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eek in Winter

by

Maeve Binchy

사람들이 본명인 제랄딘 (Geraldine Ryan) 보다는 치키 (Chicky)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주인공 치키는 부모님과 자매인 캐슬린 (Kathleen), 메리 (Mary) 그리고 세명의 남자 형제들과 함께 아일랜드 (Ireland) 서쪽 해안가 스토니브리지 (Stoneybridge)에 있는 농장에서 살고 있었는데, 여러가지 일중 그녀는 닭을 돌보았다. 그래서 그녀의 별명이 치키이다.

스토니브리지는 여름이면 아이들이 놀기엔 천국이었지만, 여름은 무척 짧고 항상 축축하고 야생적이며 사람의 왕래가 많지 않은 곳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동굴, 절벽, 조류들에 대한 탐험과 커다랗고 구불거리는 뿔을 가진 야생 양들이 있었고, 그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인 스톤 하우스 (Stone House)가 있었다. 그곳은 쉬디 가 (the Sheedys)의 세 자매 소유였는데, 그들은 나이가 많았고, 치키로 하여금 그들의 옛날 옷을 입고 놀게 했다.

치키의 자매들인 캐슬린은 웨일즈 (Wales)에 있는 병원에 간호사가 되기 위해 기차를 타고 떠났고, 메리는 보험 회사에 일자리를 잡아 떠났다. 두명의 남자 형제들은 서부에 있는 대도시에서 그들의 사업을 하기 위해 떠났고, 브라이언 (Brian)만이 남아 아버지를 도왔다. 치키는 다른 자매들처럼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농장 수입만으로는 식구들이 먹고 살기에 부족했기 때문에 그녀 역시 뭔가를 해야했다. 그래서 그녀는 스웨터 공장에 취직했다. 그녀의 일은 직접 스웨터를 짜는 것이 아닌, 이미 작업이 끝난 상품을 고객에게 보내고 장부에 기재하는 책임을 맡았다. '대단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 일은 그녀로 하여금 집에 머물러 있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친구도 많았고, 여름마다 그곳에서 유명한 오 하라 (O'Hara) 가문의 남자 아이들과 사랑에 빠지기도 했지만, 결과는 항상 그저 그랬다.

그런데 어느 날, 윌터 스타 (Walter Starr)라는 여기 저기를 떠돌고 있는 미국인이 그녀가 일하는 공장에 와 아란 스웨터를 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아주 미남으로 빛나는 미소와 잘생긴 치아를 갖고 있었다. 공장에서는 스웨터를 개인에게 팔진 않았지만 치키는 광고용 사진을 찍고 남은, 완전 새것은 아니지만 새것에 가까운 스웨터가 있는 걸 생각해내고 그것을 그에게 주었다. 그리고 둘은 사랑에 빠졌다.

둘은 가능하면 함께 있을 수 있는 매 순간을 함께 했다. 그는 그곳에 하루나 이틀 정도 있다가 떠나려 했지만, 그녀가 함께 가지 않으면 아무 데도 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즉시 공장을 그만두고 부모님께 아일랜드를 무임승차해서 돌아다니고 있는, 만난지 얼마 안된 남자를 따라 가겠다고 말하라는 그의 말을 듣고 큰소리로 웃었다. 차라리 달나라 여행을 가겠다고 하는 것이 더 먹힐 것 같은 얘기였다. 하지만 그는 우리의 인생은 단 한번밖에 없다며, 부모님이 우리를 대신해서 살아줄 수는 없다고 설득했다. 그의 부모님 역시 그에게 탑 변호사가 되어 클럽에서 테니스나 치며 살기를 원하셨지만, 지금 자신은 이렇게 여행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치키는 부모님께 그와 함께 떠나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부모님은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렸다. 그것은 단지 열병일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꼭 그와 함께 떠나야 한다면 자신들의 축복을 바라지 말라고 했으며, 아버지는 다시는 집에 발걸음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그녀는 부모님의 축복을 받지 못한채 월터를 따라 미국으로 갔다.

