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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의 작은 서재

The Light Between Oceans by M. L. Stedman (2012) Margaret Kim (margaret7630) 2014-6-7  20:37:57

The Light Between Oceans


by


M. L. Stedman



1926427, 이사벨 (Isabel) 은 절벽 가에 무릎을 꿇고 앉아 유목으로 만든 작은 새 십자가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녀는 방금 심은 로즈마리 주변의 흙에 물을 주고 다독이며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하며 기도를 했다. 바로 그 순간 어디선가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망상을 떨쳐머리고, 대신 눈을 들어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는 고래 떼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울음소리가 다시 들렸고, 이번엔 소리가 좀 더 컸다.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녀와 남편 탐 (Tom Sherbourne) 이 살고 있는 곳은 파타줴스 (Partageuse) 항에 속해 있는 재너스 락 (Janus Rock) 이라는 섬이며, 탐은 그곳에서 등대지기를 하고 있었고, 그들 둘만이 그 섬의 주민이었다. 그들이 살고 있는 쪽은 아프리카에 닿는, 남극해와 만나는 인도양 바다만이 광대하게 펼쳐져 있고, 섬의 다른 쪽은 호주의 본토에서 거의 백마일 정도 떨어진, 그곳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또 완전 분리된 것도 아닌 그런 곳이었다. 그곳에서 비추는 등대의 불빛은 30마일 정도 이내에 안전을 보장했다.


하지만, 울음소리는 계속 됐다. 멀리서 등대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키가 큰 탐이 나와 망원경으로 밖을 살펴보았다. 잠시 후 그가 그녀를 부르며 만의 후미진 곳을 가리키며 해변에 배가 한척 있는데,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사벨은 서둘러 그에게로 갔다. 탐이 그녀의 팔을 잡고 두 사람은 가파르고 헤진 길을 따라 작은 해변가로 갔다. 배 안을 살펴보던 탐은 그 안에 사내가 있다고 했지만, 그는 움직임이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탐은 서둘러 그 소형 돛단배로 가 그 사람을 들어올리려고 애를 쓰며, 양모 꾸러미 하나를 들어올렸다. 그것은 라벤더 컬러의 부드러운 여성용 가디건이었고, 놀랍게도 그 안에서 작은 갓난 아기가 울부짖고 있었다.


탐이 깜짝 놀라 이사벨을 부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사벨 역시 놀라며 아기를 자신에게 달라고 해서 얼른 품에 안았다. 탐은 아기를 그녀에게 건네주고, 배 안의 사람을 소생시키려고 애를 썼지만, 맥박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아기를 살펴보고 있는 이사벨에게 아기는 어떤지 물었고, 그녀는 아기는 괜찮은 것 같다고 대답했다. 다행히 아기는 상처도 없고, 멍이 든 곳도 없었다. 아기는 울음을 그치고 아사벨의 품에서 깊은 숨을 쉬고 있었다. 탐은 구조자가 올 때까지 배를 그곳에 그대로 두기로 하고, 아시벨에게 아기를 집으로 데리고 가라고 말했다.


아기는 여자아이였다. 탐은 오랫동안 아기를 돌보아온 사람인양 아기를 능숙하게 돌보는 이사벨을 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사벨은 제때에 아기를 구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탐은 아내에게 키스를 한 다음 아기의 이마에도 입을 맞췄다. 세 사람은 오랫동안 그렇게 안고 있었다. 아기가 답답해서 꿈틀거리며 담요 사이로 손을 내밀 때까지.


탐이 가서 신호를 보내 소형 보트에 대해서 보고를 하고 시체를 실을 수 있는 배를 보내달라고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도 함께. 그러자 이사벨은 아직 그러지 말라고 말했다. 죽은 사람은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아기 역시 충분히 오랫동안 배를 탔으니 잠시라도 그냥 내버려두라고 했다. 아기가 숨돌릴 새를 좀 주라고 말이다.


