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entine

By

Elizabeth Wetmore

석유 채굴 사이트의 어느 일요일, 이제 막 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 젊은 석유 채굴 인부인 한 남자가 그의 픽업 트럭에서 몸을 뻣치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는 카우보이 모자로 얼굴을 거의 다 가리고 있어서 트럭 가까이 흙투성이 바닥에 앉아 있던 소녀의 눈엔 그의 창백한 턱만 보였다. 주근깨가 있고 수염이 거의 없는 그는 면도할 필요성이 없을 것 같았지만, 그녀는 그가 몇 살이든 젊어서 죽기를 바랬다.

글로리아 라미레즈 (Gloria Ramirez)는 미동도 없이 가만히 앉아 그를 바라보면서 그가 흙속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걸 상상했다. 모래가 �l킨 입과 뺨을. 그리고 그의 목마름을 가실 수 있게 하는 건 오로지 그의 입에서 나는 피뿐이라고. 그가 꿈틀하며 반대쪽으로 거칠게 몸을 돌리자 그녀는 숨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를 보는 건 고문이었다. 다시 그녀는 그가 어서 죽기를 바랬다. 그리고 그의 죽음은 아무도 동정하지 않는, 잔인하고 외로운 것이 되라고 빌었다.

동쪽 하늘이 보라빛이었다가 검푸르게, 그런 다음 낡은 버킷의 석판 같은 색으로 변했다. 몇 분 이내에 그것은 오렌지와 빨간색으로 얼룩질 것이고, 만약 볼 수 있다면 글로리아는 땅이 하늘 아래에서 팽팽하게 늘어나 갈색이 푸른색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끝이 없는 하늘은 웨스트 텍사스 (West Texas)의 자랑거리 중의 하나였고, 볼 때마다 머리속에 남았다. 그녀는 그곳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곳에 더 이상 머무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 일이 있고 난 이후에는 말이다.

그녀는 픽업 트럭에 눈을 고정하고 손가락을 모래 속으로 밀면서 천천히 숫자를 셌다. 그것은 그녀가 급작스럽게 행동하는 걸 막았고, 그녀로 하여금 아직 또 다른 하루를 살아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숨을 쉴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녀는 1976년 2월 15일 아침, 많은 걸 알진 못했지만, 이것만은 알았다. 만약 그가 그의 총을 찾거나 그녀의 목에 그의 손을 갖다 댈 정도로 충분히 술이 깨기 전에 정신을 잃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이미 죽었을 거라는 것을. 오십둘 오십셋 오십넷...그녀는 기다리며 지켜보았다. 그리고 메스키트 나무 가지 사이로 작은 동물들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손가락을 계속 땅 속으로 밀어 넣으면서.

해가 뜨자 수 마일에 걸쳐 늘어서 있는 펌프잭과 유전 쓰레기, 산토끼 그리고 철조망이 쳐진 담, 메스키트 나무 덤불과 버팔로 풀 등이 보였고 도로와 그 뒤쪽에 있는 한 농가가 보였다. 걸어서 갈 정도로 가까울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었다. 이곳에서 1마일은 10마일처럼 보였고, 10마일은 20마일이 될 수도 있었다. 그녀는 오직 전날 자신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이 몸뚱이가 석유 산출을 하고 있는 어느 곳 모래 더미 위에 앉아 있다는 것, 그곳은 그녀가 사는 오데사 (Odessa)라는 이름이 쓰여 있는 물탱크나 은행 건물 또는 그녀의 엄마가 일하는 석유 화학 공장의 냉각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진 곳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곧, 그녀의 엄마인 알마 (Alma)가 밤에 사무실 청소와 오두막을 부수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아직 지난 밤의 옥수수 죽과 돼지고기, 그리고 티오 (Tio)의 담배 냄새가 나는 방 하나짜리 아파트에 발을 들여놓을 때, 글로리아가 자는 소파 베드가 전날과 같이 단정한 것을 볼 때, 걱정과 아마 조금은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개 그녀는 딸이 또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화를 낼 것이다.

글로리아는 펌프잭이 위 아래로 움직이는 걸 바라보았다. 그 거대한 쇠메뚜기는 항상 배가 고팠다. 그녀는 목이 마르고 몸이 쑤셨다. 그 채굴 인부는 간간히 한숨을 쉬었고, 이를 갈면서 몸의 방향을 옮겼다. 그녀가 앉아 있는 곳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있는 펌프잭에서 철거덕거리는 소리와 웅웅하는 소리가 들렸다.

메추라기 우는 소리가 아침을 열었다. 글로리아는 다시 농가를 바라보았다. 상상속에서는 흙길이 사막을 반으로 갈랐고, 똑바로 난 그 길은 농가의 현관까지 다다랐다. 걸어가기에 충분히 가까울 수도 있었고, 주인 여자가 대답을 하기도 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손가락들을 모래 안으로 집어 넣고 확실하지 않은 마지막 숫자인 천을 세었을 때까지도 그 남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글로리아는 고개를 천천히 앞뒤로 돌려 사방을 살폈다. 그리고 살려면 아무 소리도 내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자신의 몸뚱이를 가다듬고 찢겨져 여기저기 나뒹구는 옷들로 가렸다.

잠시 후, 그러지 말아야 하는 걸 알았지만, 갈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그를 쳐다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쩍마르고 딱딱한 뼈를 가진 그는 그녀보다 겨우 몇 살 더 먹어 보였다. 그녀는 내년 가을에 15살이 된다. 만약 오늘 살아 남는다면 말이다. 지금 그의 가슴은 규칙적으로 오르락 내리락 했다. 그외에 그는 움직임이 없었다. 잠을 자고 있을 수도 있고, 그런 척 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글로리아의 마음이 말이 가려진 철조망 타래로 뛰어가듯 어떤 상상으로 요동쳤고, 비명이 나오려고 하는 그녀의 입이 열렸다가 얼른 닫혔다. 그녀는 자신의 사지가 분리돼 사막에 뒹굴고 코요테들이 와서 청소하는 상상을 했다. 그것들의 울음소리가 밤새내내 들려왔다. 상상 속에서 자신의 뼈들이 바람에 의해 희고 매끈하게 되어 사막을 가득 채웠다. 그녀는 입을 벌려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힘들게 그것을 삼키고 모래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 젊은 인부와 끝없는 하늘을 밝게 비추는 태양, 둘 다에 대항하듯 눈을 꼭 감은 채.

그녀는 겁먹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녀의 삼촌은 겁내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은 거라고 말했었다. 전쟁에 참여하고 돌아온 그는 군인은 절대로 겁을 내지 않는다고, 만약 겁을 먹으면 총알이 심장을 뚫고 만다고 했다. 그날 아침 그녀가 유일하게 알 수 있는 사실 하나는 바로 죽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 그래서 그녀는 주먹 두 개를 입에 대고 누르며 자신에게 일어서라고 말했다. 아무 소리도 내지 말고. 움직여, 라고. 그녀는 신발이나 지난 밤에 입고 있었던 토끼털 자켓을 찾으러 돌아가지 않았다.

