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chid House

By Lucinda Riley

이 소설은 타일랜드의 오래된 전설로 시작된다. 아주 먼 옛날, 시암(Siam: 타일랜드의 옛 이름)에 한 왕자가 살았다. 그는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에 빠졌고, 오랜 구애 끝에 결혼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결혼 전날 밤, 나라는 온통 축제에 빠졌지만, 이상하게 그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그는 ‘남자가 여인을 사랑하게 되면, 그녀를 지키고, 기쁘게 해주기 위해, 그리고 그녀가 그를 어느 누구보다도 귀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모든 걸 다 해준다’는 시암의 전설대로, 평생 그녀를 자신의 곁에 두기 위해, 영웅심과 권력을 이용해 그의 사랑을 증명할 수 있는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만큼 귀하고 아름다운 뭔가를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심  끝에, 그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신하 세 사람을 불러,  자기 왕국 북쪽 높은 산 위에 아주 귀한 검은 색 난(orchid)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자신의 왕자비에게 결혼선물로 주고 싶으니  그걸 갖고 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리고  가장 먼저 가져온 사람에게는 아주 많은 상금을 내릴 것이며, 나머지 두 사람은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자 앞에서 물러난 세 신하는 바로 죽음을 목전에 둔 거나 마찬가지로 공포에 휩싸였다.  왜냐하면 검은색 난은 원래 그 나라의 왕자가 새 신부를 인사시키기 위해 사찰로 데려갈 때 타고 가는 왕실 배의 뱃머리에 장식된, 보석으로 둘러싸인 황금용처럼, 전설로 내려오는 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세 신하는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그런데 그중 한 신하는  눈물짓는 아내를 안고 누워, 죽고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밤새 내내 머리를 짜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양념과 비단, 그리고 꽃들을 파는 수상 시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분홍빛과 진한 자홍색이 섞인 꽃잎을 가진 아주 아름다운 난을 하나 샀다. 그리고 그것을 방콕(Bangkok)의 좁은 운하를 따라 예전에 궁에서 일했던 필경사에게로 가져갔다. 

그 신하는 필경사의 책상 위에 난을 올려놓고, 자신이 시키는 대로 하면 꿈에 그리던 부자가 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필경사가 그게 무엇이냐고 묻자, 그 신하는 그 난의 꽃잎을 검은 색으로 물들여달라고 말했다. 필경사는 물들이는 건 가능하지만, 새 꽃이 자라면 그건 검은 색이 아니기 때문에 들통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그 신하는 ‘새 꽃이 피어날 때쯤 되면 너와 나는 이미 멀리 떠나 내가 모시는 왕자처럼 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필경사는 그 난에 검은 색 물을 들인다.

집으로 돌아온 그 신하는 아내에게 간단하게 짐을 꾸리라고 말했다. 다른 건 다시 새로 살 수 있고, 멀리 멀리 가서 그녀에게 궁전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밤에 필경사가 감쪽같이 물들여놓은 난은 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필경사는 그에게 지금은 잉크가 완전히 말라  손으로 지워도 지워지지 않지만, 꽃에서 나오는 습기가 잉크를 축축하게 만들 것이며, 비를 절대로 맞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그날 밤, 자신들만의 방으로 들어온 왕자와 왕자비는 테라스에서 강을 내려다 보다가, 왕자가 특별 결혼 선물을 주겠다며, 보석으로 장식된 황금 화분에 심어져 있는 검은색 난을 왕자비에게 주었다. 잠시 후 그녀는 그것을 테라스에 두고 왕자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해뜨기 직전, 왕자비는 둘이 함께 한 첫날을 기쁘게 맞이하기 위해 테라스로 나갔다. 잠든 사이 비가 내린 것 같았다. 그런데, 그곳에는 어제 왕자가 준 검은 색 난이 아닌, 분홍과 자홍색이 섞인 난이 놓여있었다. 화분은 분명 어제 왕자가 준 그 화분이었다. 화분에 고여있는 물 웅덩이에 희미하게 회색빛이 남아 있는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눈치챈 그녀는 사실을 말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침실로 돌아가 다시 왕자의 품에 안기며, 지난 밤 검은 난을 도둑맞았다고 말한다. 깜짝 놀라서 호위병을 부르려는 그의 남편에게 그녀는 다시, 그것은 오로지 우리가 하나되는 날, 우리의 사랑이 피어나고 우리가 자연의 일부분이 되는 그날만을 위해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며, 신비스러운 것을 오로지 우리만을 위해서 갖고 있는다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차피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 시들고 죽게 될텐데, 자신은 그것을 볼 자신이 없다고. 그저 그것이 갖고 있는 힘을 믿고, 우리가 함께 한 첫날 밤 그것의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축복을 주었다는 것을 기억하자고. 그리고 그날 밤 왕자비는 아이를 갖게 되었고,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왕자의 결혼식 다음 날, 한 가난한 어부가 왕궁에서 백야드 정도 떨어진 강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두 시간 동안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고기를 잡아서 팔지 못하면 그의 대가족은 굶어 죽게 될 것이었다. 반대쪽 강가의 나무 위로 해가 솟아 올라 강을 비추었다. 그때 그는 물 속에서 반짝거리는 뭔가를 발견했다. 그는 낚시대를 버리고 그것을 집으러 물 속으로 들어갔다. 그것을 들고 밖으로 나와 해초를 제거하고 바라본 어부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다이아몬드, 에머럴드 그리고 루비 등으로 장식된 황금화분이었다. 그는 낚시대도 버린채 바구니에 그것을 넣고 서둘러 보석상이 있는 시내로 갔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가족이 다시는 굶어죽을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매우 기뻤다.

