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me of Privilege

By

Walter Walker

1996년 3월, 당시 U-Penn에 다니고 있던 주인공 조지 (George Becket)는 봄방학을 룸메니트인 멕페트리지 ( Paul McFetridge)와 함께 보내기 위해 플로리다 (Florida)로 가기로 결정했다. 맥페트리지의 부모님 집에서 지내면서, 유명한 그레고리 (Gregory) 맨션을 방문할 기회도 갖게 된다고 했다. 조지가 그렇게 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그곳에서의 파티에 참석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그곳에 대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지만 가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 맨션은 해변가에 있는 상징적인 스페인풍으로 다시 지어진 집으로, 그 집에서의 칵테일 파티는 유명했고, 그레고리 상원의원이 직접 그곳에 참석하는 파티였다.

파티 날, 그는 맥페트리지를 따라 현관이나 근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던 다른 여러 가족들과 인사를 나눴다. 부유한 출신으로 그곳에 온 거의 모든 사람을 알고 있는 듯한 맥페트리지와는 다르게 조지는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다니며 집안 여러 곳에 놓인 사진들을 보다가 문득 굉장히 눈에 띄는 젊은 아가씨가 그의 옆에 서있는 걸 발견했다. 그처럼 그녀도 파티에 참석한 어느 누구하고도 친분이 없어 보였다. 어깨 너머 길이의 검은 머리와 초록색 눈을 가진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켄드릭 파월 (Kendrick Powell) 이며 브린 마우어 (Bryn Mawr) 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라고 소개했다.

그녀가 그도 가족 중의 한 사람이냐고 물었고, 그는 아니라고, 한 친구의 친구라고 말했다. 그때 폴 맥페트리지가 그곳의 유명한 칵테일을 가져와 조지의 손에 들려주고 잠시 얘기를 나누더니 다른 두 사람 피터 (Peter Gregory Martin)와 제이미 (Jamie Gregory)에게 그와 켄드릭을 맡기고 다시 사라졌다. 그는 역시 그들과 할 얘기가 없었다. 그래서 잠시 후 피터와 제이미가 켄드릭에게 집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해서 같이 따라나섰다. 그는 그들을 따라 가며 유명인들이 모이는 방들을 구경하려는 것이려니 생각했는데, 그들은 긴 홀을 지나 곧바로 집의 끝 서재로 갔다. 방문을 막 닫으려는 찰나 피터가 게슴치레한 눈으로 조지를 보더니 잠시 그가 누구인지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곧 그가 맥페트리지의 친구라는 걸 기억해냈다. 그러더니 그에게 칵테일을 다시 갖고 오라고 시켰다.

그가 그곳을 나올 때 켄드릭은 서재 구석에서 윈슬로 호머 (Winslow Homer) 의 그림들을 보고 있었고, 그가 돌아왔을 때엔 소파 위에 있었다. 신발은 벗겨져 있었고, 발은 쿠숀 위에 놓여져 있었다. 무릎이 올려져 있었고, 검정 치마가 적당히 그녀의 허벅지를 덮고 있었다. 피터와 제이미는 그녀의 양쪽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왜 그들이 지금의 그런 자세로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그곳에서 피터와 제이미가 그녀에게 몹쓸 짓을 하는 걸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지켜보았다. 그는 그녀가 뭐라고 말을 하기를 바랬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신음 소리만 냈다. 그것이 괴로워서 내는 소린지 희열에 차 내는 소린지 구별할 수가 없었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가 조지는 피터가 들고 있던 놋쇠 촛대를 아래로 내릴 때, 그들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아차렸고, 피터의 어깨를 잡으며 그런 짓은 하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피터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조지는 피터의 어깨를 좀 더 강하게 붙잡고 그를 저지했다. 그는 그저 그를 멈추게 하고 싶다는 생각, 그것뿐이었다. 당시 상원의원이 서재의 문을 열고 그 광경을 보았지만, 그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고, 나중에 그의 여동생과 아무 일 없었던듯 댄스를 하고 노래도 불렀다. 춤을 추는 도중 그는 어깨너머로 조카들을 보며 씩 웃었다.

