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s and Furies
By
Lauren Groff
짙은 안개가 낀 어느 날, 메인 (Maine)의 바닷가에 한 젊은 커플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이름은 로토 [Lotto, 원래 이름은 란셀럿 새터화이트(Lancelot Satturwhite)]와 마틸다 요더 (Mathilde Yoder)였다. 두 사람은 22살이었고 그날 아침 비밀 결혼식을 올렸다. 그들은 만난지 2주밖에 되지 않은 커플이었는데, 로토는 그 2주 동안 그의 모든 것을 바쳐 그녀를 사랑했고, 마틸다를 투명한 유리 접시인 것처럼 다루었다. 그는 짧은 순간에 그 투명함을 통해 그녀의 선함을 보았다. 하지만 유리는 깨지기 쉬운 것이므로 조심해야 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그의 삶은 마틸다를 향해 꾸준히 만들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의 삶에 그녀가 들어 온 순간 그가 준비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 소식을 들은 로토의 엄마는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후 다시는 그를 만나지 않았으며, 경제적 지원을 비롯한 그가 받을 유산 상속도 끊어버렸다.
결혼 후, 마틸다는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이나 로토의 우려와는 다르게 로토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연극배우였던 그가 졸업 후 배역을 못얻어 그녀가 생활비를 벌어야 했을 때에도. 물론 나중에 로토가 커리어를 배우에서 극작가로 바꿔 성공을 하기도 했지만, 그 성공 역시 마틸다의 공이 컸다. 그렇게 그녀는 로토의 곁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그가 죽을 때까지.
한편, 로토는 60년대 말, 어느 여름 날, 플로리다 (Florida)의 햄린 (Hamlin)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은 농장 저택이었는데 그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생수공장이 5에이커에 달하는 농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로토는 그곳에서 엄마 앙트와네트 (Antoinette)와 아버지 가웨인 (Gawain)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고모인 샐리 (Salle)가 그들과 함께 살았다. 그가 태어난 날, 가웨인은 아기를 '가웨인 주니어'라고 불렀는데, 앙트와네트는 남편과 데이트할 때 봤던 영화 『카멜롯』(Camelot)이 생각나 아기의 이름을 란셀럿 (Lancelot)이라고 하자고 했고 그의 이름은 란셀럿이 되었다. 잠시 후 아이를 안은 샐리가 그는 분명 두 사람에게 로토 임에 틀림없다고 말하면서 로토는 그의 별칭이 되었다.
앙트와네트는 뉴 햄프셔 (New Hampshire) 해안의 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나이가 들어 집을 떠나기로 작정하고 기차로 인디애나 (Indiana)의 스미스 (Smith)라는 곳으로 가던 중, 그녀의 옆자리에 놓여 있던 잡지 책에서 오렌지 나무와 따뜻한 햇빛, 그리고 수영복을 입은 여자들의 사진을 보고 맘을 바꿔 플로리다로 갔다. 그리고 한 에이전시를 찾아가 아쿠아리움 속에서 공연하는 인어공주 역을 맡았다. 그 일을 하면서 물론 그녀와 데이트한 유명인은 많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이제 서서히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느끼며 자신은 유명 배우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있을 무렵, 샐리가 앙트와네트가 속한 극장으로 왔다.
샐리는 당시 열일곱살로 햇빛에 그을러 피부가 까무잡잡했다. 그녀는 생수공장에서 하루에 18시간씩 일하고 집에 와서 잠만 자는 말없는 그녀의 오빠 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서 집을 나왔다. 하지만 너무 마른 그녀를 본 매니저는 그녀를 쓸 수 없다고 말했고, 좌절한 샐리는 조명이 꺼진 극장안으로 들어갔다가 앙트와네트가 빨강 비키니와 꼬리가 달린 옷을 입고 한창 공연을 하고 있는 반짝이는 유리관을 보고 넋이 나간듯 서있었다. 그녀는 모든 조명을 받고 있었다.
