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nstructing Amelia

by

Kimberly McCreight

주인공 케이트 베이런 (Kate Baron)은 듀크 (Duke)를 우등 졸업하고 컬럼비아 로스쿨 (Columbia Law School)를 나온 소송 전문 변호사로, 뉴욕 맨하탄 (Manhattan)에 있는 슬론, 테이어 (Slone, Thayer)라는 법률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곳은 그녀가 법대 재학중 서머 인턴으로 일했던 곳이었다. 그녀는 브룩클린 (Brooklyn)에 있는 200년 전 뉴욕 시의 한 지식인 그룹, 즉 극작가, 예술가, 그리고 정치인 그룹이 세운 학교인 그레이스 홀 (Grace Hall)이라는 사립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 아멜리아 (Amelia)를 키우고 있는 싱글맘이다.

아멜리아를 임신했을 때 그녀는 24살로, 법대 재학중이었다. 남자 관계가 많지 않았던 그녀에게 임신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어서 처음엔 믿을 수가 없었다. 임신 테스트 킷을 사다가 수 차례 검사를 해본 후에도 매번 똑같이 나온 결과가 믿기지 않았다. 케이티의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일이 우선이고 아이는 그 다음이라고 생각하는 시카고 의대 교수인 그녀의 엄마 그레첸 (Gretchen)은 그녀의 '불행한 상황'을 '해결'하도록 여러 가지 '선택'을 제시하며 압박을 가했지만, 케이트는 아이를 낳아 기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아이를 제대로 사랑한다는 보장은 못하겠지만, 노력은 하겠다고 다짐했다.

법대를 다니며 싱글맘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녀를 도와 아밀리아를 키워준 사람은 유모인 릴라 (Leelah)였다. 그녀는 그들의 집에서 내리 15년을 돌보아 주었다. 케이트는 일에 파묻혀 살았지만 자신의 일이 좋았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일이 있음으로써 그녀는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10월 24일 아침, 그녀는 전날 딸과 얘기를 나누다 그만 두었던 한 학기를 해외에서 이수하는 프로그램 (semester-abroad)에 대한 문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는데, 결국 그것에 대해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못했고, 아침도 굶은 채 상호 저축 은행 (Mutual Bank)의 관계자들과 그녀 회사 측 변호사들과 함께 미팅에 참석했다. 그녀는 소송 분야 책임자인 제레미 퍼스 (Firth) 대신 참석 중이었다. 전날의 언쟁에도 불구하고, 그날 아침, 아밀리아는 학교에 가면서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명랑하게 손을 흔들어 주었고, 그로 인해 케이트는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걸 느끼며 일을 하러 왔다.

미팅이 한창 진행 중이고, 시니어 파트너인 빅터 스타키 (Victor Starke)가 케이트에게 그 일에 대해 상의를 하던 중, 느닷없이 회의실 전화벨이 울렸다. 모두 다 놀란 가운데 부하 직원인 레베카 (Rebecca)가 얼른 전화를 받았다. 빅터가 다시 케이트에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 레베카가 그녀에게 그 전화를 받아야겠다고 말했다. 케이트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 역시 파트너이긴 했지만 아직은 주니어 파트너였고, 빅터 스타키와의 미팅 중에 전화를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걸려온 전화를 받지 않을 수도 없었다. 다른 의뢰인을 위해 신청한 일시적 금지 명령 건에 대해 판사의 서기로부터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최대한 그것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라는 인상을 주며 전화를 받으러 갔다.

그런데, 그 전화는 뜻밖에도 아밀리아 학교의 학생 주임인 미세스 펄 (Mrs. Pearl)에게서 온 것이었다. 케이트는 정말로 이 전화는 반드시 받았어야 할 전화라고 생각하며, 즉시 아밀리아는 괜찮냐고 물었다. 그러자 미세스 펄은 약간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물론 괜찮다고 하면서, 하지만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밀리아가 3일 동안 정학 처분을 받았고, 그것은 즉시 실행되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케이트가 학교로 와 인정 양식에 사인을 하고 아이를 데려가야 한다고 했다.

케이트는 자신이 방금 들은 걸 믿을 수가 없었다. 아밀리아는 지금까지 한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었다. 선생님들은 그녀가 밝고, 창의적이며, 사려깊고, 집중력이 강한, 기쁨 그 자체인 아이라고 말했으며, 운동도 잘 했고, 여러 특별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한달에 한번은 지역 무료 급식소에서 봉사 할동을 했고, 규칙적으로 학교 행사를 도왔다. 그런데 정학 처분을 받다니. 아밀리아가 그럴리가 없었다. 많은 시간을 일에 파묻혀 살고 있지만, 그녀는 자신의 딸을 잘 알고 있었다. 분명 뭔가가 잘못됐을 것이었다.

