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emory Keeper's Daughter

By

Kim Edwards

1964년 3월 어느 날, 오후 내내 짙은 회색빛 하늘이 계속되더니 눈송이가 조용히 흩날리다가 바람에 소용돌이쳤다. 켄터키 (Kentucky)의 렉싱턴 (Lexington)에서 정형외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데이빗 헨리 (Dr. David Henry)는 창문가에 서서 눈이 부풀어 오르고 소용돌이치다가 땅에 떨어지는 걸 바라보았다. 이웃의 집들엔 모두 불이 켜져 있었고, 잎을 떨군 나무 가지들이 흰색으로 변했다.

저녁 식사 후 그는 지난 가을 거라지에 쌓아두었던 땔감을 가져와 불을 지폈다. 바깥 공기는 차가웠고 진입로는 벌써 그의 무릎까지 눈이 쌓였다. 그는 한참 불이 타오르는 걸 멍하니 바라보았다. 눈은 어둠 속에서 조용히 계속 내렸다.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그의 차는 벌써 도로가에서 부드러운 흰색 언덕이 되어 있었고, 진입로에 있던 그의 발자국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손에서 재를 털어내고 소파에 앉아 있는 아내 곁에 앉았다. 그녀는 부푼 배 위에 책을 걸쳐놓고 읽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 손가락에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기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사랑과 경이로움이 밀려 오는 걸 느꼈다. 그의 아내와 3주 이내에 곧 세상에 나올 그의 아이에 대한. 그들은 결혼한지 1년밖에 되지 않았고, 그 아이는 그들의 첫 번째 아이가 될 것이었다.

의학적인 제한이 하나도 없는 완벽한 임신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는 몇 달 동안 그녀와 잠자리를 갖지 않았다. 대신 그는 그녀를 보호했다. 계단을 오를 때 잡아 주고, 담요를 덮어 주고, 커스타드를 가져다 주면서. 그녀는 그럴 때마다 웃으며 자긴 괜찮다고, 자긴 아무 것도 모르는 신출내기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의 관심을 즐거워했다. 때로 그는 잠에서 깨어 잠든 그녀를 바라보기도 했다. 그녀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것, 가슴이 천천히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 그의 손으로 완전히 감싸 안을 수 있는 그녀의 작은 손 등등.

그녀는 그보다 11살이 어렸다. 1년이 채 안 되는 11월의 어느 구름이 잔뜩 낀 토요일, 그는 넥타이를 사기 위해 시내 백화점에 갔다가 에스컬레이터를 탄 그녀를 처음 보았다. 그는 33살이었고 렉싱턴엔 처음이었다. 그녀는 사람들 사이에서 마치 환영처럼 솟아 올랐다. 우아하게 뒤로 틀어올린 금발 머리와 목과 귀엔 진주가 반짝거렸다. 그녀는 진한 녹색 울코트를 입고 있었고, 청아하고 창백해 보였다.

그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그녀를 시야에서 놓치지 않으려고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4층 여성 속옷 섹션으로 갔고, 그가 그녀를 따라 속옷이 빽빽히 걸려 있는 틈 사이로 걷자 판매원이 웃으며 다가와 무엇을 찾느냐고 물었다. 그는 자신의 누이에게 줄 잠옷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그의 누이 동생은 지금은 세상에 없었다.

잠시 후, 계산대에서 판매원과 실갱이를 하고 있는데 그녀가 다가왔다. 판매원은 그녀를 미스 애숴 (Miss Asher)라고 부르며 그녀가 먼저 왔다고 했다. 그녀가 그에게 잠옷이 당신의 아내 것이냐고 묻더니 판매원에게 괜찮다고, 그 사람 먼저 계산해 주어도 된다고 했다. 그는 그녀에게 나쁜 첫인상을 준 것이 맘에 걸려 그것은 자신의 누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미안하다고, 자신이 의사이고 병원에 늦어서 실례를 범했다고 했다. 그녀가 그러냐고 하면서 판매원에게 정말 괜찮다고 이 사람 먼저 계산해 주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가 다시 만나자고 하는 것을 마다 하지 않고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주었다. 그녀의 글씨체는 완벽했다. 나중에 그는 그녀가 8살 때 전직 수녀였던 선생님에게 얼마나 힘들게 쓰기를 배우게 되었는지, 등잔 밑에서 옹이가 박힌 손가락으로 얼마나 그것을 힘들게 연습했는지 듣게 되었다. 바로 그날 저녁 그는 그녀에게 전화해 다음 날 저녁을 함께 먹었고, 석달 후 그들은 결혼했다.

지금, 그녀의 임신 막달에 그때 그가 샀던 코랄색 잠옷이 그녀에게 딱 맞았다. 그것을 발견했을 때, 그녀는 그것을 높이 들고 당신의 누이는 오래 전에 죽지 않았느냐고 말했고, 그는 웃으며 그땐 무슨 얘기든 했어야 했었다고, 당신의 이름을 알기 위해 방법을 찾아야만 했었다고 말했다. 그말을 듣고 그녀는 웃으며 다가와 그를 안아주었다.

눈은 계속 내렸고, 다음 몇 시간 동안 그들은 책을 읽고 얘기를 나누었다. 가끔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 그녀의 배위에 갖다 대며 태동을 느껴보라고 했다. 그는 간간히 일어나 불에 땔감을 더 넣으며 눈이 5,6 인치 가량 쌓이는 것을 보았다. 거리는 조용했고, 차도 몇 대 보이지 않았다.

11시가 되자 그녀는 일어나 침대로 갔다. 그는 아래층에 남아 의학 저널 최신판을 읽었다. 그는 진단과 치료 기술이 좋은 아주 명성 높은 의사였다. 그는 의대를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여전히 그는 아직 충분히 젊었지만 간간히 그가 공부했던 자신의 기술에 대해서는 충분한 확신이 없었다.

