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Light We Cannot See
By
Anthony Doerr
1944년 8월 어느 날 새벽, 하늘에서 하얀 종이들이 눈처럼 날렸다. 그것들은 성곽을 가로질러 날려 지붕 위를 떼굴떼굴 구르기도 하고 집들 사이의 작은 길들 사이로 펄럭거리며 떨어졌다. 온 거리 위에 휘날리는 그 종이에는 '이 도시의 거주민들에게 보내는 긴급 메시지. 즉시 툭 트인 지대로 떠나시오.'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그날, 미국의 폭격기가 수없이 많은 소이탄을 투하하여 프랑스의 브리타니 에머럴드 (Brittany Emerald) 해안의 가장 밝은 곳인 생 말로 (Saint Malo)의 역사적 성곽 도시가 화재로 거의 대부분 소실되어 버렸다. 성안의 865개의 건물 중 182개만이 남았고 그것들도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입었다.
당시 16살인 앞을 보지 못하는 마리-로르 르블랑 (Marie-Laure LeBlanc)은 생 말로에 있는 큰할아버지 에티엔느 (Etienne)의 집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도시 모형이 항상 들려 있었다. 그 모형은 그녀의 아버ㅣ가 만들어준 그 도시의 미니어쳐였으며 성곽 안의 수백채의 집들과 가게 그리고 호텔등이 그대로 복제되어 있었다. 매일 밤 그녀의 손가락은 그 모형을 따라 움직였다. 어디에 무슨 건물이 있고, 통로는 어디인지 그것들을 따라 낱낱이 익혔다.
그날 밤, 그녀는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는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다가 폭격기가 3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접근했을 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찌지직 소리가 점점 더 많아졌다. 침실의 창문을 열자 비행기의 소음이 더 크게 들렸다. 그것만 없었다면 그 밤은 매우 고요했다.
잠시 후, 사이렌 소리가 들리자 마리는 셔터를 닫고 창문을 다시 잠궜다. 비행기가 점점 더 가까이 왔다. 이런 상황이 오면 재빨리 부엌 구석으로 가 작은 문을 열고 먼지로 가득찬 지하로 가야했다. 하지만 그녀는 대신 침대맡에 있는 테이블로 가 도시의 모형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녀의 손가락은 다시 성벽의 외곽을 따라 움직였다. 그녀의 손가락 아래에 데스트레 가 (rue d'Estrees)와 보보렐 가 (rue Vauborel)가 만났다. 그녀의 손가락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것들은 출입구들을 스치듯이 지나갔다. 하나 둘 셋, 그리고 넷. 잠시 후 그녀의 손가락은 에티엔느 큰할아버지가 소유한 아주 작은 집, 그녀가 지난 4년 동안 살았던 그집, 6층에 그녀 홀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곳, 미국 폭격기가 그녀를 향해 포효하는 바로 그곳에 도달했다.
그녀는 아주 작은 앞문을 안으로 밀고 감춰진 걸쇠를 열었다. 그리고 작은 집을 위로 들고 모형에서 벗겨냈다. 그녀의 손 안에 놓인 그것은 큰할아버지의 담배 상자 크기만 했다. 이제 폭격기는 아주 가까이 왔는지 무릎 아래 마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마리는 모형의 굴뚝을 90도 각도로 비틀었다. 그런 다음 지붕을 만들었던 세개의 나무판을 미끄러지듯이 떼낸 다음 그것을 뒤집었다.
그러자 돌 하나가 그녀의 손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것은 차가웠으며 비둘기 알 정도의 크기였고 형태는 눈물 모양이었다. 그녀는 한쪽 손에는 작은 집을 다른 쪽 손에는 돌을 들었다.
한편, 마리의 엄마는 그녀를 낳다가 죽었고 아버지와 함께 파리에 살았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국립 자연사 박물관의 자물쇠 담당자였다. 그녀가 시력을 잃게 된 건 1934년, 6살 때였다. 병원에서는 선천성 백내장이라는 진단을 내렸고, 양쪽 모두 그렇다고 했으며 치료가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앞으로 앞을 볼 수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후 그녀는 보이지 않는 삶에 적응하느라 온 몸에 멍이 들고 비참한 생활을 해야 했다. 사람들은 그녀가 불행을 몰고 왔다며 그녀를 아버지에게서 떼어놓아야 한다고 소근거렸다. 그런 그녀에게 가장 편한 곳은 침대였다. 당시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의 침대 곁 의자에서 담배를 피우며 그녀가 삵고 있는 도시의 모형들을 만드느라 나무를 깎고 작은 망치를 들고 그것들을 때리고 샌드페이퍼로 매끄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절망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러기엔 그녀는 너무 어렸고 그녀의 아버지는 인내심이 대단했다. 그는 세상에는 저주같은 건 없다고 그녀를 안심시켰다. 불행이나 다행, 혹은 성공이나 실패의 경향이 있을 뿐 사람들이 말하는 저주같은 건 없다고 말이다.
