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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의 작은 서재

Secrets of the Lighthouse by Santa Montefiore (2013) Margaret Kim (margaret7630) 2015-6-29  16:45:44

Secrets of the Lighthouse


By


Santa Montefiore




런던 (London)의 한 보석 가게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던 33살 엘렌 트로튼 (Trawton)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이모 페그 (Peg)가 살고 있는 아일랜드(Ireland)의 코네마라 (Connemara)로 가기 위해 섀넌 (Shannon) 공항에 도착했다. 그녀는 친구 에밀리 (Emily)에게만 목적지를 알리고, 부모님께는 글을 쓰기 위해 평화롭고, 혼자 있을 수 있는 곳으로 간다는 쪽지 한 장 써놓고 런던을 떠나왔다.


엘렌은 언제나 글들을 사랑했다. 창밖을 볼 때 마다 자신이 본 것을 글로 묘사하고자 하는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그녀는 일기장에 시와 이야기들을 적었지만, 최근에서야 자신의 인생 여정을 바꾸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그녀는 사람은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할 때에야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 글 쓰는 걸 시도하지 않으면, 결코 못하게 될 것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녀의 엄마는 작가가 되겠다는 엘렌의 열망을 비웃었지만,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엘렌의 열망이 그녀의 창의력을 말살해버리려는 엄마의 욕망보다 강했다. 코네마라는 그것을 증명하는 데 완벽한 장소가 될 것이었다.


엘렌은 에딘버러 대학 (Edinburgh University)를 졸업했고, 여동생 라비니아 (Lavinia)가 결혼하기 전까지 런던에서 함께 살았다. 그녀가 재정적인 문제에 허덕이자 엄마가 집으로 들어오라고 설득했고, 이후 계속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엄마 (Lady Anthony Trawton)는 동생들은 다 결혼을 했는데, 장녀인 엘렌이 결혼하지 않고 있으니 애타하면서 수년 동안 결혼을 종용했고, 결국 엘렌은 엄마의 성화에 약혼을 하고, 다섯 달 후 결혼 날짜까지 잡아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어느 날, 지금 아니면 다시는 글을 쓰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한 약혼자인 윌리암 (William)을 사랑해서가 아닌,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결혼을 약속했다는 걸 깨닫고 이모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실, 도시 출신인 그녀는 시골을 그저 흙투성이며 지독히 조용한 곳으로 여기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코네마라에 가기로 작정한 것은 엄마가 그녀를 절대로 찾으러 오지 않을 유일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왜냐하면 엄마와 이모는 무슨 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30년이 넘도록 서로 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모집에 있으면 돈을 많이 허비하지 않고 지낼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을 휴직이 아닌 완전히 그만두고 왔기 때문에 낭비를 해서는 안되었다. 그녀는 페그 이모가 부자이며 가게와 카페들이 즐비한 번화한 도시 근처에 있는, 시골이라도 좀 더 문명화된 곳에 있는 저택에서 살고 있기를 바랬지만, 공항에서 그녀를 마중 나온 이모를 보면서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엘렌은 여왕처럼 말하는 엄마와는 달리 이모의 강한 아이리쉬 엑센트에 놀랐다. 페그 이모는 웃고 있는 달걀처럼 보였고, 짧고 삐죽삐죽한 흰 머리와 반짝이는 커다란 푸른 눈을 갖고 있었다. 그녀의 튼튼한 부츠와 두꺼운 갈색 바지를 보며 엘렌은 이모가 시골 습지에 사는가 보다고 낙담했다. 또한 그녀의 거친 손을 보니 분명 직접 장작을 패고 밭일을 하는 게 틀림없었다. 엘렌이 이모에게 엄마와 많이 다르다고 하자, 이모는 자신이 더 나이를 많이 먹었고, 자신들은 항상 아주 달랐다고 말했다.


엘렌은 낙관적으로는 덕의 귀감이요 비관적으로는 단조로움의 극치인 그녀의 금발 동생들과는 달리 반항적인 십대를 보냈다. 아버지의 날렵한 턱과 금발, 그리고 살짝 튀어나온 눈을 가진 동생들은 복종적이며, 예쁘고, 우아한, 말그대로 엄마가 원하는 틀에 딱 들어맞게 자랐다. 반대로, 생긴 것도 그들과 달리 아버지는 전혀 닮지 않고 오로지 엄마만 닮은 엘렌은 와일드하고 창의적인 성품이었는데, 엄마는 독립심이 강한 엘렌을 마치 엄마가 생각하는 '나쁜' 부류의 사람이라도 되는 양 여겼고, 절대적으로 반대했다. 그런 엄마로 인해 그녀의 독립심은 더 강도가 세졌다. 검은 빛깔의 머리카락과 반항적인 기질은 완벽해 보이는 그녀의 가족 사이에서 별종으로 보였다.


