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aris Bookshop

By

Nina George

Translated from the French by Simon Pare

파리의 몬태그나드 (Montangnard) 27번 가에 위치한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 퍼듀 (Monsieur Perdu)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는 세느강 위에 정박된 배에서 책을 팔고 있는데, 그는 그것에다 'Literary Apothecary (문학 약제상)'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가 붙인 이름에 걸맞게, 그는 고객들에게 때론 작가가 그들에게 맞지 않다며 충고를 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책을 팔지 않기도 한다. 그는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나 슬픈 일이 있을 때나 책이 좋은 선물이 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어느 날, 아파트로 들어오는데, 1층에서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주인인 마담 버나드 (Madame Bernard)와 관리원인 마담 로잘렛(Madame Rosalette)이 그를 붙잡고 양면 공격을 해대듯 양쪽에서 번갈아가며 얘기를 쏟아냈다. 그는 그들의 얘기가 도대체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다른 사람들의 가십에 대한 건 하나도 관심이 없었다. 그녀들은 남편에게 한푼도 없이 버림받은 부인에 대해서 얘기 중이었는데, 마담 버나드는 그 부인이 퍼듀가 묶고 있는 4층에 함께 기거하게 되었다고 했고,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으므로 무엇이든 그녀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도네이션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좋은 책 이야기를 하려고 하자 마담 버나드는 책 같은 것 보다는 좀 더 실용적인 것, 말하자면 식탁 같은 것이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다. 그는 책이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쨋든 자신에게 식탁이 하나 있으니 그걸 주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온 퍼듀는 복도에 있는 책꽂이를 바라보았다. 그 뒤에는 그가 21년 동안 들어가지 않았던 방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식탁이 그 방에 있었다. 그는 책꽂이 선반에서 책을 하나씩 꺼내어 옆에 쌓다가 『시계가 13번을 치면』(When the Clock Struck Thirteen)이라는 책을 보면서, 만약 어떤 징조를 믿는다면 그것이 표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선반의 바닥을 주먹으로 쳐서 느슨하게 만든 다음 뒤로 물러났다. 겹겹이 쌓여 있는 단어들의 벽 뒤에 그 방의 문이 있었다.

그는 그냥 간단하게 식탁을 하나 살 수도 있었는데, 하고 생각했다. 그저 책들 위의 먼지나 제거해서 다시 꽂아놓고 지난 20여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식탁을 하나 사서 전해주면 될텐데. 다시 또 20년이 지나면 그는 70살이 될 것이고, 거기서부터 나머지 인생을 통과할 지는 모르겠다. 예상보다 일찍 죽을지도 모르니까.

겁쟁이.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떨리는 손으로 방문의 손잡이를 꽉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는 그것을 부드럽게 안쪽으로 밀고 시선을 고정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달빛과 메마른 공기뿐이었다. 그는 코로 숨을 쉬면서 그것을 분석해 보았지만,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의 냄새는 사라지고 없었다. 21번의 여름을 지나오면서 그는 열려 있는 맨홀 주변을 거닐듯 '━'에 대한 생각을 능숙하게 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이제 그녀를 이름이나 다른 어떤 형체가 아닌 '━'로 생각하고 표현했다. 복잡한 생각들 사이의 잠시 쉼, 혹은 과거의 그림들 속에 들어 있는 공백, 혹은 그의 감정들 사이의 검은 얼룩처럼. 그는 모든 종류의 갭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방은 너무나 고요했다. 라벤더 블루 색상의 벽지에도 불구하고 창백해 보였다. 닫힌 문 뒤에서 흘러갔던 세월은 벽에서 색깔을 쥐어짜 내버린 모양이었다. 복도에서 들어오는 불빛은 희미했고 그림자를 만들었다. 방안에는 식당 의자, 식탁, 20년전 발렌솔 (Valensole) 고원에서 몰래 가져온 라벤더가 꽂힌 꽃병, 그리고 이제 의자에 앉아 팔로 자신을 감싸고 있는 51살 먹은 남자가 있었다.