Norfolk, England     

주인공 쥴리아 포레스터(Julia Forrester)는 유명한 피아니스트이다. 열한 살 때 엄마가 난소암으로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식물학과 교수이다. 쥴리아와 엄마는 예술적 감성이나 모든 점에서 아주 닮은 점이 많았다. 그래서 엄마의 죽음은 그녀에게 커다란 상처였다. 그의 언니 엘리샤(Alicia)는 엄마가 죽기 전 쥴리아를 부탁한다는 말을 듣고, 동생에게 엄마의 역할을 하려고 하지만, 쥴리아는 언니와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신만의 세계에서 자랐다. 

그들의 할아버지(Bill)는 노포크에서 유명한 와튼 파크(Wharton Park)라는 크로포드(Crawford) 가의 대저택에서 정원사로 일했다. 그는 와튼 파크 옆의 온실에서 온갖 종류의 난을 키워으며, 쥴리아의 엄마는 할아버지를 따라 그곳에서 그림을 그렸다.

현재 31살이 된 쥴리아는 8개월 전 자동차 충돌 사고로 역시 피아니스트인 남편 자비에(Xavier)와 아들 가브리엘(Gabriel)을 잃고 비탄에 빠져있다. 그런데 더 견딜수 없는 건 ,  당시 그들이 탄 차가 방향을 홱 틀어 도로를 이탈해 숲으로 들어갔고, 불이나는 바람에 시체를 찾지 못해 아직 장례식을 치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나중에 경찰에서 2살 정도된 아이의 뼈를 발견했지만, 성인남자의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녀는 너무나 고통스러워 그들과 함께 살던 프랑스를 떠나 자신이 자랐던 와튼 파크 옆의 별채 중 하나에서 세상과 차단된 채 지내고 있는데, 언니로부터 와튼 파크를 팔려고 내놓았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언니와 함께 아버지의 생신 선물을 사기 위해 와튼 파크의 물품 세일을 보러 갔다가, 누군가가 그린 난 그림 몇점을 사게 되고, 그것을 액자에 넣어 아버지께 선물로 드리는데, 그것을 받은 아버지는 그것이 쥴리아의 엄마, 즉 그의 아내 자스민(Jasmine)이 어렸을 적에 그린 그림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본다. 그런데 그 그림 중 하나가 동남 아시아 지역에서만 자란다는, 세상에 몇개 안되는 매우 희귀한 검은 난을 그린 것이었다. 

한편, 그곳에서 쥴리아는 어렸을 적에 할아버지 심부름으로 한번 와튼 파크에 갔다가 만났던 와튼 파크의 현 상속자 킷 크로포드[Kit (Christopher) Crawford)를 다시 만나게 된다. 당시 그곳에서 피아노를 본 쥴리아가 연주를 하게 되었는데, 그가 그녀의 연주를 가장 처음으로 들었던 사람이었다. 그는 와튼 파크를 상속받은 후, 많은 빚더미와 높은 관리비로 인해 그것을 팔기로 결정했다고 했으며, 자신은 쿼드(Quad: 정원이 딸린 안채)를 보유하고, 그중 예전에 쥴리아의 할아버지가 사셨던 별채를 고쳐 그곳에서 살기로 하였다고 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그는 낡은 수도관을 새 걸로 바꾸는 공사 도중, 바닥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할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했다며 쥴리아에게 갖고 온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포로로 싱가폴의 창이(Changi) 감옥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래서 쥴리아는 좀더 자세한 사실을 알고자 빌 할아버지와 함께 오랫동안 와튼 파크에서 일했던 할머니  엘지(Elsie)를 만난다.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감춰져 왔던 비밀 이야기를 듣게 된다.