그런데 2주 후 어느 날 아침, 한 남자가 조지를 찾아와 자신의 이름은 로랜드 앤드류스 (Roland Andrews) 이고, 조쉬 데이빗 파월 (Josh David Powell) 이라는 사람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했다. 조지가 자신은 그 사람이 누군인지 모른다고 하자 로랜드는 그 사람이 켄드릭의 아버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켄드릭이 조지가 자신을 잘 대해줬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날 조지는 그녀가 뒤처리하는 걸 도와줬고, 파티장을 나가 차에 타는 걸 도와주었다. 그녀의 팬티는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고.

로랜드는 켄드릭이 피터에게 강간을 당할 때 조지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걸 그녀에게서 들었다고 했다. 사실, 그날 이후 2주 동안 조지의 머릿속에 맴돌던 단어가 바로 그것이었다. 강간. 여자의 동의 없이 무력이나 협박, 위협 혹은 속임수라고 할 수 있는 행동에 의한 불법적인 성교. 그 말을 며칠 동안 생각해봤지만, 그것은 피터와 제이미에게는 해당되는 말이 아니었다. 그곳에서는 무력도, 협박도, 위협도 없었다.

조지가 그저 자신은 켄드릭과 그 사람들이 '노닥거릴' 때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라고 하자, 로랜드는 당시의 상황을 '노닥거린다'고 표현하는 거냐며 미 동부 연안에서 가장 큰 상업 용지 개발 회사를 갖고 있는 켄드릭의 아버지 파월 씨에 대해서 말하면서, 파월 씨는 그 일에 대해 누군가가, 뭔가를 해주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파월 씨를 위해 일하기 전 무슨 일을 했는지 아느냐며 뜸을 들이더니 자신은 특수부대 출신이라고 말했다. 조지는 커피를 그의 얼굴에 던지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조지가 자신에게 원하는 게 뭐냐고 묻자, 로랜드는 그가 팜 비치 카운티 검사와 얘기하기를 바란다며, 왕복 비행기표와 경비로 현금 500불이 든 봉투를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 누구에게 연락하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들어 있다고 했다. 그는 그것을 그의 얼굴 가까이 들이밀며 조지가 그곳으로 가서 2주 전에 피터 그레고리의 집에서 일어났던 일을 사실대로 검사에게 말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지는 로랜드에게 자신은 그날 정말 아는 사람이 없어서 여기 저기 돌아 다니며 구경하다가 잠깐 그녀를 보았을 뿐 그녀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으며, 어쩌다 보니 그 서재로 가게 되었는데, 잠시 후 보니 그녀가 소파 위에서 노닥거리고 있었고, 그들이나 자신이나 모두 취해 있었다고 말했다. 로랜드는 피터가 이상한 물건을 그녀의 성기에 삽입했었다고 말했다. 사실 한번 그랬고, 두번째 시도하려고 했을 때 그가 말린 것이었다. 로랜드는 그녀가 지금 치료를 받고 있으며, 아마도 오래 걸릴 것이라고 했다.

조지는 켄드릭이 멋진 승용차를 타고 몸에 꽉 맞는 옷을 입고 그 파티에 가서 뭘 할 건지 알고 있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술을 취하게 마시고 그 남자들과 서재로 가서 뭘 할 건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고. 하지만 그는 그것을 말하지 않았다. 로랜드는 마치 그의 생각을 들은 것처럼 그에게서 몸을 떼더니 그녀에게 그런 짓을 저지른 놈들은 반드시 댓가를 지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가 켄드릭이 피터를 고소할 거냐고 묻자, 로랜드는 파월 씨는 그레고리 가문의 사람들이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세상 만천하에 드러내어 그들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규칙에 의해 다스려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때 맥페트리지가 어슬렁거리며 그들에게로 왔다. 그러자 로날드는 재빨리 봉투를 감췄다. 멕페트리지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조지는 로랜드에 대해서 잠깐 소개하며 켄드릭 파월의 아버지가 보낸 사람이라고 말했다. 맥페트리지가 자신도 그곳에 있었다며, 자신과 얘기하고 싶냐고 묻자 로랜드는 그에게 그날 그 서재에 함께 있었느냐고 되물었다. 맥페트리지는 그렇다며, 아무 일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로랜드는 그에게 그곳에서 그저 윈슬로 호머의 그림을 감상하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멕페트리지는 윈슬로 호머가 누구인지 모르는 듯했다. 잠시 머뭇거리다 멕페트리지가 그 자리를 떠나자 로랜드가 다시 그 봉투를 꺼냈다. 그리고 그가 해야할 일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후 조지는 켄드릭의 학교에 전화를 해 그녀와의 통화를 시도했지만, 그녀는 학교를 그만두었다고 했다.