미국에서의 삶은 그동안 치키가 살아왔던 삶과 완전 달랐다. 우선, 월터는 여러 사람들과 아파트를 공유하고 있었는데, 치키가 새로 들어와서 살아도 아무도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떤 사람은 서점에서, 어떤 사람은 바에서 일했고, 어떤 사람들은 뮤지션이었다. 그들은 친절했고 사귀기 쉬웠다. 그녀의 고향의 풍경과는 정말 달랐다. 그들은 모두 너무나 느긋했고, 뭔가를 요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며, 아무런 압력도 없었다. 그들은 가족들이 자신들의 삶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숨을 쉬곤 했지만, 그것이 어느 누구에게도 무거운 짐인 것 같진 않았다.

치키는 곧 스토니브리지에 대한 기억이 조금 사라졌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편지를 썼다. 그녀는 한쪽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행동하면, 곧 상대방에서도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반응하고 처신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엄마가 짧게 월터와의 결혼 날짜를 잡았느냐고 물었지만, 치키는 자신의 상황을 얘기 하지 않았다.

월터는 다니던 법대를 그만두고 도서관에서 목록을 정리하는 일을 도왔다. 그는 그의 가족이 그에게 학교로 돌아가라고 애원했지만, 그들에게 지금하고 있는 일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했더니 더 이상 그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치키는 이런 삶이 월터가 원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그의 부모님을 언제 만날 것인지, 둘만 있을 수 있는 집은 언제 마련할 것인지, 정말로 뭘 할 것인지 등으로 그를 귀찮게 하지 않기로 했다. 둘이 함께 뉴욕에 있다는 것, 그것말고 뭐가 더 필요하겠는가, 라고 생각했다.

얼마 후 그녀는 한 식당에서 일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깨어나기 전 아파트를 나서서 식당 문을 여는 걸 돕고, 아침을 서빙하는 일이었다. 그녀가 일을 마치고 돌아가면 그제서야 다른 사람들은 하루를 시작하려 움직이고 있었고, 그녀는 식당에서 팔고 남은 찬 우유와 베이글 등을 그들에게 갖다 주었다. 그들은 차츰 그녀가 음식을 갖다 주는 것에 익숙해졌다.

고향에서는 소식이 오긴 했지만, 아주 가끔이었다. 캐슬린이 마이키 (Mikey)와 결혼한다는 것과 임신했다는 것, 메리가 한때 치키와 자매들이 미친 노인네라고 부르며 웃었던 농부 JP와 심각한 연애를 하고 있다는 것, 브라이언이 오하라의 딸들 중 하나와 사귀고 있는데, 치키의 집에서는 잘됐다고 하고 있지만, 오하라의 집에서는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는 소식 등이었다. 이런 소식들이 치키에게는 이제 완전히 비현실적인 세상처럼 여겨졌다. 그녀는 이제 끊임없이 낯선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아파트에서의 바쁘고 분주하며 성공적인, 그녀가 만들어낸 완전히 상상적인 맨하탄 스타일의 삶을 사는 데 익숙해지고 있었다. 스톤브리지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뉴욕에 와본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를 알아볼 사람도, 그녀가 거짓말을 해도 알아챌 수 없었다.

그래서 월터가 도서관을 그만두었다는 사실도 그들에게 말할 수가 없었다. 월터는 그의 부모님 친구 부부가 그에게 끊임없이 주말에는 집으로 가 부모님을 뵈어야 한다고 잔소리를 해서 지루했다고 했다. 치키는 그런 월터에게 동정심을 느껴 그의 아파트 렌트비까지 책임지기 위해 식당에서 더 오랜 시간 일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얼마 후부터 월터는 신경질적이 되어 갔고, 조그만 일에도 화를 냈다. 그는 그녀가 항상 밝고, 사랑스럽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그렇게 했다. 속으로는 피곤했고, 화가 났지만 밖으론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족에게는 거짓으로 가득찬, 그녀가 살고싶은 삶에 대한 얘기들을 사실인양 써서 보냈다.

