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lass Kitchen
By
Linda Francis Lee
주인공 포샤 쿠스카트(Portia Cuthcart)는 특별한 재능을 갖고 태어났다. 그것은 무슨 일이 일어나기 전 떠오르는 음식의 이미지나 냄새를 통해 그 일을 미리 '알게 되는 것' 이다. 그것은 대대손손 쿠스카트 가의 여자들 중 특정인물에게 내려오는 것으로, 그녀가 그것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일곱살 무렵이었다.
그녀는 당시 부모님과 두 언니 코딜리아 (Cordelia)와 올리비아 (Olivia)와 함께 텍사스의 윌로 크릭 (Willow Creek)의 이동 주택을 두개 연결해 놓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포샤는 블루베리와 복숭아 냄새를 맡고 잠에서 깨어 아이스박스에 있는 그것들을 꺼내 랩에 싸여 있는 엔젤 케익 위에 올렸다. 곧이어 그녀의 부모가 들어왔고, 큰언니 코딜리아가 뒤따라 들어오면서 올리비아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포샤는 인상을 찌푸렸다. 올리비아 언니가 항상 말썽을 부리긴 했지만, 사람들 바로 눈앞에서 그런 적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코델리아에게 아무도 그렇게 사라지는 사람은 없다며 과장하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엄마는 그 말을 듣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엄마는 과일과 케익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의 엄마는 포샤 앞에 무릎을 꿇고 앉더니 복숭아와 블루베리는 올리비아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인데, 왜 그것을 만들었느냐고 물었다. 포샤는 눈을 깜박이며 모르겠다고, 그냥 그것들을 생각하면서 잠에서 깼다고 대답했다.
순간, 그녀의 엄마는 뭔가 알겠다는 표정이더니 남편을 불러 올리비아는 복숭아와 블루베리 나무들이 근처에 있는 저 멀리 말 목장 아래에 있다고 말했다. 그런 후 그녀의 부모는 둘이 눈을 맞추더니 다시 포샤를 바라보았다. 그런 다음 엄마는 일어서서 아버지를 밖으로 끌고 나갔다. 긴급상황이 끝났지만 엄마의 표정은 여전히 긴장한 것 같았고, 눈은 어두운 빛을 띠고 있었다. 20분 후, 당시 11살이었던 올리비아는 당당히 계단을 올라 아버지 앞에 나타났다. 입술은 블루베리 색으로 물들이고 치마엔 여기저기 복숭아 즙으로 얼룩을 만든 채.
이렇게 포샤는 자신이 갖고 있는 특별한 재능, 즉 질문을 받기도 전에 음식에서 답을 찾는 재능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올리비아가 돌아오고 난 후 한 시간이 채 안돼 포샤와 엄마는 오래된 픽업 트럭을 타고 할머니가 운영하는 카페로 갔다. 그것은 할머니의 대대손손 내려온 카페로, 이름은 'The Glass Kitchen'이었다. 할머니를 만난다는 생각에 포샤는 차에서 얼른 내려 엄마를 따라 앞문으로 들어갔다. 황설탕 녹는 냄새와 버터가 들어간 계피 냄새는 어린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그곳은 뛰어 노는 곳이 아니라는 걸 일깨워 주었다. 그곳은 음식을 먹으며 포샤의 할머니와 얘기를 나누려고 수 마일 근처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살아있는 곳이었다.
포샤는 자주 보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지만, 그녀의 엄마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주 이상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어디를 가든 그녀의 엄마는 항상 사교적인 예의를 다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항상 옆쪽 테이블에 앉아 있는 할머니에게로 곧장 다가갔다. 할머니는 옛날에는 직접 요리를 했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항상 같은 장소에 앉아 세상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보면서 충고를 하기도 하고, 원하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사실 모두 그녀에게 물었다.
