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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의 작은 서재

Gone Girl by Gillian Flynn (Thriller, 2012) Margaret Kim (margaret7630) 2014-11-17  22:32:31

Gone Girl


By


Gillian Flynn





(Nick Dunne)과 에이미 (Amy Elliot)은 결혼 5년차 부부이다. 닉은 대학을 졸업한 후 11년 동안 뉴욕에서 한 남성 잡지에 TV와 영화 그리고 책 (대중문화)에 대한 글을 기고하는 작가였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전국적으로 잡지가 내리막 길을 걸어 일자리를 잃었고, 3주 후 같은 일을 하던 그의 아내인 에이미 역시 일자리를 잃었다. 그들은 몇주 동안 미래에 대한 어떤 계획도 없이 양말에 파자마 차림으로 그녀의 부모가 사준 맨하탄이 보이는 브룩클린 (Brooklyn)에 있는 그들의 벽돌집에서 뒹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일년 전에 뉴욕에서 레이 오프를 당하고 지금은 미주리 (Missouri)의 노스 카시지 (North Carthage)에 살고 있는 닉의 쌍동이 누이 마고 (Margo)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위독하시다고. 엄마는 암이었다. 아버지는 치매로 요양원에 계신지 오래 되었다. 그의 부모님은 닉이 12살 때 이혼했다. 작은 회사에서 매니저로 일했던 그의 아버지는 엄마에게도 마치 부하 직원에게 하듯이 그렇게 대했는데, 근본적으로 여자를 무시했다. 엄마를 때리거나 하진 않았지만, 교묘히 그녀를 피해 물건을 던지는 등의 행동을 했고, 집에서는 항상 뭔가에 화가 난 모습을 하고 온 집안 분위기를 숨도 못쉬게 만들었다. 결국 어머니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이혼을 선언했고, 그와 마고는 엄마를 지지했다.


마고에게서 엄마의 소식을 듣는 순간 닉은 그것이 하나의 프로포즈, 자신에게 맡겨진 하나의 업무라는 생각이 들었고, 기쁜 목소리로 자신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소리쳤다. 그녀 혼자서 그걸 감당할 필요가 없다고. 그의 말에 마고는 의심쩍어 했다. 그가 진심이라며 여기서 할 일도 없는데 왜 안되겠느냐고 하자, 그녀는 긴 한숨을 쉬더니 에이미는 어떠냐고 물었다.


그때까지 그는 그 문제를 한번도 충분히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뉴욕에 흥미와 자부심을 갖고 있는 뉴욕 걸인 그의 아내를 뉴욕에 살고 있는 그녀의 부모님에게서 떼어놓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신나는 맨하탄 (Manhattan)을 뒤로한 채, 미주리 강가의 작은 도시로 데려다 놓으면 모든 게 잘 돌아가리라고 생각했다. 그는 아직 그렇게 생각한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고, 얼마나 낙천적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알지 못했다. 당시 결혼 3년차였던 그들은 서서히 사랑이 식어가고 있었고, 상대방에게 잘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그는 의심쩍어하는 마고에게 에이미는 엄마를 사랑한다고 어색한 변명을 했지만, 사실 에이미는 그의 가족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그가 태어난 곳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고향으로 가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온지 2년이 되었다. 그 사이 엄마는 돌아가셨다. 그들은 미시시피 강 가에 있는 대저택을 렌트해서 살았는데, 에이미가 싫어하는 타입의 집이었다. 처음 에이미는 그의 작은 고향 도시에서 집을 사지 말고 렌트를 하자고 했다. 그곳에 오래 갇혀있게 되지 않기를 희망하면서. 하지만 렌트를 주는 집들은 투자에 실패한 곳, 말하자면 은행 소유의, 경기 불황을 정통으로 맞은, 가격이 많이 내린 맨션이 모여있는 미니어쳐 유령도시, 생기기도 전에 없어져 버린 인근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닉에게 그 집은 일종의 타협안이었지만, 에이미는 그렇게 생각치 않았다. 그녀는 그것이 닉의 입장에서 그녀에게 벌을 주기 위한 기분으로 선택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그들의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 날, 에이미는 웬일인지 익숙한 멜로디의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부엌에서 아침을 만들고 있었다. 평소 때는 그가 먼저 아는 척 하기 전에는 눈길도 주지 않던 그녀였는데, 산발한 머리를 하고 막 침대에서 빠져 나온 그를 보고 웃으며 'Hello, Handsome' 하며 인사를 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는 예전에 그녀와 처음 데이트 할 때, 그녀를 몹시 좋아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가슴뭉클한 옛 기억을 떠올리는 걸 방해하는 뭔가가 있었고, 갑자기 냉기가 느껴졌다.


