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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의 작은 서재

Shuggie Bain by Douglas Stuart (2020) Margaret Kim (margaret7630) 2021-7-8  12:01:55

Shuggie Bain


By


Douglas Stuart




1992, 사우스 사이드 (South Side). 16살 셔기 베인 (Shuggie Bain)은 킬페더스 (Kilfeathers)라는 슈퍼마켓에서 일하고 있었다. 인색한 사장인 미스터 페더스 (Mr. Feathers)는 성년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아이들을 주로 고용했는데 그나마 이곳이 셔기를 받아준 유일한 사업체였다. 셔기는 드문드문 다니는 학교 수업에 맞는 짧은 근무를 할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했다.


셔기가 이 슈퍼에서 일한지 일 년이 넘었다. 그렇게 오래 있을 생각은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 돈을 벌어야 했고 집세를 내야 했다. 그는 항상 일터를 옮기는 꿈을 꾸었다. 그는 머리카락을 빗고 갖고 노는 게 좋았다. 그것은 시간을 순식간에 지나가게 하는 유일한 놀이였다.


16살이 되었을 때 그는 리버 클라이드 (River Clyde) 남쪽에 있는 미용 대학에 가겠노라고 스스로에게 약속을 했다. 그는 자신의 영감, 그리고 카달로그에서 복사한 스케치들과 선데이 잡지에서 뜯은 페이지들을 모두 모았다. 그런 다음 야간 수업에 대해 알아보려고 카도날드 (Cardonald)에 갔다. 대여섯 명의18살 아이들과 함께 대학 버스 정류장에 내렸는데, 그들은 가장 최신의, 가장 패셔너블한 장비를 착용하고 자부심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는 그들이 앞문으로 들어가는 걸 보다가 길을 건너 반대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그리고 그 다음 주부터 킬페더스에서 일을 시작했다.


셔기는 오전 휴식 시간에 할인 통에서 손상된 통을 살펴보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는 거의 손상되지 않은 3개의 작은 스코틀랜드 연어 캔을 찾아 락커룸에 있는 자신의 배낭에 넣었다. 그런 다음 그는 직원 구내 식당으로 가 대학생들이 있는 테이블을 지나가면서 차분하게 보일려고 애를 썼다. 그들은 쉬운 여름 근무를 하면서 휴식시간에 잘난척 두꺼운 노트를 보고 있었다. 그는 시선을 중간 정도쯤 바라보며 구석에 앉았다. 계산대에서 일하는 여자들과 함께는 아니지만 충분히 가깝게.


그녀들은 글래스고 (Glasgow) 출신의 우두머리인 에나 (Ena), 세 사람 중 가장 젊은 노라 (Nora), 마지막 인물인 잭키 (Jackie)인 세 명의 중년 여자들이었다. 그들은 빙고 나이트에 그를 두 번 데리고 갔고, 웃고 떠드는 그들 사이에서 셔기는 십대처럼 앉아 있었다. 그는 그들이 편안하게 함께 앉아 있는 방식이 좋았고, 그가 저항하긴 했지만, 그들이 그의 눈을 덮는 머리를 치워주고, 자신들의 엄지 손가락을 햝은 다음 그의 입가를 닦아주는 게 좋았다. 그 여자들에게, 셔기는 한 남성으로서의 관심을 제공하기도 했고, 그가 16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셔기는 다세대주택에서 방을 빌려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여느 때처럼 그는 일어나 벽을 통해 들려오는 고르지못한 코고는 소리를 들으며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잠시 후, 옆방에 사는 붉은 얼굴의 사내가 활동을 시작한 소리가 들렸다. 그가 욕실로 가 불을 켜는 소리가 들리고 난 후에야 셔기는 움직였다. 그 노인은 기침을 심하게 했다. 셔기는 그가 오줌을 누며 동시에 가래를 뱉어내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의 방엔 백 쌍의 그림 물감으로 그려진 눈들을 가진 도자기 인형들이 창가에 죽 배열되어 있었는데, 그것들이 그의 숙소를 조금은 밝게 만들어 주었다. 그곳엔 1인용 침대가 방 한가운데에 칸막이처럼 놓여져 있었고, 한쪽엔 낡은 2인용 소파 등 가구들이 다른 한쪽엔 작은 냉장고와 쿠커가 있었다. 구겨진 시트 외에 자리를 이탈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먼지도 없었고, 어제 입었던 옷도, 사람이 산다는 흔적도 없었다. 셔기는 어울리지 않는 시트를 손으로 만지며 침착하려고 애를 썼다. 그는 엄마가 색깔도 맞지 않고 패턴도 엉망인 이 침대 시트를 얼마나 싫어할지 생각했다.


셔기가 지금의 이 셋방을 얻은 건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 방에서 살았던 노인이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감옥에 갔고, 그것 때문에 이 방을 얻을 수 있었다. 그가 파키스탄 출신 집주인 미세스 백쉬 (Mrs Bakhsh)를 찾은 건 행운이었다. 다른 집주인들은 아무도 16살 생일이 하루 지났다고 말하는 15살 아이에게 방을 빌려주려고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너무 많은 질문을 했다. 그들은 그를 의심스럽게 위 아래로 훑어 보며 눈으로 옳지 않다, 고 말하고 있었다. 그들의 입술 모양에서 그는 그들이 셔기 나이의 아이가 엄마도 없고, 그를 챙겨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아주 망신스럽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볼 수 있었다.


미세스 백쉬는 그런 걸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학교 백팩을 보고 그가 내민 한달치 선금을 보며 뜬금없이 자신이 먹여 살려야 하는 아이들 걱정을 했다. 셔기는 그녀를 위해 돈이 든 봉투에 특별히 푸른색 펜으로 장식을 했다. 그녀에게 그가 선한 사람이고자 한다는 것, 그리고 이런 추가적 노력을 할 수 있는 충분히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는 길 건너 똑같이 생긴 다세대 아파트에서 살았다. 그곳은 풍성하게 가구가 갖춰져 있었고 중앙 난방을 했다. 다른 쪽, 그녀가 일주일에 18 파운드 15 펜스, 매주마다 현금으로만 지불해야 하는 다섯 개의 단칸 셋방을 다섯 명의 남자에게 세주고 있는 이 집은 몹시 추웠다. 소셜 서비스에서 돈을 받지 못하는 두 명의 남자들은 금요일 밤 술을 마시러 가기 전 그들의 임금의 첫 번째 것을 그녀의 문 밑으로 밀어 넣어야 했다.


미세스 백쉬는 셔기를 괴롭히지 않았다. 그녀는 렌트비가 밀리지 않는 한 결코 그의 셋방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그녀는 두툼한 팔을 가진 다른 파키스탄 여자들과 함께 와 창문없는 복도와 욕실을 청소했다. 한 달에 한 번 그녀는 변기에 소독약을 부었고, 가끔, 소변을 흡수하라고 변기 아래 새 카펫 조각을 놓고 가곤 했다.


셔기는 붉은 얼굴의 사내가 욕실에서 복도로 다시 나오는 소리를 듣고 오래된 운동화를 신었다. 팬티 위에 파카를 입고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 그리고 커다란 포켓에 킬페더스 쇼핑백과 두 개의 얇은 행주를 넣었다. 그는 바람을 막기 위해 문틈 아래 끼워 놓은 학교 점퍼를 치우고 차갑고 어두운 복도로 나섰다.