지난 밤, 그 남자는 소닉 (Sonic) 주차장에서 차 밖으로 한 팔뚝을 내밀고 글로리아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봐, 발렌타인, 하고 그녀를 불렀다. 글로리아의 입이 바싹 말랐다. 그녀는 하나밖에 없는 낡은 피크닉 테이블 옆에 서 있었다. 토요일 밤이면 항상 하는 것,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라임에이드를 마시고 담배를 구걸하며 무슨 일이 있을 것인지 기다리며. 물론 이 하찮은 도시에서는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는 그녀에게 아주 가깝게 차를 댔다. 앞유리를 통해서 그의 옷에 묻은 기름 자국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의 뺨과 목은 바람에 의해 입은 상처들이 있었고 손가락들에는 까만 얼룩이 있었다. 대쉬 보드는 지도와 청구서 등으로 덮여 있었고, 딱딱한 모자가 의자 위 받침대에 걸려 있었다. 빈 맥주캔이 찌그러진 채 바닥에 여기 저기 놓여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글로리아가 지금까지 살면서 들어왔던 경고의 말들을 상기시켰다.

그가 자신의 이름이 데일 스트릭랜드 (Dale Stricland)라고 하면서 그녀의 이름을 물었다. 글로리아는 알 필요 없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그녀가 정말로 되려고 노력하는 강인한 젊은 여자의 것이 아닌 어린 소녀의 이름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트릭랜드는 차문을 좀 더 열고 그녀를 어린 강아지인냥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에는 핏줄이 서있었고 둥글게 그림자가 져 있었다.

그녀는 몇 분 동안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불빛을 받을 때마다 여러 색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그것들이 멕시코 만이나 태평양 같은 바다색들일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녀는 이 도시 외엔 다른 곳을 가 본 적도, 다른 사람을 만난 적도 없었다. 그녀는 그가 좋은 출발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들이 함께 지내면, 몇 달 안에 그가 그녀를 코퍼스 크리스티 (Corpus Christi)나 갈베스톤 (Galveston)으로 데려다 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면 그녀는 바다를 직접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글로리아, 라고.

그가 웃으며 라디오를 켜자 너무나 우연의 일치로 패티 스미스 (Patti Smith)의 글로리아가 흘러 나왔다. 그러자 그가 즉시 이건 운명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웃기지 말라며 지난 가을부터 그들은 그 앨범을 두 시간에 한 번씩 틀고 있다고 말했다.

소닉은 이 발렌타인 저녁에도 죽은듯 조용했다. 특별한 일도 없었고,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일하는 드라이브 인 식당에서 나온, 같은 나잇대의 아이들이 잭 다니엘을 닥터 페퍼가 반쯤 채워져 있는 종이컵에 붓는 걸 못본 척하는 비쩍 마르고 역시 잭 다니엘에 취해 있는 웨이터와, 글로리아보다 2년 선배인, 카운터 뒤의 높은 의자에 �瞞� 스위치를 누르며 주문을 반복하는 여자 아이, 그리고 종종 그릴에서 벗어나 밖에 나와 담배를 피는 요리사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키가 크고, 어깨가 넒은 노부인이 화장실 문을 꽝 닫고 손을 바지에 닦으며 더 나이든 남자가 앉아 있는 트럭을 향해 가고 있었다. 막대기처럼 말랐고 달걀같은 민숭한 대머리인 그 노인은 글로리아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자가 차에 타자 노인이 글로리아를 가리키며 뭐라고 하면서 그의 고개를 약간 까닥거렸다. 그의 아내가 그를 따라 고개를 까닥했지만, 남편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자 그녀가 그의 팔을 잡고 고개를 흔들었다. 글로리아는 피크닉 테이블에 기대어 손을 새 자켓 호주머니에 넣고 앞뒤로 번갈아 가며 노인 커플과 젊은 남자를 쳐다보았다. 젊은 남자는 열린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트럭에 대고 손가락을 두드렸다. 글로리아는 두 노인네가 트럭 안에서 다투는 걸 보다가 그들이 다시 그녀를 바라보자 손을 꺼내 천천히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입으로 욕을 했다.

그녀는 다시 소닉 주차장을 둘러 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잃을 건 없고, 얻을 것만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그 젊은 남자의 트럭에 올라탔다. 안은 부엌처럼 따뜻했고, 엄마가 작장에서 돌아올 때면 손과 옷에서 나는 것과 같은 공업용 세제 냄새가 났다. 스트릭핸드는 음악을 틀고, 한 손은 운전대를 돌리고 다른 손으론 맥주캔을 따서 그녀에게 건네며 뭐지? 하더니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무거운 차문을 닫았다.

다음 날, 그녀가 마침내 그에게서 벗어났을 때, 태양은 트럭 바퀴 바로 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녀는 뒤를 돌아 보지 않았다. 만약 그가 깨어 그녀를 쏜다면 총알이 다가오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그놈이 뒤에서 그녀를 쏘게 내버려 둘 것이다. 그가 비겁한 놈이라고 불리게 놔 둘 것이다. 글로리아로 말할 것 같으면, 그녀는 다시는 그 이름으로, 그녀가 흙바닥에 누워 있었던 그 긴 시간 동안 그가 부르고 또 불렀던 그 이름으로 자신을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결심했다. 이제부터 그녀는 자신을 글로리 (Glory)라고 부를 것이다.

글로리는 오일 채굴 구역을 가로질러 나아갔다. 걷다가 비틀거리기도 하고, 펌프잭과 메스키트 덤불을 지나면서는 넘어지기도 했다. 그녀가 철조장 담벼락에 나있는 구멍을 기어서 통과해 버려진 시추 현장으로 들어가자 유독 가스와 무단 출입을 경고하는 흉한 사인이 그녀를 마중했다. 사살될 것이라고.

유리 조각인지 선인장 가시인지가 그녀의 발에 박혔을 때, 그녀는 피가 단단하고 뚫을 수 없는 땅에 고이는 걸 보면서 그것이 물이기를 바랬다. 한 마리 코요테가 짖자 다른 한 마리가 대답하는 걸 들으며 그녀는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아 주위를 둘러 보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자 메스키트 가지를 꺾었다.

그녀는 자신의 힘에 놀랐고, 아직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입속이 비쩍 말라 목까지 아플 지경이라는 것에 놀랐고, 처음 일어섰을 때 시작됐던 갈비뼈 통증이 다시 시작됐다는 것에 놀랐다. 이제 통증은 배로 내려가 뜨겁고 날카롭게 변했다. 쇠파이프를 난로에 아주 가까이 댄 것처럼.

기차 선로에 다다르자 그녀는 그것을 따라 걸었다. 그러다가 균형을 잃어 철조망을 잡고 길게 깔려져 있는 염류 피각 위로 세게 넘어졌다. 그녀는 손바닥에 박힌 돌을 살펴보았다. 그 남자의 피부와 피가 그녀의 손가락 밑에 남아 있는 걸 발견했다. 그것은 그녀가 열심히 저항했다는 걸 상기시켜 주었다. 하지만 충분히 저항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작은 돌을 들고 입속에 넣었다. 빅터 (Victor) 삼촌이 사막에서 목이 마를 때 그렇게 했다는 걸 떠올리며.