그는 하루하루를 그럭저럭 살아가는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들은 교육이란 불필요한 사치이고, 확실한 끝이 없는 수단일 뿐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배우는 걸 좋아했던 그는 자신이 그런 가족 중의 변종이라고 생각했다. 가난했던 그들은 그의 누이 때문에 처음으로 50마일 떨어진 모건타운 (Morgantown)에 있는 의사를 만나러 클리닉에 갔다. 그는 빌린 픽업 트럭을 타고 갔던 그 진귀한 여행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누이는 그 흙길을 춤추는 도로라고 불렀다. 모건타운의 병실은 어두웠고, 연못은 탁한 녹색이었다. 의사들은 모두 바빴고, 그들과는 아주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이었다.

수년이 흐른 뒤에도 그는 아직 그 의사들의 시선을 느끼며 단 한 실수로 자신의 껍데기가 벗겨질 사기꾼인 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과 선택이 이것을 반영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일반 내과나 심장의 섬세한 박동에 대해 전혀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 대부분을 부러진 사지를 치료하고, 캐스트를 만들고 엑스 레이를 살펴보는 것, 부러진 부분들이 서서히 하지만 기적적으로 붙는 것을 지켜보는 일을 하면서 보냈다. 그는 뼈들이 단단해서 화장장의 백열에서도 남아 있는 것이 맘에 들었다. 뼈들은 영원할 것이라는 것, 그는 뭔가 단단하고 예측가능한 것에 자신의 신념을 부여하는 것이 편했다.

그는 자정이 될 때까지 저널을 읽었다. 그런 다음 불을 끄고 윗층으로 올라갔다. 도중 그는 유아방 문 옆에 서서 침대며 기저귀 테이블, 그리고 선반 위에 놓여 있는 인형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안방으로 가 얇은 커튼을 제치고 눈이 얼마나 내렸는지 살펴보았다. 그것은 이제 가로등과 담장 그리고 지붕 위로 거의 8인치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렉싱턴에서는 거의 드문 일종의 폭풍인 것 같았다. 일정하게 내리는 흰 눈송이와 고요함이 흥분과 평화로움으로 가득차게 했다. 그것은 그의 삶의 모든 이질적인 파편들이 하나가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모든 과거의 슬픔과 실망감, 모든 근심스러운 비밀과 불확실함 등이 부드러운 흰색 층 밑에 숨겨져 버린 것 같았다. 내일 이웃 아이들이 밖으로 나와 정적을 깰 때까지 고요할 것이었다.

그는 산에서 보냈던 자신의 어린시절이 생각났다. 숲속으로 도피한 몇 되지 않은 순간들. 당시 그의 숨소리는 증폭되었고, 세찬 눈 때문에 목소리는 사라져 버렸었다.

그는 창가에 오래 서 있었다. 그의 아내가 가만히 몸을 움직이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뒤를 돌아보자 그의 아내가 침대가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메트리스를 잡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진통이 시작된 거 같다고 하면서도 고개를 흔들며 잘 모르겠다고, 진통이 왔다갔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가 옆으로 눕는 걸 도와주고 자신도 누워 그녀의 등을 마사지해 주었다. 그는 아마 가짜 진통일 거라고 말하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예정일이 아직 3주나 남았고 첫 아이는 보통 늦게 나온다고 하면서.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도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것을 확신하며 잠으로 빠져 들었다.

얼마 후, 그는 아내가 어깨를 흔드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 그녀의 잠옷, 그녀의 머리칼이 방안을 밝히는 생소한 흰눈빛 속에서 하얗게 보였다. 그녀는 진통의 간격을 재보았는데 5분 간격이라고, 굉장히 강하고 겁난다고 말했다.

그는 속에서 흥분과 두려움이 파도에 휩쓸리는 거품처럼 뒤엉키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응급상황에서 차분해야 하고 감정을 억제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일어서 아내를 부축하고 복도를 천천히 왔다갔다 했다. 진통이 오자 그녀가 그의 손을 꽤 강하게 잡아서 손가락들에 전기가 통하는 것 같았다.

진통은 5분에서 4분 간격이 되었다. 그는 옷장에서 짐가방을 꺼냈다. 갑자기 오래 기다렸지만 놀라서 순간적으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일들이 있듯이 이번에도 그랬다. 그는 그녀가 하라는대로 움직였다. 그러다 그는 갑자기 모든 행동을 인식하게 되었다. 자신의 숨쉬는 방식, 그녀가 아직 신을 수 있는 신발에 불편하게 발을 집어 넣는 방식 등. 아내의 손을 잡았을 때 그는 자신이 그 방에, 전등 가까운 어느 곳에서 둘을 내려다 보며 모든 뉘앙스와 세부적인 것들, 말하자면 그녀가 진통으로 어떻게 몸을 떠는지,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팔꿈치를 얼마나 단단히 그리고 보호적으로 잡고 있는지, 그리고 여전히 밖에는 얼마나 눈이 내리고 있는지 등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은 낯선 느낌을 받았다.

그는 그녀가 외투를 입는 걸 도왔다. 그리고 그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끼고 있던 장갑을 찾았다. 그런 세부적인 것들이 중요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현관으로 나간 순간 온통 새하얀 세상에 깜짝 놀랐다. 그는 아내에게 그곳에 있으라고 말하고 계단을 내려갔다. 낡은 차의 문들은 얼어버려 하나를 여는데도 수분이 걸렸다. 그는 뒷좌석으로 들어가 성에 제거기와 솔을 찾았다. 그가 나왔을 때 아내는 현관 기둥에 기대고 있었다. 그는 그 순간 그녀가 진통으로 얼마나 괴로운지, 그리고 바로 그날 밤 아기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 믿겨졌다. 그는 당장 아내에게 달려 가고 싶었지만, 대신 손을 녹여가며 온 힘을 다해 차를 녹였다.

그가 아내에게로 가자 그녀는 이렇게 통증이 심할 거라고는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팔을 그녀의 어깨에 두르며 아내가 계단을 내려가는 걸 도왔다. 그녀는 혼자 걸을 수 있다고, 통증이 올 때에만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그녀를 놓지 않았다. 그의 아내는 차에 다가가자 그의 팔을 톡톡치며 집을 가리켰다. 그것은 캄캄한 거리에 있는 랜턴처럼 눈으로 덮여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는 돌아올 때엔 우리 아기가 함께 올 것이라고 하면서 우리의 세상은 이전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로 나갔을 때, 전면 유리는 얼었고, 눈이 뒷좌석 유리를 타고 내려왔다. 그는 눈에 쌓인 렉싱턴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차를 몰았다. 그가 중심가로 방향을 틀었을 때 바퀴가 얼음을 쳤고, 차는 교차로를 가로질러 미끄러졌고 눈더미로 인해 멈춰 섰다.