곧바로 할머니에게 간 엄마는 딱 한 마디, '저 애가 그 재주를 가졌어요'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다시 의자에 앉더니 자신은 이미 의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포샤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때 할머니가 그녀를 향해 몸을 돌리며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리고 말했다. '포샤, 넌 특별한 재주를 가졌다'고. 할머니처럼 뭔가를 '알게 되는 것'. 그것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할머니의 일이라고 했다. 엄마가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음에도, 포샤는 자신이 뭔가를 알게 된다는 것에 신이났다. 그녀는 자신이 특별하고, 선택받은 것 같이 느껴졌다.
점차 그녀는 많은 복숭아로 작품을 만들었고, 언니들은 그런 포샤를 불편해 했다. 하지만 포샤는 새로운 목적 의식을 갖고 여기 저기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4개월 후, 그들의 아버지가 사냥 사고로 총에 맞아 숨졌다. 설상가상으로 그로부터 또 4 개월 후, 그들의 엄마 역시 세상을 떠났다. 엄마의 공식적인 사망 원인은 심부정맥이었지만, 사람들은 그녀가 상심이 커 죽었다고 했다. 망연자실하고 말이 없어진 포샤와 언니들은 할머니와 살기 위해 식당 윗층에 있는 방으로 옮겨갔다. 코딜리아는 책에서, 올리비아는 꽃에서 위안을 찾았고, 포샤는 할머니가 부엌으로 데려가자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할머니는 '알게 되는 것'에 대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그것에 관해 아무 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할머니는 대부분 요리와 빵굽기에 대한 간단한 기법에 대해 가르쳤다.
하지만 여전히 그것도 위안이 되었다. 할머니 식당은 천천히 요리한 음식과 겹겹의 과자로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으로 유명했으며, 그것은 포샤 역시 치료해 주었다. 점차적으로, 설탕을 천천히 끓이듯 포샤도 불안정한 상태에서 벗어나 코딜리아와 올리비아와는 다르게, 색칠된 나무 테이블과 얽은 자국이 있는 은식기류 사이에서 자신을 위한 장소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복숭아와 블루베리 꿈처럼, 하지만 좀 더 사실적이고, 좀 더 빈번하게 '그것'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할머니가 가르쳐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어느 것 하나도 배우지 못한 채, 포샤는 자신 앞에 음식이 없어도 그것을 보고 맛보게 된 것이다. 그것들의 이미지가 자동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영감처럼 다가왔다. 그녀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신이 일들에 대해 '알게 된다'는 걸 발견한 것이다. 진한 다크 쵸콜렛은 분노를 감추고 있는 사람을 진정시킨다거나,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달걀에 매운 고추를 섞어 먹으면 심한 감기로 쓰러지려고 하는 사람의 증상을 완화시킨다든지 하는 거였다. 갑자기 그녀는 마치 숨겨진 스위치를 찾은 것 같은, 말하자면 크리스마스 트리에 형형색색의 불을 밝히듯 삶에 불을 밝히기 위해 그녀가 하기로 되어 있던 것의 의미를 찾은 것처럼 자신의 세상이 이해가 됐다.
그후 포샤는 낮에는 학교를 다니고 밤과 주말엔 부엌에서 살다시피 했다. 여름 동안에는 언니들과 함께 뉴욕으로 가서 이모 할머니의 집에 머물렀다. 이모 할머니 에비 (Evie)는 40년 전에 틀에 박힌 삶을 박차고 뉴욕으로 나가 브로드웨이 배우가 되었고, 어퍼 웨스트 사이드 (Upper West Side)에 타운 하우스를 살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녀는 언젠간 그 집이 포샤와 언니들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 자매 모두 완벽한 폰덴트 아이싱으로 장식된 5층 짜리 웨딩 케익 같은 그 집을 좋아했다. 코딜리아와 올리비아는 그 집을 정말 맘에 들어했으며, 될 수 있으면 빨리 뉴욕으로 이사를 가자고 서로 약속을 했다. 포샤는 그들이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 10년 후, 코딜리아가 결혼한 지 3년 후, 어느 날 아침, 포샤는 잠에서 깨면서 자신이 완벽한 폰덴트 아이싱으로 장식한 5단 짜리 케잌을 구워야 한다는 깨달음이 왔다. 