그후 6개월 뒤, 1996년 10월, 조지는 위싱턴 디시 (Washington D.C.)에 있는 조지 워싱턴 대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법대에 입학해 첫번째 달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로랜드 앤드류스가 그를 찾아왔다. 그곳에 간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무에게도 집주소를 알려주지 않았는데 그가 집으로 찾아 온 것이다.

조지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앤드류스는 켄드릭이 '약물중독'으로 죽었다고 했다. 조지는 그 소식을 듣고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리고 앤드류스에게 말했다. 자신이 팜 비치로 가 검사를 만났고, 묻는 말에 모두 대답을 했다고. 하지만 검사가 계속 자신에게 물었던 건 상원의원이 술에 취했었는지, 그가 켄드릭과 함께 있는 걸 조지가 보았는지, 상원의원이 부적절한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만 물었다고 했다. 조지는 검사가 알고싶어 했던 건 상원의원에 대한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얘기 도중 조지는 앤드류스가 자신이 하는 말마다 비꼬자 화가나 켄드릭은 그들을 막기 위해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했고, 앤드류스는 그녀가 술에 취해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조지가 그녀는 취하지 않았었다고 하자, 앤드류스는 그럼 다른 사람들이 그녀의 성기에 이상한 물건들을 집어 넣을 때 그녀는 뭘하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조지는 앤드류스에게 화가나 자신이 켄드릭을 취하게 만든 게 아니며, 그녀를 서재로 초대하지도 않았고, 소파에 누우라고 하지도 않았으며, 신발을 벗기고 다리를 올리라고 하지도 않았다고 항변하자, 앤드류스는 허리를 숙이고 조지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더니 그 쓰레기같은 놈들이 그녀의 성기에 나쁜 짓을 할 때 그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저 보고만 있었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앤드류스는 몸을 세우더니 식탁 테이블로 가 조지의 책과 노트 등을 흝어 보면서 이 학교에 어떻게 들어오게 됐느냐고 물었다. 조지가 입학시험을 잘봤다고 말하자, 앤드류스는 조지가 팜 비치 검사를 만나러 가기 전, 지원한 모든 법대에서 그를 거부했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법대를 포기하려던 찰나, 검사와 30분 얘기하고 난 후, 갑자기 보스턴 칼리지와 조지 워싱턴에서 그를 받아줬는데, 한곳은 상원의원이 살고 있는 곳이고, 다른 한곳은 상원의원이 일하고 있는 곳이라며, 너무나 큰 우연의 일치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파월 씨는 외동딸을 잃었고, 아주 화가 많이 나 있어서 복수를 하려고 한다며, 그가 조지의 인생을 박살낼 거라고 했다. 그리고 앤드류스는 떠나기 전 조지가 아주 지저분한 전쟁에 가담하게 되었는데, 잘못된 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앤드류스가 떠나고 상원의원의 사람 척 라슨(Chuck Larson)이 조지를 찾아왔다. 조지가 앤드류스에게 협박 당했다고 하자 그는 미안하다며 앤드류스가 말한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거라고 했다. 외동딸을 잃은 파월 씨가 그저 그 일을 다른 사람 탓을 하고자 한 것뿐이라며.