아기도 이젠 진정됐고, 구조자들이 오기까지는 수 시간이 걸릴 것이니 모든 상황을 즉시 보고해야 한다는 탐과 잠시만 기다려도 별 차이가 없을 거라는 이사벨. 사실 탐의 의무에는 지나가는 배나 날씨부터 장치 문제에 이르기까지 등대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중요한 일들을 살펴보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사벨은 아침까지 기다리자고 했고, 탐은 그들이 탄 배가 구조 보트가 아닌 돛단배임을 상기시키며 혹시 육지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아기 엄마를 생각해보라고 했다. 만약 그 아기가 이사벨 자신의 아기였으면 어떻겠느냐며. 하지만 이사벨은 갓난 아기들은 부모와 떨어져 떠돌아다니지 않으며, 갓난 아기가 엄마 없이 배에 실려 떠나는 걸 본 적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탐이 이건 심각한 문제이고, 그 사내는 죽었다고 하자 이사벨은 하지만 아기는 살아있다고 말하며 그에게 인정을 베풀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투 속에 담겨져 있는 뭔가가 그를 강타했다. 그래서 간단히 그녀를 반박하는 대신 그는 잠시 멈추고 그녀의 간청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그녀는 아기와 조금 더 시간을 함께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침묵이 흘렀고, 이사벨은 그에게 말없는 부탁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주저하며 신호를 내일 아침까지 미루겠다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리고 그는 랜턴 룸으로 가는 길에 이사벨의 노래 소리를 들었다. 노래 소리는 듣기 좋았지만, 그것은 그가 조금 전에 내린 결정 속의 이상한 불편함을 막아내지 못한 채, 등대의 계단을 올라가는 그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처음, 탐은 뉴 사우스 웨일즈 (New South Wales) 해안 위쪽의 바이런 베이 (Byron Bay) 에 배치되었는데, 그때가 191812월이었다. 그 일을 위해 지원서를 냈을 때, 코프란 (Coughlan) 이라는 담당자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경고했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그와 같은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전쟁에 참여 했었고, 국제 코드와 모르스 부호에 능숙했으며, 강인한 신체 조건과 명예 전역자들이었다. 그일은 퇴역군인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라는 규정이 있었다. 탐은 그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서부전선 보다는 덜 힘들거라며 자신이 가겠다고 강력 주장했고, 코프란은 모든 파견 지역으로 가는 비용은 본인이 지불해야하며, 구원 배치이기 때문에 휴가도 없으며, 영구 직원은 3년만에 한번씩 한달 휴가가 있다고 말하며 그를 그곳에 배치했다.


그곳에서, 탐은 전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의 곁에 있었던 많은 사내들의 얼굴들, 목소리들.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그를 구해줬었고, 죽어가면서 그에게 많은 말을 남겼다. 잘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많은 사람들처럼 다리를 잃지도, 내장이 터져나오는 부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그 사람들과 똑같은 흉터가 남았다. 그는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로부터, 기억들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지낼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하며.


그리고 얼마 후 19206, 탐은 고향인 시드니 (Sydney) 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재너스 락으로 가라는 긴급 호출을 받았다. 그곳의 전임자는 트림블 도체티 (Trimble Docherty) , 그의 아내가 만국 선박 부호의 깃발에 메시지들을 매달아 지나가는 배를 향해 신호를 보내 논란을 일으켰다는 것이었다. 정부 관계자들은 두가지 이유로 이 행위를 문제 삼았다. 첫째, 등대협회 관리관이 몇해 전 재너스에서의 깃발 신호를 금지했는데, 이유는 배들이 그것을 해독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면서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라는 것, 둘째, 그 의문의 와이프가 최근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그 일은 그 동안의 임무를 성실히 잘 수행한 것을 인정해 도체티에게 6개월 간의 의료 휴가를 주는 걸로 마무리 되었고, 6개월 동안의 공석에 탐이 배치된 것이었다.