그런 엘렌을 엄마는 다른 가족들처럼 엄마의 틀에 맞게, 귀족 출신의 아가씨를 위해 만들어진 틀에 넣기 위해 온갖 애를 썼다. 한동안 엘렌도 엄마의 의견에 순순히 따르며 자신을 바꿔보려고 노력했었다. 순종하고 싸움을 포기하는 게 더 쉬운 일인 것 같았고, 거의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본성을 저버리는 건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머지 않아 불행감이 그녀를 압도했고, 그녀로 하여금 다시 그녀 자신의 형상으로 되돌아가게 만들었다. 자신이 충분히 할만큼 했다고 결심했던 때가 정확히 언제인지 말할 수는 없지만, 아일랜드로 가기로 한 것이 자유를 찾기 위한 일생의 투쟁의 결과였다.


페그 이모는 엘렌의 자매들의 결혼식에, 레오노라 (Leonora)가 백작 (earl), 라비니아가 준남작(baronet)과 결혼할 때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그녀의 이름 조차도 언급되지 않았다. 엘렌은 지난 수년 동안 오가는 대화 속에서 두 사람의 관계에 뭔가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엄마는 매해 밸리몰둔의 이모에게서 온 크리스마스 카드나 편지를 콧방귀를 뀌며 즉시 그녀의 서재에 있는 서럽장의 맨 아래칸에 넣어 버렸다. 호기심을 버릴 수 없었던 엘렌은 한두번 그것들을 읽어 보고 엄마가 비밀스런 과거를 갖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엄마에게 그것을 물어보지는 않았다. 편지는 항상 그녀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는데, 가끔 엄마가 슬픈 표정으로 앞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걸 보면 그것이 그 편지들과 연관이 있는지 궁금했다. 가을에 낙엽 타는 냄새가 향수를 불러 일으키듯, 그 편지들의 향기가 서랍을 뚫고 나와 그녀를 과거로 끌고 가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편지들은 엘렌이 집을 벗어나기 위해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들, 즉 이모의 주소, 전화 번호등을 제공했다. 그녀는 이만큼의 세월 동안 엄마가 숨겨왔던 것을 찾아낼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되고 약간은 두렵기까지 했다. 그녀는 이모의 거친 손을 내려다 보며 엄마의 부드러운 흰 손가락과 완벽하게 칠해진 손톱을 생각했다. 엄마는 결혼을 잘한 것 같았고, 이모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았다. 그들의 삶은 정말 완전히 달라 보였다.


페그 이모는 엘렌이 전화했을 때 너무나 놀라기는 했지만 반가웠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들 중에서 그녀에게 갑자기 전화한 사람이 엘렌이라는 것이 믿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엘렌은 그저 런던을 떠나고 싶었었다고, 그곳은 너무나 복잡하고 생각이라는 걸 하기에 너무나 시끄러운 곳이라고 대답했다. 이모는 신예 작가에게 그곳은 적절한 장소가 아니라고 맞장구치며, 엘렌이 쓴 글들에 대해 빨리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엘렌은 이모에게 자신이 글을 쓰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가족인 이모에 대해서도 좀 더 알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엘렌의 말을 들은 이모는 엘렌이 엄마에게는 그곳에 온다는 얘기를 안하고 왔을 것 같다면서, 그녀의 엄마는 엘렌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모의 물음에 엘렌은 거실 복도 테이블에 남겨 놓고 온 쪽지를 떠올렸다. 그걸 본 엄마는 크게 콧방귀를 낄 것이다. 엘렌은 그녀가 한마디도 없이 떠난 사실과, 윌리암과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한 사실 중 엄마가 어느 것에 더 속상해 할 지 궁금했다. 윌리암이 라비니아의 남편처럼 준남작도 아니고, 레오노라의 남편처럼 백작도 아니지만, 그의 가족은 연줄이 든든했고 스코틀랜드 (Scotland)에 넓은 대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엄마는 그들이 아주 멀기는 하지만 약간이라도 죽은 왕대비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엘렌은 이모에게 그저 시골에 있는 친구 집에서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고 대답했다.