마리의 아버지는 일주일에 6일은 아침 동트기 전 그녀를 깨워 옷을 입혔다. 만약 시간이 있으면 그녀로 하여금 신발끈을 스스로 묶게 했다. 그런 다음 부엌에서 둘이 함께 커피를 마셨다. 6시 45분이 되면 그녀는 구석에 놓여져 있는 지팡이를 들고 아버지의 벨트 뒷쪽에 손가락을 걸고 그를 따라 네 계단을 내려가 여섯 블럭을 걸어 박물관으로 갔다. 아버지는 박물관을 통틀어서 12,000개의 자물쇠가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아침 내내 그는 열쇠 보관소 앞에 서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열쇠를 나눠주었다. 모든 열쇠에는 숫자가 적혀 있었고 색깔로 구분이 되어 있었다. 감독부터 청소부에 이르기 까지 모든 종업원은 항상 자신들의 열쇠를 갖고 다녀야 했다. 아무도 열쇠를 소지한 채 각자의 빌딩을 벗어나선 안돼고, 어느 누구도 열쇠를 책상에 두고 돌아다녀서는 안됐다. 그 박물관에는 13세기부터 내려온 값을 매길 수 없는 옥(jade)이 있었고, 인디아에서 온 미네랄석과 콜로라도의 망간광 등 아주 귀한 것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그는 열쇠들을 갖고 그녀에게 각각의 열쇠의 종류에 대해서 물어보곤 했으며, 각각의 전시품들이 어디에 있는지, 각각의 캐비넷에 들어 있는 내용물이 무엇인지 테스트하곤 했다. 그는 전구며, 물고기 화석, 혹은 플라밍고의 털같은 예상치 못했던 물건들을 끊임없이 그녀의 손에 올려놓았다.
매일 아침 한 시간 씩, 심지어 일요일 아침에도 그는 그녀를 점자책 앞에 앉히고 글자를 익히게 했다. 오후에는 그녀를 데리고 박물관을 순찰했다. 그는 걸쇠에 기름칠을 하고 캐비넷들을 고치고 문장 장식패를 광이 나도록 닦았다. 그는 그녀를 아래층으로 데려가 복도에서 복도로 갤러리에서 갤러리로 데리고 다녔다.
어떤 날 오후에는 그는 마리를 제파드 박사 (Dr. Geffard)의 실험실에 남겨두기도 했는데, 제파드 박사는 연체동물 전문가로 그의 수염에서는 항상 축축한 양털 냄새가 났다. 그의 실험실 뒷쪽 벽에는 그녀가 셀 수도 없는 많은 서랍이 달린 캐비넷이 있었는데, 그는 마리가 그것을 하나씩 열어 조개껍데기를 꺼내 손으로 만져보게 해주었다. 그 박물관은 세상에 알려진 종류의 반이 넘는 만개의 표본을 갖고 있었고, 그녀는 그것들 모두를 만져볼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면 그녀의 아버지는 항상 같은 곳에 신발을 두었고, 같은 고리에 코트를 걸었다. 그녀는 고르게 간격을 둔 부엌 타일을 가로질러 식탁으로 갔고, 아버지가 설치해 놓은 끈을 따라 식탁에서 화장실까지 갔다. 그는 둥근 식탁에 저녁 음식을 차려놓고 6시 방향에 감자가 있다, 3시 방향에 버섯요리가 있다는 식으로 알려주었다. 그런 다음 담배에 불을 붙여 물고 모형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보통 마리의 아버지는 생일 때마다 나무로 퍼즐 박스를 만들어 풀게 했다. 때로 그것은 집 모양이었고 퍼즐을 풀면 안에 장신구가 숨겨져 있기도 했고, 때론 식탁의 구석에 놓여져 있던 작은 나무 샬레(chalet: 오두막)에서 쵸콜렛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퍼즐 박스와는 달리, 아버지가 만든 그녀가 살고있는 도시의 모형은 그녀에게 오랫동안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느끼는 거리며 모든 것이 그저 작고 불충분한 복제판일 뿐이었다. 아버지는 마리에게 계속 손가락으로 모형을 따라 익히기를 종용했고, 다른 집들을 인지하게 했으며, 다른 각도로 나있는 거리들을 느끼게 했다.