미세스 펄은 마치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듯이 다시 한번 더 아밀리아가 3일 동안 정학 처분을 받았다고 말하며, 부모나 보호자가 와야만 그녀를 내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케이트가 맨하탄에서 일하고 있고 아밀리아의 아버지는 안계시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학교 정책이라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케이트는 지금 당장 가겠다고 대답하며, 최소한 아밀리아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됐냐고 물었다. 하지만 미세스 펄은 징계 문제는 전화로 논의할 수가 없으며, 비밀 보장 규칙과 절차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교장인 미스터 우드하우스 (Woodhouse)가 자세한 얘기를 할 거라고 말했다. 그녀가 정확히 언제쯤 올 거냐고 물어서 캐이트는 20분내에 도착할 거라고 말했다.

빅터의 만류와 그녀 역시 그곳을 떠나기 싫었지만, 할 수 없이 제레미에게 전화를 해 그를 만나 사정을 말하자, 제레미는 자신이 아는 아밀리아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뭔가가 잘못 됐을 거라며 그녀를 위로했다. 제레미는 아밀리아가 프린스턴 (Princeton)의 여름 프로그램에 지원할 때 추천서를 써주기 위해 본 그 동안의 아밀리아의 결과물들을 보고 아밀리아를 아끼게 되었다.

케이트는 시내의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 지하철을 택했지만, 중간에 이유를 알 수 없이 기차는 몇 차례 정지를 했다. 그래서 얼마나 늦게 학교에 도착할 지 알 수가 없었다. 아마 학교에서는 그것을 그녀가 부모 노릇을 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 네 개의 정거장을 더 가야 하는데, 기차가 갑자기 다시 멈췄다. 이미 시간은 한 시간이 넘게 늦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일어서서 문 앞으로 다가가 섰다. 그러고 보니 근래에, 아밀리아는 산만해 보였고, 약간 침울해 보이기까지 했다. 열다섯 살 소녀에게 기분 변화는 당연한 것이었지만, 그것보다는 좀 더 강도가 센 것 같았다. 예를 들면,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질문같은 거 말이다. 분명, 그녀는 왜 아버지가 없는 지에 대한 케이트의 상투적인 대답, 즉 잠깐 한번 만난 후, 그는 아이들을 가르친다며 가나 (Ghana)로 간 후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눈치였다. 또한, 바로 어제 아침엔 말도 안되는 해외 이수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단 일분이라도 가만히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 줄 수 없냐고 말했다. 당시, 금발에 와덴버그 증후군 (Waardenburg Syndrom)으로 한쪽은 푸른 색이며 다른 한쪽은 갈색의 눈동자를 가진 아밀리아는 전날 보다 훨씬 더 성숙해 보였고, 더 커 보였다. 케이트의 툭 불거진 광대뼈와 하트 모양의 얼굴형을 닮은 아밀리아는 아름다웠고, 밑 위가 낮은 청바지와 몸에 딱 붙은 민소매 티를 입은 그녀는 섹시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밀리아는 다음 학기에 파리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당시 케이트는 랩탑과 한 움큼의 서류들을 가방에 넣고 전화를 찾으며 부엌 카운터에 있겠지 하고 생각 중이었다. 케이트는 아밀리아가 이 말을 케이트가 이미 늦은 걸 알면서도 꺼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동안 케이트는 아밀리아의 늦은 밤 외출, 친구집에서 자기, 파티 등등에 대한 요구에 많은 허락을 했는데, 그것은 아밀리아가 그녀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을 때이거나 허둥지둥 하고 있을 때 얘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 학기를 유럽에서 보내겠다는 건 얘기가 달랐다. 아밀리아는 그게 뭐가 문제냐며, 어쨋든 엄마는 집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보통, 아밀리아는 케이트가 오랫동안 일하는 것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다. 케이트는 그것이 아밀리아가 일이 많은 직업을 가진 싱글맘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지레짐작을, 아니 그렇게 생각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케이트는 자신이 사랑을 다해 메꾸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여전히 그녀의 딸이 구멍 같은 걸 느끼고 있는 것을 볼 때면 스스로를 다 잡았다. 그녀는 아밀리아에게 해외 이수 프로그램은 대학생을 위한 것이지 고등 학생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아밀리아는 어찌됐든 교육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트는 아밀리아를 보며 그녀의 눈에 농담이라고 웃음기가 있기를 바랬지만, 그런 건 전혀 없었다. 그녀는 완전 심각했다.

