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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의 작은 서재

Charming Billy by Alice McDermott (1988) Margaret Kim (margaret7630) 2020-6-25  11:42:28

Charming Billy


By


Alice McDermott






뉴욕 주 브롱스 (Bronx)에 있는 작은 식당 겸 바에 빌리 린치 (Billy Lynch)의 장례식이 끝나고 이웃과 친구들 그리고 가족 친지들 47명이 모였다. 그곳은 빌리의 아내 매브 (Maeve)가 예약한 곳으로 묘지에서 약 20여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매브는 주차장이 보이는 커다란 창문 앞 테이블의 상석에 앉았다. 사람들은 그녀가 빌리와 사는 내내 용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빌리가 떠나고 테이블에 앉아 있는 그녀를 보면서, 그것을 뭐라고 부르든, 그녀의 용기 혹은 그녀의 미모는 뭔가 새로웠다.


빌리는 알콜중독이었다. 관 속에 누워 있는 그의 얼굴은 본래 사이즈보다 두 배는 더 부풀어 있었고, 그의 피부는 진한 갈색이었다. 그래서 이틀 전 그의 신원을 확인하러 간 그의 사촌인 데니스 (Dennis)는 빌리를 보자마자 이 남자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흑인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빌리는 길에서 발견되었다. 배에 피가 가득 고인 체. 손에는 차 열쇠를 쥐고 있었고, 지갑은 사라지고 없었다. 발견 당시 그는 아직 살아 있었는데, 응급실로 옮긴 후 3시간 후 죽었다.


그렇게 빌리는 죽을 때까지 술을 마셨다. 그는 어느 시점에서 부서졌고, 알콜중독자들이 그렇듯, 장례식에 참석한 모든 이들의 크고 깊고 촘촘히 짜여진 애정을 헤집고 나아갔다. 사람들은 빌리가 상냥한 본성을 갖고 있었고, 항상 사람들을 웃게 하고, 상대방의 장점을 찾는 사람이었으며, 글을 잘 쓰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빌리는 모든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았다. 미키 퀸 (Micky Quinn) '빌리를 알게 되면 사랑하게 된다, 그는 그런 타입의 사람이다' 고 말했듯이.


그런데, 그는 왜 죽을 때까지 술을 마셨을까.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그에 대해 얘기할 때, 한 여인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그의 일생을 모두 정의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의 일생을 지배하고, 그를 술에 찌들어 살 수밖에 없이 만든 여인. 아일랜드 (Ireland) 출신의 이바 (Eva)라는.


빌리가 이바를 만난 건 전쟁이 끝나고 제대 후 롱 아일랜드 (Long Island) 로 돌아온 바로 직후였다. 당시 빌리와 데니스는 데니스의 엄마의 두 번째 남편인 미스터 홀츠먼 (Mr. Holtzman)의 요청으로 그가 소유한 롱 아일랜드의 작은 집을 수리하기 위해 갔다가 그곳 해변에서 이바와 메리 (Mary) 자매를 만났다.


그녀들의 말투에서 아일랜드 엑센트를 느낀 빌리와 데니스는 그 여자들에게 어디 출신인지 물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부모님 역시 아일랜드 이민자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바와 메리는 위클로 카운티 (Wicklaw County) 출신이었다. 이바는 파크 애비뉴 (Park Avenue)에 있는 한 부잣집에서 아이를 봐주는 일을 하고 있던 메리를 도와주러 왔다고 했다. 메리가 돌보고 있는 집의 아이들이 7명이나 되었고, 너무 힘들어 시카고 (Chicago)의 한 가정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던 이바에게 도움을 요청해 온 것이었고, 이바는 곧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당시 데니스는 메리에게 관심이 있었고, 빌리와 이바는 데이트를 시작했다. 빌리는 이바와 결혼을 원했고, 반지도 주었다. 얼마 후 이바는 일단 아일랜드로 돌아갔다. 빌리는 그녀가 떠난 후 곧 뉴욕 전력회사 에디슨 (Edison)에서 일하게 되었고, 그녀를 데려 오기 위해 돈을 모으려고 애를 썼다.


