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drome E
By
Franck Thulliez
Translated from the French by
Mark Polizzotti
루도빅 세네샬 (Ludovic Senechal)은 그 광고를 보자마자, 누구보다 먼저 그곳에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이 트자마자 릴 (Lille: 프랑스 북부의 도시)과 리에주 (Liege: 벨기에 동부에 있는 도시) 사이를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달렸다. 그를 그토록 흥분시킨 광고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옛날 무성 영화 팜. 16mm와 32mm가 있고, 1930년대 이후의 모든 장르와 장, 단편 모두 있음. 500개의 스릴러를 포함해서 800개 이상의 릴 (reel) 임. 거래는 현장에서.”
이런 종류의 광고는 일반 웹 사이트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보통 그런 걸 갖고 있는 사람들은 견본 전시회나 이베이 같은 곳에서 팔았다. 하지만 이 광고는 마치 누군가가 오래된 냉장고를 싼 값에 처분하려는 것과 같은 투였다. 벨기에의 한 행정지구 중심부에 있는 빌딩에 도착한 루도빅은 광고를 낸 뤽 스필만 (Luc Szpilman)을 만났다. 그는 여기 저기 바디 피어싱을 한 25살의 사내였다. 그는 루도빅에게 집 안으로 들어오라며 그것들이 다락에 있다고 말했다. 루도빅이 자신이 첫번째냐고 묻자, 그는 다른 사람들도 곧 올 거라는 전화를 몇통 받았다고 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다락방으로 올라가자 필름들은 자연광을 받지 않게 잘 보관되어 있었고, 각각 레벨이 붙은 영화들이 완벽하게 배열되어 있었다. 그것들을 보자 영화를 수집하는 루도빅의 가슴이 뛰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고 애를 썼다. 그것들을 시장에서 판다면 5000 유로는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 루도빅이 값을 묻자, 뤽은 하나에 100 유로씩이지만 가격은 협상이 가능하다고 했다. 거기 있는 필름 전부를 사고 싶었지만, 공무원인 그의 월급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능하면 높은 곳까지 살펴보고 싶어 가파른 사다리를 올라간 그에게 뤽이 조심하라며 자신의 아버지도 그 사다리에서 내려오다가 발을 잘못 디뎌 떨어져 목이 부러져 죽었다고 말했다.
루도빅은 맨 위쪽 줄에 배열된 영화를 살펴보다가, 한 영화 뒷 편에 레벨이 붙어있지 않은 검은 통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안을 보니 단편인 것 같았다. 주인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잃어버린 필름이거나, 유일한 견본일 수도 있었다. 알지 못하는 이런 영화들이 가끔 양념이 되기도 했다.
다른 컬트 영화 9개와 레벨이 붙어 있지 않은 그 필름을 사서 집으로 돌아온 루도빅은 지하에 있는 자신만의 작은 극장에서 레벨 없는 쩗은 영화부터 보기로 했다. 때로 운이 좋으면 이런 영화들이 유명한 감독들의 잃어버린 작품들 처럼 진짜 보물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기 위해 필름을 풀어 영사기에 집어 넣을려고 하는데 조각이 초당 50 프레임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보통은 초당 24 프레임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권하는대로 셔터 속도를 조종했다.
몇초 지나자 흰색의 화면이 검은 색으로 변하고 희미한 이미지가 나타났다. 제목도 없었고, 만든 사람들에 대한 크레딧도 없었다. 흰색 원이 오른편 위쪽 코너에 나타났다. 루도빅은 처음엔 그것이 오래된 필름에서 종종 나타나는 결함인줄 알았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얼마 후 루도빅은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지만 쓰러졌다. 불이 켜져 있었지만, 그는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었다. 눈이 멀어버린 것이다.