그녀는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월터와 자신의 결혼식에 대해 썼다. 그것은 조용히 치뤄졌으며, 프란체스코회 소속 신부님이 그들을 축복해줬다고 했다. 아주 멋진 행사였다고. 월터의 부모님은 외국 여행 중이셔서 참석치 못했지만 아무도 그것에 개의치 않았다고 썼다. 그녀는 이것을 사실로 믿고 싶었다. 월터가 안절부절 못하고 어디론가 떠나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얼마 후 월터는 그녀에게 이별을 고했다. 둘이 같이 지낸 것이 좋았지만 끝났다고. 자신은 서부에 있는 바에서 일하게 되었으며 주말에 떠나겠다고. 치키는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처음엔 농담이거나, 혹은 자신을 시험하는 건줄 알았다. 그러다가 그녀의 가슴에 텅빈, 커다란 빈 구멍이 생겼고, 그것은 점점 더 커졌다. 끝내다니. 그럴 수는 없었다. 그녀는 빌고 애원했다. 그녀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이 바꾸겠다고 하면서. 하지만 그는 그것은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며, 사랑은 피어났다가 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녀에게 남겨진 건 고향에 다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하라고 했지만, 그 아파트에서 더 이상 머무를 수는 없었다. 그녀는 자신에 대해서 아무 것도 묻지 않는 사람들과 일자리가 필요했다. 일하고 있던 식당에서는 그녀가 좀더 있어주기를 바랬지만, 월터가 떠나버린 그곳에서 더 이상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월터가 떠나고 그녀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밤이면 멍하게 앉아 좋았던 5개월과 이후 안절부절하지 못했던 3개월을 되짚었다. 그는 그녀와 함께 지낸 것이 어느 한곳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때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싶지 않았다며, 처음 그가 그녀를 발견한 아일랜드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애원했다. 그런 그에게 그녀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웃어주었다.

사흘 후 그녀는 살 수 있고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식당 바로 옆에 있는 건물에서 일하던 인부 한사람이 건물에서 떨어져 식당으로 옮겨져왔다. 그는 자신이 병원으로 갈 정도는 아니니 그저 캐시디 부인 (Mrs. Cassidy)에게 연락을 해달라고 했다. 그녀는 Select Accommodation을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연락을 받고 그곳으로 온 캐시디 부인은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작고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다친 사람을 그녀의 여관으로 데려갈 절차를 밟았다. 그녀의 이웃이 간호사이며, 만약 그의 상태가 더 나빠지면 병원으로 데려갈 거라고 했다.

다음 날, 치키는 캐시디 부인에게 전화를 해 먼저 다친 사람의 안부를 물었고, 다음으로 혹시 일자리가 있는지 물었다. 캐시디 부인이 왜 자신에게 오려고 하냐고 묻자, 치키는 사람들이 그녀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주변에 이말 저말 옮기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대답했다. 당시 치키는 21살이었고, 그렇게 월터 스타의 여자로 살았던 아파트를 떠나 퀸즈 (Queens)에 있는 캐시디 부인의 여관으로 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어 20년을 함게 했다.

처음 그곳에서 치키는 8명의 공사장이나 지하철에서 일하는 인부들인 숙박인들을 위해 요리하는 걸 배우고, 청소를 했다. 캐시디 부인은 저녁 식사 시간엔 항상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었고, 그곳에 숙박하는 인부들도 샤워를 하고 단정한 차림새로 식탁에 앉았다. 그녀는 캐시디 부인에게 그녀의 남편에 대해서 묻지 않았고, 캐시디 부인 역시 치키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그들의 관계는 편안했다. 캐시디 부인은 치키에게 영주권 취득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젊은 나이에 외출도 하지 않고 그저 일만 하는 그녀에게 사회생활을 즐기라고 조언했지만 치키는 그저 혼자 있고 싶어 했다. 당연히 그녀는 최소 경비만을 제외하고 자신이 번돈을 모두 모을 수 있었다.

