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ingle Ladies

By

Dorothea Benton Frank

2014년 6월 어느 날 아침, 사우스 캐롤라이나 (South Carolina)의 해안가를 따라 쭉 이어져 있는 로우컨츄리 (Lowcountry) 지역은 이미 강한 무더위로 밖으로 나오자 마자 안경이 뿌해지는 여름 날씨가 시작되었다. 그것은 전형적인 그곳의 여름 날씨였다. 아침 해뜰 무렵엔 70도 중반에서 정오가 되면 90도 정도로 올라갔다가 오후 3,4 시경이 되면 하늘은 까매지고 공포스러워졌다. 무시무시한 천둥 번개 소리가 이어진 후, 전등이 깜빡거리고, 컴퓨터가 재가동되고 나면 정글 스타일의 비가 쏟아졌다. 정신없이 빠르게. 그곳 주민과 관광객들은 그것을 '버본 위스키 날씨' (bourbon weather)라고 부르며 가까운 바로 들어가 한두잔 급하게 마시곤 했다. 그러다 갑자기 폭우가 멈췄다. 해가 천천히 다시 나오고 세상은 다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돌아갔다. 그러고나면 무더위가 조금 수그러들었다.

리사 싱클래어 (Lisa St. Clair)는 로우컨츄리에 속하는 찰스턴 (Charleston) 시에 살고 있는 52살의 이혼녀이고 간호사이며, 피클 (Pickle)이라는 이름을 가진 웨스티 테리어 한 마리와 살고 있다. 그녀는 다스 베이더 (Darth Vader)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닥터 블랙 (Dr. Harry Black)이 운영하는 팔메토 (Palmetto) 요양병원에서 파트 타임 간호사로 거의 5년째 일을 하고 있다. 일을 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그곳에서 받는 월급은 이전의 실패로 얻게된 그녀의 재정적 부채를 해결할 정도로 넉넉하진 못했다. 하지만 요즘 같은 경기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와 같은 처지에 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아직 건강하다는 것에 안도하며 돈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녀의 전문 분야는 노인의학으로, 나이든 사람들을 좋아해 그쪽으로 자연히 끌렸다. 그녀는 나이든 사람들을 인생과 세상에 관해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사실상의 보물같은 존재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아주 많은 지식을 갖고 있었다. 그것들 중 많은 것들은 만약 그녀가 팔메토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것들이었다. 그곳의 노인들은 그녀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 진정한 신사 숙녀의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요즘 세대들은 대화를 할라치면 너무나 많은 다른 문화를 곁들여 혼란스러웠다. 영어는 텍스트와 인터넷으로 인해 그 기반이 약해져 버렸다. 팔메토에는 아주 다양한 경력을 가진 노인들이 많이 있었는데, 리사는 시간이 날 때마다 잠깐이라도 함께 앉아 그들의 역사를 듣는 것이 좋았다. 그들을 통해 많은 걸 배웠다. 그곳에서 일하는 것의 또 다른 좋은 점은 그녀의 집에서 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그날 아침에도 리사는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일을 하기 위해 팔메토로 출근을 했다. 그녀의 근무 시간은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였다. 서둘러 본관 건물의 간호사실로 가니 가장 친한 마가렛 (Margaret)과 주디 (Judy)가 그녀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들은 지난 밤 어땠냐고 묻는 리사에게 별로 좋지 않았다고 말하며, 환자 중 가장 다정하고 고상했던 캐시 하퍼 (Kathy Harper)의 상태가 좋지 않아 몰핀을 투여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했다. 몰핀을 투여했다는 것은 끝을 향해 가는 시작을 의미했다. 캐시는 암환자였다.

캐시의 상태를 걱정하다가 마가렛이 리사에게 닥터 블랙이 얘기할 게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리사는 별 좋은 소식이 아닐 거라고 댓구했다. 그가 다스 베이더라는 별명을 갖게 된 것은 좀처럼 좋은 소식을 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물론 해리는 충분히 괜찮은 남자였다. 그는 항상 일하는 중인 것 같았다. 내내 환자에 환자를 보고, 각각 환자가 도착하고 떠나고 할 때마다 행정적인 일을 도맡아서 해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었다. 이 세상에서 리사가 정말 원치 않는 직업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그의 일이었다.

