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of the Book

By Geraldine Brooks

호주의 시드니에 살고 있는 고서적 감식 전문가인 주인공 해나(Hanna Heath)는 1996년 현재, 보스니아(Bosnia)의 사라예보(Sarajevo)에 있는 한 은행 상담실에서 의뢰받은 고문서를  감식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도착하자 마자 바로 그 서적을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며칠 동안 보스니아 정부 관계자, 박물관 관계자 그리고 UN 관료들과의 끊임없는 회의를 거쳐, 오늘 드디어 그 서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국립박물관 소유이기 때문에, 박물관 관계자가 오기 전에는 은행에서는 금고에 들어 있는 그 서적을 꺼낼 수가 없다고 해서, 그 관계자가 오기를 두 시간째 기다리고 있다.

밖에는 5분 전까지 총탄이 날아다니는 전쟁중이었고, 그녀 주변에는 그녀를 호위하는 총을 든 보스니아 경찰들과 그들을 감시하는, UN에서 파견된 관료이며 스코틀랜드 출신의 시크교도 한 사람이 서성거리고 있다. 물론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의뢰받는 서적들을 감식하기는 하지만, 적절한 온도가 맞춰져 있고, 손을 뻗기만하면 닿을 수 있도록 모든 기구가 갖춰져 있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혼자 연구하는 걸 좋아하는 그녀로서는 이런 환경에서 일하기는 처음이다. 그런데, 그녀는 어떻게 사라예보로 오게 되었고, 그녀가 그토록 초조하게 기다리는 고문서는 무엇인가?

어느 날 새벽 2시,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고서적 감식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스라엘 특수부대 출신인 아미타이 욤토프(Amitai Yomtov)에게서 전화가 온다. 그리고 그는 해나에게 바람처럼 사라졌던 『사라예보 하가다』(The Sarajevo Hagadah) 가 나타났다고  전해준다. 이 『사라예보 하가다』는 중세 스페인에서 쓰여진 고문서로, 유태교가 일체의 삽화에 굳게 반대했던 시기에 제작된, 아주 드문, 화려하게 채색된 히브리어 필사본이다. 그것은 중세 유태인들이 탈출기의 ‘어떤 신상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구절을 압축적으로 만들어놓은 구상예술품이다.

1894년 이 필사본이 처음 사라예보에 나타났을 때, 페이지들에 담겨 있는 색칠된 미니모형들은 기존의 개념을 뒤바꿔놓았고, 예술사 텍스트를 다시 쓰게 만들었다. 그런데 1992년 사라예보가 유고슬라비아 군대에 의해서 장악되고, 박물관과 도서관들이 전투의 타겟이 된 후 이 고문서는 사라져버렸다. 소문에는 보스니아의 무슬림 정부가 무기를 사기 위해 그것을 팔아버렸다고도 했고, 모사드 요원이 공항 아래 나있는 터널을 통해 그것을 몰래 빼내갔다고도 했다. 하지만, 해나는 이 하가다 역시 터키 제국의 땅문서, 고대 코란, 그리고 슬라브어로 쓰인 두루마리 등과 같은 고문서들과 함께 이글거리는 폭탄의 화염 속에서 재가 되어버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사라진 하가다가 지난 밤 사라예보의 유태인 커뮤니티에서 유월절(Sedar, Passover) 행사를 하는 도중 나타났는데, 목숨을 걸고 그 고문서를 구해낸 사람은 도서 박물관 관장인 오즈렌 카라만(Ozren Karaman)이라는 사람이라고 했다. 오즈렌은 그걸 구한 후, 은행 철제 금고에 보관했다 했다. 그러면서 아미타이는  해나에게 무슬림이 유태교의 고문서를 구해내려고 자신의 목숨을 건 게 믿겨지느냐, 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해나에게 이 일을 맡긴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것에 대해 논문을 쓸 정도로 애착을 갖고 있는 사람인 그는 그 일을 자신이 직접하고 싶었지만, 근래 무슬림이 판을 치는 보스니아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일을 못하게 하는 상황이었고, 또한 그가 처음 추천했던,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히브리어 필사본 전문가인 해나의 스승 워너 하인리히(Werner Heinrich)는 처음 전쟁을 시작한 독일에 대해서 악감정을 갖고 있는 보스니아 정부가 독일인이라고 거부했으며, UN에서는 미국 의회가 항상 UNESCO에 대해서 혹평한다는 이유로 미국인도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그가 다시 호주 출신인 해나를 추천하게 되었고, 그녀는 일생일대에 한번 올까말까하는 이번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긴 기다림 후, 드디어 박물관 관계자가 도착하고, 해나는 그가 갖고 온 금속 박스 속에 보관된  하가다를 대면하게 된다. 그것은 크기가 작았고, 바인딩은 평범한 19세기 스타일로, 때묻고 흠집이 나 있었다. 이처럼  아름답게 채색된 고문서는 원래 정교하게 바인딩되었을 것이지만, 오랜 시간을 거쳐 오면서 여러 차례 바인딩이 다시 된 것 같았다. 마지막 바인딩이 이루어진 건 1890년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서였다고 기록에 나와 있었는데, 불행히도, 당시 오스트리아 출신 제본 기술자는 이것을 몹시 험하게 다룬 것 같았다. 그는 주요 박물관을 위해 일하는 전문가적인 손길이 아닌, 이젠 어느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양피지를 심하게 잘라내어 이전의 바인딩을 폐기해버렸다. 그때 어떤 정보가 분실됐는지 아는 건 불가능했다. 그는 양피지들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젠 색이 바랜 터키산 종이꽃 장식을 가진 단순한 판지 커버로 재바인딩했다. 오직 코너와 중추만 송아지 가죽이었는데, 짙은 갈색이고, 조각이 떨어져 나가 아래에 있는 회색 판의 가장자리가 드러났다. 