샐리는 그곳에서 못박힌듯 한참을 머물렀다. 이후 그녀는 스팽글로 장식된 꼬리를 만들고, 인공호흡기를 사용해 유리 한쪽에서 나오는 물로부터 조류를 긁어내는 방법도 배웠다. 일년 후, 어느 날, 앙트와네트가 지쳐서 튜브룸에 앉아 젖은 꼬리를 다리에 문지르고 있는데 샐리가 들어와 올랜도 (Orlando)에 생기는 디즈니의 새로운 테마 파크 광고지를 주었다.
그곳으로 옮긴 두 사람은 한 아파트를 얻어 룸메이트로 살게 되었는데, 어느 날, 샐리의 요구로 가웨인이 가족 흔들의자를 갖다 주러 아파트에 왔다가 앙트와네트를 만났고,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샐리가 두 사람을 소개시키며 그가 은행에 수백만 달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가 둘 다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 가웨인은 스무살이었고, 그에게 일곱살짜리 여동생이 남겨 졌다. 가족의 땅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 그는 적금을 다 털어 가족의 땅 지하에서 나오는 깨끗하고 차가운 물을 병에 담을 수 있는 생수공장을 짓기 위한 착수금으로 사용했다. 그는 그것으로 부를 축척했지만 돈을 거의 쓰지 않았다.
둘의 결혼은 아주 급하게 이루어졌다. 가웨인은 명확하고 부드러운 매너로 앙트와네트를 놀랬켰다. 그녀가 그의 얼굴을 덮고 있는 모든 털을 다 밀어버리자 감성있는 얼굴과 친절한 입이 드러났다. 그녀가 사다준 둥그런 테의 안경과 맞춤 양복을 입은 그는 미남은 아니었지만 돋보였다. 그는 방 건너편에서 그녀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그녀에게 일었던 불꽃이 활활 타올랐고, 그로부터 10개월 후 폭풍우와 함께 아기가 태어난 것이다.
이렇듯 이 세 사람의 어른에게 로토는 특별한 아이였다. 가웨인은 오래 전에 받았던 사랑을 모두 그에게 쏟아부었고, 아이를 희망으로 빚었다. 가웨인은 아이를 안고 천재의 무게를 느꼈다. 샐리는 집안 살림을 꾸려나갔다. 그녀는 유모들을 고용했다가 그녀처럼 해주지 않는다고 해고했다. 아기가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바나나와 아보카도를 씹어서 그의 입속에 넣어 주었다.
그리고 앙트와네트는 아기가 그녀에게 반응을 보이며 웃어주자 마자 모든 에너지를 그에게 쏟아부었다. 그녀는 그에게 베토벤을 들려주었고 자신이 읽어서 얻게된 음악 용어들을 큰소리로 그에게 알려주었다. 초기 미국 가구, 그리스 신화, 언어학 등에 관해 통신 강의를 들었고 논문들을 그에게 전부 읽어주었다. 그녀는 아마 이 콩 크기만한 그의 뇌는 그녀가 얘기한 것의 1/12 정도밖엔 흡수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의 뇌에 얼마만큼 흡수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녀는 만약 그가 위대한 사람이 되려면 그의 위대성을 지금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확신했다. 그녀의 그런 노력에 보답하듯 로토는 2살때부터 어마어마한 기억력으로 어른들을 놀랬켰다. 앙트와네트는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로토는 자라서 걷게 될 무렵부터 아침엔 항상 엄마와 함께 지냈고, 오후엔 모래를 파고 거기서 나오는 샘물을 찾으러 돌아다니며 놀았으며 악어들이 있는 늪지에서 놀기도 했다. 그의 엄마는 그를 일년 더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그래서 1학년이 될 때까지 그는 아무도 아는 애들이 없었다. 집안에는 조용히 그에게 서비스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모든 사람이 그를 기쁘게 하는 걸 즐거워 했고, 로토 역시 그랬다. 그의 아버지는 그저 아들의 존재만으로도 기뻤다.