글로리는 일어서서 뒤를 돌아 보았다. 그녀는 트럭 보다 농가에 더 가까이 있었다. 그녀가 뭐라고 말을 해도 그는 들을 수 없을 것이었다. 글로리 라미레즈는 몸을 돌려 그녀가 있었던 곳을 바라보았다. 몇 시간 만에 처음으로 그녀는 뭔가를 큰 소리로 말하고 싶었다. 그녀는 적당한 단어를 찾으러 애를 썼지만 겨우 할 수 있었던 것 흐느낌이었다. 그 소리는 쉽게 새어 나와 고요를 뚫고 사라졌다.

한편, 글로리가 보았던 농가의 주인인 메리 로즈 (Mary Rose)는 평소 도둑이 됐든, 살인자가 됐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자비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그녀는 열네살짜리 소녀를 오일 채굴 구역으로 데려가 밤새내내 강간한 데일 스트릭랜드의 입장을 이렇게 상상해 보기로 했다.

그가 잠에서 깨어 났을 땐 태양이 이미 중천에 떠 있었다. 아랫도리는 쓰라렸고, 입안은 개스통 노즐을 �q은 것처럼 느껴졌으며 왼쪽 허벅지엔 주먹 사이즈의 멍이 들어 있었다. 아마도 기어를 오랜 시간 동안 누르고 있어서 생긴 자국인 것 같았다. 이 상황이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기분이 나쁘다는 것. 마치 누군가가 머리 양쪽을 신발로 후려친 것 같았다.

그의 얼굴과 셔츠 그리고 신발에 피가 묻어 있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눈과 입가를 눌렀다. 그는 상처가 있는지 손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양쪽 정수리를 눌렀다. 바지 지퍼를 열고 살펴보기도 했을 것이다. 피가 좀 묻어 있었지만 상처는 없었다. 그는 픽업 트럭 앞좌석에서 나와 햇빛을 쬐었을 수도 있고, 계절에 맞지 않게 따뜻한 날을 감탄했을 수도 있다. 그날 아침 메리 자신이 현관에 나가 모여있는 거위들을 보다가 하늘을 바라보며 그랬듯.

그는 그곳에 서서 서서히 빙빙 돌며 지난 열네 시간을 생각해 보았다. 그는 자신의 차바퀴 옆에 나뒹구는 소녀의 신발이나 시추선 옆 더미에 놓여져 있는 안쪽에 그녀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자켓을 보기 전까진 그녀를 기억하지도 못했을 수도 있었다.

메리는 그가 자신이 뭔 짓을 했는지 생각해 보기를 바랬다. 그녀는 그가 기억하기를 바랬다. 그리고 그 소녀를 찾아서 괜찮은지, 혹은 지난 밤의 자신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기를 바랬다. 그는 뒷문에 앉아서 지지분한 물을 마시며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기억했을 수도 있었다. 그는 소녀의 신발과 자켓을 다시 보며 지난 밤의 일을 생각하다가 눈을 들어 유정탑과 랜치 도로, 그리고 기찻길, 일요일이라 차들이 별로 없는 주간 고속도로을 보다가 그 너머에 있는 농가, 바로 그녀의 집을 보았을 것이다.

그는 그곳이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 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그 지역 여자애들은 손톱처럼 강인했는데, 정신나간 소녀라면? 그녀는 맘만 먹으면 지옥불도 맨발로 통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항아리를 들여다 보고 씻기에는 물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해 차의 거울을 보고 머리를 매만지며 계획을 세웠다. 소변을 볼 수 있으면 보고 그 농가에 가 슬쩍 살펴보기로. 그가 운이 좋으면 그집이 버려진 집일 것이고, 썩어가는 현관에 새로운 여자애가 앉아 있다가 그를 반길 수도 있을 것이다. 8월의 복숭아 나무처럼 목이 마른 그녀는 그를 보면 무척 반가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하지만 이런 곳에서 자비를 찾기란 어렵지.

메리는 자신이 그의 얼굴을 보기 전 그가 죽기를 바랬다. 시간이 다가와 증인석에 불려 가게 되면, 메리는 자신이 글로리아 라미레즈가 살아 있는 걸 본 첫 번째 사람이었다고 증언할 것이다. 그녀는 말할 것이다. 자신은 저 불쌍한 아이가 그런 일에서 어떻게 살아 돌아왔는지 모르겠다고. 재판은 8월까진 열리지 않을 것이지만, 그녀는 법정에 있는 남자들에게 자신의 딸에게 했던 똑같은 얘기를 할 것이다.

그녀의 현관에서 글로리아 라미레즈를 발견했던 2월의 그날 아침을 생각해 보면, 그녀의 기억은 퀼트 조각처럼 이어져 있었다. 각각의 조각은 다른 형태와 색깔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건 얇은 검은 리본으로 함께 묶여 있는. 그녀는 항상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8월이 오면, 그녀는 그런 사정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증언할 것이다.

메리는 26살이었고, 둘째를 임신한지 7개월째였다. 둘째는 몸이 더 빨리 불었다. 그녀는 남편의 잦은 출장으로 외로웠다. 그래서 종종아프다는 핑계거리를 만들어 딸 에이미 조 (Aimee Jo)를 학교에 안보내고 집에 머물게 하곤 했다. 이틀 전에도 학교 비서에게 전화를 해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고, 둘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날이 그녀의 딸과 보낸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에이미는 9살이었고, 메리의 현관에 서서 문을 열고 도와주기를 기다리던 그 소녀보다 몇살 어렸다.

그날은 일요일이었고, 오전 11시였다. 이것을 확실히 기억하는 이유는 둘이 듣고 있던 라디오 예배를 하는 목사들 중 가장 재미없는 사람이 마침 기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1시 후엔 석유 소식이 있었고, 그 다음엔 소 시장에 대한 소식이었다. 그달엔 굴착 건수와 새 임대에 대한 좋은 소식도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현관을 두드렸다. 그 소리에 메리와 에이미는 깜짝 놀랐다. 세 번째 두드림에는 문이 흔들렸다. 그 문은 얼마 전에 바꾼 오동나무로 된 아주 두꺼운 문이었다. 2주 전, 그녀와 남편은 시내로 이사를 가는 문제로 다퉜다. 그 문제로 다툰지는 오래 되었다. 그는 자신들이 시내와 너무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고, 특히 둘째도 곧 태어나고 석유 붐이 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고 하면서, 지금 밖은 너무 분주하다고, 시추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땅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다고 했다. 여자나 어린 여자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곳이 없다고 했다. 다툼은 험악해져 뭔가 위협적인 것에 대한 얘기도 했다.

