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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의 작은 서재

Snow by Orhan Pamuk (2004) Margaret Kim (margaret7630) 2014-1-31  22:14:06

Snow


By


Orhan Pamuk


Translated from the Turkish by Maureen Freely


이 소설의 ''는 이스탄불에 사는 오르한 (Orhan)이라는 소설가이며, 주인공 카 (Ka)가 터키를 떠나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Frankfurt)에서 사는 16년 동안 소식을 주고받은 옛 친구이다. 그의 친구 카는 어머니의 장례식 때문에 터키로 돌아왔다가 카르스(Kars)라는 도시를 방문하게 되는데, 그곳에 머무는 동안 뜻하지 않게 정치적인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고, 카르스에서 돌아온 4년 후 프랑크푸르트에서 누군가의 총에 맞아 죽는다.


카의 유골은 터키로 돌아왔지만, 그의 유품, 특히 그가 말한 녹색 노트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카가 카르스에 머무른 동안 그에게 섬광처럼 찾아왔던 어린시절 기억들을 기본으로 한 시들을 쓴 것으로,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와 마침내 완성한 시집이며 제목은 Snow 라고 했다. 카는 그런 감정과 섬광은 오직 카르스에 있었을 때에만 그에게 찾아왔었고, 그 후에는 그런 경험을 다시는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는 연로하신 카의 아버지와 누이의 부탁으로 그의 유품들을 정리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로 간다. 그리고 카가 그곳에서 가장 친하게 지냈던 타르쿠트 (Tarkut)라는 사람의 도움으로 카가 죽기전 8년을 살았던 아파트를 샅샅히 살펴보지만, 녹색 노트는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는 그의 습작 노트와 카가 카르스에서 일어났던 일이나 사람들과 나눈 대화 등을 카르스를 떠나기 전 몇 시간을 제외하고 순간순간 자세하게 기록해놓은 몇권의 노트, 그가 즐겨보던 비디오들, 부치지 못한 연애편지들을 챙겨 와 호텔방에서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고, 또한 카르스를 방문해 카가 3일 동안 지냈던 발자취를 그대로 답습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그 당시의 비디오 테입 등을 보며 외롭고 고독했던 친구의 삶을 살펴보게 된다. 따라서 이 이야기는 작가가 글에서 밝혔듯이, 오르한이라는 소설가가 그의 친구의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삶의 어두운 구석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기록으로, 그는 이 이야기의 핵심은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고통과 사랑을 얼마나 알 수 있는가' 라고 말한다.


어느 눈바람이 부는 겨울 날, 카는 버스를 타고 이스탄불을 출발해 이틀에 걸쳐 에르주룸(Erzurum)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다시 카르스까지 가는 연결편을 타야했다. 그는 막 떠나려는 버스에 간신히 올라타 출발하자 마자 옆 창문에 눈을 고정시키고, 새로운 것을 보려는 듯, 에르주룸의 외딴 교외의 도로에 줄지어 서 있는 형편없는 작은 가게들과 빵집, 그리고 완전히 부서진 커피숍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스탄불에서 에르주룸까지 올 때 내린 눈송이보다 훨씬 더 크고 양도 많고 세찼다. 조금만 덜 피곤했다면, 깃털 같은 눈송이가 내리는 걸 조금만 더 관심있게 보았더라면, 그는 자신이 곧장 눈폭풍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을 것이고, 그랬다면 그가 자신의 인생을 영원히 바꿔버릴 여행을 시작했다는 걸 알아차리고, 그 여행을 포기하고 다시 돌아갔겠지만, 그에게 그런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바람 속에서 좀 더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 치고 있는 눈송이를 보면서, 오히려 약속이라든지, 어린시절 알고 있었던 행복이나 순수함 같은 것들을 알려주는 사인같다는 생각을 했다.


시인인 카는 변호사인 아버지와 가정주부였던 어머니, 그리고 귀여운 누이, 헌신적인 하녀, 방에는 가구와 라디오, 커튼 등이 가득 찼던 중산층 가정에서 어린시절부터 20년을 이스탄불에서 살았고, 정치적인 망명으로 지난 12년 동안 프랑크푸르트에서 살았다. 그는 어머니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주일 전 터키에 왔다.


독일에 가서 처음 그는 이삿짐 센터 등 여러 일을 전전했고 터키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정치적 망명이 공식화되고 망명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되자, 주변의 터키 공산주의자들과의 관계를 끊고, 정치에 관여치 않았다. 그의 열정은 오직 시뿐이었으며, 시만 생각했다. 42살인 그는 한번도 결혼한 적이 없는 싱글이었고, 터키 사람치고는 키가 꽤 큰 편이었으며, 갈색 머리에 창백한 안색을 하고 있었다.


그의 원래 이름은 케림 알라쿠소글루 (Kerim Alakusoglu) 이지만, 그는 자신의 이름이 맘에 안들어 이니셜을 따 카 (KA가 아닌 Ka) 라고 부르는 걸 더 좋아했다. 학교에서나 공공기관에서 문제를 일으켰지만, 가능하면 모든 곳에 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가족이나 친구들은 그를 모두 카라고 불렀고, 몇편의 시 역시 그 이름으로 발표했다.