리사는 커피를 들고 그의 오피스로 갔다. 그는 캐시 하퍼에 대한 얘기를 했다. 리사가 왜 어떤 사람은 아무런 고통없이 그저 약이라고는 아스피린 하나만으로 백살까지 사는 사람이 있는데, 캐시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저렇게 고통 속에서 끝을 맞이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자 닥터 블랙도 자신도 암이 싫다고 말했다. 닥터 블랙이 리사를 부른 이유는 바로 캐시의 안좋은 상태, 즉 마지막을 준비해야 하는 상태를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자기 대신 말해주기를 바래서였다. 그는 리사가 그들과 친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잠시 후, 리사는 캐시의 병실로 갔다. 캐시는 침대 위에 평화롭게 누워 있었고, 곁에는 수잔 (Suzanne)과 캐리 (Carrie)라는 친구들이 있었다. 수잔은 꽃장식 일을 하고 있었는데, 캐시와 캐리가 그녀의 일을 돕고 있었다. 수잔과 캐시의 관계는, 수잔이 어렸을 적에 캐시가 베이비시터도 해준 사이라고 했다. 중간에 사로 각자의 생활로 바빠 연락이 끊겼다가 두 사람 모두 찰스턴으로 돌아와 다시 만나게 된 것이었다. 캐시는 부모님은 두분 다 돌아가시고, 어찌된 건지 남편이나 아이 등의 다른 가족은 없었다. 아무도 그녀의 결혼여부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가장 가깝게 지내고 있어서 그녀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는 수잔도 모른다고 했다.

그들은 거의 속삭이듯이 리사에게 주말을 어떻게 보냈는지 물었다. 그들은 캐시가 정말로 잠이 든 게 아니라 수면과 의식 사이의 고통이 없는 지역을 떠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 알지 못했다. 리사는 캐시가 그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가 먼저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말하자 이어 수잔이 6월이라 몹시 바빴다는 얘기를 했고, 캐리가 그녀를 도와주었다고 말했다. 잠시 후 리사가 할 말이 있다며 밖으로 잠깐 나가자고 말했다.

밖으로 나와 환자는 들을 수 없는 격리된 방으로 들어가 캐시의 상태에 대해서 말하며, 유언장에서 캐시는 자신을 소생시키거나 호흡관을 삽관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했지만, 필요시 진통제는 요구한다고 하였으므로, 아무 것도 결정할 수 없는 상태의 캐시의 대리인으로서 수잔에게 진통제를 투여한다는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밤에 많이 아파했다는 리사의 얘기를 들은 수잔은 캐시에게 필요한 거면 뭐든 주라고 말하며 자신은 그녀가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끝이냐고 물었다. 리사는 어느 누구도 누군가의 죽음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게 사실이지만, 징조 같은 게 있다고, 만약 그녀가 죽음에 좀 더 다가가면 모든 게 변할 거라고, 그렇게 되면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리사의 말을 들은 수잔과 캐리는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우는 모습을 보던 리사는 지금까지 이런 광경을 수도 없이 겪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느꼈다. 굉장히 자신과 관련이 있는 개인적인 일로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도 몹시 슬퍼졌다. 그들과 감정적으로 엮여버린 것이다. 그녀의 마음 속에서, 캐시 하퍼의 죽음을 보는 것이 무시무시한 사고를 느린 동작으로 지켜보는 것만 같았다.

리사는 수잔과 캐리에게 그들이 다녀가면 캐시의 기분이 훨씬 좋아진 것을 수차례 봤다며 그들 보다 더 좋은 친구들은 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캐시에게 계속 이야기를 해주라고, 비록 그녀가 반응을 할 수는 없지만 계속 얘기를 하라고 말했다. 캐리가 기도를 해도 되냐고 물어서, 리사는 기도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고, 사람들이 기도하고 있는 동안 많은 놀라운 일들이 일어난 걸 보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수잔과 캐리가 그녀를 쳐다 보았고, 리사는 그들이 그녀가 기적적으로 치유된 사람들을 보았다고 말해주기를 바란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사실 그런 사람은 단 한명도 보지 못했다. 리사는 그들에게 미안했고, 정말 그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랬다. 그들에게 아주 희박하지만 희망을 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거짓말을 하거나 잘못된 안심을 주고 싶진 않았다.

시간이 감에 따라 캐시의 상태는 조금씩 더 나빠졌다. 그래서 리사는 집으로 돌아가면, 두려움과 밀실공포 그리고 비통한 감정으로 무기력해졌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하게 위로를 주는 건 피클이었다. 피클은 문 앞에 있다가 그녀가 돌아오는 걸 몹시 반겨주었다. 은퇴한 이웃인 존과 매이라 슈밋 (John and Mayra Schumidt) 부부가 낮동안 피클을 돌보아 주었다.

리사는 피클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동네를 걸으면서 중세 벽돌 랜치 스타일의 집들을 지나치며 자신이 어떻게 그 동네에서 살게 됐는지 생각했다. 당시 그녀는 최첨단 서비스를 갖춘 요가 스튜디오를 했었는데, 결국 파산을 했고, 모든 걸 다 잃은 노숙자 신세라고 할 수 있었다. 다행히 엄마의 옛 친구가 지금 그녀가 살고 있는 구 마운트 플레즌튼 (Mount Pleasant)의 집에 살고 있었는데, 우연의 일치로 그 무렵 그들이 그곳의 날씨가 너무 춥다고 플로리다 (Florida)로 옮겨 가게 되었고, 운좋게 그녀가 그곳에 살게 된 것이다.

