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M

By

Emma Donoghue

오늘은 주인공 잭 (Jack)이 다섯 살이 되는 날이다. 그는 어떤 '방' (Room)에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그곳은 그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그의 엄마는 그곳에서 혼자서 탯줄을 직접 자르고 그를 낳았다. 잭은 태어난 이후 그곳을 벗어나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방 밖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그에게는 다른 우주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하지만 엄마와 그가 살고 있는 세상이 항상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가 'Old Nick'이라고 부르는 '그'가 오면 안전하게 옷장 속에 들어가 자야한다. 엄마는 Old Nick을 칭할 때 항상 '그'라고 했기 때문에 잭은 그의 진짜 이름은 모른다. 그런데 어느 날 TV에서 밤에만 찾아오는 사람에 대한 만화를 했는데, 그의 이름이 Old Nick이었다. 그래서 그를 그렇게 부르기로 했지만, '그'는 TV의 Old Nick과는 달리 구렛나루도, 뿔이나 그런 것들도 없었다. 언제가 그는 엄마에게 Old Nick이 얼마나 늙었는지 물었고, 엄마는 그의 나이가 엄마의 두배라고 말했다. 그의 엄마는 이제 27살이 된다고 했다. 그렇게 말한 엄마는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Old Nick이 올 때면 항상 철문으로된 문밖에서 삑삑 소리가 났는데, 그것은 그가 옷장으로 들어가 불을 꺼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엄마는 이가 아파 진통제를 먹는다. 그는 엄마가 진통제를 많이 먹고 안아팠으면 좋겠지만, 엄마는 그렇게 하면 자꾸만 더 많은 양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픈 이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으면 덜 아프다고 했다. 그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엄마는 뭐라고 설명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엄마는 모든 걸 다 알지만, 똑바로 기억할 수 없는 것들이 있거나 그가 너무 어려 설명할 수 없는 일도 있다.

엄마를 제외하고 그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건 TV 뿐이다. 그래서 그의 친구들은 도라 (Dora)나 스폰지 밥(Sponge Bob) 같은 만화 주인공들이다. 또한 그가 갖고 노는 장난감은 치약이나 테이프 등 일상적인 물품들이다. 그들은 가끔 오케스트라 놀이를 했는데, 그것은 방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막대기로 쳐서 무슨 소리를 내는지 들어보는 놀이였다. 가끔은 화장실용 화장지로 전화 놀이를 하기도 하고, 냄비 뚜껑을 서로 쳐서 스크림 (Scream) 놀이를 하기도 했다.

엄마는 그가 어렸을 적에 음식들을 잘라 씹은 다음 그걸 그에게 먹였다. 이제 그는 20개의 이빨을 다 가졌으니 그럴 필요가 없다. 그는 엄마와의 놀이에서 항상 이겼지만, 음식에 있어서는 엄마가 그의 보스였다. 방 안에는 9권의 책이 있었는데, 4권은 그림이 있는 거였고, 5권은 그림이 없는 책이었다. 어느 날 '일요일 특별대우'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Alice in Wonderland)가 도착해 이제 10권이 되었다.

그의 다섯번째 생일날, 낮잠을 자고 난 후 별로 할 일이 없어서 그들은 그 방의 크기를 재보기로 했다. 대충 여기 저기 재보다가 엄마가 싫증을 내서 그만두었다. 그리고 생일 케잌을 만들었다. 하지만 케익 위에 꽂을 초가 없었다. 그는 초가 없으면 그건 생일 케익이 아니라고 투정을 부리며 지난 '일요일 특별 대우'로 초를 요구했어야 했다고 짜증을 냈다. 엄마는 지난 주엔 진통제가 필요해서 다른 걸 요구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엄마는 그에게 Old Nick이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요구해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만약 그가 가게 두 세 곳을 가야한다면 그를 짜증나게 만들 수도 있으며, 만약 그가 구할 수 없는 걸 요구하면 다시는 '일요일 특별대우' 같은 건 없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자 잭은 Old Nick은 가게에 가지 않는다고, 가게는 TV 안에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엄마는 아랫 입술을 깨물었다. 언젠가 TV에서 엄마가 먹는 진통제와 같은 병을 든 사람을 발견하고, 그는 너무나 신기해 엄마에게 Old Nick이 TV 속으로 들어가 그걸 엄마에게 갖다 주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하루종일 TV를 보는데 왜 '그'는 한번도 TV에서 볼 수가 없는 거냐고 물었다.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다음 주 자신의 여섯번째 생일 때 초를 요구하자고 하자, 엄마는 '다음 주가 아니라 내년'이라고 말하며 눈을 감았다. 엄마는 가끔 그렇게 눈을 감고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 잭은 어렸을 적에 그런 엄마를 보며 엄마가 시계처럼 배터리를 다 써버려서 그러는 줄 알고 '일요일 특별대우'로 배터리를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의 생일 선물로 엄마는 그가 잠자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을 주었다. 그는 그것을 다른 그림들이 걸려 있는 코르크 판 한가운데에 붙여 놓으려고 했지만, 엄마는 그것을 거기에다 걸으면 안된다고 했다. 아마 Old Nick 때문인 것 같았다. 그래서 그것을 옷장 안에 걸었다.