케이트는 미팅을 취소하고 그 문제에 대해서 결론을 내리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다며, 가봐야 한다고 하자 갑자기 아밀리아가 그냥 허락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케이트는 깜짝 놀랐다. 아밀리아는 소리를 지르는 아이가 아니었으며 특히 케이트에게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아밀리아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며, 그냥 허락하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케이트는 그것을 사춘기 십대 아이의 공식적인 선언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부터 그녀의 말에 어긋나겠다는 선언.

그날 밤 언제나처럼 케이트가 너무 늦어 그 문제에 대해서 더 이상 얘기를 나눌 수가 없어서, 그녀는 다음 날 아침, 말하자면 그날 아침, 빅터와의 미팅이 직장 생활 중 가장 힘든 일이 될 것임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일찍 일어나 아밀리아와 그 문제에 대한 얘기를 나눌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단호히 안된다고 말할 계획이었고, 대신 크리스마스 때 그곳으로 함께 여행을 가자고 말할 참이었다. 그리고 근래들어 좀 더 자주 집에 있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할 계획이었다. 그녀는 아밀리아와의 금요일 저녁 함께 먹기와 일요일 밤 영화보기 약속을 지키려고 애를 쓰고 있었지만, 점점 횟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여전히 지하철 문 앞에 서서 유리창에 비친 피곤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열차 운행 간격 때문에 일시적으로 멈추고 있다는 열차 차장의 기계음이 나왔다. 결국, 그날 아침, 아밀리아와 그녀의 일에 대해서도, 파리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 아밀리아는 모든 준비와 걱정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 아주 밝은 모습으로 이젠 파리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제 생각해 보니, 갑작스럽게 마음을 바꾼 것도 의심이 갔다. 케이트는 여전히 아밀리아가 정학을 받을 정도의 일을 했을 거라고는 믿지 않았지만, 지난 이틀 동안의 그녀의 변덕스러운 행동을 보면 아주 작은 정도의 거슬리는 일을 했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기차가 마침내 그녀가 내려야 하는 정거장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이미 1시간 15분이 늦었다. 열차의 문이 열리자 그녀는 튕기듯 나가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그녀는 앞에서 길을 건너는 유모차를 끄는 여자들 뒤를 따라 길을 건넜는데, 그중 한 여자가 갑자기 멈추며 저기 불자동차를 보라고 했다. 불자동차는 학교가 있는 도로의 반을 막고 있었다. 그것들은 거대한 공공 도서관처럼 보이는 화려하게 장식된 오래된 건물인 그레이스 홀의 고학년 학교 건물 옆쪽 입구 앞에 서 있었다. 여러 대의 경찰차가 그 옆의 저학년 학교 건물 앞에 있었다. 소방관들이 인도에서 어슬렁거리거나, 모여서 얘기를 하기도 하고, 불자동차에 기대어 서 있기도 했다. 또한 구급차 한 대가 불을 끄고 문을 닫은 채 그곳에 서 있었다. 만약 실제 불이 났거나 다른 응급 상황이 있었다면 지금은 다 정리가 된 상태인 것 같았다. 아니면 헛경보일 수도 있었다.

아밀리아가 화재 경보기를 잡아 당기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그것은 비행 청소년들이나 하는 짓이었다. 최근 아밀리아의 기분이 어떻든, 고등 학생인 주제에 해외 이수를 하겠다는 농담이 무엇을 의미했던 간에, 그리고 아버지가 없다는 것에 대한 갑작스런 실존적 위기가 얼마나 깊은 지는 모르겠지만, 아밀리아는 비행 청소년은 아니었고, 절대로 되지 않을 아이였다.

