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onika Decides to Die

By

Paulo Coelho

Translated from the Portuguese by

Margaret Jull Costa

1997년 11월 11일, 죽기로 결심한 베로니카 (Veronika)는 마침내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수녀원에 세들어 살고 있던 방을 말끔하게 치우고, 히터를 끄고, 이를 닦고, 침대에 누웠다.

그녀는 침대 옆 테이블에서 수면제 네 팩을 꺼냈다. 그것들을 잘게 쪼개 물과 함께 먹는 대신 하나씩 하나씩 삼키기로 했다. 왜냐하면 언제나 의도와 실행 사이에는 갭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중간에라도 맘이 변해 되돌리고 싶으면 부담없이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약을 하나씩 삼킬 때마다 더욱 확신이 들었다. 5분 만에 약 상자는 모두 비워졌다.

의식을 잃게 되기까지 정확히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일하던 도서관에서 가져온 프랑스 잡지 『옴므』(Homme)를 읽기 시작했다. 컴퓨터 공학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진 않았지만, 어쨋든 그것을 읽기 시작했는데 잡지를 한 장씩 넘기다가 우연히 그녀는 한 컴퓨터 게임에 관한 기사를 발견했다. 그것은 브라질 출신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고안해낸 게임에 관한 기사였다. 그녀는 그 작가가 그랜드 유니언 호텔 (Grand Union Hotel)의 카페에서 강연할 때 만난 적이 있었다. 당시 두 사람은 몇 마디 얘기를 주고 받았고 그녀는 그의 책 발행인으로부터 저녁 만찬에 초대받았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그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진 못했다.

그 작가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가 그녀 세계의 일부분에 들어 왔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의 작업에 관한 기사를 읽는 것은 시간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되었다. 죽기를 기다리는 동안, 베로니카는 컴퓨터 공학에 관해 읽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정말로 흥미없는 주제였지만 사는 동안 언제나 쉬운 옵션만을 찾았던, 무엇이 됐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것만 찾았던 그녀의 일생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가장 가까이에 있던 그 잡지를 집어 든 것만 봐도 말이다.

그런데, 첫 줄을 읽는데 그것은 놀랍게도 그녀의 천성적인 수동성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것은 그녀로 하여금 일생에서 처음으로 '이 세상 어떤 일도 우연히 일어나는 건 없다'라는 말의 진실을 곰곰히 생각해 보도록 만들었다. 왜 그녀가 죽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에 그 기사의 첫 줄을 읽게 되었을까? 단순히 우연이라기 보다는 숨겨진 메세지 같은 게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의 숨겨진 메시지는 무엇인가?

그 기사를 쓴 기자는 컴퓨터 게임의 삽화 밑에 '슬로베니아 (Slovenia)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묻는 걸로 기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녀는 솔직히 슬로베니아가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슬로베니아는 분명 존재했다. 그녀의 방 밖에, 안에, 주변의 산에, 그리고 그녀가 내다보았던 광장에. 슬로베니아는 바로 그녀의 고국이었다.

그녀는 잡지를 한쪽에 내려놓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슬로베니아에 대해서 세상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에 화를 낸다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그녀의 고국에 대한 명예는 더 이상 그녀에겐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 이 일을 실천에 옮길 수 있었다는 것, 마침내 용기를 가지고 이 세상을 떠날 수 있게 됐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또한 언제나 이 세상을 떠날 때에는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 수면제를 먹으리라 꿈꿔왔던 일을 실행에 옮긴 것에 대해서도.

베로니카는 거의 6개월 동안 수면제를 갖고 있었다. 분명 그녀는 류블랴냐 (Ljubljana: 슬로베니아 수도)에 있는 높은 건물 중 하나에서 뛰어내렸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을 때의 고통에 이어 부모님은 어떻게 되겠는가? 딸이 죽었다는 건 고사하고,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시체를 확인해야 할 것이 아닌가 말이다. 총격,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림, 목을 매다는 것, 이중 어떤 것도 그녀의 여성적 본성에 맞지 않았다. 여자들은 자살할 때 좀 더 로맨틱한 방법을 생각한다. 예를 들면, 손목을 긋거나 수면제 과다복용 같은 것 말이다.