잠깐 잠이 든 카는 버스 운전사가 갑자기 튀어나온 마차를 피하기 위해 급 브레이크를 밟자 잠에서 깼다. 승객들은 이미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고, 카 역시 그렇게 느낀지 오래였다. 그는 운전사 바로 뒷좌석에 앉아 있었지만, 뒤에 앉은 다른 승객들처럼, 차가 구부러진 곳을 갈 때나 절벽 가장자리로 가지 않기 위해 애를 쓸 때마다 좀 더 잘 보려고 자리에서 일어섰고, 한 열성적인 승객이 운전사를 돕기 위해 뿌연 앞창을 닦아줄 때도, 만약 그가 구석을 놓치면, 그 사람이 별로 눈치채지는 못했지만, 손가락으로 그곳을 가리키기도 했다. 눈폭풍이 너무 심해 와이퍼가 더 이상 앞창에 쌓이는 눈을 치우지 못하자 그는 운전사와 함께 무슨 도로에 있는지 추측하느라 애를 썼다.


눈이 달라붙은 도로 표지판은 읽을 수가 없었다. 눈폭풍이 미친듯이 불어닥치자, 운전사는 전조등을 끄고, 실내의 등을 희미하게 낮추고 어둑어둑함 속에서 도로를 상기해내려고 애를 썼다. 창문 밖으로 가난한 마을의 눈덮힌 거리, 희미하게 밝혀진,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단층짜리 집, 이미 없어진 다른 먼 마을들로 통하는 도로가 보였고, 가로등 너머로 산골짜기가 보이락 말락 했다.


카의 옆에 앉은 사람이 그에게 왜 카르스에 가느냐고 물었다. 카는 자신이 기자라고 속이고, 카르스의 기초의원선거와 젊은 여자들의 자살 사건에 관심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 사람은 카르스의 시장이 살해된 것이 이스탄불 신문에 대서특필 됐고, 젊은 여자들의 자살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카는 그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것이 부끄러움인지 자부심인지 구별할 수가 없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카는 그 사람이 카르스에는 좋은 병원이 없어서 자신의 어머니를 에르주룸에 모시고 왔다는 것, 가축 상인으로 카르스 근교에 있는 마을에 가축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그는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저항세력이 되진 못했고,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 미안함을 느낀다고 말했으며, 카와 같이 책도 많이 읽고 교육도 많이 받은 사람이 그가 살고 있는 도시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스탄불에서 이렇게 먼 곳까지 오는 수고를 해줘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10, 버스가 예정 도착시간 보다 3시간 늦게 카르스에 도착해 눈으로 덮힌 도로를 기어가는데, 카는 그곳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20년 전에 증기기관차를 타고 도착했던 기차역도, 방방 마다 전화기가 있다는 걸 강조했던 리퍼블릭 호텔도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이 눈 밑으로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여기 저기 마차차고에서 기다리고 있는 마차들이 옛날을 조금 보여주고 있었지만, 도시 그 자체는 그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난해지고 훨씬 더 개탄스럽게 된 것 같았다. 꽁꽁 언 버스 유리창 너머로 지난 10년 동안 터키 전체에 솟아오르기 시작한 똑같은 콘크리트 아파트들과 똑같은 특수 아크릴 수지 판넬들이 보였다. 또한 거리마다 정치 구호들이 적힌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그는 버스에서 내려 스노우 팰리스 호텔 (Snow Palace Hotel)에 체크인했다. 운전사에게 그곳이 어디쯤인지 물어보려고 나갔다가, 짐을 찾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 중 두 사람의 낯이 익었지만, 눈이 너무 심하게 내리고 있어서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들어간 카페에서 그는 그 두 사람을 다시 보았다.


카가 그들을 본 건 70년대 이스탄불에서였다. 당시 그들은 혁명 극단의 선봉장들이었다. 그의 이름은 수나이 자임 (Sunay Zaim)이었고, 여자는 그의 아내로, 초등학교 동창 같았다. 그들의 테이블에는 많이 창백해 보이는 다른 몇 사람이 함께 있었는데, 그들은 무대 위의 삶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도대체 작은 극단 사람들이 2월의 눈내리는 겨울 밤에 잊혀진 도시에서 뭘하고 있나, 궁금했다.


그곳을 나와 조심스럽게 걸으며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들을 보는데, 선거 포스터와 학교나 식당을 선전하는 포스터들 사이에 새로운 것이 붙어 있었다. 그것은 지금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자살을 방지하고자 붙여놓은 포스터로, '인간은 신의 창조물이며, 자살은 신성모독이다' 라고 쓰여 있었다.


카가 카르스의 소녀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자살에 대해서 들은 건 3일 전, 이스탄불에 있는 『리퍼블리컨』(the Republican) 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는 어린시절 친구인 타네르 (Taner)를 만나러 갔을 때였다. 타네르는 카에게 만약 그 일에 대해서 쓰고 싶다면, 그리고 그가 없던 지난 12년 동안 터키가 어땠는지 정말로 알고 싶다면 카르스로 가보라고 하며, 카에게 기자 신분증을 주겠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카도 흥미를 가질만한 소식이 있는데, 어린시절 동창이였던 이페크 (Ipek)가 지금 카르스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과 이혼했지만, 그녀는 카르스를 떠나지 않고, 그곳에 있는 스노우 팰리스 호텔에서 아버지와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고 했다.