케이트는 숨을 깊게 들이 마신 다음 큰 소리로 뱉어냈다. 그 소리를 듣고 앞에 섰던 여자들 중 키가 큰 여자가 놀라 뒤로 돌아 보았다. 케이트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들을 피해 걸었다. 그녀는 구급차를 지나며 안을 보려고 애를 썼다. 도로 한쪽에서, 제복을 입은 경찰이 긴 갈색 스웨터를 입은 나이 많은 흰 머리의 노부인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헛경보 때문에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케이트는 교실 창문을 올려다 보았다. 그런데 그곳에는 아이들이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이 소동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아이들이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케이트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경찰이 노부인에게 비명을 먼저 들었는지, 아니면 소리를 먼저 들었는지 물었다. 비명과 소리라니. 케이트는 두명의 경찰이 학교 정문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와 옆 뜰로 가는 것을 보았다. 눈으로 그들을 따라가다 일이 벌어진 곳이 그곳이라는 걸 눈치했다. 최소 열두 명 정도 되는 경찰들이 그곳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런데 여전히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다. 별로 좋은 징조 같지 않았고, 오히려 그것은 무시무시한 일의 전조처럼 보였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케이트의 뒤에서 한 경찰이 그녀를 부르며 반대편 도로로 올라가라며, 그곳은 출입금지 구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녀의 팔을 잡으며 그쪽은 행인이 지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딸이 학교 안에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학교 건물을 바라보며 폭탄 테러 위협이 있었는지, 독극물 위협인지,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인지 궁금했다. 도대체 아이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케이트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경찰에게 학교에서 전화가 와 아이를 데려가기로 되어 있었다며, 벌써 많이 늦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를 한참 쳐다보더니 자신이 가서 확인을 해보겠다고 하면서 도로의 반대쪽을 가리키며 그곳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딸의 이름이 뭐냐고 물어서 케이트는 아밀리아의 이름을 말하며, 왜 자신이 딸을 데릴러 왔는지 사정을 설명했다. 그녀는 말을 하다가 그가 아밀리아를 문제아라고 생각하면 어쩌나 걱정스러웠다. 확인하러 가는 경찰을 향해 케이트는 무슨 일인지 조금이라도 설명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그는 자신들도 아직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경찰이 가면서 그녀에게 저쪽으로 가라고 다시 가리켰지만 그녀는 가지 않고 발뒷꿈치를 들고 뒷쪽 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보려고 애를 썼다. 그곳에는 12명이 넘는 경찰들이 있었는데, 몇명은 제복을 입고 있었고, 몇명은 검은색 정장 차림이었다. 그들은 건물 옆에 무리를 지어 모여 있었는데, 마치 뭔가 끔찍한 것을 보이지 않게 가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를 불러 세웠던 경찰이 학교 정문으로 들어가자 케이트는 재빨리 옆 뜰의 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경찰들이 눈을 가리며 건물 옆을 따라 지붕을 올려다 보았다. 케이트도 그곳을 올려다 보았다. 거기에는 그저 빈틈없이 잘 유지된 오래된 석조 건물의 외관만이 보였다.

그녀가 다시 눈길을 내렸을 때, 경찰들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곳, 그들이 둥그렇게 에워싸고 있던 곳 한가운데에 신발 한쪽이 놓여 있었다. 검은 색의 굽 낮은 신발이 쓰러진 짐승처럼 누워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다른 뭔가가, 좀 더 큰 뭔가가, 하얀 천에 덮힌 뭔가가 있었다.

케이트는 심장이 쿵쾅거려 철 담의 막대를 꽉 쥐었다. 그녀는 신발을 다시 보았다. 그것은 많은 아이들이 스키니 진이나 레깅스를 입을 때 신는 신발이었다. 하지만 아밀리아 신발의 색이 갈색인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녀는 알고 있었어야 했다고, 딸의 신발 색깔 정도는 알고 있었어야 했다고 자책했다.

잠시 후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황급히 뒤를 돌아 보며 아까 그녀에게 저쪽으로 가 있으라고 말했던 경찰이 와 자신이 가리킨 곳에 가 있지 않은 것에 대해 뭐라고 할 줄 알았는데, 대신 그녀의 뒤에는 청바지와 후드 티를 입은 매력적이긴 하지만 험상궂게 생긴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그녀의 이름을 확인하며 한발 더 다가왔다.

그는 온 몸에서 강인한 부룩클린 출신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었지만, 부드럽게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케이트는 그가 친절하려고 애 쓰는 게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신경이 쓰였다. 그의 뒤에, 아까 케이트에게 말을 걸었던 경찰이 붉은색 돋보기를 쓴 흰 머리의 노부인과 계단 위에 서 있었다. 그들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케이트는 아밀리아는 어디 있는지 큰소리로 물었다. 그 소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맞았지만, 그녀는 그것이 자신의 입에서 나온 것 같지 않다고 느꼈다. 그녀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는 자신이 몰리나 (Molina) 형사라고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자신과 함께 가주지 않겠냐고 했다. 케이트는 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그 형사와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비켜서 다른 곳으로 보내졌으면 싶었다. 모든 다른 별 관련 없는 사람들이 보내진 곳으로. 그녀는 홱 움직이며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녀의 심장이 요동을 쳤다. 그녀가 왜 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가 괜찮다며 자신의 강한 팔로 그녀의 팔꿈치를 잡고 자기 쪽으로 끌어 당겼다. 그러면서 그저 자기와 함께 잠시 그곳에 앉자고 말했다.

