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Ends With Us

By

Colleen Hoover

릴리 블룸 (Lily Bloom)은 메인 (Maine)주의 작은 도시 플레서라 (Plethora)에서 그곳의 시장이었으며 매우 성공한 부동산 중개인이었던 아버지 앤드류 (Andrew) 블룸과 높이 존경받는 보조교사인 어머니 제니 (Jenny) 블룸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대학 졸업 후 보스턴 (Boston)으로 옮겨와 마켓팅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릴리가 대학교 3학년이었을 때 암 진단을 받았고, 얼마 전 돌아가셨다. 아버지 장례식날, 그녀는 추도사를 마치고 즉각 보스턴으로 돌아와 종종 찾아가는 그녀의 아파트 근처의 다른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벽에 만들어져 있는 선반에 앉아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고요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가운데 옥상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고 머리를 벽토가 발라진 벽에 기댔다. 이 평화롭고 자기성찰적인 순간을 방해하는 우주를 저주하며.

그녀는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선반 너머에 기대고 있는 실루엣을 보았다. 실루엣의 주인공은 남자였고, 레일에 기대고 있었지만 키가 컸다. 떡 벌어진 어깨는 손으로 머리를 잡고 있는 섬세한 모습과 강한 대조를 이루었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뱉었다. 그는 거의 무너지기 직전인 것 같았다.

릴리가 그곳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리거나 목청을 가다듬을까 생각하고 막 실행에 옮기려는 사이, 그가 빙돌더니 그의 뒤에 있는 패디오 의자 하나를 발로 찼다. 그녀는 그것이 데크에 부딪치며 끽하는 소리를 내자 움찔했다. 하지만 그는 관객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지 의자에 발길질 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한참 후 그 남자는 마침내 발길질을 멈추더니 양 손을 주먹을 쥔 채 서 있었다. 솔직히 그녀는 자신의 공격성을 그렇게 표출해 내는 그가 부러웠다. 그는 분명 그녀처럼 엉망진창인 하루를 보낸 게 틀림없었고, 그녀는 자신의 공격성을 수동적 공격성이 될 때까지 억누르고 있는 반면 그는 그것을 실제로 내보인 것 같았다. 대개 그녀는 정원일을 하면서 자신의 분노를 분출했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뒷마당으로 나가 눈에 띄는 잡초를 하나도 남김 없이 모조리 뽑았다. 하지만 2년 전 보스턴으로 이사온 이래로 뒷마당이나 패디오를 가져보지 못했다. 물론 잡초도.

그녀는 그가 움직일지 궁금해 하면서 조금 더 그 사내를 지켜보았다. 그는 그저 그곳에 서서 의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더 이상 주먹을 쥐고 있진 않았다. 그는 손을 엉덩이에 올리고 있었는데, 그녀는 처음으로 그가 입고 있는 셔츠가 그에게 너무나 잘 맞는다는 걸 알았다. 그는 호주머니를 뒤져 뭔가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것은 마리화나였다. 그녀는 대학 때 이런 종류의 마약을 한두 차례 해본 적이 있었다. 다른 사람이 없는 데서 마리화나를 피우고 싶은 그 남자를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그는 지금 혼자가 아니었고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그는 마리화나를 길게 한 번 빨더니 문득 선반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가 연기를 내뿜으며 그녀를 보았다. 둘이 눈이 마주치자 그는 그대로 멈췄다. 그의 표정엔 놀라움이 없었고, 그녀를 보았을 때 미소를 짓지도 않았다. 그는 10피트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별빛이 밝아 그의 눈이 아무 생각도 드러내지 않은 채 천천히 그녀의 몸쪽으로 옮겨지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는 눈을 찌푸리고 입은 꾹 다물었다.

잠시 후 그가 그녀에게 이름을 물었다. 그녀는 그의 목소리에 긴장했다. 그건 별로 좋지 않은 현상이었다. 목소리는 귀에서 멈춰야 하지만, 때때로, 그것은 그녀의 귀를 지나 몸을 통과해 반향을 불러 일으키곤 했다. 그의 목소리가 그랬다. 깊고, 자신만만하며 약간 버터같은.

그녀가 대답을 하지 않자 그는 마리화나를 다시 한 번 더 빨았다. 그녀는 릴리라고 말하는 자신의 목소리가 맘에 들지 않았다. 그것은 너무 약해 그에게 전달될 것 같지 않았고, 그래서 그의 몸속에 반향을 일으킬 것 같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거기서 내려와 줄 수 있겠냐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들은 그녀는 그가 뻣뻣하게 똑바로 서 있는 걸 보았다. 마치 그녀가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긴장한 사람처럼. 그녀는 자신의 다리를 쳐다 본 다음 그를 바라보며 고맙지만 사양하겠다고, 지금 굉장히 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를 똑바로 볼 수 없다는 듯 몸을 약간 틀더니 제발 내려오라고 말했다. 제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긴 했지만 그건 거의 요구에 가까웠다. 그는 여기 일곱 개나 되는 빈 의자가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여섯 개나 다름없다고 말하며 그가 하나를 거의 망쳐놓았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그녀의 농담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녀가 그의 말에 따르지 않자 그는 두어 발자국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당신은 죽음에 3인치도 못되게 가까이 있다며 그녀에게 다시 내려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불안하게 만들고 자신의 기분을 망쳤다고 말했다.

그녀는 눈을 굴리며 다리를 흔들거리다가 선반에서 내려와 손을 청바지에 닦고 그를 향해 몇 발자국 걸으며 이제 됐냐고 말했다. 그는 선반 위에 있던 그녀를 본 것이 그의 숨을 못쉬게 했다는 듯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그를 지나쳐 좀 더 전망이 좋은 지붕 옆으로 옮겨갔다. 그러면서 그가 얼마나 귀엽게 생겼는지 알아챘다. 아니, 귀엽다는 말은 그에겐 모욕이었다. 그는 아름다웠다. 아주 깔끔한 그는 돈이 많아 보였고 그녀보다 훨씬 더 나이가 들어보였다.