 Wharton Park, 1939년 1월

인도에서 태어난 올리비아(Olivia Drew-Norris)는 여태껏 한번도 인도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3개월 전에 영국으로 왔다. 영국은 그의 부모에게는 고향이었지만, 그녀에게는 그저 부모님이 개최한 파티에서 어깨 너머로 사람들에게 들었던 호기심의 장소, 그뿐이었다. 영국에 도착한 순간부터 자신이 자랐던 인도의 푸나(Poona)가 그리웠다. 사람들은 인도의 더위를 불평했지만, 적어도 그곳에서는 여섯겹의 옷을 층층히 벗어야하는 그런 고통은 없었다. 그녀는 이제 남편감을 찾아야하는 나이가 되어, 부모와 함께 영국으로 오게 되었다.  

그 동안, 그녀는 젊은 청년들을 만나고, 제인 오스틴(Jane Austen)과 브론테(Bronte) 자매의 소설을 읽으며, 자신에게도 언젠가는 Mr. Darcy같은 남자가 찾아 올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젊은 청년들을 만날수록, 그들은 그녀에게 미래에 대한 자부심을 채워주지 못했다. 그녀는 부모님과 그들이 여는 파티에 참석하는 어른들 틈에서 자랐고, 부모님이 소개해준 캠브리지 출신의 가정교사에게 영문학을 비롯해 철학 등의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의 높은 교육도 영국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고, 그녀가 입고 있던 옷들도 완전히 시대에 뒤떨어진 것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주말, 올리비아의 가족은 크리스토퍼 크로포드 경의 초대로 와튼 파크에 머무르게 되는데, 엘지라는 그녀와 동갑내기인 어린 하녀가 와서 짐 푸는 걸 도와주고, 그녀가 파티에 참석할 때 머리와 옷 입는 걸 도와준다. 그리고 엘지는 올리비아에게 가능하면 모든 여성들이 좋아하는 크리스토퍼 크로포드 경의 아들 해리(Harry)의 옆에 앉으라고 말하지만, 올리비아는 그녀에게 청혼했던 나이많은 장군을 이미 낮에 만난 터여서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파티를 달가와 하지 않은 사람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하녀 엘지가 말한 해리 역시 이런 저녁 식사는 정말 끔찍했다. 그는 자신이 와튼 파크를 물려받으면 이런 사냥 파티는 절대로 열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다. 무방비의 살아있는 생명체를 죽인다는 그 느낌 만으로도 그는 토할 것 같았다. 사람들은 그가 어떻게 느끼든 관심도 없었다. 그의 인생은 자신이 인식하기도 전에 이미 잘 짜여져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흘러가는 한낱 배에 지나지 않았고, 상황은 전혀 바뀔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육군사관학교에서의 지옥같은 2년의 세월이 흐르고, 조만간 그의 아버지가 복무했던 같은 부대에 입대하게 되었다. 높은 계급을 취득한 후, 그의 아버지는 정부의 고문직으로 일했다. 근래들어 전쟁이 있을 거라는 많은 소문들이 있었고, 그 생각만 하면 해리는 식은 땀이 흘렀다. 수상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고문관인 그의 아버지는 1년 이내에 전쟁이 있을 거라고 했다.

해리는 모든 면에서 아버지가 아닌, 부드럽고 예술가적인 기질뿐만 아니라 갑작스럽고 돌발적인  발작이 찾아오는 것도 프랑스 프로방스 (Provence) 출신인 어머니 애드리안(Adrienne)을 닮았다.  군대에 관한 모든 면에서 그의 기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의 아버지와 그 문제에 대해서는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그의 어머니는 해리가 그의 인생과 미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알았지만, 그를 도와줄 아무런 힘이 없었다. 그래서 그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도 나누지 않았다.

하지만, 최소한 한 가지, 어머니가 그에게 해준 것이 있었다. 그가 여섯 살 때 그의 어머니는 아버지 몰래 피아노 선생님을 고용해 그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아주 아주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이튼(Eton)에서 공부할 때, 그의 피아노 소리를 들은 음악 선생님이 그에게 Royal College of Music에 입학하기 위해 오디션을 보라고 했지만, 그의 아버지가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는 자신의 아들은 사관학교에 가야하며, 피아노를 연주하는 건 호사가들이나 하는 것이고, 크로포드 경의 미래를 위한 직업은 아니라고 말했다.