척 라슨은 조지를 찾아와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조지는 걱정이 되었다. 그는 매일 학교에서 걸으면서 이 건물에서 저 건물 사이의 통로, 주차된 차 사이, 어깨너머를 살피며 로랜드 앤드류스를 찾았다. 식당에 앉아서 밥을 먹을 때에도 항상 문을 바라보며 먹었다. 짐에도 가지 않았고, 플래그 풋볼 팀도 그만두었다. 지하철에서 너무나 많은 질문을 한다고 생각된 한 여인과의 대화를 끝으로 낯선 사람과는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 과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그만두어 점차 이상한 아이라는 평판을 얻었다.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이렇게 한달을 지내다가 그는 다시 금요일 오후를 친구들과 보내기로 했다. 그들은 그에게 많은 질문을 쏟아부었지만, 그는 대답할 수 없었고, 그런 그에게 매력을 느낀 그와 같은 섹션의 매리언 (Marion)과 그날 밤 그녀의 아파트에서 밤을 보내게 되었다. 그녀는 그보다 몇년 연상인 이혼녀였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옆에서 자고 있던 그녀의 고른 숨소리 때문에 어느 순간 잠에서 깼다. 그리고 지난 밤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희미했다. 그는 오래 머물지 않고 어둠 속에서 옷을 챙겨 입고 슬쩍 그곳을 나왔다. 이후 둘은 복도에서 마주치면 그저 인사하는 게 다였다.

12월, 첫학기 시험을 치뤘는데, 시험 결과는 민사 소송(Civil Procedure)에서의 D만을 제외하고 대체적으로 A, B 등으로 만족스러웠다. 그는 다음 새학기가 시작되자 바로 민사 소송 교수를 찾아가서 다른 과목의 점수 등을 말하며 왜 그 과목만 성적이 그렇게 안나왔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담당 교수는 조지가 답으로 낸 노트를 1분도 안되게 슬쩍 훑어보더니 민사 소송이 쉬운 과목이 아니라며 자신이 준 점수가 적절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과목의 D라는 점수가 그의 삶이나 법조계 경력을 망치지 않기를 바란다며, 짙은 흰눈썹 아래로 뭔가를 알고 있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만약 교수가 그의 추론이나 인용문, 혹은 글쓰는 스타일에 대해서 지적했다면 이해했을 것이다. 만약 교수가 간신히 통과한 그 점수를 좀 더 도약하기 위한 기회로, 동기부여로, 그리고 학습 경험으로 삼기를 촉구했다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지는 즉시 로랜드 앤드류스와 조쉬 데이빗 파월이 생각났다. 당시 교수와 언쟁을 벌였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생각나는 건 그가 완전히 배신감을 가지고 교수를 바라보았다는 것과 교수는 조지가 확신했던 것, 바로 혐오감을 가지고 그를 바라보았다는 것이다.

이후 어느 날, 뜻밖에 매리언이 파티에 그를 초대했다. 의외였지만, 그는 그녀의 초대를 받아들여 그 파티에서 술을 마시고 둘 다 취한 채 차를 몰고 가다가 두 명의 경찰에게 븥잡혔다. 그런데 그를 대하던 경찰은 그에게 술을 마셨느냐 같은 질문을 하지 않고, 보통 이상으로 거칠게 대했다. 매리언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다른 경찰이 그녀를 바닥에 눕혔다. 경찰에게 모욕적인 일을 당하고 있는데 한 무리의 법대생들이 그들을 도우러 왔고, 상황이 불리하다고 느낀 경찰이 돌아가면서 조지에게 '힘있는 (powerful)' 친구가 있는 것 같은데, '힘있는 (powell-ful)' 적도 있다는 걸 명심하라고 말했다.

얼마 후 그는 조지 워싱턴 대를 떠나 보스턴에 있는 한 법대로 옮기고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보스턴 칼리지로 가고 싶었지만, 상원의원의 강력한 추천서에도 불구하고 민사 소송에서의 D 학점이 걸림돌이 되었다. 그가 옮긴 학교는 조지워싱턴 대보다는 명성이 낮은 학교이긴 했지만, 그에게 자유를 줬고, 누가 그를 지켜보고 있다가 괴롭히지도 않았고, 한밤중에 그를 끌어내지도 않았다. 2년 후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본 후 선서를 했는데, 척 라슨이 그에게 연락을 해 Cape & Islands 지방검사 자리에 지원하라고 했다.