파타줴스 항에 도착한 탐은 만나야할 사람과 필요한 서류에 사인을 했고, 이틀 후면 제너스 락으로 가게 될 것이었다. 절차를 끝내고 나니 할일이 없던 그는 방파제 근처 벤치에 앉아서 비둘기들에게 빵부스러기를 던져주며 웃고 있는 한 소녀를 보고 있었다. 그녀가 웃는 걸 보니 진짜로 전쟁이 끝났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그녀는 참 예쁘고 아름다웠다.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탐에게 뭘 보고 웃고 있느냐고 물었고, 탐은 당황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웃는 건 좋은 거라며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 슬픔이 느껴졌다. 그녀는 탐에게 파타줴스 출신이 아니지 않냐며 자신은 태어나면서부터 내내 그곳에서 살았다고 말했다. 함께 비둘기에게 빵을 던져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탐은 하숙집으로 갔다.


파타줴스에서의 탐의 마지막 임무는 항만관리소장인 캡틴 퍼시 해스럭 (Percy Hasluck) 과 그의 부인과의 저녁식사였다. 그는 그 항에 들고 나는 모든 것을 총괄하는 사람으로, 평상시 늘 새로 온 재너스 락 등대지기가 섬으로 떠나기 전 그와 함께 식사를 했다. 퍼시의 집에서, 탐은 함께 초대받은 다른 커플 중, 교장 부부와 그들의 딸을 소개받게 되는데, 그 딸이 바로 이사벨 그레이스마크 (Isabel Graysmark) , 좀 전에 함께 비둘기에게 빵부스러기를 던져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그 소녀였다.


다음 날, 탐은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 전임자에게 이것 저것 설명을 들었고, 전임자와 함께 그를 데려다 준 배도 3개월 후에 오겠다며 떠나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 그는 혼자라는 생각이 든 순간 등대의 맨꼭대기로 올라가 눈앞에 펼쳐져 있는 망망대해를 보면서 그것이 내는 소리에 집중했고, 자신의 심장소리, 자신이 내딛는 발자국 소리 하나에까지 관심을 집중했다.


섬에서의 일은 힘들고 바빴다. 등대지기들은 조합이 없어서 다른 배에서 일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좀 더 나은 보수나 조건을 위해 데모를 할 수도 없었다. 매일 힘들고 지쳤으며,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폭풍전선을 바라보며 걱정하거나 우박 때문에 작은 채소밭이 망가지는 걸 보며 좌절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너무 열심히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가 누구인지, 그곳에서 뭘하고 있는지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 그는 그저 불빛을 비추는 사람, 그뿐이었다.


3개월 후, 물품을 가져다 주는 배가 왔는데, 그 앞으로 배달된 우편물도 함께 전달해주었다. 그것들은 은행이나 정부기관에서 온 것들이었는데, 그중 낯선 편지가 하나 있었다. 의아해하며 얼른 봉투를 열고 처음 몇줄을 읽다가 그는 눈을 내려 마지막에 쓰여있는 서명을 먼저 보았다. 거기에는 이사벨 그레이스마크라고 쓰여 있었다. 그녀는 탐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전 꼭 다시 만나서 인사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썼다. 탐 역시 그녀에게 3개월 후 어디로 갈지는 모르지만, 떠나기 전 만나자는 답장을 썼다.


하지만 탐의 약속된 6개월 임무를 마친 후에도 재너스 락의 등대지기 일은 영원히 공석으로 남게 되었다. 왜냐하면 도체티가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화강암 절벽너머로 투신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탐이 그 자리에 영구히 남게 된 것이다.


파타줴스로 돌아온 이틀 후 탐은 이사벨의 집으로 갔다. 그녀의 부모님과 이야기를 마치고 나오는데 그를 따라나온 이사벨이 언제 다시 재너스 락으로 돌아가냐고 물었고, 그가 이주 후에 돌아간다고 하자 그녀는 놀랍게도 그 기회를 십분 이용하자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다음 날 소풍을 가자고 했다. 그런데 사실 탐은 그녀의 나이도 몰랐다. 그가 소풍을 가려면 부모님께 허락을 받아야하지 않느냐고 하며, 몇살이라고 묻자, 그녀는 이제 막 19살이 되었다며 부모님은 자기에게 맡기라고 했다.