그런데 일년 동안 앙트와네트는 갑자기 통신 교육을 포기하고 이상하게 생긴 TV에 나오는 목사의 설교에 푹 빠져 지냈다. 그녀는 목사의 부인의 머리 모양까지 따라 했다. 그후 그녀는 거대한 액수의 체크를 써서 보내려는 걸 샐리가 발견하고 그것을 불에 태워버렸다. 종교에 푹 빠진 앙트와네트는 가웨인과 샐리에게 빛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는 정말로 천국을 그들과 나누고 싶었지만 그들은 웃는둥 마는둥 하기만 하고 자리를 피해버렸다. 그러자 그녀는 생각을 바꿔 그녀가 반드시 구해야 할 사람은 로토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초를 밝히고 조용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계시록 (Revelation)을 읽어 주었다. 그럼에도 물론 로토는 보통의 아이들이 갖는 슬픔을 가진 또 하나의 특권층의 아이로 밝고 평범하게 자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송두리째 앗아갈 날이 다가왔다. 아버지 가웨인이 심장마비로 갑자기 죽게 된 것이다. 로토는 학기 마지막 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오래된 펌프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아버지를 발견하고 자전거에서 내렸다. 그런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낮잠을 자지 않았다. 아이는 그 자리에 우뚝 섰다. 그리고 자전거를 팽개치고 달렸다. 쓰러진 아버지에게로 간 로토는 그의 얼굴을 붙들고 큰소리로 아버지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외침에 엄마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남편이 죽고 앙트와네트는 심한 구역질에 시달렸는데, 그것은 단지 슬픔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임신중이었던 것이다. 몇달 동안 지역 사람들은 화려한 차를 타고 검은 정장을 입고 서류가방을 들고 그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고 그들이 구혼자들이라고 생각해 앙트와네트가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를 지켜보았다.
그런데 한편으로 로토는 점점 망가지고 있었다. 학교를 그만두려고 했지만 선생님들은 그를 뛰어난 아이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엄마와 함께 앉아 손을 잡고 그녀의 종교 프로그램들을 들었지만 신은 그에게는 가혹한 것 같았다. 엄마는 감정을 숨기고 모든 것을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고 여기는듯 했다. 그녀의 배가 점점 불러오고 마침내 아이가 태어났다. 아기의 이름은 레이첼 (Rachel)이었다. 레이첼이 밤에 깨어 울면 로토가 먼저 달려가 의자에 앉히고 흔들며 우유를 먹였다. 첫해 동안 그렇게 레이첼은 오빠의 손에서 컸다.
시간이 흘러 십대가 된 로토는 얼굴에 여드름이 나고 이제 더이상 잘생긴 소년이 아니었지만, 여전히 여자아이들은 그에게 키스하려고 난리였다. 동정심에서든 그가 부잣집 아들이었든 간에. 로토는 그녀들의 부드러운 입술에 집중하다보면 그를 덮치고 있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플로리다의 어둠을 뚫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치 그를 짓누르는 슬픔을 앞지르듯 페달을 가능하면 빨리 밟으면서. 하지만 슬픔은 언제나 더 빨랐다. 그래서 쉽게 다시 그를 덮치곤 했다.
가웨인이 죽은지 일년하고 하루가 지난 날 새벽, 14살이 된 로토는 아침으로 삶은 달걀 몇개를 들고 나가기 위해 부엌으로 갔다. 그런데 어둠 속에서 갑자기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말할 게 있다고 했다. 그는 깜짝 놀라 불을 켰다. 식탁 끝에 머리가 헝크러진채 검은 색 옷을 입고 엄마가 앉아 있었다. 그는 엄마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가꾸지 않은 모습이었고 너무나 살이 쪘다. 그녀는 레이첼이 태어난 후 진통제를 복용하기 시작한 것을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엄마와 얘기를 나눈지 몇 시간 후, 로토는 눈을 깜빡거리며 한 바닷가에 서 있었다. 엄마에 따르면, 서류 가방을 든 사람들은 구혼자들이 아니라 변호사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사라졌고 집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다 온데간데 없었다. 농장 저택, 그의 어린시절, 생수 공장, 수영장, 그의 조상들이 오랫동안 살았던 햄린, 이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다. 그의 아버지의 유령 역시. 그것들은 터무니없는 가격에 팔렸다. 지금 그가 서 있는 크레센 비치 (Crescent Beach) 지역은 괜찮았지만, 집은 아주 작았고 더미 위에 쌓아 올려진 콘크리트 레고 박스처럼 둔덕 위의 기둥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는 엄마에게 왜 이 바닷가이고, 왜 이렇게 작은 집을 샀느냐고 물었다. 엄마는 포클로져로 값이 싸다고 말했다. 돈은 자신을 위한 게 아니고, 그와 그의 동생을 위해 모두 신탁을 해두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때문에 돈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그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돈이 그의 아버지가 아니고, 아버지의 땅이 아닌데 말이다. 그는 화가 나 그것은 '배신'이라고 소리치며 울었다. 그의 엄마는 그의 얼굴을 붙잡고 웃으며 그렇지 않다고, 그것은 '자유'라고 말했다.