해리는 발작이 찾아오면, 그의 재능과 열정을 사용할 수 있는 세상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전쟁이 발발하게 되면, 그의 그런 목표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라는 생각도 함께.  

파티가 있던 그날 해리와 올리비아가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고, 우연히 해리가 피아노 연주를 하는 걸 듣게 된 올리비아는 그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이후 시간이 날 때마다 올리비아는 그의 생각을 하게 되는데, 와튼 파크에서 머물렀던 이틀이라는 시간이 그녀에겐 마치 신기루같았다.  

얼마 후, 올리비아는 드디어 왕과 왕비가 베푸는 귀족 파티에 데뷔하여 얼굴을 알리고, 이후 해리의 사촌 페넬로페(Penelope) 크로포드가 데뷔하는 댄스 파티에 초대를 받아 와튼 파크를 다시 방문하게 된다. 그곳에서 해리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진 올리비아는 해리가 자신이 찾던 남편감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올리비아의 시즌이 다 끝나가고, 많은 사람들이 런던을 떠나 따뜻한 곳으로 가기 전, 해리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리고 올리비아는 자신에게 애정을 보이는 앵거스(Angus)라는 남자에게서 프랑스에 있는 그의 별장에서 개최하는 파티 초대를 받게되고 고민하던 중, 우연히 해리를 닮은 사람을 리츠 호텔에서 보게 되는데, 당시 함께 있던 베네샤(Venetia)라는 친구는 올리비아가 잘못 본 거라고, 그가 이 시간에 런던에 있을 가능성이 없다고 말한다.

3일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낸 올리비아는 자신의 다친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앵거스의 초대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그에게 전화를 하러 나가려는 찰나, 해리의 엄마 애드리엔에게서 전화가 와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겠나고 묻고, 올리비아는 주저하지 않고 그 요청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다시 만난 해리는 올리비아에게 친절하지만 거리감을 보이고, 그저 그녀의 뺨에 예의상 입술을 댈 뿐 예전처럼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하지 않는다. 실망한 올리비아는 그가 포함되지 않은 미래의 계획을 세우기로 결정하고, 곧바로 와튼 파크를 떠날 결심을 하지만, 곧 빌과의 결혼을 앞둔 엘지가 자신의 결혼식에 꼭 참석해달라고 부탁하는 바람에 그때까지 머무르기로 한다.

엘지의 결혼 하루 전날  영국 수상이 독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해리는 올리비아가 그를 좋아하고 있으며, 그의 결혼 상대로 가장 적절한 아가씨라는 엄마의 충고를 듣고, 엄마가 좋아하는 여자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올리비아에게 청혼한다. 그의 갑작스런 청혼에 놀랐지만, 그를 사랑하는 마음에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 올리비아는, 하지만, 그날 밤 침대에 누워 해리가 그녀에게 한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하지만 둘의 결혼 날짜가 12월 초로 잡히고, 그들은 결혼에 이른다. 그런데, 결혼식날 밤에도, 그 후에도 해리는 아내를 안으려 하지 않고 자꾸만 피한다. 어느 날 밤 남편을 기다리다가 그를 찾아나선 올리비아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이 다른 남자와 키스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올리비아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해리에게 더 이상 자신의 몸에 손대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와튼 파크에서 더 이상 견딜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이혼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해리는 휴가를 얻어 올리비아와 함께 바닷가에 가서, 고등학교 시절 남학생들만 있던 보딩스쿨에서 동성애 성향의 친구에게 이끌려 동성애자가 되었다고 고백하고, 전에 올리비아가 본 리츠 호텔 역시 간 적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올리비아가 목격한 그날 이후 자신은 동성애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며 올리비아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 올리비아는 처음엔 그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그의 말을 믿기로 하고 여느 부부와 같은 생활을 하게 되고, 얼마 후  해리는 군대로 돌아가고, 싱가폴에서 포로가 돼 창이 감옥에서 갇혀 지내게 된다. 올리비아는 해리가 부대로 복귀하기 전 임신을 하게 되지만,  해리가 감옥에 있는 동안, 5개월 때 유산을 하고만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한 엘지 할머니는 힘들다며 다른 날 다시 이야기를 계속하자고 한다. 할머니를 만나고 돌아온 쥴리아는 전에 할아버지 심부름으로 와튼 파크를 갔을 때, 킷의 요청으로 잠깐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는 중, 갑자기 연주를 당장 그만두라고 소리쳤던 여인이 바로 엘지 할머니가 얘기한 올리비아였던 것을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엘지 할머니 얘기가 그저 크로포드 가의 사건일 뿐 자신의 가족과는 별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쥴리아가 돌아가고 난 뒤 혼자 남은 엘지 할머니는 혼잣말로, 지금까지는 서론에 불과하며, 쥴리아에게 어떻게 진실을 얘기해야 하나, 하며 힘들어한다.