그래서 2008년 현재, 조지는 그곳에서 검사보로 일하고 있다. 그는 매리언과 결혼했다가 이혼했고, 지금은 아무하고도 같이 살고 있지 않으며, 항상 정장을 차려입고, 고객과는 절대로 함께 식사를 하지 않았다. 3월 어느 날, 그가 가끔 가서 식사를 하는 레스토랑에서 (그는 항상 그곳 바에 앉았다) 맥주를 마시며 메뉴에 끼워져 있는 그날의 특별 요리를 보고 있는데, 한 남자가 들어오더니 바로 그의 옆에 앉았다. 그의 왼쪽으로 세 자리가, 오른쪽으로 여덟자리가 비어 있어서 그가 꼭 그의 옆에 앉아야 할 필요는 없었다. 조지가 주문을 하고 주방장이 스윙 도어를 열고 부엌 안으로 들어가자 옆에 앉은 사람이 자신의 이름이 빌 텔포드 (Bill Telford)라며 손을 내밀었다. 조지는 혼자서 스포츠를 보면서 조용히 저녁을 먹고 빨리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그의 손을 잡고 악수를 했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은 말하지 않았다.

빌은 70대 정도로 보였다. 그는 조지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9년 전에 살해당한 하이디 텔포드 (Heidi Telford)의 아버지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 레스토랑 바로 한 길 아래에 있는 위아노 클럽(Wianno Club)에서 발견됐다고 말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것은 그곳에서 그녀의 시체가 발견되기는 했지만, 그는 살해 장소가 그곳이라고 믿지는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았다. 그곳은 극도로 사적인 골프 클럽이었다.

조지는 이제 그가 생각이 났다. 그는 주기적으로 전화하고, 간간히 사무실에 들러 항상 똑같은 질문을 했다. 뭔가 새로운 것은 없느냐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Anything new'라고 불렀다. 모든 사람이 그를 피했다. 그가 나타나면 제일 낮은 사람, 특히 비서나 사무직원 혹은 여름방학 인턴들에게 그를 보냈는데, 아주 특권적인 개인 골프장의 16번째 페어웨이에서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 두개골이 부숴진 채 발견된 그 사건에 대한 새로운 사실은 전혀 없었다. 물론 어느 누구도 그에 대해 악감정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는 아주 정중했고, 절대로 밀어붙이지 않았으며, 그저 꾸준했다. 말하자면, 사무실 사람들 모두 그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보고해 줄 사항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조지에게 그저 하이디 사건이 잊혀지지 않았기를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하며 아직 누군가 그 사건에 대해 일을 하고 있는 거냐고 물었지만, 아무도 그 일을 맡은 사람은 없었다.

하이디가 죽은 건 조지가 아직 법대에 다니고 있었을 때였고, 그가 Cape & Islands 검찰청에서 일하게 됐을 때엔 그건 오래된 뉴스였다. 빌은 자신이 보험사정인이었기 때문에 혼자서 조사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고, 조사한 것을 모두 지방 검사 화이트 (Mitchell White)에게 보냈다고 했다. 그는 하이디의 친구들, 친구들의 친구들, 친구들의 친구들의 친구들까지 모두 조사해서, 정말 작은 일 하나까지도 모두 그에게 보냈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을 통해 들은 얘기로는 어느 누구도 검찰 쪽에서 연락을 받은 사람은 없었다는 것이었다.

조지가 자신은 그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왜 자신에게 그런 얘기를 하느냐고 묻자, 빌은 조지가 좋은 명성을 얻고 있어서 찾아왔다고 했다. 조지는 빌에게 자신에 대한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은 그저 한낱 검사보일 뿐이며, 그것도 제1보조도 아닐 뿐더러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사건들만을 조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빌은 경찰서장이 자전거를 훔쳐 팔려고 했던 십대 흑인 소년들을 흉악범이라고 감옥으로 보내려는 걸 조지가 나서서 교화 프로그램을 받게 한 사건에 대해서 말하며, 자신이 원하는 건 그저 자신이 검사에게 보냈던 정보들을 한번 살펴봐 달라는 것, 그것뿐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잠시 주춤거리다가 미첼이 혹시 자신이 준 정보를 원하지 않은 건 아닌지, 그가 혹시 '유명한 주민'과 너무 가까운 건 아닌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지가 특정인을 의미하는 거냐고 묻자, 빌은 물론 특별히 그레고리 가문을 얘기하는 거라고 말했다.