9시가 다되어 그는 옷장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판자 틈 사이로 아직 불이 꺼지지 않고 엄마가 그들의 입었던 옷을 서랍장 속에 넣는 게 보였다. 그는 일어나 앉아 엄마에게 물었다. 왜 자기는 숨어야 하냐고. 그러자 침대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엄마가 아주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그'가 그를 쳐다보는 게 싫어서라고. 그가 갓난아기였을 적에도 '그'가 방 안으로 들어오기 전 담요로 그를 꼭꼭 쌌다고 했다.

어떤 날은 틈 사이로 Old Nick을 보았지만, 가까이서 자세히 보진 못했다. 잭은 될 수 있는 한 그가 오기 전에 잠들고, 잠에서 깨면 아침이어서 그가 떠나고 엄마 침대로 가 다시 엄마랑 함께 잠을 잘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그날 밤엔 쉽게 잠이 들지 않았고, '그'가 오는 신호인 삑삑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 밤엔 엄마와 함께 잘 수 있었다.

다음 날 그가 일부러 오게 한 생쥐 때문에 한바탕 소동을 벌인 뒤 엄마는 책을 읽어주었는데, 그것은 엄마가 항상 그에게 미안한 일이 있으면 읽어주는 책이었다. 그가 '일요일 특별대우'로 새 책을 한권 요구하자고 하자, 엄마는 그렇지 않아도 생일선물로 주고싶어서 몇주 전에 '그'에게 말했지만, '그'가 귀찮게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잭이 그는 그저 자신들이 하루종일 TV나 봐야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했더니 엄마가 말했다. 그러면 자신들의 뇌가 '그'의 것처럼 썩어버린다고. TV를 보면서 엄마가 몇가지 단어들을 알려주고, 이어서 책을 읽어주다가 그가 졸려하자 엄마가 옷장으로 옮기고 있는데, 밖에서 '그'가 왔다는 신호인 삑삑 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서둘러 그를 옷장안에 뉘이고 문을 꼭 닫았다.

남아 있는 그의 생일케익을 보며 Old Nick이 웬 거냐고 물었다. 엄마가 잭의 생일이었다고 하자 '그'는 몇살이 된 거냐고 물었지만, 엄마가 대답을 하지 않자 옷장 안에 있던 잭이 조용히 다섯살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Old Nick은 '그것'이 말도 하는군, 이라고 말했다. '그'는 잭을 '그' (He)라고 하지 않고 '그것' (It)이라고 했다. '그'가 잭에게 나와서 새로 사온 청바지를 입어보라고 했지만, 엄마가 거의 잠이 들었다며 거절했다. Old Nick은 이것 저것 자신이 엄마가 요구한 일들을 해준 것을 나열했고, 엄마는 고맙다고 말했다. 그가 케잌을 먹은 후 엄마 침대 위로 올라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잭은 옷장 안에서 Old Nick 이 내는 삐걱 소리를 셌다. 그날 밤엔 217 이었다. 잭은 항상 Old Nick이 숨을 헐떡이다가 멈출 때까지 그 삐걱거리는 소리를 셌다.

다음 날 아침 잭은 엄마에게 Old Nick에게 자신의 생일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짜증을 부렸다. 만약 '그'가 알았으면 자신에게 선물을 가져다 주었을 거라며. 그러자 엄마는 '그'가 선물을 갖다주는 걸 원치 않는다고 했다. 잭이 '일요일 특별대우'로 그들이 원하는 건 뭐든 갖다주지 않느냐고 말하자 엄마는 그건 다르다고 했다. 잭은 울면서 자신은 선물을 받고싶다고 했다. 그는 강아지를 갖고 싶었고, 이름을 Lucky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는 개를 키울만한 공간도 없고, 개는 산책을 시켜야 해서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참 울다가 잭은 침대에 누워있는 엄마 곁으로 가 엄마의 셔츠를 올리고 조금 먹었다. 기분이 나아진 그는 Old Nick이 어젯밤에 사온 청바지를 엄마가 입어보라고 해서 입어봤지만, 너무 커서 흘러내렸다. 엄마가 허리 부분을 몇번 바느질을 했더니 그대로 있었다. 엄마는 아주 싸구려를 사왔다고 불평했다.