한편, 한밤중에 울린 날카로운 전화벨 소리에 서른 일곱의 형사 루시 헤네벨 (Lucie Henebelle)은 잠에서 깨었다. 그녀는 쌍둥이 딸 중에 한명인 줄리엣 (Juliette)이 입원해 있는 릴 메디컬 센터의 소아 병동의 한 병실에서 잠깐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다른 쌍둥이 딸 클라라 (Clara)는 여름 캠프에 참석 중이었다. 그녀는 의자에서 벌떡 몸을 일으켜 더듬거리며 핸드폰을 찾았다. 새벽 4시 28분이었다. 전화를 받자 여보세요, 하는 상대방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상대는 그녀에게 누구냐고 물었고, 이제서야 막 잠을 청할 수 있었던 루시는 화가 나 오히려 당신이 누구냐고 물었다. 상대는 자신이 루도빅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순간 그가 누구인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러다가 그가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를 통해 잠시 가볍게 만나다가 성격이 맞지 않아 7개월만에 헤어진 남자라는 게 생각났다.
루시는 포도당 주사를 맞으며 잠들어 있는 줄리엣이 깰까봐 조용히 빠져 나와 그에게 이 시간에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유리 같은, 뭔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루도빅은 심한 공포에 질린 것처럼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루시는 그에게 진정하고 천천히 얘기를 해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도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겠다며,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아무 것도 볼 수 없게 되버렸다고 했다. 불을 있는대로 다 켰지만 소용이 없다며 눈이 멀어버린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아무에게나 전화를 했다고 했다. 루시는 병원에 연락해 구급차를 보내주겠노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고 즉시 응급실 데스크로 갔다.
한편, 그로부터 몇시간 후, 릴에서 125 마일 떨어진 곳에서, 마틴 르클레르 (Martin Leclerc) 강력범죄반 반장과 프랭크 샤코 (Franck Sharko) 경감은 파리의 살페트리에르 병원 (La Slapietriere Hospital)에서 정신분석의 버토우스키 (Bertowski)를 기다리고 있었다. 샤코는 머리를 128 개의 전극이 달려 있는 후드 아래 집어 넣고, 뇌파의 움직임을 체크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2년 전부터 유지니 (Euginie)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의 환영을 보는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
유지니는 샤코가 아내와 딸을 잃은 후 찾아온 환영이었다. 샤코에게는 수잔 (Suzanne)이라는 아내가 있었는데, 그가 담당하던 아동 납치범 사건의 범인에게 당시 임신 6개월이었던 아내가 납치되는 일이 발생했고, 얼마 후 아내를 발견했지만, 그녀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불행히도 그는 아내와 딸 (Eloise)을 모두 잃게 되었다. 그런 후 어느 날부터 유지니라는 환영이 나타났다. 그녀는 처음엔 윌리 (Willy)라는 망나니 흑인과 함께 였는데, 치료 후 윌리는 사라졌지만 유지니는 끈질기게 그를 따라다니며, 그녀가 원하는 때 아무 때나 모습을 드러냈다.
르클레르와 샤코는 계급과 나이는 다르지만, 20년 동안 함께 일해 온 사이로, 무시무시한 범죄 현장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가족사, 건강문제 등 모든 얘기를 나누는 사이였다. 샤코의 상태를 잘 아는 르클레르는 현장에서 물러나 범죄심리학을 공부한 샤코를 불러들여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별일없이 의사와의 면담을 마친 샤코는 그를 기다리고 있는 르클레르와 공사중인 르 하브르 (Le Havre)와 루엥 (Rouen) 사이의 센 (Seine) 강둑에서 이틀 전 발견된 다섯 구의 시체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다. 르클레르에 따르면, 그것들은 6피트 정도 땅밑에 묻혀 있었고, 그중 한 구만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르클레르는 휴가철이라 쉽게 그 일을 담당할 사람이 없어서 샤코가 그 일을 맡아주기를 바랬지만, 샤코는 자신의 병 때문에 주저하고 있었다. 하지만 르클레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파일러 (profiler: 범죄 심리 분석관)로서의 능력이 뛰어난 샤코를 포기하지 못하고 그 일을 맡아달라고 했다. 그의 설득에 결국 샤코는 그 일을 맡겠다고 말했다.