사실 그에게는 에이미 몰래 만나는 앤디 (Andie)라는 다른 여자가 있었다. 그는 외래교수로 한 전문대학에서 저널리즘에 대한 강의를 했는데, 앤디는 그 수업을 듣던 학생이었다. 아직 아무에게도 그들의 관계를 들키지 않고 비밀스럽게 유지하고 있었다. 에이미와의 사이는 카시지로 온 후에도 좋아지지 않았고, 앤디와 막 깊은 사이가 될 무렵, 닉은 자신이 더 이상은 에이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이혼 얘기를 꺼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온 닉은 에이미에게서 8만불을 빌려 마고와 함께 The Bar라는 바 (Bar)를 열었다. 자랄 적에 누구든 다 한번씩 읽을 정도로 인기있던 Amazing Amy 시리즈의 작가 부부 메리베스와 랜드 엘리엇 (Marybeth and Rand Elliot)의 외동딸인 에이미에게 그것은 예전에는 그녀 몫의 신탁 기금 (trust fund)의 일부밖엔 안되는 액수였지만, 중간에 그녀의 부모의 요청으로 일부를 그들에게 빌려준 후라서 당시에는 마지막 큰 돈이었다. 아내에게서 돈을 빌리는 남자는 되고 싶지 않았지만, 그는 정말 이자까지 쳐서 꼭 갚겠노라고 맹세했다.


결혼 기념일 날, 아침을 먹고, 그는 나오기 전 에이미가 관계회복을 위해 서로 노력해보자며, 닉이 좋아하는 강가에 가서 뭘 원하는지 생각해보라는 제안을 받아 혼자서 강가에 잠시 앉아 있다가 바로 들어갔다. 사실 그는 출근 전 에이미의 눈을 피해 근처 빈집으로 가서 포르노 잡지 등을 봤고, 강가로 가기 전 앤디도 잠깐 만났다. 닉은 콘크리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바를 향해 걷다가 길 아래쪽 강을 보았다. 그곳에 강이 있어 그는 자신의 고향이 좋았다. 그곳은 미시시피강 위에 서있는 도시였다. 강은 현재 물이 많이 차오르지 않았지만, 강하고 어지러운 속도로 급히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급히 흘러가는 강 가에 길게 한 줄로 늘어선 남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고개를 숙이고 잔뜩 긴장된 어깨를 한 채 일렬로 정처없이 걷고 있었다. 그들은 카시지에 있던 공장 노동자들이었는데, 공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모두 실업자가 된 사람들이었다.


바로 들어간 닉은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 마고를 보면서 안도감을 느꼈다. 그는 항상 마고를 보면 안심이 되었다. 상황이 좋진 않았지만, 좋아질 거라는 그런 안도감. 내 쌍동이 동생 마고. 그는 아주 많이 이 구절을 중얼거렸고, 그에게 그것은 이제 하나의 불안감을 없애주는 주문같은 것이 되었다. 그들은 70년대 쌍동이들이 별로 많지 않을 때 태어났다. 그들은 쌍동이들이 갖는 텔레파시도 통했다. 한때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이 그들을 수상쩍은 눈으로 보기도 했지만, 그들은 그저 많이 친한 쌍동이 남매일 뿐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이상한 관계는 아니었다. 그녀는 이 세상에서 그가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오직 한 사람이었다. 그는 예전에는 마고에게 많은 걸 얘기했었고, 이제는 모든 걸 말하진 않지만, 여전히 다른 누구에게 보다도 더 많은 걸 얘기했다. 그녀가 여자라는 것도 별 문제가 아니었다. 그녀는 항상 쿨했다. 마고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 그들의 옛 집으로 들어갔다.


머리가 좋고 활기찬 정신력을 가진 마고는 90년대 말 대학을 중퇴하고 맨하탄으로 진출했다. 처음엔 닷컴 현상으로 돈을 많이 벌었지만, 2000년 인터넷 거품을 몸소 겪은 케이스였다. 그후 마고는 학위를 끝낸 다음 투자 은행 업무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때 일자리를 잃었다. 닉은 그녀가 엄마의 집에서 전화를 해 포기했다고 말하기 전까지 그녀가 뉴욕을 떠난지도 몰랐다. 그는 수화기 너머의 그녀에게 다시 돌아오라고 달래보기도 하고 애원도 해보았다. 하지만 닉은 마고가 살았던 집에 들렀다가 그녀가 좋아했던 무화과나무가 비상계단에서 누렇게 죽어있는 걸 보고 그녀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


마고는 바로 들어온 닉에게 표정이 좋지 않다며 무슨 일인지 물었고, 닉은 그저 별 특별할 것 없는 또 다른 날 일뿐이라고 말하며, 그날이 에이미와의 결혼 5주년 기념일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에이미는 결혼기념일이 되면 항상 정교한 보물찾기를 준비했는데, 각각의 실마리는 다음 실마리가 숨겨져 있는 곳으로 안내하였고, 닉은 마침내 선물이 있는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실마리는 그들의 지난 1년 동안의 행적이었다. 그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엄마에게 결혼기념일 날 항상 그렇게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닉은 항상 어떤 실마리도 전혀 찾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는 언젠가 에이미에게 지난 날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 불평을 한 적도 있었다.


마고와 에이미는 결코 친구가 되지 못했다. 두번이나 같은 도시, 즉 뉴욕과 지금의 고향 도시에서 함께 살았지만, 둘은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에이미와 닉이 진지해져서 약혼하고 결혼하기 전, 마고는 재미있는 일이라면서, 에이미의 진짜 정체를 모르겠다고 했고, 닉이 에이미와 함께 있을 때면 그가 진짜 닉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고도 했다. 그리고 누군가를 정말로 사랑하는 것과 그녀에 대한 아이디어를 사랑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도 했다. 그러다 마침내 중요한 것은 그녀가 닉을 정말로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라고 했다. 에이미는 마고에 대해 매우 '미주리' 같다고 했다.