그녀가 건물 옆쪽으로 가 몸을 앞으로 기대며 거리를 내려다 보자 그가 다가왔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녀가 잠시 조용히 있자고 말했다. 그런데 그가 말했다. 지난 달에 이 지붕에서 한 남자가 떨어져 죽었다고. 그녀는 조용히 있고 싶었지만 호기심이 생겼다. 그녀가 사고였느냐고 묻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누가 알겠느냐고, 저녁 늦게 일어난 일이었다고, 그의 아내가 말하길 그녀는 저녁을 준비 중이었는데 그가 지붕으로 올라가 노을을 찍겠다고 말했다고 했다고 하면서 그가 사진작가였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그가 스카이라인을 찍기 위해 선반 너머로 기댔다가 미끄러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누이에게서 그 사고를 들었을 때 오직 그가 사진을 찍었느냐 말았느냐만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사내의 카메라가 그와 함께 떨어지지 말았기를 바랬다고, 왜냐하면 그렇다면 그거야 말로 진정한 헛수고가 아니었겠느냐고, 사진에 대한 사랑 때문에 죽었는데, 목숨을 바친 마지막 샷을 건지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의 생각이 그녀를 웃게 만들었다. 비록 그 말에 웃어야 할지는 판단할 수 없었지만. 그녀가 당신은 항상 그렇게 당신의 마음 속에 있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느냐고 묻자 그는 다시 어깨를 으쓱하더니 모든 사람들에게 그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 말에 그녀는 약간 기분이 좋아졌다. 자신이 그 모든 사람에 해당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는 선반에 등을 기대고 팔장을 끼더니 그녀에게 그곳에서 태어났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대학 졸업 후 메인 주에서 이사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곳에 온지 두 달 되었다고 했다. 그녀가 왜 보스턴으로 왔느냐고 묻자 그는 레지던트를 하려고 왔고 그곳에 누이가 산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들이 서 있는 바로 아래층에 살고 있는데 테크에 뛰어난 보스턴 사람과 결혼했고 전체 꼭대기 층을 모두 샀다고 말했다. 그녀가 당신은 어떤 종류의 레지던트냐고, 혹시 의사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신경외과라고 하면서 일 년 좀 못되게 남았다고 말했다.

그의 이름은 라일 킨케이드 (Ryle Kincaid)였다. 그녀는 그의 이름이 맘에 든다고 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정원일과 꽃들, 식물들을 정말 좋아한다고, 자라나는 것들을 좋아하고 그것이 그녀의 열정이라고 말했다. 꽃가게를 하는 게 자신의 꿈이고, 플로리스트로서는 매우 적절한 이름을 갖고 있지만 경영학을 전공했고, 보스턴에서 가장 큰 마켓팅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미들 네임이 뭐냐고 묻자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며 '블라썸' (Blossom)이라고 말하며, 그것은 그녀의 엄마의 성이고 그녀의 부모는 둘의 성이 비슷하다는 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고, 그래서 임신했을 때 아이의 이름은 꽃이름이 첫 번째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이번 주에 돌아가셨다고, 그것이 자신이 오늘 밤 옥상으로 올라온 이유라고, 정말 엉엉 울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아버지와 가까웠느냐고 물었다.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녀는 잘 모르겠다고, 딸로서 그를 사랑했지만 인간으로서는 그를 미워했다고 대답했다. 그가 그녀를 잠깐 바라보다가 솔직한 것이 맘에 든다고 말했다. 솔직한 것이 좋다, 라. 그녀는 얼굴이 붉어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 다 한동안 말이 없다가 그가 사람들이 좀 더 투명했으면 좋겠다고 바래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가 왜 그러느냐고 묻자 그는 마음 저 깊이 모두 똑같이 엉망일 때, 사람들은 모두 진짜 자신들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보다 그것을 숨기는 걸 더 잘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조금은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적나라한 진실이 항상 예쁘지만은 않으니까요, 라고 말했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적나라한 진실이라, 라고 그녀의 말을 따라하더니 그 말이 맘에 든다고 했다. 그는 몸을 돌려 옥상 가운데로 걸어갔다. 그리고 두 사람 다 패디오 의자에 깊숙히 기대어 앉았다. 그리고 그가 적나라한 진실을 말해 보라고 말했다. 그녀가 뭐에 관계된? 이라고 말하자 그는 어깨를 으쓱 하더니 모르겠다고, 당신이 별로 자랑스러워 하지 않는 것, 뭔가 자신이 내적으로 덜 엉망이라고 느낄 만한 것, 이라고 말했다.

릴리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그를 보며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지금 대화가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그의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며 솔직한 답을 찾아보았다. 답을 찾았을 때 그녀는 역시 하늘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버지는 폭력적이었다. 그녀에게가 아니라 그녀의 엄마에게. 그는 화가 나고 싸울 때, 자주 그녀의 엄마를 때렸고, 그런 일이 있을 때면 일, 이 주 그것을 만회하려고 애를 썼다. 엄마에게 꽃을 사다 주거나 그녀와 엄마를 데리고 근사한 저녁을 사주기도 했고. 때때로 아버지는 그녀에게 뭔가를 사주기도 했는데 이유는 그녀가 엄마 아빠가 싸울 때 아빠가 엄마를 때리는 걸 너무나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 이라고.

이어서 그녀는 어렸을 적 부모가 싸우기를 바랜 적도 있었는데, 이유는 아빠가 엄마를 때리면 다음 두 주는 정말 좋을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고 말하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것을 인정한 적이 있는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폭력은 그들의 일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이가 들고, 그것에 대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그녀를 죄책감에 빠지게 만들었다고, 그래서 사는 내내 아버지를 나쁜 인간으로 미워하며 살았다고, 하지만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아마 자신이나 아버지 둘 다 모두 나쁜 사람들일 것, 이라고 말했다.

라일은 생각이 많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나쁜 사람은 없다고, 우리 모두는 그저 때때로 나쁜 일을 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뭐라고 댓구를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이 어느 면에서는 옳았다. 전적으로 나쁜 사람도 없고, 전적으로 좋은 사람도 없으니까 말이다. 누군가 나쁜 점을 억제하려고 더 열심히 애를 쓰는 것일 뿐.