케이트는 눈을 감고 그날 아침 아일리아가 행복하게 문을 나서던 때를 떠올리려고 애를 썼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어떤 신발을 신었는지 알고 있어야 했다. 확인을 했어야 했다. 케이트는 어지럼증을 느꼈다. 그녀는 극심한 공포가 차오르는 걸 느끼며, 그에게 앉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 당장 말하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몰리나 형사가 알겠다며, 조용히, 사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케이트는 철 담에 등을 기대며 아밀리아는 괜찮은 거냐고 재차 물었다. 그녀는 왜 저들이 빨리 움직이지 않는지, 구급차는 왜 그곳에 서 있기만 하는지, 왜 반짝거려야 할 불빛이 반짝거리지 않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아밀리아가 괜찮아야 한다고, 그녀를 당장 봐야겠다며, 그녀가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케이트는 그 자리를 피해 달리고 싶었다.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누구도 그녀에게 뭔가를 얘기할 수 없는 곳, 저 멀리 다른 곳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대신 그녀는 차갑고 단단한 보도 블럭 위로 거의 쓰러지듯이 주저 앉았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도망치라고, 달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그녀 옆에 쭈그리고 앉은 몰리나 형사가 말했다. 아밀리아가 지붕에서 뛰어내렸는데, 불행히도 살아나지 못했다고. 안됐지만 아밀리아는 죽었다고.

한편, 사고 전, 9월 14일, 아밀리아는 친구 실비아 (Sylvia)를 항상 만나는 장소에서 만나 등교를 했다. 둘은 11살 때부터 보호자 없이 등교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엔 실비아의 엄마가, 그 뒤 아밀리아의 엄마가 그것을 허락했다. 그녀의 엄마는 어떻게 엄마가 되는 지를 다른 엄마들에게서 배우는 것 같았다. 실비아는 유모가 없으므로, 그녀 역시 유모 릴라를 내보내야만 했다. 물론 릴라를 좋아하긴 했지만 고등학생이 왜 유모가 필요한 지 이해가 안됐다. 자신의 주장으로 릴라를 그만두게 했지만, 릴라가 그만두고 난 후 그 그리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을 엄마에게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아밀리아와 실비아는 서로에게 유일한 친구는 아니었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어울려 다니는 그룹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둘은 클럽에 가입하라는 초대를 받지 못했는데, 원하지 않은 곳에서 뿐만 아니라 원하는 곳에서도 역시 그랬다. 클럽은 1920년대에 시작해서 80년대까지 유지되다가 사고가 난 바람에 금지되었는데, 새 교장이 오면서 다시 부활되었다. 아밀리아와 실비아는 클럽에 가입하지 않았고, 두 사람이 함께 초대되지 않는 곳에는 아마 초대된다고 해도 가입하지 않을 것이었다.

대개 둘은 함께 보냈다. 아밀리아가 책을 좋아하는 반면 실비아는 패션에 관심이 많듯 둘은 달랐지만 한 묶음이었다. 둘은 유치원 때부터 친하게 지냈는데, 서로 다른 이유로든 항상 같은 장소에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함께 한 역사가 아주 많았다. 아밀리아는 패션 나무랭이는 별 쓸모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실비아는 그녀가 재미로 읽는 책을 가식적인 것이라고 했다. 아밀리아는 실비아의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밀리아는 자신이 더 나은 학생이고, 더 나은 운동선수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실비아는 항상 자기 자신을 내보이는 것을 훨씬 더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거의 다 와서 학교 정문 계단이 보일 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고, 둘이 천천히 다가가 무리들 언저리에서 막 멈추려고 할 때, 실비아가 아밀리아의 팔을 세게 잡더니 덤불 쪽으로 홱 잡아당겼다. 아밀리아가 아프다며, 왜 그러느냐고 묻자, 실비아는 갑자기 초조한 목소리로 혼자만 알고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그녀에게 말해야겠다고 했다. 아밀리아는 그것이 무엇인지 물으면서도 그 동안 실비아는 사소한 일에도 어이없는 고도의 드라마를 발견해내는 재주가 있는 아이라 별 기대도 하지 않았다.