이사벨은 그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싶어 했다. 특히 그의 가족 관계에 대해서. 하지만 그는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누운 채 그는 가족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그는 5살 많은 형 세실 (Cecil)이 있었고, 아버지와는 전혀 연락을 하지 않고 살았다. 집을 떠난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그가 8살 적에 아버지에게 울며 엄마가 다시 돌아오게 해달라고 애원했던 아픈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아버지는 이집에서는 다시는 엄마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말라고 했다. 형 세실은 그 얘기는 하지 말라고 했지 않느냐며 그에게 바보라고 했다.


한편, 2주 동안 탐과 이사벨은 매일 만났다. 탐은 자신이 그녀를 만나는 걸 얼마나 고대하는지 놀랐다. 하지만 탐은 조심스러웠다. 그곳은 작은 도시였고, 그녀는 그보다 훨씬 어렸다. 등대로 돌아가고나면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게 될 터였다. 다른 사내녀석들이 기회를 얻게 되겠지만, 탐에게 있어서는 명예가 그가 그 동안 겪으며 살아온 일들에 대한 해결책이었다.


반면, 이사벨은 그를 만날 때마다 느끼게 되는 이 새로운 감정을 뭐라고 말로 할 수 없었다. 그에게는 설명하기 어려운 뭔가가 있었다. 그녀는 그의 실체를 파악하고 싶었다. 전쟁이 그녀에게 가르쳐준 것이 있다면, 어떤 것도 당연시 되는 것은 없다는 것과 중요한 일을 미뤄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살다보면 귀중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사라져버리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그것들을 되돌릴 수 없었다. 그녀는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기회를 잡고 싶었다. 다른 누군가가 그렇게 하기 전에 말이다.


탐이 재너스로 돌아가야하는 전날 밤, 그들은 해변을 걸었다. 둘이 옥신각신하다가 이사벨이 자신을 재너스로 데려가라고 말했고, 탐은 그말을 믿을 수가 없어서 여행을 가고 싶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사벨은 그곳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탐은 더더욱 그녀의 말을 믿을 수가 없어서 농담으로 넘겨버리려고 하면서 그곳에 살 수 있는 여자는 오로지 등대지기의 아내뿐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사벨이 그럼 자기와 결혼해 달라고 말하면서 그에게 키스를 시도하려고 했다.


하지만 탐은 그녀를 밀어내며, 섬에서의 등대지기 일은 돈도 많이 벌지 못하며, 그의 아내에게는 참으로 힘든 직업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가 28살인 그보다 많이 어리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떠나고 나면 곧 그를 잊을 것이라고 장담하지만, 이사벨은 그에게 다시 키스를 시도했다.


탐이 재너스로 돌아간 이후에도 일상적인 삶은 계속되었다. 그는 섬의 고요함이 좋았고, 그 속에서 바람의 소리를 듣기도 하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고서를 작성하고, 그의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 이사벨에게 편지를 썼다. 자신이 그해 말 상륙허가를 신청할 것이니 혹시 그녀의 마음이 변하면 알려달라고 썼다. 그리고 6개월 후 그들은 결혼을 했고, 1922, 퍼스 (Perth) 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곧바로 재너스로 들어왔으며, 그곳에서의 둘만의 삶이 시작되었다. 때로 탐은 한밤중에 깨어나 옆에 이사벨이 누워 있는 걸 보면 기뻤으며, 그녀가 살아 있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곤 했다. 가끔은 그녀가 정말로 살아 있는지 숨 쉬는 걸 지켜보고 있기도 했다.


얼마 후 이사벨이 임신을 하게 되었다. 탐은 이사벨을 위해 예전에 그의 엄마가 그를 앉혀놓고 이야기를 해주곤 했던 흔들의자를 만들기로 했다. 탐은 21살 때, 다니던 공대를 졸업하던 해에 마침내 그의 엄마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찾을 수 있었다. 사설 탐정이 전해준 주소를 들고 찾아간 그 집 앞에서 희망과 공포로 그의 위가 뒤틀렸고, 그는 갑자기 다시 8살 아이가 되었다. 엄마가 거주한다는 방 번호를 확인하고 문을 두드렸는데, 엄마 대신 머리가 벗겨진 남자가 엘리 셔본을 찾느냐고 물었다. 탐이 그렇다며, 그녀는 언제 돌아오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남자가 그녀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자신에게 한달치 렌트비를 빚졌다고 말했다. 탐이 그녀가 이사간 곳의 주소를 아느냐고 묻자, 그 남자는 그녀가 어디로 떠난 것이 아니라, 3개월 전에 죽었다고 말했다. 탐은 이성을 찾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이렇게 끝날 수는 없었다. 그는 눈물을 참으며 가만히 서있다가 지갑을 열고 그 남자에게 5 파운드를 건네며 그녀의 밀린 렌트비라고 말했다.