케잌이 완성되자, 포샤는 뒤로 물러났는데, 심장이 쪼이는듯한 기분이 들면서 코딜리아가 텍사스를 떠날 것이라는 걸 알았다. 6개월 후 올리비아가 그녀를 따라 뉴욕으로 간 것에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포샤는 언니들이 그리웠지만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냈다. 그녀는 'The Glass Kitchen'의 주 요리사가 되었고, 할머니는 여전히 앞에 앉아 삶에 대한 조언과 음식 선택에 관한 도움의 말을 해주고 있었다. 여전히 '아는 것'에 대한 가르침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포샤는 고구마와 아스파라거스를 섞어 요리를 하고 있었는데, 두 재료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방식대로 그것을 만들었고, 사람들의 주문이 늘었다. 그녀가 막 마지막 요리를 서브하고 있는데, 젊은 변호사이며 전도가 유망한 텍사스 상원의원인 로버트 발로 (Baleau)가 카페로 들어왔고, 그로 인해 그녀의 세상이 변했다. 윌로 크릭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는 포샤에게 마치 먼 그리스에서 온 것처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는 그 도시의 반대쪽, 즉 사교 무도회와 귀한 진주로 대변되는 세상에서 온 사람이었다. 그의 금발과 웃고 있는 푸른 눈동자는 그녀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했고, 그녀뿐만 아니라 서빙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그의 태도는 그녀를 감동시키기까지 했다.
곧이어 그는 정치 활동으로 여러 카운티를 돌아다니며 그녀를 대동하기 시작했다. 곳곳의 사람들이 포샤를 맘에 들어 했으며 그녀가 그저 예쁘장한 소년을 진짜 남자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오직 로버트를 흠모할 뿐이었다. 그가 프로포즈를 한 날, 그녀는 두번 생각하지 않고 '예스'라고 대답했다. 놀랍게도 로버트의 부자 부모도 승낙했지만, 할머니는 반대했다. 할머니는 얼굴을 찌푸리며 그들이 그녀에게 상처를 줄 거라고, 그녀는 그들의 세상에 속해 있지 않으며, 절대로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날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로버트의 세상이 포샤를 감싸안기 시작했다. 그쪽 사람들에게 할머니와 할머니의 식당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이 불편하긴 했지만.
결혼식이 다가 오자, 또 다른 변화가 있었다. 타임이 서서히 땅에서 자라날 무렵, 로버트가 포샤의 '특별한 재주'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이다. 처음에 그는 그런 것들을 웃어 넘겼지만, 그녀가 뭔가를 굽거나 요리할 필요가 있다는 걸 알게 될 때마다 긴장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그의 엄마가 티타임을 갖자고 포샤를 초대하기 전, 그녀가 그의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레몬 바를 굽거나, 이웃의 아내가 죽기 바로 직전,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에게 얼려놓고 먹을 수 있도록 주기 좋은 은박지 그릇에 구운 참치 캐서롤을 요리했을 때 같은. 그는 포샤에게 자신은 그녀와 정말로 결혼하고 싶다며, 제발 정상적인 여자가 되어 주길 바란다고, 정상적인 사람들은 교회에서 파이를 판다고 말하기 전 그것들을 굽는 것 같은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기 전에 이미 그 일을 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포샤가 자신의 할머니는 말하기 전 알고, 자신 역시 그렇다고 하자, 그는 포샤의 할머니 역시 정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위해 '정상적인' 사람이 되어 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포샤가 가만히 있자 그는 그녀의 눈썹에 입을 맞추고 그것에 대해 더 이상 얘기하기를 거부했다.
월요일이어서 'The Glass Kitchen'은 문을 닫았다. 포샤는 할머니와 얘기를 나눌 필요가 있는 것 같아 찾아 나섰다. 최근 뭔가가 할머니에게서 빠져 나간 듯 했다. 한달 전 집을 포샤 자매들에게 남기고 이모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그들 모두 이모 할머니를 그리워 했지만, 특히 할머니에게 그것은 마치 그녀의 일부가 이모 할머니와 함께 떠나버린 것 같았다.