그곳에는 한때 커튼이 있었고, 저쪽에는 그림들과 꽃 그리고 책들이 있었으며, 소파에서 잠을 자던 캐스터 (Caster)라는 고양이도 있었다. 촛대와 속삭임, 와인이 가득 담긴 와인잔, 그리고 음악도 있었다. 벽에 비치던 춤추던 그림자, 한 사람은 키가 컸고, 다른 한 사람은 몹시 아름다웠다. 그 방에는 사랑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직 그 혼자다.

그는 주먹을 쥐고 따가운 눈을 지긋이 눌렀다. 그는 눈물이 터지려는 걸 참으려 침을 삼키고 또 삼켰다. 목이 너무 아파 숨을 쉴 수가 없었고 그의 등은 열기와 고통으로 반짝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침을 삼키는 게 조금 수월해지자 그는 일어서서 여닫이창을 열었다. 뒤쪽 정원에서 향기가 바람을 타고 들어왔다. 하지만 그는 그 냄새들이 그를 침범하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뭔가를 갈망하는 감정이 일어나게 만드는 것들, 향기라든지 멜로디, 혹은 사물의 아름다움 같은 것들을 무시하는 데 너무나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텅 빈 부엌 옆의 저장실에서 비누와 물을 가져와 식탁을 닦기 시작했다. 그는 그 식탁에 앉아 있던 자신의 희미한 모습을 지우려 애썼다. 물론 '━'와 함께였던. 그는 그것을 씻고 문지르며 그의 모든 사랑과 꿈, 그리고 그의 과거가 묻혀 있던 그 방의 문을 연 것이 이제와 무슨 의미인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 무시하고 있었다. 기억은 늑대와 같다. 그것들을 가두고 당신을 혼자 내버려두게 해주기를 바랄 수 없는.

그가 힘들게 식탁을 복도 반대편 아파트로 옮기고 막 노크를 하려던 바로 그때 슬픈 소리가 들렸다. 쿠션으로 막고 우는 듯한 억제된 흐느낌이었다. 초록색 문 뒤에서 누군가가 울고 있었다. 여자였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을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는 듯 울고 있었다.

울고 있는 주인공은 마담 캐더린 (Catherine)으로, 어느 목요일 저녁, 그녀는 자신이 PR을 맡고 있던 남편의 아트 에이전시에서 늦게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더 이상 그녀가 갖고 있던 열쇠로 문을 열 수가 없었다. 계단 위에는 짐가방이 놓여져 있었는데, 그 위에는 이혼장이 놓여져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오래된 가구와 새 여자를 데리고 모르는 주소로 이사를 가버렸다. 그녀 수중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고, 오로지 결혼할 때 가져왔던 옷가지들뿐이었다. 그녀는 지금까지의 그들의 사랑이 이별 후에 제대로 대접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과 그녀의 남편을 아주 잘 알고 있으므로 그가 더 이상 그녀를 놀라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깨달았다.

조금 전에 마담 버나드는 퍼듀에게 마담 캐더린의 남편이 누구인지 알고 있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파리의 가십란은 읽지 않았다. 그녀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마담 버나드는 파이프에 불을 붙이기 위해 볼을 부풀리는 사이 사이에 그것이 여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라고 거만하게 말했다. 여자들은 남편들이 떠난 후에야 비로서 그들에 대해 진짜로 알게 된다고 하면서.

퍼듀는 아직 자신의 인생에서 차갑게 내쳐진 그 여자를 보지 못했다. 그랬는데, 이제 손이나 수건으로 필사적으로 가릴려고 애를 쓰는 그녀의 외로운 흐느낌을 듣게 된 것이다. 그의 존재를 알리고 그녀를 당황하게 해야 하는가? 잠시 망설이다가 그는 꽃병과 의자를 먼저 가져오기로 결정했다.

그는 발끝으로 살금살금 그의 아파트와 그녀의 집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물론 이 낡은 아파트가 얼마나 사악한지는 잘 알고 있었다. 마루바닥은 끽끽 소리가 났으며, 벽은 배관을 가리기 위해 좀 더 최근에 더해진 것인데 훨씬 더 얇아서 마치 확성기같은 역할을 했다. 그래서 그는 옆집에 사는 부부가 싸우는 소리, 또 다른 이웃의 전동 휠체어 끄는 소리, 또 다른 집에서 요리하는 소리 등등을 다 들을 수 있었다. 또한 그는 매주 일요일 마담 보메 (Bomme)와 과부 클럽의 여자들이 그가 그녀들의 고리타분한 가족들 뒤로 몰래 넣어주는 음란 서적들을 읽으며 아이들처럼 낄낄거리는 소리도 들었다. 몬태그나드 27번가 하우스에서 들려오는 이런 삶의 단편들은 퍼듀의 고요한 섬 해변에 철썩거리는 바다와 같았다.