해나는 가운데 손가락으로 갈라진 코너를 따라 부드럽게 만져보았다. 나중에 다시 튼튼하게 만들어야 할 것들이었다. 손가락으로 판지를 따라 살펴보다가, 그녀는 예상치 못한 뭔가를 발견했다. 판지 가장자리에 두 개의 걸쇠를 걸기 위한 두 개의 홈과 한 셋의 작은 구멍이 있었다.  양피지로 만들어진 책에 페이지를 편편하게 하기 위해 걸쇠가 있는 건 보통 있는 일이지만, 이 바인딩에는 걸쇠가 없었다. 그녀는 좀 더 조사를 해야겠다고 노트에 필기를 했다.

다음 몇 가지를 더 살펴 본 다음, 해나는 드디어 필사본 자체를 살펴보게 된다. 봄이 되었지만, 그날 아침에 내린 눈의 빛이 색을 밝게 비추었다. 휘황찬란한 페이지 속의 삽화들은 아름다웠다.  현재 우리가 여러 가지 화학품들을 사용하여 짙은 색을 내고 있긴 하지만, 이처럼 복합적이고 아름다운 색을 대처할만한 색은 아직 만들어내지 못했다.

한참 이 책에 빠져 있는데, 박물관 관계자가 다가왔다. 그는 아주 가까이에 서서, 눈에 띄게 헤진 부분을 손으로 가르키며, 보수할 거냐고 물었다. 양피지는 피부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인간 박테리아로 인해 분해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어깨를 움직여 그가 뻗었던 손을 다시 거두고 뒤로 물러나게 했다. 그리고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그가 그녀를 책의 ‘복원 전문가'(restorer)라고 알고 있다고 말하자, 자신은 ‘복원 전문가’가 아니라 ‘보존가’(conservator)라고 다소 강하게 말한다. 그녀는 그에게 책의 보존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지만 생략하고 그저 자신의 일을 방해하지 말아달라고 말한다. 그러자 그 사람이 말한다. 자신이 이 책의 관리자(Kustos)라고. 그가 바로 그 책을 구한 국립 박물관 도서관장이며 보스니아 국립 대학 도서관학 교수인 오즈렌 카라만이었다.

그는 해나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 자신에게도 설명을 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해나는 그에게, 먼저 필사본을 철저히 조사를 해본 다음에 자신이 할 일의 정도에 대해서 얘기를 할 수 있겠지만, 분명한 건 자신은 화학 약품을 제거하거나 과도한 복구를 위해 고용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떤 책을 그것이 만들어진 시기의 것으로 다시 복구하는 것은 그것의 역사를 존중하지 않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난 세대로부터 받은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하며, 어느 정도의 손상과 헤짐은 그것의 역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자신의 일은 그것이 안전하게 다뤄지고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허락될 정도로 충분히 공고하게 만드는 것이고, 자신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복구를 한다고. 