그녀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고, 이름은 매리엔 (Marianne)이었다. 둘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 리사는 매리언의 생부에게서 양육비 한푼도 받지 못한 채 22년을 키웠다. 리사의 남편 마크 바네비 (Mark Barnebey)는 25년전 딸 매리언이 내어난 바로 직후 둘을 버리고 떠났으며, 지금 몬태나 (Montana)에서 세상을 등진채, 종말을 위해 벙커를 만들어 지하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양육비 대신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20불짜리 지폐와 복권 한장을 보내왔다.

그러다 어느 날, 그가 매리언의 페이스북을 보고 딸에게 연락을 했고, 두 사람이 만나게 되었다. 리사는 두 사람이 만나는 것에 대해 별 거부감이 없어서 매리언이 아빠를 만나러 가는 걸 허락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 리사는 그 동안 꽤 고집스러웠던 매리언이 어떤 식으로든 아빠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치 않았는데, 그것은 그녀의 착각이었다. 놀랍게도 아빠의 조언으로 매리언은 현재 콜로라도 (Colorado)의 아스펜 (Aspen)에서 마리화나를 피우기 위해 오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녀의 엄마가 의료 계통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녀의 외동딸은 마리화나에서 추출한 향정신성 물질이 포함된 캔디 바 같은 것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피우는 데 사용되는 유리 공장을 견학하게 하는 등의 '최고의 기분을 제공하는 여행' (High Note Travel)을 알선한다는, 말하자면 일종의 마약 판매상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리사에게는 의료용 마리화나 외에 일반적인 마리화나가 합법이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중요치 않았다. 그녀에게 어떤 것이든 마약류는 비도덕적인 것이었다. 매리언은 마리화나가 합법인 콜로라도에서 그것을 통해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리사는 그녀의 사업 성공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만약 누군가 매리언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 것이며, 혹 그들이 매리언의 하는 일을 알게 되면 분명 그들은 엄마는 간호사인데 딸은 사람들을 취하게 만드는 일을 하다니 얼마나 넌센스냐고 말할 것이 틀림없었다. 리사는 딸에게 삶을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그에 대한 보상이 이거라고 생각하니 도저히 딸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저녁 식사 후, 그녀는 매리언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리사는 딸이 발신자 확인을 하고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 생각을 하자 기분이 더 나빠졌다. TV를 보느냐 엄마한테 전화를 하느냐 갈등하다가 TV는 지루함을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아 엄마에게 전화를 하기로 했다.

그녀의 엄마는 처음엔 그녀가 힘든 하루를 보냈다며, 좋아했던 환자가 암으로 곧 세상을 떠날 것 같다고 말하자 누군가를 잃는다는 건 언제나 견디기 힘든 일이라고 말하며 위로를 해주는 듯했지만, 잠시 후,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아픈 곳을 건드렸다. 그녀의 엄마는 리사에게 매리언의 안부를 물었고, 리사는 매리언이 절대로 전화하지 않는다고 하자 그녀에게 왜 먼저 해보지 않느냐고 하면서, 남자도 만나고 요가도 가르치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아버지에게 전화를 받으라고 소리쳤다. 아버지는 멀리서 바쁘다며 그저 사랑한다고, 돈 쓰지 말라고 말하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다 문득 아버지는 항상 그렇게 말했고, 엄마는 항상 리사에게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말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매리언과 자신이 왜 얘기를 안하게 됐는지 이유를 말하면 아마 엄마는 기절할 것이다.

그런데 그때 무시무시한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부모님중에 한 사람이 먼저 돌아가시고, 남은 사람이 그녀와 살고 싶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엄마가 먼저 떠나기를 빌어야 할 것 같았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치과에 가서 딥클리닝을 받을 때의 기분으로 같이 살 수 있겠지만 엄마는 도저히 안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엄마는 고압적이고 목소리가 컸으며 솔직히 그녀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아마 서로를 죽이게 될지도 몰랐다.