카와 이페크는 이스탄불에서 대학을 함께 다녔다. 처음에 카는 이페크가 아름답다고 생각했을 뿐, 연인 사이는 아니었다. 카가 이페크를 마음에 품고 고백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을 때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호텔 방으로 돌아온 카는 자신이 조금 더 차분해졌음을 느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는 진심으로 이페크가 이 호텔에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민하지 않았다. 부끄럽고 고통받으며 끝난 몇 차례의 사랑을 경험한 후, 카는 사랑에 빠진다는 것에 강렬하고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꼈다. 한밤중에 그는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 보았는데, 눈이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포장되지 않은 도로, 진흙탕, 그리고 어둠을 덮어버린 눈은 처음엔 카에게 순수함을 얘기했지만, 카르스에서 첫날을 보내고 난 후의 눈은 카에게 더 이상 결백함을 약속하지 못했다. 그곳의 눈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고, 짜증나게 했으며, 공포에 떨게 했다. 눈은 밤새 내내 내렸고, 아침에도 쉬지 않고 내렸다. 하지만 카는 용감무쌍한 기자가 되어 일자리가 없는 쿠르드족 무리가 죽치고 있는 커피숍으로 가 유권자들을 인터뷰하고, 메모를 했다. 그가 가파르고 얼어붙은 거리를 걸어올라 예전 시장과 주지사의 비서, 그리고 자살한 소녀들의 가족들을 인터뷰하러 가는 중에도 여전히 눈이 내렸다. 하지만 눈은 이제 더 이상 그에게 어린시절도, 창문을 통해 내리는 눈을 보면서 생각했던 동화도, 너무나 그리워 꿈속에서 조차도 돌아가고 싶었던 옛 집을 떠올리게 하지 못했다. 대신, 눈은 그에게 절망과 고통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날 이른 아침 그는 다른 사람들이 깨기 전, 잠깐 시내를 걸었다. 그는 각 창문 마다 스토브 파이프가 삐죽이 나와 있는 노후한 러시아 빌딩들과, 저목장과 발전기들 위로 솟아 있는 알메니언 교회들, 눈내리는 반쯤 얼어 있는 강 위의 500년된 돌다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짖어대는 한 무리의 개들, 두껍게 쌓인 눈 아래 죽은듯이 앉아있는 칼레알티 (Kalealti)의 작은 오두막에서 피어오르는 가느다란 리본같은 연기 등을 보며 비애감을 느꼈고,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곳에서 카를 괴롭힌 건 가난이나 절망이 아니었다. 그것은 앞으로 다가올 날들에도 계속 보게 될 것, 사진관의 텅빈 창문에서,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이 카드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찻집에서, 그리고 텅빈 그 도시의 눈 덮힌 광장에서 보게 되는 그것이었다. 이 광경들은 낯섬과 강한 외로움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온 세상으로부터 잊혀져버린 곳에 있는 것 같은, 마치 종말의 날에 눈이 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카르스에 도착하면 바로 다음 날 맨 먼저 만나보라며 이스탄불에서 '로컬 통신원'이라고 소개받은, 그 지역 신문 Border City Gazette을 출판하는 세르다 씨(Serdar Bey: 여기서 Bey는 터키나 이집트에서 고위 인사들에게 붙이는 경칭, 이 글에서는 '~'로 하겠씀- 마가렛 주)가 카에게 도시를 소개해주었다. 세르다는 종종 지역 뉴스를 이스탄불의 『리퍼블리컨』지에 보내곤 했다 (그것들은 대부분 보도되지 않았다). 카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안락하게 앉아있는 이 나이든 '로컬 통신원'을 만나자 마자 그가 카르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가 3일 머무르는 동안 수백번도 넘게 듣게 될 '이곳에 무엇하러 왔냐?' 라는 질문을 맨 처음 한 사람도 바로 그였다.


카가 지방선거와 자살 소녀들 사건을 취재하러 왔다고 하자, 세르다는 바트만 (Batman)에서의 자살 소녀들에 대한 얘기가 과장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먼저 경찰 부서장 카심 (Kasim) 씨를 만나러 가자고 하면서, 만약을 위해서 그들이 그가 온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곳에 새로 온 사람들이나 기자들까지도 경찰서에 들러야 하는 건 40년대에 시작된 그 도시의 오래된 관습이었다. 정치적 망명을 한 그가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돌아왔고, 또한 아무도 말하진 않았지만, 쿠르드 분리주의 게릴라들 (PKK)이 그곳에 상주하고 있는 걸 눈치챈 이상, 그걸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경찰서로 가는 도중 세르다는 전 시장이 암살당한 곳을 보여주었다. 암살의 동기는 불법 발코니 철거에 대해 다툼 중 총을 맞았다고 했다. 3일 후 범인은 도망가 숨어 있던 마을에서 잡혔는데, 그는 창고에 숨어 있었고, 그때까지 범행에 사용했던 총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가 잡히기 전 3일 동안 무수한 소문이 돌았는데, 어느 누구도 그가 정말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고싶어 하지 않았고, 범행 동기 역시 너무나 사소한 것이었다.


경찰본부에 도착해서 부서장 카심을 만난 카는 그가 『리퍼블리컨』같은 전국지는 읽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카를 시인이라고 칭송하는 세르다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그가 지역 신문사 사장이라는 것 때문에 두려워하고 존중해준다는 걸 즉시 알아보았다. 카심은 카에게 보호가 필요하냐고 묻고, 평상복을 입은 경찰 한 사람만 지원해 줄 수 있다고 했다. 카가 자신에게 정말 그런 게 필요하겠느냐고 묻자, 카심은 자신의 도시는 안전한 곳이고, 분란을 일으켰던 테러리스트들을 모두 소탕했지만, 만일에 대비해 그렇게 하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카는 만약 카르스가 평화로운 곳이라면 보호는 필요없다고 말하면서 부서장이 그걸 다시 한번 더 확인시켜주길 바랬지만, 그는 그 말을 다시 하지 않았다.