미세스 백쉬가 천장등에서 전구를 모두 빼버려서 복도는 깜깜했다. 그녀는 남자들이 그것을 내내 켜놓아 쓸데없이 돈을 낭비한다고 말했다. 남자들의 냄새는 유령의 흔적처럼 그것을 방해하는 바람도 빛도 없는 복도에 머물러 있었다. 그들은 수년 동안 자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가스불 앞에서 튀긴 저녁을 먹으며 창문 닫힌 여름 날들을 보냈다. 땀과 정액 냄새가 흑백 TV의 정전기 열과 에프터쉐이브의 코를 쏘는 냄새에 섞여있었다.


셔기는 다른 세입자들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어둠 속에서 그는 붉은 얼굴의 사내가 수염을 깎고 머리를 빗고 나면 뒤이어 방에서 나왔고, 버터맛 팝콘이나 크림을 곁들인 생선만 먹는 것 같은 누런 이를 가진 남자의 퀴퀴한 냄새가 나는 외투도 구별할 수 있었다. 나중에, 술집이 문을 닫을 시간이 되면, 셔기는 무사히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각각의 사내들을 구별할 수도 있었다.


공용 욕실은 얼룩덜룩한 유리문을 갖고 있었다. 그는 걸쇠를 걸고 잡아 당기며 잠시 그것이 잠겼는지 확인했다. 그런 다음 두꺼운 점퍼를 벗고 그것을 구석에 놓았다. 그는 더운 물 꼭지를 돌리고 물을 만져보았다. 조금 남은 미지근한 물이 느껴지더니 두 번 털털거리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이 흘러 나왔다. 그는 얼른 50펜스 짜리 동전을 꺼내 수중 히터에 집어 넣고 작은 개스 불꽃이 살아나는 걸 지켜보았다.


그가 다시 물을 틀자 차가운 물이 나왔다가 잠깐 쉑 소리를 내더니 뜨거운 물이 쏟아졌다. 그는 젖은 행주를 적셔 그의 가슴과 목을 닦으며 머리와 얼굴을 그 귀한 온기 속에 가만히 담구고 욕조 맨 위까지 따뜻한 물을 채우는 상상을 했다. 그는 다른 세입자들의 냄새와 멀리 떨어져 뜨거운 물 아래 누워있는 생각을 했다. 몸이 전부 녹고 그의 모든 부분이 동시에 따뜻하다고 느낀 건 아주 오랫만이었다.


몸을 씻고 그는 어둠 속에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젖은 머리를 빗어 내리자 그것은 거의 뺨에 닿을 정도였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뭔가 남자다운 면을 찾아서 감탄을 해보려고 했다. 곱슬거리는 머리칼, 우윳빛 피부, 높은 광대. 그의 눈에 보이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뭔가 옳지 않았다. 그건 진짜 사내아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각각의 풋볼 팀의 스코어를 외우며 수건으로 자신의 몸을 세차게 문질렀다.


셔기가 처음 미세스 백쉬의 셋방으로 이사를 왔을 때, 거주자들 중 오로지 한 사람만이 그에게 관심을 주었다. 붉은 얼굴의 사내와 누런 이의 사내는 술 때문에 다른 곳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바로 첫날 밤, 셔기가 침대에 앉아 빵을 먹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그는 소리 내지 않고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문을 열었다. 키가 크고 몸집이 컸으며 솔비누 향이 나는 남자가 손에 12개의 라거 캔이 든 비닐 봉지를 들고 서 있었다. 그 남자는 커다란 손을 내밀며 자신을 조셉 달링 (Joseph Darlng)이라고 소개하고 웃으며 봉지를 셔기에게 주었다. 셔기는 배운대로 정중하게 고맙지만 사양하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남자의 뭔가가 위협적이어서 그를 들어오게 했다.


셔기와 그 남자는 함께 싱글 침대 끝에 앉아 공동 주택 거리를 내다보며 조용히 술을 마셨다. 미스터 달링은 두꺼운 트위드 코트를 입고 있었다. 그의 무게 때문에 셔기의 몸이 옆으로 기울어졌다. 셔기는 그 남자의 두꺼운 노란 손가락 끝이 신경질적으로 움직이는 걸 보았다.


셔기는 최선을 다해 정중하려고 애를 쓰며 미스터 달링의 얘기를 들었다. 그는 한 개신교 학교에서 청소부로 일했었는데, 의회 돈을 아끼기 위해 그곳이 가톨릭 학교와 합쳐지는 바람에 문을 닫게 되었다고 했다. 셔기는 맥주를 마시는 척 하다가 옆으로 다시 뱉어냈다. 갑자기 미스터 달링이 그에게 어느 학교를 다녔느냐고 물었다.


셔기는 그가 의도하는 바를 알아챘다. 그래서 그는 이쪽도 저쪽도 아니라고, 그리고 아직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는 가톨릭이나 개신교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고, 수퍼마켓에서 일하지 않을 때엔 여전히 학교에 나가고 있었다.


미스터 달링은 그에게 그러냐고 하면서 가장 잘하는 과목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셔기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것은 겸손함을 보이고자 한 행동이 아니라 그는 정말로 잘하는 게 없었다. 학교엔 가끔 출석했고, 그래서 맥락을 따라가기 어려웠다. 대부분 그는 교육위원회가 무단결석으로 그를 추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학교에 가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만약 학교에서 그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게 된다면 그들은 그것에 대해 뭔가를 하도록 강요받을 것이었다.


미스터 달링은 두 번째 캔을 끝내더니 세 번째 캔을 재빨리 시작했다. 셔기에게 그의 다리 옆에 놓인 그 남자의 손가락의 뜨거움이 느껴졌다. 그는 손을 매트리스 위에 놓고 있었는데, 금화 반지를 낀 그의 새끼손가락이 셔기에게 닿을듯 말듯 했다. 그것은 움직이지도 꼼지락거리지도 앉았다. 그저 그곳에 있었다. 그것이 오히려 더 그를 뜨겁게 만들었다.


지금, 셔기가 파카를 입고 축축한 욕실에 서 있는데 미스터 달링이 자신의 보닛을 살짝 들어 올리는 옛날식 인사를 하며 오늘 시간이 있느냐고 물었다. 셔기가 오늘은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하자 미스터 달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맥주 몇캔 하면서 셔기에게 영국 리그에 관해 가르쳐 줄려고 했다고 하면서 혀로 어금니를 훑으며 그를 내려다 보았다.


미스터 달링은 몇 파운드는 지불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실업 수당을 받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우체국에서 마권 판매소로 그리고 주류 판매소로 그런 다음 집으로 갔다. 셔기는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었다.


셔기가 파카를 잡고 있던 손을 풀자 미스터 달링은 그것이 약간 벌어진 걸 안 본 척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스스로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셔기는 그 남자의 시선이 그의 펑펑한 팬티를 넘어 그의 맨 다리로 내려가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타는 것처럼 느꼈다. 그의 창백한 털 하나 없는 흰 다리는 검정 코트 아래에서 끊어지지 않은 실타래처럼 매달려 있었다. 그제서야 미스터 달링이 미소를 지었다.


