄으로 떠나기 몇 주 전을 생각나게 했다. 그때 그들은 그를 잃는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는 거라면 무엇이나 했었다.


어느 날, 이웃이 찾아와 함께 차를 마셨는데, 에일리스는 엄마와 로즈가 감정을 숨기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이웃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이어가려고 에일리스가 떠나면 많이 그리워하겠군요, 라고 말했다. 엄마는 몹시 그럴 거라고 말했는데, 그때 엄마의 표정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보지 못했던 그늘진 모습이었다. 이웃은 엄마의 톤에 깜짝 놀란 것처럼 보였고, 엄마의 얼굴은 더 어두워졌다. 그리고 일어서서 부엌을 나갔다. 엄마는 울려고 밖으로 나간 게 틀림없었다. 에일리스는 놀랐지만 엄마를 따라나선 대신, 이웃과 계속 얘기를 나누며 엄마가 빨리 다시 돌아와 평범한 대화를 나누기를 바랬다.


에일리스는 한밤중에 깨어 생각해 봐도 가고 싶지 않다고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오히려, 모든 준비 과정을 점검하고 도움없이 짐가방을 두 개씩이나 자신이 어떻게 옮길 것인지, 로즈가 준 핸드백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 등등을 걱정했다. 그 핸드백 안에는 여권이며 그녀가 살고 일할 곳의 주소며 온다고 약속은 했지만 혹시 플러드 신부가 마중나오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그의 주소 같은 것들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돈과 화장품도. 그 외에 다른 자잘한 것들도 걱정이 되었다.


짐가방에 짐을 싸놓고 그것을 다시 열어볼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날들중 어느 날 밤에, 문득 다음에 가방을 열어 볼 때는 다른 나라의 다른 방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 가방을 열고 그 안의 옷과 신발 등을 매일 입는다면 더 행복할 것 같다는 뜻밖의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집에 남아 이 방에서 자고 그 집에서 살고 싶었다. 그 옷들과 신발 없이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녀는 모든 준비 과정, 모든 부산함과 대화 그런 것들이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 같은 누군가, 그녀와 나이도 같고 체구도 같은, 그녀와 생김새도 닮은, 그녀가 하는 것처럼 매일 아침 이 침대에서 깨고 친숙한 거리를 걷고 집으로 돌아오는, 엄마와 로즈에게로 돌아오는 누군가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고 해도,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실제적인 공포나 몹시 무서운, 혹은 더 나쁜 쪽으로, 말하자면 이 세상을 영원히 잃을 것이라는 쪽으로 나아가도록 하진 않았다. 이 평범한 곳에서 다시 평범한 삶을 살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그래서 그녀의 남은 인생은 낯선 것들, 낯선 사람들과 싸우며 살게 될 것이라는 생각말이다.


어느날 저녁, 로즈가 에일리스를 자신의 방으로 부르더니 보석 몇 가지를 가져 가라고 했다. 그것은 투명도가 선명한 아직 새것들이었다. 로즈는 이제 서른이 되었다. 엄마는 연금도 적고 에일리스 마저 떠나고 나면 혼자서 살기에는 너무 외로울 것이기 때문에 로즈는 결혼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녀는 엄마곁에 머무를 것이고, 지금처럼 사무실에서 일하며 주말과 여름 저녁마다 골프를 치고 살 것이다. 에일리스는 자신이 떠나는 것이 그렇게 쉬울 수 있었던 것은 로즈가 이 집을 떠나 자신의 집과 자신의 가족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포기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로즈는 에일리스나 자신 중 한 사람이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에일리스를 떠나게 하리라 결심했다는 것도.


에일리스는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는 로즈가 미국으로 가는 게 훨씬 더 나을 것이라고, 에일리스가 집에 남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로즈가 에일리스에게 브로치를 건네는 순간 에일리스는 로즈에게 가고싶지 않다고, 언니가 대신 가라고, 자신은 이곳에서 엄마를 돌보며 사는 게 더 행복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에일리스는 엄마 역시 자신이 가는 게 잘못된 것이고, 로즈의 의도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물론 그녀는 엄마가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큰소리로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에일리스는 그들을 위해 이제 막 시작하려는 새로운 모험을 활기차게 수행하려 하는 척 하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미국으로 가고 싶어서 처음으로 집을 떠난다고 믿게 하고 싶었다. 그녀는 그녀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 그들로 하여금 절대로 알지 못하도록 할 것이며 그들에게서 멀어질 때까지 혼자만 간직하리라 다짐했다. 떠나는 날도 그녀는 미소를 짓고 싶었다. 로즈와 엄마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이 그녀의 미소띤 모습이기를 바라며.


떠나는 날, 로즈는 휴가를 내고 에일리스와 함께 더블린까지 가주었다. 그곳에서 리버풀 (Liverpool)까지 간 다음 그곳에서 미국으로 갈 배를 타기로 되어 있었다. 리버풀에서 잭과 만난 에일리스는 영국에 대해서 묻고, 잭은 사람들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잠시 후 거리를 걸으며 에일리스는 잭에게 고향으로 돌아가 살 생각을 해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잭은 그곳에는 자신을 위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몇 달 동안엔 돌아가는 사정을 전혀 알 수 없어서 너무나 집에 가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에 익숙해졌고, 자신이 받는 임금과 독립에 만족한다고 했다. 지금 보스도, 이전에 일했던 곳의 보스도 좋은 사람들이라고, 그들은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고 했다. 그들은 그저 그가 일하는 방식을 보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마음을 정한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을 절대로 괴롭히지도 않고 만약 네가 뭔가를 제안하고 그것이 일을 하는 데 더 나은 방식이면 그들은 귀를 기울인다고 말했다.


드디어 미국으로 가는 배의 3등칸을 탄 후 짐가방을 제자리에 놓고 침대에 누운 에일리스는 잭이 한 말중에 뇌리에 남아 있는 말을 떠올렸다. 그는 영국으로 처음 갔을 때 집에 가기 위해 무엇이든 다 했다고 했었다. 그가 집으로 보낸 편지에는 그런 말이 없었다. 그녀는 그것이 그가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그의 다른 형들이나 엄마에게도 하지 못했던 감정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그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생각했다. 그녀는 아마 다른 오빠들도 모두 그렇게 느꼈을 거라는 것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향수병을 느끼는 것 같으면 서로 도와 그것을 이겨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혼자이므로, 브룩클린에 도착해서 만약 자신에게도 무슨 일이 생기든, 어떻게 느끼든 간에 스스로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기를 바랬다.


배에서 에일리스는 조지나 (Georgina)라는 3, 40 대로 보이는 여자와 객실을 같이 쓰게 되었는데, 그녀는 미국에서 일하면서 가끔 가족을 보러 아일랜드로 온다고 했다. 조지나는 풍랑으로 인한 심한 흔들림으로 인해 멀미로 노란 위액이 나올 때까지 토하면서 화장실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온갖 고생을 다해 초췌한 에일리스를 보면서 안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에일리스가 미국에서 풀타임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서류를 갖추고 있는 것을 보고 요즘은 그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라며 놀라워 했다. 그녀는 도착 무렵 얼굴이 상한 에일리스에게 아파 보이면 격리시킬 수 있다며 화장을 해 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에일리스는 브룩클린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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