카는 세르다와 함께 그 도시의 가장 못사는 구역으로 가 가가호호 문을 두드렸다. 세르다가 그들에게 카가 지방선거와 자살 소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취재하러 왔다고 말하자, 그들은 친절하게 두 사람을 맞아들였는데, 그 동안 여러 차례 경찰의 수색을 받아서인지, 이번에도 그런 경우의 하나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젊은 여성들의 자살은 모두 6건으로, 남은 가족들은 아무런 경고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모두 충격이 컸고, 슬픔에 빠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서 일자리가 없어서 겪는 경제적 어려움이라든지, 그들이 겪고 있는 많은 어려움에 대한 얘기를 계속 들으며, 어느 순간 카는 창문으로 하얀 빛이 들어옴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어둠의 세계로 들어온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날 그가 들은 자살 소식은 여러가지 얘기 중 가장 최악으로, 남은 일생 동안 그를 따라다닐 것 같았다. 카가 정말 충격적이라고 생각한 것은 가난이나 무력함이 아니었고, 그 젊은 여성들에게 끊임없이 가해졌던 폭력이나 그녀들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던 아버지들의 몰지각함도 아니었으며, 질투에 눈먼 남편들의 끊임없는 감시도 아니었다. 그가 놀랬던 것은 그 소녀들의 자살 방식이었다. 그들은 어떤 의식이나 경고도 없이, 일상 생활 도중 돌연히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이었다.


예를 들어, 16살 짜리 한 소녀는 나이 많은 찻집 주인과 강제로 약혼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매일 저녁 그랬던 것처럼, 엄마와 아버지, 세명의 형제자매, 그리고 친할아버지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다른 자매들과 함께 웃고 잡담을 나누며 식탁을 치우고, 그녀는 디저트를 가지러 간다고 뒤뜰로 나가, 창문을 통해 부모님 방으로 가 사냥총으로 자살을 했다. 또 한 소녀는 평상시 저녁 때처럼 다른 두명의 형제자매들과 TV에서 뭘 볼 건지, 누가 리모콘을 가질건지 옥신각신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와서 문제를 해결한다고 회초리로 그녀를 몇대 때렸고, 그녀는 그대로 자기 방으로 가서 병에 든 가축약을 소다처럼 다 마시고 죽었다고 했다. 또 다른 15살 소녀는 이미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고, 6개월 전에 아이도 낳았지만, 실업으로 우울증에 빠진 남편의 구타를 무서워했다고 했다. 그날도 일상적인 다툼 후에 부엌으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남편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기 전 그녀는 미리 천장에 만들어놓은 고리에다가 미리 준비한 끈을 이용해 목을 매달았다.


이 이야기를 듣고 카가 놀랐던 것은 그 소녀들이 삶에서 죽음으로 이동한 필사적인 신속함 때문이었다. 천장에 고리를 달고, 총을 장전하고, 약이든 병을 부엌선반에서 방으로 옮겼다는 것은 그들이 자살하려는 생각을 아주 오랫동안 했다는 걸 의미했다.


첫번째 자살사건은 카르스에서 100 km 정도 떨어진 바트만 (Batman)이라는 곳에서 발생했다. 앙카라 (Ankara)에 있는 통계청의 한 직원이 바트만의 여자들의 자살률이 남자들 경우보다 세배, 전 세계 여성들의 평균 자살률보다 4배나 더 많다는 걸 처음 눈치챘고, 『리퍼블리컨』에서 일했던 그의 친구가 그 사실을 '단신'으로 보도했지만, 터키에서는 아무도 그것을 주의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 신문 기자들이 그 기사에 관심을 두고 바트만으로 가 취재를 한 후 유럽 신문에 보도를 하고 나서야 비로서 터키 신문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터키 기자들 상당수가 그곳을 방문했다.


정부 관료들은 언론이 소녀들을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중 한 사람은 카에게 그들 가족을 만나 인터뷰하는 것은 말리지 않겠지만, 그 사람들과 얘기할 때 자살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지 말 것과 『리퍼블리컨』지에 기사를 쓸 때 너무 과장되게 쓰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 소녀들이 그런 일을 저지른 이유는 그들이 극히 불행했기 때문이라는 건 의심하지 않지만, 불행이 원인이라면 아마 터키 여성 중 절반이 자살을 했을 거라고.


자살이 전염병처럼 걷잡을 수 없이 퍼진 건 한 소녀가 바트만에서 카르스까지 가서 죽은 후부터였다. 그녀의 가족은 카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지만, 그녀의 외삼촌과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그 소녀는 2년 전에 결혼을 했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않고 집안 일을 해야만 했고, 또한 아이를 갖지 못한다고 시어머니께 끊임없는 꾸지람을 들어야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걸로 자살을 하진 않았을 것이고, 뱃맨에서 다른 여자들이 죽었다는 걸 듣고 그 아이도 그렇게 했을 거라고 말했다. 그녀는 수면제 두병을 다 삼켰다고 했다.


그 일이 있은 한달 후 그녀의 사촌이 첫번째 모방 자살을 했는데, 그 소녀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그녀가 처녀가 아니라고 야단쳤고, 그 소문은 카르스 전체에 퍼져, 그것을 들은 그녀의 약혼자가 파혼을 선언했고, 다른 구혼자들의 발걸음도 뚝 끊겼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할머니는 이제 그녀가 결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졌다며 울었다. 어느 날 저녁, TV에서 결혼식 장면을 보다가 술취한 그녀의 아버지가 울었고, 그 소녀는 할머니의 수면제를 몽땅 다 먹어버렸다. 그런데, 부검 결과 그녀는 아직 처녀였다. 그 소식을 들은 그녀의 아버지는 거짓 소문을 퍼트린 선생님뿐만 아니라 자살을 하러 바트만에서 카르스로 온 그녀의 사촌을 비난했다.