마고와 닉이 농담을 주고받고 있는데, 전화 벨이 울려 마고가 받았다. 그것은 닉의 집 건너편에 사는 칼 펠리(Carl Pelley)에게 온 것이었다. 닉이 전화를 받자 그는 닉의 집 문이 활짝 열려 있고, 고양이도 밖에 나와 있다고 했다. 자신이 가서 확인을 해보려고 했지만 몸이 안좋다고 했다. 그러자 닉이 걱정말라며, 그렇지 않아도 집으로 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차로 십오분 거리에 있는 그의 집은 리버 로드 (River Road)를 따라 북쪽으로 가면 나왔다. 그의 집이 있는 동네는 항상 조용했다. 집 가까이에 가자 칼의 말처럼 고양이가 계단 위에 있는 게 보였다. 칼이 전화한 지 20분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이상한 일이었다. 에이미는 고양이 블리커 (Bleecker)를 많이 좋아했고, 그를 절대로 밖에 내놓질 않았다. 왜냐하면 블리커는 영리하지가 않아서 그가 밖으로 나가면 두번 다시 볼 수 없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진입로에 차를 완전히 대자 칼이 자신의 집 앞 계단으로 나왔다. 닉이 막 고양이를 들어올릴려고 할 때였다. 그의 눈에 집 문이 열려 있는 게 보였다. 칼에게서 얘기를 들었지만, 직접 보는 건 또 달랐다. 그것은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잠깐 문을 연 것과는 달랐다. 그것은 완전히 활짝 열려 있었다. 그는 중간 계단에 서서 인상을 찌푸리다가 에이미의 이름을 부르며 계단을 한번에 두개씩 밟으며 쏜살같이 올라갔다.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는 다신 한번 더 아내를 부르며 집에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곧바로 이층으로 올라갔다. 에이미는 없었다. 다림질 판이 펼쳐져 있었고, 다리미는 전원이 켜져 있었으며, 다림질 할 옷도 놓여져 있었다. 에이미를 부르며 그는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는 거실 쪽으로 돌다가 갑자기 멈춰 섰다. 카펫에 유리조각이 반짝거렸고, 커피 테이블이 박살나 있었다. 엔드 테이블은 옆으로 누워 있었고, 책들은 마루에 널부러져 있었다. 심지어 무거운 엔틱 오토만 조차도 뒤집어져서 마치 죽은 무언가처럼 네 개의 작은 발들이 허공 위로 쳐들려 있었다. 이렇게 어지럽혀진 현장 가운데에 아주 날카로운 가위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닉은 큰 소리로 에이미를 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찻주전자가 타고 있는 부엌부터 텅빈 손님방, 그리고 뒷문으로 나가 마당을 가로질러 강쪽으로 나있는 가느다란 보트 덱 쪽으로 갔다. 그는 혹시 그녀가 보트에 있는지 보려고 옆쪽을 살펴보았다. 언젠가 선창에 묶인 채 물길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보트 위에서, 그녀가 눈을 감고 얼굴은 태양을 향한 채 앉아 있는 걸 발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물 위에도, 집 안에도 그녀가 없었다. 에이미는 아무 곳에도 없었다. 그녀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닉은 경찰이 올 때까지 부엌에서 기다리다가 매케한 주전자 탄 냄새 때문에 토할 것 같아 현관으로 나가 꼭대기 계단에 앉아 자신이 진정되기를 바랬다. 계속 에이미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지만 즉시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 갔다. 평소 에이미는 바로 전화를 했다. 하지만 세 시간이 지났고, 그가 5개의 메시지를 남겼는데도 그녀에게서는 전화가 오지 않았다.


잠시 후 두 명의 남녀 경찰이 모습을 드러냈고, 이어서 두명의 남녀 형사들이 왔다. 여자 형사의 이름은 론다 보니 (Rhonda Boney)였고, 남자는 짐 길핀 (Jim Gilpin)이었다. 보니와 길핀은 2층을 가리키며 올라가도 되겠느냐는 신호를 했고, 닉은 함께 올라갔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닉은 자신이 뉴욕에서 잡지에 글을 기고하는 작가로 일했다는 것, 그리고 지금은 카시지 시내에서 The Bar라는 바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전문대학에서 외래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얘기를 하려다가 갑자기 너무 궁색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 말은 하지 않았다. 보니가 넓은 옷장으로 들어가 여기저기 불빛을 비추며 살펴보다가 몸을 굽혀 은색 포장지로 정교하게 포장된 각진 네모 상자를 하나 집어 들었다. 그녀가 누군가의 생일이냐고 물어서 닉이 결혼기념일이라고 대답했다.


아래층으로 다시 내려와 보니가 벽에 걸려 있는 결혼 사진을 가리켰다. 캐이프 코드 (Cape Cod)에서 찍은 거였다. 결혼 몇달 전 닉은 에이미가 자신도 알고 있는 유명 작가의 외동딸이며 몹시 부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몹시 푸르른 어느 여름 날, 해변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그들은 돛처럼 부풀어오른 하얀 텐트 아래서 먹고 마셨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 그는 에이미를 놔두고 슬쩍 빠져나와 파도를 향해 걸어갔다. 왜냐하면 현실이 믿기지가 않아서였다.