매일 밤 두 사람은 숙박인들이 앉았던 테이블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지만 치키는 캐시디 부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는 바가 없었고, 자신의 것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캐시디 부인이 치키에게 고향인 스토니브리지에 다녀오라고 했다. 지금 가지 않으면 너무 늦어 버릴 수도 있다며. 캐시디 부인의 조언에 따라 치키는 고향에 편지를 썼다. 월터가 출장으로 LA에 일주일 가 있는 동안 자신은 고향을 방문하겠노라고. 그녀의 아버지가 다시는 집에 오지 말라고 한지 5년이 흘렀고, 그는 몇번의 심장 이상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 즉 자신이 세상사를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그녀의 편지에 엄마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고 했고, 다른 가족들 역시 그녀를 환영했다. 오하라 가문에게 거부당한 브라이언은 일에만 열중하느라 그녀가 오는 것도 모르고 있을 정도였다. 그것을 계기로 치키는 매년 여름이면 고향을 방문하게 되었다. 고향을 방문할 때면 그녀는 수마일을 걸으며 이웃들과 얘기를 나눴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중 어느 누구도 미국으로 여행을 갈만한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안전했다. 가족들은 월터에 대해서, 그의 성공과 인기에 대해서 기뻐했다. 만약 자신들이 그를 잘못대했다면 그건 참 부끄러운 짓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뀔 일이 생겼다. 캐슬린의 딸, 즉 17살이 된 치키의 큰조카인 올라 (Orla)가 내년에 친구와 함께 미국엘 가보고 싶다고 한 것이다. 그녀는 잠시동안 이모 집에서 머물 수 있냐고 물었다. 치키는 주저할 수가 없었다. 물론이라고, 아주 기쁜 일이라고 말했지만, 속은 걱정으로 뒤틀렸다. 올라는 자신들이 뉴욕에 가면 뭘할 수 있는지 물었고, 치키는 월터 이모부가 그들을 캐네디 공항에서 픽업해 집으로 데리고 와 잠시 쉰 다음 배를 타고 맨하탄 구경을 시켜주고, 다른 날엔 엘리스 아일랜드 (Ellis Island)와 차이나타운 등엘 데려갈 거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광대한 대륙을 횡단하여 서부로 떠나버린 월터의 모습을 떠올렸다. 충격은 이미 오래 전에 가셨고, 그와 함께 했던 시간도 점점 희미해져 갔다. 그것은 환상이 공존했던 잘못된 삶이였음이 너무나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그녀를 생존케한 원동력이었다. 20살 그녀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현명했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 것, 그래서 그녀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고, 뉴욕에서 바쁘게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어야 했다. 월터가 그녀를 떠났다는 것 그리고 그녀는 바닥을 문지르고 화장실 청소를 하며 캐시디 부인을 위해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 매해 일주일 동안 아일랜드를 방문하는 여행경비 외에는 전혀 돈을 쓰지 않고 모두 모은다는 얘기를 그들에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았다. 그녀가 꾸며낸 삶, 그것이 바로 그녀가 받은 보상이었다.

뉴욕으로 돌아온 치키는 올라의 방문에 대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캐시디 부인에게 그 문제를 상의했다. 치키의 얘기를 듣던 캐시디 부인은 월터가 사망한 것으로 하라고 했다. 롱 아일랜드 고속도로에서 몇중의 추돌 사고로 사망했고, 시체는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고.

치키는 그것이 과연 먹힐까 걱정했지만, 그것은 효과가 있었다. 가족들은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에 오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몇몇 아는 사람들과만 아주 조용히 치룰 것이라고 했고, 월터도 그것을 원할 것이라고 했다. 가족들은 자신들이 월터에게 가혹하게 대했었다며 신의 용서를 빌었다. 당연히 뉴욕을 방문하려고 했던 올라의 계획은 무산되었다.