그녀가 불면증을 호소하자 그녀의 친구 두명이 강력한 효과를 지닌 약을 각각 두 팩씩 가져다 주었다. 그 약물은 동네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는 밴드가 사용하는 것이었다. 베로니카는 네 팩을 일주일 동안 그녀의 침대 곁에 두었다. 그리고 다가오고 있는 죽음을 맞이하며 사람들이 삶이라고 부르는 것에 작별인사를 했다. 완전히 감정을 배제한 체.

이제 그녀는 먼길을 거쳐 지금 그곳에 있게 된 것이 기뻤다. 하지만 그녀에게 남겨져 있는 그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할지 알 수가 없어서 지루했다. 그녀는 방금 읽었던 그 질문을 다시 생각했다. 컴퓨터에 대한 기사를 쓰는데 첫 문장을 어떻게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질문으로 시작할 수 있는지 어이가 없었다. '슬로베니아는 어디에 있는가?'라니.

별로 할 게 없어서, 그녀는 그 기사 전체를 읽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서 언급하고 있는 컴퓨터 게임이 슬로베니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곳은 거기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외에는 어디에 붙어 있는 나라인지 조차 알지 못하는 낯선 곳이었는데, 노동력이 싸다는 이유로 그곳에서 만든 것이었다. 몇 달 전, 그 게임이 처음 시중에 나왔을 때 프랑스 제조사에서 블레드 (Vled)에 있는 한 성으로 전 세계 기자들을 불러 파티를 개최했다. 베로니카는 그 파티에 관해 읽었던 것이 기억났다. 물론 그것은 그 도시에서 개최된 꽤 큰 행사였기 했지만, 그녀가 그 기사를 읽게된 이유는 그 성을 그 게임의 CD-ROM에 나온 중세 환경과 흡사하게 실내장식을 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지역 신문사가 제기한 논란 때문이었다. 그것은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태리 그리고 스페인의 기자들은 초대를 받았지만 정작 슬로베니아 출신의 기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는 지적이었다.

그곳에 초대받은 『옴므』의 기자는 슬로베니아를 난생 처음 방문한 사람으로, 게임 제조사에서 제공한 모든 것을 즐기고 돌아간 후 그 파티에 대해 흥미로운 기사거리를 제공해야 겠다고 생각했는지 그의 기사의 첫 구절을 그의 나라의 교양있는 지식인들에게 먹힐만한 농담거리로 시작하자고 작정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문제였다. 그녀는 죽어가면서 사후의 세계는 있는가 또는 그녀의 시체가 발견이 될 것인가와 같은 다른 문제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기사는 신경에 거슬렸다. 그녀는 수녀원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만약 사람들이 슬로베니아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면 류블랴냐 역시 신화 속의 한 도시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틀란티스 (Atlantis)나 리뮤리아 (Lemuria) 처럼. 이 세상에 사는 어느 누구도 '에베레스트 산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묻지 않는다. 그들이 그곳엘 다녀오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유럽 한가운데서 중요한 잡지사에서 일하고 있는 한 기자는 창피하지도 않는지 그런 질문을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그의 독자 대부분이 슬로베니아가 어디 있는지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고 물론 그곳의 수도인 류블랴냐 역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베로니카는 시간이 조금 흘렀다는 것, 하지만 육체적으로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걸 일아챘다. 그리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방법을 찾았다. 삶의 마지막을 보내면서 그녀는 그 잡지에 편지를 쓰기로 했다. 그것은 슬로베니아는 예전 유고슬라비아 (Yugoslavia)에서 나뉘어진 다섯 개 공화국 중의 하나라는 걸 알려주는 내용일 것이었다. 그 편지는 말하자면 그녀의 유서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왜 죽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들이 그녀의 시체를 발견하면 아마도 그들은 한 잡지가 그녀의 조국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해서 자살했다는 결론을 내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는 편지를 썼다. 재미있는 유머를 생각하는 순간엔 죽어야할 필요성에 대해서 거의 다시 생각할 뻔 했지만, 그녀는 이미 약을 복용했고 다시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슬프고 마음이 병이 있거나 자주 우울증에 빠지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닌 그녀가 죽기로 결심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그녀의 삶도 다른 이들의 것과 똑같다는 것. 말하자면, 젊음이 가고 나면 인생은 내리막 길을 걸을 것이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질병이 시작되고 친구들이 하나 둘씩 떠나가는 것 같은 피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두번째는 좀 더 철학적인 것이다. 그녀는 신문을 읽고, TV를 시청하면서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되었다. 모든 게 잘못되어 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것들을 제자리에 돌려놓을 능력이 없었다. 그 생각은 그녀로 하여금 자신이 너무나 무능력하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그녀는 편지를 쓰고 나서 다시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죽는다는 건 어떤 것일까 생각했지만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것에 대해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 몇분 후면 알게 될 것이므로. 몇분이나 남았을까?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사람이 알고 싶어하는 그 질문, 즉 신은 존재하는가? 에 대한 답을 자신이 이제 막 찾기 직전이라는 생각에 즐겁기까지 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그것은 그녀의 삶에 있어서 그리 대단한 핵심 논란거리는 아니었다. 공산주의 치하에서, 학교의 공식적인 방침은 죽음과 함께 모든 것이 끝난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그녀는 그 개념에 익숙해져 있었다. 반면, 그녀의 부모 세대와 조부모 세대는 여전히 교회엘 가고, 기도문을 외우고, 성지 순례를 가고, 신이 그들이 원하는 바를 듣고 있다고 철저히 믿고 있었다.