그는 그 소리들을 20년이 넘게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그의 이웃들을 아주 잘 알고 있어서 때로 그의 이웃들이 그에 대해서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알게 될 때면 놀라곤 했다. 물론 그는 그 점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았다. 그들은 그가 침대, 의자 그리고 옷걸이를 제외하고 가구라고 할만한 것뿐만 아니라 장식품, 음악, 그림 또는 사진 앨범이나 세 점 한벌짜리 소파 세트, 그릇 등등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또 그가 자유 의지로 그런 단순함을 선택했다는 것 역시.

그의 아파트의 텅 빈 두 방은 그가 기침을 하면 울렸다. 그는 '━'이 떠난 후 한 동안 술을 마시고 갖고 있는 가구나 그림 등 모든 걸 다 때려 부셔버렸다. 그의 집은 말 그대로 초토화된 쓰레기장이었다. 그후로 거실에 있는 유일한 물건은 마루에 펼쳐져 있는 직소 퍼즐 (jigsaw puzzle)이었고, 침실에는 침대 하나, 다리미대, 독서등 하나 그리고 세 벌의 똑같은 셋트의 옷, 즉 회색 바지와 흰 셔츠, 갈색 브이넥 스웨터가 걸려 있는 바퀴달린 옷걸이 하나뿐이었다. 부엌에는 스토브 위에 놓고 끓이는 커피 주전자와 커피통 그리고 음식이 채워져 있는 캐비넷이 있었다. 그것들은 알파벳 순서대로 정렬되어 있었다. 물론 아무도 그것을 보진 못했지만.

그는 몬태그나드 27번가에 사는 사람들에게 이상하리만치 애정이 있었다. 그는 그들이 잘 지내는 걸 알면 설명할 수 없이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잘난 체 하지 않고 기부를 하였고 그들을 도울 수 있도록 애를 썼다. 책이 바로 그 도움의 수단이었다. 그런 일이 아니면 그는 그저 조용히 뒤에 머물러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퍼듀가 부엌 테이블 옆에 의자를 내려놓고 위에다 꽃병을 내려놓자 울음소리가 그쳤다. 그는 안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내지 않고 걸으려고 애쓰며 내는 마루의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초록색 문에 있는 뿌연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 보며 문을 살짝 두번 두드렸다.

한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흐릿한, 흰 계란형의 얼굴이었다. 그 사람이 조용히 '네?' 하고 속삭이듯 물었다. 그가 '당신을 위해 의자와 식탁을 가져 왔다'고 하자 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부드럽게 말해야 한다고, 그녀는 너무 많이 울어서 아마도 몸이 메말라 버렸을 거라고 그래서 자신이 크게 말하면 산산히 부서져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꽃을 꽂기 위한 꽃병 역시 가져왔다고, 붉은 꽃을 꽂아 두면 흰색 식탁과 잘 어울릴 거라고 말했다. 그는 얼굴을 거의 유리에 바싹 갖다 대고 책도 줄 수 있다고 속삭였다. 그러자 그 얼굴이 속삭였다. 어떤 종류의 책이냐고. 그는 위로가 되는 책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자신이 좀 더 울어야겠다고, 그렇지 않으면 눈물에 잠겨 버릴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이해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물론이라고, 때론 눈물을 흘리지 않고 안에 담아 두면 그 눈물 속에서 헤엄치다가 가라앉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도 눈물 바다의 바닥에서 헤엄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울 수 있는 책을 가져다 주겠다고 말했다.

그녀가 언제 가져다 줄 거냐고 물었다. 그는 내일이라며, 울기 전 뭔가를 먹고 마실 것을 약속하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무슨 권리로 그렇게 말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마 둘 사이에 문이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문의 유리가 그녀의 입김으로 부옇게 되었다. 그녀가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러겠다고.