그날 밤 조지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그런 날들이 있었다. 만약 자신이 다르게 행동했으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던 날들. 그날 밤 그는 예전 켄드릭의 일을 생각했다. 만약 그날 그가 피터와 제이미를 좀 더 적극적으로 말렸으면...피터는 의사가 되어 샌프란시스코 (San Francisco)의 부촌 퍼시픽 하이츠 (Pacific Heights)에서 살면서 나비 넥타이를 메고 오페라 감상을 하고 있고, 제이미는 뉴욕 윌가의 뱅커가 되어 빌리지의 랜드마크인 4층짜리 타운하우스에서 살고 있었다. 그일로 댓가를 치룬 건 오직 켄드릭과 그의 가족뿐이었다.

사실, 조지와 지방검사 미치는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미치는 그곳 출신이 아니었지만, 재선에 나설 때마다 특별히 엉뚱한 사람들에게 지지 않는 이상 당선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자리가 안전하다고 말할 순 없었다. 조지는 검찰청의 지하에 있는 교도소 독방 가까운 곳에 있는 사무실에서 혼자 일했다. 어느 날 아이들 둘을 혼자 키우는 싱글맘인 바바라 벨보넷 (Barbara Belbonnet)이라는 여자가 책상을 밀고 들어와서 둘이 함께 그곳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녀는 그녀의 부자 아버지와 미치의 친분으로 인해 그곳에 일자리를 얻게 된 것 같았다. 대체적으로 간간히 비서나 메신저가 둘 중 한 사람을 만나러 왔을 뿐, 그들을 원할 경우, 인터컴을 통해 바로 윗층으로 올라오라고 연락을 했다.

미치가 대놓고 그를 피하는 건 아니었지만, 일을 맡길 것이 있으면 가능하면 그를 부르지 않고 다른 사람을 불렀고, 조지를 일부러 피하진 않았지만, 마주쳤을 때 인사하고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는 조지가 질문을 하면 답변은 했지만, 대개는 그가 질문할 기회가 주어질만한 상황을 피했다. 그도 조지가 누구와 연결이 되어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얼마나 깊이 연결이 되어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분명 그 자신의 연결고리도 그것을 알아볼 만큼 깊지 않은 것 같았다. 조지를 지하에 격리 시켜놓음으로써, 미치는 사무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조지를 노출시키는 걸 제한할 수 있었다. 그의 업무를 대체적으로 상호교류가 필요치 않는 문제들로 제한했다. 말하자면 음주운전 같은 것. 하지만 조지는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미치에게 그를 해고할 수 있는 빌미를 만들어주고 싶지 않아서 행동도, 사람 만나는 것도 조심했다.

조지는 빌 텔포드를 만난 후 그곳에서 일한 이후 네번째로 미치의 사무실을 방문해 빌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미치는 빌에 대해 'Anything new' 라고 아는 척을 하더니 그 일은 용의자가 없어서 소송이 제기되지도 않아서 사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고 했다. 조지가 다시 빌 텔포드는 그레고리 가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검찰 쪽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하자, 미치의 표정이 변하고 그의 눈동자가 튀어나올듯이 커졌다. 조지는 그에게 협박을 하러 온 게 아니었다. 그는 경고를 하러 온 것이었다. 아니 함께 일을 하고자 온 것이었다. 그는 그레고리가의 친구였기 때문에.

조지는 그 건에 대해 살펴보겠다고 말하고, 미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경찰서장 첼로 디마시 (Cello DiMasi)를 찾아가서 하이디의 사건에 대해 물었다. 그는 그녀가 발견된 곳은 가로등도 없고 날이 밝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눈에 띄지 않는 곳이며, 검사 결과 하이디는 골프채로 맞아 두개골이 파손된 거라고 말했다. 조지가 그녀의 시체가 다른 곳에서 옮겨진 것이 아니라고 하자 그렇다고 했다. 조지가 미치 화이트가 그에게 사건 파일을 보고 오라고 했다고 거짓말을 하자 서장은 그를 지하에 있는 문서보관소로 데리고 갔다. 조지는 그곳에 갈 때 서류들을 다 읽어보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서류를 다 읽기까지 4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것들을 전부 다시 읽어보고 혹시 자신이 놓친 것이 없나 확인했다.