그러다 12월 어느 추운 화요일, 마리가 눈이 먼지 일년이 지난 후, 그녀의 아버지는 마리를 데리고 퀴비에 (Cuvier) 가를 따라 식물원까지 걸었다. 그는 그곳이 매일 아침 그들이 걷는 도로이며, 그 삼나무 길을 따라 가다 보면 그랑 갤러리 (Grand Gallery)가 나온다고 말했다. 마리가 알고 있다고 대답하자 아버지는 그녀를 들어올려 빙그르 세번 돌더니 '이제 네가 앞장 서서 집으로 가보라'고 말했다. 마리가 놀래서 입을 벌리자 그는 그 모형을 잘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그녀가 불가능하다고 하자 아버지는 자신이 그녀의 한발짝 뒤에 있으므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안심시켰다. 그러면서 그녀가 지팡이를 갖고 있고 또 어디에 있는지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처음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았고, 또 어려운 상황에 닥쳐 주저앉아 울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이제 마리는 머릿속에 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되었다.
한편, 박물관 주변에 소문이 돌았다. 박물관에서 어떤 보석을 전시하기로 하였는데, 그것은 그곳에 있는 다른 어떤 것들 보다도 더 값어치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그것이 일본에서 온 것으로, 아주 오래된 것이며 11세기의 어떤 장군이 소유했던 것이라고 했고, 또 다른 사람은 사실은 그것이 오랫동안 그 박물관 금고에 있었는데 법률적인 문제로 지금까지 전시를 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날은 그것이 탄산수소마그네슘 덩어리라고 했다가, 어느 날은 별모양의 사파이어로 누군가가 그것을 만지면 손에 불이 붙는다고 하기도 했으며, 어느날 그것은 다이아몬드가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목동의 돌' (Shepherd's Stone)이라고도 불렀고, 누군가는 그것을 '콘마'(Khon-Ma: 티벳의 고대 여신의 이름-마가렛 주)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곧 사람들은 그것을 '불바다' (Sea of Flame)라고 불렀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그것은 악을 가져오는 거라며 그것을 지닌 사람에게 슬픔을 가져다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그것을 소유했던 사람들 아홉명 모두 자살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장갑을 끼지 않고 그것을 다루는 사람은 일주일 안에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 사람이 아니라고, 그것을 만진 사람이 죽는 게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이 한달 안에 혹은 일년 안에 죽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세번째 사람이 그것을 자신의 손에 가져봤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마리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가 아버지에게 그 다이아몬드에 대한 얘기를 믿는냐고 묻자 그는 그저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후의 모든 안좋은 일이 생기면 그 다이아몬드 때문이라고 수근거렸다. 한 시간 동안 전기가 나가도, 파이프가 새어 바짝 눌러놓은 식물 샘플들이 망쳐졌을 때도, 디렉터의 아내가 얼음 위에서 미끄러져 손목의 뼈가 두군데 부러졌을 때에도 사람들은 모두 그 다이아몬드 때문이라고 했다.
그 무렵, 마리의 아버지가 박물관장에게 불려가 두시간의 미팅을 했다. 그녀가 기억하기론 관장과의 2시간 미팅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다. 그 미팅 이후 즉시 그녀의 아버지는 광물 갤러리 내의 깊숙한 곳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몇주동안 그는 열쇠 보관소 안팎의 여러 가지 장비들을 실은 카트를 끌고 왔다갔다 했다. 그는 박물관이 문을 닫은 후에도 오랫동안 일을 했고, 밤늦게 열쇠 보관소로 돌아온 그에게서는 납땜 합금과 톱밥 냄새가 났다. 그녀가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아버지는 그저 얼버무렸다.
아침을 먹으며 그녀가 그 다이아몬드를 전시하기 위해 투명한 특별 장식장을 만드는 거냐고 묻자 아버지는 그저 책을 챙기라고, 출근해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제파드 박사는 그녀에게 다이아몬드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설명을 해주면서 그것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어서 그렇게 꼬치꼬치 묻는 거냐고 물었지만, 마리는 그렇지 않다고, 아버지가 그 다이아몬드 가까이에 있지 않다는 것을 믿고 싶다고 말했다.