그렇게 탐이 오랫동안 가져왔던 희망이 끈이 뚝 끊어져버렸다.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시드니 (Sydney) 의 한 뒷골목에서 말이다. 이후 한달이 채 되기 전 그는 자신과 가장 가까운 친족으로 엄마의 이름과 주소를 쓰고 징병에 참여했다.


한편, 바다에 폭풍우가 치면 탐은 혹시 있을 사고에 대비해 밤새 내내 등대에 있어야 했는데, 그날도 그랬다. 그는 보온병에서 따뜻한 차를 따라 마시며 배안에 있을 가여운 선원들을 생각했고, 자신은 무사한 것을 신께 감사했다. 그날 밤 그는 자신의 월급과 아이가 태어난 후 드는 비용 등을 계산해보고 있었고, 그가 아버지가 된다는 생각이 그를 두렵게 했고, 동시에 흥분되며 불안하게 했다. 그의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등대 주변에서 천둥이 쳤고, 그로 인해 탐은 그날 밤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의 도움을 청하는 이사벨의 울부짖음 조차도.


무시무시한 폭풍우가 지나가고, 밤을 꼬박 샌 탐은 불을 끄고 새벽녘에 살림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피곤함에 그저 자고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침대로 들어간 그는 이사벨이 몸을 웅크리고 있고, 침대가 피로 흠뻑 젖어 있음을 발견했다. 그녀는 탐에게 미안하다고, 계속 미안하다고 했다. 그때 그녀는 또 한번의 통증으로 신음을 했고, 그것이 멈추기를 간절히 원하면서 손으로 그녀의 배를 눌렀다.


이사벨은 그날 밤부터 계속 피를 쏟고 있었다. 탐은 등대에서의 모든 구조, 즉 익사나 고열, 감염 심지어 절단의 기초 등에 이르기까지 교육을 받았지만, 유산기가 있는 아내 옆에서 자신이 무용지물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이사벨은 한사코 도움을 요청하려는 탐을 말리고 있었다. 그녀는 구조 요청을 하려는 탐에게 이 시점에 의사가 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아이는 이미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여자들은 아주 쉽게 애를 낳는다면서 자신은 너무나 엉망인 여자라고, 이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이라고 자책했다. 몇주 전까지만 해도 이사벨은 온갖 기대와 활력이 넘쳐났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있는 방은 관 속 같았고, 그녀의 삶은 아슬아슬하게 멈춰 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울었다.