복도의 불이 다시 밝혀지자 그 얼굴이 뒤로 물러났다. 퍼듀는 일초 전에 그녀의 얼굴이 있던 유리에 잠깐 그의 손을 갖다 댔다. 그는 만약 그녀가 서랍장이나 감자깎는 칼 등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들을 사서 자신이 갖고 있던 것들이라고 말하리라 생각했다.

그는 텅 빈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와 걸쇠를 걸었다. 책장 뒤에 있는 방으로 통하는 문이 아직 열려 있었다. 그가 그곳에 오래 머물수록 1992년의 여름이 바닥에서 솟아 올라 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고양이가 부드럽고 벨벳같은 발을 딛고 소파에서 뛰어 내려와 몸을 쭉 뻗었다. 햇살이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등을 어루만졌고, 그 등이 뒤로 돌자 '━'이 되었다. 그녀는 퍼듀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책을 읽던 자세에서 일어나 발가벗은 채 한 손에 책을 들고 그에게로 걸어왔다. 그녀는 마침내 준비가 됐느냐고 물었다. 퍼듀는 'no'라고 말하며 문을 꽝 닫아버렸다.

다음 날 아침, 퍼듀는 자신의 서점에서 역시 'no'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고객 한 사람이 퍼듀의 3층 이웃이 쓴 책을 사겠다고 했는데, 그가 말리고 있는 중이었다. 3층에 사는 맥시밀리언 조단 (Maximilian Jordan)은 데뷰 소설이 엄청난 성공을 거둔 젊은 유명 작가로, 특별히 제작된 귀를 다 덮는 귀마개를 하고, 겨울에는 울 모자를 쓰고 다녔다. 그는 팬을 피해 퍼듀가 사는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고객은 도대체 자신이 원하는 책을 팔지 않겠다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그는 그것이 그녀에게 맞지 않는 책이라고, 그 작가는 그녀의 타입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은 책을 사러 왔지 신랑감을 구하기 위해 당신의 배로 온 게 아니라고 말했다. 퍼듀는 장기적으로는 당신이 무얼 읽느냐가 결혼 상대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옆눈으로 그를 째려보았다.

그는 그녀가 남자 때문에 상처입었다는 걸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다른 책을 권유하며 그녀 자신을 위해 그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밤의 영향 때문인지 그는 필요 이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 고객은 화를 내며 나갔지만 그는 그녀의 어깨를 보면서 그녀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그는 그녀가 이미 상처를 받았는데,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느냐며, 꼭 아픈 곳에 소금을 뿌려 문질렀어야 하는 거냐며 자책했다.

대체적으로 그는 고객들의 바램, 모욕 혹은 괴벽 등에 크게 영향을 받진 않았다. 그는 고객을 세 부류로 나눴는데, 첫째 부류는 그들의 숨막히는 매일의 삶 속에서 책이 유일하게 신선한 공기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그가 제일 선호하는 고객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으며, 때론 자신들의 취약성을 그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예를 들어, 어떤 고객은 자신이 고소공포증이 있으니 산, 엘리베이터 혹은 그런 곳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 등이 들어 있는 소설들은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으며, 어떤 사람들은 퍼듀에게 동요를 들려주며, 그가 자신들을 기억하고 어린시절 멜로디가 들어 있는 책을 주기를 원하기도 했다. 물론 대개 그는 그 노래들과 잘맞는 책을 알고 있었다. 그도 그 노래를 아주 많이 부를 때가 있었으므로.

두번째 부류는 서점의 이름에 매혹되어 샹젤리제 (Champs-Elysees) 항에 정박되어 있는 원래 이름이 룰루 (Lulu)인 그의 배에 올라오는 고객들이었다. 그들은 와서 익살스러운 엽서나 갈색 약병에 들어 있는 미니어처 책들을 사거나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세번째 부류의 사람들에 비하면 완전히 즐거움을 주는 사람들이었다. 세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자신들을 왕이라고 생각하지만, 불행히도 왕족으로서의 매너는 한참 부족한 사람들이었다. 인사말도 없이, 또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감자 튀김을 먹던 기름진 손으로 모든 책들을 만지면서, 비난하는 말투로 '시가 적혀 있는 밴드 에이드 없느냐, 범죄 시리즈 화장실 휴지는 없느냐, 혹은 공기로 부풀리게 되어 있는 여행용 베개를 갖다 놓는 게 어떠냐, 책 약국에 도움이 되는 물품인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그의 엄마도 그에게 소독 알코올과 나이든 여자들이 앉아서 책을 읽을 때 다리가 붓는 것을 방지해주는 압박 스타킹을 파는 게 어떻겠느냐고 강력히 권유했고, 어떤 날들은 책 보다 압박 붕대를 더 많이 판 적도 있었다.