빌리가 이바를 위해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돈을 모으는 것을 아는 데니스는 물론 결국에는 빌리가 그것을 모으긴 하겠지만, 그것이 또 다른 해가 걸릴 것이고, 일 년은 바다 건너에 혼자 있는 아가씨에게는 긴 시간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어느 날, 미스터 홀츠먼을 만나러 가 모든 사정을 얘기하고 500불의 가불을 부탁했다.


그 얘기를 들은 미스터 홀츠먼은 즉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데니스는 자신의 엄마에게 갔어야 했나 하는 의구심이 살짝 들었지만 미스터 홀츠먼이 더 나은 기회라는 걸 확신했다. 미스터 홀츠먼은 결국 한푼 없는 아내와 그녀의 다 자란 아들을 받아 들이면서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독신 생활을 버린 사람아니던가 말이다. 그는 그들에게 자신의 집을 열어 주었다. 그의 오래된 가구를 지하로 옮기거나 그녀의 중고 정크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그것을 그녀와 관련있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그리고 아침 일상을 재조정했고, 유서를 재작성했으며, 그의 신발 가게에 '가족 할인'이라는 걸 새로 만들었고, 그의 식비를 최소한 50% 증액했다. 한 마디로 그의 삶이 복잡해 진 것이었다. 오로지 신발 사이즈 4를 찾기 위해 그의 가게로 들어온 한 작은 여인을 위해. 오로지 그녀가 스타킹 신은 발을 그의 손바닥에 올려놓았기 때문에.


미스터 홀츠먼은 자신은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고 했고, 데니스가 부탁한 돈은 너무 큰 액수라고 말했다. 데니스는 인정했다. 미스터 홀츠먼은 자신의 가게는 아직 전쟁 후유증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이라고 하면서 오랜 단골들이 더 이상 그곳에서 쇼핑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가죽 배급이 있는데, 자신은 골덴 신발을 팔고 있다고, 그래서 엄청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때 데니스가 말했다. 빌리가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만약 사람들이 당신이 전직 GI를 돕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굉장히 인상깊어 할 거라고.


데니스의 얘기를 들은 미스터 홀츠먼은 생각에 잠겼다. 데니스는 계속해서 빌리가 잘생겼고, 부드럽게 말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사람들이 그를 좋아할 거라고, 여자들이 좋아할 거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가 부탁한 가불을 대출이 아니라 투자라 생각하라고 말했다. 이윽고 미스터 홀츠먼은 빌리가 토요일만 일해서는 500불을 언제 다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목요일 저녁에도 문을 열려고 한다고 하자 데니스는 빌리가 물론 그날도 530분까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데니스는 아직 빌리에게 그 얘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미스터 홀츠먼에게 빌리가 그 아가씨에게 푹 빠져 있고, 떨어져 있는지가 거의 1년이 다 되어 가고 있다며, 그는 그녀를 몹시 보고 싶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데니스는 그날 미스터 홀츠먼의 수표를 빌리에게 건네면서 이바가 돌아오면 자신도 메리와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해서 빌리는 500불을 이바에게 보낼 수 있었다.


사람들은 당시에 그 돈은 큰 액수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바는 빌리에게 다시 돌아오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편지를 보냈고, 빌리는 그녀를 기다리기 시작했는데, 빌리의 누이 케이트 (Kate)는 당시 그가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같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여름이 끝나기 전에 그녀가 오기를 바랬고, 롱 아일랜드에서 신혼을 보내기를 바랬다고 했다.


이바를 기다리며, 빌리는 롱 아일랜드 주변을 돌아 다녔다. 어떤 땐 데니스와 함께, 어떤 땐 다른 가족이나 친척들과 함께. 당시 그는 롱 아일랜드 주변의 건물이나 교회 등에서 오래 전부터 그곳에 있었는 듯한 감정을 느끼며 그의 마음 속에 '이건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직 여기 있다' 는 말을 가슴에 새겼다.