한편, 1981, 사이트힐 (Sighthill). 아녜스 (Agnes) 베인은 고층 아파트 16층에서 그녀의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녀는 39살이 되도록 남편과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그녀의 엄마 리지 (Lizzie)의 아파트에서 쑤셔박힌듯 살고 있는 이 삶이 실패처럼 느껴졌고, 아무 것도 소유하고 있다는 걸 느끼지 못한 채 외상으로 살고 있었다. 지금 그녀의 침대를 함께 쓰고 있는 남자에게 화가 났다. 그는 좀 더 나은 삶을 주겠다는 쓸모 없는 약속을 했었다. 아녜스는 그것을 모두 이겨내거나 아니면 망가진 벽지처럼 그것을 벗겨내 버리고 싶었다. 손톱을 넣어 모두 찢어버리고 싶었다.


엄마의 거실에서 여자들과 모여 게임을 하고 있는 그날도 아녜스는 답답함에 창문밖으로 뛰어내려 날아가는 상상을 하다가 바닥에 떨어져 처참하게 망가진 채 죽는 모습을 생각했다. 그래서 얼른 답답한 방으로 다시 몸을 되돌리니 발 아래 엄마의 카펫이 안전하게 느껴졌다. 다른 여자들은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녀는 칭얼대며 축음기의 바늘을 움직이고 아주 크게 볼륨을 높이며 제발 한 번만 춤추자고 말했지만, 낸 플래니건 (Nan Flannigan)과 리니 스위니 (Reeny Sweeny)는 아직 아니라고, 서로 이긴다며 의미없는 말들을 주고 받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들고 있는 카드에 집중하며 탁탁 소리를 냈다. 그들은 생활비를 낮은 티 테이블 위에 나눠놓고 5 펜스 10 펜스짜리 동전을 앞뒤로 움직였다.


아녜스는 지루했다. 그녀는 펑펑한 가디건을 입은 저 여자들과 비쩍 마른 남편들을 모두 댄싱으로 이끌던 때가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젊었을 때, 그들은 진주목걸이처럼 서로 들러 붙어서 거리를 걸으며 소리 높여 노래를 불렀다. 그들은 미성년자들이었지만, 당시 15세였던 그녀는 입장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문지기들이 항상 줄 맨 뒤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그녀를 보며 앞으로 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러면 그녀는 그녀 뒤로 사슬로 묶여 있는 죄수들처럼 서 있는 다른 소녀들을 잡아당겼다.


그들이 그녀의 코트 벨트를 잡으며 반대하듯 투덜거렸지만, 아녜스는 문지기들에게 제일 이쁜 미소를 보여주었고, 그 미소는 그녀가 남자들을 잡아두는 무기였다. 물론 그녀는 그 미소를 엄마 앞에서는 짓지 않았다. 그녀는 당시 자신의 그 미소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걸 즐겼다. 그녀의 치아는 아버지를 닮아 약했다. 그것은 작고 삐툴삐툴했으며 새로 난 이도 다시는 하얘지지 않았다. 15살 때 그녀는 엄마에게 그것들을 모두 뽑아버리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의치의 불편함 같은 건 아무 것도 아닐 것 같았고 배우들의 미소를 보면서 그녀도 그런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여기, 그때와 같은 여자들이 매주 금요일 밤 그녀의 엄마의 거실에서 카드를 하고 있었다. 그들중 조금이라도 화장을 한 사람은 없었다. 아무도 더 이상 노래를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아녜스는 구리 동전 몇 파운드를 가지고 싸우며 씩씩거리는 여자들을 바라보았다. 금요일 밤의 카드 놀이는 그들이 일주일 내내 기다리는 행사였다. 그것은 TV 앞에서의 다림질과 별로 고마워하지도 않는 아이들을 위해 뜨거운 불 앞에서 콩요리를 하는 것으로부터의 휴식이었다. 잠시 후 아녜스가 싸게 사온 브래이지어를 착용한다고 법석을 하던 여자들은 그것만 걸친 채 리지가 건넨 담배를 피웠다.


잠시 후, 아녜스의 딸 캐서린 (Catherine)이 엄마를 부르며 동생인 셔기를 옆구리에 끼고 잠을 안 잔다고 하면서 들어 왔다. 그는 그렇게 안기기에는 너무 컸지만 셔기는 캐서린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캐서린은 여자들이 모두 속옷 바람이라는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그들이 먹고 남은 생선 조각을 찾았다. 리지의 눈에 캐서린은 모든 것이 빈약했고 다소 여성스럽지 않았다. 17살인 캐서린은 사지가 길었고 사내아이 같았는데, 허리 길이의 부지깽이같은 직모 그리고 몸엔 곡선이 없었다. 몸에 꼭맞는 치마는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리지는 무심코 손녀의 엉덩이를 쓰다듬는 습관이 있었는데, 마치 그것이 갑작스럽게 캐서린의 여성성을 끌어올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러면 캐서린은 불평하며 리지의 손을 얼른 털어냈다.


리지는 캐서린이 사장의 비서로 일하는 걸 자랑하고 싶어서 아녜스를 가리키며 저 애는 좋은 외모로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지만 머리가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감사할 일이라고 했다. 낸 플래니건이 고개도 들지 않고 캐서린에게 이제 일을 하게 되었으니 가장 먼저 할 일은 은행에 가서 계좌를 두 개 만드는 것이라고 하면서 하나는 남자를 만날 때를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네 자신을 위한 것이라며 절대로 남자에게 그것을 말해선 안 된다고 말했고 여자들 모두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리니가 그럼 이제 더 이상 학교는 다니지 않아도 되는 거구나 라고 말하자 케서린이 엄마를 흘겨보며 그렇다고, 더 이상 학교는 안 다녀도 된다고 하면서 우리는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캐서린이 셔기를 데리고 나가고, 몇 차례 더 카드가 돌고, 더 많은 생활비를 잃었다. 예상대로, 낸의 앞에 동전이 쌓여져 가고 다른 사람들 앞에 쌓여 있던 동전은 점점 없어졌다. 아녜스가 손에 술을 들고 카펫 위를 혼자 빙글 돌며 다른 사람들에게 일어나라고 말하자 여자들이 한 사람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분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눈에 띄게 쌓여가는 낸의 은동전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들은 낡은 가디건 속에 새 브래지어를 입고 즐겁게 춤을 추었다.


리지는 춤을 추지 않았다. 그녀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녀와 남편 월리 (Wullie)는 가족을 위해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그녀는 위스키의 씁쓸함과 도도함을 포기했다. '거의'.


아녜스는 월리와 리지가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방을 빠져나가는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일요일 저녁 식탁에서 같이 일어나거나 한 사람이 너무 자주 화장실엘 가곤 했다. 잠시 후 그들은 식탁으로 돌아와 좀 더 행복하고 좀 더 반짝거리는 눈빛을 하고 목청을 가다듬었다. 모두 둘에게서 풍기는 위스키 냄새를 못 맡은 척 했다.