당시 하이디는 위튼 (Wheaton) 대학 2학년이었다. 그녀는 여름방학 때 바닷가에서 안전요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날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여느 날처럼 부모와 얘기를 나누고 씻고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옷을 바꿔입고 시내에 나갔다 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그런데 그 이후 그녀를 본 사람이 없었다. 그녀를 아는 웨이트리스나 바텐더들도 그날 밤 그녀를 본 사람이 없었다. 발견됐을 당시 그녀가 입고 있던 옷도 집을 나설 때 입었던 옷이 아니라고 그녀의 엄마가 말했다. 발견 당시 그녀는 팬티는 입고 있었지만 브래지어는 하고 있지 않았는데, 주변 사람들이나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녀가 자신의 큰 가슴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고 돌아다닐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녀는 20살이었고, 부검 결과 그녀의 위에 남아 있던 32%의 액체가 알콜이었지만, 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없는 나이였다.

하지만 담당수사관이 친구, 동료, 고등학교 동창, 대학 룸메이트, 전 남자친구 등을 모두 만나보았지만, 그들은 모두 누가 왜 하이디를 죽일 생각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무런 단서도 없었고, 그녀를 살해한 무기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심지어 그 사건에 대한 소문 조차도 없었다. 결국 담당수사관은 점차적으로 그 일에 대한 수사를 포기했다. 그의 보고서에는 '조사단계'라는 표시가 붙어 있었고, 파일에는 '미결'이라고 붙어 있었지만, 마지막 날짜가 2000년 이었으며, 그 이후 더해진 건 아무 것도 없었다. 하이디의 아버지가 지방 검사에게 보낸 정보가 무엇이었든, 그것들은 경찰 서류 보관함에도 들어 있지 않았다.

얼마 후 4월 어느 날, 조지가 레스토랑에 앉아 있는데 빌이 다시 찾아왔다. 그는 이미 자신이 화이트에게 전한 정보가 하나도 서류 보관함에 남아 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조지에게 물었다. 자신이 준 모든 정보가 왜 파일에 없는 것 같냐고. 빌은 자신이 준 모든 정보는 그레고리 가에 대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중요한 정보라며 하이디가 마지막으로 그로서리 마켓에 들른 날 피터도 그곳에 있었다고 마켓의 딸인 레이첼 (Rachel)이 그에게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조지는 빌에게 자신은 그 사건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말했지만, 그것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나선다. 먼저, 그 사건에 대해 얘기를 나눌 사람을 찾다가 폴 멕페트리지를 찾는데,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멕페트리지는 사람들의 눈밖에서 완전히 사라져 아이다호 숲속에서 래프팅 강사로 일하고 있었다. 조지가 그를 만나러 가서 하이디가 살해된 날에 대해서 묻자, 폴이 자신은 그날 다른 여자들을 만났고, 그들의 이름을 척 라슨이 알고 있을 거라고 말했다. 얼마 후 그곳에서 숲속을 걷는 조지를 향해 누군가가 총을 쏘고, 조지는 범인이 폴 멕트리지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폴은 그가 낭떠러지로 떨어지려는 걸 구해주며 자신은 조지에게 총을 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캐이프 코드로 돌아온 조지는 같은 법대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 중 한명이 급하게 만나자고 해서 만났는데, 그는 미치 화이트를 끌어내리기 위해 지방 검사에 출마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은 조지와 매리언이 아직 부부였을 때 매리언과 불륜을 저질렀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일을 확인하고싶어 조지가 매리언을 만나러 보스턴에 있는 그녀의 아파트로 간날, 초인종을 누르자 매리언 대신 어떤 남자가 누구냐고 물었다. 그가 조지 버켓이라고대답하자 안에 있던 남자가 문을 여는데, 그를 본 순간 조지는 놀래서 온몸이 굳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