그는 괜찮다고 말했다. 다행히 다른 차는 보이지 않았다. 맨손으로 잡은 핸들은 돌덩이처럼 차갑고 무거웠다. 간간히 그는 손등으로 전면 유리를 닦고 몸을 숙여 내다 보았다. 그는 자신의 동료 산부인과 의사인 벤틀리 (Bentley)에게 연락을 해 클리닉에서 보기로 했다며 아내를 안심시켰다.

그녀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녀는 진통으로 대쉬보드를 꽉 잡으며 숨을 내쉬다가 조금 괜찮아지자 이 낡은 차 안에서 아기를 낳을 순 없지 않겠느냐며 농담을 했다. 자신이 그것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잘 알지 않느냐고 하면서. 그녀의 농담에 웃었지만, 그는 그녀의 공포가 진짜라는 걸 알고 있었고, 자신도 역시 그랬다.

꼼꼼하고, 결단력있는 성격의 그는 위급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신호에서 완전히 멈췄고, 텅빈 거리에서도 방향을 바꿀 때 신호를 넣었다. 몇 분마다 그녀는 한 손으로 대쉬 보드를 잡으며 숨쉬는데 집중했다. 그 광경은 그로 하여금 지금까지 살면서 경험했던 어떤 밤 보다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어린 소년에 대한 첫 해부학 수업 때보다, 그리고 한 쪽엔 그녀의 가족이 가득 앉아 있었고 다른 쪽엔 그의 몇몇 동료만이 앉아 있었던 교회에서의 그의 결혼식 때보다 더 긴장됐다.

클리닉 주차장에는 간호사인 캐롤라인 길 (Caroline Lorraine Gill)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도 전화를 했었다. 그는 차를 세우고 아내가 내리는 걸 도왔다. 그들은 무사히 클리닉에 도착한 것을 기뻐하며 밝게 웃으며 대기실 문을 열었다. 캐롤라인이 그들을 맞았다. 그런데 그녀를 본 순간, 그는 뭔가가 잘못됐다는 걸 알아차렸다. 캐롤라인은 닥터 벤틀리의 차가 그의 집 주변 흙길에서 좌우로 미끄러지는 바람에 눈밑의 꽁꽁 언 얼음 위를 두 번 돌아 도랑으로 쳐박혔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의 아내가 그 말은 닥터 벤틀리가 못 온다는 얘기냐고 묻자 캐롤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랫동안 캐롤라인이 그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는 그것이 쓸 데 없는 오피스 소문이라고 일축해 버렸다. 그는 신경이 쓰였지만 남자와 싱글 여자가 매일 같은 곳에서 가깝게 일하다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그는 책상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 어린시절 꿈을 꾸었는데 엄마가 테이블에 놓아둔 과일 병이 창문 아래에서 보석처럼 반짝였다. 5살인 그의 누이가 한 쪽 팔이 없는 인형을 들고 있었다. 기억같은 스쳐 지나가는 형상이었지만 그것은 또한 그를 즉시 슬픔과 갈망으로 가득차게 만들었다. 집은 그의 것이었지만 비어 있었다. 누이가 죽고 부모도 떠나 아무도 살지 않은 채로. 엄마가 쓸고 닦던 방들은 내버려진 채 다람쥐와 쥐들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만이 남아 있었다.

잠에서 깬 그는 눈물이 가득찬 눈을 뜨며 고개를 들었다. 캐롤라인이 감정이 충만한 얼굴을 하고 입구에 서 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아주 아름다웠다. 반쯤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는 매일 그의 곁에서 아주 조용하고 능숙하게 일했던 유능한 여인이 전혀 아니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그것은 두 사람이 어떤 심오하고 확실한 방식으로 서로를 알게 된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었다. 잠깐 동안 둘 사이에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았다. 그것은 너무나 가까운 친밀감이어서 그는 그 자리에 고정된 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자 그녀가 얼굴을 붉히더니 시선을 피했다. 그녀는 목청을 가다듬고 자세를 바로 잡더니 퇴근 시간을 2시간이나 넘겼다며 이제 가야겠다고 말했다. 이후 여러 날 동안, 그녀는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후로 사람들이 그녀와 관련하여 그를 놀릴 때면 그는 한 손을 들어 올리며 그녀가 아주 훌륭한 간호사라고 농담을 불식시켰다. 둘이 나누었던 대화의 순간을 존중하며. 그는 그녀가 그동안 일했던 간호사들 중 가장 유능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사실이었고, 지금 그는 그녀가 있다는 것이 기뻤다.

캐롤라인이 응급실로 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갈 수 있겠냐고 물었고 헨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진통이 1분여 간격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는 아내를 보며 아이는 기다리지 않을 거라고, 지금 나오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냉철한 어조로 아내에게 괜찮을 거라고 말했다. 그의 아내는 좀 더 강하고 단호하게 아들인지 딸인지 모르지만 크면 이 얘기를 재밌게 해 줄 거라고 말했다. 캐롤라인이 웃으며 그럼 안으로 들어가자고 하면서 통증을 줄여줄 수 있는 뭔가를 해보자고 말했다.

헨리는 자신의 오피스로 가 가운을 입었다. 벤틀리의 진찰실로 가자 그의 아내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는 세면대로 가 손을 ��었다. 그는 극도로 정신이 초롱초롱했고, 아주 작은 세부 사항도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이런 일상적인 의식을 치루면서 벤틀리가 없다는 걱정에서 점차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는 눈을 감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하자고 마음을 다졌다. 그가 몸을 돌리자 캐롤라인은 모든 게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하면서 모든 게 괜찮아 보인다고, 10cm 정도 열린 것 같다고 말했다.