레코드 앞면이 끝나고 리지가 실례한다고 일어나 뒤뚱거리며 화장실로 갔다. 낸이 아무도 안 본다고 생각하면서 리지의 카드를 훔쳐보려고 하다가 월리의 안락의자 뒤에서 열지 않은 흑맥주 캔을 발견하고 눈을 빛내며 '잭팟!' 이라고 외쳤다. 낸은 그곳에 목적이 있어서 왔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맨정신을 유지했다. 그녀는 내내 카드 테이블 위의 돈을 철저하게 계산했다. 일요일 스프에 넣을 햄과 다음 주 아이들이 학교에 내야할 돈을 생각하며. 이제 카드 장사가 끝나자 낸은 숨겨진 맥주에 대해 열광했다.


낸은 다른 여자들에게 돈을 빌려 주고 이자를 받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노트에 적었다. 그것은 아이들 교복 바지나 욕실 타월처럼 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한 달에 5파운드는 이자가 더해지면 갚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었다. 그것은 그들이 자신들의 삶을 빌려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방안의 공기가 바뀐 걸 가장 먼저 느낀 건 아녜스였다. 그녀는 다른 여자들과 함께 보고 있던 카달로그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남편 셕 (Shug)이 출입구에 서 있었다. 그는 다림질이 잘된 양복과 폭이 좁은 넥타이를 입고 손에 가죽 택시 벨트를 들고 있었다. 셕은 아녜스에게 앞문을 열어두었고, 집에 머무르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아녜스는 일어나 남편에게로 갔다. 그녀의 치마가 허리까지 접혀진 채였다. 이미 늦었지만 그녀는 얼른 치마를 바로 잡고 손을 맞잡으며 가장 진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미소에 답하지 않았다. 셕은 단지 혐오스럽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갑자기 누가 차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한 남자의 달갑지 않은 등장은 학교 종소리 같았다. 여자들은 소지품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코트를 입고 여전히 출입구에 서 있는 셕을 피해 몸을 웅크리며 나갔다. 아녜스는 셕이 각각의 여자들이 밖으로 나갈 때 콧수염 아래로 미소 짓는 걸 보았다. 그는 몸집이 큰 낸이 나갈 때에만 옆으로 비켰다.


셕은 천천히 그의 외모를 잃어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매력적이었고 사람을 강하게 끌어 당겼다. 그의 시선엔 단순 명쾌함이 있었고 그것이 아녜스에게 뭐라 말할 수 없게 작용했었다. 그녀는 엄마에게 셕을 만났을 때 그의 눈에서 반짝임을 보았는데 그것이 그가 요구하기만 한다면 당장 옷을 벗게 만드는 특별함인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의 자신감이 열쇠라고, 만약 덜 매력적인 남자가 그의 허영심을 가졌다면 정말 싫어했을 것이라고, 그런데 그는 그것이 당신이 몹시 원하고 있는 것인 것처럼 그것을 당신에게 파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고.


셕은 아름다운 여자들을 낮춰 보는 경향이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결코 그를 위험한 사람으로 생각치 않기 때문이었다. 그는 여자들을 웃게 만들고 얼굴이 상기되고 그의 주변에 있는 걸 감사하게 만들었다. 그는 평범한 여자들이 자신감을 느낄 수 있도록 참아 주고 매혹했다.


이제, 아녜스는 그가 더럽고 성적인 방식으로 달아오르게 만드는 이기적인 짐승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밥을 먹는 방식에서도 보였다. 그가 음식을 어떻게 입으로 밀어 넣는지 그리고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 없이 그의 손가락 사이의 그레비 소스를 어떻게 햝아 먹는지. 그것은 그가 카드 파티를 떠나는 여자들을 집어 삼킬 듯이 바라보는 것에서도 보였다. 요즘 그것은 너무 자주 보이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셕과 결혼하려고 첫 번째 남편을 떠났다. 전 남편은 크리스마스에만 미사에 참석하는 가톨릭 신자였고, 그녀에게만 헌신했다. 아녜스는 용모가 어느 정도는 그보다 더 나았다. 그는 자신이 아녜스와 결혼한 게 얼마나 행운인지 알고 있었고, 공공연히 그녀를 찬양했다. 다른 남자들이 펍에 갈 때 그는 매주 임금을 집으로 가져 왔다. 갈색 봉투를 열어보지 않은 채 그는 아무 불평없이 그것을 고스란히 그녀에게 주었다. 그녀는 그의 그런 행동을 한번도 존경해 본 적이 없었다. 봉투 안의 내용물이 충분하게 느껴진 적이 한 번도 없었으므로.


(Big) 셕 베인은 그에게 비하면 아주 빛이 났다. 그는 허영심이 강했다. 그는 얕은 부를 과시했고 폭음과 낭비로 얼굴은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리지는 언제나 알고 있었다. 아녜스가 두 아이와 그 개신교 택시 기사를 데리고 문간에 나타났을 때 즉각 문을 닫아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월리는 그러지 못하게 했다. 그는 아녜스에 대해서는 항상 긍정적이었다. 그는 리지가 아녜스에 대해서 생각하는 그것을 바라보지 못했다. 결국 셕과 아녜스가 결혼하게 되었을 때 월리도 리지도 등기소에 가지 않았다. 그들은 다른 두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결혼하는 것, 그리고 성당 밖에서 결혼하는 것은 잘못된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녀가 싫어한 건 셕 베인이었다. 리지는 셕 베인을 속속들이 알것 같았다.


앤 마리 (Ann Marie)가 맨 마지막으로 집을 떠났다. 그녀는 가디건과 담배를 챙기는데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 그것들은 그녀가 도착해서 던져 놓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녀는 셕에게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그가 그녀의 눈을 바라보자 입을 다물었고 아녜스는 그들의 소리없는 대화를 지켜보았다.


셕이 히죽거리며 리니에게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아녜스는 눈길을 그녀의 오랜 친구에게로 돌렸고, 그녀의 갈비뼈가 새롭게 부러진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리니가 어색하게 좋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내내 아녜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셕이 리니에게 코트를 입으라고 하면서 데려다 주겠다고 말했을 때 아녜스의 가슴이 심장을 파고 들었다. 리니가 아니라고 너무 큰 폐를 끼치는 일이라고 하자 그는 다시 웃으며 말도 안 된다고, 아녜스의 친구는 자신의 친구라고 말했다. 아녜스가 셕에게 생각보다 더 뾰족하게 차를 끓이겠으니 너무 늦지 말라고 하자 그는 배고프지 않다고 하면서 둘 사이에 있는 문을 조용히 닫았다.


리니 스위니의 집은 아주 가까워서 셕의 차로 가면 1분도 안 걸리는 거리였다. 아녜스는 앉아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그녀는 알았다. 셕이 다시 얼굴을 보이기 전까지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거라는 것을.


그녀는 리지의 타는 듯한 눈길을 얼굴의 측면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노려만 볼 뿐이었다. 엄마의 거실에 갇혀 그녀에 의해 평가를 받는다는 건 너무한 일이었고, 결혼생활에서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가 앞열의 관객이 된다는 것도 너무한 일이었다. 아녜스는 담배를 집어들고 아이들을 보러 갔다. 방은 어두웠지만 릭 (Leek)이 캠핑 플래쉬를 턱 아래에 끼고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쳐다 보지 않았다. 방은 따뜻했고 잠자는 다른 아이들의 숨소리로 가득차 있었다.