얼마 후, 박물관에 새로운 소문이 돌기 시작했는데, 독일군이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 정원사가 말하길 독일군은 6만 병력쯤 되고 먹지도 않고 며칠 동안을 행군하며 만나는 여자아이들마다 다 임신을 시킨다고 말했다. 그들은 쇠보다 더 단단한 군복을 입고 허리에는 로켓을 차고 있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독일군이 독이 든 쵸콜렛을 나눠 준다는 둥 그들이 가는 곳마다 장애인이나 바보들을 가둬놓는다는 둥 하는 말들이 들렸다. 그의 아버지는 오스트리아의 점령은 별 거 아니며, 아무 일도 없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주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준비하고 아버지를 따라 박물관으로 가는 일의 반복이었다. 그런데 초가을이 되자 일주일에 한두번, 어떤 시간에 식물원 밖에 앉아 있거나 아버지의 작업대 옆에서 책을 읽다가 공기 중에 풍겨오는 개솔린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부터 박물관 앞에 무장한 트럭이 대기하고 있다가 박물관에 있는 값나가는 물품들을 실어나르기 시작했다. 그무렵 아버지의 일은 점점 더 많아져 늦게 퇴근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얼마 후 결국 그들은 급히 피난 길을 떠나게 되었는데,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기차역에서 그들을 태우고 갈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 1시가 되었지만 지난 4시간 동안 기차가 한대도 오지도 가지도 않았다. 그곳은 지금까지 마리가 다녔던 길 중에서 집에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새벽녘에 마리의 아버지는 차라리 걸어서 가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리를 데리고 걷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걸어 해질녁이 되자 그들은 베르사이유 (Versailles)에 도착했는데, 마리는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다.
마리가 어디로 가는지 묻자 아버지는 박물관 디렉터가 자신들을 도와줄 사람의 집주소를 주었다며 에브뢰 (Evreux)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리는 지금 당장 길 위에서 침대도 없이 잠을 자야하는 일이 더 걱정이었다. 마리가 만약 그 사람이 자신들을 원치 않는다면 어떻게 하냐고 묻자 아버지는 그럴리가 없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자신들은 생 말로에 있는 큰할아버지에게로 가면 된다고 말했다.
잠시 후, 마리가 잠이 든 것을 확인한 아버지는 자신의 연장이 들어 있는 배낭을 열고 아래에서 두꺼운 천으로 만들어진 작은 주머니를 하나 꺼냈다. 그것은 끈으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그는 하루종일 그것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그는 그것을 열고 내용물을 그의 손바닥에 올려 놓았다. 그것은 밤톨 크기만한 돌이었다. 그것은 어둠이 짙게 깔린 그 시간에도 찬란한 푸른색을 뽐내며 반짝거렸다. 또한 이상할 정도로 차가웠다.
박물관장은 그곳에 세개의 가짜와 한개의 진짜 다이아몬드가 있다고 했다. 그중 하나는 박물관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세개는 각각의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말하자면 그것들은 미끼였다. 하나는 젊은 지질학자가 남쪽으로, 다른 하나는 보안과장이 갖고 북쪽으로,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바로 지금 여기, 베르사이유에 국립 자연사 박물관의 자물쇠 책임자인 다니엘 르블랑의 손에 있게 된 것이다.
박물관장은 그것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 진짜 다이아몬드인지 가짜인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두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것이 진짜인양 행동해 달라고 말했다. 다니엘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 진짜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자신같은 볼품없는 사람에게 133 캐럿의 진짜 다이아몬드를 맡겨 파리를 떠나게 하겠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있자니 혹시 진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마리를 한번 더 살펴 본 후 그 돌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잘 묶은 다음 다시 그의 배낭에 넣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하늘이 온통 바다같고 비행기가 그곳을 헤엄치는 물고기 같이 떼지어 나타나 그와 마리의 주변을 피바다로 물들였다. 두 사람은 힘겹게 에브뢰에 도착했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했던 사람은 이미 떠났고, 그의 집은 강도들에게 털리고 있었다. 그들은 할 수 없이 다시 걸어 생-말로의 큰할아버지집으로 향하는데...