그는 일주일에 두세 번 그녀에게 편지를 썼다. 그는 편지에 '안녕, 이바. 잘 지내고 있어, 이바?' 라고 쓰며 그녀의 이름을 반복해서 불렀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매일을 지내고 있는지 쓰면서 평범한 일을 너무 길게 쓰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가 느끼는 것을 말한다는 것은 한 문장으로 수 천의 다른 것들을 억누를 수 있지만, 그가 한 것만을 말하는 것은 태양을 차단한 도시를 묘사하는 것과 같았다.


돈을 보내면서 빌리는 이바에게 그녀와 동생들의 신발 사이즈를 물었고, 그녀는 편지와 함께 그녀와 세 명의 동생들의 발모양을 그린 종이를 접어서 보내왔다. 그리고 이번 편지는 우편배달부를 만나기 위해 짧게 썼다며 나중에 다시 또 쓰겠다고 했다. 그리고 계획을 세우느라 바쁘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여름 내내 이바에게서는 소식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 1946년 늦가을의 어느 일요일 오후, 메리가 데니스에게 연락을 해 만나자고 했다. 한 시간 후 데니스는 그녀를 만났다. 그는 만약 메리가 아이를 가졌다면 즉시 결혼할 생각이었다. 그가 원했던 상황은 아니었지만. 하지만 메리가 얘기한 건 이바에 관한 것이었다.


잠시 후, 얘기를 끝마친 메리는 데니스에게 빌리에게 뭐라고 할 거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때 데니스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는 빌리를 만나러 가는 내내, 빌리와 이바에 대해 알고 있는 회사 사람들, 친척들, 친구들 그리고 데니스 자신의 엄마까지, 그 사람들의 반응과 그들이 앞으로 빌리를 대할 때의 동정어린 시선, 그리고 그의 앞에서는 결혼에 관한 얘기를 일부러 피하게 될 거라는 것 등등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그날 저녁, 빌리의 집 아파트 계단을 오르면서도 데니스는 아무 계획이 없었다. 그저 빌리의 식구들에게 폭탄을 안겨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 데니스는 빌리에게 미스터 홀츠먼이 지난 밤 폭풍우로 롱 아일랜드 집이 어떻게 됐는지 봐달라고 부탁했다고 하면서 보러 가자고 했다.


롱 아일랜드에 도착해 그들 주변의 온통 칠흑같은 어둠 속 진입로를 올라가면서 데니스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메리를 만났고, 메리가 가족에게서 편지를 받았는데, 이바가 폐렴으로 죽었다고. 별다른 계획이 없었는데, 얘기가 술술 나왔다. 이바가 사는 곳이 항상 축축해서 그런 것 같다고 하면서, 그녀가 몇 주 동안 아팠다고, 그래서 그에게 오랫동안 편지를 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빌리는 너무나 놀래서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다가 안경을 벗고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콧등을 만졌다. 그런 다음 성호를 긋고 욕을 하더니 조용히 이바가 살았던 그곳은 지긋지긋한 곳이고 형편없는 원시적인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그녀를 병원에라도 데리고 갔느냐고 물었고, 데니스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데니스는 손전등을 들고 일어서며 빌리에게 혼자 있을 시간을 주겠다고 말하고 진흙길을 건너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3주 전과 같았다. 그의 엄마와 함께 빌리와 이바가 겨울이 되기 전에 신혼 여행에서 돌아올 것이라고 얘기를 나누었던 그때와.


잠시 후 차 문이 꽝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 차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몇 분 후 집으로 다가오는 빌리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는 안으로 들어 오지 않고 전쟁에서 처음 돌아왔을 때 거의 매일 그랬던 것처럼 계단에 앉아 있었다.