실비아가 어제 '그'에게 인사를 했다고 말하자 아밀리아는 그가 누구인지 물으며, 혹시 그녀가 지난 번처럼 엄마의 신경 안정제를 먹지 않았나 의심이 갔다. 실비아에게 혹시 그러지 않았느냐고 묻자 실비아는 소리를 꽥 지르며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아밀리아가 그렇다면 미안하다고, 도와줄려고 그랬다고 하자 실비아는 자신은 도움을 줄 엄마가 있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실비아는 그랬다. 상대방이 자신의 기분을 먼저 상하게 했다고 느끼면 할 말 안 할 말을 구별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밀리아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아버지와 항상 집에 없는 엄마에 대한 것을 그런 식으로 심술궂게 말했다. 심지어 아밀리아를 '어린 고아 아밀리아'라고 부른 적도 있었다. 그녀의 좋지 않은 면이었다. 하지만 아밀리아는 실비아가 엄마에 대해서 말하는 그런 것들을 간과하려고 애를 썼다. 왜냐하면 실비아가 사실은 질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녀에게는 엄마밖에 없고, 많은 시간을 집에 있지 못하지만, 엄마와 둘이 함께 보내는 시간은 굉장했고, 엄마가 없을 때도 엄마가 그곳에 있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때론 엄마와 별 시답지 않은 걸로 싸울 때도 있지만, 아밀리아는 언제나 엄마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정말로 잘 알고 있었다. 실비아의 엄마인 줄리아 (Julia)는 아밀리아에게 잘 대해줬지만, 실비아는 어쩐지 엄마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아밀리아는 진정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실비아가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며 심통을 부리다가 영국 햄스테드 히스 (Hampstead Heath) 출신인 이안 그린 (Ian Greene) 얘기를 꺼내며, 어제 마침내 그에게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그를 본 것은 학교가 시작하기 전 주에 살펴 봤던 학교 온라인 'meet book'에서 였다. 그는 새로운 얼굴이었고, 헝클어진 머리와 어둡고 분위기 있는 눈은 말할 것도 없이 그를 멋있게 보이게 했다. 남자에 관심이 없는 아밀리아의 눈에도 그렇게 보였다. 실비아는 단숨에 그를 맘에 들어 했다.

물론 이안 그린의 등장에 설레어 하는 사람은 실비아 혼자가 아니었다. 그레이스 홀의 여자 상급생 중 절반이 수업 전 그에게 눈길을 주었다. 아밀리아 역시 그랬다. 그는 자연스러운 나쁜 남자 카리스마가 있었으며, 입 한쪽이 처지게 씩 웃는 모습은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는 전자 기타를 연주하고 작곡도 했지만, 진짜 재주는 유명한 사진 작가인 아버지의 피를 물려 받은 그의 사진 실력이었다. 그의 가족은 브룩클린으로 이사를 왔는데, 이안의 엄마는 부룩클린 뮤지엄의 수석 관장이었다. 이안은 모든 여자 아이들의 관심을 이용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짓 같은 건 하지 않았지만, 잘난 체 하지 않으면서도 그에게 다가오는 모든 여자 아이들과 잠을 자는 것 같았고, 그에게 그것은 별 의미 없는 일종의 문화생활인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실비아가 다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물어 보지 않느냐고 뾰루퉁한 목소리로 물었고, 아밀리아는 아차, 하면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실비아가 그가 그녀의 집으로 왔고, 키스를 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아밀리아는 정말이냐며,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지만, 짜증이 났다. 왜 그런지 자신도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실비아는 예쁘고 굴곡 있는 몸매로 남자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는데, 특히 그녀의 방종함은 그녀를 재미있고 예측할 수 없게 만들면서도 약간은 위험스럽게 보이게 만들었다. 그것이 결국에는 남자애들이 그녀를 멀리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데 아밀리아는 실비아가 이안과 사귀는 것이 진지한 거라면 왜 자신이 그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질투를 하는 걸까? 하지만 그것은 실비아가 이안 그린과 키스한 것에 대한 질투가 아니었다. 아밀리아는 누군가에게 그런 식의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걸 상상할 수 없었다. 실비아는 다시 이안을 만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안절부절했다. 둘이 얘기를 나누다가 실비아는 결국 이안이 그녀를 집에다 데려다 주는데 그녀가 먼저 키스를 했고, 그는 그것에 응답하는 키스를 하지 않았다는 걸 실토했다.