할머니를 찾아 부엌으로 가 할머니가 그곳에 안계시는 걸 확인한 그 순간 포샤에게 또 다른 깨달음이 왔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그녀는 강하게 밀려오는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테이블을 한 사람만을 위해서 차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몹시 놀랬지만, 자신이 요리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았다.
잠시 후, 할머니가 돌아왔다. 포샤가 얼른 일어나 접시와 식기들을 가져 오려고 하자 할머니는 필요없다고 말하며 부엌을 나갔다. 포샤가 할머니 뒤를 따라갔지만, 할머니는 문앞에서 몸을 돌려 포샤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때가 되었다고, 그녀가 가르치든 그렇지 않든, 포샤가 '알게 되는 것'을 배우게 되리라는 걸 진즉 알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포샤가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 묻자, 할머니는 미소를 짓더니 대답없이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포샤는 부엌으로 돌아가 그 저녁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을 못마땅 해하며 왔다갔다 했다. 이상하게 두려운 감정이 그녀에게 밀려들었다. 포샤는 일인분의 식사가 무엇을 의미하든지 간에 할머니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다 할 거라고 맹세했다.
할머니는 거의 4시가 되어서야 부엌으로 왔다. 포샤가 놀래서 무슨 일이냐고 묻자, 할머니는 이제 포샤가 'The Glass Kitchen'을 도맡아서 할 때가 됐다고 말했고, 포샤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계속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아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할머니는 포샤를 지나쳐 'The Glass Kitchen'의 뒷문을 향해 걸어 갔다. 포샤가 어디가냐고 물어도 할머니는 아까 들어올 때 테이블에 놔두었던 핸드백이나 열쇠를 그대로 둔 채 걸어갔다. 포샤는 할머니를 못가게 막을 수가 없었다. 할머니에게 떠나면 안된다고 말했지만 할머니는 듣지 않았다. 밖으로 나간 할머니는 갑자기 천둥이 치는 하늘 아래 멈추더니 두 손을 높이 들었다. 그러자 번개가 빠르게 내려와 할머니를 쳤다. 할머니와 함께 전기가 통한 포샤 역시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졌고, 어깨가 찢어진 그녀의 블라우스에 피가 묻어 있었다. 그리고는 더 이상의 기억은 희미했다. 사람들이 그들에게 달려왔고, 앰블런스가 소리내어 뒷뜰로 다가왔다.
하지만 포샤에게 분명한 건 그 모든 게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자신이 그 저녁을 요리하지 않았다면. 만약 자신이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을 위한 저녁을 차렸더라면. 만약 그녀가 할머니를 밖으로 못나가게 막았더라면. 만약 그녀가 '알게 되는' 재주를 갖고 있지 않았더라면...
하지만 만약이라는 건 아무 것도 바꾸지 못했다.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그건 모두 포샤가 이해하지도 못하고 만든 요리 때문인 것 같았다. 그녀는 땅위에 서서 'The Glass Kitchen'을 뒤로 한 채 맹세했다. 다시는 요리를 하지 않겠노라고. 한달 후 그녀는 로버트와 결혼을 하고, 이전의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지우고, 완벽한 텍사스 정치인의 아내가 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그녀는 '알게 되는' 것을 덮어버리고 로버트가 원하는 '정상인'이 되었다. 아니 정상인이 되도록 온 힘을 다해 노력했고, 그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
그리고 3년 후, 어느 날 아침, 그녀는 이모 할머니가 남겨준 뉴욕의 아파트에서 차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깼다. 로버트와 이혼 후 한달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지난 3년 동안 그녀는 음식에 대한 비젼을 통해 '알게 되는' 문을 걸어 잠근 채 정상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녀에게 정상이라는 것은 순진한 건 고사하고, 어리석다는 걸 의미했다. 왜냐하면 정상인 그녀는 남편이 더 이상 그녀를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그가 그녀를 원한 건 그저 유권자들에게 그럴 듯하게 보이기 위해서였을 뿐이라는 걸 알아채지 못했으며, 그가 집으로 돌아와 이혼을 원한다고 말한 후 그녀를 내보내기 위해 그토록 냉정해질 수 있다는 걸 몰랐기 때문이었다.