카는 그 소녀들이 죽기 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자 힘들게 애를 썼을 것이라는 사실에 몹시 우울했다. 왜냐하면 수면제를 삼킨 후에도, 조용히 죽어가는 중에도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방을 공유해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구의 문학을 접하며 자란 카는 자살을 하는 데 있어서 많은 시간과, 최소한, 며칠 동안 다른 사람들이 문을 두드리지 않는 공간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환상 속에서, 그 마지막 행위는 홀로 그리고 그 사람의 자유의지에 따라 행해져야 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외로움을 느끼게 했고, 그에게 있어서 가장 두려운 점이 바로 그 외로움이었기 때문에 자신은 자살할 인물은 못된다고 생각했었다.


여러 자살 소식 중 그에게 그런 외로움을 되살려준 이야기는 6주 전에 일어났던 유명한 '머리 스카프 소녀들' 중 한명인 테슬림(Teslime)이라는 소녀의 이야기였다. 당국이 전국의 교육 기관 내에서 머리에 스카프를 쓰는 걸 불법이라고 선언하자, 많은 여성들이 거기에 동참하기를 거부했다. 카르스의 교육구에서 거기에 반대하여 계속 스카프를 쓰고 등교하는 소녀들이 교실에 들어오는 걸 처음으로 금지했고, 그 다음이 앙카라, 그리고 전 캠퍼스로 확대되었다.


카가 만난 가족들 중에서, 테슬림의 가족이 가장 잘사는 축에 들었다. 작은 식료품 가게 주인인 그녀의 아버지에 따르면, 그녀는 스카프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상의했다고 했다. 그녀의 엄마도 아직 스카프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전 가족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녀를 정말로 압박했던 건 학교 내에서 스카프를 쓴 소녀들이 사라지는 걸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친구들이었다. 그녀에게 머리 스카프가 '정치적인 이슬람'을 상징한다고 가르친 이들도 바로 그들이었다. 스카프를 제거해도 된다는 부모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스카프를 고집했다.


그녀는 몇몇 친구들이 결국 스카프를 벗은 걸 보고, 또 다른 사람들이 스카프를 포기하고 대신 가발을 쓰고 다니는 걸 보고, 그녀는 아버지와 친구들에게 삶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 종교부와 이슬람교도 단체가 자살이 가장 나쁜 죄 중의 하나라고 강력하게 비난하고, 카르스 여기 저기에 그것에 대한 포스터와 팜플렛이 붙어 있었으므로, 어느 누구도 그토록 신앙심이 깊었던 그녀가 스스로의 목숨을 앗아가는 그런 행위를 할 거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그녀는 마지막 날 밤, 똑같이 저녁을 먹고, 방으로 가 기도를 하고, 자신의 스카프로 목을 맸다.


(나중에 카가 알게된 사실에 따르면, 테슬림은 스카프를 쓴 소녀들 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자신의 종교와 신의 가르침을 지키려고 노력한 사람이었다. 그녀에게 머리 스카프를 쓰는 것은 그저 신의 사랑을 나타내는 것만이 아닌, 그녀의 신앙을 분명히 보여주고 명예를 지키는 행위였다. 어느 누구도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스카프를 벗으라고 학교에서 그리고 집에서 압력을 받았지만, 그녀는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런데, 졸업을 눈앞에 두고 학교에서 쫓겨나기 직전, 어느 날 경찰이 그녀의 아버지를 찾아와 만약 딸을 스카프없이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그의 가게 문을 닫게 하고 카르스에서 쫓아내겠다고 협박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테슬림을 집에서 쫓아내겠다고 협박했고, 이 작전이 실패하자 그녀를 45살 먹은 홀아비 경찰에게 시집 보내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경찰이 꽃을 들고 집으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화가 난 테슬림은 친구들에게 만약 그 결혼을 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스카프를 벗겠노라고 하소연했지만, 그걸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몇몇 친구들은 그녀에게 결혼을 피하기 위해 스카프를 벗으라고 했고, 몇몇은 자살한다고 아버지를 협박해보라고 말했다. 그 중 한데 (Hande)라는 소녀가 가장 강력하게 그렇게 하라고, 스카프를 벗으려면 차라리 죽으라고 수차례 얘기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 그렇게 하라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했다. 언론에서 말하길, 자살한 사람들은 신앙이 없고, 물질주의의 노예였으며, 사랑에 실패해서 그런 짓을 했다고 말하지만, 테슬림은 신앙심이 좋은 아이였으며, 단지 한데는 그녀가 아버지와 싸우기를 바랬었다고 했다. 하지만, 한데는 만약 자신이 테슬림과 같은 경우에 처했다면 자신 역시 그녀와 같은 방밥을 택했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테슬림의 사건 후 한데는 스카프를 벗고 학교로 돌아갔다. 이유는 하나밖에 없는 자식에게 정성을 쏟아온 부모를 가슴아프게 하고싶지 않아서였다. 그녀의 부모는 총명한 그녀가 언젠가는 자신들을 부양할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고 했다. 그런 결정 후 한데는 며칠 동안 집밖으로 한발짝도 나오지 않고 다른 것에 집중하려고 애를 썼다.)


한편, 어린 시절 중산층 가정에서 편안하게 자란 카는 가난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그것은 집 너머, 다른 세상 일이었다. 위험스럽고 꿰뚫을 수 없는 어둠에 싸여있는 이 다른 세상은 카의 어린시절 상상 속에서 형이상학적 고난의 성격을 띠었다. 12년만에 이스탄불로 돌아와 옛 친구들을 만나서 어린시절 함께 다녔던 거리, 가게, 그리고 극장을 다시 방문하면서, 카는 그것들 중 어느 하나도 알아볼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부서지고, 새로 지어진 게 아니라면, 그것들은 영혼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얼마 동안 외국에서 살았다고 해도, 그는 카르스가 여전히 터키에서 가장 가난하고 가장 소외된 지역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어린시절과 그 시절 느꼈던 순수함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을 가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던 것 같았다. 말하자면, 이스탄불에서 자신이 아는 세상을 더 이상 찾을 수 없다면, 카르스로의 여행은 그의 중산층 계급의 경계 밖으로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다른 세상 너머를 탐험할 수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카르스에 있는 가게들의 쇼윈도우에서 이스탄불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그의 어린시절을 기억할 수 있는 물건들을 발견했을 때, 그는 자살 소녀들을 잠시 잊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카르스는 그에게 예전에 알았던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주었다.