한편, 루시는 루도빅이 실려온 살렝그로 (Salengro) 병동의 대기실에서 담당 의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다가온 닥터 트루넬 (Tournelle)은 루도빅의 눈은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안과적 테스트에서도 비정상적인 점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안구의 움직임도 좋다고 했다. 그런데 루도빅은 여전히 아무 것도 볼 수 없다고 하므로 몇가지 테스트를 더 해볼 것이고, 특히 MRI로 그가 뇌종양인지 아닌지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루시가 뇌종양으로 눈이 안보이기도 하느냐고 묻자 의사는 만약 그것이 시신경을 누르면 그럴 수 있다고 했다.
의사와 면담을 마친 루시는 루도빅의 병실로 갔다. 루시가 병원에서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낼 거라고 말하자, 루도빅은 자신의 눈이 그렇게 된 것은 뇌종양 때문이 아니라, 그 필름 때문이라고 했다. 그 필름의 원래 주인도 그것을 찾으러 자신의 다락방에 갔다가 죽은 것이 틀림없다며, 뭔가가 있다고 했다.
그녀가 자신이 그 필름을 직접 보겠다고 하자 루도빅은 반대했다. 하지만 루시가 계속 요구하자 루도빅은 영화를 보고난 후 자신의 지갑에 들어 있는 명함 중 옛날 필름들을 복원하는 일을 하는 클로드 프와녜 (Claude Poignet)에게 그 필름을 가져가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그가 그것을 살펴봤으면 좋겠으며, 그 영상이 어디서 만들어진 건지 알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또한 그녀에게 뤽의 광고를 갖고있으라고 했다. 그는 그녀에게 그의 집 열쇠를 건네주며 그 필름을 조심하라고 말했다.
한편, 루엥 근처에서 일어난 그 사건을 맡게된 샤코는 시체들이 이미 다 옮겨졌음에도 불구하고 범죄 현장을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기 위해 그곳을 다시 방문했다. 그리고 그를 기다리는 동안 기자와 얘기를 하고 있던 루엥의 담당 경찰인 루카스 프와례 (Lucas Poirier)를 만났다. 샤코는 기자가 다가오자 카메라맨을 데리고 꺼지라고 말했다. 샤코가 정말 참아줄 수 없는 것들 중 하나가 기자들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건다운 사건이라고는 한번도 일어나 본 적이 없는 조그만 도시에서 시체가 다섯 구나 발견된 큰 사건이 터진 지금 지역 방송국이나 기자들이 순순히 물러날 리가 없었다. 그들은 실제 프로파일러가 파견되었다는 걸 강조하면서 계속해서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어댔다.
현장은 CSI가 한바탕 휩쓸고 가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아서, 특별하게 주의를 기울여서 들여다 볼 것도 없었다. 샤코는 여기저기서 풍겨오는 불쾌한 냄새 등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있다는 사실에 흥분되며 아드레날린이 솟아오르는 걸 느꼈다. 그는 프와례에게 시체에 대해서 물었고, 그것들은 모두 남성이고, 발견 당시 옷을 하나도 입고 있지 않았으며, 머리는 톱으로 쪼개져 뇌가 적출되었으며, 손과 치아 그리고 눈까지 모두 제거되어 있었다는 걸 듣게 된다.
샤코는 범인이 희생자의 옷을 모두 벗긴 점, 그리고 시체가 빨리 손상되도록 물 근처의 단단하지 않고 축축한 땅을 고른 점, 그곳이 외지고 건물을 짓기에는 적당하지 않는 지점이기는 하지만 범인은 그것들이 발견되지 않게 하기 위해 땅을 깊게 파고 묻었다는 점 등으로 봐서, 신원을 확인할 수 없게 하려고 꽤 공을 들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요즘엔 전문가들이 오래된 시체에서도 지문을 채취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범인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치아나 손이 없다면, 그것들은 익명으로 남을 가능성이 클 것이었다. 물론 DNA 검사를 하면 알 수 있겠지만.