그의 생각이 다시 맥스의 책을 원했던 여자에게로 미쳤다. 퍼듀가 보기에 맥스의 책 『밤』(Night)은 그들의 특성을 두려워하고, 사랑에 증오와 냉소적인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남자들로 가득찬 소설이었다. 그것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한 청년에 의한 자신의 정신 생활을 정사하려는 필사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책을 읽는 수백만의 여성들은 남자들이 왜 그들에게 그토록 잔인한지 알게 될 뿐이었다. 왜 그들이 자물쇠를 바꿔버리고, 그저 편지 하나로 그들을 버리고, 그들의 가장 친한 친구들과 자는지를. 그들은 사랑이라는 위대한 독재자에게 '봐, 너는 날 붙잡지 못해, 난 절대로 아니야.'라고 말하며 조롱하고 있었다.

맥스 조단은 7주전 이사왔는데, 3층의 골든버그 (Goldenberg) 가족의 맞은 편 집이었다. 그는 아직 연애 편지, 전화 그리고 일생의 서약 등을 하려는 팬들에게 발각되지 않았다. 심지어 [『밤』위키포럼]까지 있었다. 거기서 그들은 소식을 교환하고, 그의 알려지지 않은 전 여자친구들에 대한 관점, 그의 기이한 습관과 그가 거주할 만하다고 생각되는 주소 (파리, 앤티베스, 런던)를 주고받았다.

그의 서점에는 『밤』에 중독된 사람들도 왔다. 그들은 귀마개를 하고 와서 퍼듀에게 그들의 아이돌이 책 읽어주는 시간을 마련해 달라고 애원했다. 퍼듀가 그것을 그의 이웃에게 제안하자 21살의 그 청년은 몹시 창백해졌다. 무대공포증인 것 같았다.

퍼듀에게 조단은 도피중인 젊은이었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문인이라고 선포된 아이였으며, 분명, 다수에게는 남자들의 정서적 혼란에 대한 내부고발자였다. 웹 상에는 증오 포럼도 있었는데, 거기에는 조단의 소설을 찢고 있는 익명의 포스터가 게시되기도 했고, 조롱거리를 만들거나 작가에게 그의 소설 속의 절망적인 인물이 그가 결코 사랑에 숙달될 수 없을 거라는 것을 알게 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충고하는 글도 있었다. 그것은 코르시카 (Corsica)의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 내리라는 것이었다.

『밤』에 관해 가장 매력적인 점들은 남성의 취약점들에 대한 작가의 묘사였다. 퍼듀는 조단의 대담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소설은 그에게 국그릇의 가장 자리 위로 흘러 넘치는 가스파초 (gazpacho: 토마토, 피망, 오이 등을 넣고 만들어 차게 먹는 스페인 스프) 같았고, 그것을 쓴 사람은 그저 정서적으로 무방비하고 보호받지 못한 사람, 퍼듀의 네거티브에 대한 포지티브 프린트 같은 사람이었다.

한편, 퍼듀는 이후에도 17년 전에 출판된 책을 최근의 것으로 생각하며 찾는 영국인, 7살짜리 딸이 21살 되기 전까지 모든 책을 다 읽고 싶다고 하는데, 그게 정상이냐고 묻는 초등학교 여교사와 요양원으로 가겠다며 서점 밖 강둑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녀의 어머니 등을 상대했다. 그는 그 나이든 여인과의 얘기 중 그의 배 위의 서점에 지금의 이름을 붙인 이유를 설명했다. 그들이 떠나는 뒷 모습을 보면서 퍼듀는 사람들은 서적상들을 그저 책만을 건사하는 사람들이라고 오해하지만, 그들은 사람을 돌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한바탕 사람들의 행렬이 지나가고 난 후 제방 길을 빗질을 하다가 그가 각각 카프카 (Kafka)와 린드그렌 (Lindgren)이라고 이름붙인 고양이들이 제방을 따라 심어져 있는 나무 아래에 있다가 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그에게 다가와 그의 큰발을 두려워하지 않고 바지에 몸을 문질렀다. 퍼듀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있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는 경계를 늦추었다. 그리고는 고양이들의 따스함과 부드러움을 만끽했다. 잠깐 동안 그는 자신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위로감이 그의 종아리에 전해졌다. 이들의 애정 표현에 가까운 이 행위가 퍼듀의 일상생활에서의 유일한 신체적 접촉이었다. 그가 유일하게 허락한.