로버트의 정치적인 입지가 굳건해진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다른 데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소문이 무성했지만, 물론 그녀는 언제나 그 소문을 가장 늦게 들었다. 하지만 이혼장이 그녀의 눈앞에 오기 전까지 그녀가 듣지 못한 것은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가 그의 아이를 임신해서 그가 그토록 빨리 이혼을 원했다는 사실이었다.
놀랍도록 빠른 이혼 후, 그녀는 절망감과 배신감 때문에 재빨리 싼 옷가방 두개와 던져버리다시피 했던 할머니의 요리책을 갖고 텍사스를 떠나 뉴욕으로 날아왔다. 이모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집을 세 층으로 분리하여 세를 놓고 있었는데, 이모 할머니 사망 후, 위의 두 층은 코딜리아와 올리비아가, 그리고 나머지 1층은 포샤의 몫이 되었다. 두 언니들은 각각 자신들의 몫의 층을 팔았지만 포샤는 그러지 않았다. 이혼 전 로버트도 포샤의 것을 팔으라고 했지만, 그녀는 사인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 점에 대해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로버트와 그의 새 아내가 그녀의 세상을 침범하는 걸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텍사스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뉴욕은 텍사스 보다 추웠다. 특히 오래된 타운하우스의 화장실 문은 밖의 차가운 기온을 완벽히 차단하지 못했다. 그날 아침도 일년 전보다 변한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낡은 수도꼭지를 돌려 차가운 물을 얼굴에 끼얹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녀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케잌의 이미지들이 그녀의 머리 속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쵸콜렛 층 사이에 두꺼운 버터크림이 빙 돌려진 것이었다. 음식의 이미지가 그녀를 사로잡은 건 3년만이었다. 그녀는 그것들이 실재라는 걸, 아니 그녀가 '알게 되는 것'이 다시 돌아오도록 허락한다면 실재가 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은 지금은 정상이었다. '알게 되는 것'은 과거의 일이었다. 지난 3년 동안 빵 조각을 굽는 것 외에 요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느낌은 그녀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그녀는 '알게 되는 것'이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알았다. 마치 그녀가 대충 꿰맞추었던 정상이라는 것을 하나도 남김없이 도려내기 위해 뉴욕으로 왔다는 듯.
케잌의 이미지는 그녀를 빙빙 돌았다. 그녀는 케잌을 구워야 했다. 이미지들은 요리책에 나와 있는 사진들처럼 선명해서, 마치 그것을 맛본 것 같았다. 그것은 단층짜리 쵸콜렛 케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케잌을 굽고 싶은 마음을 억누리기 위해 힘들게 싸웠다. 점점 더 힘들게 싸우고 있는데, 또 다른 느낌이 그녀를 덮쳤다. 그것은 그저 케잌을 굽는 것만이 아니었다. 덩어리 고기도 오븐에 넣고 구울 필요가 있었다.
그녀는 이모 할머니의 낡아서 올이 다 드러난 타월로 얼굴을 닦으며 요리를 하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지난 3년 동안 완벽한 아내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할머니의 식당 'The Glass Kitchen'도 문을 닫고 건설업자에게 팔아 돈은 두 언니들과 나눴다. 그녀는 어떤 경우에서건 남편의 편이었다. 그래서 할머니의 식당을 판 그녀의 몫은 그의 밑으로 들어갔다. 이제, 그녀는 혼전합의서와, 이혼 시 로버트의 보잘 것 없는 위자료로 인해 수중에 거의 몇푼 남아 있지 않았다. 거대한 성찬을 차리기 위해선 돈을 지출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그녀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꽃다발이 필요하다는 또 다른 강력한 떨림이 왔다.
'알게 되는' 감각은 수도꼭지에서 물이 고르지 않게 흘러나오듯 그렇게 간헐적으로 그녀에게 다가왔고, 그녀는 더 이상 벗어날 수 없어 청바지에 커다란 스웨터를 입고 이모 할머니의 벽장에서 꽃무늬 운동화를 꺼냈다. 그녀는 더 이상 미세스 로버트 발로가 아닌, 포샤 쿠스카트로 다시 돌아왔다.