아녜스는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옷가지들을 갰다. 그녀는 그의 손에서 연필을 뺏고 스케치북을 접었다. 그는 거의 다 큰 성인이어서 굿나잇 키스를 하기엔 너무 나이를 먹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했고 그에게서 진한 흑맥주 냄새가 풍겨왔지만 모른척 했다. 아녜스는 막내인 셔기를 살펴보고 담요를 턱에까지 올려주었다. 그녀는 그를 깨워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고 싶었다. 누군가 그녀를 꽉 안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갑작스런 욕구가 그녀를 감쌌다. 하지만 입을 벌리고 깊이 잠들어 있는 셔기를 보면서 방해할 수가 없었다.


아녜스는 조용히 문을 닫고 자신의 방으로 갔다. 그녀는 매트리스 사이에 손을 넣어 친근한 보드카 병을 꺼냈다. 그것을 흔들어 낡은 머그에 따라 마셨다. 그런 다음 그녀는 빈 병의 주둥이를 혀로 햝으며 도시의 불빛을 내려다 보았다.


처음 셕이 밤 근무 후 소식이 없었을 때, 아녜스는 병원과 그녀가 아는 모든 기사들에게 그의 행방을 물으며 날을 꼬박 세웠다. 그녀의 수첩에 적혀 있는 자신의 여자 친구들에게 전화해 아무렇지 않은 척 안부를 물었지만, 셕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걸 말하진 않았다. 그녀 자신 조차도 그것을 인정할 수 없었으므로.


그 여자들은 그들의 일상에 대해서 잡담을 했고 아녜스는 그 잡음 뒤에 혹시나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다. 이제 그녀는 그 여자들에게 자신도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녀 역시 겪었던 그 모든 것들을 생각하니 자신이 늙은 것처럼 느껴졌고 아주 외로웠다. 그녀는 그 사람들에게 이해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녀는 그 황홀감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오래 전 바로 그녀 역시 그랬으므로.


오래 전 둘이 바닷가에 간 적이 있었다. 바닷 바람이 그녀의 허벅지를 퍼렇게 만들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행복했다. 산책로의 수천 개의 깜박이는 불빛이 그녀에게로 쏟아져 내렸고, 그녀는 입을 헤벌리고 그것들을 향해 갔다. 그녀는 너무나 놀라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날 새로 사 입은 그녀의 원피스에 달린 장식이 불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셕이 그녀를 들어 빈 벤치 위에 세웠다. 불빛은 저 멀리 물가를 따라 내내 타오르고 있었다. 모든 건물 자체에 달려 있는 수천 개의 요란한 전구가 반짝거렸다. 그녀는 셕을 내려다 보았다. 그는 그녀를 보며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질이 좋은 몸에 붙은 검은 양복 차림의 셕은 똑똑해 보였고, 유명인처럼 보였다.


그는 그녀에게 다정했고, 추위에 떠는 아녜스에게 양복 윗도리를 벗어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기도 했다. 아녜스는 떨면서 오늘은 집에 대한 얘기는 하지 말자고, 멀리 도망나온 것이라고 생각하자고 말했다.


그들은 작고 떠밀어놓은 모든 것들을, 그들을 그녀의 엄마와 코고는 소리가 벽을 통해 들리는 아버지와 함께 고층 아파트에서 계속 살도록 만든 것들을 생각치 않으려고 애를 쓰며 반짝거리는 물가를 따라 걸었다. 아녜스는 켜졌다 꺼졌다 하는 불빛들을 바라보았다. 셕은 욕먕에 젖은 눈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들을 보며 자부심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사실, 구름이 잔뜩 낀 그날 아침 해안 도시인 블랙풀 (Blackpool)은 너무 평범해 보였고, 아녜스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밤이 되서야 그녀는 그것의 매력을 보았다. 진짜 매직은 불빛에 있었다. 반짝이지 않는 표면이 없었다. 길 가운데를 왔다 갔다 하는 오래된 트램도 불빛으로 뒤덮여 있었고, 짠 바다 속에서 솟아나와 있는 흔들거리는 나무 교각도 지금은 런웨이처럼 장식되어 있었다.


셕이 그녀의 허리를 잡고 이끌며 사람들 사이를 통과해 휘황찬란한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셕은 서둘러 사람들을 헤치며 그녀를 끌고 블랙풀 타워를 향해 나아갔다. 아녜스가 천천히 가자고 애원했다. 불빛들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려 감상할 수가 없었다. 그의 손아귀에서 팔목을 빼자 그가 잡고 있던 곳에 빨간 자국이 생겼다. 셕은 분노와 창피함이 뒤섞여 얼굴이 붉어졌다. 낯선 사내들이 마치 그들은 이 멋진 여성을 좀 더 잘 대우할 수 있는 방법을 안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셕이 당신 시작하려는 건 아니지? 라고 말했다.


아녜스는 그녀의 팔을 문지르며 찌푸렸던 얼굴을 피려고 애를 썼다. 그녀는 그의 새끼손가락을 잡았다. 그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메이슨 금반지가 차갑고 죽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당신이 너무 서둘러서 나를 끌고 갔다고, 그것뿐이라고, 나는 좀 즐기고 싶다고, 집에서 나와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가 않는다고 하면서 그에게서 벗어나 불빛으로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매직은 사라지고 없었다.


아녜스가 간단하게 한잔 하자고 하면서 그것이 추위를 없애줄 거라고, 우리가 다시 분위기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말하자, 셕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그의 주먹으로 수염을 가다듬었다. 마치 그녀에게 하고 싶은 모든 욕을 참아 내는 것처럼. 그리고 그는 아녜스에게 부탁하는데 좀 느긋할 수 없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트램린 라인 너머 윙크를 하고 있는 카우보이를 향해 가버리고 없었다.


얼마 후, 펍에서 나온 두 사람은 예약한 숙소로 갔다. 그들이 빌린 방은 지극히 평범했고, 휴일을 맞은 가족에게가 아닌 일시적인 하숙생들에게 방을 빌려주는 곳인 것 같은 냄새가 났다. 탄 토스트 냄새와 TV의 잡음으로 가득찬 그곳은 집주인이 창문을 한 번도 열지 않은 것 같은 냄새가 났다.


새벽이라 조용했다. 아녜스는 카펫이 깔린 계단 끝에 있는 더미 위에 누워 음정도 맞지 않은 노래를 불렀다. 그러자 닫힌 문들 뒤에서 누군가 움직였고 머리 윗쪽에서 낡은 나무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셕이 손을 가볍게 아녜스 입에 대며 조용히 하라고, 다른 사람들을 다 깨우겠다고 말했다. 아녜스는 그의 손을 치우며 팔을 넓게 벌리고 더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방들 중 하나에서 불이 켜졌다. 셕이 아녜스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들어 올려 카펫이 깔린 계단 위로 끌고 올라갔다. 그가 끌어 올리면 올릴수록 그녀는 점점 더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 나갔다. 그녀는 낄길거리며 계단으로 돌아가 다시 노래를 불렀다.