주차장에 있는 차 중에서 가장 지저분한 차가 이모 차였다. 엘렌이 이모가 사는 곳이 어디냐고 묻자, 이모는 차로 2시간 정도 더 가야하는 밸리몰둔 (Ballymaldoon)이라는 시골 도시에서 약간 외곽지대인, 바다 근처의 기분 좋은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차를 타고 가는 도중, 엄마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가 엘렌은 호기심을 떨칠 수가 없어서 두 사람은 왜 사이가 틀어졌느냐고 물었다. 이모는 입술을 옆으로 잡아 당기더니 딱딱하게 그건 엄마에게 물어보라고 말했다. 엘렌이 미안하다며, 얘기하기 힘든 일인가 보다고 하자, 이모는 이미 다 지난 일이라고 말했다. 엘렌은 엄마에 의해 아레 서랍으로 아무렇게나 던져져 버렸던 이모의 카드와 편지들을 떠올리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모가 가족을 못보고 사는 건 굉장히 슬픈 일일 것이라고 말하자, 이모는 놀라며, 도대체 너의 엄마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가족을 안보고 사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바로 너의 엄마라고, 우리가 그녀에게서 30년이 넘게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들은 엘렌은 몹시 놀랬다. 또한 이모한테 세 명의 아들이 있는데, 모두 30대로 각자 일을 하고 있고, 이모와 엄마에게는 4명의 남자 형제가 있다는 것, 그들은 모두 코네마라에 살고 있으며, 대가족으로 아주 가깝게 지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엘렌에게 아주 많은 사촌들이 있다는 것 등등의 얘기를 듣고, 자기에게 사촌들이 있다니 상상을 할 수가 없었다.


차를 타고 오는 내내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아름답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광경에 두렵기도 했다. 그러다 마침내 그들은 고딕 양식의 교회가 크게 자리하고 있는 조그만 시내를 지나 항구 쪽으로 갔다. 밸리몰든은 작고 이쁜 도시이긴 했지만, 엘렌을 유혹할 정도의 괜찮은 가게는 없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아무 것도 없는 이곳에서 물에서 나온 생선처럼 질식해서 런던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자신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궁금했다. 그만큼 이곳은 이쁜 것만큼 할 건 별로 많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아주 작은 오두막 같은 이모 집에 도착한 엘렌은 처음엔 실망했지만, 차에서 내려 주위를 돌아보고 눈앞에 펼쳐진 너무나 아름다운 경치에 깜짝 놀랐다. 그곳에는 저녁 안개 속에서 반짝이는 바다가 있었고, 한 중간에 환영처럼 어렴풋이 불에 타고 남은 등대가 서 있었다. 엘렌은 잠시 서서 그것을 바라보았다. 서서히, 등대는 주변이 어두워지고 안개가 에워싸자 마치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러는 그녀에게 흑백의 털을 가진 보더 콜리인 배저 (Badger)와 연한 갈색의 돼지인 버티 (Bertie)가 다가와서 아는 척을 했다. 이모의 집에는 이들 말고도 다람쥐며, 새며, 여러 종류의 동물들이 가족처럼 함께 살고 있었다.


집 안은 아늑했고, 엘렌은 이모의 안내로 먼저 자신이 지낼 방으로 갔다. 그녀의 방에서는 바다가 보이고 아까 보았던 바로 그 등대가 보였다. 이모에 따르면 그 등대는 비극적인 사연이 있었는데, 젊은 아이 엄마가 화재로 그곳에서 죽었다고 했다. 늦은 밤 시간에 그녀가 그곳에서 뭘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그녀의 남편인 코너 매코스랜드 (Conor Macausland)는 아내의 사고 후 그들이 살던 성 내의 좀 더 작은 집으로 옮겨 갔다고 했다. 페그의 남동생 조니 (Johnny)와 그의 큰아들 조 (Joe)가 그곳의 정원일을 하고 있으니 그것에 관한 얘기를 더 들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이모는 목소리를 낮추더니 그녀가 남편에게 살해됐다는 소문이 있었고, 잠깐 그가 유력한 용의자였었다고 했다. 많은 경찰들이 그 사건에 뛰어 들었지만, 그들은 그가 그랬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그 어떤 것도 찾지 못했는데, 어떤 사람들은 경찰이 그가 죽이지 않았다는 증거 역시 찾지 못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엘렌이 이모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자신은 사고였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미스테리와 살인이라는 걸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나서 이모는 엘렌을 남겨두고 방을 떠났고, 엘렌은 가방에서 셀폰을 꺼내 스위치를 켰다. 두 개의 메시지와 두 개의 문자가 와 있었다. 엄마에게서 두 번 전화가 온 걸 보고 그녀는 듣지도 않고 음성 사서함의 메시지를 지워 버렸다. 문자 중 하나는 약혼자인 윌리암에게서 온 것으로, 만나서 얘기를 하자고 했다. 그는 엘렌의 가출을 결혼을 앞두고 예민해진 여자들의 일탈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았다. 윌리암의 침착함은 놀랍지도 않았다. 그는 어떤 것에도 쉽게 당황하지 않는 전형적인 상류 계급의 영국 남자였다. 분명 그는 엘렌의 행동에 눈을 굴리며 여자들이란, 하고 생각할 것이다. 다른 문자는 에밀리 에게서 온 것으로, 엘렌의 엄마가 두번 전화했고,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 지 모르겠으니 전화해 달라고 했다.