한편, 생 말로에서 북쪽으로 다섯 블락 정도 떨어진 곳에서, 머리가 흰 18살짜리 독일인 이등병인 베르너 페닝 (Werner Pfenning)은 희미하게 들리는 스타카토 웅웅 소리에 잠에서 깼다. 그것은 부르릉거리는 소리와 같았다. 그는 눈을 뜨고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잠시 생각했다. 달콤하면서 약간은 화학약품 냄새가 나는 총 윤활유 냄새와 새롭게 축조된 나무상자 같은 칸막이들, 오래된 침대 시트의 좀약 냄새.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챘다. 그는 호텔에 있었다. 아베이유 호텔 (L'hotel des Abeilles). 다른 말로 하면 벌꿀 호텔 (Hotel of Bees). 최근의 그의 요새.
아직 어두웠고,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바다 쪽에서 휘파람 소리와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맹공격이 시작되고 있었다. 당직 상등병이 서둘러 복도를 따라 계단을 향해 가며 그의 어깨 너머로 지하로 가라고 말했다. 베르너는 필드 라이트를 켜고 담요를 말아 더플백에 넣고 복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호텔은 활기가 넘치던 곳이었고, 정, 제계와 종교계의 유명인사들이 드나들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난 4주 동안 그곳은 요새 역할을 했다. 오스트리아의 대항공 파견대가 모든 창문을 판자로 막고 침대를 뒤집었다. 그들은 입구를 보강하고, 계단을 포탄 상자 더미로 채웠다. 호텔의 4층은 프랑스식 발코니를 가진 정원이 딸린 방들로 문을 열면 바로 성곽으로 나가게 되어 있는 곳이었는데 낡은 고속 대항공 포의 기지가 되었다.
디 데이는 두덜 전이었다. 서 프랑스의 반이 자유가 되었다. 동쪽에서는 소비에트 연방이 민스크 (Minsk)를 재장악했다. 폴란드의 국군이 워소 (Warsaw)에서 들고 일어났다. 몇몇의 신문들은 형세가 바뀌었다고 크게 보도했다.
하지만 이곳, 대륙의 끝자락에 있는 이 마지막 성채, 브르타뉴 해안의 마지막 독일의 요지는 그렇지 못했다. 사람들은 독일군이 그 중세기 벽 아래의 2km에 이르는 지하 복도를 개조해서 새로운 방어물, 새 도관, 새 퇴로, 지하 돌출 지붕 지지대 등을 만들었다고 수군댔다. 시테 섬의 반도 요새 아래에는 구시가지에서부터 강을 가로질러 구급 약품, 탄약 등을 넣어 놓은 방들이 있고, 심지어 병원도 있다고 했다. 에어컨, 200,000 리터의 물탱크, 그리고 베를린으로의 직통 전화까지 있었다. 화염 방사 부비 트랩, 시찰장비를 가진 토치카가 있었으며, 일년 동안, 매일, 하루 종일, 포탄을 터트릴 수 있는 포가 충분히 쌓여 있다고 했다. 또한 죽기를 각오한 1000명, 아니 5000명,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수의 독일군이 있다고 했다.
호텔 로비 아래에 있는 해적선의 지하 창고로 간 베르너 페닝은 작업대 앞의 접이 의자에 앉아 배터리를 체크하고 헤드폰을 착용했다. 라디오는 1.6미터 밴드 안테나를 가진 강철 케이스의 쌍방 휴대용 무선기였다. 그것으로 그는 윗층의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무선기는 열이 오르면서 흠 소리를 냈다. 탐색원이 헬멧 속으로 좌표를 읽어주면 포병이 그것을 다시 확인했다. 베르너는 눈을 비볐다. 그의 뒤에는 압수된 보물들이 천장까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베르너의 반대편 선반에는 석고로 만들어진 흉상 몇개가 놓여져 있었는데, 그는 그것들이 무엇에 쓰는 물건들인지 알 수가 없었다.
베르너는 고향을 생각했다. 그는 파리에서 북쪽으로 300마일 정도 떨어진 졸퍼라인 (Zollverein)에서 자랐다. 그곳은 독일의 에센 (Essen) 외곽에 있는 4000에이커에 달하는 광산 지대였다. 그와 여동생 유타 (Jutta)는 빅토리아스트라세 (Viktoriastrasse)에 있는 한 고아원에서 자랐다. 그의 유년기는 제일 가난한 시기였다. 남자들은 졸퍼라인 게이트 밖의 일을 놓고 서로 하겠다며 주먹다짐을 했고, 달걀 하나에 2백만 라이히스마르크 (reichsmark: 1925-28년까지 사용됐던 독일의 마르크화-마가렛의 주)였다. 버터도 고기도 없었고, 과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떤 날은 저녁 식사로 겨자 가루와 물로 만든 케잌이 제공되기도 했다.