할머니 집에서 돌아온 날 밤부터 쥴리아는 독감으로 며칠 동안 심하게 앓게 되고, 우연히 그녀가 아픈 것을 알게 된 킷이 정성을 다해 그녀를 간호한다. 그리고 며칠 후 킷은 쥴리아에게 와튼 파크를 사려고 오퍼를 넣은 사람이 집 가격을 사정없이 깎아 버리는 바람에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는 사정을 얘기한다.

남편 자비에르와 다른 점이 아주 많은 킷을 만나면서, 쥴리아는 마음 한편으로는 남편과 아이를 잃은 슬픔을 간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친절한 킷에게 천천히 마음을 연다. 하지만 킷이 예전 학교 다닐 때 룸메이트였던 애니(Annie)라는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 버림받고 혼자 아이를 낳게 되자 그녀를 도와주고, 함께 걷는 걸 목격한 쥴리아는 그 아이가 킷의 아이인 것으로 오해하고 프랑스로 돌아가려고 비행기표를 예매한다.

동네에 이상한 소문이 파다하게 돈 걸 알게된 킷이 쥴리아의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수 차례 연락을 시도하지만 쥴리아는 그의 메시지를 읽지도 않고 지워버린다. 떠나기 전날 쥴리아를 찾아온 킷은 애니를 도와준 일, 새로 태어난 아이를 보면 쥴리아가 마음 아파할까봐 얘기하지 못했던 일, 그리고 마약에 중독된 전 여자친구 때문에 자신이 의대를 중도에 그만두게 되었고, 결국 그 여자친구는  마약과다 복용으로 죽었다는 것, 그때 자신을 많이 도와준 친구가 바로  애니였다는 것 등을 쥴리아에게 얘기한다.

다음 날 공항으로 가는 도중 바닷가 선착장에 혼자 앉아있는 킷을 보게된 쥴리아는 결국 무릎을 꿇고 떠나지 말라고 말하는 킷의 마음을 받아들여 그곳에 남게된다. 그리고 둘은 자연스럽게 와튼 파크에서 지내게 되는데, 쥴리아는 이상하게 그곳에서  편안하고 안정된 느낌을 받는다. 또한 그녀는 얼마 전 자신의 에이전트 올라브(Olav)을 만났는데, 아직 한번도 초대받지 못했던 카네기 홀에서 그녀의 재데뷰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초청했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엔 도저히 다시는 피아노를 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와튼 파크에 있는 피아노를 보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하게 된다.

카네기홀 초청에 대한 소식을 들은 킷은 그녀의 고통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에게 피아노 치기를 강요하지 않고, 다만 피아노 조율사를 불러 조율하게 한다. 그런데 도중에 조율사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는 소리를 듣고, 쥴리아는 몹시 고통스러워 한다. 남편과 아이가 사고를 당할 당시 그녀가 연주했던 곡이 바로 그곡이었던 것이다. 조율사가 돌아가고, 자신의 상황에 대해 고통스러워하면서, 만약 빌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 생각하는데, 예전에 빌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너는 신이 주신 특별한 재능을 가진 아이이며, 그 재능을 쓸모없게 만들지 말라’는. 그리고 그녀는 모든 사람이 자신을 떠나도 영원히 남아 있는 건 바로 자신이 갖고 있는 그 재능뿐이며, 세상을 떠난 남편과 아이가 자신이 피아노를 멀리하는 걸 과연 좋아할까, 하는 데에 생각이 미치고, 다시 피아노를 시작하게 된다.

쥴리아와 킷이 와튼 파크에서 함께 지내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엘지 할머니가 와튼 파크로 쥴리아를 찾아와 너무 잘된 일이라며, 그 일기장에 얽힌 나머지 얘기를 해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일기장은 남편 빌이 쓴 것이 아니라 사실은 해리 주인이 쓴 것이라고 말하고, 이어서 창이 감옥에서의 3년 반 옥살이 후의 해리의 삶과 올리비아의 고통스러운 삶, 그리고 오랫동안 숨겨져 왔던 와튼 파크에 얽힌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게 되고, 또한 쥴리아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