빌리는 음료수를 들고 밖으로 나온 데니스에게 자세한 내용을 다시 물었다. 데니스는 어둠을 응시하며 그녀의 부모가 너에게 편지를 쓸려고 했는데, 메리에게 먼저 얘기하고, 메리가 나에게 얘기해서 내가 너에게 얘기하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 아침, 도시로 돌아가던 중, 빌리는 데니스가 어떻게 전날 밤 그들의 아파트에 있었을 때 내내, 그리고 롱 아일랜드로 오는 내내 그 소식을 말하지 않고 있을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그들이 그곳에 도착할 때까지 운전하고 수다를 떨면서 어떻게 그것을 숨기고 있었을 수가 있었는지 말이다. 그는 데니스를 경외한다든지 데니스의 인내심에 감사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단순히 그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빌리는 다음 날 저녁 식사 전 집으로 돌아가 식구들에게 이바가 폐렴으로 죽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26살이었다그리고 그는 이바의 부모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이 보낸 돈은 이바의 장례 비용과 그녀의 묘지에 신선한 꽃을 놔주는 비용으로 쓰라고 했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그것이 커다란 타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빌리가 결코 그것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빌리는 회사 외에도 여전히 미스터 홀츠먼이 가게를 팔 때까지 그곳에 나가 일을 했고, 사람들은 그것을 빌리의 성실함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이바가 죽은지 5년 후 그곳에서 매브를 만났고, 결혼 후 30년을 함께 살았다. 둘 사이에 아이는 없었다.


당시, 매브를 처음 만난 날, 빌리는 미스터 홀츠먼의 조수 스미티 (Smitty)와 함께 이바와 그녀의 동생들에게 보낼 신발을 고르고 있었다. 그는 이바를 위해 흑백의 운동이나 여행을 할 때 신을 수 있는 간편한 신발을 골랐고, 그날 아침, 매브가 나이든 아버지 신발을 사기 위해 왔는데, 그녀에게 같은 신발 한 켤레를 팔았다. 그것은 그녀의 두꺼운 발목을 우아하고 날렵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그녀는 그해 여름 두 번을 더 왔었는데, 한 번은 그녀의 아버지와 함께였고, 한 번은 말이 많은 다른 여자 친구와였다. 그 여름은 빌리가 매일 귀가 후 이바에게서 온 편지를 찾았지만 아무 것도 찾지 못한 날들을 보내고 있던 때였다. 그리고 데니스 역시 클레어 (Claire)라는 브룩클린 (Brooklyn)에서 태어난 아가씨에게 모든 사소한 일까지, 말하자면 아일랜드 출신의 아가씨에 대한 얘기까지도 하게 된 때였다.


얼마 후, 빌리가 이바의 소식을 듣고 출근을 하지 않은 그날도 매브는 자신의 운명을 만들러 혼자 신발 가게로 들어왔다. 그날 아침, 미스터 홀츠먼은 스미티에게 빌리가 오늘은 출근하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 토요일엔 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매브는 자신의 신발을 사러 왔다고 했다. 그녀가 신고 있던 빌리가 권했던 신발은 많이 낡아 있었지만, 스미티가 권하는 새 신발을 신어 본 매브는 맘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것을 벗긴 스미티는 아예 다른 신발을 권하지 않았다. 그리고 항상 새 신발이 들어 오니 다음에 다시 한 번 더 들르라고 말했다. 신발 파는 일을 25년째 하고 있는 스미티는 혼자 그곳에 들어온 그녀를 보면서 젊은 여자에게 그것이 얼마나 노력이 필요한 일인지 알고 있었다.