물론 메리도 평상형 트럭이 그들의 도로를 망치는 걸 보는 것이 싫었고, 썩은 달걀과 개솔린 사이쯤 되는 냄새도 싫었으며, 몇몇 인부가 문 닫는 것을 잊어버려 그들의 소가 하이웨이에서 차에 치여 죽을 수 있다고 걱정하느라 지쳤고, 텍사코 (Texaco)가 그들의 우물에 너무 가까이 만든 구덩이에 폐수를 버리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그녀는 로버트의 할아버지가 50년 전 구릉지대에서 트럭 뒤에 벽돌을 조금씩 조금씩 날라 지은 그 집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녀는 남편에게 어찌됐든 이곳은 내 집이라고, 이사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툼 중 어느 순간에 그녀가 로버트의 가슴을 쳤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로버트는 임신한 그녀에게 응수하지 않았지만 주먹으로 문을 서너 번 쳤다. 그후 그는 육중한 오동나무 문을 주문했다. 침대에 누워 부모가 서로에게 소리지르며 싸우는 것을 다 들은 에이미는 보상으로 새 자전거를 갖게 되었다.

그들은 문을 세 번 쾅쾅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에이미가 누구지? 하고 말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메리가 심하게 맞은 글로리아를 보았을 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는지, 그렇게 두꺼운 오동나무 문을 주먹으로 두들겨 흔들리게 만들 수 있었는지 놀랐었다. 그녀는 소파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아무도 올 사람이 없었다. 이렇게 멀리 먼저 전화를 하지 않고는 아무도 올 사람이 없었고, 트럭이나 자동차 소리도 듣지 못했다. 메리는 에이미가 의자 옆에 세워둔 야구방망이를 집어 들었다.

그녀가 바람이 겨우 들어올 정도로 아주 조금 문을 살짝 열자 글로리아의 머리와 얼굴, 그리고 그녀의 손과 발에 나있던 상처 위에 앉아 있던 한 무리의 파리들이 그녀를 귀찮게했다. 글로리아의 모습을 본 메리는 속이 메스꺼워졌다. 맙소사, 그녀는 눈을 들고 그녀의 집부터 나있는 랜치 흙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저장 탱크 옆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캐나다 두루미 무리의 소음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글로리아 라미레즈는 비쩍마른 술주정뱅이처럼 비틀거리며 그녀의 현관에 서 있었다. 마치 호러 영화의 스크린에서 막 기어나온 것처럼 여기 저기를 살피며. 두 눈 모두 검게 멍이 들어 있었고, 한쪽은 부어올라 거의 감겨 있었다. 그녀의 뺨, 이마, 그리고 양 팔꿈치는 긁혀서 살이 드러났고, 다리와 발은 심하게 긁힌 상처들로 덮여 있었다. 그녀는 야구방망이를 꽉 잡으며 에이미에게 엄마 방 옷장에 가서 'Old Lady' 를 가져 오라고 소리쳤다. 그것은 그녀가 15살 때 할머니가 준 소총이었다

에이미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다시 손에 그것을 들고 달리지 말라고 소리쳤다. 잠시 후, 에이미가 그녀 뒤로 걸어오자 메리는 에이미와 글로리아 사이에 섰다. 그리고 손을 뒤로 뻗어 에이미의 손에 있는 낡은 윈체스터 (Winchester)를 잡았다.

에이미가 방울뱀이 나타났느냐고, 아니면 코요테? 하고 말했다. 메리는 조용히 하라고 하면서 부엌으로 달려가 셰리프에게 전화해서 앰블런스를 가져 오라고 말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앞에 있는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에이미에게 창문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말을 안 들으면 죽도록 팰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녀는 단 한 번도 아이들을 때려본 적이 없었지만, 그날 아침, 그말은 진심이었고 에이미는 그녀의 말을 믿은 것 같았다. 한 마디 대꾸도 없이 돌아서 부엌으로 달려 간 걸 보면 말이다.

메리는 다시 그녀의 현관에서 비틀거리고 있는 아이를 쳐다 보다가 눈길을 피해 먼 곳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남편이 세워둔 픽업 트럭이 보였고, 누군가에게 소리쳐 도움을 요청하기에는 너무 멀었다. 그녀는 조금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을 헤치러 온 사람도 볼 수 없었지만, 그들을 도와 주었으면 하는 사람 역시 보이지 않았다.

지금, 메리는 로버트 가족의 땅으로 이사온 이래 처음으로 자신이 다른 곳에 있었으면 했다. 10년 동안 그녀는 뱀과 모래 폭풍, 그리고 토네이도에 해를 입지 않도록 계속 지켜보았다. 그녀의 닭을 죽인 코요테를 총으로 쏴 죽인 적도 있었고, 에이미를 목욕시킬 때 발견한 스콜피온을 발로 밟아 없앤 적도 있었다. 빨래줄 아래나 에이미의 자전거 옆에 있는 방울뱀을 발견했을 때엔 괭이를 집어 들었다. 매일, 그녀는 뭔가에게 총을 쏘거나 조각조각을 내거나 약을 놓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그녀는 항상 사체들을 처리했었다.

그런데, 그날 아침, 그녀는 현관에 서 있는 그 아이를 보고 배가 뒤틀렸다.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며 어디서 왔냐고, 오데사에서 왔냐고 물었다. 그 아이는 자신의 집이 있는 도시의 이름을 듣자 어떤 무서운 저주에서 벗어난 듯했다. 그녀는 눈을 비비더니 움찔했다. 그러더니 방충망을 통해 들어오는 모래 알갱이같이 거친 목소리로 물 한 잔 줄 수 있느냐고 하면서 자신의 엄마는 알마 라미레즈이고, 밤에 일을 하는데 아마 지금쯤은 돌아왔을 거라고 말했다. 메리가 네 이름은 무엇이냐고 묻자 그 아이는 글로리, 라고 대답하며 차가운 물 좀 달라고 말했다.

그 아이는 메리의 오크라 패치를 보고 조용히, 멀리서 물었다. 메리는 아랫배에 경련이 있었고 얼음처럼 차가워지는 걸 느꼈다. 규칙적인 웅웅소리가 귀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처음엔 희미했지만 점점 커졌다. 몇 번의 경련과 차갑고 불쾌한 몇 초 동안 그녀는 아이를 잃는 줄 알았다. 분명한 발길질을 느낄 때까지,

메리는 자세를 똑바로 세우고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눈앞에 벌어진 모든 것울 떨쳐버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처럼, 그 아이가 갖고 있는 무시무시한 사실과 그녀가 겪은 지옥이 무엇이든 떨쳐 버리듯이, 그리고 거실로 돌아가 딸에게 아무 일도 아니라고, 신경쓰지 말라고 말할 수 있듯이.

대신, 그녀는 몸은 무겁게 소총에 기대고 다른 한 손으로 배를 잡았다. 그리고 그녀는 아이에게 차가운 물을 주겠다고, 그런 다음 너의 엄마에게 연락을 하겠다고 말했다. 잠시 후 그녀가 그 아이에게 손을 뻗자 아이의 몸이 한쪽으로 기울었고, 메리가 그녀가 쓰러지지 않게 잡으려고 했을 때, 그 아이는 살짝 머리를 숨겼다.