물론 아버지와 같이 사는 것도 무척이나 힘든 일임에는 틀림없었다. 일단, 아버지를 돌볼 수 있는 여유가 없었고, 둘째, 그녀의 집에 아버지를 모신다는 것은 그녀의 사생활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세번째로, 그녀가 물론 간호를 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둘 사이를 보았을 때, 사적인 부분까지, 말하자면 위생적인 일까지 그녀가 돌보는 것은 몹시 이상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아버지는 모든 것을 자신의 방식대로 정리해 놓아야 했다. 만약 냉장고 안이 사이즈와 종목별로 정리되어 있지 않거나 선반이 알파벳 순서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기분이 별로 안좋았다. 더 나쁜 건, 바보같은 남동생 알랜 쥬니어 (Alan Jr.)와 그의 아내인 자넷 (Janet)이 부모님을 돌보는 일에 전혀 참여하지 않을 것이고, 그럼에도 부모님이 그녀의 집에 들어와 사는 것이 그들의 유산상속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런지 분기별 경비지출서를 원할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하느님께 빌었다. 제발 캐롤 (Carol)과 알랜 싱클레어가 자고 있는 동안 한날 한시에 같이 하늘나라로 갈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그날 밤은 엄청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다음 날 아침엔 괜찮아졌다. 하지만 출근을 하자 마지막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은 캐시를 보았고, 그녀의 곁에서 수잔과 캐리가 울고 있었다. 리사도 그들과 함께 울었다. 캐시가 그렇게나 빨리 세상을 떠나게 될 줄 정말 몰랐다. 잠시 후, 흐느끼지 않을 여유가 생기자 그녀는 그들에게 사람들에게 전화를 하거나 장례식 준비 같은 것들을 도와줄 수 있으니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라고 했다.

얼마 후, 결국 캐시는 그렇게 58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리사는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성당으로 갔다가 드문드문 보이는 차에 실망했다. 그녀는 캐시가 자신이 만나지 못한 친구들도 많이 가졌기를 바랬었다. 그것은 그녀 자신의 죽음에 대한 걱정을 반영한 것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우리 모두 우리 자신의 장례식에 누가 올 것인지 때로 궁금해하지 않는가 말이다. 누가 하던 일을 멈추고, 약속을 취소하고, 적절한 복장을 갖추고, 차를 타고 장례식에 참석을 해줄 것인가? 누가 와서 일어섰다 앉았다 그리고 장괘를 하고 우리를 위해 기도를 하고, 함께 했던 삶을 기억하고, 우리 자신에 대한 좋은 점과 가치있는 점 등을 기억해주며, 우리가 그들에게 보여주었던 친절함 등을 기억해 줄 것인가?

사람들은 인생이 너무 짧고 시간은 빨리 지나간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사실인 것 같았다. 한 생애는 사람이 하고자 했던 모든 것들을 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것 같았다. 리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도대체 캐시 하퍼가 이런 형편없는 업보를 당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녀가 아는 한은 전혀 없었다.

그녀는 문을 열고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20명이 채 안된 사람들이 있었다. 오르간 연주자가 멋진 곡을 들려주고 있었다. 그것은 너무 전례적이지도, 너무 감상적이지도 않은, 캐시가 원하는 장례식에 걸맞는 곡인 것 같았다. 문소리가 나자 수잔과 캐리가 돌아보며 그녀를 오라고 손짓했다. 리사가 캐리 곁에 앉자 마자 수잔이 속삭이며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는 남자가 캐시와 데이트를 했던 사람이며 이름이 폴 (Paul) 뭐시기 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 많이 좋아했으며, 그는 급진적인 환경 보호 운동가라고 했다.

사제가 들어와 연주를 중단하라고 하자 폴은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그녀들에게 그 곡이 캐시가 좋아하던 곡이라고 말했다. 리사는 그가 조금 안스러웠다. 캐시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았음에 틀림없었다. 리사는 그들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였었는지 궁금했다. 그들이 어떤 사이였던간에 얼마 전에 끝난 사이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왜냐하면 그를 팔메토에서 한번도 본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이 둘 사이가 별로 중요한 사이가 아니었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장례 미사가 끝나자 리사는 기분이 이상했다. 그것은 이제 캐시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걸 의미할 뿐만 아니라 수잔과 캐리 역시 보기 힘들 거라는 걸 의미했다. 그들은 캐시의 친구들이었고, 그녀는 그저 캐시를 돌보았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보고싶을 것 같았다. 잠시 후 주례 사제가 제단에서 내려와 캐시의 재가 담긴 상자를 수잔에게 주었다. 그것을 보며 수잔은 미사를 비롯해 캐시의 생애 등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끝나버렸다고 애석해 했다.