바로 다음 날, 스미티는 미스터 홀츠먼에게서 왜 빌리가 일하러 나오지 않았는지 듣게 되었다. 아일랜드에 있는 그의 약혼자가 죽었다는 것이었고, 폐렴이라고 했다. 스미티가 그럼 빌리는 더 이상 돈을 모아야 할 결혼식은 없을 것이므로 일하러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하자 미스터 홀츠먼은 그가 올 거라고 말했다. 그는 빌리를 좋아했다. 여자들 역시 빌리를 좋아했고. 가게는 번창하고 있었다. 스미티는 미스터 홀츠먼씨가 빌리의 일하는 시간을 자세히 기록하고, 한 번도 월급 봉투가 전해지는 걸 본 적이 없음을 상기하며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맞다는 걸 확인했다. 빌리가 빚을 갚기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스미티가 이바의 일이 빌리에게 엄청 큰 타격이라고 하자 미스터 홀츠먼은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이후 몇 달 그리고 몇 년 동안 스미티는 빌리가 나와 일하는 동안 젊은 여자가 들어오면 자신은 뒤로 물러나 있었다. 언젠간 빌리의 슬픔이 지나가고 가게에 온 젊은 여자들 중의 한 사람이 그의 눈에 들어올 것이라고 믿으며.


어느 날, 매브가 나이든 아버지와 함께 가게에 왔던 날, 스미티는 빌리가 다른 손님과의 일을 끝낼 때까지 창고에 있었다. 잠시 후 매장을 슬쩍 내다보자 빌리가 그 노인의 신발을 벗기고 사이즈를 가늠해 보고 있었다. 그 노인은 내내 투덜대고 있었고, 딸은 그를 달래고 있었다. 빌리가 창고로 노인에게 맞는 신발을 가질러 오자 스미티는 그가 골치 아픈 작자라고 말했고, 빌리는 그에게서 술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빌리가 먼저 친하게 된 건 매브가 아니라 그녀의 아버지였다. 그들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는데, 그는 빌리처럼 두 직업을 전전하며 전력 회사에서 일하면서 뉴욕 경찰로도 일했다고 했다. 그는 매브가 8살 때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말할 것도 없이 빌리의 푸른 눈에는 하염없는 동정심이 가득찼다. 노인은 아내의 삶과 그 자신의 모욕적인 말과 행동 그리고 헌신 등에 대한 얘기를 반복했고, 그 동안 빌리는 모든 인내심을 동원해 마치 그에게서 지시를 받는 것처럼, 마치 감내해야 하는 슬픔을 인내하면서 어떤 지시를 받아야 하는 것처럼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매브는 그녀 자신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기에 앞서 이 친절하고 배려심이 강한 청년과 함께 하는 그녀의 아버지의 미래를 그려 보았다. 매브에게는 언니가 있었지만 어릴 때 납중독으로 죽었다. 경찰관의 딸로서, 매브는 삶의 불안정성, 단순히 아파트 문을 나서서 걷는 것만도 모험이라는 것을 일찌기 느낄 수 있는 감성을 갖고 있었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었고, 정말 그랬다. 매브는 그녀의 어깨에 놓인 아버지의 팔의 슬픔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그녀를 다른 여자 친척에게 보낼 수 있었지만, 대신 그는 자신의 상황에 맞춰 사무직으로 옮겨 그녀 곁에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매일 밤 술을 마셨고, 그것은 아내가 죽은 남자의 정당한 권리였으며 유일한 위로였다. 그리고 일이 힘에 부치면 그는 그녀에게 화를 내거나 저주를 하거나 팔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마치 그녀의 사랑과 관심이 그녀가 그에게 씌워놓은 거미줄인 것처럼 말이다.