한편, 루도빅의 집으로 간 루시는 현관문을 열기 위해 열쇠를 넣다가 문이 열려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녀는 루도빅이 집을 떠날 때의 상태에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별 의심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곧바로 그와 데이트를 할 때 한번 와본 적이 있는 그의 작은 극장이 있는 지하실로 내려가 이것 저것 작동을 한 다음 루도빅이 말한 그 필름을 재생시켰다. 영화는 첫장면부터 아무런 경고없이 칼로 눈을 자르는 느닷없는 끔찍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하여 끝까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폭력적이었다. 영사기가 멈추자 헤아릴 수 없는 안도감을 느낄 정도였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그녀가 막 윗층으로 다시 올라가려고 할 때였다. 바로 그녀의 머리 위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신발을 신은 한쪽 발로 유리를 밟는 소리였다. 그녀는 숨을 멈췄다. 천천히 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올라 현관 입구에 다달았다.
놀랍게도 문이 열려 있었다. 그녀는 들어올 때 분명히 문을 잠갔다는 걸 확신하면서, 급히 앞으로 달려갔다.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안이 벙벙한 체 그녀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 주위를 둘러 보았다. 뭔가를 만진 흔적은 없었다. 그녀는 주 통로를 따라 이동하며 다른 방들을 살펴보았다. 루도빅이 그가 수집한 필름을 보관하는 서재까지.
그 서재의 문이 열려 있었다. 루시는 많은 릴들이 차곡차곡 쌓여져 있는 곳을 살펴보았다. 수십개의 통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셀룰로이드가 사방으로 쏟아져 나와 있었다. 그때, 그녀는 레벨이 없는 통, 즉 제목이나 감독의 이름도 없고, 제작 년도가 기록되어 있지 않은 통들만 그렇게 어지럽혀져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누군가가 구체적인 뭔가를 찾기 위해 그곳에 온 것이었다.
그녀는 루도빅이 어제 조금전에 자신이 보았던 그 필름을 비롯해 몇가지 릴을 한 영화수집가에게서 구입했다는 얘기를 했던 걸 기억하고, 주저하면서 서재를 다시 살펴보았다. 그리고 다시 아래로 내려가 루도빅이 말했던 필름복원가에게 그것을 의뢰하기 위해 자신이 보았던 그 기묘한 필름을 챙겼다. 지금까지 수많은 주검과 범죄현장을 봐 왔지만, 그 필름처럼 정신적으로 이렇게 힘들게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완전히 맥이 풀려버렸다. 그녀는 그것을 루도빅이 말한 복원 전문가에게로 가져갔는데, 그는 70대 노인이었다. 그는 루도빅이 앞을 못보게 된 얘기를 듣자 필름을 받아들고 즉시 그것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줄리엣의 병실로 돌아와 딸에게 점심을 먹인 후, 기진맥진 해진 루시는 줄리엣이 잠들 때까지 함께 있으면서 계속 멍하니 TV를 보고 있었다. 뉴스에서 북 노르망디 파이프라인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사체들에 대해 보도했으며, 그곳에 파견된 프로파일러의 얼굴도 보여주었다. 그녀는 그의 모습에 부러움을 느끼며 자신도 그곳에서 그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잠시 후 그녀는 줄리엣을 간호사들에게 맡기고 루도빅의 주치의인 닥터 트루넬을 만나러 갔다. 그에 따르면, 여러 테스트를 거친 결과, 생리적인 의미에서 루도빅은 눈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눈에 관한 것은 모든 것이 다 정상이라고. 반면, 그는 뭔가를 응시할 때 촛점이 없으며 똑바로 보지 못한다고 했다. 또한 뇌는 아주 개끗하고, 아주 작은 종양 조차도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를 한시간 전 정신과 병동으로 보냈다고 했다. 그는 과민반응이 어떤 갑작스런 충격에서 정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방어 기제일 수 있지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은 루도빅이 화면에 나타나는 이미지들을 보고 충격을 받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루시가 충격을 받았던 첫 장면뿐만 아니라 나머지 장면들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심지어 마지막 장면을 볼 수도 없었다고 했다. 이미 눈이 멀어버렸기 때문에. 그는 영화가 계속 돌아가고 있는 동안 불편했고, 점점 불안해졌다고 했다. 마치 뭔가가 눈이 멀 때까지 그의 목을 잡고 조르는 것 처럼. 사실 루시도 그 영화를 보면서 루도빅과 같은 느낌, 즉 바로 숨이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을 겪었다.