며칠 후, 탐은 유목으로 십자가를 만들고, 이사벨이 요구한대로 날짜를 새겨 넣었다. 그리고 그 옆에 그녀가 허브 가든에서 옮겨온 로즈마리 관목을 심었다. 그는 땅을 파고 십자가를 박는 사이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속이 뒤틀렸다. 그 일은 별 육체적 노력을 요하진 않았지만, 그의 손바닥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후로도 유산은 계속되었다. 아이가 배에서 발견된 2주 전에도 또 한번의 유산이 이었는데, 그때는 임신 7개월만이었다. 아직까지 단 한번도 섬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하고 보고하는 데 주춤거리지 않았던 탐이 이사벨의 청을 받아들여 도움을 요청하기를 하루 늦춘 것도 바로 그 이유였다. 그는 차마 아이를 품에 안고 너무나 좋아하는 이사벨을 그냥 모른 척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이를 안고 그들이 거처하는 집으로 온 이사벨은 아이를 어떻게 돌보아야할지 오랫동안 숙련된 사람처럼 아이를 안고, 손가락 하나 하나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아이의 얼굴을 손으로 바치고, 부드러운 실크 손수건으로 아이의 코에서 흘러나온 콧물을 닦아 주었고, 눈가에 마른 눈물 자국도 닦았다.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며 이사벨은 어떠한 가면이나 위장도 없는 신과 같은 순수한 얼굴을 느끼며, 피와 뼈와 살이 복잡하게 얽힌 이 아름다운 창조물이 그녀를 찾아 왔다는 것, 아이를 잃은 거의 2주 후에 마침내 그녀에게 도착했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그것을 그녀에게 주어진 기회라고 완전히 믿어버렸다. 아이를 목욕시킨 후, 그녀는 망설임없이 한번도 입혀보지 못한 옷들을 보관한 서랍장을 열고, 그중 노란색 원피스를 꺼내 입혔다. 아이는 빨리 잠에 빠져 들었고, 아이를 손에서 놓기 싫은 이사벨은 아이를 무릎에 앉힌 채 부엌의자에 앉아 아이의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까 책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한편, 등대지기가 기록해야 하는 일지에는 어느 것 하나도 빼놓을 수가 없었다. 그곳에서 사용하는 빗자루에서부터 문가에 둔 부츠 스크랩퍼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적어야했다. 아무 것도 버릴 수 없었고, 값이 나가는 물건이면, 멜번 (Melbourne)의 프리멘틀 (Fremantle) 의 공식 허가 없이는 아무 것도 처리할 수 없었다. 그들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살고 있던, 등대지기의 삶은 유리 상자에 들어 있는 나방들처럼, 꼼짝 못하게 잡혀, 면밀히 조사되고 있었으며, 절대로 거기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일지는 바로 등대지기의 삶이었다.


탐은 그곳에 부임해 온 이래 6년 동안 기록해왔던 일지에다 보트를 발견한 것부터 시작해서 하나도 빠짐없이 적어나갔다. 그것은 그의 제2의 본성이었다. 거기에는 그와 이사벨의 모든 것, 그녀의 몇차례에 걸친 유산에 대한 얘기들도 다 기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번도 일지를 쓰면서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이사벨이 기록을 하루만 늦춰달라고 애원한 것이다. 그리고 며칠 전 있었던 7개월만에 아이를 잃은 장면이 떠올랐다. 이사벨이 진통을 하고 있을 때 탐은 아이처럼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아사벨의 몸에서 아이가 나왔지만, 그는 울지도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이사벨은 아이를 안아보고 싶어했고, 아이는 아들이었다. 몸을 벽에 기대고 앉은 이사벨은 아이를 안고 마치 주문을 외우면 아이가 다시 환생이라도 하듯 '내 아이, 내 아이' 하면서 하염없이 울었다. 전쟁터에서 많은 죽음을 보았지만, 이제 갓 태어난 아이를 엄마에게서 떼어놓아야한다는 것, 그가 유일하게 돌보아야 하는 바로 그 여인에게서 떼어놓아야 한다는 것, 그것은 그 어느 것보다 더 끔찍한 고통이었다. 당시에도 이사벨은 바로 보고하는 걸 주저했다. 첫번째 손주를 기다리고 있던 그녀의 부모님께 얼마 간이라도 더 꿈을 꾸게 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었고, 이번 소형보트의 도착은 그가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는 자유재량의 일이 아니었다. 그는 그날 아침 보았던 증기선에 대해서 기록했고, 고요한 날씨 조건, 온도 등을 기록하고 펜을 내려 놓았다. 그는 내일 아침 신호를 보내고, 보트의 도착 등 모든 걸 자세히 얘기할 참이었다. 그는 잠시 공간을 비워두고 다시 와서 그곳을 채울 것인지, 아니면 보트가 원래 도착했던 것보다 더 늦게 도착했다고 쓸건지 생각하다가, 그곳을 비워두기로 했다. 일지는 사실을 말하겠지만, 조금 늦게 말할 것이었다. 그저 하루였다. 그는 벽에 걸려 있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한순간 그는 거기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탐은 이사벨이 시키는대로 아이 목욕시키는 걸 돕고, 이사벨이 우유 온도를 맞추는 동안 아이를 안고 있기도 했다. 잠시 자리를 비웠다 돌아오자 아사벨이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광경을 보고 탐은 마음 속의 불편함이 다시 살아나는 걸 느꼈다. 그는 그녀에게 다시 속상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날 밤 탐은 등대의 불을 밝히면서 마음 속의 그 불편함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것이 어디서 온 것인지, 과거의 슬픔이 다시 깨어난 것인지, 아니면 나쁜 예감에서 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탐이 불을 끄러 가면서 구조 신호를 보내겠다고 하자, 이사벨이 그를 부엌으로 이끌고 차 한잔 마시자고 했다. 그리고 할말이 있다며, 아이 [이사벨은 그녀에게 루시 (Lucy)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를 이대로 고아원에 보낼 수 없다며, 그녀를 자신들이 데리고 있자고 말하고, 탐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소리쳤다. 이사벨은 생각해 보라며, 아이가 그곳에 온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탐이 3개월마다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오는 랄프 (Ralph)와 블루 (Blue) 에게는 뭐라고 얘기할 거냐고 묻자, 이사벨은 그 사람들은 루시가 그들의 아이가 아니라는 걸 모를 뿐더러, 아직 자신이 임신 중인 걸로 알고 있으니 아이가 예정보다 일찍 태어났다고 말하면 된다고 말했다. 탐은 그런 이사벨에게 지금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며, 제정신이냐고 화를 냈다. 그러자 이사벨은 자신이 요구하고 있는 건 그저 아이에 대한 사랑, 그뿐이라고 대답했다.