그런데 이 귀중한 휴식의 방해꾼이 있었다. 퍼듀가 배열해놓은 책꽂이 중의 하나 뒤에서 누군가가 미친듯이 기침을 했던 것이다. 그는 바로 맥스 조단이었다. 퍼듀가 얼마나 오랫동안 거기에 있었느냐고 묻자 조단은 퍼듀가 자신의 책을 사려던 숙녀에게 그것을 팔지 않겠다고 할 때부터 있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책이 그토록 별로냐고 물었다. 퍼듀가 조단 씨라고 하며 얘기를 하려 하자 조단은 자신을 맥스라고 부르라고 했다. 퍼듀는 순간 그러면 맥스 역시 자신을 그냥 이름을 부르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냐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던 사람은 쵸콜렛처럼 달콤한 목소리를 가진 '━'이었다. 그래서 그는 조단 씨라고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 책을 팔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자신은 책을 약처럼 파는 사람이며, 어떤 책들은 백만 명에게 맞는 책이 있고, 어떤 책들은 백 명에게만 맞는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로지 한 사람 만을 위해서 쓰여진 책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맥스는 놀라며 그 오랜 시간을 작업한 것이 오직 한 사람을 위한 것이라구요, 라며 놀랬다. 퍼듀는 만약 그 책이 그 사람의 목숨을 구했으면 그런 거라고 말했다. 아까 그 고객은 지금 상황에서 당신의 책이 필요치 않다고, 그것에 대처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부작용이 꽤 심할 거라고 말했다.

맥스는 퍼듀에게 어떤 사람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부작용들은 무엇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다. 퍼듀는 자신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생각했다. 그는 그의 귀와 눈, 그리고 그의 본능을 이용했다. 단순한 대화만으로도 그는 각 영혼이 무엇이 결핍되었는지 식별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그는 몸짓, 즉 움직임과 제스처를 읽고 무엇이 부담인지, 무엇이 그것을 억누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중요한 것은,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들을 감추려는 행동을 보이는데, 그는 바로 그들의 그런 위장 (disguise)을 통해서 보고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으며, 그의 아버지는 그것을 초월적 통찰력 (transperception)이라고 불렀다. 그것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내보이지 않게 위장을 하지만 그 뒷면에 있는 그들이 걱정하는 것, 꿈꾸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결핍된 것 등등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이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재주가 있는데, 그의 재주는 바로 그 초월적 통찰력이었다. 그의 이런 능력은 엘리제 궁 근처에서 정신과 병원을 하고 있는 의사 랜슨 (Lanson)도 인정했다.

퍼듀는 다시 맥스에게 책은 의사와 약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고 말했다. 진단을 내리기도 하면서 치료제를 제공하기도 하는. 적절한 병에 옳바른 소설을 처방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자신이 책을 파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또한 책은 때론 의사들 보다 나은데, 어떤 책들은 일생의 벗이 되기도 하며, 어떤 것들은 귓방망이를 한대 맞은 것 같기도 하다는 것, 또 어떤 것들은 가을을 타는 당신에게 따뜻한 타월로 감싸주는 친구 같기도 하고, 어떤 것은 단 3초 동안 당신의 뇌를 강하게 자극하며 행복에 겨운 공허함을 남기는 분홍색 솜사탕 같은 것들, 말하자면 짧고 강렬한 연애 같은 것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맥스는 그럼 자신의 책이 문학계의 하룻밤의 섹스 상대 같은 것이냐고 물었다. 퍼듀는 아니라고, 책은 사람들 같고, 사람들 역시 책과 같다고 말했다. 자신은 책을 대할 때 스스로에게 묻는다고 말했다. 그 혹은 그녀가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인가? 그녀의 모티브는 무엇인가? 혹은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조연인가? 그녀는 남편, 경력, 아이들 혹은 직업 등에 그녀의 전체 텍스트를 할애하느라 자신에 관한 것을 편집하고 있는 중인가?