그녀가 이제 당신 차례라고 말하고 그의 반응을 보았는데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깊이 한숨을 내쉬더니 손가락으로 머리를 쓸었다. 그런 다음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아버렸다. 그는 잠깐 생각을 하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날 밤 어린 남자아이가 죽는 걸 지켜보았다고. 그의 목소리는 실의에 빠진 사람의 것이었다. 그에 따르면, 그 아이는 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고, 그와 동생이 부모의 침실에서 총을 발견했는데 동생이 그걸 들었고 사고로 그것이 발사됐다고 했다.

그는 계속해서 그 아이가 수술대에 올라왔을 땐 손을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수술대 주변의 간호사들과 다른 의사들 모두 그 가족을 안됐어하며 불쌍한 부모, 라고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대기실로 가 그 부모에게 아이가 깨어나지 못했다고 말해야 했을 때, 그들에게 조금도 동정이 생기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들이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장전된 총을 둔 무지함의 무게를 느끼기를 바랬다고, 그래서 그들이 고통받기를 바랬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아이만을 잃은 게 아니라 실수로 방아쇠를 당긴 다른 아이의 삶 전체를 완전히 망쳤다는 걸 알기 바랬다고 말했다.

릴리는 이렇게 무거운 사실에 반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녀가 다른 아이의 삶이 어떨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자 그는 일생동안 그를 괴롭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매일 그와 같은 일을 보는 게 힘드냐고 묻자 그는 머리를 살짝 흔들며 더 힘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죽음 근처에 더 많이 있으면 더욱 더 그것이 삶의 한 부분이 되어 버리는 것 같다고 하면서 그녀에게 다른 일을 얘기해 달라고, 자신의 것이 그녀의 것보다는 덜 꼬인 일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 말에 동의하진 않았지만 12시간 전에 자신이 했던 꼬인 일에 대해 얘기했다.

이틀 전 그녀의 엄마가 아버지의 장례식에 추도사를 할 수 있는지 물었고, 릴리는 사람들 앞에서 너무 울게 될 것 같아서 불편하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었다. 그녀는 추도사는 죽은 사람을 존경했던 누군가가 하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했고, 그녀는 아버지를 별로 존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라일이 추도사를 했느냐고 묻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아침에 했다고 말했다. 사실, 그녀는 아버지에 대해 뭐라고 얘기해야 될지 몰라 장례식 한 시간 여 전에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엄마는 간단하다며 아버지도 그녀가 하기를 바랄 거라고 말하면서 '네가 할 건 연단에 나가 아버지에 대해 다섯 가지 좋은 점을 말하면 된다' 고 말했다.

거기까지 말하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반대쪽으로 걸어가 똑바로 서서 오늘 아침 그녀가 만난 사람들을 바라보았듯이 그렇게 서서 목청을 가다듬고 추도사를 이어갔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릴리 블룸이고 세상을 떠난 앤드류 불룸의 딸입니다. 그를 잃은 슬픔에 동참하기 위해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아버지에 관해 다섯 가지 좋은 점을 여러분들과 나누며 그의 삶을 명예롭게 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먼저...'

그녀는 라일을 내려다보며 어깨를 으쓱하더니 '그게 다에요' 라고 말했다. 그가 몸을 일으켜 앉으며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라운지 체어에 몸을 뉘었다. 그날 그녀는 그렇게 말한 다음 다른 말 없이 2분 동안 서있었다. 아버지에 대해 좋게 말할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엄마가 그녀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눈치채고 삼촌으로 하여금 그녀를 연단에서 데리고 내려 오게 할 때까지.

라일은 다시 누우며 와, 하고 감탄사를 내뱉더니 고개를 흔들며 당신은 영웅같은 사람이로군, 죽은 사람에게 굴욕감을 주다니, 라고 말했다. 그녀가 싸구려같은 행동이었다고 하자 그는 맞다고, 적나라한 사실은 상처를 준다고 말했다. 그녀가 웃으며 이제 당신 차례라고 하자 그는 그것 보다는 덜 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당신도 못지 않을 것 같은데, 라고 말하자 그는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녀가 눈을 굴리며 할 수 있다고, 우리 둘 중에 자신이 더 나쁜 사람인 것처럼 느끼게 하지 말라고 하면서 가장 최근의 생각을 말해 보라고 했다.

그는 손을 들어 머리 뒤에 놓더니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그녀와 자고 싶다고 말했다. 만약 당신이 하룻밤의 섹스 상대를 원한다면 자신의 침대로 데려가 섹스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를 쳐다볼 수조차 없었다. 그의 말은 그녀로 하여금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느끼게 했다. 그녀가 자신은 하룻밤의 섹스 상대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자 그가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고 하면서 당신 차례라고 말했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신의 첫 섹스 상대는 홈리스였다고 말했다. 그는 귀를 쫑긋 세우더니 그 얘기를 더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얘기했다. 그녀는 메인에서 꽤 괜찮은 곳에서 살았다. 하지만 그녀의 집 뒷쪽 거리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의 집 뒷 마당은 두 개의 버려진 부지에 인접한 쓰러져가는 집과 맞닿아 있었다. 그집은 빈집이었는데, 그곳에 아틀라스 (Atlas)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 나이 또래의 떠돌이 남자 아이가 혼자 기거하고 있었다. 그가 그곳에 살고 있는 것을 그녀 외에는 아무도 몰랐다. 그녀는 그에게 음식과 옷가지 그리고 여러 잡동사니들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발견할 때까지.

라일이 아버지가 그를 어떻게 했느냐고 묻자 그녀는 입을 앙다물었다. 그녀는 매일 그것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자신에게 강요하면서 왜 그 일을 꺼냈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아버지가 그 아이를 때려 눕혔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 당신 차례라고 말했다.