이후 로토는 해변에 나와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래의 아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그보다는 약간 나이가 더 많은 11학년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로토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이후 그는 그들과 함께 하는 삶, 즉 해변에서 맥주, 마약 등을 하기 시작했고 엄마의 진통제를 몰래 훔쳐 먹기도 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은 낮동안에는 옅어졌지만 밤엔 울면서 깨어났다. 9학년이 되어서도 여름 방학의 생활들이 계속 이어졌고 방과후부터 밤까지는 바닷가에 있었다. 친구들은 그에게 이것을 흡입해봐라, 저것을 피워봐라 하면서 이것저것 그에게 권했고, 그것을 하는 동안엔 슬픔을 잊을 수가 있었다.
세 명의 새 친구들 중에서 그웨니 (Gwennie)가 가장 재미있는 아이였다. 그녀는 뭔가 가슴 속의 상처가 있는 것 같은데 아무도 그것이 무엇인지 그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그녀는 콜리 (Chollie)라는 이름을 가진 뚱뚱한 남자 아이와 쌍둥이였다. 로토에게 그녀는 떠돌이 아이로 보였는데, 어찌됐든 그 쌍둥이들은 랜치 하우스에서 살았고, 부모님도 계시며, 그웨니는 신입생으로 세 개의 AP 과목을 들었다. 그웨니는 일행중 마이클 (Michael)이라는 아시안 남자애를 좋아했는데, 마이클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로토의 무릎에 손을 올렸다. 로토는 때로 그들이 하늘을 나는 새들 같다고 느꼈다. 돌고 돌면서 서로를 쫒는. 오직 콜리만이 분리된 채 다른 아이들의 끝없는 서클을 서글프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안에 자신을 밀어넣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나중에, 로토가 대학 입학 후, 콜리가 찾아와 그웨니가 자살했다고 알려주고, 로토는 오갈 데 없는 콜리를 따뜻하게 맞아주며 곁에 있게 해준다. 그래서 콜리는 로토의 학교에서 몰래 청강을 하고 그의 옷장에서 잠을 자는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런 콜리에게 로토가 만난지 이주밖엔 안된 여자와 결혼을 한다고 한 것은 큰 충격이었고, 또한 로토가 주변의 그 많은 여자를 만나면서도 한번도 여자에게 그런 식으로 빠져드는 걸 보지 못했던 콜리는 도대체 자신의 친구의 마음을 그토록 빼앗은 여자가 누구인지 알아보기로 하고 그녀의 뒤를 밟게 되는데...)