어떤 남자가 닫힌 문 뒤에서 화를 내며 경찰을 부르기 전에 소리를 낮추라고 소리쳤다. 아녜스가 상처를 받은 척하며 경찰에 전화해 이 산통깨는 남자야라고 하면서 난 휴가 중, 이라고 말을 잇고 있는데 화가 난 셕이 그녀의 입을 꽉 막았다. 그녀는 낄낄거리기만 했다. 눈에 장난기가 보이며 그녀는 그의 손바닥을 혀로 햝기 시작했다. 그의 위가 뒤틀렸다. 그녀의 입을 막고 있는 손을 더 조이자 그의 새끼손가락이 그녀의 뺨을 찔렀다. 그녀의 눈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녀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며 셕은 한번만 말하겠다고 하면서 일어나 계단 위로 가라고 말했다.


그는 천천히 그녀의 얼굴에서 멀어졌다. 그가 꽉 쥐었던 그녀의 턱에는 붉은 자국이 생겼다. 그녀의 눈에 두려움이 어렸다. 그녀는 다시 정신이 든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손을 치우자 그 두려움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그녀의 표정엔 술기운이 다시 돌아왔다. 그녀는 그에게 가짜 이 사이로 침을 뱉었고, 막 욕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미처 말을 마치기도 전에 셕이 그녀를 덮쳤다. 그는 뒤에서 그녀의 머리채를 한움큼 잡고 질질 끌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녜스는 서툰 거미처럼 다리를 마구 흔들며 발을 땅에 대려고 애를 썼다. 머리에서 뜯겨 나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의 팔로 그의 팔을 감쌌다. 셕은 그녀의 손톱이 살을 파고 들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한 계단씩 한 계단씩 끌고 올라 갔다. 그리고 즉시 그녀를 문앞에 떨구더니 열쇠를 꺼내 문을 열고 그녀를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아녜스는 찢어진 문풍지퍼럼 문 뒤에 내동이쳐진 채 누워있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어디서부터 머리가 뜯겨나갔는지 머리를 만져보았다. 손가락에 두피에서 난 피가 느껴졌다. 귀에서는 계단을 올라올 때마다 들렸단 퉁퉁 소리가 아직도 맴돌았다. 술로 인한 무감각도 사라졌다.


그녀는 셕에게 왜 그랬는지 물었다. 셕은 당신이 나를 수치스럽게 만들었다고 하면서 자켓을 벗어 나무 의자에 걸쳐놓았다. 그는 검은 넥타이도 풀어 단정히 감아놓았다. 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그것이 그의 눈을 다소 더 작고 더 어둡게 만들었다. 그가 그녀를 끌고 올라오는 동안 그가 감추고 싶어 하는 대머리를 가린 머리카락이 흐트러졌다. 그의 목에서 스위치가 켜지듯 꿀렁하는 소리가 나더니 그는 다시 그녀에게 손을 댔다. 그녀는 목에 그리고 허벅지에 햘퀴는 통증을 느꼈다. 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연약한 부분을 꼬집어 팠다. 살이 뼈에서 분리되자 그녀는 고통으로 소리를 질렀고, 그는 반지를 낀 손으로 그녀의 뺨을 두 번 내리쳤다.


그녀가 다시 조용해지자 셕은 손톱으로 그녀의 어깨와 허벅지를 붙들고 그녀를 터진 쓰레기 봉투처럼 침대 위로 던졌다. 그리고 그녀 위로 올라갔다. 그의 얼굴은 주홍빛으로 물들었고 그의 흐트러진 머리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 모습은 마치 끓어오르는 피로 채워진 것 같았다. 팔꿈치를 이용해 그는 자신의 모든 무게를 그녀의 팔 위에 싣고 그것들을 매트리스 속으로 힘껏 밀어넣었다. 그것들이 부러진 것처럼 느껴질 때까지.


그는 그녀를 그의 아래 두고 운전하느라 늘어난 자신의 체중 전부를 있는 힘을 다해 실었다. 그리고 그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치마 아래를 더듬었다. 그녀는 발목을 꼬아 다리를 오므리고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허벅지를 잡고 온 힘을 다해 그것들을 벌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다리의 부드러운 부분을 후벼팠다. 피부가 갈라진 것이 느껴질 때까지. 그녀가 발목을 풀 때까지.


그녀가 울자 그는 자신의 것을 그녀에게 밀어넣었다. 이제 그녀에게는 술기운이 전혀 없없다. 그녀는 더이상 반항하지 않았다. 그는 섹스를 끝내고 얼굴을 그녀의 목에 파묻었다. 그리고 내일 다시 불빛 속에서 춤출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말했다.


한편, 여름이 되었고, 야행성의 셕에게 낮은 너무 길었다. 긴 여름 해는 신중하지 못한 손님 같았고, 북쪽의 어스름은 떠나길 주저하는 것 같았다. 빅 셕은 항상 여름밤에 잠들기가 힘들었다. 태양은 두꺼운 커튼을 뚫고 밝게 빛났고 아이들은 행복할 때 제일 시끄럽게 떠들었다. 다른 집들의 말많은 십대들로 인해 문이 끊임없이 열렸고 샌달을 신은 여자들이 내내 껌을 씹으며 복도의 카펫 위를 샌달을 질질끌고 터벅터벅 걸었다.


밤이 되면 빅 셕은 검은 택시를 끌고 사잇힐 밖으로 향했다. 글래스고의 불빛을 보면서 그는 편안하게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날 처음으로 어깨가 누그러졌다. 다음 8시간 동안 도시는 그의 것이었고 그는 계획이 있었다.


그는 유리를 닦고 사이드 미러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았다. 미소를 지으며 그는 자신이 얼마나 근사한가 생각했다. 흰색 셔츠에 검은 양복과 검은 넥타이. 미소가 그의 몸을 타고 흐르자 그는 택시 운전이 타고난 것인지 궁금했다. 그의 동생 래스칼 (Rascal) 사이에 그것은 실제로 가족 사업이었다. 그의 아버지도 그것을 즐겼을 것이었다. 배를 만드는 일이 그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셕은 왕립 병원의 그림자 아래의 불빛에 차를 세우고 몰래 담배를 피우며 낄낄거리고 있는 간호사들을 지켜보았다. 그는 그들이 추운 밤 공기에 붉어진 팔을 문지르고 가슴 위로 팔짱을 단단히 끼는 걸 보았다. 그는 천천히 웃으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밤근무가 확실히 그에게 정말 잘 맞는 것 같았다.