그가 잠깐 그녀를 가만히 쳐다 보았다. 마치 이야기가 더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는 듯이. 하지만 그는 눈을 피하며 결혼에 대한 생각이 그를 구역질나게 한다고 말했다. 자신은 서른 살이 다 되었고 아내를 갖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했다. 특히 아이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의 삶에서 오로지 원하는 건 성공 그것도 아주 큰 성공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직업적인 성공이냐 아니면 사회적인 지위를 원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둘 다라고 대답했다. 누구나 아이를 가질 수 있고 누구나 결혼을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신경외과 의사가 되는 건 아니니까, 라고 하면서 그는 자신은 거기에 대해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그저 훌륭한 신경외과 의사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 분야의 최고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녀가 그 말은 광징히 오만하게 들린다고 말하자 그가 웃었다. 그는 자신의 엄마는 자신이 그저 일만 하면서 인생을 보내버릴까봐 걱정한다고 말했다. 그녀가 웃으며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한 번이라도 만족해 본 적이 있을까요? 라고 말했다. 그는 머리를 흔들며 아이들을 갖기에는 자신이 너무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하면서, 자신은 관계를 맺는 것에 있어서도 아주 이기적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욕구를 어떻게 피하냐고, 그저 데이트를 하지 않는 거냐고 묻자 그는 약간 미소를 지으며 시간이 있을 때 그런 욕구를 만족할 만한 여자들이 많이 있다고, 자신은 섹스를 하는데 부족한 면이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그에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고 하면서 그것은 항상 짐같은 거였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에게도 사랑이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자신의 삶이 엄청 더 쉬워질텐데.

그는 자신과 같은 방법을 시도해 보라고 했고, 그녀는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하룻밤 섹스 상대, 라고 말했다. 그녀에게 그것은 초대장같았다.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관계가 더이상 발전이 없는 사람과는 잠을 잘 수 없다고 큰소리로 말했지만 그 말을 하고 나자 자신의 말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날 밤, 두 사람은 관계를 진전시킬 순간까지 갔지만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 때문에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그는 그녀에게 만나서 반가웠다면서 역경을 잘 헤쳐나가 꿈을 잘 이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 사람 때문에 슬퍼졌고 동시에 혼란스러웠다. 자신과 그렇게 생활스타일이 다른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던가. 아마도 다시는 그럴 일이 없겠지. 잠시 후, 혼자 옥상에 남게 된 그녀는 그가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놀랍게도 조금은 슬픈 감정이 들었다.

한편, 릴리의 룸메이트인 루시(Lucy)는 표면적으로는 그녀와 공통점이 많은 것 같았지만 룸메이트 이상의 관계를 맺을 만한 건 없었다. 릴리는 거기에 불만은 없었다. 쉴 새 없이 노래를 하는 걸 제외하곤 루시는 침을성이 많았다. 그녀는 깔끔했고 아주 많이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두 가지는 룸메이트로서는 최상의 조건이었다.

그날도 루시는 출근을 하러 나서면서 아버지 장례식 때문에 월요일까지 출근하지 않는다는 릴리에게 운좋은 계집애, 라면서 남자친구 집에서 자고 집에 안들어 온다고 말했다. 루시가 떠나고 릴리는 그주 내내 메인 집에서부터 가져온 추억의 물품들이 담긴 신발상자를 살펴 보고 있었는데 셀폰이 울렸다. 엄마한테 온 것임을 확인하고 그녀는 소파에 얼굴을 묻고 있다가 전화를 받았다. 그녀가 여보세요, 하자 3초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 다음 릴리, 잘 있었니? 하고 엄마가 말했다.

사실 릴리는 엄마가 자신에게 말을 한다는 게 놀라웠다. 장례식이 끝나고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녀는 엄마에게서 소식을 듣기까지에는 일년 정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릴리가 안부를 묻자 엄마는 좋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그날 아침 이모와 이모부가 자신들의 집으로 떠나고 처음으로 홀로 밤을 지내게 되는 날이라고 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릴리는 괜찮을 거라고 말했다.

엄마는 한참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릴리에게 어제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부끄러워할 필요없다고 말했다. 릴리는 가만히 속으로 자신은 전혀, 아주 조금도 그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릴리를 그런 곤란한 상황에 밀어 넣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릴리는 엄마가 모든 걸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데 화가 났다. 엄마는 릴리가 아무 말없이 서 있었던 것이 사람들 앞에서 얼어서 그랬던 거라고 생각했다. 릴리는 엄마에게 그건 실수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녀는 그저 엄마가 선택한 그 남자에 대해 좋은 말을 할 수 있을 만한 게 하나도 없었을 뿐이었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릴리는 한편으론 죄책감이 들었다. 엄마 앞에서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없었으므로. 그래서 그녀는 엄마의 사과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고맙다고, 그저 목이 막혔었다고 말했다. 엄마는 이제 나가야 한다며 아버지 문제로 보험회사에 가야한다고 했다.

릴리는 엄마와 전화를 끊고 전화기를 소파 위에 던졌다. 그녀는 무릎 위에 있던 신발상자를 열고 안에 있는 내용물들을 꺼냈다. 맨 위에 속이 비어 있는 작은 나무 하트가 있었다. 손가락으로 모양을 따라 만지며 그것을 받았던 날 밤을 떠올렸다. 그 기억이 스며들기 시작하자 마자 그녀는 그것을 옆으로 내려놓았다. 추억은 기묘한 것이다.

그녀는 옛날 편지 몇 개와 뉴스 꼭지 모아놓은 것을 옆으로 옮겼다. 그것들 아래에서 그녀가 그 상자 안에서 가장 찾고 싶어 했던 것을 발견했다. 한편으론 또한 그곳에 있지 말았으면 했던.

그녀의 '엘렌 일기장' (Ellen Diaries). 그녀는 어렸을 적에 일기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건 너무 상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자신이 하는 것은 멋있는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왜냐하면 그것은 엄밀히 따지면 일기가 아니었으므로. 그것들 모두 각각의 첫 문장은 엘렌 드제너러스 (Ellen DeGeneres) 앞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릴리는 2003년 엘렌쇼가 시작한 첫 날 그 쇼를 보기 시작했고, 방과 후 매일 그것을 보았다.

그녀는 16살이 될 때까지 엘렌에게 규칙적으로 편지를 썼지만 물론 그것을 실제로 부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모든 시작 구문을 그녀 앞으로 보내는 것으로 시작한 것이 맘에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렇게 계속 썼다. 그것을 완전히 쓰지 않게 되기 까지.