그녀의 뒤로 먼지가 가득차 올랐다. 픽업 트럭 한 대가 랜치 도로를 벗어나 그녀의 집 쪽으로 왔다. 우편함을 지나자 그 트럭 운전수는 갑자기 훽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는 메리의 저장 창고를 향해 미끄러져 간 다음 똑바로 계속 달렸다. 그가 누구든 그 사람은 자신이 정확히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운전했다. .

메리는 자신이 몇 가지 실수한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집으로 오는 길로 그 트럭이 왔을 때, 그녀는 그 아이가 뒤를 돌아보도록 하지 않았고 그래서 저 트럭을 본 적 있느냐고, 저 사람이 바로 그 놈이냐고 묻지 못했다. 대신, 그녀는 그녀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차가운 물을 건네며 천천히 마시라고, 그렇지 않으면 토할 거라고 말했다. 부엌으로 들어온 에이미의 눈이 동전 만큼 커졌다. 그 아이는 계속해서 엄마를 원한다고 말하고 또 말했다.

메리는 짭짤한 쿠키를 두 개 먹고 물을 마셨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 싱크대에서 찬물을 얼굴에 끼얹었다. 그녀는 두 아이들에게 그곳에 있으라고, 밖에서 처리해야 할 일을 하고 들어 온 다음 너의 엄마에게 전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배가 다시 아팠고, 그 아이가 울었다. 그리고 엄마를 원한다고 말했다. 갑자기 메리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입 닥치라고 그 아이에게 소리쳤다. 그녀는 두 아이들에게 식탁에서 곰짝하지 말고 앉아있으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에이미에게 셰리프에게 전화했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의 두 번째 실수였다.

밖으로 나가 소총을 들었을 때, 그리고 그것을 현관 가장자리로 들고 가 그녀의 집 도로에 누가 오든 맞설 태세를 갖췄을 때, 메리는 그것에 총알이 장전됐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의 세 번째 실수였다.

잠시 후, 메리가 밖으로 나가 현관 가장자리에 서 있는데 아까 급히 차를 몰고 갔던 그 남자가 다시 천천히 차를 몰고 그녀의 마당으로 들어섰다.

한편, 12월 말, 코린 (Corrine)은 지독한 숙취에 잠에서 깨어 화장실로 가 위장 내의 내용물을 모두 다 토했다. 그리고 지난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각을 붙여 보려고 애를 썼다. 다섯 잔 마셨나? 아니 여섯 잔? 뭐라고 말했지? 그리고 누구에게?

그녀의 남편 포터 (Potter)가 죽은지 6주가 지났다. 그런데 오늘 아침 그녀는 남편의 목소리를 들었다. 현관에 서서 아주 있는 그대로 얘기하는 것 같은 목소리. 그리고 똑같은 오래된 바보같은 미소를 지으며 똑같은 늙은 희망을 품은 채.

부엌 전화가 고요함을 갈랐다. 이 세상에서 이 시간에 코린에게 전화를 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딸 엘리스 (Alice)는 알래스카 (Alaska)에 살고 있어서 오직 원거리 요금이 싼 일요일 밤에만 전화를 했다. 코린은 눈폭풍 때문에 공항이 폐쇄되어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딸을 용서하지 못하고 항상 대화를 짧게 했다. 그저 자신이 잘 지내고 있다는 걸 딸에게 확인시켜 주는 정도로. 그녀는 정원일, 수요일 밤과 일요일 아침엔 교회, 그리고 너의 아빠의 물건들을 구세군이 가져갈 수 있게 정리하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다 거짓말이었다. 그녀는 남편의 티셔츠 하나도 정리하지 않았다. 정원은 먼지와 새들 시체로 가득했고, 40년 동안 포터가 그녀를 교회로 끌고 가는 걸 내버려둔 후, 이제는 그 독실한 척하는 사람들에게 단 1분도, 단 1니켈도 할애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부엌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보험증서라든지 신용 협동 조합의 6명의 은행원들에게서 온 돈봉투 등을 그대로 불태워 버리고 싶었다.

전화벨이 다시 울렸다. 코린은 손바닥으로 눈을 눌렀다. 1주일 전, 그녀는 홧김에 볼륨 다이얼을 멈추게 해버렸었다. 그런데, 지금, 제일 높은 음에 고정된 채, 빌어먹을 전화벨은 온 집안의 정적을 뚫고 울려댔다. 코린이 마침내 전화를 받아 마지못해 셰퍼드 (Shepard) 가족의 집입니다, 하자 상대방 여자가 다짜고짜 당신 땜에 지난 밤 자신이 해고됐다고 소리쳤다. 코린이 누구냐고 말하자 그 여자는 흐느끼며 전화를 아주 세게 끊어버렸고, 코린의 귀가 멍멍해질 정도였다.

그녀의 마당에 새들이며 생명체들을 모두 죽이고 있는 길고양이가 입에 죽은 쥐를 물고 미닫이 유리문 밖에 서 있는데 전화벨이 다시 울렸다. 코린은 그것을 낚아채듯이 받아서 지옥으로 떨어져라고 소리쳤다. 놀란 고양이가 물고 있던 쥐를 떨어뜨리고 마당을 가로질러 도망갔다.

지난 봄, 포터의 두통이 시작될 무렵, 그들은 은퇴를 위한 계획을 세웠었다. 그는 그의 연금을 전액 투자했고, 코린은 몇년 전 교사 라운지에서 그녀가 했던 몇몇 경솔한 발언을 문제삼아 학교 보드에서 그녀를 나가라고 압력을 행사한 이래 그녀의 몫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포터는 알래스카까지 운전하고 가다가 캘리포니아에 들러 트럭이 지나갈 정도로 큰 레드 우드도 보자고 했다. 하지만 코린은 거기까지 반년이 걸릴 거라고 했고, 알래스카는 왜 가려고 하냐고 물었다. 포터는 앨리스가 거기에 살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코린은 눈을 굴렸다. 30년 동안 십대들과 함께하면서 얻은 습관이었다.

그들이 샤워실을 갖춘 위네바고 (Winnebago: 캠핑카)를 사기 위해 첫 보증금을 내고난 이틀 후 포터의 첫 발작이 시작됐다. 땅으로 떨어질 때 그는 앞마당에서 잔디를 깎고 있었다. 이를 떨었고, 팔과 다리를 굉장히 날카롭게 움직였다. 잔디 깎는 기계가 천천히 굴러 길쪽으로 굴러갔다가 뒷쪽 바퀴를 보도에 걸친 채 멈춰섰다. 지니 피어스 (Ginny Pierce)의 딸인 데브라 앤 (Debra Ann)이 그들의 집으로 들어 오는 진입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었고, 코린은 그 애가 고함치는 소리를 화장실에서 들었다.