탐이 보트에 타고 있던 사람에 대해서 보고하면, 그가 누구인지 밝혀지게 될 것이고, 그러면 그가 아이와 함께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하자, 이사벨은 그렇다면 보트에 대해서 보고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리고 보트는 다시 바다로 보내면 될 것 아니냐면서. 자신은 그저 아이에게 쉴 곳을 마련해주고 싶은 것뿐이라면서. 그러자 탐이 혹시 보트 속의 그 남자 의 아내가 죽지 않고 남편과 아이를 기다리고 있으면 어떡할 거냐고 말하자, 이사벨은 만약 살아있다면, 어떤 여자가 아이를 자신의 눈밖에 내놓느냐며, 그녀 역시 물에 빠져 세상을 떠났음에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탐은 그 동안 이사벨이 겪었던 고통과 아이가 고아원에 갈지도 모른다는 그녀의 말을 모른 척하지 못하고, 보고를 하지 않은 채 보트에 있던 남자를 천에 싸서 모래 구덩이를 파서 묻고, 보트는 조류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가게 만든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탐은 단어 선택에 주의하며 아사벨이 예정보다 빨리 아이를 낳았다고 보고를 하고, 마음 한구석에 불편함을 가진 채 아이와 함께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가 탐이 두번째 3년 임기를 마칠 때가 되어 세 사람은 파타줴스로 나가 처음으로 루시를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선보이게 된다. 전쟁으로 두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이사벨의 부모는 루시를 본 순간 그들의 삶의 목표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이사벨의 아버지가 탐에게 제너스에서의 등대지기 일을 접고 파타줴스로 나와 사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지만, 탐은 한번 등대지기는 영원한 등대지기라면서 다시 3년 임기를 재계약한다. 파타줴스에서 지내는 동안 루시의 세례를 받으려고 했는데, 담당신부가 자리를 비워 날짜가 미뤄지게 되고, 재너스로 돌아가기 바로 전날 세례식을 치루게 된다.


그런데, 루시의 세례식 날, 신부를 기다리는 동안 탐과 이사벨은 루시의 대모로부터 바로 직전에 있었던 장례식에 대한 사연을 듣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지금까지의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이야기, 즉 소형보트에 2개월 남짓밖엔 안된 아이를 싣고 바다로 나간 남자와 홀로 남은 아이의 엄마에 대한 사연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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