사진을 본 보니가 닉에게 에이미가 몹시 예쁘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대답은 했지만, 닉은 지금 자신의 아내가 예쁘니 하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는 그들이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 자신의 아내를 찾기를 바랬다. 물론 그 말을 밖으로 내뱉진 않았지만 말이다. 길핀이 그곳에 있는 유명 레스토랑에 예약을 했느냐고 물었고, 닉은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그는 레스토랑에 예약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선물도 아직 준비 못했다.


보니와 길핀은 닉을 경찰서로 데려가 질문을 계속 이어갔다. 그들은 닉을 조그만 방에 넣어놓고 40분을 혼자 두었다. 그는 꼼짝하지 않고 그곳에 앉아 기다렸다. 보니가 에이미의 부모에게 연락을 하길 원하냐고 물었고, 닉은 그들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만약 1시간 이내에 에이미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으면 그때 그들에게 연락을 하겠다고 했다.


마침내 그들이 다시 그가 있는 방으로 들어와 탁자 건너편에 앉았다. 그것은 마치 그가 매일 밤 보았던 TV에 나온 장면 같아 슬그머니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보니가 만약 에이미가 납치되었다면 그녀를 납치한 범인을 꼭 잡아야 하고, 그 사람을 잡기 위해서는 우선 닉이 해야할 게 있다고 했다. 그들은 닉을 용의자 선상에서 배제하려고 한다며, 그럴려면 몇가지 협조를 해야한다고 했다. 닉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 이런 일이 생길 경우 항상 범인은 남편이라는 걸.


그들은 집안에 있는 지문 중에서 닉의 것이 아닌 것을 확인하기 위해 그의 DNA 검사를 해야 한다며 입안에서 샘플을 채취하겠다고,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닉은 물론이라고 대답했다. 또한 보니는 총의 잔여물을 확인하기 위해 그의 손을 살짝 쓸겠다고 했다. 놀란 닉이 자신의 와이프가 살해됐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길핀이 그건 아니라고 끼어들었다. 그것은 그저 의례적인 거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두 가지 기본 사항 외에 닉의 차를 검사해도 되겠느냐고 물었고, 닉은 다시 물론이라고, 필요하다면 뭐든 하라고 말했다. 길핀은 닉에게 고맙다며, 어떤 사람들은 괜히 협조를 하지 않아 그들의 애를 먹인다고 했다.


닉은 정확히 그 반대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그의 아버지는 항상 부루퉁해 화를 내기 위한 뭔가를 찾으러 다니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다. 그런 것이 마고를 방어적이 되게 했고, 닉은 엄마, 아버지, 선생님 같은 권위 앞에서 자동반사적으로 알랑거리는 사람이 되게 했다.


손 검사와 입안 샘플 체취가 끝나고 보니는 다시 그에게 에이미에 대한 질문을 몇 가지 했다. 그리고 에이미는 대부분의 시간에 뭘 하는지 물었는데, 그것은 닉 역시 궁금한 사항이었다. 결혼 후 그녀는 프랑스 요리에 심취했고, 몰래 스페인 어를 배워 둘이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 유창한 스페인 어로 그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녀는 총명하고, 머리가 명석했으며, 대단한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지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고, 그것은 다른 사람과의 경쟁으로 더욱 가열되었다. 말하자면 그녀는 다른 남자들과 그들의 질투심 많은 아내들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즉 에이미는 프랑스 요리도 잘하고, 스페인 어도 유창하게 잘하며, 가든 가꾸기와 뜨개질 등도 하면서 마라톤도 뛰고 등등, 에이미는 줄곧 그녀의 부모님이 쓴 책의 주인공처럼 Amazing Amy가 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진다는 걸 용납하지 못했고, 만약 그런 경우가 생기면 그녀 식으로 반드시 복수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타겟에서 쇼핑을 하고, 그저 평범한 식사를 하는 이곳 미주리에서 경쟁심이 강한 그의 아내의 그런 점들에 대해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었다. 그곳은 경쟁심많은 그의 아내에게는 그저 만족하는 낙오자들의 도시 일뿐이었다.


하지만 닉은 보니에게 그녀가 많은 취미를 가졌다고 대답했다. 보니가 약물이나 음주 등 걱정스러운 면이 있었냐고 물으며, 많은 주부들이 그런 것들로 시간을 떼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길핀이 경찰 인력이 많이 레이오프를 당해서 인력부족으로 약물 거래가 점점 더 악화 되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닉이 에이미가 와인 한 두잔 정도는 마셨겠지만 약은 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하자 보니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원하는 답이 아닌 게 분명했다.


보니는 다시 그곳에 에이미의 친구들이 있냐고 물었다. 그들에게 전화해서 확인을 하고 싶다고 했다. 친구라. 뉴욕에서 에이미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 하나의 프로젝트인 것처럼 매주 새로운 친구들을 사겼고, 그들에 관한 것에 도가 지나칠 정도로 흥분했다. 하지만 한달 후쯤 그들에 대해서 물어보면 에이미는 닉이 꼭 없는 말을 지어낸듯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리고 에이미 뒤에는 항상 남편이 해주지 못한 것들을 기꺼이 해주고 싶어 하는 멋진 남자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의자 다리를 고쳐준다든지, 그녀가 좋아하는 아시아 산 수입 차 (tea)를 찾아 준다든지 하는. 그녀가 그저 친구들일 뿐이라고 맹세했던 남자들. 에이미는 그들과 정확히 한 팔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지냈다. 닉이 많이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거리, 하지만 그녀가 손가락을 까닥하면 그녀의 분부대로 할 충분한 거리 말이다.