엘렌은 다시 전화기를 끄고 창가로 가서 문을 활짝 열고 축축한 밤 공기를 깊이 들이 마셨다. 전율이 피부를 타고 파문처럼 번졌다. 추위 때문인지, 가출한 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것이든 상관없었다. 그녀는 마침내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졌음을 느꼈다. 그녀의 인생 중 첫 33년은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려고 애를 썼고, 이제, 마침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된 것이다.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간 엘렌은 이모의 부엌이 참 편안하다고 느끼며, 자신의 집 부엌을 떠올렸다. 엘렌의 집은 진짜 가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한 유명한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가 장식하고 정기적으로 새롭게 손을 보는 그저 하나의 장식품이었고, 부엌 역시 텃세를 부리는 암탉 같은 가정부 미세스 레오나드(Mrs. Leonard)가 장악하고 있는 곳으로, 가족들은 밥먹을 때 외에는 거의 그곳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모의 부엌은 달랐다. 그곳은 그 집의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이었고, 엘렌은 그곳에 앉아 감사하며 사랑을 빨아 들였다.


6시가 되자 좀 전에 옆집에 산다고 이모가 얘기했던, 정장을 입고 그림을 그린다는 오스왈드 (Oswald)라는 친구가 찾아 왔다. 그는 굉장히 유쾌한 사람으로, 엘렌에게 무엇에 관한 글을 쓸거냐고 물었고, 엘렌은 아직 확실치 않다고 대답했다. 그는 생각이 적을 수록 더 좋다고 말하며, 지금 있는 곳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느끼면서 그녀의 상상력이 새롭고 매력적인 곳으로 그녀를 데려가게 하라고 충고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오스왈드가 그린 등대 그림을 보면서 다시 그것에 얽힌 사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사건이 난 후 남편 코너는 대부분의 시간을 더블린 (Dublin)에서 보내고 아이들도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집에 있을 때에도 거의 집밖으로 나오지 않아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유명한 영화 프로듀서였지만, 아내 캐이틀린 (Caitlin)이 죽고 난 후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 것 같진 않다고 했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엘렌은 자신의 아이폰을 꺼내 다시 켰다. 거기에는 엄마, 아버지, 동생들, 윌리암, 친구들 등등 그녀가 아는 많은 사람들, 그녀에게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말했던 사람들로부터의 문자 메시지, 음성 메시지 등등이 몽땅 들어와 있었다. 그것을 본 엘렌은 숨이 막혔다. 그녀는 일어나 옷을 입고 전화기를 바지 뒷 주머니에 꽂고 달려서 계단을 내려갔다. 일단 밖으로 나가자 차가운 공기가 정신이 들게 했다. 뒤따라 나온 이모가 괜찮냐고 물었다. 엘렌은 숨을 깊게 들이 마신 뒤 산책을 하고 싶다며 바닷가에 다녀 오겠다고 했다. 아침도 먹기 전에 바다에 간다고 걱정하는 이모를 뒤로 하고 바닷가에 간 엘렌은 호주머니에서 아이폰을 꺼내 온 힘을 다해 가능한한 멀리 바다를 향해 던져 버렸다. 그녀는 눈앞에 펼쳐진 드넓은 바다를 보면서 세상은 끝없는 가능성으로 가득찬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은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시 이모의 집으로 돌아가자,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낯선 차 몇 대가 이모 차 옆에 세워져 있었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생전 처음 본 삼촌들이 와 있었다. 그들을 보며 엘렌은 이 사람들이 내 가족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들은 각자 데스몬드 (Desmond), 라이언 (Ryan), 조니 (Johnny), 크렉 (Craic), 그리고 조니의 아들 조 (Joe)라고 소개했고, 크렉은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이는 'Pot of Gold'라는 펍 (pub)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잠시 후 데스몬드가 엘렌의 엄마에 대해서 묻자 갑자기 방 안이 조용해졌고, 어색함이 무거운 구름처럼 다시 그들에게 내려 앉았다. 그의 형제들이 걱정스러워 하며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데스몬드는 전혀 멈칫거리지 않았다. 엘렌은 아무렇지 않게 엄마는 잘 지낸다고 말했다. 조니가 주뼛주뼛 수염을 만지며 무슨 생각으로 그녀의 엄마가 그녀를 이곳으로 보냈느냐고 묻자, 엘렌 대신 페그 이모가 엘렌의 엄마는 그녀가 이곳에 온 지 모른다고 말했다. 라이언이 그럼, 도대체 그녀는 엘렌이 어디에 있는 걸로 알고 있느냐고 묻자 엘렌은 시골 어느 구석에서 글을 쓰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가 그녀에게 작가냐고 물어서 엘렌은 작가가 되려고 애를 쓰는 중이라는 게 더 정확한 말이라고 대답했다. 엘렌이 오스왈드에게 들은 성에 관한 얘기를 하며 그곳이 한 책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자 조니가 자신이 그 성의 관리자이며 조와 함께 일하고 있다며, 시간이 되면 그곳에 함께 가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는 그곳에는 소설에 도움이 될만한 유령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사실, 그곳의 안주인이었으며, 등대의 화재로 죽은 캐이틀린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지 않고 그곳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장례식에도 참석해서 아이들과 남편이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는 걸 보았으며, 그녀의 아들은 잠결에 그의 곁에 머물고 있던 엄마의 영혼을 직접 눈으로 보기도 했다. 캐이틀린은 자신을 데릴러 온 하얀 빛을 따라가지 않았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영혼이 육체를 떠나자 흰 빛이 그녀를 데릴러 왔지만,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점은 지상에 남을지, 아니면 빛을 따라 갈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그녀는 가족 곁에 머무는 것을 선택했다. 그녀는 그렇게 하는 것이 남편이나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녀의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실체를 볼 수는 없었다.