잠시 후, 수잔을 달래며 모두 무언가를 먹자며 가고 있는데, 한 노부인이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그녀는 굉장히 세련되었고,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한낮의 찰스턴에 어울리지 않게 바지 정장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땀을 한방울도 흘리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수잔에게 캐시의 가족이냐고 물었고, 수잔이 아니라고 대답하자 캐시의 가족이 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수잔은 캐시가 외동이었고 부모님은 수년전에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캐리가 노부인에게 기분이 별로라는듯 누구냐고 물었다. 그러고서는 리사에게 '누가 알겠어? 요즘 같은 세상에?'라고 속삭였다. 리사도 가끔 수상한 사람들이 이상한 곳에서 나타난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노부인은 자신이 캐시의 집주인이며, 이름이 웬디 머레이 (Wendy Murray)라고 말했다. 그녀는 캐시의 귀중품들을 처리해야겠으니 좀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수잔이 캐시가 모든 걸 자신에게 남겼다고 말했다. 웬디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자신의 주소를 적은 쪽지를 수잔에게 주며 이번 주 내로 처분해주면 좋겠다고, 페인트를 다시 해서 다른 사람에게 다시 렌트를 주겠다고 말했다. 잠시 후, 아무런 인사도 없이 그 자리를 떠나는 웬디의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세 사람은 아직 캐시의 재의 온기가 가시기도 전 그녀가 살던 집을 빨리 치우고 다시 렌트를 해야겠다는 얘기에 기가막혔다.

그런데, 식당으로 자리를 옮긴 후,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캐리가 수잔에게 웬디가 착용했던 팔찌가 좀 낯이 익은 것 같지 않더냐고 물었고, 잠시 생각을 해보던 수잔이 생각났다며 그것은 작년에 캐리가 캐시에게 선물했던 바로 그 팔찌가 아니냐고 했다. 만약 진짜 그것이 그것이라면 죽은 사람의 물건을 훔친 게 되는 것이 아니냐며 흥분했고, 분명 그녀는 캐시가 그것을 자신에게 선물했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그들은 식당에서 건너편에 앉아 있는 폴을 발견했다. 캐리와 수잔은 그를 별로 내켜하지 않는듯 했고, 리사는 이유가 궁금했다. 계속해서 캐시와 집주인의 팔찌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다가 전 남편 자식들과 재산 문제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캐리가 최근 그들의 변호사가 자신의 은행 어카운트를 동결시켜 버렸다고 말하며, 그들이 통장에 있는 돈은 십센트도 그녀가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고 그렇게 했다고 했다. 리사는 캐리의 남편이 최근에 세상을 떠났고, 아이들이 그녀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더 자세한 내용은 모르고 있어서, 그들이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이유를 물었다.

캐리에 따르면, 캐리와 그녀의 세번째 남편인 존 (John)은 결혼 전 7년을 함께 살았다. 그리고 마침내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는데, 존이 결혼식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져 세상을 떠나버린 것이었다. 혼인신고는 이미 되어 있어서 그들은 법적 부부였다. 리사가 그렇다면 뭐가 문제냐고 묻자, 캐리는 존의 욕심 많은 자식들이 그 결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사실혼 관계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7년이란 세월이 짧은 시간이 아닌데도 존의 딸은 그 결혼은 미수에 그쳤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불행히도 노스 캐롤라이나에서는 사실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수잔이 덧붙였다.

얘기를 나누다가, 리사가 원하면 자기도 캐시의 물건들을 치우는 걸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고, 캐리가 일단 점심 후 웬디의 집으로 가 물건이 어느 정도 있는지 살펴 보고 자신들이 해야할 일의 규모를 먼저 측정해 보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수잔도 동의하면서 리사를 보며 같이 가겠냐고 물었다. 리사는 물론이라고 대답했다.

잠시 후, 그들이 도착해 벨을 눌렀지만 한참 후에야 나온 웬디는 이번엔 어떤 영화의 주인공처럼 옷을 입고 있었는데, 문제의 그 팔찌는 차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리사가 캐시의 짐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자 그녀를 째려 보며 뭔가 싸우려는듯이 알겠다고 말했다. 당신들이 무엇 땜에 왔겠느냐며. 웬디가 그들을 캐시의 아파트로 안내해 주었는데, 그곳은 본집에 붙은 오래된 부엌집으로 좁은 복도로 연결되어 있었다. 캐시의 아파트를 둘러본 세 사람은 다음 날 이사를 하기로 했다.

다음 날, 오후 1시 30분 경에 리사의 전화가 울렸고, 그녀는 언제나처럼 그것이 매리언에게 온 것이기를 바랬지만 발신인은 수잔이었다. 수잔과 통화를 끝내고 리사는 상자를 챙겼다. 그것들을 그녀의 차에 싣는 건 마가렛과 주디가 도와주기로 했다. 병원에서는 모두 캐시의 이른 죽음을 못믿겠다는듯 안타까워 했다. 마가렛과 주디는 캐시의 물건들을 옮기는 걸 도와주는 것이 리사가 마음을 추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라고 다독여 주었다.