정오 무렵, 그는 세르다와 헤어져, 각각 국민평등당과 아제리 당의 대변인과 인터뷰를 했고, 그후 혼자 도시를 걷기 위해 눈 퍼붓는 거리로 나섰다가, 도시에서 가장 못사는 동네로 발길을 향했다. 눈은 저멀리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가파른 산을 뒤덮고, 셀주크 성 (Seljuk castle)과 폐허들 사이에 아무렇게나 서 있는 판잣집들을 뒤덮었다. 그것을 보면서 그는 눈이 모든 걸 다른 세상으로, 시간을 초월한 세상으로 쓸어가는 것처럼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그걸 알아챈 유일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자, 또 다시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는 해체된 그네와 부서진 미끄럼틀이 있는 공원을 지나가다 그 옆 공터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보았다. 적탄장의 높은 가로등 불빛만이 비치고 있었는데, 카는 잠시 멈춰 서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소리치고 욕하고 눈 속에서 미끄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온통 하얀 하늘과 가로등의 희미한 노란색 불빛을 바라보고 있는데, 외딴 그곳의 고적함이 강하게 그를 강타했고, 그는 자신의 내부에 있는 신을 느꼈다. 카는 일반 공화당 가정에서 자랐고, 종교 교육은 학교 외에서는 받아본 적이 없었다.


호텔로 돌아와 조금 편안해진 기분으로 그는 카르스의 역사가 쓰인 책을 읽었다. 옛날의 카르스는 크고 번성한 중산계급이 살았으며, 조지아 (George), 타브리즈 (Tabriz), 그리고 코카서스 (Caucasus)로 통하는 상로로서의 중요한 기착지였다. 또한 지금은 없어진 두 제국, 오토만 (Ottoman)과 러시아 (Russia) 사이의 국경 도시로서, 두 나라가 자신들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번갈아 가며 주둔시키는 상비군들로 인해 보호를 받는 혜택을 누렸다. 오토만 시대에는 많은 서로 다른 민족들이 카르스에 정착했으며, 러시아에게 카르스는 남쪽으로 가는 그리고 지중해로 나아가는 관문이었고, 그것을 통한 상로를 지배할 목적으로 도시 개발에 많은 투자를 했다.


끊임없는 전쟁과 반란, 대량학살, 잔혹행위 등을 거친 후, 카르스는 각각 알메니언과 러시아 군대, 그리고 잠시 영국군에 의해 장악됐었고, 1차 세계 대전 후 러시아와 오토만 세력이 잠깐 떠난 사이, 카르스는 독립국이 되었다가, 192010, 카짐 카라베키르 (Kazim Karabekir) 장군 지휘 하의 터키 군대가 장악하게 되었다. 터키의 이 새 세대는 43년전 황제가 짓기 시작한 건축물들을 잘 활용했고, 러시아인들이 카르스에 전파한 문화는 터키의 서구화에 아주 잘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길을 잃었고, 이 도시는 가난과 우울, 그리고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 카가 인터뷰했던 옛 시장 무자페르 (Muzaffer) 씨는 카르스의 겨울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앙카라에서 그리스 극을 공연하기 위해 온 반쯤 벗은 배우들의 분칠한 얼굴에 대해 곱씹으면서, 자신이 40년대 말 혁명극을 공연하는 젊은 극단을 초대해 시빅 센터에서 공연을 했다고 말했다. 그 극은 검은 스카프를 쓴 채 일생을 보내야하는 한 소녀가 그것을 깨닫고, 마침내 그것을 벗어 불에 태워버리는 내용이라고 했다. 그 결과 40년대 말 그들은 검은 스카프를 찾아 온 도시를 찾아 다녀야 했고, 결국 에르주룸에까지 주문을 해야 했다고 했다. 그는 지금의 카르스 거리에는 수많은 종류의 스카프를 쓴 여자들로 가득차 있으며, 그들은 이 정치적 이슬람 심볼을 착용하고 다님으로써 교실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자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는 카르스에 머무르는 동안 사람들이 정치적 이슬람의 대두나 머리 스카프 문제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질문을 자제했다. 그는 또한 정말로 지난 40년대 스카프를 두른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면, 왜 분노에 찬 젊은 청소년들이 부득불 무대 위에서 여성들에게 스카프를 쓰지 말라는 극을 공연했어야 했는지에 대한 질문 역시 자제했다.


카는 그날 오래도록 시내를 걸으면서, 스카프를 쓴 여인들에게 별 관심을 두지 않았고, 또 스카프를 쓰고 안 쓰고를 정치적인 의미로 구별하려고 하지 않았다. 돌아온 지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리의 스카프를 쓴 여인들을 보며 정치적인 판단을 할 필요도 없었고, 또한 어린시절부터 스카프를 쓴 여인들을 보지 않는 습관이 있었다. 어린 카가 살았던 서구화된 상위 중산 계층의 이스탄불에서, 스카프를 쓴 여인은 교외에 있는 포도밭에서 포도를 팔기 위해 온 사람이거나, 우유배달원의 아내이거나, 하층 계급 출신이었다.