한편, 다음 날 아침 샤코는 루엥의 두명의 검시관과 법의학자가 작성한 의문투성이인 보고서를 받았다. 그는 검시관을 만나기 전, 뼈와 치아 전문인 법의학자를 만나 비교적 손상이 적은 사체는 아시아인의 것이고, 그들 모두 22살에서 26살 정도이며, 모두 총상을 입었다는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총상은 한 명은 뒤에서, 두 명은 앞에서, 또 다른 한 명은 머리에, 나머지 한 명은 그저 어깨 부상 등, 일관성이 없었다. 살인은 산발적이고, 무작위적으로 이루어졌지만, 반면, 시체를 매장하고 훼손한 것은 대단히 숙련된 것이었다. 도대체 처형인지 복수인지 아니면 그저 싸움이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범행에 사용된 총알도 찾을 수가 없었다. 범인은 자신의 범행의 흔적을 완벽하게 덮으며 마무리를 했음을 알 수 있었다. 탄도를 살펴서 범행에 사용된 무기를 찾을 기회도 제공하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같은 시간에 살해됐다고 했다. 그런데 범인은 두 사람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머리와 손• 치아 작업을 한 기술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표면적으로 보면, 머리는 외과 수술처럼 정밀하게 작업을 했으며, 마치 법의학팀이나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그런 종류의 기구를 사용한 것 같다고 했다. 말하자면 그 작업을 한 사람은 전문가였다. 반면 손과 치아는 정밀하지 못하게 무자비하게 제거되었다.
법인류학자와 헤어져 검시관을 만나러 가면서 샤코는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했다. 한편으로, 총살과 은폐력은 처형임을 제시하고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 뇌와 눈을 제거했다는 것은 어떤 의식 (ritual)적인 행위임을 제시하고 있었다. 또한 다섯 구의 사체는 연쇄 살인이나 대량 살인임을 가리키고 있지만, 범인이 두명이라는 것에서 걸렸다. 어쨌든 이 사건은 보통의 것들과는 달랐다.
그는 시체안치소로 가 검시관 닥터 버스넬 (Busnel)을 만났다. 그는 비교적 잘 보존된 사체에 대해서 말하자고 했다. 그는 왼쪽 어깨에 총상을 입었지만 그것이 그의 죽음의 원인은 아니며, 그가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는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버스넬은 비커에 든 손톱을 보여주며, 그는 죽기 전 자신의 손톱으로 피부를 미친듯이 과격하게 긁었다고 했다. 그것은 끔찍한 고통이었을 거라고 했다.
설명을 들은 샤코는 앞이 안보이는 뿌연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발견들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사건을 훨씬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나머지 네 사람도 피부가 벗겨진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그들의 손톱이 아닌 칼이나 그런 도구를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 마치 문신같은 걸 제거하기 위한 것처럼. 그리고 버스넬은 또 한 가지 발견한 것을 보여주었는데, 그것은 작은 초록색 플라스틱 조각으로 쇄골과 목 사이에서 발견했다고 했다. 그것은 가운데가 빈 원통형으로, 수술할 때 사용하는 것과 같은 피하 카테터 피복 조각이라고 했다. 그것은 많은 가능성을 말해주는데, 그것이 키모 스텐트일 수도 있으므로 그가 암과 같은 특수한 질병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라는 걸 알 수도 있을 것이지만, 또한 다른 질병에도 사용될 수 있으므로 단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밖에 그는 다음 단계를 위해, 요근 샘플을 채취해 독성분석팀에 보냈다고 했다. 그들 모두 머리카락이 없으므로 DNA 테스트를 위해 음모가 필요했다고 했다.