언제가 콜리는 로토에게 자신은 로토 전에는 진정한 친구가 없었다고 말했다. 로토는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끼며 자기도 그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사실 그 말을 하고 나서야 로토는 그것이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콜리의 투박함, 외로움, 돈에 대한 굶주림 등이 로토에게 그의 아버지를 생각나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로토의 이런 생활은 곧 끝나게 된다. 어느 토요일, 늦은 오후의 사고 후 로토는 경찰서에 끌려가게 되고, 앙트와네트와 샐리는 그를 그런 비행청소년들과 격리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그는 따뜻한 플로리다와 식구들을 뒤로 하고 춥고 우울한 뉴 햄프셔 (New Hampshire)에 있는 남자애들 냄새로 가득찬 한 사립학교로 가게 되었다. 그날 저녁, 식당에서 누군가가 호박 파이를 그의 이마에 던지며 놀렸다. 보스턴이나 뉴욕에서 온 아이들은 남부인들을 훨씬 열등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한때는 로토를 돋보이게 했던 그의 부유함은 그곳 부자들 사이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는 매주 일요일 6시에 집으로 전화를 했다. 하지만 샐리 고모는 별로 할 얘기가 없었고, 엄마는 요즘 밖엘 나가지 않았으며, 레이첼은 너무 어려 문장을 하나로 말하지 못했다. 그의 통화는 5분 이내에 끝났다. 다음 통화까지 어두운 바다를 헤엄쳐야 했다. 뉴 햄프셔는 따뜻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하늘 마저도 냉랭했다. 로토는 5시 30분 체육관이 문을 열자 마자 뼛속까지 스며든 차가운 기운을 녹이기 위해 온탕엘 갔다. 그는 친구들이 태양 아래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상상하면서 물 위에 떠있었다. 콜리만이 그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그것은 포르노 엽서 위의 농담 뿐이었다. 그는 땡스 기빙에도 크리스마스에도 집에 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그가 '아직도 자신이 벌을 받고 있는 거냐?'고 묻자 샐리 고모가 벌이 아니라고, 그의 엄마는 그가 좀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더 나은 삶이라고? 그곳에서 그는 그저 듣보잡일 뿐인데? 그렇게 그의 외로움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어느 날, 교장이 그를 불렀다. 그는 로토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그의 점수는 완벽했다. 그는 란셀럿에게 불행하냐고 물었다. 그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교장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 란셀럿은 키도 크고 영리하고 부자였으며 백인이었다. 그와 같은 아이들은 리더가 될 수 있었다. 그는 처방전을 써 줄 친구가 있으니 그 친구의 연락처를 써주겠다며 메모장을 찾으러 서랍을 열었다. 그때 란셀럿은 기름칠이 잘된 권총을 목격했다. 그것은 아버지가 갖고 있던 바로 그 가죽 권총집에 들어 있었다. 눈앞에 있는 그것을 흘끗 보기만 했는데도 그는 그의 손에 그것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그후, 2월 어느 날, 영어 강의실 문이 열리고 붉은 망토를 걸친 두꺼비 같이 생긴 한 사람이 들어왔다. 그는 칠판에 자신의 이름을 덴튼 스레셔 (Denton Thrasher)라고 썼다. 그러더니 갑자기 세익스피어의 『리어왕』(King Lear)의 한 장면을 연기했다. 그의 연기가 끝나자 강의실은 고요했다. 비웃음도 없었다. 아이들은 움직임이 없었다. 그 순간 로토는 깨달았다. 지금까지의 자신을 버리고 다른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일로 강의실의 그 아이들을 침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로토는 댄튼 스레셔가 연극을 소개 해준 것이 고마웠고, 그를 통해 자신이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찾은 것 같았다.
그렇게 로토는 연극을 시작하게 되었고, 4월에 샐리 고모는 로토가 여름에 집에 올 수 없다고 말하며 울었다. 아직 그곳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로토는 그녀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아직 그의 친구들이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것을. 그는 누이동생을 안아 보고 싶었다. 그녀는 그를 기억하지 못할지도 몰랐다. 그는 샐리 고모의 음식도 먹고싶었다. 엄마의 향수 냄새도 맡고 싶었고, 엄마가 모세나 욥을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읽어주는 목소리도 듣고 싶었다. 그는 제발 집으로 가게 해달라고, 절대로 집 밖으로 안나가겠다고 애원했지만 샐리 고모는 그들 셋이 여름에 보스톤으로 놀러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그는 절망적인 기분으로 전화를 끊었다. 친구도 없었고, 버려진 기분이었다. 자기 연민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뭔가를 해야만 했다.