코린과 포터는 차를 타고 휴스턴 (Huston)까지 500 마일을 달려가 암 전문의를 만나 그가 말해 준 병명을 노트에 적었다. 다형성 신경 교아종 (Glioblastoma multiforme GBM). 의사는 그것이 희귀병이라고 하면서 방사선 치료를 당장 시작하면 6개월에서 운 좋으면 1년을 더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코린은 놀라서 그럴리가 없다며 부정했다. 포터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갔다. 그의 어깨가 가만히 위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코린은 그에게로 다가가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그녀의 허벅지를 의자에 못 박아 놓은 듯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던 중 도로가 교통 체증으로 시간이 많이 걸려 포터는 샌 안토니오 (San Antonio) 근처 순환로를 탔다. 가면서 코린은 눈이 퉁퉁 부어 거의 뜨지 못할 정도로 엉엉 울었다.

새벽 3시에 그들은 한 화물 자동차 휴게소에 도착했고,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식당에 들어갔다. 그것들을 주문한 후 포터가 방사선 치료는 그저 혈관에 독약을 집어 넣는 것일 뿐이라며 그것이 더 병을 악화시킬 거라고, 자신은 그것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코린은 목소리를 높여 당신은 엘리스에게 상처를 입는 것은 게임을 그만두기 위한 변명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그런데 지금 내 앞에서 죽겠다고 말하는 거냐고 말했다.

포터는 이건 다른 문제라고 하며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두 사람은 등을 의자에 기대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바라볼 게 없자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포터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포터는 상황을 받아 들여야 한다고 했고, 코린은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계속 다퉜다. 포터는 자신은 이미 죽어가고 있다고 했고, 코린은 입 닥치라고, 다시는 그런 얘기 하지 말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병원에 갔을 때, 포터는 병원주차장에 앉아 코린이 아직 시동도 켜기 전 그녀의 무릎을 토닥이며 더 이상의 치료나 의사를 만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는 새해 첫날에도 교회를 가지 못했고, 새 지팡이에 몸을 의지했다.

2월 하순, 그 무렵 포터는 길고양이가 죽인 동물들의 사체를 땅을 파고 묻어 주었다. 그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면 다른 살아 있는 동물들을 잡아 먹지 않을 거라고 했고, 코린은 반대했다. 포터는 오래 걸려 땅을 팠다. 구덩이 하나 파는 데 거의 10분이 걸렸다. 그녀가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으면 그는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끝을 향해 가면서, 포터는 평소보다 점점 더 감상적이 되었다.

일주일 후, 포터는 일찍 잠에서 깨어 코린을 바라보며 몸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마치 암이 거의 생기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팡이를 부엌에 놔두고 뒷쪽 베란다를 빗질하러 밖으로 나갔다. 거라지에서 가위를 가져와 앞 현관 옆에 있는 생울타리를 손질하고 앙상한 가지들을 모아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는 자신이 해 놓은 것을 보고 감탄했고, 코린은 지팡이 없이 걸어다니는 그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녀가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일분도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포터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목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며 당신에게서 좋은 냄새가 나, 하면서 그녀를 침실로 이끌었다. 그들은 한두 시간 그곳에 머물렀다.

그러고 난 후, 포터는 저녁으로 티본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고기와 감자 등 사이드 메뉴를 굽겠다고 하면서 코린이 그동안 금지해 온 버터를 넣고 요리하자고 했다. 그리고 디저트로 피칸 파이를 먹었다. 저녁 식사 후, 그는 음악을 틀고 거실을 돌며 그녀와 춤을 췄다. 나중에, 코린은 그때 그 자리에서 알아 차렸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뭘 하려고 했는지를.

포터는 노트 종이에 그동안 좋았던 것들을 적은 다음 알래스카에 가서 엘리스를 보지 못했다는 것등을 포함한 후회한 것들에 대해서 적었다. 그는 그중 가장 후회스러운 건 발렌타인 데이 밤에 주차장에서 그 소녀를 보았을 때 자신이 다르게 행동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것이라고 썼다. 그는 그 종이를 현금 만불이 든 봉투 여러 개와 함께 식탁에 놓았다. 그는 마지막에 빨강 펜으로 닥터 보먼 (Bauman)이 사망진단서에 사냥 사고라고 쓰는 걸 확인하라고 썼다.

20분 후, 군보안관 대리가 찾아 왔고, 미처 코린이 그에게 포터를 어디에서 찾았느냐고 묻기도 전에, 그는 끔찍한 사고가 있었다고, 그건 당신이 일어날 거라고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사고이고, 그건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자주 있는 사고라고 말했다.

한편, 코린은 자신의 숙취가 어떻게 유발됐는지 지난 밤을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컨츄리 클럽에서 더딘 밤을 보냈고, 자정이 되자 그녀와 바텐더인 칼라 (Karla) 그리고 끝까지 버티는 사람들, 아무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없는 남자들을 제외한 모두들 집으로 돌아갔다. 코린은 그 사람들과 잡담을 나누면 짜증이 날 것 같아서 칼라가 유리잔을 닦는 걸 보고있었다. 잠시 후, 코린은 냅킨을 접어 칼라 앞에 내밀었고, 그녀는 또 한 잔의 스캇치에 콜라를 섞은 것을 주었다.

그런데, 옆에 앉은 한 남자가 분명하게 자신이 신문에서 어린 멕시칸 소녀에 대한 얘기를 읽었는데, 두 가지 상충된 이야기가 있었고, 그녀는 교과서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고 하면서 그애는 14살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것은 발렌타인 데이 날 밤 그녀와 포터가 소닉에서 본 아이, 글로리아 라미레즈에 대한 얘기였다. 포터는 우리는 그녀가 그 트럭에 타는 걸 보고 있었다고, 우린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고 그저 앉아 있었다고 말했었다.

칼라가 바의 끝쪽에서 코린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코린이 그렇다고 대답하며 똑바로 일어서려는데 발가락이 말을 듣지 않아 팔꿈치가 바의 가장자리 아래로 미끄러져 버렸다. 남자들은 그녀를 흘끗 보더니 무시했다. 그러더니 세 번째 남자가 그 아이들은 다른 여자애들보다 훨씬 더 빨리 성숙해 진다고 말했고, 남자들이 웃었다. 다른 남자가 그럼, 엄청 빠르지, 라고 말했다.

코린은 뒷목이 뜨거워지다가 얼굴까지 열기가 올라오는 걸 느꼈다. 포터는 글로리아에 대해서 12번도 더 넘게 얘기했었다. 보통 늦은 밤, 코린은 포터가 통증이 너무 심해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가 신음하는 소리을 들었다. 그런 와중에 그는 그 사건에 대해 자신이 하고자 하는 걸 모두 했다. 그녀는 그에게 당신 나이의 절반밖에 안되는 젊은 남자와 싸우기를 원하느냐고 역정을 냈다.