며칠 후 일어나보니 엄마는 얼굴을 붙잡고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그것은 이가 많이 아프다는 의미였다. 엄마는 뭔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거기엔 리모트로 움직이는 지프가 한대 놓여 있었다. 엄마는 늦은 생일선물이라고 했고, 잭은 누가 갖다 놨는지 알았지만 엄마에게 묻지 않았다. 저녁을 먹으면서 잭은 엄마에게 왜 자신들이 아기 예수에게만 감사하다고 말하며 '그'에게는 감사인사를 하지 않느냐며 문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했다. 그러자 엄마는 왜 '그'에게 감사해야 하냐고 물었다. 잭이 전에 '그'에게 식료품이며, 천창 위의 눈을 치워준 것, 그리고 그의 청바지를 사다준 것 등에 대해 '그'에게 고맙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엄마는 그건 가짜 인사였다고 말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들면서 잭은 지프를 갖고 자겠다고 했지만 엄마는 안된다고 했다. 둘이 옥신각신하다가 잭이 리모트만 갖고 자고 지프는 선반 위에 놔두는 걸로 합의를 봤다. 잠들기 전 인사를 하다가 잭이 물었다. 자신들이 잠이 들면 어디로 가는 거냐고. 그러자 엄마가 대답했다. 그냥 여기 있다고. 잭이 그렇지만 꿈을 꾸지 않느냐고, 꿈이 TV이며, 꿈을 꾸기 위해서 TV로 들어가는 거냐고 묻자 엄마는 말했다. 그들은 절대 다른 곳으로 갈 수 없고 그냥 그곳에 있는 거라고.

잭이 막 잠이 들려고 할 찰나 문에서 삑삑 소리가 났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찬바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옷장문을 열고 나가 열려진 문밖의 별이며 우주선 그리고 UFO들 근처의 외계인들을 정말로 보고싶었다. 하지만 문이 닫히고 Old Nick이 엄마에게 뭐라고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엄마는 그날 밤 별 얘기를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램프가 꺼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Old Nick이 침대를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날 밤엔 378 이었다.

하지만 그날 밤 잭은 잠이 오지 않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무시무시한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Old Nick이 '그것'을 맛본다면? 엄마는 '그'가 '그것'을 마시라고 놔둘까? 아니면 '그것'은 잭의 것이라며 안된다고 할까? 만약 그가 (빨아대기) 시작하면 점점 더 진짜가 나올텐데. 잭은 일어나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Old Nick을 놀래키자고 작정했다. 선반 위에 있는 지프를 움직이면 아마도 Old Nick이 놀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리모콘을 작동시켰다. 그러자 선반 위의 지프가 움직이는 소리가 나더니 아래로 떨어져 Old Nick을 쳤다. '그'는 잠에서 깨어나 엄마에게 뭔 짓을 한거냐고 소리를 질렀다. '그'는 계속해서 엄마에게 뭔가를 하려고 했느냐며, 전에도 말했지만, 만약...하고 말하자 엄마가 아니라고, 자기는 그냥 잠을 자고 있었을 뿐이라고, 선반 위에 있던 바보같은 장난감이 떨어진 것 뿐이라고 쥐어짜는듯한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불을 끄고 계속 자자는 엄마 말에 Old Nick은 됐다며 화를 내고 나가버렸다. 잭은 리모트가 고장 난 것을 발견하고 엄마를 불렀지만 엄마는 처음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가 리모트가 고장이 났다고 말하자 엄마는 잠긴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잠이나 자라고 말했다. 그것은 엄마의 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옷장문을 열고 나가 엄마 곁에 누웠다.