저녁 때, 민트 브라우니를 가지고 카페테리아에서 싸움을 한 이후 그는 계획을 굳혔다. 날이 어두워지자 로토는 밖으로 나갔다. 교장의 사무실이 있는 행정실 건물로 갔다. 교장의 서랍에는 권총이 있었다. 로토는 교장이 아침에 출근해서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 시체를 보고 몸을 떨며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상상했다.
샐리 고모와 엄마는 슬픔으로 어쩔줄 모를 것이다. 좋아! 그는 그들이 남은 여생을 울면서 보내기를 원했다. 그는 그들이 그에게 했던 것에 대한 보상으로 울다가 죽기를 원했다. 그의 여동생을 생각할 때에 잠깐 흔들렸지만 그녀는 너무 어렸다. 그녀는 무엇을 잃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그 건물은 불빛이 하나도 없는 그저 하나의 덩어리였다. 더듬거리며 문을 열자 잠기지 않은 문이 열렸다. 행운이 그의 편인 것 같았다. 그는 혹시 몰라 불을 켜지 않았다. 그는 벽을 더듬으며 걸었다. 그리고 낮에 보았던 그곳의 장면들을 떠올렸다. 홀의 끝에 가면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을 것이었다. 그는 눈을 감고 더듬거리며 끝을 향해 갔다. 발밑에 느껴지는 카펫의 감촉과 그의 앞에 펼쳐진 아찔한 공백을 즐기며 그는 즐거움에 가득차 세 계단을 밟았다.
그런데 갑자기 뭔가에 얼굴이 부딪쳤다. 그는 넘어져 카펫 위에서 허우적거렸다. 그것이 다시 그의 코를 때렸다. 그는 손을 뻗어 보았지만 처음엔 아무 것도 없었다. 잠시 후 뭔가가 손에 잡혔고 그것들을 추측하다가 겨우 스위치를 찾아 불을 밝혀보니 보트 한 척이 기울어진 채 천장에 매달려 있었고, 거기에는 젤리 롤 (Jelly Roll)이라는 별명을 가진 해롤드 (Harold)가 얼굴에 민트 브라우니로 범벅을 한채 목을 매어 죽어 있었는데...
한편, 원래의 이름이 오렐리 (Aurelie)인 마틸다는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어린시절 남동생에 대한 질투로 그가 목이 부러진 사고를 당해 죽게 만든 후 부모에게 버림받고 처음엔 친할머니에게서 다음엔 외할머니에게서 자랐다. 친할머니에 의해서 기차에 태워진 날, 기차가 지나갈 때 그녀는 저쪽에 스카프로 얼굴을 가린채 서 있는 엄마를 보았다. 외할머니의 집에는 매번 다른 남자들이 들락거렸고, 침대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얼마 후 외할머니가 죽고, 그녀 나이 열한살 때 미국의 펜실베니아 (Pennsylvania)에 사는 외삼촌 집으로 오게 되었는데, 처음 그녀를 본 외삼촌은 니가 사람들이 '악마같은 계집애'라고 부르는 아이로구나, 라고 말했다.
외삼촌은 무슨 일을 해서 부자가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운전기사가 그녀를 어마어마하게 큰 저택으로 데려다 주었는데 방은 모두 문이 잠겨 있었다. 외삼촌은 자신은 그집에 자주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를 다니게 된 오렐리는 아이들이 그녀의 이름을 갖고 놀리는 것이 싫어 선생님에게 말하자 선생님은 그녀에게 좋아하는 이름이 있느냐고 물었고, 오렐리는 예전 프랑스에서 살 때 윗층에 살았던 아이의 이름이 생각나 그 이름을 댔는데, 바로 마틸다였다.
이제 마틸다가 된 그녀는 외삼촌의 집에서 사는 동안 줄곧 혼자 지냈다. 외삼촌의 운전기사 외에는 그녀를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혼자 있는 시간 동안 마틸다는 거의 TV를 보며 시간을 보냈으며, 학교에서는 그녀 맘에 안드는 아이들에게 몰래 복수를 했고, 선생님 앞에서는 자신은 그 일과 전혀 상관없다는듯 큰눈을 깜박거리며 순진한 얼굴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그녀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녀는 TV 속의 캐릭터를 훙내내면서 엑센트를 지워갔다.