해나는 내구성이 강해 수세기 동안 버틸 수 있지만, 한 순간의 부주의로 망쳐져 버릴 수도 있는 양피지가 너무 좋았다. 지금 자신의 눈 앞에 놓여져 있는 양피지는 땀 구멍의 크기와 분포도를 통해 지금은 멸종된, 털이 많은 스페니쉬 산양의 피부로 만든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양피지는 기본적으로는 가죽이지만, 피부의 섬유 조직이 늘어지면서 재조직되기 때문에 다르게 보이고 느낌도 다른 것이다. 물에 젖으면, 섬유조직들이 원래의 삼차원적 네트 워크로 되돌아가게 된다. 그녀는 금속 박스 안에서의 물방울이나 운반 중 혹시 그런 요소들에 노출되었을 것이 우려되었지만, 다행히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그중 몇장이 훨씬 오래 전에 물로 인해 상한 것 같았는데,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니 거기에는  사각형 형태의 크리스탈, 즉 식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소금 결정체(NaCl, 염화나트륨)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물론, 책은 그것이 만들어진 물질이 전부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정신과 손이 만들어낸 공예품이다. 금박공, 돌 분쇄공, 필경사, 제본 기술자, 이들이 그녀가 가장 편하게 느끼는 사람들이다. 때로 이들은 조용히 그녀에게 속삭이기도 하고, 그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볼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그녀는 이들의 소리를 들을 수 없도록 방해하는 세심한 그 관리인과, 무선 송신기에 대고 소리 낮춰 말하는 경찰들이 우려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의 도움이 필요했고, 아주 많은 의문점이 있었다.

먼저, 대부분의 이런 값비싼 색소를 풍부히 사용한 종류의 책들은 왕실이나 성전을 위해 만들어졌었는데, 하가다는 집에서만 사용되었다. 하가다라는 말은 히브르 어원의 ngd, 즉 알리다(to tell)에서 나온 것이며, 그것은 부모들에게 탈출기의 이야기를 자식들에게 알리라고 지시하는 성서 속의 명령에서 나온 말이다.  이 “알림”은 매우 다양하고, 수세기 동안 각 유태인 커뮤니티는 이 가정 중심의 기념 행사를 다양하게 발전시켜왔던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태인들이 구상 예술을 계명을 어기는 것으로 생각했던 그 시기에, 왜 이 하가다는 수많은 모형 그림으로 표현을 했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스타일은 크리스찬 조명가의 작품이 아닌 건 아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미니 모형들은 미드래쉬(Midrash: 구약 성서에 대한 유태인의 주석)에 설명된 것이거나 유태인 성서 주해에 따른 성서 장면을 보여주는 것들이었다.

양피지 한장을 넘기고 나서, 그녀는 다른 어떤 것들 보다 학문적인 관찰을 하도록 만드는 삽화를 대하게 된다. 그것은 스페니쉬 유태인 가족이 유월절 음식을 앞에 두고 앉아 있는 걸 표현한 것이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그들 곁에 이들 가족 외에 검은 피부를 가진 다른 한 여자가 짙은 황색의 옷을 입고, 무교병(matzoh: 유월절날 유태인들이 먹는 빵)을 들고 서 있었다. 그녀는 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좋은 옷을 입고 있었고, 유태인의 의식에 깊이 참여하고 있었다. 짙은 황색의 옷을 입은 흑인 여성의 정체는 한 세기 동안 이 책을 연구하는 학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해나는 천천히, 세밀하게, 각 페이지의 상태를 관찰하고 필기를 했다. 양피지를 넘길 때마다 지지주의 위치를 체크하고 조정하였다. 책에 스트레스를 주지말 것, 이것이 보존인의 주 계명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소유했던 사람들은 참을 수 없는 스트레스, 즉 집단학살, 종교 재판, 유배, 종족학살, 전쟁 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 히브리 텍스트의 마지막 장에는 라틴어로 1609년 교황이 이 책을 검사했다고 쓰여 있었다. 만약 이 세 단어가 없었다면, 이 책은 그 해 베니스에서 파괴됐을 것이고, 아드리아 해를 건너 발칸 반도까지 건너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 갑자기 ‘왜 그것을 구했소, 죠바니(Giovanni 당시 교황)?’ 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오즈렌이 한 말이었는데, 놀랍게도 그 순간 해나 자신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책이 어떻게, 왜, 혹은 언제 이 도시로 오게 되었는지 외에는 아무 것도 알려진 것이 없었다. 1894년의 책 매매 영수증에 보면 코헨(Kohen)이라는 사람이 그것을 도서관에 팔았는데, 그 사람을 의심스럽게 생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2차 세계 대전 후, 사라예보에 거주하는 유태인의 2/3가 학살되고 그들의 거주지가 약탈되어서, 그것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코헨이라는 사람은 그 도시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때에도 한 무슬림 사서가 나치로부터 그 책을 구했지만, 어떻게 구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알 수도 없었다.