하지만 어릴 적 베르너는 생기발랄했다. 체구가 작았지만 그의 흰 머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하던 일을 멈추고 돌아보게 만들었다. 매일 아침 그는 신발끈을 묶고 추위를 막기 위해 신문을 코트 안에 넣고 세상밖으로 나갔다. 그는 빵집으로 가서 팔 수 없는 것들을 얻어오기도 했고 신생아들을 위한 우유를 얻기 위해 고아원 부엌에 자주 출몰했다. 그는 또한 우리는 왜 딸국질을 하는가, 혹은 달이 그렇게 큰데, 왜 우리 눈에는 저렇게 작게 보이는가, 벌은 다른 사람을 쏘고 나면 죽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같은 뜬금없는 질문들을 해 엘리나 (Elena) 원장 수녀를 놀래키기도 했다. 감시 보다는 아이들을 더 좋아했던 알사스 (Alsace)에서 온 엘리나 원장 수녀는 베르너에게 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를 다락에 있는 작은 침대를 혼자 쓰게 해주었다.
때로 그와 유타는 그림을 그렸다. 유타가 가끔 오빠가 머무는 다락으로 와 둘은 침대에 누워 연필로 번갈아 가며 그림을 그렸다. 그보다 두살 어린 유타는 정말로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그녀는 무엇보다도 파리를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녀가 고 도시를 본 것은 딱 한번 엘리나 수녀가 읽는 로맨스 소설의 뒷면에 있던 사진을 통해서였다. 그림을 그리지 않은 다른 날에는 그는 쥬타를 웨건에 태우고 광산 건물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이따금 9번 광구로 가곤 했는데, 그는 동생에게 그곳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알려주었다.
베르너가 8살이고 유타가 6살이었을 때, 한 창고의 뒷편 쓰레기장에서 그의 일생을 바꿀 물건을 하나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실타래 같이 감겨진 라디오였다. 그가 실제로 라디오를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고, 이전에 몇몇 장소에서 그저 슬쩍 본 것이 다였을 뿐 한번도 그것을 만져본 적은 없었다. 둘은 그것을 고아원으로 가져가 전기등 밑에 놓고 살펴보며 즐거워했다. 그리고 그것을 깨끗하게 닦고, 얽혀있던 줄들을 풀고, 이어폰에 묻은 흙을 씻어냈다.
하지만 그것은 작동하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이 와서 처음엔 신기한듯 바라보며 관심을 보였다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내 시들해했다. 하지만 베르너는 그것을 다락방으로 가져가 오랫동안 연구했다. 모든 것을 헤체해서 마루바닥에 놓고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았다. 그리고 3주 후 드디어 베르너와 유타는 그것을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경이로운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 방송은 프랑스 방송이었다.
라디오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빛에 대해서 설명하는 한 프랑스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베르너는 자신의 길을 찾은 듯했다. 그후로도 라디오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베르너는 하얀 실험용 가운을 입고 실험실로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혹은 랜턴을 들고 구불거리는 계단을 따라 별을 관측하는 천문대로 올라가 망원경의 접안렌즈에 눈을 대고 살펴보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는 과학과 수학 그리고 역학에 특별히 소질이 있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역학의 원리』(The Principle of Mechanics)라는 책으로, 몇 주동안 그는 골치아픈 수학과 싸웠다. 시간이 지나 베르너 역시 광산에서 일하게 됐지만, 저녁 때가 되면 항상 라디오를 들었다. 그즈음 특정 채널 아니면 들어서는 안된다는 금지명령이 내려졌는데, 베르너는 유타가 밤에 들어서는 안된다는 채널을 듣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유타는 그에게 독일이 파리를 침공했다고 말했다.