카가 호텔로 돌아와 쉬고 있는데, 호텔 직원이 와 세르다 씨가 그를 즉시 만나야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 로비를 막 나가려다가 그는 얼어붙은듯 그대로 멈췄다. 안내 데스크 뒤쪽 문을 통해 나온 사람, 바로 이페크였다. 대학시절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웠었는지 잊고 있었는데, 지금 갑자기 그녀의 존재를 보니 긴장이 되었다. 정말로 그녀는 아름다웠다. 처음 그들은 서로 악수만 했다. 하지만 조금 주저하다가 고개를 앞으로 내밀어 몸은 밀착시키지 않고 서로를 안으며 뺨에 입을 맞췄다.


그녀는 몇 발짝 뒷걸음치며, 타네르가 연락해서 그가 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카는 그녀에게 역시 선거와 자살소녀들에 대한 기사 때문에 왔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녀는 얼마 동안 머무를지 물으며, 자신이 아버지 땜에 바쁘니 130에 호텔 옆 한 페스트리 숍에서 만나자고 했다. 카는 이 상황이 이스탄불이었으면 그저 평범한 일이었겠지만, 카르스에서라 그런지 낯선 느낌이 들었다.


세르다를 만나러 신문사를 향해 가면서 카는 마음 속에서 거부하고 있었던 두 가지 일을 떠올렸다. 첫째는, 그가 프랑크푸르트에서 이스탄불로 12년만에 처음으로 온 목적은 어머니 장례식 때문만이 아니라 아내가 될 터키 여자를 찾기 위함이라는 것, 둘째는, 이스탄불에서 카르스까지 오는 내내 그 여자가 이페크였으면 좋겠다는 바램이었다. 물론 그는 개인적인 행복을 위해서는 그 어떤 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도덕주의자였지만, 아내가 필요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결혼을 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르다의 신문사로 간 카는 세르다에게서 엉뚱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는 얘기를 듣는다. 카가 자신이 뭘 했는지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세르다는 경찰이 그를 미행하고 있으며, 자신들은 경찰들의 무선기를 도청하고 있고, 자신들이 인쇄하는 신문 기사의 90%는 주지사 사무실과 카르스 경찰 본부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경찰 전체가 그가 모든 사람에게 카르스가 왜 이렇게 낙후되고 가난해졌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많은 젊은 여성들이 자살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묻고 다닌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진실을 말해주겠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예전에는 그들 모두 다 한민족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신들이 아제리니, 쿠르드니, 테레케미안이니 하면서 분열되었고, 공산주의자들이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은 사람들이 모두 자부심은 더 강해졌지만, 더 가난하게 되었다고. 또한 이슬람주의자들은 그룹으로 가가호호 방문하여 여자들에게 부엌살림이니, 비누니, 가공된 밀이니, 세제니 하는 것들을 주면서 신의 당인 자신들의 당을 지지해달라고 말하고, 지금 그들이 가난한 이유는 신이 원하는 길을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들은 남자들은 남자들에게 여자들은 여자들에게 얘기하는데, 분노하고 굴욕감을 느끼고 있는 실직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으며, 다음 끼니는 어디서 음식을 얻어 떼울까 걱정하는 부인들에게 더 많은 선물을 약속하고 희망을 주면서 그 댓가로 그들의 표를 얻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단지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고, 직장이 있는 사람도, 심지어 상인들 조차도 그들을 존경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이슬람주의자들은 다른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정직하며, 더 겸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전 시장의 살해 사건이 어느 쪽에서든 무시당하고 있는데, 그가 그렇게 된 건 그가 마차가 오래된 것이어서 그것들을 카르스에서 운영하지 못하게 한 것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은 그가 뇌물을 받았으며 앞으로 이 도시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계획이 부족해서 싫어했다고 했다. 하지만, 공화당원들은 좌익과 우익 두 파 사람들 모두에게 이 증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그들은 양족간의 혈투, 민족 논쟁, 그리고 상대 라이벌에 대한 파괴 등으로 인해 분열되어 그들 자신들만의 성공가능한 단독 후보 조차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신뢰하고 있는 유일한 후보는 바로 신의 당을 위해 출마한 이페크의 전 남편인 무타르 (Muhtar)씨이고, 지금 카가 묵고 있는 호텔의 주인은 이페크의 아버지 트루구트 (Trugut) 씨라고 했다. 옛 공산주의자인 그는 딸들을 데리고 4년전에 카르스로 돌아왔는데, 이페크의 여동생 카디페 (Kadife)는 스카프 소녀들의 리더라고 했다. 세르다는 그들이 왜 가장 사정이 좋지 않을 때 이 도시로 돌아올 생각을 했는지 놀랍지 않느냐며, 카르스에서는 그걸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했다.


세르다의 얘기를 듣는 동안 밖에는 눈이 더 많이 더 빨리 내리고 있었고, 그것을 보자마자 카는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는 어린시절 그가 자랐던 서구화된 터키는 이제 곧 끝나겠구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스탄불에서 그가 자랐을 때 보았던 건물들 중 많은 것들이 파괴되고 없어진 것을 보면서, 그가 느낀 건 자신의 어린시절 세계가 없어지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 언젠가 터키로 돌아와 살아야지 했던 그의 꿈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만약 근본주의적 이슬람 정부가 터키를 장악하게 된다면, 자신의 누이는 스카프를 쓰지 않고는 밖을 돌아다닐 수 없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말을 마친 세르다가 미리 프린트한 다음 날 신문을 카에게 보여주는데, 거기에는 유명한 시인인 카가 카르스를 방문했다는 것, 그리고 카르스에 도착한 날 카가 버스 정류장에서 보았던 극단이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했는데, 카도 참석해서 자신이 쓴 'Snow'라는 시를 낭독했다는 기사가 쓰여 있었다. 카는 자신은 그 연극 공연에 참석치 않을 것이며, 자신은 'Snow'라는 시를 쓴 적도 없다고 말하자, 세르다는 확신하지 말라며, 사람들은 자신이 기자여서가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이며, 자신들이 쓴 기사가 정확히 그대로 일어나는 것을 보고 그들이 얼마나 놀라워하는지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바로 현대 저널리즘의 역할이라며. 그리고 카가 기사에 쓰여진 대로 그곳에 참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카는 신문을 대충 훑어 보다가 눈길을 끄는 기사 하나를 보게 된다. 그것은 이틀 동안 내린 눈으로 인해 카르스로 통하는 모든 도로를 닫는다는, 말하자면 다른 바깥 세상과 통하는 모든 통로를 폐쇄한다는 기사였다.