24살의 나이에, 그녀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경험했다고 생각하는 베로니카는 모든 건 죽음과 동시에 끝난다는 걸 거의 확신했다. 그것이 그녀가 자살을 결심한 이유였다. 마침내 얻게 된 자유. 영원한 망각의 세계.

하지만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는 여전히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어떡할 것인가? 수천년에 걸친 문명은 자살을 금기시했고 모든 종교의 가르침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애를 썼지 굴복하기 위해 애를 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은 반드시 자손을 번식해야 하고, 사회는 노동자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커플은 반드시 함께 살아야 할 이유가 있으며, 사랑이 없을 때 조차도 그러하다고 했다. 국가는 군인, 정치가 그리고 예술가가 필요했다.

그녀는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물론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그는 인간의 이해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그가 바로 가난, 불의, 탐욕, 그리고 고독 같은 것들이 내재된 그런 혼란을 만든 사람이라는 것, 그는 분명 가장 최상의 의도를 갖고 있었겠지만, 결과는 최악이라는 것, 그래서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이 지구를 좀 빨리 떠나기로 선택한 사람들에게 관대할 것이라고, 오히려 그는 이런 곳에서 사람들을 살아가게 만든 것에 대해 사과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금기니 미신이니 지옥에나 떨어져라. 신앙심이 깊은 그녀의 엄마는 '신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 아신다'고말했다. 그렇다면, 신은 그녀가 스스로 생을 마감할 것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그녀를 이 세상에 데려다 놓았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행위에 대해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베로니카는 가벼운 메스꺼움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아주 빠르게 점점 심해졌다. 그녀는 사랑이 부족해서 자살하려고 하는 게 아니었다. 그녀의 가족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혹은 돈 문제 혹은 치료 불가능한 병 때문에 죽으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 보고 있는 수녀원 창밖의 광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 광경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똑같은 것을 또 다른 삼십년, 사십년, 오십년 동안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더 행복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 그들의 독창성을 잃게 될 것이고 모든 것이 반복되고 어느 날 다른 것과 정확히 똑같아지는 삶의 비극으로 바꿔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위장은 이제 요동치기 시작했고, 그녀는 아주 몸이 좋지 않다는 걸 느꼈다.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 수면제 과다복용은 그녀를 바로 잠에 빠져 들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지금 귀에서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지금 토해 버리면 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위를 찌르는 통증을 생각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재빨리 어두워지고 있는 밤에 집중하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창밖 광장에서 연주하고 있는 볼리비아 밴드, 가게를 닫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려고 애를 섰다. 그녀의 귀에서 들리는 소음은 점점 더 거슬리게 되었고, 약을 복용한 후 처음으로 베로니카는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공포를 느꼈다. 오래 걸리지 않아 곧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얼마가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눈을 떴을 때 베로니카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곳은 천국이 틀림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천국이 방을 밝히기 위해 형광등을 사용하지 않을텐데, 그리고 지상에서 느꼈던 것과 똑같은 통증이 다시 느껴졌다. 그녀가 움직이려 하자 통증은 더 심해졌다. 눈앞에 밝은 점들이 나타났지만 베로니카는 그 점들이 천국의 별들이 아니라 그녀가 느끼고 있는 극심한 통증의 결과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어떤 여자가 '깨어나고 있군,'이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목소리는 '당신은 지옥에 떨어졌어, 그러니 그것을 최대한 즐기도록 해,'라고 말했다. 베로니카는 아니,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분명 그 목소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옥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정말 추웠고 그녀의 코와 입에 삽입되어 있는 플라스틱 튜브를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튜브 중 그녀의 목구멍까지 삽입된 튜브 때문에 질식할 것 같았다. 그녀는 그것을 제거하려고 애를 썼지만 놀랍게도 팔이 묶여 있었다. 그 여자가 다시 농담이라고, 그곳은 진짜 지옥이 아니고 거기보다 더 나쁜 곳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베로니카가 있는 곳이 빌레트 (Villete)라고 말했다.