매브가 빌리를 처음 봤을 때 그는 가게의 진열대에 새 신발을 진열하고 있었는데, 한 손을 심장 쪽 가슴 위에 놓고 넥타이를 잡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더니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당시에도 그가 모든 사람에게 그렇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매브가 아버지를 신발 가게에 모시고 간 것은 빌리에게 한 눈에 그녀의 일생을 보여 줄 수 있는 그녀만의 방식이었고, 그녀의 여자 친구를 데리고 간 것은 절망스러운 추파였다. 만약 그가 그녀의 말 많은 친구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고 해도 매브는 최소한 사는 내내 그를 알고 지낼 수 있었으므로. 사실, 매브는 아버지가 없었다면 수녀가 됐을 것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매브의 결혼생활이 쉽지 않았다는 걸, 특히 마지막을 향해 가는 최근엔 더욱 더 그랬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빌리는 항상 술에 취해 있었다. 매브는 빌리가 술에 취해 그녀에게 했던 말들, 그가 했던 행동들을 기억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것을 말로 하는 순간 그것이 그녀를 죽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매브는 빌리가 죽기 전 어느 여름 날,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처음 빌리가 그녀의 집에 와서 아버지와 함께 셋이서 저녁을 먹던 날, 그를 처음 봤을 때 그가 얼마나 잘생겼는지 느꼈던 그 감정을 다시 느꼈다. 신발 가게에서 봤던 잘생긴 빌리가 그곳에, 아버지가 초대한 저녁 식사 자리에 앉아 있다는 그 사실이 그녀에게, 그녀의 신경에, 그녀의 심장 박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기억하면서.


매브가 이바에 관해 알고 있었는지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 사는 동안 그녀는 그것에 대해 한번도 내색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사실, 매브는 아버지에게서 들어 이바에 관해 알고 있었다. 그녀의 집에서의 첫 저녁 식사 후 빌리가 영화보러 가자고 신청했다고 말하자, 그녀의 아버지는 빌리가 의무적으로 그랬을 거라고 하면서 불과 몇 년 전 아일랜드 여자와 한 번 약혼했었는데 그녀가 죽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은 매브는 전날까지 무슨 옷을 입고 나갈까 고민했었는데, 그냥 아무 거나 입고 나가야겠다고 결정하면서 그 만남에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영화를 보고난 다음 날 일요일 교회에서 촛불을 밝히며 기도를 하면서도 그녀는 별 희망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기도의 힘이었는지, 일주일 후쯤 그가 다시 데이트를 신청했다. 그러자 그녀의 아버지가 다시 그를 저녁에 초대했고, 이후 그들은 지속적으로 만났다.


결혼 후, 빌리는 집을 사 이사하면서 매브의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매브의 아버지는 매일 술을 마셨고, 빌리는 그의 이야기 동무를 했다. 밖에 나가 일하는 사람은 빌리뿐이었으므로 그를 바라보는 두 사람을 보면 뭔가를 말해서 그들에게 기쁨을 주어야 한다는 압박이 거셌다. 그들을 위해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그들을 웃게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저녁 식사 후 밤 10, 빌리와 장인은 밤 외출에 나섰고, 장인은 호주머니에 캔을 한, 두 개 넣었다. 매브의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된 후 빌리는 매일 밤 장인을 계단 위로 들어 올려 침대에 눕히는 일을 맡았다. 그는 장인을 잠자리에 모셔놓고 매브가 잠자러 간 사이 부엌에서 입가심으로 한 잔 하고 차를 타고 자주 가는 바 (bar)로 가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하루를 넘겼다. 그 한 잔이 그에게 뺨에 생기를 불어 넣어 주었고, 안도감을 주었다. 그리고 그 한 잔이 얘기를 하다 보면 또 다른 한 잔이 되었고, 그것은 그의 웃음을 되찾게 만들고, 그의 외로운 심장에서 소용돌이쳤다.


그는 아내에게 충실했지만, 그를 향한 세상은 외로움이 존재하는 곳, 변화와 잔인함, 이별과 상실, 그리고 동정과 슬픔이 잊혀지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그 세상은 또한 어깨에 손을 얹으며 사랑을 얘기할 수 있는 곳이었고, 신선한 음료가 놓여 있는 곳이며,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언제나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를 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의 소리와 냄새 그리고 보이는 것, 그의 목젖 뒤에서 느껴지는 그 맛, 그것이 그를 오래 전의 짧았던 어느 여름 밤으로 데려갔다. 젊었고, 삶이 온통 장밋빛이었던 그때,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넋을 놓고 바라보던 그때, 그 세상은 그의 신념이 있었고,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졌던, 미약한 약속이나 가능성이 아닌 피할 수 없고 진실이었던 그때로 말이다.