포샤는 아직 풀지 않은 가방을 뒤져 할머니의 요리책을 꺼냈다. 그것은 손으로 써서 만든 책으로, '알게 되는' 느낌이 대물림되듯 그것 역시 그랬다. 하지만 포샤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그것을 발견했다. 요리책의 가장자리에는 각 세대 쿠스카트 여자들의 레시피와 함께 새롭게 알게된 지혜들이 적혀 있었다.
요리책을 다 훑어보고 나서 그녀는 서둘러 아파트를 나섰다. 시원한 아침 공기가 안심하라는 듯 그녀에게 다가왔다. 신발을 손에 든 채 잠깐 동안 그렇게 서서 몇 차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운동화를 신기 위해 앉았다. 그리고 막 신발끈을 다 묶었을 때, 낯선 남자를 보게 되고, 그 순간 그녀는 심한 어지럼증을 느꼈다. 잠시 후 그와 인사를 나누다가 그녀는 그의 이름은 가브리엘 캐인 (Gabriel Kane)이며, 그가 타운하우스 일부를 산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포샤가 머물고 있는 1층까지 사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녀는 자신이 마음을 바꿨다는 걸 그 남자에게 어떻게 통보를 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이었다. 그는 이미 그곳에 들어와 다른 층에서 살고 있었다.
포샤는 혹시 오늘 자신이 요리해야 하는 음식들이 그 사람을 위한 것인가 잠시 생각했지만, 그를 보며 떠오른 음식은 전혀 다른 이미지였다. 그와 헤어져 마켓에 들러 꽃을 사다가 그녀는 자신이 누군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요리를 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고, 그렇다면 그 누군가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는 깨달음이 왔다.
하지만 그 좋지 않은 일을 당한 사람이 누구이며, 그 일은 무슨 일인지 알 길이 없어 당혹스러웠다. 그녀는 그 일을 알게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 그게 너무 싫었다. 차라리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가 더 나았다. 문득 다시 할머니가 번개를 맞고 돌아가셨을 때가 떠올랐다. 만약 자신에게 한 사람만을 위한 식탁을 차려야 한다는 깨달음이 오지 않아서 그것을 차리지 않았더라면 할머니는 돌아가시지 않았을텐데. 이 생각은 그후부터 지금까지 그녀를 괴롭혔다.
요리 재료와 꽃을 사서 아파트로 돌아온 후 이모 할머니의 낡은 TV를 켰는데,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뉴스의 내용은 큰언니 코딜리아의 남편인 제임스 (James)가 근무하는 투자회사가 무분별한 거래로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었고, 만약 범법 행위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연루된 사람은 감옥행이라는 소식이었다. 제임스는 10년 전 그곳에서 일을 시작한 이래로 떠오르는 스타였고, 그 거대한 회사에서 가장 성공한 젊은 뱅커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잠시 후 올리비아가 포샤의 아파트로 와 코딜리아의 상황을 얘기하다가 포샤가 준비해놓은 음식을 보며 놀라는 것 같았다. 사실 그녀는 '알게 되는 것'에 대해 별로 크게 관심을 두진 않았었다. 뒤이어 코딜리아가 들어와 얘기를 나누면서 포샤는 그날 저녁 그녀들이 모인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돌아가시기 전, 엄마는 딸들에게 혹시 서로 다퉈서 사이가 안좋아도, 어느 누군가가 힘든 일을 겪고 있으면 반드시 함께 모여서 위로를 해줘야 한다는 다짐을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포샤가 준비한 테이블은 네 사람을 위한 것이었고, 세 사람 모두 나머지 한 사람은 누구인지 궁금했다.
그들은 포샤의 앞날에 대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코딜리아가 요리를 하라고 권하자 포샤는 자신은 절대로 요리를 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말한다. 잠시 후 코딜리아가 화장실을 간다며 부엌에서 나가고, 포샤가 사용하지 않은 식기들을 막 치우려고 하는데, 코딜리아가 넌 누구니? 하고 묻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들은 아파트 문 앞에 서 있는 한 어린 여자 아이를 발견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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