그의 이야기를 들은 맥스 조단의 눈이 커졌다. 퍼듀는 계속해서 말했다. 자신의 머리 속에는 삼만권의 책이 들어 있는데, 물론 그것은 프랑스에서만 살 수 있는 책이 백만권인데 비해 터무니 없이 작은 숫자이다, 그는 지금 이곳에 구급약 상자로서 가장 유용한 팔천권의 책이 있지만, 또한 치료 과정들을 엮고 있다, 그는 문자로된 약을 준비하고 있다, 말하자면 훌륭한 일요일 가족용 레시피를 가진 요리책 같은 것 말이다, 주인공이 독자와 닮은 소설, 삼키면 독이 되는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시집 등.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명치를 가리키며 자신은 그것을 듣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의 뒷머리를 긁으며 그것도 듣고, 그의 인중을 가리키며, 만약 여기가 씰룩거리면...이라고 말하자 맥스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퍼듀는 99.99%의 사람들에 대해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퍼듀가 초월적 통찰력을 발휘할 수 없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그 자신이었다. 그가 조단과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위험스러운 생각이 그의 마음 속에 들어왔다. 그것은 그가 사내 아이를 갖고 싶어 한 적이 있었다는 것. '━'와. 그녀와 함께 모든 것을 갖고 싶었었다. 순간, 퍼듀는 거칠게 숨을 쉬었다. 잠겨 있던 그 방의 문을 열고 난 후부터 뭔가가 어긋났다. 그를 감싸고 있던 방탄 유리에 여러 개의 실금이 그어졌고, 만약 자신을 추스리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산산조각이 날 것 같았다.

맥스는 자신이 퍼듀를 공격하고자 의도했던 건 아니라고 말하며, 자신은 그저 그가 사람들에게 '그것을 당신에게 팔지 않겠다, 그것은 당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고 말하면 그들의 반응은 어떤지 알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퍼듀는 사람들이 그냥 걸어 나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맥스에게 다음 원고는 언제쯤 나오는 거냐고 물었다.

맥스는 의자 깊숙히 푹 앉더니 한줄도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원고를 넘긴 건 6개월 전이며 그 후에는 단 한줄도 쓰지 못했다고. 퍼듀가 출판사에서 가만 있느냐고 묻자, 맥스는 자신의 출판사에서는 그가 어디 있는지 모르며, 다른 사람 아무도 모른다고, 아무도 알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대처할 능력이 없으며, 더 이상 글을 쓸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퍼듀에게 아무 것도 시작할 수 없을 때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퍼듀는 자신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는 지칠 때까지 밤새 내내 파리 시내를 걷기도 했고, 지난 20년 동안 한번도 운항해 본 적이 없는 룰루의 엔진을 마지막 나사 하나까지 깨끗하게 닦고 손질해서 항상 나갈 준비를 해놓았으며, 스무 권의 책을 각각 화장실에서, 부엌에서, 카페에서 지하철에서 등등 한번에 읽기도 했다. 거실 바닥에 놓여 있는 직소 퍼즐을 완성하면 엎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고, 길고양이들 밥을 주었으며, 부엌 선반에 시장봐온 물품들을 알파벳 순서대로 진열해 놓기도 했다. 때론 수면제를 먹기도 했고, 잠에서 깨기 위해 릴케 (Rilke)의 시를 읽기도 했다. 그는 '━'같은 여자들이 불쑥 튀어나오는 책들은 읽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차츰 돌처럼 무뎌졌다. 날마다 똑같았다. 그것이 그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퍼듀는 알고 있었다. 그 소년은 그가 어떻게 하는지를 묻고 있는 게 아니라 도움을 청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그것을 주기로 했다. 그는 카운터 뒤에 있는 작고 오래된 금고로 가 아끼는 책을 한권 꺼내왔다. 그것은 새너리 (Sanary)의 『남극광』(Southern Lights)라는 책이었다. 그것은 새너리라는 이름으로 씌여진 유일무이한 책이었다. 새너리는 프로방스 (Provence)의 남해안에 있는 새너리 서머 (Sanary-sur-Mer)라는 도피 작가들을 위한 이전의 은둔 도시명에서 나온 것으로 불가해한 필명이었다. '새너리'가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알 수 없었다. 책의 출판 담당인이었던 듀프레 (Dupres)는 퍼듀가 찾아 갔을 때 알츠하이머였으며 양로원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는 퍼듀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 새너리가 누구인지 자신이 어떻게 그 원고를 손에 넣게 되었는지 24번 정도 말을 바꿨다. 그래서 퍼듀는 아직도 찾고 있는 중이었다.