빌레트. 유명하고 두려운 정신 병원인 빌레트는 슬로베니아가 독립한 해인 1991년부터 쭉 있어 왔다. 당시 이전의 유고슬라비아로부터의 분리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성취됐다고 믿는 한 유럽 사업가 그룹이 높은 유지비 때문에 버려졌던 옛 군대 막사에 정신병 환자들을 위한 병원을 세워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후 곧 전쟁이 선포되었다. 처음엔 크로아티아로부터, 그 다음엔 보스니아로부터. 그 사업가들은 걱정이 되었다.

결국, 그들은 정신 병원과는 전혀 상관없는 관행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했고, 온화한 공산주의로부터 이제 막 빠져나온 그 신생 국가를 위해 빌레트는 자본주의의 모든 나쁜 관점을 대변하는 곳이 되었다. 돈만 주면 그 병원에 입원할 수 있다는 것.

유산 분배 싸움으로 가족 멤버 중 누군가를 제거하고 싶은 욕망으로 문제있는 아이들이나 부모를 억류할 수 있는 의료 기록을 얻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자신이 진 빚을 갚지 않기 위해 혹은 감옥에서의 장기 복역을 하게 될 게 뻔한 그런 범행들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 정신 병원에 잠깐 입원한 다음 어떠한 벌을 받거나 어떠한 법률적 소송도 없이 간단히 벗어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빌레트는 어느 누구도 도망치는 사람이 없었던, 법원이나 다른 병원에 의해 그곳에 보내진 진짜 정신병 환자들과 미약한 정신이상자 혹은 정신이상을 가장한 사람들이 섞여 지내는 곳이었다. 결과는 정말로 혼란스러웠고, 언론에서는 끊임없이 그곳에서 벌어지는 잘못된 대우와 학대에 대해 얘기했다. 하지만 언론은 빌레트에 들어갈 수 있는 허가를 받지 못했고 그곳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직접 볼 수가 없었다. 정부는 사람들의 불평에 대해 조사를 벌였지만 증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 주주들은 슬로베니아에서는 외국 자본의 투자가 힘들다고 세상에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그래서 그곳은 계속 유지가 되었다. 정말로 그곳은 승승장구했다.

한편, 베로니카에게 그 여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녀는 자신의 이모가 몇달 전에 자살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이모는 거의 8년 동안 방을 나서는 걸 두려워 했고, 그저 먹기만 해서 살이 쪘고, 담배를 피웠고, 수면제를 복용했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잠자며 보냈다고 했다. 그녀에게는 그녀를 사랑했던 두 딸과 남편이 있었다고 했다.