그녀는 다른 상자를 열고 몇 개를 더 찾아냈다. 그녀는 그것들을 정리하다가 15살 때 썼던 것을 꺼냈다. 그것을 넘겨 아틀라스를 만났던 날을 찾았다. 그가 그녀의 삶에 들어오기 전까진 별로 쓸 게 많지 않았는데도 그 전까지 이미 6권을 썼었다.

그녀는 그것들을 다시 읽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어린시절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만약 그것들을 다 읽는다면 용서에 대한 힘을 조금은 얻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비록 훨씬 더 많은 분노를 쌓게 되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말이다.

일기장을 한참 읽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놀랍게도 엄마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릴리가 전화를 받자 엄마는 대뜸 자신이 보스턴으로 이사가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릴리는 옆에 있던 베게를 집어 얼굴을 파묻고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엄마에게는 기뻐서 놀란 척 하면서 정말이냐고 물었다. 엄마는 잠시 가만히 있더니 생각만 해보았다고, 내일 다시 얘기하자고, 미팅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고 말했다.

엄마와 작별인사를 하고 릴리는 메사추세츠를 벗어날 생각을 해 보았다. 엄마는 이곳에 올 수 없어. 엄마는 이곳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고, 매일 릴리가 흥겹게 해 주기를 바랄 것이었다. 엄마를 사랑하지만 그녀는 철저히 그녀 자신이기를 원해 이곳으로 이사왔고, 만약 엄마가 같은 도시에 있다면 독립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았다.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았을 때, 릴리는 아버지가 엄마를 때릴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들의 관계가 역동적으로 변해서 이제 더 이상 자신이 플레서라에 남아 엄마가 괜찮은지 살펴봐야 할 의무를 느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아버지는 떠났고 그녀는 엄마를 다시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 자신의 날개를 펼치려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엄마가 보스턴으로 온다고? 그것은 그녀의 날개가 묶여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지금 그녀에게는 라일이 옥상에서 발로 찼던 의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6개월 후, 결국 릴리의 엄마는 보스턴의 한 초등학교에 일자리를 잡고 이사를 왔다. 그녀는 보스턴 외곽의 작은 교외를 선택했고, 막다른 골목에 커다란 야드가 딸린 작은 방 두 개짜리 집을 샀다. 릴리는 그곳에 정원을 가꾸는 걸 생각해 보았지만 그러려면 매일 거길 가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그녀의 한계는 일주일에 한 번, 간간히 두 번이었다.

얼마 후, 릴리는 엄마 몰래 다니던 마켓팅 회사를 그만 두고 식당을 했던 가게를 샀다. 그녀는 아직 테이블이며 가구들이 놓여 있는 그곳을 치우고 꽃가게를 할 예정이었다. 그녀의 엄마는 그곳을 둘러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날, 엄마와 한참 티격태격하고 있는데, 어떤 여자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며 구인 안내문을 보고 들어왔다고 했다. 릴리에게서 자초지총을 들은 그 여자는 자신의 이름이 알리샤 (Allysha)라고 소개했고, 인테리어 자격증은 없지만 그쪽으로 관심이 있어서 잘 알고 있다며 무료로 인테리어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릴리가 진짜 돈을 받지 않고 일을 하느냐고 묻자 알리샤는 자신은 일자리가 필요없지만 구인 사인을 보고 에라 모르겠다고 싶은 마음으로 들어 왔다고 했다.

릴리는 안을 둘러 보며 분명 그것들을 치우고 하는 걸 혼자서는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누군가는 고용을 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알리샤에게 공짜로 일을 시킬 수는 없고 시간당 십 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알리샤는 좋아하며 언제부터 시작하면 되느냐고 물었다. 릴리가 그녀의 차림새를 보며 내일부터 시작하고 버려도 되는 옷을 착용하고 오라고 하자 엘리샤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들고 있던 에르메스 핸드백을 먼지 쌓인 테이블 위에 놓고 지금 당장 시작하자고 말했다. 두 시간 후, 릴리는 자신이 가장 친한 새 친구가 생겼다는 걸 확신했다.

이후 두 사람은 이런저런 가구 배치를 하고 부지런히 움직였는데 그 와중에 릴리가 의자에서 떨어져 발목을 다쳤다. 그러자 알리샤가 그녀의 남편 마샬 (Marshall)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보스가 다쳤다고 얼음을 가져오라고 말했고, 그녀의 남편은 직업도 없는 당신이 보스가 어디 있느냐며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는 술을 마셨는지 말을 정확하게 하지 못했다. 알리샤가 동생을 바꾸라고 해서 동생에게 빨리 얼음을 갖고 오라고 했다. 잠시 후 남자 두 명이 오는데 둘 다 차림이 우스꽝스러웠다. 알리샤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 길 아래에 바가 있는데 브루인스 (Bruins) 게임 동안 매주 수요일 애들이 입는 상하가 붙은 우주복같은 옷을 입고 오는 사람에게 공짜 술을 준다고.

알리샤가 마샬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릴리의 발목을 보라고 하자 그가 다가오는데 릴리는 먼저 그의 팔이 눈에 익었다. 그것은 아버지의 장례식날 옥상에서 만난 신경외과 의사의 팔이었다. 6개월만이었다. 릴리는 그 기간 동안 그를 생각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를 다시 만날 거라고는 생각치 않았다.

알리샤가 그를 동생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남편 마샬도. 라일이 릴리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으며 만나서 반갑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가 그녀를 기억하고 있다는 건 자명한 일이었지만 그 역시 릴리처럼 처음 만난 것처럼 행동했다. 그녀는 그들이 이미 만난 적이 있다는 걸 말을 해야 하나 확신이 서지 않았다. 라일이 움직여 보라고 해서 발목을 움직이자 날카로운 통증이 왔다. 라일이 마샬에게 얼음을 넣을 수 있는 뭔가를 찾아 보라고 하자 마샬과 알리샤가 같이 나갔다.

잠시 후 마샬과 알리샤가 얼음을 갖고 왔고, 라일이 그것을 릴리의 발목에 갖다 댔다. 좀처럼 통증이 없어지지 않자 라일이 그녀의 발을 잡고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릴리가 부러진 거냐고 묻자 라일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마샬과 알리샤가 다시 나가고 둘만 남게되자 라일이 그곳이 뭐하는 곳인지 물었고, 릴리가 두 달 안에 꽃집을 오픈할 거라고 말하자 그는 드디어 당신의 사업체를 갖게 된 거냐며 놀라워했다.