그녀는 고성소 (limbo)에 머무르고 있으며,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육체는 없었다. 그녀는 결코 사라지지 않은 연기 줄기처럼, 의지력으로 이곳에서 저곳을 떠다니고 있었다. 한 순간 더블린에 있다가 다음 순간에는 코네마라에 있기도 했다. 하늘로 올라 가기를 거부했지만, 땅에서도 어떤 역할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그녀가 사랑한 사람들을 지켜볼 수밖에. 잠을 잘 필요도 없고,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추위도, 그녀의 살갗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항상 그랬듯이 아름다운 아일랜드 시골의 깊고 영원한 기쁨은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지금은 예전보다 그것을 더 많이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것이 그녀가 갖고 있는 전부이기 때문이다.


성에 머무는 그녀는 외로웠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다른 영혼들이 성의 복도를 지나다녔지만, 그들은 그녀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그들을 열심히 뒤쫓아 혹시 친구를 찾을 수 있을까 방방마다 찾아 다녔다. 그들은 추운 겨울 아침에 내뱉는 숨처럼 공기 중으로 사라지는 안개였다. 그녀는 그들이 자신이 살아 있을 때에도 그곳에 머무르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왜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는지 알 수가 없었다. 친구가 있으면 좋을텐데 말이다.


캐이틀린은 골웨이 (Galway)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더블린을 좋아하지 않았다. 살아 있을 때에도 그곳의 소음과 콘크리트 건물들이 싫었는데, 죽은 지금도 역시 그랬다. 하지만 더블린에서 지내고 있는 아이들 가까이에 있을 수 있으므로 그것들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건강했고 행복해 보였지만, 언젠간 다시 엄마를 기억하며 눈물을 흘릴 것이다. 깊은 상실감은 쉽게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것을 덮고 잊으려고 하지만, 조만간 불가피하게 그것을 대면하게 되고 극복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땅이 결국 그 안에 묻힌 모든 뼈들을 다 토해내듯 인간의 마음도 그 안의 고통을 토해내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이들 아이다 (Ida)와 핀바 (Finbar)가 엄마의 위로를 필요로 할 때 안아주지는 못하지만, 그들이 볼 수 없는 그림자처럼 바로 그들 곁에 머무르고 있으며, 그들의 상실이 그들을 다시 괴롭힐 때에도 그곳에 있을 것이다. 그녀의 남편 코너는 아이들과 달리 고통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그것을 그의 심장의 한가운데에서 타고 있는 석탄처럼 갖고 다녔다. 그가 그녀를 그렇게 많이 사랑하고 있는 걸 알았더라면, 그녀는 자신이 했던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텐데. 그녀는 남편이 그녀가 살아 있을 때 왜 그것을 보여주지 못했는지 한탄스러웠다.


그는 지금 대부분의 시간을 더블린에서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열심히 일했고 온갖 열정을 다 바쳐 만들어내려고 했던 영화들은 비쩍 마른 수국들처럼 메말라버렸다. 그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셨고, 파티를 아주 열심히 했다. 사람들과 음악의 소음이 그의 마음 속 고통과 양심의 괴롭힘으로부터 그를 벗어나게 해주기를 바라며. 아이들을 데리고 밸리몰둔에 올 때면 그는 성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냈다. 그는 언덕으로 말을 타고 갈 때, 해변가를 걸을 때, 그녀가 바로 그의 곁에 있다는 걸 몰랐다. 그녀가 그의 손을 잡을 때, 그것은 바람처럼 차갑고 서글픈 기운일 뿐이었다.