하지만 미주리에서는, 닉은 에이미의 친구 관계를 정말로 알 수가 없었다. 사실 그걸 생각해본 적은 여태 한번도 없었다. 그곳으로 온 지 2년이 지났고, 항상 그랬듯이 처음 몇달 동안 사람들을 만나고 인사하고 그랬지만, 에이미가 규칙적으로 만나는 사람은 없었다. 그의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엔 엄마를 만났고, 그와 그녀의 대화는 항상 공격과 반박의 형태였다.


닉은 보니에게 에이미에게는 좋은 친구들이 있지만, 거의 모두 동부에 있다고 대답했다. 그녀의 가족에 대해서 물어 다들 뉴욕에 산다고 대답하자, 아직 그들에게 연락하지 않았으냐고 물었다. 닉이 당신들이 하라는 대로 하다보니 연락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닉은 크레딧 카드와 ATM, 그리고 에이미의 핸드폰을 추적하는 데 필요한 허가서에 사인을 하고, 마고의 전화번호와 바에 자주 찾아오는 수 (Sue)의 이름을 말했다. 그녀가 그가 바에 도착했던 시간을 증언해줄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집에서 나와 바에 들어간 사이에 그가 강가에 있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없었고, 아무에게도 그걸 말하지 않았다.


보니는 에이미의 핸드폰 감시, 그녀의 사진 배포, 그녀의 크레딧 카드 추적. 주변의 성범죄자들 심문과 별로 사람이 살지 않는 그들의 인근에 대한 순찰. 그리고 혹시 모를 몸값 요구에 대비해 그들의 집전화에 대한 도청 등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목록을 나열했지만, 닉은 뭐라고 말해야 좋을 지 몰랐다. 그는 그들이 이 경우를 납치라고 생각하는지, 혹은 실종 사건으로 생각하는지, 혹은 정확히 어떤 상황인 건지 물었다. 그는 TV에서 봤듯이 처음 48시간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처음 48시간 이내에 실마리를 잡지 못하면 그 사건은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말이다. 그는 그들에게 처음으로 공포에 빠지고 화가 난 목소리로 '내 아내가 없어졌단 말이요!'라고 말했다. 살아오는 내내 항상 신랄했고, 분노에 차 있었으며,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었던 아버지처럼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그는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해내는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보니가 자신들은 이번 케이스를 굉장히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이 얘기를 나누는 동안 조사반이 그의 집으로 가서 조사를 하고 있으니 곧 그들로부터 정보가 더 올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현재, 그가 더 많은 걸 얘기하면 할수록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그리고 에이미에 대한 질문이 계속 이어졌다. 보니가 에이미의 혈액형을 물었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그들에게 대답을 하면서 닉은 지금의 에이미가 아닌 예전에 크게 웃으며 불만을 날려보냈던 에이미를 떠올렸다. 잠시 후 그는 뉴욕에 있는 에이미의 부모에게 연락을 했다. 그들에게 연락을 함으로써 이제 에이미가 없어진 것이 공식적으로 외부에 알려지게 되었다.


다시 인터뷰 방으로 돌아가던 닉은 갑자기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었다. 요양원에서 그의 아버지를 더 이상 보살펴 줄 수가 없다고 했다. 그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 경찰서로 데려온 것이라고 했다. 보니가 한 경찰에게 아버지를 다시 요양원으로 모셔다 드리라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내내 그가 앞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했다. 아버지는 계속 bitch, bitch, bitch 라고 중얼거렸다. 경찰차에 오르는 아버지를 보고 있는 그에게 보니가 아버지랑 가깝지 않았던 모양이라고 물었다. 닉은 그들 두 사람이 가깝지 않은 사람들의 본보기라고 말했다. 사실 그는 엄마는 이미 돌아가셨는데, 아버지는 여태 저런 모습으로 살아계신다는 것에 화가났다. 새벽 2시 경 그들은 하고자 하는 질문을 끝내고 닉을 집으로 보내면서 잘자고 다음 날 낮 12시 기자회견을 위해 11시까지 오라고 말했다.


그날 밤 닉은 잠이 들지 못했다. 잠을 자려고 독한 술을 마셨다가 깜박 잠이 들었는데,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부엌바닥에 쓰러져 그를 부르는 에이미가 꿈에 나타나 잠이 다시 달아나 버렸다.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세운 후 닉은 다음 날 아침 마고와 말다툼을 한 뒤 옷을 챙기러 그의 집으로 갔다. 그곳에서 처음 그의 집에 왔던 여자 경찰을 다시 만났는데, 집 안에는 조사팀들이 있었고, 그 경찰이 이층방의 옷장까지 닉을 따라왔다. 옷을 챙기려다가 닉이 아직 은박 포장지에 싸여 있는 선물을 집으려고 하자 여자 경찰이 안된다고 했다. 닉은 웃기지 말라며, 그것은 아내가 그에게 주려고 마련한 선물이라고 다시 그것을 집으려 하자 그녀가 그곳은 범죄현장이라며 다시 안된다고 했다. 그때 그녀의 파트너가 나타나서 그를 강제로 아래층으로 내려가게 만들었다.