이후에도 치키의 가족들은 계속 그곳의 소식들을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오하라 가 사람들이 스토니브리지 주변의 집들을 다 사들여 휴가용 별장으로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으며, 쉬디 가 자매들 중 두 사람이 겨울에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남은 미스 퀴니 쉬디는 여전히 그녀만의 작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스톤 하우스는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으며, 사람들에 의하면 그녀는 공과금을 낼 돈도 없다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가 절벽 위에 있는 그집을 팔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음 해, 스토니브리지를 방문한 치키는 다른 때와 똑같이 해안을 따라 걷다가 미스 퀴니와 마주쳤다. 다른 두 자매들 없이 혼자 있는 그녀는 매우 창백하고 외로워보였다. 미스 퀴니는 치키에게 고향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고, 치키는 자신이 부모님과 함께 살기에는 이미 너무 늙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말 믿기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미스 퀴니가 치키에게 스톤 하우스를 사서 호텔로 개조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하는데...

한편, 치키의 친구인 뉴알라 (Nuala)의 아들 리거 (Rigger: Richard Anthony)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의 엄마는 예전에 그녀가 살았던 아일랜드의 서부에 있는 스토니브리지라는 곳에서의 삶에 대해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엄마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쉬디 자매라고 불리우는 세명의 나이든 여자들이 살고 있던 집에서 메이드로 일했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그것에 관해, 또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 대해 말하기 싫어했다.

누알라는 아무 것도 그녀만의 것을 소유해본 적이 없었다. 막내였던 그녀는 옷도 다른 가족이 입어보고 난 후에서야 입을 수 있었다. 심지어 첫 영성체 때에 입을 드레스도 없었다. 15살이 되었을 때 그녀는 쉬디 자매를 위해 스톤 하우스에 들어갔다. 그들 세 자매는 굉장히 친절했다. 그녀에게 주어진 방은 몹시 작았지만, 집에서는 그런 방 조차도 그녀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쉬디 자매는 돈이 없어서 적절한 난방도, 여기 저기 새는 집을 보수할 수도 없었다.

가끔 미스 퀴니가 남자친구가 없냐고 물었지만, 스토니브리지에는 남자친구로 사귈만한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그녀의 남자 형제들이 알던 친구들도 모두 일자리를 찾아 영국이나 미국으로 떠났다. 오하라 가문은 거의 넘겨다 볼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녀는 치키처럼 여름 여행객중에서 그녀를 마음에 들어하고, 그녀가 남의 집에서 일하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름은 드류 (Drew)로 앤드류 (Andrew)를 줄여서 그렇게 불렀다. 그는 오하라 가문 남자들의 친구 중 한명이었는데, 어느 날, 그는 그들이 해변에서 공을 차고 있는 걸 보고 있는 누알라에게 다가와 같이 게임을 하자고 했고, 일주일 후 그녀는 그와 사랑에 빠졌으며, 이주일 후 그들은 연인이 되었다. 드류는 그녀를 흠모하며 더블린 (Dublin)으로 돌아가면 매일 그녀에게 편지를 쓰겠다고 했다.

그후 더블린으로 돌아간 그는 딱 한번 편지를 보내 정말 마법같은 여름이었고, 그녀를 잊지 않겠다고 했다. 주소는 없었다. 누알라는 그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묻지 않았다. 그녀의 생리가 멈추고 임신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에도 그를 찾지 않았다. 임신이 확실해지자 그녀는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엄마는 몹시 마음 아파할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엄마 대신 쉬디 자매들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누알라가 그렇게 한건 그녀들에게서 뭔가를 바래서가 아니었다. 그녀가 원한 건 그저 안심되는 말, 그녀가 임신을 했다고 이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라는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쉬디 자매들은 아이를 낳겠다는 누알라를 서둘러 더블린으로 보내주었다. 그녀의 큰오빠 네이지 (Nasey)가 더불린에서 살고 있었고, 정육점에서 일하면서 미혼인데도 자신의 집을 갖고 있었지만, 그는 아주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어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쉬디 자매는 누알라에게 임신한 다른 소녀들이 머무는 숙소를 알아봐주었다. 그중 많은 여자들이 슈퍼마켓이나 세탁소에서 일하고 있었고, 누알라도 알음으로 일자리를 구했다. 그래서 그녀는 아이가 태어나자 방 하나를 렌트할 돈을 모았다.