하지만 포터는 뭔가가 잘못됐다는 걸 즉시 알았었다고 했다. 그는 젊은 남자들과 함께 25년간 일을 해서 그들을 잘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곳에 앉아 그 소녀가 그 트럭에 올라타는 걸 보고 있었고, 그런 다음 그와 코린은 집으로 왔다. 이틀 후, 신문에서 그 남자의 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을 보았을 때 포터는 자신이 겁쟁이고 죄인이라고 말했다. 하루 뒤, 신문에 글로리아 라미레즈의 학교 사진이 보도되자, 그는 그것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코린이 지역 신문에 미성년자인 그 아이의 이름과 사진을 보도해선 안되는 법이 있을 거라고 하자, 포터는 그 아이가 아무 것도, 그리고 아무도 두려워 하지 않는 아이처럼 보이는데, 이제 그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칼라가 팁이 든 병에 눈길을 주자 코린은 앞에 놓인 술잔을 들고 여러 번에 걸쳐 길게, 목구멍을 태우는 그것을 꿀꺽꿀꺽 삼켰다. 그리고 또 한 잔을 더 달라고 손짓을 했다. 칼라 사이블리 (Sibley)는 17살도 채 안 됐는데 집에 엄마와 갓난아이가 있었다. 그녀는 코린에게 술을 더 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고 있었다. 코린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걱정하지 말라고, 충분히 마셨다고 말하며 남자들을 향해 몸을 돌려 이 나쁜 놈들아, 그 여자애는 14살이야, 네놈들은 아이들을 좋아해? 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니코틴이 그녀의 혈관을 돌아 지난 밤의 조각들이 맞춰지자 자신이 단골들에게 했던 말과 문을 꽝하고 닫았을 때 들려오던 칼라의 말,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자신이 말을 꺼내지 않았다고, 저 노부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14살. 코린은 글로리아 라미레즈가 16살이나 백인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도덕적 잣대의 모호성에 씁쓸했다.

아침 내내 전화벨이 울리던 그날, 그녀의 집 맞은 편에 한 가족이 이사를 왔다. 코린은 현관 계단에 앉아 세명의 젊은 남자들이 짐을 옮기는 것을 보고 있었다. 잠시 후 흰색 자동차가 멈추더니 한 어린 여자애와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뒷좌석에서 여러 개의 작은 상자들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배가 아주 많이 부른 상태였고, 남편인 것 같은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엄마를 빼닮은 아이는 간간히 엄마에게로 가 임신복을 잡고 매달렸다.

그렇게 큰 딸을 가지기에는 너무 젊게 보이는 그 여자는 세 명의 젊은이들이 가구 옮기는 걸 보면서 딸의 등을 가만히 쓸어주었다. 그들은 아직 어린 남자아이들이었다. 15살이나 16살 정도 되는. 두 명의 중년 남자들이 문 옆에 서서 커다란 마호가니 대문의 문틀을 재고 또 쟀다. 원래 있던 문이 그녀에겐 충분치 않은 모양이었다.

남자들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크기와 깊이를 보여주자 임산부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한 손을 그녀의 이마에, 다른 손은 그녀의 배에 댔다. 그 남자가 다시 문틀을 가리키는데 갑자기 그녀가 상체를 반으로 접으며 빠르게 주저앉았다. 남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코린은 마시고 있던 음료수잔을 내려놓고 입술을 �q았다. 그녀가 일어나 슬리퍼를 신는데 그 임산부가 배가 땅에 닿은 채 앞마당을 기어가고 있었다. 아이는 엄마의 머리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영어와 스페인어가 여기저기서 들려왔고, 한 남자가 얼른 부엌으로 뛰어 들어가 물을 한 컵 들고 나왔다.

코린은 길 건너 집에 사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에이미 조라는 딸아이는 주걱턱에 눈썹이 아주 희미해서 거의 보이지 않았고, 메리 로즈라는 그녀의 엄마는 진통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코린은 그녀의 등이 고등학교에 있을 때 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여자 아이, 말하자면 학교를 그만두고 결혼을 한 그런 부류의 여자 아이. 그들을 전부 기억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코린은 30년 전 엘리스를 낳았을 때를 기억할 수가 없어서 병원으로 데려가 줄거냐고 물었다. 메리 로즈는 고맙지만 사양하겠다고, 자신이 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두 손을 배 위에 올리고 코린을 바라보며 당신의 집 앞에 걸린 화관을 보았다며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코린은 자신의 남편이 2월에 죽었는데 그걸 떼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린은 묵묵히 짐을 나르는 청년들을 바라보다가 사냥 사고였다고 말했다. 그 단어는 마치 스콜피온을 삶킨 것처럼 그녀의 목을 뚫고 지독히 불쾌하게 할켰다.

사냥 사고였군요, 라고 말하며 그 임산부가 몸을 돌려 앉았는데, 놀랍게도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여있었다. 정말 유감이에요, 라고 하면서 그녀는 전기가 아직 들어오지 않아서 그러는데, 자신의 아이가 병원 대기실에서 혼자 앉아 있는 걸 원치 않으니 몇 시간만, 그녀의 남편이 빅 스프링스 (Big Springs)의 가축 경매에서 돌아올 때까지만 당신의 집에 좀 있게 해 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코린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미안하지만 지금 다른 사람을 자신의 집에 들일 수가 없다며, 당신의 엄마나 여자 형제에게 전화를 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메리 로즈는 아니라고, 그들도 이미 바쁘다고 말했다. 아이가 엄마랑 함께 있겠다고 징징거리며 저 사람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코린이 병원으로 가 자신이 대기실에서 에이미와 함께 있어줄 수 있다고 하자 메리 로즈는 아이가 대기실에서 많은 모르는 남자들과 함께 있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두 여자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메리 로즈가 아이에게 가서 차 열쇠를 가져오라고 말했다. 에이미가 열려진 거라지를 통해 집으로 들어가자 메리 로즈는 감독에게 짐을 다 옮기면 문을 잠궈 달라고 말했다. 코린이 자신의 집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메리 로즈가 그녀의 등에 대고 기분 나쁜 어조로 신경쓰지 말라고 말했고, 코린은 못들은 척 했다.

전화벨이 다시 울렸을 때 밖은 그렇게 어두운 편은 아니었다. 버번을 마시고 있던 코린은 부엌으로 가 양손으로전화기를 잡았다. 그녀는 코드를 전화기 받침대에 감고 부엌과 거라지 사이에 있는 문을 발로 열었다. 그리고 전화기를 머리 위로 들고 거라지에다 냅다 던졌다. 그것은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쳐 두 번 더 울리다가 그녀가 40일 동안 방치해 두었던 차 옆에 안착했다.

부엌은 이제 조용해졌다. 식탁 옆에 있는 벽시계에서 째깍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코린은 그것도 치워버릴까 생각하며 노려보았다. 그녀는 가득찬 재떨이를 들어 식탁 가운데 있는 봉투들 위로 부었다. 담배 꽁초들이 천천히 봉투 더미들을 지나 포터가 했던 퍼즐 조각들 위로 굴러 떨어졌다.

쓰레기통을 가질러 밖으로 나가려던 코린은 생쥐 사체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눈을 감고 뒷쪽 담에 서 있는 포터를 그렸다. 삽을 들고 힘겹게 구덩이를 파고 동물들의 사체를 살살 파묻던 그를.