다음 날 엄마 목에는 붉은 자국이 찍혀있었다. 잭이 힘들게 엄마에게 지난 밤 일을 사과한다고 말하자 엄마는 왜 그랬는지 물었다. 잭이 그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다고 하자 뭘 보여주고 싶었냐고 다시 물었다. 잭이 더듬거리자 엄마는 자신이 화가 난 건 '그'를 깨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엄마가 그에게 뭔가 무거운 것을 들고 그의 머리를 공격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잭은 엄마의 말을 듣고 웃음이 나왔지만 엄마는 심각하게 웃을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음 날, 그날은 엄마가 어딘가로 가버린 날들 중의 하나였다. 그녀는 그곳에 있긴 하지만 정말로 있는 게 아니었다. 엄마는 내내 침대에 누워 있었다. 잭은 혼자서 시리얼을 먹고 그릇과 숟가락을 씼었다. 어제 엄마가 묶어놓은 쓰레기 봉투가 문 옆에 그대로 있는 걸 보니 Old Nick이 안 온 건지, 아니면 왔다가 쓰레기는 그대로 두고 간건지, 엄마가 가버린 건 '그'가 엄마 목을 더 심하게 졸라서 저렇게 된 건 아닌지...그는 많은 생각을 했다. 엄마는 가끔 소변을 보기 위해 일어났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얼굴엔 아무 표정이 없었다. 목요일이어서 빨래하느 날이었지만 엄마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 잭은 혼자서 책을 5권 읽고 TV를 보고 또 봤다. 머리에서 썩은 냄새가 날 때까지.

다음 날에도 문 옆 쓰레기는 그대로 있었다. 그것은 어젯밤에도 Old Nick이 오지 않았다는 걸 의미했다. 엄마는 다시 엄마로 돌아왔다. 금요일은 침대 메트리스를 청소하는 날이라 둘이서 열심히 청소를 했다. 토요일 아침, 쓰레기가 없어진 걸 보니 '그'가 오는 소리를 못들었지만 다녀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날 밤 다시 '그'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들어오더니 뭔가 엄마에게 말했지만 들리지 않았다. 엄마가 낮에 그들이 카레를 먹어서 냄새가 아직 남아 있다며, 냄새를 뺄 수 있는 조그만 팬을 하나 사달라고 말하자 '그'는 그것은 이웃들이 왜 '그'가 작업장에서 요리를 하는지 의심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라리 지붕 위에 네온 화살을 달게하지 그러냐면서. 엄마가 미안하다고 하자 '그'는 엄마가 얼마나 괜찮은 곳에서 지내고 있는지 고마워할줄 모른다고 비난했다.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요일 아침을 먹다가 드디어 엄마를 괴롭히던 이가 빠졌다. 그날 밤 Old Nick은 엄마가 요구한 비타민을 가져오지 않았고, 엄마는 자신들의 건강을 위해 그것이 꼭 필요하다고 하자 '그'는 그것들은 결국 소변으로 다 배출되어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엄마가 솔직히 말해 자신들을 데리고 있는 것이 개를 데리고 있는 것보다 더 싸게 먹히는 거 아니냐고, 자신들은 신발도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엄마에게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잘 모른다며, 돈이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냐고 했다. 자신이 직장에서 해고된지 6개월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옷장쪽으로 다가와 주먹으로 두드리며 엄마가 낮에도 밤처럼 그를 옷장 속에 가둬두냐고 물었다. '그'는 잭 그에게 묻고 있는 거였다. 안에 있던 잭이 만약 그가 문을 연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Old Nick이 엄마에게 말했다. 뭔가가 잘못됐다고. 아이가 태어난 이후 한번도 자신이 아이를 볼 수 있도록 하지 않았다고. 애 머리가 두개 달렸느냐고. 그러자 엄마는 옷장앞에 서서 틈새를 가리며 아이가 그저 부끄러워 해서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가 자신에게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며 잭을 불러 롤리팝을 먹으라고 했다. '그'는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러자 엄마가 그를 침대로 끌어당겼다.