리사는 차에 타고 가려다가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여기서 캐리와 수잔과의 우정이 더 발전된다면, 그것 대로 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도움을 주려는 노력은 했으니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그녀는 친구들을 쉽게 사귀었고, 프롬에 같이 갈 파트너에 대해서도 걱정해 본 적이 없었으며, 여학생 클럽에서도 그녀를 자매로 원하는 것에 대해서도 곤욕을 치뤄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결혼에 실패하고 하던 사업에서도 엄청나게 실패하고 난 후, 그녀는 감사할 거리를 찾게 되었고 내 것이 아닐 것 같은 일들을 바라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 따위는 하지 않게 되었다.

여기서 그녀가 했던 사업의 실패에 관해 간단히 얘기하자면, 10년전 그녀는 아주 시대에 앞서가는 사업 모델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홈에쿼티론을 은행에서 줄 수 있는 최대한도로 받아서 요가 스튜디오와 쥬스 바를 열 공간을 렌트했다. 그녀는 몇년 동안 때때로 요가를 가르쳤고 쥬스가 그녀의 기분을 한층 좋게 만들어서 그것들을 가지고 실험을 시작했다. 그리고 한 남자를 만나고 있었다. 그는 한 웨딩 밴드의 베이스 기타 연주자였는데, 그녀에게 '부적절한'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그녀보다 아주 아주 어린 남자였기 때문이었다.

채식주의자였던 그는 계속 그녀에게 동물들을 먹는 것을 멈추라고 종용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녀는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하게 육체적으로 그리고 분명히 정신적으로도 좋아짐을 느꼈다. 그것을 부정하기는 어려웠다. 사실, 지금도 그녀는 살아온 중에 가장 기분이 좋았던 때가 바로 그때였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유기농 채식의 아주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그것을 끊었다. 가끔 약간의 쥬스와 플랭크 몇번과 다운워드 도그 자세 외에, 세속적인 생활방식으로 되돌아 왔다.

아무튼, 그녀는 멋진 스튜디오의 내부를 만드느라 돈을 소비했다. 그리고 온갖 최신식 장비와 시설을 갖추려고 노력했다. 그녀는 더 건강해지기를 원하는 최고 수준의 바쁜 여성들을 위해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했다. 요가뿐 아니라 강연도 갖고 책 사인회도 개최했다. 항시 대기하는 자격증을 가진 영양사뿐만 아니라 고객의 머리카락을 채취해 분석해서 그들에게 무슨 비타민이 필요한지 알려주는 시대에 앞선 의사도 보유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서, 사람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도산을 했다. 그녀에게 부적절했던 남자친구가 바텐더와 바람이 나 그녀를 떠났을 때, 리사는 베이컨을 먹었다. 그녀는 네일 살롱이나 작은 술집을 열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여기 저기 요가 스튜디오가 지천으로 널려져 있는데 라고 생각하며.

가는 도중 리사는 웬디가 차고 있던 캐시의 팔찌를 생각하면서 캐리와 수잔이 그것에 대해 웬디에게 말을 할 것인지 궁금했다. 그녀는 웬디처럼 꽤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 그렇게 터무니없이 추잡한 짓을 했다는 것이 믿을 수가 없었다.

차를 주차하고 들어가니 수잔과 캐리는 먼저 와서 짐을 싸고 있었다. 리사가 다시 차로 가 상자들을 갖고 오는데, 웬디가 창문 너머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이 기묘했다. 그녀의 입이 으르렁거리는 표정으로 뒤틀려 있었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것은 도전적이고 화가난 사람의 그것이었다. 그녀의 신랄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표정이었다. 리사는 이렇게 아름다운 집에서 돈과 지위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모든 혜택을 누리고 사는 사람이 그렇게 하찮은 짓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녀는 웬디가 잘못했음을 확신했다. 팔찌에 대한 걸 자신이 직접 웬디에게 말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수잔과 캐리와 함께 정리를 하고 있는데, 잠시 후, 웬디가 와서 몇 가지 자신의 물건인 것들에 스티커를 붙여놓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모두 그러라고 했다. 그러자 웬디는 침실에 있는 아주 좋아 보이는 이층 서랍장과 아름다운 리넨 장에다 노란색 딱지를 붙인 후 기묘하게 웃으며 나갔다. 리사는 그 가구들이 그녀의 것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왜냐하면 어느 누가 렌트를 주는 집에다 본인의 집에도 없는 오백불이 넘는 가구를 들여놓겠는가 말이다. 리사가 그렇게 말하자 수잔과 캐리 역시 동의했다. 리사는 그 가구들의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앤틱 딜러였던 부모님께 사진을 찍어 보내보기로 했다.