잠시 후 옷을 대충 챙겨 입은 그가 경찰서에 들어서자 보니가 그에게 에이미의 부모님이 와 있다고 말했다. 에이미의 부모는 서로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있었다. 경찰서 한복판에서 그들은 마치 프롬 사진을 찍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서 있었다. 그들은 항상 그랬다. 서로의 손을 다독이고, 턱을 비비고, 뺨을 맞대고 등등. 엘리엇 가를 방문할 때마다 닉은 어딜 가든 목청을 가다듬고 자신이 들어간다는 표시를 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사방에서 애정 표현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닉은 그들이 그를 보기 전 랜드와 메리베스를 잠깐 바라보고 있었는데, 잠시 후 랜드가 그를 보더니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왔다. 닉은 혹시 한대 맞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랜드는 그에게 다가와 그를 꽉 안더니 이 상황을 어떻게 견뎌내고 있냐며 위로했다. 그리고 에이미를 꼭 찾을 거라고 했다.


잠시 후 기자회견 시간이 되었고, 그들에게 카메라 세례가 이어졌다. 그곳에는 에이미의 사진도 전시되어 있었다. 그들은 에이미의 남편에게서 몇마디 말을 듣고 싶어 했다. 나중에 방송으로 그 장면을 봤을 때 닉은 자신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했다. 얼굴 역시.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를 지경에 에이미의 아버지가 그를 구해주었다. 그들 모두 에이미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래며, 닉 역시 그렇다고.


그런데, 뉴스에서 보여진 실종 여인의 남편 닉은 기계적으로 그의 장인 옆에 서서 팔장을 끼고, 눈은 게슴치레하게 뜨고, 에이미의 부모가 울 때는 거의 지루하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더 심한 것은, 사람들이 자신을 나쁜 놈이 아니라고 믿게 해야 한다는, 무심한 눈초리와 오만하고 허세에 찬 얼굴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멋진 놈이라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오랜 세월 동안 몸에 익은 반응을 보여준 것이다. 에이미의 아버지가 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애원하며 눈물짓고 있을 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인상좋은 미소를 지었던 것이다. 플래시가 다시 터졌고, 그는 얼른 미소를 거뒀지만, 이미 늦었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기자회견은 끝나버렸던 것이다.


한편, 에이미의 실종 며칠 후 경찰은 닉의 아버지의 집에 숨겨져 있던 에이미의 일기장을 발견한다. 그것은 결혼 2년 전부터 써오기 시작한 일기장으로, 그것에 따르면 그들은 200518일 작가들의 파티에서 처음 만났다. 에이미는 십대 잡지나 여성 잡지에 성격에 대한 퀴즈, 예를 들면, 당신은 질투를 잘 하는 타입인가? 와 같은 것들을 쓰고 있으며, 그날 그날의 큼직한 이슈들에 대해서 쓰는 대단한 작가는 아니지만 자신의 직업을 묻는 란에 작가라고 쓰는 게 너무 좋았다.


그녀가 뭔가를 먹고싶어 커피 테이블 위의 쟁반에 놓여 있는 샐러리 같은 것들을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데, 누군가 그것들을 먹지 말라며 다가왔다. 사실 그녀는 지금까지 피츠제랄드 소설 속에 나옴직한 아이비 출신들, 사방에 돈 냄새를 풍기는 번드르르한 월 스트리트 남자들, 그리고 자기 인식이 너무 강해 모든 것을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스마트한 남자들, 이 세 그룹의 남자들 11명을 만났고, 이제 완전한 숫자인 12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12번째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온 것이다. 그가 바로 닉이었다. 그는 아주 잘생기고 멋있는 남자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중부에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뉴욕 걸인 그녀에게 미주리 엑센트로 그곳은 신비한 곳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어디에도 그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운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날 밤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키스를 나눴다. 하지만, 8개월 정도 닉은 에이미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전화번호를 잃어버렸다고 했다.


그 동안 에이미는 부모님의 새로 출간된 북 파티에서 여러 기자들에게서 책의 주인공 에이미는 결혼을 하게 됐는데, 실제 에이미는 아직 싱글이냐는 질문을 수 차례 받았고, 서로에게 소울 메이트인 부모님이 서로에게 열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집에 돌아와 혼자 울기도 했다. 그녀가 아직 싱글이라는 것에 대해 그녀의 주변 사람들은 다소 의아하게 생각을 했고, 그녀 앞에서는 누군가를 소개해주겠다고 하면서 나중에는 괜찮은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들은 속으로 분명 그녀에게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그러는 와중에 길에서 닉을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그를 본 순간 그녀는 마침내 자신의 나머지 생을 함께 할 사람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은 결혼을 했다. 200875일자 일기에 따르면, 그녀는 자신이 누군가의 아내가 됐다는 사실이 낯설었지만, 닉과의 결혼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는 모든 일에 옳바른 관점을 부여했다. 그와 함께라면 전기세를 며칠 늦게 냈든, 그녀가 가장 최근에 쓴 퀴즈가 별 볼일이 없든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한 새로 나온 Amazing Amy의 리뷰가 안좋고 판매가 곤두박질 쳤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방을 무슨 색으로 칠했든, 차가 막혀 자신이 얼마나 늦었는지, 분리수거한 것들이 정말로 재활용 되었는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느긋하고, 차분하며, 스마트하고 재미있고, 단순한 닉이었다. 그들은 성생활도 너무나 잘 맞았다.