하지만 그녀의 외로움은 너무나 커서 어느 날 강에서 수영을 하는데 허벅지에 거머리가 달려 있는 것을 보고 친구인양 생각해 며칠 동안 그것을 그대로 두었다. 그러다가 샤워 도중 그것이 떨어졌는데 실수로 그것을 밟은 후 그녀는 울었다. 그후, 12살 되던 해에 외삼촌의 운전기사에게서 외삼촌이 그녀를 입양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이제부터 그녀를 미스 요더 (Miss Yoder)라고 부르겠다고 했다. 마틸다가 그것은 외할머니의 성이 아니라고 하자 그 기사는 그녀의 외삼촌이 미국에 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그의 성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주었다.
열세살이 된던 해, 그녀는 외삼촌 집의 방들 중 하나가 잠겨있지 않은 걸 발견하고 몰래 들어갔는데, 그것은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서재였다. 이후 그녀는 그곳에 있는 책들을 모두 읽었다. 그 결과 그녀의 글솜씨는 일취월장해졌다. 그로 인해 중학교 마지막 학년 동안 영어로 인한 상이란 상은 모두 받았으며, 고등학교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또한 어느 날, 그녀는 외삼촌의 집에 있는 또 다른 방 중 하나가 문이 잠겨있지 않은 걸 발견하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가 선반에 놓인 접시 위의 말 그림을 보며 그 활기찬 생동감에 놀라기도 했다. 그때 그녀는 자신이 서른이 될 때까지 삼촌 집의 방들을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탐험을 하리라 생각했다.
열네살 생일 때 처음으로 외삼촌이 그녀를 데리고 식당엘 갔다. 그곳에서 그는 오렐리의 부모가 새롭게 3살, 5살 짜리 남자아이들을 낳아 키우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그날, 외삼촌은 자신이 마틸다를 돌보아 줄 의무는 열여덟살까지라며 대학은 그녀가 벌어서 다니라고, 키가 크고 날씬하니까 모델일을 해보라고 말했다. 그녀가 왜 자신을 미워하느냐고 하자 외삼촌은 그녀에게 어떠한 감정도 없다고 말했다.
열여섯살이 되었을 때 그녀는 외삼촌이 뭔가 안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챘고, 대학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았지만, 학비를 지불할 수 있는 돈이 없어서 그것은 무용지물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외삼촌의
권유대로 모델일을 해보기 위해 몇년전 생일 선물로 그가 사준 노란색 원피스와 구두를 신고 기차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그때 그녀에게 반한 한 남자가 그녀를 따라오고, 돈이 필요했던 그녀는 얼마 후 4년 동안 돈을 받고 그의 섹스 파트너가 되기로 계약을 했다. 그는 에이리얼 (Ariel)이라는 사람으로 갤러리 관장이며 예술품 딜러였다. 그녀는 그렇게 대학엘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졸업이 다가오자 마틸다는 이제 곧 에어리얼과의 계약도 끝날 것이고 앞으로 펼쳐진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힘들어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화장실에서 다른 여자애들이 우연히 학교의 유명한 연극배우였던 로토가 아주 돈많은 집 아들이라는 얘기를 하는 것을 듣고 마틸다는 그를 유혹하기로 결심한다.
마틸다는 로토가 대학 졸업 전 마지막으로 햄릿을 공연한다는 얘기를 듣고 비를 흠뻑 맞고 공연 후 그가 캐스트들과 파티 하는 곳으로 찾아가 그를 유혹하는데, 놀랍게도 그는 그녀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 그녀의 손을 잡더니 한쪽 무릎을 꿇고 결혼해 달라고 외쳤다. 나중에 로토는 이 장면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서 그녀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를 내려다 보면서 싫다고 말했다고 했지만, 사실 그녀는 그래요, 라고 대답했었다. 그녀는 로토가 어떻게 생각했든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다. 비밀 결혼식을 하고 해변에서 첫 섹스를 한 날, 피가 보인 걸 보고 로토는 그녀가 그와 첫 경험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녀에게 그가 첫 남자라고 생각했지만, 그날은 그저 생리기간이었을 뿐이었다.