다음 날 잭이 깨어보니 아직 옷장 안이었고, 컴컴했다. Old Nick이 아직 있는지 궁금해서 소리나지 않게 문을 열고 나가보니 '그'가 아직 있었다. '그'는 잭을 보더니 안녕, 아들, 이라고 말했다. 잭은 그것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엄마가 큰 소리로 '그에게서 도망쳐, 도망치란 말이야!' 하고 소리쳤다. 잭은 얼른 다시 옷장으로 달려갔다. 엄마는 계속해서 그에게서 도망치라고 했다. 그가 조용히 하라고 하자, 엄마는 자신은 '그'가 잭을 가만 내버려두면 언제나 조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에게 잭을 어떻게 갖게 됐는지 잊지 말라고 했다. '그'가 가고 난 후 잭이 엄마에게 그것이 무슨 뜻이냐고, 자신을 천국에서 데려온 거 아니냐고 묻자, 엄마가 말했다. '그'가 말한 건 잭이 누구의 아이인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잭이 말했다. 자신은 엄마의 것이라고. 그러자 엄마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잭은 왜 '그'가 엄마에게 잊지 말라고 하는 거냐고 묻자 엄마는 '그'가 잭을 자신의 것으로 잘못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날 전기가 끊어져 램프가 켜지지 않았고, 따뜻한 물도 나오지 않았으며, 난방이 되지 않아 옷을 몇겹씩 껴입어야 했다. 불이 들어오지 않아 점심도 차가운 그린 빈을 먹어야 했고, 노는 데 손이 시렸다. 천창이 어두워져서 저녁을 먹었는데 녹아내리는 치즈와 브로콜리였다. 엄마는 많이 먹지 않으면 더 춥게 느껴질 것이라며 많이 먹으라고 했다. 엄마는 진통제 두알을 삼켰는데, 빠진 이 말고 다른 이가 괴롭힌다고 했다. 그리고 엄마는 잭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엄마가 소리를 질러 Old Nick을 화나게 만들어 지금 '그'가 전기를 끊어버림으로써 자신들을 벌주고 있다며.

다음 날에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잭이 '그'가 어젯밤에 오지 않아서 기뻤다고 하자, 엄마는 그들이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오는지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엄마가 일어서서 수도꼭지를 틀어보더니 물은 끊기지 않았으니 그것은 좋은 사인이라고 말했다. 잭은 그것이 왜 좋은 사인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저녁 때가 다 되어도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다. 잭이 배가 고프다고 하자 엄마는 마지막 남은 사과 한 알을 먹으라고 했다. 만약 Old Nick이 사과를 더 가져다 주지 않으면 어쩌지? 잭은 Old Nick이 왜 여태 자신들을 벌을 주고 있는지 물었다. 엄마는 '그'는 자신들을 그에게 속한 '물건들'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살고 있는 방처럼 말이다.

한동안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던 엄마가 갑자기 그를 부르더니 해줄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는 잭이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엄마와 아버지가 있고, 그녀보다 세살 많은 오빠인 폴(Paul)이 있다고 했다. 잭에게는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삼촌 폴이라고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잭은 그것이 그저 만화 영화에 나오는 사람이거나 그림 속에 있는 사람들과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잭이 자신처럼 엄마도 엄마의 엄마의 뱃속에서 자랐느냐고 묻자 엄마는 입양되었다고 했다.

잭이 별로 듣고싶어 하지 않자 엄마는 이것은 중요한 그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라며 그가 만난 적이 없다고 해서 그들이 실재가 아닌 것은 아니라고 했다. 세상에는 그가 꿈꾸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있다며. 그리고 그녀가 살았던 마당에 해먹을 달아놓은 집에 대해서, 오빠와 함께 그네를 타고 놀았던 놀이터, 그리고 함께 먹었던 아이스크림, 그리고 잭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차를 타고 했던 여행, 함께 갔던 동물원 그리고 해변에 대해서 얘기했다. 얘기를 하면서 엄마는 울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것들이 몹시 그립다고. 잭은 엄마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방밖으로 한번도 나가본 적이 없으며, 자신이 아는 한 엄마도 항상 그와 함께 있었으므로.

낮잠을 자고 난 후 잭은 엄마 셔츠를 올리고 조금 먹은 다음 엄마에게 왜 그 방을 싫어하느냐고 물었다. 자신은 그곳에서 엄마와 함께 있는 것이 좋은데. 엄마는 물론 그와 함께 있는 것이 좋지만, 방밖에서 그와 함께 있고 싶다고 했다. 잭이 '그'가 어떻게 그 방을 만들게 됐는지 묻자, 엄마는 처음엔 그것이 일반적인 12X12크기의 비닐 코팅된 쇠로 만들어진 정원 공구 창고 (garden shed) 였었다고 말했다. '그'가 거기에다 소리방지 천창을 더하고, 벽 안에 여러 겹의 절연용 발포 제품과 더불어 모든 소리를 죽이기 위해 납박판 한 층을 더 넣었다고 했다. 그리고 비밀번호로 여는 보안문까지. '그'는 자신이 얼마나 말끔하게 일을 처리했는지 자랑했다고 했다. 엄마 말이 이해가 안된 잭은 테이블 위에 의자를 쌓고, 엄마가 그것을 밑에서 잡아주어 천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엄마는 나뭇잎, 구름등을 설명해주며, 자신도 잭이 태어나기 전 수없이 많이 그렇게 밖을 내다봤다고 했다.