베로니카는 그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머리를 돌리려고 해보았지만 실패했다. 그 목소리의 여자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갔다. 그녀는 이모의 남편이 바람을 피웠을 때 이모가 처음으로 강력히 맞서는 걸 보았다고 했다. 그때 그녀는 소동을 일으켰고 살을 조금 뺏으며 유리잔을 던져 깨버렸다. 몇주 동안 이웃 전체가 그녀의 고함소리에 잠을 깨곤 했다. 그녀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때가 자신의 이모 일생 중 가장 행복한 때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뭔가를 위해 싸운다는 것, 말하자면 그녀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느꼈고, 그녀가 대면하고 있는 싸움에 대응할 수 있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베로니카는 저게 나랑 무슨 상관이 있지? 하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이 그녀의 이모가 아니며 자신은 남편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 목소리의 여자는 결국 이모의 남편은 바람피웠던 여자와 헤어졌고 점차 그녀의 이모는 다시 예전의 수동적인 상태로 되돌아갔다고 했다. 어느 날 그녀는 삶을 바꾸고 싶다고 전화를 했다. 그러면서 담배를 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담배를 끊고 수면제 복용을 늘린 그 주에 그녀는 사람들에게 죽고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이모는 그녀의 자동응답기에 메시지를 남겼는데, 작별인사였다. 그리고 그녀는 개스를 마시고 자살했다. 그녀는 그 메시지를 듣고 또 들었다. 그녀는 이모의 목소리가 그렇게 차분한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이모가 행복하지도 그렇다고 불행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삶을 계속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베로니카는 그 이야기를 한 그 여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녀의 이모의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그 이야기를 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모든 이가 어떤 댓가를 치루고서라도 살고자 하는 세상에서 죽기로 결정한 사람들을 누가 판단할 수 있겠는가?

아무도 판단할 수 없다. 각각의 개인은 그들 자신의 고통의 정도나 그들 삶의 의미가 완전히 부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베로니카는 그것을 설명해주고 싶었지만 대신 그녀는 목구멍에 들어간 튜브 때문에 질식할 것 같았다. 그녀는 그녀의 몸 위로 허리를 굽히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 베로니카의 몸에는 온통 튜브 투성이었고 그녀의 의지에 반해 자신을 보호하고 있었다. 그녀는 분명하게 그것을 없애버리고 싶다는 표현을 했다. 그녀는 고개를 이쪽저쪽으로 저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눈으로 제발 튜브를 제거하고 그녀의 의지대로 죽게 해달라고 말했다. 그녀의 행동을 오해한 간호사는 그녀에게 뭔가를 주사했고, 이후 곧 그녀는 이상한 꿈의 세계로 돌아갔다.

한편, 파울로 코엘료는 3개월 후 슬로베니안 친구이며 역시 이름이 베로니카인 빌레트의 주치의 딸과 함께 파리에 있는 알제리아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다가 (우리의) 베로니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후 그는 그 주제로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그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고 싶었다. 사실, 그에게는 베로니카의 이야기에 대해 알고싶은 진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 자신이 그 은둔처, 아니 사람들이 정신 병원 (asylum)이라고 부르는 곳에 입원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차례도 아닌 세 차례나. 그가 있었던 곳은 리오 데 자네이로 (Rio de Janeiro)에 있는 닥터 에이라스 정신병원 (Dr. Eiras Sanatorium)이었다.

그가 왜 정신 병원에 가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지금 생각해도 애매했다. 아마 그의 가족은 그의 비정상적인 행동 때문에 혼란을 느꼈을 수도 있었다. 반은 부끄러워하고, 반은 외향적인 그는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 그들 가족 구성원 모두는 예술가를 사회의 낙오자로 끝날 수 있는 그리고 빈곤에 찌들어 죽게 되는 완벽한 표본이라고 생각했다. 파울로 코엘료가 그러겠다고 하자 그는 미친 사람으로 간주되었고, 의사는 가장 조잡한 이유를 들어 그를 정신 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을 허가했던 것이다.

한편, 베로니카는 자신이 얼마 동안 잠들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가끔 깨어나기도 했지만 그때의 일들은 기억이 나질 않았다. 튜브들은 제거되었지만 바늘들은 여전히 그녀의 몸 여기저기에 꽂혀 있었고, 여러 개의 줄들이 그녀의 심장과 머리 주변에 연결되어 있었으며, 팔은 여전히 묶여 있었다. 그녀는 알몸으로 시트만 덮고 있어서 추웠다. 하지만 불평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의 침대 옆 흰색 의자에서 한 간호사가 책을 읽고 있었다. 베로니카가 그녀에게 팔을 좀 풀어주겠느냐고 묻자 그 간호사는 그녀를 쳐다 보더니 퉁명스럽게 안된다고 말하고 다시 책으로 눈길을 돌렸다.