그가 망상 속에 살게 하는 게, 그럼으로써 그가 행복하다는데 그걸 망칠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야 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2주 후 그들은 결혼을 했다. 로토는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사람들에게 그들의 결혼을 첫눈에 반한 사랑 (a coup de foudre)이라고 얘기했지만 그녀에게 그들의 결혼은 내내 섹스뿐이었다. 처음엔 다른 것들도 있었고, 물론 다른 것들에 관한 것들도 있었지만, 나중에는 항상 섹스에 관한 것이었다. 물론 처음엔 잠시 행복이라는 것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는 순수했고 매력적이었으며 재미있고 그녀에게 충실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자였다. 결혼식을 하고 모래 위에서 그와 섹스를 나눌 때 그녀의 살 속을 파고드는 모래의 고통도 즐거웠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던 날 아파트 앞에서 마틸다는 로토에게 그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싶다며 엄마와 고모 여동생까지 즉시 만나게 해달라고, 빨리 플로리다로 날아가자고 말했다. 엄마가 있고, 가족이 있다는 것에 그녀는 너무 신이 났다. 너무 오랫동안 그녀는 혼자였다. 그녀는 혼자 시어머니와의 관계를 상상했다. 스파를 함께 가고 그녀를 생각하며 샀다는 노트와 함께 보내 온 작은 선물 등.
하지만 뭔가가 이상했다. 잠시 머뭇거린 로토는 그들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녀는 소름이 끼쳤다. 그가 벌써 자신을 부끄러워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사회학 레포트를 내야 한다며 그 자리를 피했다. 그가 떠나고 기분이 상한 마틸다가 잠시 낮잠을 자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놀랍게도 그것은 로토의 엄마에게서 온 전화였다.
마틸다가 마침내 그녀와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고 하자, 앙트와네트는 자신이 그녀에 관해 뒷조사를 했다고 말하면서 마틸다가 교회를 다니지 않을 것이므로 사랑스러운 자신의 아들의 짝이 될 수 없다는 것, 또한 마틸다가 로토와 만난지 2주만에 결혼을 한 의도를 잘 알겠지만, 로토가 그녀와 결혼했다고 알린 그 순간부터 그는 한푼도 받지 못하게 되었다고, 마틸다의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앙트와네트는 처음엔 10만불을, 나중엔 더 많은 액수를 제시하며 위자료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받고 자신의 아들 곁을 떠나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화가 난 마틸다는 싫다고 말하며 앙트와네트에게 이제부터 그녀가 아들을 볼 수 없도록 끝까지 온 힘을 다해 막겠다며 명절 때든, 생일이든 다시는 로토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그것이 그녀와 앙트와네트의 게임이라고 말했다. 이후 그녀는 앙트와네트에게서 헤어지라는 편지가 올 때마다 답장으로 자신과 로토가 여기저기서 다정하게 찍은 사진들을 보냈고, 로토에게는 그것에 대해서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그녀는 로토와 결혼 후 임신한 적이 있었는데, 로토에게는 그 사실을 숨기고, 윗층 여자의 도움으로 아이를 낙태시켜 버린다. 그리고 이후 불임수술을 받아버린다. 하지만 로토는 사는 동안 내내 아이를 갖고 싶어 했다.
이후, 정말 마틸다의 말대로 로토는 엄마가 죽을 때까지 그녀의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되었고, 앙트와네트가 죽고 몇개월 후 로토마저 갑작스럽게 죽게 된다. 한참 동안을 힘들게 보내는 마틸다에게 샐리와 레이첼이 찾아와 앙트와네트가 그녀의 과거에 대해 모든 걸 다 알고 있었다고 증거를 보여주며 그들은 그것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 자신들이 어찌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며 서류 하나를 보여주는데, 그것은 바로 그웨니와 로토 사이에 아들이 있다는 것, 그런데 그 아이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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