둘은 부모님이 사준 집도 너무 좋아했다. 그녀는 버릇없는 부잣집 딸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집을 꾸미는데 가능하면 뭐든 둘이 함께 직접했다. 비록 그들이 생각한 색이 나오진 않았지만 2주에 걸쳐서 벽에 페인트 칠을 했고, 벼룩 시장에서 사온 작은 물품들로 집안을 꾸몄다. 지난 밤 그들은 낡은 페르시안 러그 위에 앉아 와인을 마시며 레코드를 들었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맨하탄에 불이 하나씩 들어오자 닉이 말했다. 이것이 자신이 항상 그려왔던 것이라고.


그날은 그들의 결혼 일주년 기념일이었으며 그녀는 보물찾기를 준비했다. 답은 모두 그들 두 사람에 관한 것, 두 사람이 함께 한 지난 일년에 관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이 결혼 1년이 힘들다고 했었는데, 그것은 그들에게는 해당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이 영원한 것은 아니었다. 201075일자 일기에 따르면, 그날은 그들의 세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하지만 에이미는 혼자 아파트에서 눈물에 젖은 얼굴로 닉을 기다리며 그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을 할 때 그녀는 두 가지 맹세한 것이 있었다. 첫째는 절대로 닉을 아내가 시키는대로 하는 dancing-monkey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 둘째는 자신이 괜찮다고 말해놓고 나중에 그걸로 닉을 비난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다른 날과 달리 의미가 있는 날이라 쉽지 않았다. 하필 그날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던 닉의 잡지사에서 16명의 작가가 해고되었다. 직원의 1/3 정도 되는 인원이었다. 닉은 메시지에 그들을 위로차 함께 한잔하고 가겠다고 했다. 결혼기념일에 대한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닉은 새벽 4시가 막 넘어서 들어왔다. 그녀는 그때까지 깨어 있었다. 그는 오토만에 앉아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선물을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사과같은 건 할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그는 한번도 사과같은 건 해본 적이 없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 자신이 일을 망친 것 같으면 오히려 더 공격적이 되었다. 에이미가 어땠느냐고 묻자, 닉은 그중에 반은 친구라고 생각 조차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을 친구라 부르며, 16명의 자기 친구들이 직장을 잃은 것이 몹시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은 자기 차례일 거라고 했다. 에이미가 지금 굉장히 심난하게 생각될 거라고 하자 닉은 에이미가 느끼는 거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그녀가 돈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앞으로도 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 분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그것 때문에 그녀가 다른 사람보다 더 유연하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는 일을 하지 않으며 직장 다니는 사람들을 애처롭게 얘기하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자신은 일을 하고 있음에 그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은 항상 그의 편이고, 무슨 일이 생겨도 자신들은 괜찮을 거라며, 그녀의 돈이 곧 그의 돈이라고 말하자, 닉은 프레넙 (prenup: prenuptial agreement, 혼전 계약서)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술에 취하면 항상 프레넙에 대해서 말을 꺼냈다. 그리고 다시 온갖 분노를 다 쏟아 냈다. 그녀는 그럴 때면 수백번, 말 그대로 수백번 말했다. 프레넙은 그저 비지니스 일뿐이라고. 그것은 그녀를 위한 것도, 그녀의 부모님을 위한 것도 아닌 그저 부모님의 변호사들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계속 다투다가 닉이 에이미에게 욕을 했다. 아직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자연스럽게 나오는 걸 보니 그는 그것을 여러번 생각했던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남편에게 그런 욕을 들을만한 부류의 여자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잠을 자러 갔다. 새로 결혼한 사람들에게 해주는 말 중 타협하고, 대화하고, 절대로 화가 난 채 잠자리에 들지 말 것, 이 세가지를 꼭 지켜가고 싶었는데, 에이미는 그즈음 자기 혼자 타협하고 있고, 대화로는 아무 것도 해결된 게 없으며, 닉은 자주 화가 난 채 잠자리에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안되겠다 싶어 닉이 쓰레기통에 버린 영수증들을 살폈다. 그리고 그중에서 둥그렇게 말아진 노트를 펼쳤는데, 거기에 해나 (Hannah)라는 여자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그 이름은 보통 알고 있는, 스트립 바 같은 데서 일하는 여자들이 쓰는 그런 이름이 아니었다. 그것은 에이미 같은 진짜 여자의 이름이었다. 에이미는 그것을 들고 울었다.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목소리가 큰 거친 여자나 바보같이 당하고만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둘중 어느 쪽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해 8월 닉이 예견했듯이 그가 레이오프를 당했다. 에이미는 대화를 나누며 그 문제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그는 에이미가 얘기를 꺼낼 때마다 자기는 괜찮으며 그것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책을 읽더니 다음엔 TV를 보고 배달 음식을 먹었다. 그는 에이미에게 말도 하지 않았고, 마치 말을 하는 행위가 그에게 많은 고통을 주고 그에게 그 문제를 물어보는 그녀는 사악한 여자인 것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 또한 레이오프를 당했다. 그는 그걸 듣고 그저 어깨를 으슥하며 안됐다고, 하지만 당신은 의지할 수 있는 돈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녀는 다시 그건 우리들의 돈이라고, 자신은 자신의 일을 좋아했었다고 말했다.