헨리는 낮은 의자에 앉아 아내를 살펴보았다. 양막낭은 아직 건드려지지 않았고, 그것을 통해 그는 야구공같은 부드럽고 단단한 아기의 머리를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아이였다. 보통 같으면 그는 대기실 어딘가에서 왔다갔다 하며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그의 아내가 피비 (Phoebe)라고 말했다.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있는 그에게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청량했다. 여러 달 동안 그들은 아이의 이름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진 못했었다. 그의 아내는 딸이면 피비로, 아들이면 자신의 증조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라서 폴 (Paul)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헨리는 피비와 폴이라, 하고 말했지만 그것보다는 진통에 관심을 집중했다. 그는 개스를 준비하고 있던 캐롤라인에게 손짓을 했다. 레지던트 시절에는 산모가 아이를 낳을 때까지 완전히 진통을 겪게 했지만 1964년 현재, 헨리는 벤틀리가 선별적으로 개스를 사용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의 아내가 긴장하며 소리치자 아기가 산도에서 움직이며 양막낭을 터뜨렸다.

헨리가 지금이라고 말하자 케롤라인이 그의 아내에게 개스 마스크를 씌웠다. 그의 아내의 손이 풀어졌고 주먹이 풀렸다. 개스의 효과로 그녀는 조용히 편안하게 누워 있었다. 또 다른 진통이 계속해서 그녀에게 올 거라는 걸 모른 채. 케롤라인이 첫째 아이 치고 빨리 나온다고 하자 헨리는 그렇다고 하면서 지금까진 별 문제 없다고 말했다.

30분이 지나자 그의 아내가 깨어나 신음 소리를 내며 힘을 주었고, 충분하다고 느꼈을 때 그가 캐롤라인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그의 아내에게 다시 개스 마스크를 씌웠다. 조용히 지시 사항을 주고 받은 것 외에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밖에는 눈이 계속 내리고 있었다.

헨리는 의대 다닐 때 다섯 아이를 받았는데, 모두 생존한 성공적인 분만이었다. 지금 그는 당시 했던 세부 사항들을 기억해내며 집중했다. 지금 그의 앞에 누워 있는 그의 아내는 그때의 다른 여성들처럼 친숙하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다독거리거나 안심시키기 위해 그녀의 무릎에 손을 얹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캐롤라인이 그의 아내의 손을 잡고 힘을 쓰고 있었다. 그의 앞에 놓여져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헨리에게 아내는 그녀일뿐만 아니라 그녀 이상의 사람이었다. 다른 이의 몸과 같은 하나의 몸, 그가 갖고 있는 모든 기술을 써야 하는 환자였다. 그래서 그는 평소 보다 훨씬 더 그의 감정을 억눌러야 했다.

시간이 지나자 몇 시간 전 침실에서 느꼈던 이상한 순간이 그에게 다시 찾아 왔다. 그는 마치 자신이 이 탄생의 장면에서 제외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수술실 어딘가에서 둥둥 떠 안전 거리를 유지하며 자신이 신중하고 정확하게 회음부 절개를 하고 있는 걸 지켜보는 것처럼. 그는 피가 깨끗한 라인에 고이자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 육체를 격정적으로 만졌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잠시 후, 세 번의 힘주기가 있었고, 머리가 먼저 나온 다음 기다리던 그의 손으로 아기의 몸이 미끄러져 나와 울음을 터뜨렸다. 아들이었다. 붉은 얼굴에 검은 머리. 아이의 눈은 불빛과 밝은 공기로 인해 놀란 것 같았다. 헨리는 탯줄을 잘랐다. 그리고 그는 속으로 내 아들이라고 불렀다. 캐롤라인이 아름다운 아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헨리가 아기의 심장이 제대로 뛰는지 진찰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른 방으로 데려가 목욕을 시켰다. 그런 다음 질산은을 아이의 눈에 넣었다. 작게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헨리의 아내가 움직였다. 헨리는 그녀의 무릎에 손을 얹은 채 태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그대로 있었다. 그는 속으로 내 아들, 이라고 다시 한 번 더 되뇌었다.

그의 아내가 눈을 뜨고 붉어진 얼굴 위로 흐트러진 머리를 치우며 아이가 어디 있느냐고, 다 괜찮냐고 물었다. 헨리는 미소를 짓고 아내를 보며 아들이라고, 우리가 아들을 갖게 되었다고 목욕이 끝나는 대로 곧 보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그 아인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의 얼굴이 안심과 피곤이 겹쳐진 모습으로 부드러워졌다가 갑자기 또 다른 진통으로 괴로워했다. 헨리는 태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있는 의자로 다시 가 아랫배를 가볍게 눌렀다. 그의 아내가 울부짖었고, 그는 그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차렸다.

그는 다음 진통이 오자 괜찮다고 하면서 캐롤라인을 불렀다. 그녀가 즉시 흰담요에 쌓인 아기를 데리고 와 아프가 지수 (Apgar score: 신생아의 심장 박동수, 호흡 속도 등을 나타내는 신체 지수)는 9라며 아주 좋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가 손을 뻗어 아기를 만지며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또 다른 진통으로 다시 누웠다. 헨리가 캐롤라인을 부르며 지금 당장 그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캐롤라인은 잠깐 혼란스러워 하며 아이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헨리에게로 갔다. 헨리가 개스가 더 필요하다고 하자 캐롤라인은 놀랐다가 상황을 이해했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쌍동이냐고 물었다.

아들이 태어난 후 안심했던 헨리는 지금 몸이 떨렸다. 그는 자신에게 진정하라고 했다. 잠시 후, 두 번째 머리가 나왔다. 그는 천장 위 잘 보이는 곳에서 그의 정확한 손짓을 바라보며 이건 여느 출산과 같은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번 아이는 더 작고 쉽게 나왔다. 너무 빨리 그의 손으로 미끄러져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몸을 앞으로 숙여 가슴으로 받쳐야 했다. 그는 딸이라고 하면서 아이가 울음을 터뜨릴 때까지 등을 두드렸다. 그런 다음 아이를 돌려 얼굴을 바라보았다. 크림같은 흰색 태지막이 아이의 섬세한 피부를 덮고 있었고, 양수로 인해 미끄러웠으며 핏자국도 있었다. 푸른 눈은 흐릿했고, 머리는 칠흙처럼 검었다.