그는 시내를 돌아다니지 않았다. 'Pot of Gold'는 온통 소문이 난무했고, 그는 사람들의 책망하는 시선과 소근거림을 견딜 수 없었다. 사실, 사람들은 그가 수년 전 그 성을 샀을 때부터 그를 의심쩍게 바라보았다. 그는 영국 엄마와 아일랜드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더블린에서 자랐는데, 아일랜드계 사람들은 앵글로 아일랜드 사람들을 첫번째가 앵글로, 두번째가 아일랜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코너는 자신을 아일랜드계라고 말할 정도로 아일랜드를 진정으로 사랑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가 사교적이지 않거나 지역 사람들을 위해 호화로운 파티를 열지 않는다고 그를 싫어했으며, 더 나쁜 것은 그가 미사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 결혼할 당시, 캐이틀린은 영화배우를 꿈꾸는 아일랜드 소녀였고, 두 사람은 코너가 골웨이에서 만들고 있는 영화 셋트 장에서 만났다. 그녀는 작은 역할을 맡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녀가 더 나은 경력을 쌓기 위해 그의 관심을 끌었다고 말했지만, 사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에 빠졌다. 그는 그녀에게 시나 그림, 노래에 영감을 불어 넣어주는 그런 여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바랬듯이, 그녀는 유명한 영화의 주인공을 맡을 만한 인물은 못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밸리몰둔의 성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일에 열중하였고, 코너가 그녀를 위해 써준 시와 그가 주문한 그녀를 그린 그림들로 만족했다.


그녀가 원하는 건 오로지 코너였으며, 그와 함께 있는 한, 그녀는 더 이상 아무 것도 바랄 것이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기꺼이 포기한 배우로서의 삶에 미련이 남지 않았고, 배우로서의 명성이나 크나큰 사랑을 꿈꾸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이 코너의 눈 속에 비친 빛이라면 다른 사람 눈 속의 빛일 필요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건 참으로 기묘한 것이었다. 때로, 얼마나 많은 사랑을 얻든 간에, 그것은 결코 충분하지가 않았다.


더 이상 더블린의 무거운 분위기를 견딜 수 없게 되자, 캐이틀린의 영혼은 코네마라로 날아갔다. 그녀는 호수 위를 스쳐가기도 하고, 언덕 위에서 자신의 생을 마감했던 등대도 바라보기도 하고, 성과 교회 등 자신이 사랑했던 곳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등대를 가볼 수는 없었다. 그곳에서의 기억들이 아직은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2월의 어느 날, 추운 아침에 성을 걷고 있던 캐이틀린의 눈에 낯선 사람이 들어왔다. 그 사람은 아름다운 흑발의 여성으로, 조니와 조와 함께 있었다. 매주 와서 집을 돌보아 주는 미세스 하겟트 (Haggett) 외에 그녀의 집에 발을 들인 여자는 지금까지 없었다. 캐이틀린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듯 서있었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주 오랫만이었다. 조금 더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그녀는 정말로 사랑스러웠다.


그들은 성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 여자는 캐이틀린의 집의 웅장함에 크게 감동을 받은 눈치였다. 잠시 후 그녀가 조에게 캐이틀린은 어떤 사람이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코너의 엄마처럼 영국식 엑센트였고 상류층의 그것처럼 우아했다. 조와 조니가 캐이틀린은 특이했고, 제멋대로 구는 면도 있었다고 했으며, 결혼 후 배우를 그만뒀다는 등의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배우를 계속했으면 좋은 배우가 됐을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들의 대화를 통해 캐이틀린은 그 여자가 그들의 가족임을 알게 되었다. 조니는 캐이틀린에 대해서 약간의 좋아하는 감정을 갖고 있었는데, 그는 그녀가 남편이 내내 집을 비우는 동안 큰 집에 휑뎅그레하게 혼자 남아 있는 것이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가 보기에 그녀는 누군가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그런 여자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엘렌이 그녀가 지역 사람들과 잘 어울렸느냐고 묻자, 조가 그녀는 남편이 없을 때 'Pot of Gold'에서 노래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조니가 그녀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잠시 후 그들은 그녀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엘렌은 호기심이 많은 것 같았다. 그녀가 페그 이모에게서 들은대로 남편이 캐이틀린을 죽인 거냐고 물자 조니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날 밤 둘이 함께 등대로 가 그녀가 등대 꼭대기로 올라갔는데, 웬일인지 등대에 불이 났고 그녀가 불길을 피해 밑으로 뛰어 내렸는데, 발치에 있는 바위 위에서 뼈가 부스러진 채 발견됐다고 했다. 그것이 자정 무렵이었고, 딜란 머피 (Dylan Murphy)라는 동네 사람이 30분 전에 개를 데리고 산책하다가 한 남자가 배를 타고 떠나는 걸 분명히 봤다고 말했다. 그 남자가 누구였느냐고 엘렌이 묻자 조니는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자 조가 아니면 아무도 그가 누군지 얘기를 안하는 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리고 매커스랜드 씨가 그날 밤 그곳에는 그와 캐이틀린밖엔 없었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조니는 머피가 봤다는 사람도 그의 상상일 거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엘렌이 등대에 어떻게 불이 났느냐고 묻자 조가 올라가는 계단마다 초가 세워져 있는 걸 경찰이 발견했다고 대답했고, 조니가 캐이틀린이 약간 극적인 것을 좋아했던 여자였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종종 남편이 없을 때 등대로 배를 저어 가곤 했는데, 남편은 위험하다고 대낮에도 그곳엔 가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물론 남편의 말에 캐이틀린은 반항했다고. 그것이 그녀의 본성이라고. 조니는 페그의 집에서 밤늦게 나올 때 등대 유리창에서 촛불이 반짝거리는 걸 여러 차례 목격했었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들은 엘렌이 밤새 그녀가 그곳에서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며, 그녀에게 그것을 물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조니와 조가 웃으며 캐이틀린은 뭔가를 물어볼 수 있는 그런 타입의 여자가 아니었으며, 질문을 해도 알아들을 수 없게 대답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조니는 그녀가 남편인 매코스랜드 씨를 두려워 했다고 말했다. 그가 그곳에 올 때면 그녀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으며, 펍에도, 시내에서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학교 운동장에서 그녀를 본 사람들은 남편이 집에 있을 때면 그녀는 불안해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없을 때 보여줬던 걱정 없는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엘렌이 왜 그런지 이유를 묻자 조니는 캐이틀린은 코네마라를 좋아했고, 그곳에서 정원을 가꾸며 살고 싶어 했는데, 남편은 아이들의 교육 때문에 도시를 선호했으며, 그 문제로 둘이 심하게 다툰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결국 남편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 아내의 의견에 따라 코네마라에 살기로 했지만, 그는 할 수 있는 한 자주 더블린으로 가서 생활했다는 것이었다. 아내가 죽은 후 그는 아이들을 즉각 더블린으로 데려갔고, 코네마라엔 자주 오지 않았고, 가끔 오는 그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찼었다고 했다. 엘렌이 그런데 그는 왜 그 집을 팔지 않는지 묻자 조니와 조는 어깨만 으슥할 뿐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들은 성 안으로 들어가 벽에 걸려져 있는 캐이틀린의 초상화를 보았다. 그녀의 남편은 집 안의 다른 물건들을 모두 다 옮기면서 이상하게도 캐이틀린의 그 초상화는 그대로 두라고 했다. 그림을 보고 있던 조가 그녀가 그들을 마주보고 있는 것 같지 않느냐고 물었고, 엘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그림 속의 그녀가 진짜 살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는 발걸음을 옮기며 섬뜩한 느낌이 든다고 말하며, 그곳은 귀신이 나오는 집임에 틀림없다고, 밖에서 보자며 나가버렸다.