다음날도 여전히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잭이 할머니 할아버지 폴 삼촌이 아직 진짜냐고 묻자 엄마는 그렇다고 했다. 그들이 언젠가는 자신들을 찾아 오느냐고 묻자 엄마는 그렇게 해달라고 매일 마음 속으로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들도 그러고 싶겠지만, 그들은 그녀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그들이 살고 있는 그 방을 그들은 알지 못하며, 잭이 있다는 것도 모른다고. 잭이 일요일 특별대우로 '그'에게 전화를 갖다 달라고 하자고 말하자, 엄마는 '그'는 절대로 전화를 가져다 주지도, 유리창을 달아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들은 책 속에 있는 사람들 같으며, '그'는 절대로 다른 사람들이 그 책을 읽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잠시 후 엄마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는 집으로 가고 싶다며 울었다. 그리고 무섭다고 했다. 잭이 자신이 6살이 되면 그곳에 갈 수 있느냐고 묻자 언젠가는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엄마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며 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이 방에 오게 된 건 그녀가 19살 때 Old Nick이 그녀를 훔쳐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는 학생이었는데, 이른 아침 대학 도서관에 가기 위해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주차장을 건너고 있었다. 그녀가 제일 먼저 온 학생이었다. 그 사람이 달려와 자신의 개가 발작을 일으켜 죽을 수도 있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그것은 그녀를 '그'의 트럭에 태울려는 계략이었고, 물론 개는 없었다. 그녀를 태운 '그'는 그녀의 눈을 가리고 계속 달리고 또 달렸다. 그녀는 너무나 무서웠다. '그'는 그녀에게 약을 먹여 잠들게 했다. 깨어나보니 그녀는 지금의 방에 있었다. 처음 그가 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도와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그'는 그녀를 의식을 잃게 만들었다. 그후로 그녀는 다시는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하루 16시간씩 잠을 잤다. 잠을 잘 때만이 울지않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가 일하는 시간이면 그곳에서 도망치기 위해 할 수 있는 걸 다했다. 테이블 위에 올라가 천창 주변을 긁다가 손톱이 모두 부러진 적도 있었다. 던질 수 있는 걸 모두 다 던져 보았지만 천창에 달려 있는 철망이 너무 강해 유리창에 닿지도 못했다. 어느 날은 구멍을 파기도 했다. 벽을 파고 안에 든 걸 다 뜯어냈지만 발견한 건 굵은 철사를 엮어 만든 울타리였다. '그'는 그녀가 절대로 자를 수 없도록 그곳 전체에 쇠 울타리를 둘러 놓았던 것이다. 또 그곳으로 온지 1년 반이 되었을 때, 변기 뚜껑으로 '그'를 내려치며 문의 비밀번호를 대라고 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 '그'가 그녀의 팔을 비틀어 지금 그녀의 팔은 정상이 아니었다. 다음 날 '그'가 돌아와 자신이 비밀번호를 말할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며, 만약 그런 짓을 다시 한번 더 한다면 자신은 다시는 오지 않고 그녀를 혼자 굶어죽게 내버려두겠다고 했다. 잭이 혹시 우리도...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전등에 불이 들어왔다.

다음 날은 난방 때문에 따뜻했고, 지난 밤 Old Nick 이 다녀갔는지 음식도 많았지만, 엄마는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잭이 베갯잇에 엄마의 빠진 이빨, 지프, 리모트 등을 넣어놓은 걸 보고 엄마가 무엇이 들었는지 물었다. 잭이 자신들이 구조됐을 때 필요한 것들이라고 얘기하자 엄마는 자신도 오랫동안 구조되기를 바래서 쪽지를 써서 쓰레기 봉투 안에 넣었지만 아무도 그것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듣지 못한다고. 지난 밤엔 손전등을 켰다 껐다 해봤는데,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고 했다. 아무도 자신들을 구하러 오지 않을 거라고. 엄마의 얼굴은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낯선 얼굴이었다.

엄마에게 조금 먹어도 되냐고 묻자 그러라고 했다. 잭은 엄마 무릎에 앉아 셔츠를 올리고 오랫동안 먹었다. 그때 엄마가 잘 들으라면서, 그곳에서 나가야 한다고,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엄마는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고, 잭은 무섭다고, 자신은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