그들은 그가 어떻게 그리고 언제 죽을 것인지 얘기를 나눴었다. 포터는 그녀가 자신을 돌보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그녀는 그가 자기 자신이나 그녀를 알아보지 못할 때까지 살아있으라고 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혼자힘으로 하는 걸 선택했다.

6개월 전, 산업용 규모의 원형의 군대 막사 모양의 건물이 그녀 집 뒤 공터에 세워졌다. 그것은 창문이 없는 철제 건물로 버니 클럽 (Bunny Club)이라는 스트립 클럽이었다. 그것은 거기에 세워져 있는 이동식 도서관과 주차장을 공유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오데사 출신의 어떤 여자 아이들도 그것을 벗어나지 못했다. 20년 동안 그녀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 지역 여자 아이들을 지켜보았는데, 대부분이 제대로 졸업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셀 수도 없이 많은 급한 결혼식에 참석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여자들을 마켓에서 마주치고 있었다. 이젠 나이가 더 들었지만, 여전히 가슴에 창백하고 둥그스름한 아이를 안고, 여전히 가늘고 주근깨가 있는 한 팔에서 다른 팔로 아이를 옮겨 가며, 통로를 미친 다람쥐들처럼 위 아래로 쏜쌀같이 달려 다니는 다른 아이에게 소리지르는 여자들을.

코린은 여전히 골목에 서 있었다. 트럭 한 대가 번화가를 빠르게 달려 그 주차장 쪽으로 갔다. 그 운전사는 주차장에서 한 바퀴를 빙 돌았다. 그 사람과 주차장에 모여 있던 다른 남자들이 미친 짓을 하는 걸 보고 코린은 집으로 급히 들어오다가 포터의 지팡이에 걸려 넘어져 부엌 바닥에 쓰러졌다. 온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너무 급작스럽고 컸다.

만약 제대로 돌아갔더라면 포터가 그녀를 묻어 주었을 것이었다. 포터는 슬퍼했겠지만, 그런 대로 살아 갔을 것이다. 그가 있었더라면 그녀의 식탁에 피어스의 딸과 에이미가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었을 것이고 고양이 녀석도 거라지에서 참치캔으로 저녁 만찬을 즐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코린은 어린 암소처럼 부엌 바닥에 사지를 펼치고 가슴과 배는 부엌에, 발과 엉덩이는 페디오에 걸친 채 누워 있었다. 그녀는 다음엔 뭘 해야 할지 상상 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날 밤, 그녀는 부엌 바닥에서 온 힘을 다해 일어나 전화기를 다시 꽂았다. 그리고 시내 경찰서에 전화해 자신이 아까 주차장에서 목격했던 것을 신고했다. 그 트럭의 번호판이나 차 색깔은 보지 못했지만 그 남자들 모두 술에 취해 있었고, 말투로 보아 젊은이들이었다고.

그녀가 집으로 돌아 왔을 때 그 트럭 운전사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몸이 어디 한 곳 아프지 않은 데가 없었다. 하지만 밤하늘이 너무 좋아 그녀는 앞쪽 현관에 앉아 있었다. 잠시 후, 트럭 한 대가 왔고, 운전석에서 메리 로즈의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가 옆좌석으로 가 잠든 아이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손전등을 챙겨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그의 집으로 가려고 했다. 코린은 아픈 몸을 간신히 일으키며 그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메리 로즈의 안부를 물었다.

한편, 매일 코린을 찾아 오는 데브라 앤 (Debra Ann)은 다른 때, 다른 곳에서 그 남자를 본 적이 없었다. 보통 그녀는 강아지 공원에서 말놀이를 했거나 초등학교 운동장 주변을 돌아다니거나 말라버린 호수바닥을 따라 자전거를 탔다. 예전에 호수에 물이 가득 찼을 때엔 엄마 지니와 함께 차를 타고 그곳으로 가곤 했는데 가끔 거기서 사람들이 구해지는 걸 보기도 했다. 그들은 차 앞쪽에 큰 타올을 깔고 누워 일광욕을 즐기기도 했다. 그러다 지루해지면 짐을 챙겨 햄버거 가게에 가곤했다.

하지만, 이번 봄엔 지니는 이곳에 없었고, 동네 사람들 모두 납치되어 공격당한 소녀에 대해 얘기했다. 사람들은 그녀가 강간당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데브라 앤이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의 아버지를 비롯해 그녀의 집 거리에 사는 어른들은 어떤 아이도 어른들 보호 없이는 또는 최소한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누군가에게 얘기하지 않고는 돌아다닐 수 없게 하자고 합의했다. 그건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데브라 앤은 8살까지 어떤 보호도 받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봄 대부분을 규칙을 어기면서 보냈다. 그녀의 아버지가 식탁에 앉아 지도를 그려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다녀도 된다고 허가된 북부 끝은 커스터 애비뉴 (Custer Avenue)였다. 남쪽 경계선은 커브에 앴는 빈집에 표시가 되어 있었다. 서쪽 경계선은 미세스 셰퍼드와 데브라 앤의 집 뒤에 있는 골목길이었는데, 미세스 셰퍼드는 버니 클럽을 오고 가는 트럭들을 볼 때마다 인상을 찌푸렸다. 반대쪽 끝에 사는 미세스 레드베터 (Ledbetter)는 모든 일과 모든 사람을 주시했다. 그녀는 아이의 자전거 핸들바를 잡고 어디 가냐, 뭐하고 있느냐, 목욕은 언제 했느냐느 등등 질문 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치 않는 것 같았다. 데브라 앤 보다 2살이 더 어린 다른 여자 아이들은 규칙을 어기기엔 너무 어리거나 그러기엔 엄마들을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데브라 앤은 골목 끝에 서서 스트립 클럽 앞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두 남자를 보게 되었다. 술을 다 마시자 키가 큰 한 남자는 클럽 안으로 들어가고 다른 남자는 병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더니 담을 넘어 빠른 걸음으로 들판을 가로질러 갔다. 그러더니 방수로의 콘크리트 갓길 아래 샛길을 달려 제일 큰 배수관 안으로 사라졌다.

데브라 앤은 들판 가운데 상자를 갖다 놓고 안에서 밖을 볼 수 있게 칼로 상자를 조금 잘라낸 다음 안으로 들어가 그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몇 분 후 그 남자가 방수로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는 왼쪽 오른쪽을 살피더니 수로 밖으로 기어나왔다. 그 사람은 키가 몹시 작았다. 잠시 후 그가 밖으로 나와 방수로 끝에서 수로의 위 아래를 들러 보더니 가파른 둑 위로 달렸다. 맨 꼭대기에 다다르자 그는 담벼락을 따라 철조망이 쳐진 곳까지 재빨리 걸었다. 그곳은 바로 임시도서관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그후, 데브라 앤은 일주일 동안 방과 후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그 남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펴 보게 되고, 급기야는 그가 살고 있는 방수로 안으로 들어가 보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