천국이 그곳에 있었고, 그것은 유일하게 그가 하루 하루 살아내야 하는 가능한 삶의 방식이었다. 그것은 유일한 구원, 삶을 괴롭히는 실망, 잔인함과 고통을 위한 유일한 보상이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천국이 있었고 이바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밤에, 그를 기다리면서, 메브는 묵주 기도를 하고 양 대신 그녀가 받은 축복의 가짓수를 셌다. 금전적인 문제도 없었고, 집과 마당도 그녀가 꿈꿨던 것보다 더 컸으며, 빌리는 두 가지 일을 하면서 한 번도 결근한 적이 없었고, 그녀를 향해 손을 치켜 들어 본 적도 없었다 (물론 내내 그렇진 않았지만). 또한 그녀에게 큰 소리를 낸 적도 없었고, 외출할 땐 잊지 않고 항상 그녀에게 팔을 내주었다. 그는 그녀의 아버지에게도 친절했고, 잘생기기까지 했다. 그가 늦게 돌아와 혼자서 계단을 오르지 못할지라도, 데니스에게 풀밭이나 마루에서 그를 끌어 내는 걸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더라도, 그는 어찌됐든 여전히 차를 진입로나 커브 같은 곳에 대고 집에 들어 올 때까지 정신을 잃지 않고 오고 있으니 말이다.


언젠가 데니스는 인사불성의 빌리를 끌어 침대에 눕힌 후 차분하게 차를 끓이러 주전자를 올리는 매브를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침착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계단 위를 끌고 올라가 옷을 벗기고 과산화수소를 묻혀 그의 상처를 닦아 주고 젖은 수건으로 신발을 개끗하게 닦아 말리기 위해 앞쪽 계단에 놓아두는 것까지. 그저 또 다른 집안 일을 완수한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그저 그에게 케잌 한 조각 같이 먹겠느냐고 물었을 뿐이었다. 데니스는 이 미친 밤들이 끝나고, 그를 돌봐주고 그를 기다리는 이 긴 날들이 지나고 나면 그녀의 시간은 무엇으로 채워질 것인가 궁금했다.


매브는 그 궁금증을 이렇게 해결해 주었다. 그녀는 데니스와 빌리의 치료에 대해 논의하면서, 데니스에게 빌리도 그녀의 아버지처럼 알콜로 인해 죽기를 결심한 것 같다고 하면서 자신은 빌리가 있는 한 어떤 삶이라도 달게 받으리라 결심했노라고.


한편, 장례식 후 레스토랑에서, 옛 이웃인 브리디 (Bridie)가 케이트 자매에게 이바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둘은 서로를 쳐다 보았다. 케이트는 이바가 아일랜드로 떠나기 바로 전에 그들의 아파트로 왔었다고 말했다. 동생 로즈메리가 이바가 무척 예뻤다고 말했다. 그러자 케이트는 그렇진 않았다고, 다만 그녀는 결 좋은 진한 적갈색 머리카락과 커다란 갈색 눈을 갖고 있었으며, 키가 크지 않았고 약간 통통했었다고, 빌리는 그녀에게 신경쓰느라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너무나 보기 좋은 한 쌍이었다고. 그들은 만약 이바가 살아 있었으면 모든 게 달랐을 거라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누이동생 로즈메리가 자신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런 종류의 사례들을 많이 읽었는데, 알콜중독은 결정이 아니라 병이며, 빌리는 이바와 결혼했던지 매브와 결혼했던지 간에, 또 아이를 가졌거나 그렇지 않았던 간에 그 병을 가졌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다른 삶은 아니었을 거라고, 모든 알콜중독자의 삶은 매우 흡사하다고 말했다.