그는 어둠 속에서 혼자 배회하는 걸 좋아했다. 이 회색 도시에 갇혀 있는 사람들, 수년의 음주와 비 그리고 희망이 그들을 제자리에 잡아 놓고 있었다. 그의 삶은 움직이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그가 정말 좋아하는 취미는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글래스고의 거리는 비와 가로등 불빛으로 인해 반짝거렸다. 병원 간호사들이 반쯤 핀 담배를 물웅덩이에 던지고 터덜터덜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셕은 한숨을 쉬며 택시를 돌려 도심을 향해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도시의 가장 낮은 곳인 강으로 가까이 가면 갈수록 진짜 글래스고가 그에게 문을 여는 것 같았다. 잘 보이지 않는 기차역 아치 아래에는 숨겨진 나이트 클럽들이 있었는데, 깜깜한 창문없는 그 술집에서 낮시간 동안엔 나이든 남녀가 땀냄새나고 신맛나는 지옥을 느끼고 있었다. 강 근처 아래에서는 마르고 신경질적인 얼굴을 한 여자들이 반짝이는 스테이션 웨건을 탄 남자들에게 자신들을 팔고 있었다. 때로 그들 중 일부가 검은 쓰레기 봉지에 들어 있는 채 발견되기도 했다. 클라이드 (Clyde)의 북쪽 제방에는 시 영안실이 있었는데, 그것은 모든 죽은 영혼들이 그 방향에서 떠돌고 있기에 참 적절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비는 글래스고에서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그것은 잔디를 푸르스름하게 했고 사람들을 창백하고 기관지를 앓게 만들었다. 그것이 택시 사업에 끼치는 영향은 경미했다. 문제는 그것이 불가피하다는 것과 끊임없이 축축하다는 것이었다. 승객들에게는 비싼 택시 뒷자리에 젖은 채 앉아 있는 것보다 버스에 앉아 있는 게 더 나았다. 반면에, 비가 오면 댄스 클럽에서 나오는 젊은 아가씨들은 모두 그들의 꼿꼿이 세운 머리나 뾰족한 구두를 망치지 않기 위해 택시를 타고 싶어 했다. 그것이 셕이 끊임없이 내리는 비를 좋아하는 이유였다.


그는 한 도로에서 멈춰 배차열에 앉아 있었다.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두세 명의 나이든 사내들만이 그곳에서 택시를 기다리며 앉아 있었다. 그곳은 춤을 추고 나오는 젊은 처자들이거나 일하고 나오는 꽁꽁 언 처자들이거나 어떤 쪽이든 그가 신나는 밤을 보내기 위한 좋은 지점이었다.


셕은 우울한 날씨 속에서 담배를 피며 앉아서 밖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앞에 있던 운전사들은 승객들을 찾아 천천히 움직이며 밤 속으로 달려 갔다. 맨 앞 열에 홀로 남아 있는 그의 눈에 클럽에서 나와 뭘 타고 갈까 논쟁하는 한 그룹의 아가씨들이 보였다. 택시를 타려고 한 것 같이 보였지만 일행 중 한 명이 야간 버스를 기다리자고 했다. 하지만 그중 가장 예쁘고 가장 활발한 아이가 그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셕은 희부연한 불빛에서 미소짓는 걸 연습했다.


하지만 그는 손가락 마디로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꿈에서 깼다. 한 남자가 빈차냐고 물어보았다. 셕은 여자애들이 있는 쪽을 가리키며 아니라고 말했다. 그 남자는 대수롭지 않게 알았다고 하더니 셕이 자동 잠금을 누르기도 전에 문을 열고 차를 타며 자신의 목적지를 말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셕은 알겠다고 대답을 했다. 그 예쁜 아가씨가 그의 차를 지나 뒷차로 갔다. 셕은 그녀를 향해 연습했던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그녀는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바로 운전석 뒤로 앉은 걸 보고 말많은 승객일 거라는 예상대로 노인은 움직이자 마자 말을 시작했다. 늙은 글래스고 알콜중독자는 멸종되어 가고 있는 종족이었다. 잠시 후 노인의 목적지에 도착하고 셕이 요금을 말하자 노인은 이 호주머니 저 호주머니를 뒤졌다. 모든 글래스고의 알콜중독자들의 동일한 행동이었다. 그들의 금요일 임금은 들르는 각각의 바에서 쪼개졌고 호주머니에는 무겁고 작은 동전들만이 가득한 채 뒤뚱뒤뚱 걸어다녔다. 그들은 남은 주를 그 동전에 의지하며 살 것이었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그들은 바지와 커다란 코트를 벗지 못했다. 그들의 아내나 아이들이 그것들을 먼저 꺼내 빵과 우유를 사버릴까 두려워서.


그 남자는 오랫동안 모든 호주머니를 뒤졌다. 셕은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으며 진정하려고 애를 썼다. 그 알콜중독자가 마침내 돈을 지불하고 어두운 술집으로 들어가자 셕은 재빨리 차를 돌려 춤추고 나오는 아가씨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다시 그곳으로 달려 갔다. 한 클럽 밖에서 사슴같은 한 여자가 손을 들고 그를 향해 작은 새처럼 흔들었다.


그는 그녀가 뒷 좌석 중간에 앉는 걸 보며 안심했다. 그녀는 목적지를 말하고 킁킁 냄새를 맡으며 코를 찡그렸다. 그리고 뭐야, 하는 눈빛으로 셕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오래된 죽이 담긴 냄비에 누군가가 오줌을 싸놓은 것같은 냄새를 맡은 게 틀림없었다.


택시를 운전하며 셕은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그녀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흐트러지지 않고 뒷좌석 중앙에 장로교 집사처럼 무릎을 함께 모으고 등을 곧게 세우고 엄격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그녀가 마침내 날씨가 험하다고 한 마디 했다. 그녀는 셕에게 자신의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세상을 떠나고 없는. 다듬지 않은 손과 작은 몸집은 그녀에게서 풍기는 강인함과 힘을 숨기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엄마에게 주먹을 휘둘렀던 밤들을 생각했다. 엄마가 가만히 있으면 있을수록 그는 더욱 더 엄마에게 주먹을 퍼부었다. 엄마는 처음엔 붉은 색이었다가 푸른 색으로 그러다가 검은 색으로 변했다. 셕은 거울을 보며 엄마를 생각했다. 머리를 끌어내려 얼굴을 덮고 눈가의 멍을 가리기 위해 눈주변에 넓게 화장을 했던 엄마를.


셕은 그녀와 몇 마디 암울한 얘기를 나누다가 엑셀을 밟았다. 그녀는 남편이 철공장에서 25년 동안 일하며 3주치 월급만을 갖다 준다고 불평했다. 어느 날 그녀가 공장으로 가 왜 3주치밖에 주지 않느냐고 따지자 당신 남편이 3주치라도 월급을 받는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글래스고는 변하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사람들의 표정에서 볼 수 있었다. 이 도시는 목적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이 대처 (Thatcher)가 더 이상 정직한 노동자를 원치 않는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그녀의 미래는 기술과 원자력 그리고 개인 부담 의료라고 했다. 산업의 시대는 끝났다. 그래서 이 도시를 지배하고 있는 조선 회사와 철도 회사의 몸통은 썩은 공룡같았다. 아버지들의 직업을 이어받을 걸 보장받았던 젊은 남자들의 주택 단지는 이제 더 이상 미래가 아니었다. 남자들은 그들의 남성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또한 가난한 이웃에서 노동자 계급이 점점 없어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중산층 공무원과 도시 계획가들은 그것을 도시에 새 타운과 싼 값으로 주택을 지을 수 있는 호재로 보았다.


얼마 후, 그녀를 내려주고 셕이 도심부로 돌아왔을 때엔 마지막 그림이 펼쳐지고 있었고 도시는 차가운 겨울잠을 자는 시간으로 변해 있었다. 몇몇의 심야 클럽은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있었지만, 그것은 손님을 기다리며 밖에서 앉아 있는 사람에게는 쥐약이었다. 왜냐하면 첫 술꾼들은 자정이 될 때까진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셕은 한숨을 쉬며 그냥 기다릴까 생각했다. 이쁜 한 마리 새가 술병을 든채 자신의 다른 남자들과 춤을 추고 있는 친구들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오래 기다릴 요량을 하고 있는데 무선 라디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의 차 넘버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심장이 툭 떨어졌다. 그것은 아녜스의 목소리 같았고, 그래야만 했다.