바인딩을 풀기 위해 메스에 손을 대다가, 그녀는 생각에 잠긴다. 항상 시작하기 전 자기 회의가 드는 순간. 그녀는 불빛에 번쩍이는 메스를 보며, 엄마도 수술 전 이렇게 머뭇거리는 순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엄마는 호주 역사상 첫 여성 신경외과수술 과장이 된, 아무 것도 거칠 게 없는 여성이었다. 아버지 없는 애를 낳아 키웠고, 해나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다 [나중에 엄마를 통해 아버지가 유명한 화가이며 사회운동가이고, 러시안 유태인이었던  아론 샤란스키(Aaron Sharansky)이며, 그의 나이 28살 때 뇌종양으로 사망했다는  걸 알게된다]. 해나의 엄마는 해나가 사람의 몸이 아닌 종이에 메스를 대는 일을 하는 걸 못마땅해하며, 유치원생들이나 하는 놀이로 치부했다. 해나가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왔을 때에도 엄마는 자신은 그 나이에 치프 레지던트였다고 말했다.

해나는 때로 자신이 높은 갤러리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거나, 레이스 커튼 뒤에서 몰래 살펴보고 있는, 무표정한 얼굴들에 의해 영원히 감시당하는 소인인 것 같이 느껴졌다. 그녀의 경우 그 얼굴들은 입을 오무리고  못마땅해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엄마의 얼굴이었다.

서른 살이 된 지금도 그녀의 엄마는 그녀의 일과 그녀 사이에 끼어든다. 엄마에게 생각이 미치자, 의욕이 살아났다. 그녀는 메스로 바인딩을 하고 있는 끈을 잘랐다. 첫 페이지를 집어 들자 바인딩했던 부분에서 아주 작은 뭔가가 흩날렸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흑담비 털로 만든 솔로 그것을 슬라이드 위로 옮긴 다음 현미경 아래 놓았다. 그것은 투명하고, 가는 줄무늬가 있는 아주 작은 곤충의 날개 조각이었다. 그것은 그저 평범한 곤충의 날개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정된 지리적 영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희귀한 곤충일 수도 있고, 지금은 멸종된 종일 수도 있었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이 책의 역사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글라신지 봉투에 넣고 레벨을 붙였다.

부드럽게 다음 페이지를 들어올리며, 그녀는 그것을 잡고 있는 끝이 헤진 실을 길게 잡아 뺐다. 그런데, 그 실 섬유 안에 1cm 정도 되는 가느다란 흰 머리카락 한올이 갇혀있는 게 보였다.  확대경을 갖다 대고 보니, 그 머리카락이 바인딩 근처, 스페니쉬 가족의 유월절 의식 페이지 위에 희미한 자국을 남긴 걸 볼 수 있었다. 부드럽게, 그녀는 수술용 집게를 이용해 그것을 들어올려 봉투에 넣었다.

시간이 흘러 저녁 때가 되어 그 필사본은 원래대로 봉해져 다시 은행의 금고 속으로 들어가고, 오즈렌의 제안으로 두 사람은 저녁 식사를 함께 한다. 그곳에서 해나는 오즈렌에게 이 하가다를 구했던 날에 대해서 알고 싶다고 말한다. 이에, 오즈렌은 그때의 상황을 해나에게 다음과 같이 들려준다.  

전쟁이 시작되던 초장기, 박물관이 공격 타겟이 되었고, 모두 피신을 해야했을 때, 그는 경찰서를 찾아가, 박물관으로 들어가겠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처음엔 거절하던 경찰에서는, 도움이 있던 없던 그가 혼자서라도 갈 것이라는 걸 알고, 두명의 지원자를 붙여주었다. 그들과 함께 박물관으로 들어가, 그는 보스니아의 고대 왕과 왕비의 해골과, 희귀한 자연사 샘플 등을 구해냈다고 했다. 그리고 하가다를 찾기 시작했다. 1950년대에, 한 박물관 직원이 하가다를 훔치려고 음모를 꾸몄고, 그 이후 박물관 관장만이 그것이 보관된 금고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게 되었다. 하지만 관장은 전쟁이 가장 치열한 강 너머에 살고 있었고, 오즈렌은 그가 박물관을 위해 다시 오지 못할 것이라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직접 박물관 지하로 내려가 온갖 노력 끝에 금고를 부수고 하가다를 구해냈다고 했다. 놀라는 해나를 보면, 그는 자신은 영웅이 아니며, 아주 귀한 많은 책들을 구해내지 못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해나는 그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저녁을 마치고 둘은 오즈렌의 아파트로 가 섹스를 나누고, 잠시 후 해나가 벽에 걸린 여자와 아이의 그림을 보며, 저 여자가 누구냐고 묻자, 그는 대답한다. 자기 아내라고.