하지만 그는 그 모든 것을 거의 느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아이의 눈은 웃는 것처럼 말려 올라갔고, 눈커플 위로 내안각주름이 잡혀 있었으며 코는 납작했다. 몇 년 전 그의 교수가 비슷한 아이를 진찰하며 '다운증후군의 고전적인 전형' 이라고 말했던 그 얼굴. 그때 헨리는 의사로서 의무적으로 교과서에서 배운 증상을 이렇게 읊었었다. '탄력없는 근육, 신체적 성장과 정신 발달의 지체, 심장 문제로 조기 사망할 수 있다' 라고. 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청진기를 그 아이의 가슴에 대며 가엾은 아이라고 말하며 아이를 씻기는 거 외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조심스럽게 아이를 집으로 보내야 한다고 했다.

헨리는 과거로 돌아갔다. 그의 누이는 심장에 이상이 있는 채로 태어나 성장이 아주 늦었고, 달리려고 할 때마다 숨을 헐떡거렸다. 몇 년 동안, 처음으로 모건타운에 있는 클리닉에 가보기 전까지, 그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다. 물론 알고난 후에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엄마의 모든 신경이 그녀를 향했지만, 그의 누이는 12살 때 세상을 떠났다. 당시 헨리는 16살이었고, 이미 고등학생이어서 시내로 나가 살고 있었고 피츠버그에 있는 의대에 진학하기로 하고 있던 중이었다. 여전히 그는 엄마의 슬픔의 깊이와 인내를 기억하고 있었다. 매일 아침 누이의 무덤이 있는 언덕으로 올라가던 엄마.

캐롤라인이 헨리의 곁에 서서 아이를 살펴보더니 참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잊은 채 아이를 잡고 있었다. 아이의 작은 손은 완벽했다. 하지만 그녀의 엄지발가락과 다른 발가락 사이가 빠진 이처럼 벌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을 때 그는 눈동자에서 아주 작고 분명한 흰 눈조각 같은 브러쉬필드 스팟 (Brushfield spot: 정상적인 홍체를 구성하는 결합 티슈가 뭉쳐 생긴 현상으로 그것을 처음 발견한 토마스 브러쉬필드 의사의 이름을 따 붙여진 것. 다운 증후군의 대표적 증상-마가렛 주)을 발견했다. 그는 잠시 자두만한 크기의 정상적이지 못할 수도 있는 아이의 심장을 상상했고, 정성을 들여 칠했던 아이의 방, 그리고 출발 전 눈에 덮힌 집을 바라보며 '우리의 세상은 예전과 같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던 그의 아내를 생각했다.

아기의 손이 그의 손을 스치자 그는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아무 의지 없이 그는 익숙한 패턴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탯줄을 자르고 아이의 심장과 폐를 체크했다. 그러는 내내 그는 눈과 구덩이에 처박힌 은색 자동차, 텅빈 이 클리닉의 깊은 고요함에 대해 생각했다. 나중에, 이 밤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가 있을테고, 앞으로 올 몇달 그리고 몇 년 동안 매우 자주 이 밤을 생각하게 될 것이었다. 그의 인생에 있어서 전환점이 된 그 밤, 그가 기억한 건 그 방의 고요와 하염없이 내리는 눈이었다. 고요함은 아주 깊고 모든 걸 아우르고 있어서 그는 자신이 새로운 높이까지 떠오르는 것처럼 느꼈다. 그 방 위의 어떤 지점, 그리고 그런 다음 그 너머까지. 그곳에서 그에게 지나가는 관찰자처럼, 말하자면 길거리를 지나가다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 본 것 같은 다른 생이 펼쳐진 것 같았다. 그가 기억하는 건 바로 그것이었다. 끝없는 우주같다는 느낌.

그는 아이를 캐롤라인에게 주며 됐다고, 이제 아이를 씻기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그 아이를 다른 방에 두라고, 아직은 아내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고, 캐롤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그들이 가져온 캐리어에 아들을 넣었다. 그때 헨리는 막 태반을 옮기려고 하고 있었다. 그것은 완벽하게 밖으로 나왔다. 짙고 두꺼운 그것은 각각의 크기가 작은 접시와 같았다. 이란성 쌍생아, 아들과 딸, 한 아이는 보기에 완벽했고 다른 아이는 그녀의 몸 속 모든 세포가 과잉 염색체로 되어 있다고 표시하고 있었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는 말인가.

그의 아들은 캐리어에서 때때로 손을 흔들었다. 자궁 내에 있을 때 양수 속에서의 움직임을 흉내내며. 그는 아내에게 진정제를 주사한 다음 외음 절개술을 바로 잡기 위해 몸을 기울였다. 거의 새벽이 다 되었고, 빛이 창문에 희미하게 모이기 시작했다.

헨리가 모든 걸 끝마쳤을 때 캐롤라인은 대기실에 있는 흔들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딸을 가슴에 안고. 말 없이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그는 그녀가 책상에서 잠들었던 그를 바라보던 날이 생각났다. 그는 캐롤라인에게 한 시설이 있다고 하면서 출생증명서가 든 봉투 뒤에 그곳의 이름과 주소를 써 주면서 그 아이를 그곳에 데려다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캐롤라인이 하지만 당신의 아내는, 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뜻밖이고 동의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창백하고 말랐던, 숨을 가쁘게 쉬던 그의 누이와 눈물을 감추기 위해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던 그의 엄마를 생각했다. 그는 캐롤라인에게 이해하지 못하겠냐고, 이 불쌍한 아이는 분명 심각한 심장 결손이 오게 될 것이라고, 그것은 치명적인 것이라고 하면서 자신은 이 끔직한 슬픔을 우리 모두 모면하게 하려고 그러는 거라고 말했다.