그날 저녁 무렵, 리사가 그 사진을 보내자 마자 엄마에게서 바로 연락이 와 그것들을 어디서 찾았는지 물었다. 리사가 친구 아파트에서 찾았다고 하자, 엄마는 그것들이 두 개 다 영국제이고 호두나무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제작 시기는 19세기이며, 1860년이나 그 이전일 거라고 했다. 리사가 2000불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들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 만약 그것들이 광이 나고 손잡이가 모두 달려 있으며 오리지널이면 수천만불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사에게 그것들을 접합 부분이나 모든 부분들을 세밀히 살펴 보라고 했다.

엄마와 통화 후 리사는 수잔에게 전화를 했다. 리사가 캐시의 서랍장 등이 수천불의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얘기를 하자 수잔이 웬디가 거짓말하는 걸 자신도 알아채고 있었다며,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는지 물었다. 리사는 좀 더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 말했다. 수잔이 리사를 일요일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초대했고, 리사는 개를 데리고 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피클을 데려가기로 했다.

일요일 아침, 수잔의 집에 간 리사는 수잔이 피클을 데리고 할머니를 만나러 윗층으로 올라간 사이 캐리에게서 지난 금요일 오후 존의 아이들이 소송에서 이겨서 그녀는 무일푼이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판사가 노스 캐롤라이나 법에 따라, 그들의 결혼이 법적이고 첫날밤을 보내기 전에 존이 죽었기 때문에 그들은 결혼한 사이가 아니며, 존의 아이들이 모든 것을 가져야 한다고 판결을 했다고 했다. 두 사람이 함께 산 그 세월은 판사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녀를 마치 문란한 여자처럼 불쾌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리사가 변호사가 항의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캐리는 물론이라며, 그는 몹시 화를 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판사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사가 반대 소송을 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캐리는 같은 판사에게서 같은 판결을 받을 게 뻔한데 무엇을 위해서 그걸 하겠느냐고 말했다.

잠시 후 수잔이 돌아와 세 사람은 캐시의 옷을 정리해서 상자에 넣기로 했다. 대부분의 옷은 굿윌로 보내기로 했다. 세 사람은 캐시의 서류와 통장들을 정리하다가 그녀가 자신의 이름으로 500불도 채 안갖고 있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랬다.

그들은 캐시의 물품 정리를 끝마치고 수잔이 미스 트루디 (Miss Trudi)라고 부르는 그해 99살의 할머니가 나타날 때까지 휴식 시간을 가지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리사는 수잔의 집이 너무나 맘에 들었다. 그래서 수잔에게 그곳에서 산지가 얼마나 되었느냐고 물었다. 수잔은 15년이 되었다고 했다. 리사는 문득 당시의 수잔의 나이가 30대였을 것 같은데 어쩌다가 80대인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는지 궁금해졌고, 최대한 정중하게 이유를 물었다.

수잔에 따르면, 그녀는 뉴욕에 있는 콜럼비아 대학에서 MBA를 따고 한 꽃배달 전문 회사에서 일을 했다. 그때 한 남자를 만났는데, 그는 유부남이었다. 그는 바람피는 유부남들의 전형으로, 곧 아내와 헤어질 거라고 말했다. 수잔은 그를 믿었다. 그가 아내에게 떠나겠다고 말하면 그의 아내는 죽어버리겠다고 한다고 했고, 그래서 그는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가야겠다고 하곤 했다. 그런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수잔은 그의 거짓말과 그의 말의 진실성에 몹시 실망하고 너무나 지쳐 일을 그만두고 찰스턴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의 꽃장식 비지니스를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이 그것보다 훨씬 더 잘못 풀릴 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좋은 비지니스도 있고, 할머니와 함께 지내며 그녀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것도 즐겁고, 매일 할머니에게서 많은 지혜를 얻고 있으며, 건강하고 멋진 곳에서 살고 있음에 감사한다고 말하면서 다른 남자를 만나기 전 자신이 겪었던 지옥이 용해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제 비록 할머니 돈으로 시작한 사업이지만 자신만의 사업체가 있고, 또 충분히 살아갈 만큼 버니 걱정할 게 없었다고 했지만, 그녀의 수입으로 지금 살고 있는 곳에 집을 사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누구보다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받는 금액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싸서 매년 정산을 해보면 별로 남는 게 없다고 했다.