한편, 얼마 후 필름복원가 클로드 프와녜의 연락을 받은 루시는 그를 만나러 갔다. 그에 따르면 그 필름은 16mm 이고, 어깨에 매는 카메라로 촬영된 것으로, 보통 초당 24 프레임인데, 첫 프레임에 쓰여진대로 그것은 초당 50 프레임이라고 했다. 그리고 영화 필름은 캐나다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코닥 (Kodak)이라고 했다. 물론 그것은 원본이 아니었다. 루도빅은 벨기에 사람에게서 이 영화를 구입했고, 필름은 캐나다산이고, 같은 릴이 프랑스에서 나타났으니, 결과적으로 이 필름은 세계 여기 저기를 돌아다닌 것이었다. 그녀는 루도빅이 만났던 그 벨기에 청년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시가 그것이 언제 만들어진 것이냐고 묻자 프와녜는 1955년대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내용을 묻는 루시의 말에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그것을 만든 사람은 천재이며 정신이상자라고 말했다. 영화 속의 이미지들은 그것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굉장한 충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루시 역시 그것을 느꼈다.
프와녜는 다시 필름을 돌려 루시가 그 영화를 봤지만 보지 못했던 이미지를 확대경으로 보여주면서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은 1957년에 처음 사용된 서브리미널 (subliminal: 부지불식간에 영향을 미치는) 이미지를 이미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은 순식간에 지나가기 때문에 뇌로는 그것을 봤지만, 눈은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원리였다. 따라서 프와녜는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은 매우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후에 여러 공포 영화에서 그 기술을 사용했지만, 1955년 당시에는 어느 누구도 그런 이미지들이 들어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루시가 다른 장면에서 사용된 서브리미널 이미지들은 어떤 것들이냐고 묻자 프와녜는 구역질나는 섹스신 등이 있으며, 끝 부분에는 살인장면도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들은 루시는 갑자기 긴장이 되었다. 그녀는 실제 살인을 담은 필름인 스너프 (Snuff) 영화가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고 있다는 걸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프와녜는 이 영화에서 서브리미널 이미지도 다른 이미지처럼 같은 톤, 즉 같은 색조, 같은 대비, 같은 빛을 사용하고 있어서 영화가 같은 속도로 상영이 되면, 톤에 중단이 없으므로, 보는 사람은 전혀 아무 것도 눈치채지 못하지만, 반면에, 뇌는 완벽하게 충격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시는 가능하면 필름 가까이 몸을 굽혔다. 몇 피트가 더 돌아간 후, 좀 전에 보았던 여인이 시체처럼 누워있었다. 그때 프와녜는 그 다음 것을 계속 손가락 사이에서 풀면서 설명을 했다. 조금 전에 보았던, 배 위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잔디 위에 사지를 벌리고 누워 있는 여인이 대략 200개의 프레임에 각각 등장하는데, 그녀의 배위에 있는 검은 원에서부터 뻗쳐진 추가적인 상처가 계속 이어져 눈의 모양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것은 숨은 악의 눈이 지켜보고, 얼어붙게 만들어 상대방으로 하여금 눈을 돌리고 싶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더 이상 보지 말라고. 루시는 마치 범죄 현장 사진을 보고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그것이 트릭 사진 촬영 (특수 촬영기법의 사진 기술)이 아닌, 실재인 것 같다고 말하자, 프와녜는 정말로 잘 처리된 트릭 사진 촬영의 예라고 말했다.