며칠 후 그에게서 들은 그의 아내와 아이의 이야기는 몹시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사연이었다.  그의 아내 아이다(Aida)와 아들 알리아(Alia)는 식수를 공급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가  세르비아의 저격수에게 저격을 당해, 아내는 그 자리에서 죽고, 아들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수술 전문가도, 소아과 전문의도 없는 사라예보의 한 병원에서, 여전히 몇달 동안 혼수상태로 누워있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그는 해나에게 아들을 보러 병원엘 가보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매일 아침 일하러 가기 전 아들을 보러 간다고 했다. 어렸을 적부터 의사인 엄마를 따라 병원엘 다녔던 해나는 병원 자체를 몹시 싫어했지만, 그의 표정을 보고 거부하지 못하고 그의 아들을 만나러 간다. 그리고 오즈렌에게 다른 의사의 소견을 받아볼 생각은 없냐고 묻고, 그는 거절한다. 그런 그에게 해나가 당신은 ‘인샬라’(insha’Allah: 코란에 나오는 구절로, ‘신의 뜻대로’라는 의미)를 믿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다고 말하자, 오즈렌은 몹시 화를 내며 해나에게 말한다. 당신이야말로 헛소리에 현혹된 사람이라고. 에어백과 조작 방지 장비들 그리고 무지방 다이어트 등으로 무장된 안전한 세상 출신, 당신들 모두야말로 미신을 믿는 사람들이라고. 당신들은 죽음을 모면할 수 있다고 믿고,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게되면 완전히 공격적이 되며, 우리가 전쟁을 하는 동안 내내 멋지고 작은 아파트에 앉아서 TV뉴스에서 보여주는 피흘리는 우리를 지켜보면서, ‘정말 끔찍해’라고 말하며 커피 한잔을 더 마시는 사람들이라고.

해나는 화를 내면서 그렇게 말하는 그가 두려웠지만, 그의 말이 맞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그는 다시 말한다. 자신에게 나쁜 일이 일어났고, 자신은 고통받는 아이들을 둔 이 도시의 다른 아버지들과 다르지 않다고. 자신은 그 사실을 받이들이며 산다고. 모든 사람의 삶이 해피엔딩일 수는 없다고. 그리고 해나에게 그걸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이후 이틀 동안 오즈렌은 해나에게 자신이 화를 낸 것에 대해 사과하고,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지만, 해나는 그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차피 그녀가 떠나야할 시간이 된 것이다.

태이트(Tate) 뮤지엄의 개관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으로 갈 예정인 해나는 사라예보에서 런던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행기를 갈아타야하는 비엔나에서, 곤충학자인 친구 아말리에(Amalie Sutter)에게 하가다에서 발견한 곤충의 날개를 분석하고, 스승인 워너 교수를 만날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그녀는 회의차 보스톤에 오는 그녀의 엄마를 만나 오즈란의 아들에 대해 상담을 할 계획을 세우고, 병원측에 아이의 뇌 정밀촬영 사진들을 요구하여 준비한다.  그리고 비엔나에서 아말리에를 만난 해나는 자신이 하가다에서 발견한 곤충의 날개가 알프스와 히말라야 같은 고산지대에서 사는 종인 나비(parnassius)의 날개라는 걸 알게된다.   

그리고, 이어서, 해나가 하가다에서 찾아낸 나비 날개, 와인 얼룩과 흰 머리카락, 그리고 소금물에 얽힌 사람들 이야기, 즉 해나 외에 이 하가다와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치로부터 목숨을 걸고 하가다를 구해낸 무슬림 도서관장 세리프(Serif)과 유태인 롤라(Lola) 그리고 나비에 얽힌 이야기 (보스니아의 사라예보, 1940년), 양피지에 뚫린 두 개의 걸쇠 구멍과 사라진 은걸쇠에 얽힌 오스트리아 제본가 미틀(Mittle)과 닥터 허쉬펠트(Dr. Franz Hirschfeldt)의 이야기(오스트리아의 비엔나, 1894년),  유월절 의식 페이지에서 발견한 얼룩과 하가다를 구한 교황 죠바니의 이야기(이탈리아의 베니스, 1609년), 하가다를 조카의 결혼 선물로 주기 위해 시장에서 벙어리 소년으로부터 구입한,  본인 자신이 하가다를 만드는 사람인 데이비드(David Ben Shoushan)와 책을 상하게 만든 바닷물에 얽힌 이야기(스페인의 타라곤, 1492년), 그리고 실에 얽혀있던 흰 머리카락의 정체와 이 하가다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스페인의 세빌(세비야), 1480]가 차례로 계속된다.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