결국 릴리는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고 며칠 움직이지 말라는 라일의 얘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발목을 삐었다고, 목록을 보낼테니 필요한 것들을 사다달라고 텍스트를 보냈다. 그녀는 엄마가 이쪽으로 이사온 이래 처음으로 엄마가 가까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사실 그것이 그렇게 나쁜 것 같진 않았다. 아버지가 떠나고 난 지금 그녀는 엄마를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엄마가 아버지를 떠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많이 분개했었다. 비록 그것들이 많이 없어졌다고 해도 아버지를 생각할 때면 아직 그 감정이 되살아났지만. 아버지는 끔찍했다. 엄마에게도, 릴리 자신에게도, 아틀라스에게도.

아틀라스. 그녀는 엄마의 이사와 몰래 새 가게 자리를 알아보느라 일기장을 읽어볼 시간이 없었다. 다행히 그날 한 권을 들고 침대로 가 편안히 누워 그것을 읽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전 날 아틀라스를 그녀의 집에서 샤워를 하게 했고 다음 날 다시 그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그날 아틀라스는 낡은 정원 도구들을 그녀에게 주었다. 그날 그는 그녀의 나이를 물었다. 열다섯 살이라는 나이를 듣자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그의 눈빛에 약간의 슬픔이 깃들여졌다.

그후로도 아틀라스와 함께 엘렌쇼를 보았고, 그는 몇 차례 그녀의 집에서 샤워를 했다. 그가 방문할 때면 그녀는 그에게 음식을 주었고, 빨래도 해 주었다. 그는 계속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솔직히 그녀는 그 상황이 좋았다. 그는 그녀가 다른 일들에 신경을 쓰지 않게 해 주었고 그래서 매일 방과 후 그와 함께 하기를 고대했다.

아버지는 그날 밤 늦게 귀가했다. 그것은 그가 일이 끝난 후 술집에 갔다는 걸 의미했고, 엄마와 싸울 거라는 걸 의미했다. 그리고 그가 바보같은 짓을 또 할 거라는 것도.

때때로 릴리는 엄마에게 아버지 곁에 머물러 있다고 화를 내곤했다. 그녀는 겨우 열다섯 살이었고, 엄마가 아버지 곁에 머무르기로 선택한 자신이 알지 못하는 무슨 이유가 있겠지만, 그녀는 엄마에게 자신을 핑계로 대라고 말했다. 엄마가 너무 가진 게 없어도, 같이 집을 떠나 형편없는 아파트에서 그녀가 졸업할 때까지 라면만 먹는다해도 상관없었다. 그것이 지금 보다는 더 나을 듯 했다.

그녀는 아버지가 엄마에게 소리지르는 걸 들었다. 때로 이런 상황이 되면 그녀는 거실로 나갔다. 아버지가 진정하기를 바라며. 아버지는 릴리가 있을 때엔 엄마를 때리지 않았다. 릴리는 거실로 나가 아버지가 엄마를 밀어부치는 걸 보며 만약 총이 있다면 그를 죽이고 싶었다. 그녀가 거실로 들어섰을 때 아버지는 바닥에 내농댕이친 엄마를 막 발로 차려고 하고 있었다. 그는 릴리를 보자 동작을 멈췄다. 그리고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침실로 가 문을 꽝하고 닫았다.

릴리는 엄마에게로 달려가 도와주려고 했다. 그러나 엄마는 릴리에게 자신의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그녀는 릴리를 향해 저리 가라고 손을 저으며 괜찮다고, 그냥 바보같은 싸움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엄마는 울고 있었는데, 얼굴엔 아버지에게서 맞은 자국이 빨갛게 남아 있었다. 릴리가 엄마가 진짜 괜찮은지 보러 다가가자 엄마는 등을 돌리며 진짜 괜찮다고 너의 방으로 가라고 했다.

릴리는 뒤돌아 달려 나왔지만 자신의 방으로 가진 않았다. 그녀는 뒷마당으로 나가 아틀라스가 지내고 있는 집으로 가 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안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고 아틀라스가 뒷문을 열었다. 그는 그녀의 뒤와 양 옆을 살폈다. 그는 그녀가 울고 있는 걸 보고 괜찮냐고 물었다. 그녀는 계단에 앉으며 괜찮다고, 화가 나서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를 귓뒤로 넘겨 주더니 어깨를 감싸 안고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했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진정시키는 힘이 있었다. 누군가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진정시키는 힘이 있었고, 아틀라스가 그런 사람이었다. 아버지와는 정반대의.

둘은 한참을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의 방에 불이 켜지는 걸 보았다. 그가 그녀에게 가야한다고 속삭였다. 그녀의 방에 서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릴리는 아틀라스가 있는 곳에서 그녀의 방이 얼마나 잘 보이는지 깨달았다.

한편, 라일의 말대로 며칠 쉬었더니 그녀의 발목이 다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다. 하지만 릴리는 일주일을 다 채우고 꽃집으로 갔다. 그녀는 알리샤와 마샬이 쓰레기를 싹 다 치우고 청소해 놓은 걸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도우려 하자 알리샤는 많이 걸으면 안된다고 말렸다. 그래서 릴리는 페인트 색을 고르고 대략 54일 후에 개업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알리샤가 퇴근하고 릴리는 몇 시간 동안 알리샤가 못하게 말렸던 것들을 했다. 다시 일터로 돌아온 것이 기뻤지만 피곤하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와 쉬고 있는데 누군가 노크를 했다. 루시는 그날 밤에도 역시 남자친구 집에서 지내겠다고 했고, 엄마와는 5분 전에 통화를 했기 때문에 그녀의 집에 찾아 올 사람이 없었다. 대답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문으로 가 작은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처음엔 그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고 오른쪽을 본 순간 그의 얼굴이 보였다. 라일이었다. 놀란 그녀가 가만히 있자 그는 다시 한 번 노크를 했다. 자신의 행색을 고민하며 열까말까 고민하다가 문을 열자 그가 맙소사, 라고 말하며 자신이 그녀의 집을 찾기 위해 얼마나 여러 집 문을 두드렸는지 아느냐고 말했다. 그녀가 고개를 젓자 그는 스물아홉 집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서 입는 수술복을 입고 있었다. 그녀가 도대체 왜 스물아홉 집의 문을 두드렸느냐고 묻자 그는 당신이 어디 사는지 말해 주지 않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녀가 근데 왜 왔느냐고 묻자 그는 들어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녀가 왜 왔는지 이유를 말해 준다면 들어와도 된다고 하자 그는 안으로 들어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정말 엄청난 적나라한 진실이 있다고 하면서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두 달이 자신의 전체 이력 중에서 가장 중요한 달이고, 집중을 해야 한다고, 레지던트가 끝나가고 있으며 곧 시험을 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거실을 왔다갔다 하며 손짓을 해가며 정신없이 얘기를 했다. 그는 하지만 지난 주 내내 그녀가 자신의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고,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병원에서나 집에서나. 그저 그녀 가까이에 있을 때 자신이 얼마나 미칠 것 같은 감정이었는지에 대해서만 생각했다고, 그만 멈추라고 말했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마주보며 제발 끝내달라고 한 번이면 족하다고 말했다.