그녀는 가족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아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쉬디 자매에게는 건강하게 아이가 태어났다고 전했고, 그녀들은 5 파운드 지폐를 보내주었다. 미스 퀴니는 아이가 세례 때 입을 옷을 마련해주었다.

그녀는 아이를 데리고 할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했다.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그녀가 일하는 긴 시간 동안 아이가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자 일거리가 많아졌다. 일을 하면서 그녀는 부부 간에 문제 있는 집, 물질적으로 너무나 풍요해 아이가 버릇없게 자란 집등을 보았지만 그녀와 아이에게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리차드가 세살이 되자 그를 데리고 일을 하러 갈 수가 없었다. 아이가 여기 저기 돌아다니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누알라가 일해주는 곳 중의 한 사람으로, 사람들이 모두 시뇨라 (Signora)라고 부르는 이탈리아어 강사인 여자가 누알라에게 어린아이들을 위한 아주 멋진 놀이집단을 알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런 곳은 너무 비쌀 거라고 거부하는 누알라에게 그녀는 대신 몇시간 청소를 해주라고 했다. 누알라가 다른 부모들이 자기 같은 부모를 둔 아이와 함께 놀게하는 걸 원치 않을 거라고 하자, 시뇨라는 그들은 그것을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거는 놀이집단을 무척 좋아했고, 아무도 그의 엄마가 두 시간 전에 함께 와서 그날을 위해 치우고 청소한다는 걸 알지 못했다. 시뇨라를 통해 근처에 있는 미장원, 식당 등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누알라는 가끔 고향이 그리웠다.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퀴니 자매들과 트리에 장식하던 일도 그리웠고, 가족들과 함께 거위를 먹던 일도 그리웠다. 하지만 리차드가 있어서 외롭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미스 퀴니가 더블린에서 혼자 외롭게 지내는 네이지에게 연락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고, 누알라는 그가 일하는 정육점에 연락을 해서 리거와 함께 그를 만났다. 그들을 본 네이지는 정말로 기뻐했다.

네이지는 리거의 아버지가 누군지, 왜 누알라가 그에게 그토록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는지 묻지 않았다. 그는 누알라가 일하고 있는 곳들에 관심을 보이더니, 정육점 주인인 말론 (Malone) 씨 집에서 사람을 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향에서 소식을 듣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누알라가 리거의 존재를 집에서는 모른다고 하자 그는 너무 많은 정보를 알려서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할 필요는 없다며 그녀를 이해해주었다. 그는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찾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첫 만남 이후 네이지는 그들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는 아주 이상적인 삼촌이었다. 리거를 동물원에도 데려가고, 자전거 타는 법도 가르쳐 주었으며, 첫번째 축구 시합에도 데려갔다. 리거가 열한살이 되었을 때, 그가 학교에서 나쁜 아이들과 어울려 여러 가게들에서 좀도둑질을 했다고 누알라에게 알려준 것도 네이지였다. 누알라는 깜짝 놀랐지만 리거는 아무 일도 아니다는 듯 어깨를 으슥하며 누구나 다 그런 짓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후 리거는 노인들을 협박해 그들의 주 보조금을 갈취하는 사건에 연류되었다. 그것으로 그는 아동법원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또 그는 창고에서TV 셋트들을 훔치다가 잡혀 감화원에 들어갔다.

누알라는 그렇게 많이 운다는 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많이 울었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자신의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이제 더 이상 아무 것에도 목적이 없었다. 그저 일은 일일 뿐. 그녀는 매주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그가 축구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축구에 대해서 썼고, 리거가 좋아할만한 영화에 대해서도 썼다. 리거는 때론 답장을 했고, 때론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매주 그에게 편지를 썼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13년만에 스토니브리지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도 썼다. 그러자 리거는 왜 그들은 한번도 할아버지를 보지 못했는지, 그곳에 한번도 가보지 않았는지 물었다. 누알라는 그가 집으로 돌아오면 그를 스토니브리지로 데려가겠다고 썼다.