20년 동안 퍼듀는 다른 작가들의 문체와 주제와 비교해서, 새너리의 언어 리듬, 단어의 선택, 문장의 마침 등을 분석했고, 11명의 가능한 작가들로 압축했다. 7명의 여성과 4명의 남성이었다. 그는 그들 중 한명에게 감사했다. 왜냐하면 새너리의 『남극광』은 상처를 주지않고 그를 뚫고 들어온 유일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읽는다는 것은 행복의 동종요법 치료제였다. 퍼듀의 고통을 없애주는 유일한 연고였고, 그의 초토화된 영혼 위를 흐르는 부드럽고 시원한 개울이었다. 그것은 일반적인 소설이 아닌, 다양한 사랑의 유형에 관한 단편이었는데, 아름다운 새로운 단어들로 가득차 있었고, 어마어마한 인류애로 무장하고 있었다.

퍼듀는 그것을 맥스에게 주며 읽어보라고 말했다. 매일 아침 눈뜨자 마자 아침 먹기 전 누운채 세장씩 읽어보라고 했다. 몇주 지나지 않아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될 거라고, 더 이상 작가의 절필감과 함께 그의 성공에 대해 속죄하지 않아도 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들은 맥스는 두려운 존재를 보듯 그를 바라보며 어떻게 알았느냐며, 정말 자신은 더 이상 돈과 성공의 무시무시한 열기를 견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었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무언가를 잘하는 사람은 미움을 받거나, 어떤 경우든 사랑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퍼듀는 조단에게 '만약 당신이 내 아들이라면 그런 어리석은 소리를 하는 당신의 엉덩이를 때려줄 것이다, 당신의 책이 성공한 것은 좋은 일이다, 그것은 성공할만 했으며, 힘들게 번 돈이다'고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맥스의 표정이 밝아졌다.

퍼듀는 순간 '가만, 내가 뭐라 그랬지? 내가 당신의 아버지라면? 이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맥스가 함께 점심을 먹자고 하자, 퍼듀는 자신이 누군가와 함께 점심을 먹은 것이 아주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 역시 그를 좋아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잠시 후, 아까 다녀갔던 그 숙녀가 울어서 눈을 빨갛지만 훨씬 밝아진 표정으로 다시 들어와 퍼듀가 권했던 책을 읽어보겠노라고 하면서 의자에 앉아 그것을 읽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름은 애나 (Anna)였는데, 책을 읽는 그녀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된듯 온몸으로 연주를 하는 것 같았다. 애나의 기쁨을 인지한 퍼듀는 가슴이 아팠다. 그가 인생의 노래를 연주할 수 있도록 가르쳐 줄 책은 정말로 없는 것인가.

얼마 후, 캐더린에게 슬픔에 관한 책을 갖다 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녀의 집으로 간 퍼듀는 자신이 갖다 놓은 식탁이 문앞에 없는 걸 보고 안으로 들여놨다 보다 생각했다. 그녀의 문을 두드리자 캐더린이 나왔는데, 그녀는 손에 아직 개봉하지 않은 편지 한통을 들고 서서 테이블 서랍에서 그것을 발견했다고 말하며 퍼듀에게 전해주려 했다. 하지만, 그것을 본 순간 퍼듀는 그것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불같이 화를 냈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그녀가 온다 간다 말 한마디 없이 사라져 버린 그날부터 21년 동안 언젠가 준비가 되면 읽으리라 보관해 온, 퍼듀가 급기야 입밖으로 부를 수 있게 된 그 이름, 마농 (Manon)이 남기고 간 편지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