경비원 윌이 막 문을 닫으려고 해서 둘은 서둘러 학교로 들어가려는데 남자 친구인 벤 (Ben)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벤은 아밀리아처럼 프린스턴 여름 프로그램에 지원한 아이였다. 그는 아밀리아에게 먼저 연락을 해왔고, 뉴욕주의 알바니 (Albany)에 살고 있으며, 게이라고 했다. 둘은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지만, SNS를 통해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였다. 실비아는 벤을 괴짜라고 불렀다.

벤 때문에 옥신각신 하다가 아밀리아는 학교에 지각하더라도 벤에게 답장을 보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보내지 않으면 하루 종일 시간이 없을 것 같았다. 실비아가 먼저 들어 가고, 아밀리아가 벤에게 답장을 보내고 난 잠시 후 곧바로 메시지가 왔다는 신호가 왔다. 아밀리아는 당연히 벤에게 온 것이려니 하고 확인을 했는데, 그것은 그에게서 온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발신인이 차단된 메시지로, '오후 3시 프로스펙트 파크 롱 메도우 (Prospect Park Long Meadow), 같은 부류의 사람들만의 모임이니, 혼자 올 거 아니면 아예 오지 말라'고 쓰여 있었다.

한편, 11월 26일, 8시 30분, 케이트는 아밀리아의 장례식 후 처음으로 출근을 했다. 사고 후 케이트는 아밀리아에 관계된 것들, 즉 그 아이가 좋아했던 시리얼이나, 우편 배달된 필드 하기 장비 카달로그, 십대 여자 아이들의 신발 등을 보면 욕지기를 느껴 한참을 화장실에 박혀 있곤 했는데, 그녀의 사무실에서 커다란 화병에 꽂혀 있는 백합을 보니 장례식 때 그녀의 엄마가 선택했던 백합이 생각나 다시 속이 확 타오르는 걸 느꼈다. 아밀리아가 죽고 난 후 그녀는 14파운드가 빠졌다. 그녀는 뼈만 남은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펑펑한 바지를 입었다. 지난 번에 라이트 에이드 (Rite Aid)의 약국에 갔을 때, 한 나이든 여자가 그녀에게 어떻게 그렇게 늘씬하게 몸을 유지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간단하다고, 자신은 이미 죽었으니까, 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입을 꽉 다물었다. 약을 받는데 눈물이 차올랐다. 의사가 그녀의 구토와 불면증에 도움이 될 거라며 처방전을 써주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고, 도리어 물 속에 잠겨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것을 계속 복용했다. 결국엔 숨이 안 쉬어지기를 바라며.

일터로 돌아온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그녀는 최대한 빨리 현관을 벗어나 그녀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하지만 꽃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빨리 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해도 최소한 그것을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이 있고, 아무도 마주치지 않을 테니까. 그저 하루 종일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다른 살아 숨쉬는 사람들이 자신의 잠긴 사무실 반대편에 안전하게 있다는 것으로 안정을 찾는 것, 그것이 그녀의 계획이었다.

물론 케이트가 사람들과 얘기를 하기 싫어하듯 사람들 역시 그녀를 피했다. 아무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외동딸을 둔 엄마와 얘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케이트는 집에서 더 머무를 수 있었고, 장례식에 왔던 제레미 역시 적어도 3개월은 집에서 쉬고, 2달은 집에서 일하라고 얘기했다. 아밀리아의 죽음 후, 처음 5일 동안은 대학 때부터 친했던 3명의 친구가 함께 있어 주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 가족이 있어서 장례식 후 곧바로 돌아가야 했다. 법대 시절 그녀의 남자친구였던, 게이이면서 사실상 가장 친한 친구인 세스 (Seth) 역시 토마스 (Thomas)라는 남편과 가정을 꾸렸다. 케이트의 부모님은 좀 더 늦게, 장례식 전야에 나타났다. 편리하게도, 케이트가 가장 슬픈 때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말이다. 그녀의 부모는 항상 사람들이 분노, 절망, 사랑, 기쁨 등 어떤 종류라도 크게 감정을 보이는 것을 무시했다. 특히 외동딸의. 그래서 그녀는 일찍이 자신의 감정을 통채로 삼키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는 아밀리아의 죽음으로 케이트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눈치채고 브룩클린으로 오는 데 이틀이라는 시간을 기다린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케이트가 피가 날 때까지 자신의 팔을 긁고, 너무 울어 얼굴의 모세 혈관이 터진 걸 보지 못했다. 그들은 또한 빨리 떠났는데, 아마도 케이트가 쉽게 진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일 것이었다.