베로니카는 자신이 살아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한동안 그곳에 머물러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그녀가 완전히 정상이라는 걸 인식할 때까지 말이다. 그런 다음 그들은 그녀를 퇴원시켜 줄 것이고, 그녀는 류블랴냐 거리를 다시 볼 것이며, 중앙 광장과 다리, 일터로 오고가는 사람들을 다시 볼 것이다.

사람들은 실제보다 자신들이 훨씬 더 나은 사람이라고 느끼므로 언제나 남을 도우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일한 그녀의 일자리를 다시 돌려줄 것이다. 이윽고 그녀는 예전에 다니던 술집과 나이트클럽을 다시 다니기 시작할 것이고, 그녀는 친구들에게 세상에 만연된 불의와 문제들에 대해서 말할 것이며, 영화를 보고 호수 주변을 거닐 것이다.

수면제를 복용했으므로 어떤 식으로든 형체가 심하게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직은 젊고, 예쁘고, 총명하니까 남자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도 없을 것이다.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그녀는 남자친구들의 집에서, 혹은 숲에서 그들과 섹스를 할 것이고 어느 정도 즐거움을 느낄 것이지만 오르가즘에 도달한 순간 허무함이 되돌아 올 것이다. 둘 사이에 별로 할 말이 없을 것이고, 그와 그녀 둘 다 그것을 알 것이다. '늦었다'거나 '내일 아침 빨리 일어나야 해' 같은 변명할 시간이 다가올 것이고 그들은 눈이 마주치는 걸 피하며 가능한한 재빨리 헤어질 것이다.

그녀는 세들어 살고 있는 수녀원의 방으로 돌아올 것이고, 책을 읽거나 TV를 켜 몇번 보았던 오래된 영화를 볼 것이며 전날 일어났던 시간과 정확히 같은 시간에 일어나기 위해 알람을 맞출 것이며 도서관에서의 일을 기계적으로 해낼 것이다. 극장 맞은 편 공원에서 항상 앉았던 그 자리에 앉아 역시 점심을 먹기 위해 같은 벤치를 택한 사람들과 함께 샌드위치를 먹을 것이다. 그들 모두 역시 텅빈 시선을 하고 있지만 지극히 중요한 문제를 생각하고 있는 척 할 것이다.

그런 다음 그녀는 다시 일터로 되돌아 갈 것이고, 누가 누구랑 테이트하고 누가 무었 때문에 고통받고 있으며 이러이러한 사람이 남편 때문에 눈물바람이라는 가쉽을 듣고, 자신은 특별하다는 감정을 느끼며 퇴근할 것이다. 자신은 예쁘고 일자리가 있으며 남자를 고를 수 있으므로. 하루가 저물 무렵 술집으로 갈 것이고 모든 건 다시 시작될 것이다.

그녀의 자살 시도로 혼이 나갔을 것이 틀림없는 엄마는 충격에서 회복되어 그녀의 인생과 함께 무엇을 할 것인지, 왜 그녀는 다른 사람과 같을 수가 없는지 끊임없이 물을 것이며, 세상은 그녀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그녀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엄마의 말이 지겨워 그녀를 기쁘게 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의무적으로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한 남자와 결혼을 할 것이다. 그와 그녀는 미래를 함께 꿈꾸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도시와 떨어진 곳에 집을 사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의 장래를 위한. 첫해에는 섹스도 자주 할 것이고 둘째 해에는 조금 덜, 삼년 후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이주에 한번 그러다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게 되는 것이 한달에 한번으로 줄어들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들은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게 될 것이다. 그녀는 그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강요할 것이며 그녀는 도대체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생각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더 이상 그녀에게 관심이 없으며 그녀를 무시하고 그의 친구들 얘기만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그들이 그의 진짜 세상인 것처럼. 그러다가 결혼이 파토나기 직전 그녀는 임신을 할 것이다. 아이를 낳게 되고 잠깐 서로가 가까워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다음 다시 에전의 상태로 돌아갈 것이다.