캐이틀린은 조가 그녀가 아직 그곳에 있음을 알고 있음을 보고 기뻤다. 물론 엘렌 역시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캐이틀린의 초상화를 아주 오랫 동안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캐이틀린은 엘렌이 자신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마치 엘렌이 큰 소리로 물어 보기라도 한 것처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엘렌은 그림을 보면서 케이틀린이 아직 그곳에 머물고 있음을 직감한 것 같았다. 캐이틀린은 그런 엘렌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밖으로 나온 엘렌과 조는 그림을 보며 느꼈던 느낌, 즉 조는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는 것, 엘렌은 초상화 속의 캐이틀린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고 말했다. 조는 다시 한번 그 집이 귀신들린 집이라고 말했고, 조니는 그런 그를 나무랐다.


성에서 나와 그들은 함께 'Pot of Gold'로 갔는데, 동네 사람들이 엘렌을 보기 위해 몰려 와서, 엘렌은 자신이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를 통해 할머니가 체구는 작았지만 6 남매를 혼자 키우셨다는 것, 오직 가족을 전부로 생각하셨다는 것 등을 듣게 된다. 엘렌의 엄마가 떠나자 속이 몹시 상하셨지만, 사람들에게 한번도 거기에 대해서 불평의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엘렌은 자신의 엄마가 정말 너무 큰 잘못을 해서 아무도 그것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거냐고 묻고 있는데, 평범해 보이지 않는 딜란 머피가 들어오는 바람에 얘기가 중단되었다.


딜란은 엘렌에게 인사를 건네며 아주 강렬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의 이름이 에디스 워튼 (Edith Wharton)『순수의 시대』(The Age of Innocence) 에 나오는 인물 [백작 부인 엘렌 올렌스카 (Olenska)]과 같은 이름이라고 말했다. 엘렌은 펍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 상황이 몹시 불편했다. 하지만 그녀는 엄마에 대한 걸 알고 싶었다. 그래서 살짝 미끼를 던져 보기로 했다. 그녀가 엄마가 그곳에 살 적에 항상 우아했었다고 페그 이모한테 들었다고 하자, 조니와 딜란은 서로 은밀한 눈빛을 주고 받았고, 엘렌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딜란은 처음엔 거의 미친 사람 같은 눈빛이었는데, 지금은 대신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강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엘렌은 그가 그런 식으로 자신을 바라보지 않았으면 싶었다.