프와녜는 서브리미널 이미지들은 굉장히 강력하다고 말했다. 그것들은 아무런 검열을 거치지 않은 이미지와 무의식 사이의 직결선으로, 이미지를 택해 곧바로 뇌로 밀어 넣어버린다고 했다. 그것은 폭력, 섹스, 그리고 도착 같은 것들을 우회적으로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요즘에는 온라인 상에서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밴드들이 자신들의 노래 속에 그런 서브리미널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프와녜는 영사기 스위치를 끄고 필름을 루시에게 건네주며 그 영화를 만든 사람은 가볍게 여길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루시는 영화가 꺼졌지만 장면 장면들을 쉽게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녀가 이것이 이 필름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전부냐고 묻자, 프와녜가 잠시 주저하더니, 아니라고,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것은 뭔가를 위한 매개체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필름의 오른쪽 코너에 계속 나타나는 원의 의미가 무엇인지 등등 여러 가지 예를 들었고, 또한 루도빅이 이 필름 때문에 정신병동에 있게 됐다는 것, 그리고 자신 역시 그 영화를 보면서 불편했다는 것등을 말하며, 자신이 알아채지 못한 뭔가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휴가철이라 일이 평소보다 느리게 처리되고 있는 루엥 경찰서에서 유지니가 다시 나타나 괴롭힘을 당하고 있던 샤코는 간신히 그녀를 잠재우느라 애를 쓰며 법의학 팀과 독성학 팀에서 만든 보고서를 통해, 그들의 손목과 갈비뼈 등에서 오래된 상처가 발견됐고 그것들은 거의 치유가 되어 있었는데, 아직 색깔이 남아 있었으므로, 그들이 죽기 전, 2년 이하의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는 걸 알았다. 그들은 사무직이 아닌, 일을 하다가 떨어졌다거나 위험요소가 있는 일을 하거나, 또는 럭비 같은 몸을 부딪치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싸움꾼들이라는 걸 의미했다. 또한 음모 검사에서 그들 모두 마약 중독자들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시안 사체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스텐트 조각에서는 암환자를 위한 키모에 사용하는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다. 검시관들은 그것이 뇌 속에 이식된 미세한 전극들을 피하 자극제에 연결하기 위해 사용될 수도 있다고 가정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 기술을 뇌심부 자극 (deep brain stimulation)이라고 불렀으며, 중증 우울증을 치료하거나, 파킨슨병에서 오는 떨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또는 토렛병에서 오는 안면장애를 억제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발견이었다. 왜냐하면 살인자는 희생자의 뇌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잠시 후, 루엥의 강력반 반장인 페레제 (Peresse)가 샤코를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가더니 컴퓨터 화면을 가리키며 뭔가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전보 (telegram)였다. 페레제는 그것을 인터폴로부터 받았다고 했다. 전직 경찰인 산체스 (Sanchez)라는 사람이 TV에 나온 샤코를 보고 본부로 전화를 해 무슨 일인지 물었다고 했다. 자초지총을 들은 그는 의아해하며 아주 오래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말하며, 인터폴 기록보관소를 찾아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전보를 찾아냈다고 했다.
그 전보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보내온 것이었다. 1994년, 세명의 이집트 소녀들이 카이로에서 잔인하게 살해됐는데, 이번 사건처럼 모두 의료용 톱으로 뇌가 적출되었으며, 눈도 제거되었다. 몸은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고, 음부를 포함하여 머리에서 발끝까지 칼에 찔린 상처들 투성이였다. 모두 이틀 이내에 저질러진 것이었고, 이번 사건과 한가지 다른 점은 범인은 그들을 매장하지 않고 공개된 장소에 버려두었다는 것이었다.