그날 밤 릴리는 그가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모습을 보며 그를 침대로 안내하고 거기서 기다리라고 말하며 샤워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욕실로 가기 전 그녀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말한다고 하면서 오늘 그녀와 섹스를 하면 그걸로 끝나지 않고 당신을 더 나쁜 상황으로 몰고 갈 거라고, 자신은 마약과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회는 한 번뿐이라고, 자신은 그가 만났던 다른 많은 여자들 중의 한 사람이 되는 걸 거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가 그런 여자들과는 다르다고 하면서 자신은 누군가를 한 번 이상 원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걱정할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릴리는 욕실로 가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이 맘이 약해진 것이 분명 그가 입고 있는 수술복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보통은 삼십 걸리는 샤워를 한 시간 동안 했다. 그러는 동안 자신과 싸웠다. 욕실문을 열고 그에게 나가라고 말할까 생각도 했다. 머리를 말리면서 하룻밤 잠자리 상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스물세 살이니까.

문을 열고 나가자 그가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녀는 그가 몸을 돌려 자신을 바라볼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몇걸음 다가가자 그의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 날, 아침 일곱시가 되기도 전에 그가 그녀를 깨웠다. 그는 자신이 그녀가 만났던 사람들 중 가장 파렴치한 사람일 거라고 하면서, 늦어서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미안하다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이번이 자신을 만난 마지막이라고,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런 일이 또 생긴다고 해도 별 상관없을 것 같았지만 자신들은 인생에서 두 개의 다른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대로 누워 그가 떠나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녀는 자신이 해야할 일이 많은 사업가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더 다짐했다.

그후 53일 동안 그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왜냐하면 그 53일 동안 오늘의 이 순간을 위해서 몰두했으므로. 그날은 바로 그녀의 꽃집이 문을 여는 날이었다. 알리샤가 준비됐느냐고 물었고, 릴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사인을 'open' 으로 뒤집었다. 두 사람은 안고 아이들처럼 소리를 질렀다.

릴리는 첫 번째 손님이 누굴까 궁금했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알리샤의 남편인 마샬이 올 것이고 자신의 엄마도 올 것이므로 벌써 두 사람이나 확실한 고객을 만든 게 아닌가 싶은 이유였다. 그런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알리샤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 가게에 들어선 첫 손님은 바로 라일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두 사람은 알리샤의 생일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단순히 하룻밤 섹스 상대가 아닌 서로를 알아가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다.

한편, 릴리와 아틀라스는 방과 후 시간을 함께 보내는 날들이 계속되었고, 릴리는 아버지가 어떻게 변할지 몰라 엄마가 친구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는 걸 반대한 이후 아틀라스가 그녀의 진짜 친구인 것 같았다. 하지만 다섯 시가 되면 아틀라스는 재빨리 빈 집으로 가야했고, 추워진 날씨로 릴리는 그에게 남은 담요을 가져다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중, 어느 눈이 오기 시작한 날, 릴리와 아틀라스는 엘렌쇼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항상 아버지 보다 늦게 퇴근하는 엄마가 그날따라 다섯 시가 되기 전에 집으로 왔고, 아틀라스는 재빨리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원래 집엔 차고가 하나 있었는데, 아버지가 차를 그곳에 주차했고 엄마는 밖에 차를 두었었다. 그날은 엄마가 좀 더 일찍 퇴근했기 때문에 차고에 차를 넣어 놓고 마켓에서 사온 물건들을 집으로 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아버지가 차를 빵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은 엄마의 눈엔 두려움이 가득했다. 엄마는 릴리에게 물건들을 식탁 위로 치우라고 하면서 차를 빼러 차고로 나갔다. 잠시 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차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고 엄마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릴리는 엄마가 길이 얼어 있어서 미끄러졌나보다 생각하며 차고로 뛰어갔다.

차고의 문을 열었을 때 엄마는 보이지 않았고, 아버지가 차 뒤에서 뭔가를 하고 있는 것만 보였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야 릴리는 왜 엄마가 안보였는지 알 수 있었다. 아버지가 엄마를 차 후드로 밀어 뜨리며 두 손으로 목을 조르고 있었다. 그는 너무나 증오하는 시선으로 엄마를 내려다보며 소리질렀다. 뭔가를 존경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다음 몇 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진 않지만, 릴리는 아버지를 향해 달려가 등에 올라타 옆 머리를 가격했다. 하지만 그 다음엔 어찌된 건지 모르지만, 아버지가 그녀를 떼어놓았는지 릴리 자신이 바닥에 누워 있었고 앞이마가 몹시 아팠다. 엄마는 옆에 앉아서 릴리의 머리를 잡고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릴리는 아버지를 찾았지만 그곳엔 없었다. 그는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녀의 이마에서 피가 흘렀다. 엄마의 부축을 받고 차에 타 병원으로 가 이마를 아홉 바늘이나 꿰매야했다. 아직도 그녀의 머리를 친 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녀가 다친 원인이 아버지 때문이라는 것과 심지어 그 자리에 머물러 그녀가 어디를 얼마나 다쳤는지 살펴보지 않았다는 사실. 아버지는 차고 바닥에 엄마와 자신을 그대로 놓아둔 채 자리를 떠버렸다.