그러자 캐리가 자신의 세번 결혼에 얻은 것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수잔이 결혼은 사업상의 거래가 아니라고 하자 캐리는 이론적으로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 남자와 7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는데, 결과는 또 다른 남자를 묻었다는 트라우마 외에, 결혼 반지와 단추형 다이아몬드 귀걸이, 시리우스 라디오나 최신 위성 네비게이션도 없는 4년된 벤츠 한 대, 그리고 신발 상자에 감춰둔 현금 5만불이 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네번째 남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속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캐시의 얘기가 나왔고, 캐리와 수잔은 캐시를 자매처럼 좋아했었다고 말했다. 수잔이 리사에게 우리가 먹는 것이 어느 정도로 질병의 원인이 되는 거냐고 물어서 리사는 자신도 알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 그 자체' (We are what we eat.)라는 것이 요즘의 사고라고 말했다. 햇빛을 너무 많이 쐰다든지 혹은 석면 같은 것들에 노출된다든지 하는 환경적인 사항도 물론이고. 어쩌면 암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훌륭한 유전자와 음식을 직접 길러 먹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월요일날, 리사는 팔메토에 캐시의 물품이 든 상자 두 개를 갖고 출근해서 간호사실의 카운터 뒷쪽에 두었다. 주디가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어서 팔메토 거주자들을 위한 캐시 하퍼의 도네이션 물품들이라고 말했다. 리사가 상자 두 개를 더 가지러 나가려고 하니 주디가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고, 괜찮다고 말하고 나가면서 리사는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이 이 세상을 견딜 수 있게 만드는 요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주디와 마가렛은 항상 그럴 준비가 되어 있었고, 리사 자신 역시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자신들의 본성에 내재되어 있는듯 했고, 그래서 자신들이 간호사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리사가 캐시의 물품들을 여기 저기 맞는 곳에 정리하고 간호사실로 돌아오니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수잔이었다. 수잔은 캐리와 함께 아침마다 해변에 나가 운동을 하려고 한다며 리사에게 함께 하겠느냐고 물었고, 리사는 물론이라고 대답하며 다음 날 아침 7시에 만나기로 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마가렛이 새 친구가 생겼냐고 물어서 리사가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주디가 그들이 캐시에게 아주 잘했다고 말하자 마가렛이 그런 친구들보다 더 값어치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사실, 주디와 마가렛이 좋은 동료들이었지만, 직장에서 만난 친구들일 뿐 사적인 친구들은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 6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수잔과 캐리를 만나 운동을 한 후 그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리사는 샤워 후 옷을 입으며 엔돌핀이 솟아 활기를 느꼈다. 두명의 새 친구가 생긴 것 같았다. 때때로 사람들에게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날 아침에도 역시 리사는 수잔과 캐리와 운동을 하기 위해 피클을 데리고 약속된 장소로 갔다. 그런데 수잔과 눈이 마주친 순간 리사는 그녀가 대단히 화가 났다는 걸 눈치챘다. 사실 그들 둘 다 아주 심각해 보였다. 리사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수잔이 편지를 하나 보여주며 직접 읽어보라고 했다. 그것은 웬디가 캐시 하퍼에게 보낸 청구서였는데, 액수는 $2,050. 38이었고, 놀랍게도 그 비용은 조경비 명목이었다. 리사는 도대체 세 들어사는 사람이 집주인의 조경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캐시가 죽은 후 이루어진 일이었다.

리사는 도저히 더 이상 웬디를 참아줄 수가 없었다. 처음엔 팔찌, 그 다음엔 가구, 이젠 조경비까지. 그녀가 흥분해서 웬디를 만나서 자초지총을 들어보자고 하자 캐리와 수잔은 처음엔 주춤거렸다. 수잔은 웬디가 무섭다고 했고, 캐리는 그녀가 정신병자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들은 그 상황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된다는 데 동의했다. 리사는 기꺼이 그 결정에 동의했지만, 사실, 그녀는 어떤 식으로든 그런 대면을 싫어했다. 하지만 그녀는 일을 마친 후 그들을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그리고 세 사람은 다시 웬디를 만나러 그녀의 집으로 찾아 갔다

그런데, 웬디의 집으로 들어간 그들은 거실에 놓인 티테이블 위에서 주변의 다른 것들과 질적인 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나는 돋보기와 편지 개봉용 칼을 발견하게 되고, 리사가 그것을 집어 들자 웬디는 깜짝 놀라며 그것을 당장 내려 놓으라고, 그것은 자신의 가보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그들은 웬디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상자 속의 캐시의 물건들을 다시 하나씩 하나씩 찬찬히 살펴보기로 하고, 웬디가 자신의 것들이라고 했던 서랍장이라든지 하는 값나가는 물건들이 캐시의 것임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어느 것이나 찾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것에서는 단서가 될만한 것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후, 어느 날, 얼마 전에 팔메토에 새로 들어온 노부인이 리사를 만나자고 해 갔는데, 그녀는 자신이 병원 도서관에서 빌린 책 뒤에서 뭔가를 발견했다며 접혀진 종이 하나를 꺼내 주었다. 그 책은 캐시의 것이었다. 잠시 후 리사는 그 접혀진 종이 서류를 펼쳐 보고 깜짝 놀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