샤코는 의문에 휩싸였다. 카이로 사건은 아주 오래 전에 일어난 것으로, 보통 연쇄 살인은 시간상 가깝게, 그리고 장소 역시 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나는데, 세명의 소녀는 이집트에서, 다섯명의 남자는 프랑스에서 살해되었다. 열상, 벌려진 두개골, 제거된 눈. 16년이라는 시간 차이. 두 연쇄 사건 사이에 왜 이렇게 긴 시간을 기다렸을까? 그리고 특히, 왜 이 두 연쇄 사건인가? 샤코는 이 사건에 대해 부패하고 비협조적이며 자신들의 내부 사건을 외부에서 관심 갖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이집트 경찰들에게서 정보를 얻을 수 없어서 직접 카이로로 가야했다.
한편, 며칠만에 집에 들른 루시는 샤워를 한 후, 뤽 스필만을 만나기 위해 다시 외출을 하려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문을 잠구려고 열쇠를 자물쇠 구멍에 넣고 돌리는데, 이상하게 약간 삐걱거리는 것 같았다. 다시 두번째 돌릴 때에는 뭔가가 걸린 것 같았다. 몸을 숙여 자세히 살펴보니 자물쇠에 약간 긁힌 자국이 있었다. 다시 시도해 힘들게 문을 잠구기는 했지만 계속 문제가 있었다. 그녀는 문을 다시 열고 안으로 들어가 거실을 살펴보고 다른 방들도 살펴보았다. 그녀는 DVD와 소설책들을 보관하는 옷장도 살펴보았지만, 누군가 만진 흔적은 없었다.
잠시 후, 루시는 뤽을 만나서 루도빅이 다녀간 직후 찾아온 군화를 신은 20대의 짧은 금발 남자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된다. 뤽에 따르면, 그는 마치 어떤 특정한 필름을 찾듯이 여기저기 살펴 보더니 뤽에게 누군가 다녀간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뤽이 그에게 루도빅이 레벨이 붙어 있지 않은 필름을 포함해서 몇가지 사갖고 갔다고 하자 그가 자신이 직접 루도빅과 얘기를 하고 싶다고 해서 그의 집 주소를 알려줬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또한 뤽의 아버지 블래드 (Vlad) 스필만의 휴대폰에서 그가 죽기 15분전 캐나다 퀘벡(Quebec), 즉 그 필름을 만든 곳에 있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한 사실도 알게 된다.
뤽의 집에서 나온 루시는 차에서 블래드의 전화에 남아 있던 번호로 연결을 시도하는데 전화를 받은 상대방은 루시가 이름을 대자 전화를 끊어 버렸다. 루시는 급히 다시 뤽의 집으로 가 그의 아버지 전화를 잠깐 빌려 달라고 요구하고, 조금 기다렸다가 다시 그 번호로 통화를 시도했다. 그러자 상대방은 블래드, 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루시는 다시 자신을 밝히며 그가 다시 전화를 끊을까봐 급히 블래드가 죽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상대방은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물었고, 루시가 다락방 사다리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하자 상대방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녀는 혹시 그가 전화를 끊어버린건가 걱정하고 있는데, 잠시 후 그가 그녀에게 누구냐고 물었다. 그녀가 자신은 프랑스 경찰이며 릴 경찰서 강력반 형사라고 대답하자 그는 TV 뉴스에 나왔던 얼마 전에 발견된 다섯 구의 시체에 대해서 물었다. 만약 그녀가 진짜 경찰이면 그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을 거라고 하면서. 그녀가 그 사건은 자신의 담당구역이 아니라고, 알고싶으면 그것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알아보라고 하자, 그는 그녀가 진짜 경찰이면 그것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전화는 가짜 이름과 주소로 등록이 되어 있는데, 루시 때문에 전화를 버릴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 간의 시간을 주면서 그 사건에 대한 정보를 얻어서 자신에게 알려 달라고 했다. 루시가 그에게 어떻게 연락을 하냐고 묻자 자신이 루시에게 연락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전화를 막 끊으려 하자, 루시는 급히 그 필름과 그 다섯명의 살인이 관련이 있느냐고 묻고, 그는 그렇다고 대답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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