병원으로 가는 도중 엄마는 병원에서 어떻게 다쳤냐고 물어보면 얼음길에서 미끄러졌다고 말하라고 했다. 엄마가 그렇게 말했을 때 릴리는 창문밖을 바라보며 울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것이 최후의 결정타라고 생각됐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없으면 아버지가 릴리를 때리게 될 거라는 것. 그 순간 릴리는 엄마가 결코 아버지를 떠나지 못할 거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이 패잔병처럼 느껴졌지만 너무 두려워 엄마에게 아무런 얘기도 할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버스를 타러 가면서 릴리는 아틀라스를 똑바로 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가 자신의 이마를 보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 버스에서 나란히 앉아 가방을 바닥에 두려고 하다가 두 사람의 손이 부딪쳤다. 릴리는 깜짝 놀랐다. 아틀라스의 손이 얼음장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제 담요을 주려고 했는데 차고에서 있었던 일이 그녀의 모든 사고를 차지했고 아틀라스를 까맣게 잊어 버렸던 것이다. 눈이 내려 밤새 모든 게 얼어버렸고 그는 불이 없는 빈집에서 혼자 지냈다.

릴리가 그의 손을 잡고 손이 너무 차갑다고 말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손을 따뜻하게 해주려고 문지르며 머리를 그의 어깨에 대고 울었다. 평소에 잘 울지 않는 편이었지만 어제 벌어진 일 때문에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고 그에게 담요를 갖다 주려고 했던 걸 잊어버렸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이 모든 것들이 버스를 타고 있던 그곳에서 그녀를 강타했다. 아틀라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에게 잡혀 있던 손을 빼내 그녀의 손 위에 올렸고 학교까지 내내 그렇게 있었다. 슬프지만 않았다면 그 상황이 굉장히 달콤하게 생각될 수도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틀라스는 아침엔 미처 보지 못했던 그녀의 이마를 보았다. 학교에서도 아무도 그것에 대해 묻지 않았고, 그녀 역시 잊고 있었다. 그가 어찌된 일인지 물었다. 릴리는 아틀라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손으로 그곳을 만졌다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틀라스가 아직 왜 혼자 빈집에 살고 있는지 그녀에게 말하지 않은 것처럼 자신도 그에게 사실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아틀라스가 어제 고함 소리를 들었고, 아버지가 차고를 떠나는 것을 보고 릴리가 괜찮은지 보러갔는데 엄마와 함께 차를 타고 떠나고 있더라고 했다. 릴리는 그가 자신의 집으로 왔다는 얘기에 깜짝 놀랐다. 만약 아틀라스가 아버지의 옷을 입고 있는 걸 아버지가 보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아틀라스가 아버지가 무슨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모른다는 것이 걱정됐다.

릴리는 아틀라스에게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자신의 부모님이 집에 계실 때에는 절대로 집으로 오지 말라고 다짐했다. 아틀라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그녀의 비명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도와주려고 한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게 슬펐다. 그녀는 자신이 넘어졌다고 말했고, 아틀라스는 약간 실망한 것 같았다. 왜냐하면 두 사람 다 그 상황이 그저 넘어졌다고 말할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으므로.

잠시 후 그가 자신의 옷 소매를 걷어 올려 팔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숨을 헉하게 쉬며 놀랐다. 거기에는 수많은 흉터가 있었는데, 그것들은 누군가가 담배불을 그곳에 대고 있었던 것 같은 흉터였다. 그는 자신도 여러 번 넘어졌었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옷소매를 내리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순간 릴리는 그에게 아버지가 자신을 다치게한 게 아니라 아버지가 자신을 떼어놓으려다가 그렇게 된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그녀는 깨달았다. 그것이 바로 엄마가 하는 변명이라는 것을.

그녀는 자신의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틀라스가 알고 있다는 것이 창피했다. 집에 도착하자 진입로에 엄마의 차가 보였다. 그것은 그가 그녀의 집으로 들어와 함께 엘렌쇼를 볼 수 없다는 걸 의미했다. 릴리는 그에게 담요을 나중에 갖다 주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는 버스에서 내리더니 작별 인사도 없이 걸어 가버렸다. 마치 화난 사람처럼.

그날 밤 릴리는 부모가 잠이 든 걸 확인하고 담요를 들고 아틀라스가 살고 있는 빈집으로 갔다. 그리고 그날, 아틀라스는 자신이 왜 혼자 그렇게 살게되었는지에 대해 릴리에게 말해 주었다.

한편, 마침내 릴리와 섹스를 하게 된 라일은 그녀에게 빠지게 되고, 그랜드 오프닝이 있기 며칠 전 그가 저녁 데이트를 신청했다. 릴리가 엄마와 저녁 약속이 있다고 하자 그는 자신도 가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전하자 엘리샤는 진심 쇼크를 받은 것처럼 놀랐다. 그리고 라일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여자친구의 부모를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릴리가 그가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나 보다고 말하자 엘리샤는 그런가 보다고 말을 하면서 표정이 어두워졌다. 릴리는 그런 엘리샤의 태도가 신경쓰였다.

그런데, 그날 레스토랑에서 주문을 받으러 온 웨이터를 보고 릴리는 깜짝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바로 아틀라스였다. 아틀라스는 6년의 군대생활을 마치고 일 년 전에 사회로 나왔다고 했다. 릴리와 아틀라스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그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서운함을 느끼기까지 했지만, 릴리에게는 이미 사랑하는 라일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 만남이 아틀라스에 대한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후 릴리와 라일은 연인 사이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라일이 다음 날 쉰다며 밤에 빈티지 와인을 가지고 그녀의 집으로 가겠다고 했다. 릴리는 그를 위해 음식을 준비했고, 캐서롤을 오븐에 넣어 둔 채 두 사람은 와인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날, 캐서롤을 오븐에서 꺼내다가 손을 다친 라일은 그 상황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웃고 있던 릴리에게 자기 손이 얼마나 귀한 손인지 아느냐며 폭력을 휘두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