늦은 오후였지만 닉은 이미 술에 취해 있었고, 집안의 커튼은 다 내려져 있었다. 그녀가 방방마다 다니며 커튼을 걷고 환기를 시켰다. 캄캄해진 서재로 가다가 그녀는 어떤 백에 걸려 휘청거렸는데, 보니 한두개가 아니었다. 불을 켜고 보니 수십개의 쇼핑백이 놓여져 있었다. 그곳은 레이오프 당한 사람이 가서는 안될 곳들이었다. 에이미가 닉에게 도대체 그것들이 다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인터뷰를 위해서 샀다고 했다. 최소한 걸어놓기는 해야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에이미는 한번도 바가지를 긁어본 적이 없었고, 닉이 냉장고를 청소하거나 그런 타입의 남자는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고, 또 그걸 문제삼아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삶의 기본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넘쳐나는 쓰레기, 음식찌꺼기가 눌러붙어 있는 접시가 일주일 동안 그대로 싱크대에 담겨 있는 것 등. 그는 바가지를 긁게 만들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그녀가 원하지 않았던 그런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것에 화가 났다. 그녀는 신경이 날까로워지면 항상 그랬듯 온라인으로 그녀의 통장을 확인했다. 부모님 덕분에 $785,404의 잔고가 있었다. 하지만 그 액수는 영원히 일을 안하고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액수가 아니었다. 특히 뉴욕에서는.


그녀가 두 사람의 레이오프에 대해서 생각하며 좌절해 있는데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와 함께 그녀의 집에 들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집에 온 부모님은 그녀에게 부탁이 있다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자신들이 이전에 책이 잘 팔릴 때처럼 살아왔고, 다음 책이 잘 팔릴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렇지 못했으며, 투자도 잘못하고, 돈을 쓰는 것도 어리석게 써서 근본적으로 파산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에게 앞으로 뭘 할건지 찾을 때까지 필요한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에이미가 얼마가 있으면 모든 걸 다 갚고 편안한 상태가 되느냐고 묻자 엄마가 $650,000이 필요하다고 했다. 에이미는 자신이 갖고 있는 돈의 거의 전부에 가까운 액수를 듣고 놀랬지만, 기꺼이 수표를 쓰겠다고 했다. 그러자 엄마가 내일 아침 당장 그들의 계좌로 보내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에이미는 그들이 정말로 심각한 형편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닉은 엄마가 요구한 액수를 듣고 에이미에게 돈을 빌려드리는 것에 대해 둘이 얘기를 나눠야하지 않느냐고 했다.


아니, 그렇게 쓰여있었다.


한편, 기자회견 장에서 빠져나온 닉에게 길핀이 다가왔다. 그는 닉의 이웃 빈 집에 홈리스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고, 닉을 다시 경찰서로 데려가더니 은빛 포장지에 싸인 에이미의 선물을 주며 풀어보라고 했다. 닉은 마치 그 안에 끔직한 것이라도 들어있는 양 천천히 그것을 풀었다. 그런데 그 안에는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고 오직 '첫번째 실마리'라고 적혀 있는 연한 푸른색 봉투가 하나 들어 있었다. 그것을 매개체로 닉은 두번째, 세번째 실마리를 찾게 된다. 하지만 닉은 그것을 아무에게도, 심지어 마고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닉은 친구들과 함께 지금은 거의 문을 닫았으며 밤이면 온갖 범죄의 온상이 되는 카시지 시내에 있는 몰 (Mall)에 가보기로 하는데, 경찰이 그곳을 이미 조사를 했다고 했지만 맘에 들지 않아 밤에 직접 그곳으로 가보기로 한 것이다. 에이미의 아버지 랜드도 함께. 그곳에서 여러명의 홈리스들을 만나게 되는데, 닉이 그중 한 남자에게 에이미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닉은 그가 사진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는 의외로 좀 더 가까이 와서 들여다보면서 그녀를 아는 척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가 총을 사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을 구해주지 못했다고 했다.


며칠 후 보니는 닉의 크레딧 카드 목록을 가져와 닉에게 보여주며 닉이 빚이 엄청나게 많다고 했다. 닉은 처음 듣는 소리라며 그것을 확인하는데, 거기에는 골프 클럽이며, 대형 TV, 게임기 등 온갖 고가의 상품들을 산 기록이 있었다. 닉은 처음엔 자신의 크레딧이 도용된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자신은 골프도 치지 않는다며. 하지만 형사들은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닉은 집으로 찾아온 앤디를 만나다가 마고에게 들키게 되고, 마고마저 그를 의심하게 된다. 그러다가 에이미가 남긴 마지막 실마리를 따라 가서 마고의 집 뒷마당에 있는 나무 쉐드 안에 숨겨진, 자신의 크레딧 카드 목록에 나와 있던 물품들을 발견한 순간, 그는 에이미가 자신의 불륜을 알고 있었다는 것, 그녀가 남긴 실마리의 내용들이 에이미와의 사이에서 있었던 일들이 아닌, 닉과 앤디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의미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그를 함정에 빠트리기 위해 그녀가 꾸민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지만, 모든 상황은 점점 그를 범인으로 몰고 가고, 더욱 나쁜 것은 다시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동네에서 친하게 지냈다는 친구라는 여자가 나타나 에이미가 사라지기 전 임신했었다고 선포한 것이다. 그녀는 임신한 아내를 어떻게 했느냐며 소리쳤다.


결국, 닉은 자신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아내를 해친 남편이 되는 위기에 몰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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