그는 확신에 차 그렇게 말했다. 그는 자신의 말을 믿었다. 캐롤라인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놀라는듯 했지만 그외엔 알 수 없었다. 그는 그녀가 알겠다고 말하기를 기다렸다. 지금 상황에서 그는 그녀가 다른 말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그날 밤 늦게, 그리고 앞으로도 여러 밤 동안, 그것이 모든 걸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그녀가 느려빼고 있는 것이 참을 수 없었고 갑자기 모든 게 너무 피곤했다. 그리고 너무나 친숙한 클리닉이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캐롤라인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푸른 눈으로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는 눈도 깜박이지 않고 그녀의 시선을 되받았다. 그러자 마침내 그녀가 보일락 말락 하게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오전 나절이 되자 폭풍이 약해지기 시작했고, 멀리서 제설기의 소리가 고요한 공기를 따라 들려왔다. 그는 윗층 창문가에서 캐롤라인이 차를 몰고 흰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아이는 옆좌석에 놓인 담요가 덮힌 상자 안에 숨겨져 있었다. 헨리는 캐롤라인이 도로에서 왼쪽으로 돌아 사라지는 것을 보고 가족에게로 가 앉았다.

그의 아내는 잠을 자고 있었고, 그도 이따금 졸았다. 잠에서 깨자 그는 텅빈 주차장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내에게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며 그들의 딸은 그녀와 같은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며 끊임없는 보호 속에서 잘 지낼 것이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그들 모두를 위해 그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노라고.

오전 끝 무렵에 눈이 완전히 멈추었고 그의 아들이 배고프다며 울자 아내가 깼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아이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아들을 품에 안고 그녀의 곁으로 가 아내의 품에 안겨 주었다. 그는 아내에게 자신들의 아름다운 아들을 보라며 당신은 아주 용감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이의 이마에 키스를 하더니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그리고 그를 올려다 보며 미소지었다.

그가 그녀의 손을 꼭잡자 그의 아내가 괜찮냐고, 무슨 일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천천히 그녀가 쌍동이를 낳았고 아들과 딸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의 아내가 그럼 피비와 폴인 거냐고 하면서 다른 아이는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아내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말하려고 연습했던 말들은 온 데 간 데 없어져 버리고 그의 입에서는 전혀 계획에 없던 말이 흘러 나왔다. 그는 아내에게 정말 안 됐지만 우리의 딸아인 태어나자 마자 죽었다고 말해 버렸다.

한편, 캐롤라인은 클리닉 주차장을 조심스럽게, 어슬프게 걸었다. 눈이 그녀의 종아리까지 쌓였다. 그녀는 담요에 싸인 아기가 들어 있는 종이 상자를 들고 있었다. 그것은 신생아 분유 샘플이 배달됐던 상자였다. 차 문을 열자 소용돌이 치는 눈 때문에 얼굴이 따가웠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보호하려는 몸짓으로 상자를 감싸 안고 그것을 뒷좌석으로 밀어넣었다. 상자를 덮고 있던 분홍색 담요가 흰색 비닐 의자로 부드럽게 떨어졌다. 아기는 신생아답게 깊이 잠들어 있었다. 캐롤라인은 아기의 얼굴을 보면서 네가 모른다면 모르게 될 거야, 라고 생각했다.

도심지 거리는 형편없었고 방향을 찾기가 어려웠다. 지나가던 차가 두 대나 미끄러졌고 캐롤라인도 두 번이나 거의 돌 뻔했다. 하지만 고속도로는 좀 더 깨끗했다. 일단 그것을 타자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그녀는 라디오를 켜고 방송국을 찾아 이리저리 다이얼을 돌리다가 껐다. 그녀의 옆으로 완전히 변해버린 세상이 빠른 속도로 지나쳐 갔다.

닥터 헨리의 놀라운 부탁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하고 머리를 숙인 순간부터 캐롤라인은 마치 느린 동작으로 공중에서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땅에 닿아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기를 기다리는. 그가 그녀에게 부탁했던 것, 말하자면 딸의 태생을 아내에게 말하지 않고 그 신생아 딸을 멀리 보내버리라고 한 것은 언어도단이었다. 하지만 캐롤라인은 그가 자신의 딸을 진찰하면서 보여주었던 고통과 혼란으로 인해 맘이 움직였다. 그는 천천히 망연자실해 졌다. 그녀는 그가 이내 의식을 되찾을 거라고 혼자 생각했다. 그는 충격에 빠졌고, 누가 그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는 폭풍 속에서 그의 쌍동이를 받았고, 결국, 지금 이 상황이 되었다.

닥터 헨리는 차분한 기술을 가지고 임했으며 그의 모든 움직임은 집중적이고 정확했다. 아내인 노라 (Norah)의 하얀 허벅지 사이에서 검은 머리만 볼 수 있었던 그가 캐롤라인을 불렀을 때 그의 목소리는 가벼웠지만 긴장감이 역력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의 두 번째 아이는 사산인줄 알았다. 나중에 증인이 되기 위해 어서 그에게로 가 아이를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고, 그 소리를 듣고 그녀는 그의 곁으로 갔다. 그리고 그녀는 보았고, 모든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

캐롤라인은 기억들을 밀어내며 운전을 했다. 뒷 좌석에선 아이가 잠들어 있었다. 캐롤라인은 가끔 어깨 너머로 흘끗 보며 아이가 움직이는지 확인했다. 아이가 그렇게 잠을 많이 자는 것은 세상에 나오려고 노동을 한 후의 정상적인 현상이었다. 캐롤라인은 자신은 어땠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을 말해 줄 그녀의 부모는 세상에 없었다. 캐롤라인을 낳았을 때 그녀 엄마는 40세가 넘었고, 아버지는 54살이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아이 갖는 걸 포기하고 있었고, 희망이나 기대도 없었으며 후회도 없었다. 그들의 삶은 질서정연했고 차분했으며 안정적이었다. 캐롤라인이 찾아 오기 전까지. 눈 속에서 꽃이 피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그녀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것은 걱정이 가득한 사랑이었고, 찜질제와 따뜻한 양말 그리고 캐스터 오일이 겹겹히 쌓인 진지하고 열정적인 사랑이었다. 여름에 소아마비가 유행일 때 캐롤라인은 집안에서만 지내야 했다. 창문밖에서 들려 오는 이웃집 아이들과 그들을 부르는 부모의 소리를 들으며.