부모와 친구들이 모두 떠나고 케이트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아밀리아가 태어나기 전 언제나 그랬듯이. 2주 동안 그녀는 죄의식과 슬픔에 싸인 채 아주 적막한 집에서 피부가 셀로판 종이처럼 벗겨져 버려지는 느낌으로 앉아 있었다. 그녀는 천장을 바라보며 내장이 다 타버린 깍지가 될 때까지 울었다. 아밀리아가 없는 삶을 생각해 보았다. 그녀가 없는 자신의 삶은 설명이 불가한 공허함 그 자체였다. 아무도 없는 혼자인 삶. 영원히.

매일 밤 잠자리에 들면 그녀는 꿈을 꿨다. 자신이 그레이스 홀의 지붕에서, 그녀의 사무실 유리창에서, 계단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꿈을. 그리고 도로에 떨어지기 직전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그리고 매일 아침 일어나면 그녀는 가장 높은 층으로 올라가 창문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 봤다. 아밀리아가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보았던 것을 보도록 스스로에게 강요하는 것이 충분한 형벌이 되리라고는 생각치 않으며. 아무 것도 충분한 형벌은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아밀리아가 죽은 건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보호하는 것이 엄마의 일이었고, 그것은 아이 자신에게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은 완전히 끔찍하게 그것에 실패했던 것이다. 그녀 역시 여러 번 죽을까 생각했지만, 죄의식을 가지고 삶으로써 비극적인 자신의 실패에 대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죽음의 유혹을 뿌리친 유일한 이유였다. 그녀는 더 이상 그곳에 앉아서 서시히 부패되어 가는 걸 기다릴 수가 없어서 다시 일을 하러 나간 것이었다. 아밀리아가 그레이스 홀 지붕에서 뛰어 내린 후 4주하고 이틀 그리고 16시간 만이었다.

케이트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자신의 사무실로 가다가 복도 끝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보았다. 슬론, 테이어 같은 곳에서는 그녀가 몇시에 출근하든 누군가가 그곳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야 했다. 그녀가 막 자신의 사무실 문을 열려고 하는데,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 그 소리에 놀라 열쇠를 떨어 뜨렸다. 누군지 보지 않아도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다니엘 무어 (Daniel Moore). 그녀가 제일 마주치기 싫었던 사람. 그는 바닥에 떨어진 그녀의 열쇠를 집으며, 그녀를 놀래킬 의도가 없었으며, 그녀가 당분간 집에서 일을 할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봐서 조금 놀랬다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약간 실망한 것 같았지만, 그는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둘은 컬럼비아 법대에서 첫 주에 처음 만난 이래, 거리감을 둔 존중, 노골적인 적대감과 케이트가 오랜 시간 동안 잊으려 애를 썼던 상당히 굴욕적인 과거의 어떤 일 사이에서 빙빙 돌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자주 그 일을 잊곤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추한 과거의 역사가 다시 떠올랐다.

케이트는 그가 자신에게 열쇠를 돌려주자 처음으로 그의 눈을 바라보며 갈 곳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여름 동기로 함께 슬론, 테이어에 온 이래, 둘은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경력을 쌓아갔고, 십년 반 후, 둘 다 높이 평가되는 소송 전문 파트너가 되었다. 하지만 케이트만이 제레미 측근 중의 한 사람이 되었고, 그것이 다이엘을 좀 더 위축되게 만들었다. 그녀가 없는 동안 연합 저축 은행 일을 처리하는 건 그에게 아주 큰 기회였을 것이었다. 그는 그 일에 대해 경과를 늘어 놓으며, 그것에 대해 새벽에 제레미에게 브리핑 하느라 거의 밤을 샜다고 말했다.

그녀는 빨리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어서, 더 이상 그의 시간을 뺏지 않겠다고 말했고, 그는 뭔가 더 얘기를 하려다가 그저 다시 보니 반갑다고만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나 회사의 모두가 그녀를 그리워 했고, 만약 도울 일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다.

다니엘과 헤어져 그녀의 사무실로 들어와 컴퓨터를 켜고 앉았는데,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레첸은 그녀에게 아밀리아는 이제 이 세상에 없으며, 케이트에게 주어진 이 '자유'를 느끼며 일에 매진하고 또 기회가 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도 있다고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말을 했다. 케이트는 화가 나 엄마에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f로 시작되는 욕을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잠시 후 그녀의 전화에서 새 메시지가 들어왔다는 신호가 와서, 케이트는 그녀에게서 욕을 들은 엄마려니 하고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런데, 그것은 그녀의 엄마로부터 온 것이 아닌 발신인 번호가 차단된 메시지로, 거기에는 '아밀리아는 뛰어내린 게 아니었다'고 쓰여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