그는 검정색 수신기를 들고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르며 답변했다. 저쪽에서는 한참동안 아무 말이 없었고, 그는 기다렸다. 잠시 후 배차소의 조애니 (Joanie)가 스톱힐 (Stobhill)이라는 곳에서 요청이 있다고 했다. 셕이 자신은 태울 승객이 있다고, 그곳에 가까이 있는 다른 차는 없느냐고 하자 조애니는 그쪽에서 특별히 당신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아녜스의 친구 앤 마리였다. 그는 그녀에게 화를 내며 다시는 회사로 전화해 자신을 찾지 말라며 만약 아녜스가 알게 되면 어떡하냐고 소리쳤다. 앤이 눈물을 흘리며 당신을 사랑한다고 하자 셕은 5분밖에 시간이 없다고 바지를 빨리 내리라고 말했다.


그가 다시 시내로 돌아와 부드러운 목소리를 생각하고 있는데 다시 그의 차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수신기를 들자 그쪽에서 이번엔 화난 목소리로 집에. 당장. 전화하라. 고 했다. 그는 공중전화를 찾아 동전을 넣고 집으로 전화를 했다.


신호가 거의 울리지도 않았는데 아녜스가 즉각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거실에 있는 전화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며 내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여보세요, 라고 하자 셕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무엇을 알고 있다는 말이냐고 하자 그녀는 전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셕은 아녜스에게 다시는 배차소로 전화하지 말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잠시 후 자주 가는 식당에서 요기를 하고 나온 셕은 천천히 조애니가 근무하고 있는 곳으로 갔다. 그녀의 근무가 곧 끝날 것이고, 그러면 둘이서 무선 라디오를 통하지 않고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는 네, 다섯 대의 다른 차 사이에 겨우 차를 대고 그녀를 기다렸다. 바보같이 히죽거리며 앞문을 바라보며.


한편, 아녜스는 셔기를 욕조 안에 넣고 목욕을 시켰다. 그러다가 그녀는 외로움에 욕조로 들어가 그의 곁에 앉았다. 리지가 보았다면 난리를 쳤을 것이었다. 셔기는 5살치고는 눈치가 너무 빨랐기 때문에 그짓도 곧 멈춰야 할 것이었다. 그가 아녜스의 성기를 본 것이 그때가 처음이었고, 그는 그녀의 것을 보고 자신의 것을 보았다. 마치 다른 퍼즐을 본 것처럼.


물이 점점 식어가고 밖으로 나온 아녜스는 침대가에 앉아 셔기의 머리를 빗겨주었다. 장난감 자동차를 그녀의 맨 다리 위에 대고 위로 굴리던 셔기는 그녀의 허벅지 안쪽에 있는 빅 셕이 낸 훙터 있는 데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들고 엄마를 바라보며 웃었다. 아버지를 꼭 닮은 얼굴로.


아녜스는 숨겨 놓았던 라거 한 캔을 꺼내 마시고 셔기에게는 빈 캔을 주었다. 셔기는 캔 옆에 붙어 있는 반쯤 벗은 여자들의 사진을 좋아했다. 그는 집에 널부러져 있는 빈 캔들을 모아 욕조 가에 일렬로 세워놓았다. 그는 그들의 작은 머리를 토닥거릴 때도 있었고 상상으로 그들이 서로 대화를 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내용은 대부분 카달로그에서 새 신발을 주문하거나 남편들의 오입질에 관한 것이었다. 빅 셕이 한번 그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는 셔기가 여자들을 줄 세워놓고 그들의 이름을 부르는 걸 놀랍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중에 그는 다섯 살 짜리가, ! 하면서 자랑스러워 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아녜스는 슬퍼 보였다.


주말에 아녜스는 셔기를 데리고 마켓에 가 인형을 사주었다. 셔기는 다프네 (Daphne)라는 이름의 그 인형을 몹시 좋아했다. 그는 이후 그가 좋아했던 모든 라거 캔 여자들을 쓰레기통에 넣었다. 또한 셔기는 엄마와 장난치고 노는 걸 좋아했다. 일부러 발음을 틀리게 해서 엄마가 자신의 턱을 잡고 고쳐주거나 손가락을 입에 넣어 고쳐주는 걸 즐겼다.


셔기와 함께 놀다가 아녜스는 과거에 댄스장에서 자신이 얼마나 인기가 있었던가를 기억하며 즐거워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자신의 몸을 더듬거리다가 세 아이 출생으로 인해 얻은 지방덩어리가 뭉친 곳에 손이 닿자 갑자기 현실로 돌아와 자신이 썩고 어리석고 혹투성인 것 같이 느껴졌다.


그녀는 모든 게 싫다고 말했다. 그런 엄마를 보며 셔기는 엄마에게 안기려고 했지만 그녀는 그를 밀어냈다. 옆방에서는 얇은 벽을 타고 그녀 부모가 코메디 프로를 보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위로 두 자식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요즘 그녀의 키스를 피하고 말만 하면 눈을 굴렸다. 그녀는 세 아이 엄마가 아닌 아녜스 캠벨 (Campbell)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음악을 크게 틀고 셔기에게 춤을 추자고 했다. 그는 엄마의 입술에 라거 캔을 대어 주고 춤을 추었다. 박자가 맞지 않았지만 엄마를 위해서, 엄마를 웃게 하려면 그깟 박자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덕분에 아녜스는 큰 소리로 웃었다.


그들은 숨을 못쉬게 웃었다. 셕이 들어오는 무거운 발걸음 소리를 듣기 전까지. 아녜스는 방에 앉아 셕이 거실에있던 그녀의 부모에게 인사하는 소리, 아버지와 그가 게임하는 소리 등등을 모두 들었다. 셕은 첫 번째 휴식 시간에 들어온 것이었다.


그녀는 그 소리를 듣다가 눈에 보이는 화장품 병들을 던졌다. 셔기는 램프가 부서지고 드러난 전구의 불빛에 비친 아녜스의 얼굴을 보고 겁이 났다. 그녀의 라거가 침대를 적시고 그의 양말도 적셨다. 그녀는 머리를 셔기의 어깨에 파묻고 흐느꼈다. 그의 목에 닿은 그녀의 숨이 축축했다.


잠시 후 아녜스는 담배를 찾아 한 대를 붙이더니 크게 한 모금 빨았다. 그녀는 잠깐 담배불을 바라보다가 카셋트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리고 오른팔을 우아하게 펼치더니 타고 있는 담배불을 커튼에 갖다 댔다. 셔기는 재가 지지직하더니 회색 연기를 내뿜는 것을 보았다. 그는 연기가 타닥타닥 소리를 내더니 오렌지색 불꽃으로 변하는 걸 보고 어쩔 줄 몰라했다.


아녜스는 그녀의 다른 손으로 그를 잡아 당겼다. 그리고 엄마를 위해 다 큰 아이처럼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엄마의 눈은 극도로 차분했다. 잠시 후 방은 점차 황금색으로 변해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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