그녀는 어제 간호사가 자신에게 얘기했던 이모처럼 살이 찔 것이고, 다이어트를 시작할 것이며, 매일 몸무게 때문에 조금씩 무너져 내릴 것이다. 바로 그 시점에 그녀를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그 마법의 약을 복용할 것이고 사랑을 나누는 밤들이 아주 빨리 지나가 버릴 것이라는 걸 확신하면서 아이들을 몇명 더 낳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아이들이 그녀가 사는 의미라고 말할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이 행복한 부부라고 말할 것이고 아무도 그 행복함 밑에 도사리고 있는 고독함, 씁쓸함, 그리고 체념등이 얼마나 깊이 자리하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어느 날, 그녀의 남편이 처음으로 바람을 피울 때 그 간호사의 이모처럼 야단법석을 떨거나 다시 자살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그녀는 너무 늙었을 것이고 비겁해질지도 모른다. 그녀의 도움이 필요한 둘이나 세명의 아이들이 있을 것이라는 핑계로. 그래서 그녀는 그녀가 모든 걸 포기하기 직전 아이들을 기르고 세상에서 그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장소를 찾아주어야 한다. 자살을 하진 않을 것이다. 소란을 떨고 아이들을 떠날 것이라고 협박할 것이다. 다른 남자들처럼 그녀의 남편도 돌아올 것이며 그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며 그런 일은 다신 없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만약 정말로 그녀가 떠나기로 한다면 선택은 오로지 부모님의 집으로 가서 사는 동안 내내 그곳에서 지내아 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엄마가 하루종일 계속해서 하는 말, 즉 그녀가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것, 그의 사소한 잘못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주 훌륭한 남편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녀의 아이들이 부모의 헤어짐으로 평생 상처를 안고 살 것이라는 것 등등을 들으면서 말이다.

이, 삼년 후, 그의 인생에 또 다른 여자가 나타날 것이다. 베로니카가 목격을 하든지 아니면 누군가가 말을 해주든지 간에 그녀는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지만 이번에는 모른 척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이전 정부와의 싸움에 그녀의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 부어 버렸기 때문에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현실 그 자체를 있는 대로 받아 들이는 것이 가장 최선일 것이고 그녀가 상상했던 현실은 없었다. 그녀의 엄마가 옳았다.

그는 계속해서 사려깊은 남편일 것이고, 그녀는 계속 도서관에서 일을 할 것이며 극장 맞은 편 공원에서 샌드위치를 먹을 것이고 끝까지 읽지 못한 책을 들고 씨름할 것이고 십년, 이십년, 오십년 전과 똑같은 TV 영화를 볼 것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살이 쪄 샌드위치를 먹을 때 죄책감을 갖게 될 것이며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남편이 있고 돌보아야 할 아이들이 있으므로 더이상 술집에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기를 기다리고 실행에 옮길 용기도 없으면서 하루종일 자살을 생각하다가, 어느 화창한 날, 그녀는 그것이 인생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걱정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녀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것.

베로니카는 이런 그녀의 마음 속의 독백을 이렇게 마무리 지으며 마음을 다졌다. 살아서 빌레트를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지금 그녀가 아직 용기있고 죽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할 때 모든 것을 끝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그녀는 여러번 잠이 들었다 깼다. 그때마다 그녀 주위에 놓여져 있던 기계들이 하나씩 없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체온이 점점 올라가고 있었으며, 간호사들의 얼굴이 계속 바뀌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계속 그녀의 곁에 있었다. 그녀의 의식이 또렷해진 순간들 중에, 간호사가 그녀에게 그녀의 상태가 궁금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베로니카는 이미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녀가 보고 있는 자신의 몸상태가 문제가 아니라 그녀의 정신에서 일어난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간호사가 계속 대화를 이어 나가려고 하자 베로니카는 잠이 든 척했다.

다시 눈을 떳을 때, 베로니카는 자신이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 서있던 두명의 의사중 좀 더 젊은 의사에게서 그녀가 삼킨 수면제로 인해 심장이 심하게 상했고, 그로 인해 그녀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그녀는 마침내 자신이 성공했다고 말하자 의사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그날 밤부터, 이상하게도 그녀는 이 와중에 5일 후가 될지 일주일 후가 될지 모를 죽는 날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