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 Keeper

By

Mitch Albom

무릎에 닿을 정도로 수염을 길게 기른 한 남자가 손으로 턱을 괴고 동굴에 앉아 있다. 그는 눈을 감고 동굴 구석에 있는 연못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을 듣고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 목소리들은  세상 (Earth)에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이다. 그들은 오직 한 가지를 원하고 있다. 바로 시간이다.

사라 레몬 (Sarah Lemon)도 그 목소리의 주인공들 중 하나이다. 현재 십대인 그녀는 이단 (Ethan) 이라는 짙은 갈색 머리의 잘생긴 남자아이와 오늘 밤 8시 30분에 데이트를 하려고 한다. 그녀는 노래하듯 그 시간을 반복적으로 되뇌이며, 이걸 입을까 저걸 입을까 고민하고 있다.  

사라에게 이 데이트는 태어나서 첫 데이트이다. 어린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충격을 받은 사라는 학교와 집, 그리고 대학지원을 위해 자원봉사하는 홈리스 쉘터를 오가는 것뿐 거의 밖엘 나가지 않는다. 성적이 우수한 그녀지만, 학교에서 아이들은 그녀가 뚱뚱하다고 놀리며, 아무도 친구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날 쉘터에서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는 이단을 마주치게 되고, 사라는 그를 좋아하게 된다. 사라가 여러번 둘만 만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낸 후, 드디어  그에게서 ‘금요일날 만날 수도 있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드디어 금요일, 그를 만날 준비를 하며, 자신에게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되뇌인다. 아니, 적어도 8시 30분까지는 그랬다. 

빅터 델라몬티(Victor Delamonte) 역시 그 목소리 주인공들 중 하나이다. 80대 중반이고, 자수성가해 억만장자가 된 그는 아내 그레이스(Grace)와 함께 의사의 진료실에 앉아 있다. 의사가 그에게  ‘더 이상 할 게 없다’ 고 말한다. 종양은 처음 그의 간 근처에서 발견되었다. 그리고 이제 신장이 망가졌다.  지난 몇달 동안의 치료가 별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빅터의 아내가 뭐라고 말하려다 하지못하자, 빅터가 목을 가다듬고 대신 ‘…시간이 얼마나 남았죠?’ 라고 묻는다.

그의 목소리와 사라의 목소리가 멀리멀리 날아, 동굴 속에 고독하게 앉아 있는 수염 긴 남자에게 닿는다. 이 사람이 바로 Father Time (시간의 아버지) 이다. 사람들은  이 Father Time이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거나, 늙고, 초췌하며, 모래 시계를 움켜쥐고 있는, 이 세상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새해의 카드에 나오는 만화적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실재’ (real) 이다. 그리고, 사실 그는 지금까지 나이를 먹지 않았다. 현재 정리되지 않은 그의 수염과 쏟아져내린 그의 머리 아래에 숨겨져 있는 그의 몸은 호리호리하고, 피부는 주름하나 없이 그가 군림하는 바로 그것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과거에 그도 그의 사랑하는 아내처럼 죽을 때가 되면 죽는, 다른 인간과 별 다를 바 없던 평범한 인간이었으며, 이름은 도르 (Dor) 였다. 그는 어린 시절 함께 자랐던 사랑하는 아내 (Alli)와 세 명의 자식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그에게는 어렸을 적부터 오로지 힘 (Power, 권력) 만을 추구하던 님(Nim)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로 인해 도르는 아내만을 동반하고 평야로 쫓겨난다.

님은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오른 탑을 만들고, 언젠가는 신들을 무찌르고 자신이 그곳에 앉아 위에서부터 천하를 다스리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무력과 도르의 지식을 합치면 그 꿈이 곧 이루어질 거라고 믿고 도르에게 자신과 손을 잡자고 말하지만, 이미 수많은 땅과 노예를 거느린 님이 왜 그런 계획을 세우고 저렇게 높은 탑을 쌓는지 이해가 안되는 도르는  님의 요구를 거절한다. 그러자 님은 자신에게 협조하지 않으려면 그곳을 떠나라고 명령하고, 아이들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은 도르는 아이들을 부모님의 집에 남겨 두고 아내와 평원으로 나간다.

그랬던 그가 이 동굴에 들어온 연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세상에 시간을 만들어서 신을 분노케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부터 뭔가를 세고, 측정하고, 계산하는 일을 좋아했던 그는 나무 막대기와 돌, 태양과 달 등을 이용해 시간을 만들었다. 그런 그를 신이 유심히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벌로 그는 이 동굴에 유배되어, 몇분만 더, 몇시간만 더, 몇년만 더, 하면서 시간을 좀 더 달라고 애원하는 세상의 모든 애원을 들어야 한다. 그는 이곳에 아주 오랜 시간 있어왔다. 그는 연못에서 들려오는 시간을 더 달라는 애원의 목소리들을 듣는 게 너무 괴로워 귀를 막아 보지만, 그럴수록 그 소리들은 더 크게 들려왔다. 그는 희망을 포기했다. 대신 그는 뾰족한 돌을 들고 동굴 벽에 자신의 역사를 새긴다.

그런데 어느 날, 그를 이 동굴로 데려온 노인이 다시 그에게로 와 그의 손에 모래 시계, 즉 시간을 쥐어 주며, 그의 여행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하면서, 한 가지 미션을 준다.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서, 두 명의 인간, 즉 시간을 별로 원치 않는 사람과 반대로 더 많은 시간을 원하는  두 사람을 찾아 그들에게 진정한 시간의 의미를 알려주라는 것이다. 그리고 노인은 도르가 벽에 자신의 역사를 새기던 돌을 가루로 만들어버리며, 그의 이야기의 끝은 오직 신만이 쓸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노인은 ‘신이 인간의 날들을 제한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명심하라’ 고 말한다. 그 이유를 묻는 도르에게 노인은 그가 여행을 끝내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을 어떻게 찾느냐는 그의 질문에 노인은 그들의 고뇌에 귀를 기울이라고 충고하고, 시간의 아버지는 두 사람을 찾기 위해 연못을 내려다 보며, 지긋이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인다. 그러자 ‘또 다른 생애’, ‘ ‘멈추게 해주세요’ 라고 말하는 노인과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갑자기 모래시계를 가슴에 붙잡은 그의 몸이 공중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이제 Father Time은 세상으로 돌아가, 자신이 선택한 두 사람, 즉 다른 사람처럼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이 필요치않다는 사라와 암으로 죽음을 목전에 두었지만, 자신이 가진 부를 이용해 가는 시간을 붙잡아 불멸(immortality)을 사려는 백만장자 빅터에게 시간의 의미를 알려주는 여행을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