캐롤라인은 이제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아래에는 구불구불하게 흐르는 캔터키 강이 있었다. 그녀는 다시 아기를 살펴보았다. 분명 노라 헨리도 키우진 않더라도 이 아이를 안아 보고 싶을텐데. 그리고 분명 이 일은 캐롤라인 자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차를 돌리지 않았다. 라디오를 켜 클래식 방송국을 찾아 들으며 계속 운전했다. 루이빌 (Louisville) 외곽을 20마일 정도 달리다 캐롤라인은 닥터 헨리가 써 준 길을 찾아 보았다. 오하이오 강 근처에서 작은 도로를 달려 나즈막한 언덕을 1마일 정도 지나자 세기 말쯤에 지어진 것 같은 붉은 벽돌의 건물이 보였다. 동그란 출입로를 돌아 가까이 가서 보니 그 낡은 건물은 살짝 황폐한 상태였다.

캐롤라인은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낡은 플랫을 신고 있었는데 어제 한밤중에 급하게 나오느라 미처 부츠를 챙겨 신을 수가 없었다. 눈으로 덮힌 자갈길을 걷자 그녀의 발은 금방 차가워졌다. 그녀는 기저귀와 분유 그리고 보온병이 든 가방을 어깨에 매고 아이가 들어 있는 상자를 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따뜻한 실내 공기에는 음식 냄새가 배어 있었다. 캐롤라인은 계속 앞으로 걸어 갔고, 걸을 때마다 끽끽 소리가 났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대기실로 가 낡은 벨벳 소파 끝에 앉아 아이가 든 상자를 옆에 두고 기다렸다.

그곳은 지나치게 난방이 되어 있었고, 캐롤라인은 외투를 벗다가 자신이 아직 간호사 가운과 머리에 캡을 쓰고 있음을 발견했다. 닥터 헨리가 요구했을 때 즉시 일어나 재빨리 옷을 챙겨입고 나와 눈덮힌 밤을 뚫고 갔었다. 그녀는 캡을 벗어 접고 눈을 감았다. 멀리서 식기 부딪치는 소리와 희미한 목소리들이 들렸다. 그녀는 반쯤 아버지가 목공장에서 일하는 동안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엄마 생각에 젖어 들었다. 어린시절 그녀는 혼자였고, 때론 아주 외로웠지만 여전히 이런 기억들, 즉 꽉 잡고 있었던 특별한 퀼트, 발밑의 장미 무늬 러그, 그녀 혼자 만들었던 여러 목소리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멀리서 종이 두 번 울렸다. '당신이 지금 당장 필요해요'. 닥터 헨리가 그녀를 불렀다. 긴장감과 위급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이 작은 두 번째 아이가 뭔가 시동을 걸며 세상에 미끄러지듯 나오고 있었으므로.

시동을 걸며. 그래, 그건 억누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심지어 아무도 없는 이곳의 소파에 앉아 있는 동안에도, 기다리고 있는 중에도 캐롤라인은 세상이 희미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세상은 가만히 있지 않다는 감정에 혼란스러웠다. '이것' 이 바로 그녀의 마음 속에 억제되어 있었던 것인가. 지금 '이것' 이? 그 오랜 세월 후에?

31살의 캐롤라인은 자신의 진짜 삶이 시작되기를 오랫 동안 기다려 왔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삶이 평범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순간이 올 것이고 모든 게 바뀔 거라고. 그녀는 그 순간이 오면 자신이 알아차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대단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고등학교 시절의 무대 불빛은 집의 그것과 많이 달랐다. 그리고 그녀는 관중의 시선에 얼어버렸다. 그런 다음, 20대 때, 간호 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이 결혼을 하고 가족을 갖기 시작하자 그녀 역시 젊은 남자들을 만났다. 특히 검은 머리칼과 창백한 피부 그리고 울림이 있는 함박 웃음을 짓던 한 남자를 만났지만 그가 다시 연락을 하지 않았을 때에도 그녀는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바꿔 줄 거라고 생각했다.

세월이 흐르고 그녀는 점차 일에 더 몰두했다. 좌절하지 않고. 그녀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능력도 있었다. 그녀는 목적지를 향해 반쯤 갔다가 혹시 다리미를 켜놓고 왔나 그래서 혹시 집이 불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멈추는 그런 타입이 아니었다. 그녀는 계속 나아갔고, 때를 기다렸다.

그녀는 펄 벅 (Pearl Buck)의 책을 읽으며 아시아로 의료 선교 봉사를 떠나고 싶었다. 어느 여름 그녀는 샌 루이스로 가 인터뷰를 했다. 그녀의 이름은 한국으로 가는 단체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임무는 연기되더니 완전히 취소돼 버렸다. 캐롤라인은 다른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번에는 버마였다. 그 소식을 기다리던 중 닥터 헨리가 온 것이었다.

평범한 날이었다. 그렇지 않다는 표시가 전혀 없었던. 늦가을이었고, 감기가 유행하는 계절이라 병원은 환자로 가득찼다. 그들중 폐렴에 걸린 한 남자 환자를 부를 땐 그녀의 목도 갈라져 있었다. 루퍼트 딘 (Rupert Dean)이라는 그 환자는 접수대로 와 그녀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는데, 그것은 20년 전에 죽은 그의 아내 이멜다 (Emelda)의 사진이었다. 그는 그녀가 평생 자신이 가장 사랑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진을 보는 캐롤라인의 손이 떨렸다. 왜냐하면 그의 사랑과 슬픔에 감동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녀에게는 그녀를 그토록 사랑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 때문이었으며, 왜냐하면 그녀는 30살이 다 될 때까지 내일 당장 죽는다고 해도 루퍼트 딘처럼 그녀를 애도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 분명 그녀 역시 사진 속의 그 여인처럼 유일하고 사랑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었지만 그것을 드러낸 방식을 아직 찾지 못했다. 예술이나 사랑을 통해서도, 또 그녀의 일에 있어서의 능력을 통해서도.

그녀가 평점심을 찾으려고 애를 쓰고 있을 때 대기실과 연결된 문이 활짝 열렸다. 갈색 트위드 코트를 입은 한 남자가 입구에서 손에 모자를 들고 잠시 주춤거리며 서 있었다. 눈에 띄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의 자세라든지 태도에 뭔가가 있었다. 조용한 경계, 귀를 기울이는 자질 등이 그를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만들었다.