엘렌이 엄마가 소녀 시절 어땠느냐고 묻자, 조니는 페그는 분별있는 아이였지만, 그녀의 엄마 매디는 고집불통이었다고 했다. 엘렌이 도대체 엄마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고 묻자 딜란은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눈길을 피했으며, 조니는 그녀의 아버지를 만나 집과 가족을 등졌다고 대답했다. 딜란은 엘렌에게 이것저것을 묻고, 엘렌이 가족을 찾은 건 운명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슨 일이든 우연은 없으며, 반드시 일어난 이유가 있기 마련이라고 했다. 엘렌은 딜란의 얼굴에 따뜻함이 어려있는 걸 보았다. 딜란은 엘렌이 엄마처럼 아름다운 미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점심 후 페그 이모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모는 잠시 외출 중인 것 같았다. 엘렌은 오롯이 혼자 남겨진 이 시간에 무엇을 해야할 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한번도 이렇게 홀로 남겨져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좀 걷기로 하고 바다로 향해 가면서 지난 날의 런던에서의 삶은 부모의 뜻에 따라 사는 삶이였을 뿐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항상 뭔가를 창조하기를 좋아했고, 어떤 식으로든 그녀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는 걸 깨달았다. 문제는 그녀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제 그녀는 과거의 자신과 같은 사람이고 싶지는 않다는 걸 깨달았고, 분명한 건 부모의 훈련 아래 있던 자신이 정말로 어떤 사람이었는지 깨닫기 전까진 런던으로 돌아가지 않고 코네마라에 머물거라는 것이었다.


비를 흠뻑 맞고 집으로 돌아간 엘렌은 이번에는 페그의 아들 로난 (Ronan)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페그 이모한테 'Pot of Gold'에서 딜란 머피를 만났었다고 말하며 잠시 주의깊게 이모를 살폈지만, 이모는 딜란을 괴짜라고 말하면서도 별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엘렌은 단도직입적으로 묻기로 하고, 딜란이 엄마를 사랑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모는 차를 따르던 걸 잠시 멈추고, 잠깐 할 말을 잃은 것 같았다. 엘렌이 자신은 알 수 있었다며, 딜란이 자신을 크고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고 말하자, 이모는 엘렌의 얼굴에서 그녀의 엄마의 모습을 찾고 싶어서 그랬을 거라고 말했다. 엘렌은 페그 이모에게서 그녀의 엄마와 딜란, 엘렌의 아버지와 매코슬랜드에 얽힌 사연을 듣게 되고, 또한 목수인 로난이 캐이틀린을 위해 많은 작업을 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는 당시 등대에 두 사람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그 사건에 대해서 절대로 입을 열지 않을 것이고, 다른 한 사람은 그렇게 할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며, 자신은 캐이틀린은 어떤 식으로든 남편 코너에 의해서 살해됐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로난과 함께 다시 들른 'Pot of Gold'에서, 데스몬드의 아내로부터 페그 이모에게 시애라 (Ciara)라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 일곱살 때 익사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 일 이후 그녀와 남편은 더 이상 함께 살 수가 없어 헤어지게 되고, 남편은 미국으로 떠나게 된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엘렌은 페그 이모에게서 느껴졌던 알 수 없는 슬픈 기운이 왜 짙게 풍겨 왔는지, 또 공항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미국으로 떠난 전남편과 그의 딸 이야기를 하면서 왜 그렇게 슬퍼 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다음 날, 엘렌은 오전엔 매코스랜드의 성에 다시 한번 더 가보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그곳에 가면 금방 조니와 조를 만날 거라고 생각했고, 그들의 트럭이 세워져 있는 걸 보았지만, 성이 너무 커 그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혼자서 주변을 둘러 보기로 하고 나무가 우거진 숲 속을 걸으며 자신이 걸어온 길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얼마큼 걷고 난 후 다시 되돌아 가려고 했지만, 그녀를 둘러싼 주변의 모습은 모두 비슷비슷해서 자신이 어떤 길로 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걷다 보면 성의 탑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걸었지만, 그것은 보이지 않았고, 다시 언덕이 나왔다.


그전까지는 놀라지 않았지만, 혹시 길을 잃은 건 아닐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혹 추위로 거기서 죽을 수 있을까, 그녀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 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등등 생각하며 이제는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녀가 막 좌절하려고 하던 참에, 휘파람 소리와 이어서 개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구조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뛰었다. 그녀는 바위를 힘겹게 기어 오르고, 비틀거리며 비탈을 내려가다가 커다란 밤색 말을 타고 산등성이를 넘어 그녀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던 한 남자와 정면으로 부딪칠 뻔 했다.


잠시 후, 그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누다 엘렌은 그가 바로 아내를 죽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코너 매코스랜드 임을 알아차린다. 그는 엘렌이 혼자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까지 왔다며, 자신이 차로 그녀를 데려다 주겠으니 함께 그의 집으로 가자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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