(Dan)은 반대 의견을 내놓으며 그것은 의미의 문제라고 말했다. 자신도 빌리와 함께 40년 동안 술을 마셨지만 자신의 간은 멀쩡하다고, 빌리는 술을 끊으려는 의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여동생 로즈메리는 빌리가 아일랜드 다녀와서 금주를 맹세했을 때, 그는 정말로 단호했었다고 말했다. 그가 자신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하면서. 빌리가 갖고 있던 신념이 무엇이었는지, 그가 얼마나 그 여행을 진지하게 생각했었는지 알지 않느냐며, 하지만 병이 그를 붙잡고 말았다고 주먹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댄은 이바가 죽은지 2, 3년 후쯤 빌리가 그에게 매 해, 매 시간이 그의 어깨를 짓누른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케이트가 빌리에 대해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였다고 한 말을 들으며 자신 역시 그가 절대로 변하지 않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가 죽은 후에도 계속 기다렸다고. 하지만 그는 이제 그녀에게로 갈 날을 기다렸다고, 데니스가 그의 소식을 전했을 때, 자신은 빌리가 죽기를 기다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브리디가 하지만 매브가 있잖느냐고 외치자 동생 로즈메리 역시 그건 매브에게 못할 짓이라고 말했다. 댄은 고개를 흔들며 자신에게 묻는다면, 빌리는 매브를 만나기 전에도 저세상에 한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그는 매브에게 이바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지만 빌리에게는 이바가 항상 첫 번째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고, 매브가 그런 그를 바꿔놓지 못했다고.


이어서 그들은 빌리가 아일랜드로 가 이바의 묘지에서 금주를 서약했다는 둥, 삼촌이 암으로 돌아가신 것으로 보아 자신들의 가족력에는 암과 알콜중독의 유전자가 있다는 둥 하면서 얘기를 나누었다. 케이트는 빌리가 아일랜드에서 돌아온 직후 바로 이바를 만났던 롱 아일랜드 집으로 가 하룻밤 지낸 후 다시는 그곳엘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 빌리는 30년 동안 롱 아일랜드 그 집에 가지 않았다.


조카 로즈메리 (Rosemary)가 빌리가 아일랜드로 여행 갔을 때 매브도 함께 갔는지 몇 번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말하자 케이트가 심각한 표정으로 빌리에게 물어보지 못했지만 종종 그가 이바가 살았던 곳을 방문했었는지 궁금했다고, 하지만, 그는 매브가 그 얘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말하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얼마 후, 모임이 끝나고 데니스는 그의 딸인 이 소설의 나레이터 ''와 함께 그곳을 떠나 빌리의 집으로 향했다. ''는 차를 타고 가면서 끝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갔던 얘기들을 아버지에게 들려 주었다. 그녀가 댄 린치는 빌리가 내내 천국에서 그녀를 만날 날을 기다렸다고 말했다고 하자 마침내 데니스는 지친 표정으로 빌리의 일생을 얘기할 때 가장 슬픈 부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빌리는 금주회에서 신부가 아일랜드 여행을 권해 망설이다가 다른 신부들과 함께 아일래드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사인을 한 후 차를 빌려 이바가 살았던 곳을 방문해 그녀의 부모와 자매들, 그리고 가능하면 그녀의 묘지에도 가보고 싶어서 혼자 운전을 하고 위클로 카운티로 갔다.


그녀의 동네 근처에 있는 한 주유소엘 들어 가서 길을 묻자 주인인 듯한 사람이 갑자기 미국에서 온 사촌이냐고 물었다. 빌리가 아니라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집주소를 대고 다시 길을 묻자 그 남자는 주유소에 딸린 카페로 가서 주인 여자에게 물어보라고 말했다.


어안이 벙벙한 체 그곳에 가니 한 여자가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보더니 또 미국에서 온 사촌이냐고 물었다. 빌리가 아니라고 하면서 자초지총을 말하자 그 여자가 카페 주인에게 다시 물어보라고 말하며 안쪽에 대고 주인을 불렀다.


그런데, 잠시 후 나온 주인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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