이후 카는 약속 장소에서 이페크를 만나는 도중 눈앞에서 벌어진 총격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경찰서에 가서 조사도 받고, 무타르와 종교에 관한 얘기도 나누고, 은신처에 숨어있는 블루 (Blue)라는, 좀 전에 카가 목격했던 총격사건의 배후자로 지명된 자로, 이슬람을 반대하는 모든 사람은 적으로 간주하여 직접 죽이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살인을 저지르도록 종용한다고 소문이 난 악명높은 정치적 이슬람교도와 에펜디 (Sheikh Efendi)라는 종교지도자를 차례로 만나 대화를 나누는데, 카는 에펜디에게 자신은 터키가 번영되고 국민들이 모두 자유를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종교가 그걸 가로막는다고 생각해서 종교를 멀리했으며, 자신이 유럽에 살면서 느낀 알라신과 세상에서 잊힌듯한 분위기의 이곳에서 느끼는 알라신은 다른 것 같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이제 자신의 고독을 인정해주고, 신의 존재 앞에서도 신발을 벗거나 다른 사람의 손에 입을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어야하며 여자들이 스카프로 몸을 감춰야 하는 그런 신이 아닌, 하늘에서 내리는 아름다운 저 눈을 만든 신, 세상의 숨겨진 균형에 주의를 기울이는 신, 그들 모두를 교화하고 정제시킬 신을 믿고 싶다고, 하지만 그런 신은 당신들 중에는 없다고 말하지만, 오랫동안 신을 멀리해 온 자신이 종교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음을 느낀다 (나중에 그는 자신이 오래 전에 이미 신을 믿고자 노력해왔음을 깨닫고, 카르스에서 그걸 깨우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카는 나중에 카디페에게서 그녀가 스카프 소녀들의 리더라는 소문과는 다르게, 그녀가 스카프를 쓰게 된 전혀 예기치않은 이유를 듣게 되고, 후에 그는 세르다의 예언대로 국립극장에 가서 자신의 시 'Snow'를 낭독하게 되는데, 그의 낭독 후 수나이 자임이 이끄는 혁명극단의 연극 공연 중 스카프를 태우는 장면에서 심하게 저항하는 종교계 고등학교 학생들과 근본주의적 이슬람주의자들로 인해 극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총을 든 군인들이 들어와 진짜 총을 관객들 사이에 있는 몇몇 이슬람주의자들과 학생들을 향해 발사하지만, 관객들은 그것이 연극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호텔로 돌아온 카가 한번의 뒤척임도 없이 10시간여동안 잠을 잤던 그날 밤 내내 카르스에서는 총격전이 있었고, 탱크와 두대의 장갑차가 호텔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종교계 고등학교 기숙사를 습격해 국립극장에서 체포되거나 죽은 학생들 외에, 방송된 그 장면을 보고 영향을 받아 '신은 위대하다!'고 외치는 다른 학생들에게 공격을 가했다. TV 생방송에 출현한 배우 수나이 자임은 이것은 연극이 아닌 혁명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는 사관학교 출신이었다). 그리고 부지사가 나와 카르스 전체에 다음 날 정오까지 통행금지를 실시한다고 선포했다. 사람들이 TV에서 연극의 여주인공이며 수나이의 부인인 푼다 에세르 (Funda Eser)의 벨리 댄스 광고를 보고 있는 사이, 특수안보팀이 국민자유당사를 습격해, 그 시간 유일하게 그곳에 있던 청소부를 체포하고, 사무실을 뒤져 그곳에 있는 모든 서류들을 압수했다. 그들은 또한 미리 조사를 했던 당의 최고위원들을 체제전복과 쿠르드 민족주의 죄목으로 체포했다. 또한 그날 밤 이들 외에도 쿠르드 민족주의 게릴라라는 명복으로 살해된 사람들이 여럿이었다.


다음 날, 거리의 장갑차와 탱크 등을 보면서 카는 어린시절 자신이 겪었던 똑같은 상황을 떠올리며 호텔 로비로 가는 도중 그동안 자신이 했던 모든 행동, 특히 이페크에게 했던 모든 행동들을 후회하게 되고, 왜 자신이 처음부터 카르스에 오겠다고 결정을 했는지, 아니 프랑크푸르트에서 터키로 돌아올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를 후회하기 시작한다. 그는 이페크에 대한 사랑이 깊어갈수록, 그녀와 함께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게 된다. 그런 생각들로 머리가 아픈 그는 혹시 자신의 동생이나 아버지를 체포하기 위해 군인들이 올까봐 걱정하며 어젯밤 일어났던 일들을 그에게 소근거리듯 말하는 이페크에게 잠시 후 자신의 방으로 올라와 그의 머리를 만져달라고 부탁하고 호텔방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잠시 후 카의 방으로 찾아온 이페크는 군인 두명이 카를 찾으며 로비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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