캐롤라인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방의 날개가 예기치 않게 피부를 스치듯 피부가 따끔거리는 것처럼 느꼈다. 그의 눈이 그녀의 눈과 마주쳤고 그녀는 알았다. 그가 걸어와 그녀에게 악수하려고 손을 내밀기 전에, 그가 사투리로 그래서 그를 외부인으로 자리매김하는 어조로 자신을 데이빗 헨리라고 소개 하기 전에. 이모든 것 전에 캐롤라인은 단 한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그녀가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그 사람이 나타났다고.

당시 그는 결혼 전이었다. 결혼도 안했고, 약혼자도 없었으며, 그녀가 알아내야 할 어떤 부수적인 상황도 없었다. 캐롤라인은 그가 클리닉을 돌아보고 나중에 환영파티를 할 때에도 유심히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대화를 하다가 그의 특이한 말투에 웃음을 터뜨릴 때에도 그녀는 웃지 않았다. 그는 가끔 피츠버그에서 보냈던 시간을 얘기하는 것 외에, 그리고 그의 레쥬메와 학위에서 이미 알고 있던 사실들 외에, 자신의 과거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과묵함이 캐롤라인에게 그가 수수께끼같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고, 그 수수께끼는 그녀로 하여금 그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점을 알고 있는 것같은 생각을 갖도록 만들었다. 그들이 마주칠 때마다 그녀는 마치 그에게 '난 당신을 알아요, 이해해요, 난 다른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걸 볼 수 있어요' 라고 말하듯 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그녀가 새로온 의사에게 반했다고 놀리는 얘기를 우연히 들었을 때 놀랍고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그녀는 한편으로는 그도 그 소문을 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속으론 흥분됐다. 그녀는 부끄러워서 차마 말할 수 없었으므로.

조용히 두 달을 함께 일하던 중, 어느 늦은 밤, 그녀는 그가 책상에서 잠이 든 걸 발견했다. 그는 손 위에 얼굴을 얹고 �汰� 숨을 쉬며 깊이 잠이 들어 있었다. 캐롤라인은 입구에 기대 머리를 약간 기울이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오랜 세월 그녀가 키워 왔던 꿈들이 하나가 된 것 같았다. 둘이 함께 세상 어딘가 동떨어진 곳으로 가 이마에 땀을 흘리며 일하고, 밤엔 그를 위해 피아노 연주를 해주리라는. 캐롤라인은 이 꿈에 흠뻑 젖어 닥터 헨리가 눈을 떴을 때 그를 보며 대놓고 자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해 본 적이 없는.

그가 놀래는 것을 보고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자세를 바로하고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사과의 말을 중얼 거렸다. 그녀는 자리를 떠나며 살짝 설��다. 이제 그가 알았을 거라고, 이제 그녀가 그를 바라보는 것처럼 그도 그녀를 바라보리라는 생각에. 며칠 동안 그녀는 다음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 그와 같은 방에 있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여러 날이 지나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녀는 실망하지 않았다. 그녀는 늦어지는 것에 이유를 붙이며 계속 느긋이 기다렸다.

3주 후, 캐롤라인은 신문 사회면에 나온 결혼사진을 보았다. 이제 데이빗 헨리의 부인이 된 노라 에숴의 우아한 사진을.

지금, 캐롤라인은 식은땀이 났다. 대기실은 너무 난방이 잘되어 기다리다 잠깐 존 모양이었다. 그녀 곁에서 아기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 피비. 캐롤라인은 담요를 벗기고 아기를 안아 들어 올렸다. 그녀는 아주 작았다. 캐롤라인은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잠시 안고 있다가 다시 상자에 넣었다. 그리고 담요를 아기 주변에 넣어 주면서 데이빗 헨리를 생각했다. 화요일 밤마다 지쳐 샌드위치를 먹고 병원비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다시 병원 문을 열어 돈을 받지 않고 치료를 해주던 그를. 그날은 사람들로 대기실이 가득찼다. 그는 자정쯤 그녀가 너무 지쳐 집으로 돌아갈 때도 여전히 병원에 남아 있었다.

이것이 그녀가 그를 사랑하게된 이유였다. 그의 선함. 하지만 그는 캐롤라인에게 자신의 갓 태어난 딸을 이곳으로 보냈다. 그는 이 아이가 노라를 망칠 것이라고, 자신은 그녀가 망가지게 하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

잠시 후, 발자국 소리가 났고 흰머리에 흰 가운을 입은 한 여자가 다가와 어떻게 왔느냐며 오래 기다렸느냐고 물었다. 캐롤라인은 천천히 그렇다고, 아주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 여자는 미안하다고 눈 때문에 늦었다고 하면서 다시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었다. 캐롤라인은 차 바닥에 두고 내린 쪽지에 적힌 이름을 기억하며 당신이 실비아 패터슨 (Sylvia Patterson)이냐고 물었다. 그 여자는 아니라고 하면서 자신은 자넷 매스터스 (Janet Masters)라고, 실비아는 더 이상 이곳에서 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캐롤라인은 이 여자가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닥터 헨리와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는 것이 확실했다. 자넷 매스터스는 대기실 의장에 있는 상자에 쓰인 분유 이름을 보더니 손을 허리에 얹고 눈을 가늘게 뜨고 분유 회사에서 나왔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실비아가 그 회사의 판매원과 뭔가 있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만약 당신이 그 회사에서 나온 거라면 짐을 챙겨 당장 여기서 나가라고 말했다. 캐롤라인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가겠다고, 정말로 다시는 당신을 성가시게 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자넷 매스터스는 교활한 사람들 같으니, 하면서 공짜 샘플을 주고 일주일 후 청구서를 보내다니, 이곳이 정신박약자들을 위한 곳이긴 하지만 이곳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고 말했다. 캐롤라인이 알고 있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는데 멀리서 벨이 울렸고, 그 여자는 5분내에 이곳을 떠나서 다신 돌아오지 말라고 말했다.

캐롤라인은 빈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들고 있던 피비의 더러운 기저귀를 테이블 가운데에 올려 놓고 호주머니에서 열쇠를 찾았다. 그녀는 피비가 든 상자를 들고 재빨리 자신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깨닫기 전에, 복도를 지나 이중 문을 통과해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때리는 바깥 세상으로 서둘러 나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