광산 마을에서는 뭔가를 잘 고치는 그의 재주가 널리 열려져, 라디오나 그외 가전 제품이 고장나면 그를 불렀고, 처음엔 백발의 나이어린 그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미더워하지 않았지만 차츰 그의 실력을 인정하게 되고, 그는 유명해졌다. 그런데 어느 날, 통행금지 시간이 지나고 허리에 권총을 차고 왼쪽 팔에 나치 문양을 찬 일병이 빗속을 뚫고 고아원을 찾아왔다. 베르너는 순간 자신의 침대 아래에 있는 나무 응급 상자 안에 숨겨져 있는 단파수신 라디오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이 그와 유타가 들어서는 안되는 채널을 들었다는 걸 알고 왔다고 생각했다. 그 일병은 방안을 둘러보더니 엘리나 원장에게 뭐라고 말을 했다. 잠시 후 엘리나 원장이 베르너를 찾았다. 그녀가 베르너에게 뭐라 하려고 하자 그 일병은 그녀의 말을 중간에서 자르며 베르너에게 빨리 그의 연장들을 갖고 오라고 말했다. 집을 나서며 그는 유타를 보기 위해 단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그들이 유타 때문에 자신을 체포한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그 일병은 베르너를 어떤 집으로 데려갔는데, 그곳에는 손톱을 핑크로 칠한 한 여자가 있었고, 잠시 후 윗층에서 아주 흰 셔츠를 입은 어떤 남자가 내려와 자신을 루돌프 시들러 (Rudolf Siedler)라고 소개하며 베르너를 보고 아직 어린 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옆방에 있는 거대한 미제 전자기기를 가리키며 이미 두명이 보고 갔지만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개짓으로 그 여자를 가리키며 그녀가 자주 듣던 프로그램을 못듣게 되어서 여간 보채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가 보여준 것은 지금까지 베르너가 본 적이 없는 아주 고급스런 시스템이었다. 베르너는 이제 그들이 그를 체포한 것이 아니라 그저 그 기계를 고치려고 부른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베르너는 온 신경을 다 모아 그것을 살폈다. 그리고 잠시 후 마침내 고장의 원인을 알아냈다. 저항선들 중의 하나가 두곳이 부러져 있었다. 그가 그것을 고친 후 다시 켜자 섹스폰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옆에서 잡지를 읽고 있던 여자가 그것을 내려놓고 놀랍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며 그저 생각만 하는 것 같더니 그것을 고쳤다고 감탄을 했다. 그녀가 라디오의 볼륨을 높이자 베르너가 들어보지 못한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왔다.
잠시 후 베르너가 그의 연장을 챙기자 전화를 하고 있던 시들러가 전화를 끊고 그 앞에 서서 훌륭하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베르너를 식탁으로 데려가 앉으라고 하고 하녀를 불러 케잌을 갖고 오라고 말했다. 그것은 설탕과 크림이 얹어진 케잌이었다. 베르너는 그것을 보고 입이 벌어졌다. 시들러는 물론 크림이 금지되었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런 것들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잠시 후, 시들러는 베르너의 기술을 칭찬하며 그와 같은 아이들이 갈 수 있는 학교가 있다고 말했다. 베르너가 돈이 없어서 학교에 갈 수 없다고 하자 그는 걱정하지 말라며 그곳은 바로 베르너와 같은 근면하고 특별한 아이들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휘파람을 불어 일병을 다시 불렀고, 베르너에게 에센에 가면 그 학교의 모집 데스크가 있다고, 자신이 추천서를 써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베르너에게 75 마르크를 건넸다. 잠시 후 일병이 그에게 통행금지 통과증을 주어 베르너는 걸어서 다시 고아원으로 돌아왔다. 그는 걸으며 도대체 이 상황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다시 돌아와서 본 고아원은 사방이 석탄 가루로 얼룩져 있었으며, 엘리나 원장이 그의 저녁이라며 갖다준 접시 위에는 반으로 나뉜 감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때까지 베르너의 입안은 아직 케잌의 달콤한 맛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시들러가 한 말들, 즉 헤이스메이여 (Heissmeyer)의 학교며, 암호 해독, 로켓 추진, 그리고 모든 최신 것에 대한 교육 같은 말들이 머릿속을 빙빙 맴돌았다. 그는 모두가 잠들고 엘리나 원장이 화장실을 다녀온 후 방으로 들어간 소리를 들은 후 숫자를 백까지 센 다음 침대 밑의 약상자 속 라디오를 꺼내 들고 나가 집 뒤 골목에서 벽돌로 유타의 손때가 잔뜩 뭍은 그것을 내리쳐 부셔버리는데...
9
쪽지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