리거가 감화원에서 나왔을 때 그는 16살이되었고, 누알라의 엄마가 돌아가셨다. 네이지는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했지만, 누알라는 갈 수가 없었다. 아버지 장례식 때, 몇몇의 이웃 사람들이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 보는 것 같았고, 미국에 사는 언니들도 좀 더 자주 오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것 같았다. 버밍햄에 사는 오빠는 그녀가 가족을 꾸리지 않고 그저 혼자 더블린에서 즐기고 있다며 아주 기분 나쁜 충고를 했다.

장례식에 다녀온 네이지가 그곳의 소식을 알려주었는데, 그중 치키가 고향으로 돌아와 미스 퀴니의 집을 사서 호텔로 바꾼다고 했다. 치키와 함께 학교를 다녔던 누알라는 그녀가 월터를 따라 뉴욕으로 떠났을 때 그녀를 몹시 그리워했었다.

리거는 감화원에서 돌아온 후 말을 많이 하지 않았고, 학교로 돌아가지도 않았다. 네이지가 말론에게 말해 정육점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했지만,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았다. 사람들이 갈수록 슈퍼마켓에 포장되어 나와 있는 고기를 사려고 했다. 누알라는 리거가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아 그가 전에 어울렸던 질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알았다. 그들은 경찰의 감시 하에 있었다. 리거는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들어왔는데,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리거가 일을 하겠다고 했다.

네이지는 자신의 정육점에서 일을 하고 싶다며 찾아온 리거와 두명의 친구들을 보고 놀랬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그들이 드디어 합법적인 일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아 기뻤다. 그래서 그는 말론에게 말해 그들에게 일을 시켰고, 그들은 그 일을 잘해냈다. 네이지는 그것을 누알라에게 말했고, 누알라는 이제사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틀 후, 내이지는 의례적인 밤 산책을 하면서 정육점을 지나가고 있었다. 자동적으로 도난경보기에 눈이 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것이 꺼져 있었다. 그는 여태까지 그것을 켜놓지 않고 정육점을 나선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몹시 놀래서 안으로 들어갔는데 가게 뒤쪽 냉동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안으로 가보니 세명의 남자가 쇠고기 덩어리들을 뒷 야드에 세워놓은 밴으로 옮겨담고 있었다. 그가 그들에게 달려가자 그중 한명이 고깃덩어리를 내려놓더니 쇠막대기를 들고 그에게 다가왔다. 네이지가 뭐하는 거냐고 소리치자 쇠막대기를 든 남자가 그를 막 때리려고 하는 순간 어디선가 그를 내버려두라는 고함 소리가 들리는데, 보니 일행중 한명인 리거가 그를 향해 뛰어와 그들이 정말 그의 머리를 박살 낼 수도 있다며 빨리 도망치라고 했다.

그곳을 피해 누알라의 집으로 달려온 네이지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하고, 하얗게 질린 누알라는 자신이 리거를 위한답시고 그저 돈버는 일에만 급급해서 그를 잘 키우지 못했다며 자책한다. 당장 리거를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그녀는 스톤 하우스에서 사람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전해줬던 미스 퀴니의 말이 생각나 치키에게 연락을 했다.

집으로 돌아온 리거는 삼촌 때문에 자신이 받을 몫을 받지 못했다며 오히려 네이지에게 화를 냈고, 그것을 본 누알라는 아주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로 리거를 꾸짖으며 당장 짐을 싸라고 말하며, 자신이 그를 잘 키우지 못했으니 엄마라고 부르지도 말라고 말했다. 엄마의 그런 모습을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리거는 엄마가 화물 트럭을 타고 스토니브리지로 가라는 말을 거역할 수가 없어서 결국 그날 밤 트럭에 타고 그렇게 긴 여행이 될지 몰랐던, 앞으로 그의 인생이 어떻게 될지 전혀 알 수 없는 여정을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