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ok Thief

By

Markus Zusak

 

 

이 소설의 내레이터인 ‘나’는 ‘죽음’이다. 다시 말하면,  이 소설은  ‘죽음’의 관점에서 서술되는 이야기이다.  배경은 히틀러(Hitler) 치하의 1939년 무렵의 독일.  전시중이어서 사방을 바쁘게 돌아다니던 ‘죽음’은 우연히 한 소녀를 보게된다. 그녀의 이름은 리젤 메밍거 (Liesel Meminger)이다. '죽음’은 서문에서 자신이 앞으로 하려는 이야기가  그 소녀와 그녀에 얽힌 사람들, 즉 아코디언 연주자, 맨주먹 파이터 그리고 특정 단어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힌다. 또한 그는 자신이 본 상황들을 색깔을 이용해 표현한다. 그리고 리젤은 좀 더 후에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글로 남긴다.      

어느 겨울날, 세상이 온통 하얗게 눈으로 덮힌 날, 한 이름모를 기차역의 기차길 옆에 어린 사내아이가 땅바닥에 누워 있고, 그 곁에는 두명의 경비병과 엄마와 딸이 굳은 얼굴로 서있다. 땅바닥에 누워 있는 아이는  이미 ‘죽음’의 품 안에 들어와 있고, 경비병들은 그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옥신각신하고 있다. 

자세한 사연을 말하자면, 리젤과 그녀의 남동생 베르너 (Werner)는 엄마와 함께 뮌헨  (Munich)으로 가는 중이었는데, 동생이 심하게 피를 토하고 기차에서 죽었다. 엄마는 잠이 들어 못보았지만, 리젤은 남동생이 죽는 걸 보았다. 그녀는 바로 직전 꿈에서 히틀러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는데, 히틀러가 뭐라고 대답을 하려고 하는 찰나 잠에서 깨었고, 동생이 죽어 있었다.

리젤이 엄마를 흔들어 깨웠고, 당황한 엄마는 아이의 시체를 안고 트랙을 잘못 들어 잠시 멈춰 있던 기차에서 내려 눈길 속으로 기어내려갔다. 리젤 역시 엄마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소식을 들은 경비병 두명도 함께 기차에서 내렸다. 옥신각신하던 경비병들은 그들을 다음 도시까지 데리고 가, 그곳에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이틀 후, 어딘지도 모르는, 눈이 하얗게 덮힌 그곳에 베르너가 묻혔다. 무덤파는 사람들 두명이 와서 땅을 팠는데, 그들은 꽁꽁 얼어붙어 파기 어렵다고 투덜댔다. 그중 한명은 14살 정도밖에 되지 않아 보였다. 땅파기를 마친 그가 그곳을 벗어나는데, 그의 호주머니에서 뭔가가 떨어졌다. 그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것은 검은 표지의 책이었다.  .

잠시 후, 리젤의 엄마는 장례식을 집전해준 사제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그와 함께 그 자리를  떠났지만, 리젤은 동생이 죽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동생이 묻힌 곳을 손으로 파고 또 팠다. 엄마가 돌아와 그녀를 끌어낼 때까지. 엄마가 20미터 정도 리젤을 끌고간 다음 서서 숨을 가다듬는데, 그때 리젤이 눈 속에 떨어져 있는 책을 발견하고, 숨긴다. 거기에는 은으로 The Grave  Digger’s  Handbook 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것이 그녀가 훔친, 내레이터인 ‘죽음’이 그녀를 ‘The Book Thief’라고 부르게 된, 최초의 책이다.

엄마와 리젤은 뮌헨으로 가는 다음 열차를 타고 뮌헨의 바흔호프(Bahnhof) 역에서 내렸다. 다른 사람들도 많이 내렸지만, 너무 야윈 그들은 쉽게 눈에 띄었다. 위탁부모를 찾은 게 틀림없어 보였고, 무엇보다도, 엄마는 새 가정이 아이들을 좀 더 잘 먹여주고 적절한 교육을 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 같았다. 하지만 리젤은 엄마가 왜 자신들을 다른 집으로 보내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리젤에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어디를 가든, 어느 때든,  사람들이 아버지를 언급할 때면 항상 ‘공산주의자’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는 것이었다.  한 기숙 학교에서 석탄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글쓰는 법을 가르치려는 선생님이 있었는데, 리젤은 그녀에게 도대체 그 단어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어느 날 그 선생님이 심문을 받기 위해 불려간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젤의 위탁 담당자는 리젤을  뮌헨에서 꽤 떨어진 몰킹(Molching)이라는 소도시의, 천국이라는 뜻을 가진 히멜 (Himmel) 거리에 있는 휴버만 (Hubermann) 가정으로 데려갔다. 휴버만 가정은 오랫동안 위탁가정을 해왔고, 이번에도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에게 아무도 남자아이가 오지못한다는 걸 알려주지 않았다.

리젤은 그곳에 도착해, 키가 몹시 큰 양아버지 한스 (Hans)와 양어머니 로사 (Rosa)를 만나게 된다. 양어머니 로사는 쉽게 화를 잘 내는 사람이었다. 첫날 저녁 리젤이 목욕을 거부하자 그녀를 ‘돼지같은 년’ (Saumensch) 이라고 부르면서 화를 내고 욕을 쏟아부었다. 그걸 본 양아버지는 아이를 내버려두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한스 휴버만은 담배를 좋아했는데, 특히 담배 마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아내에게 구박받는 리젤을 구출해 담배 마는 법을 가르쳐주고, 그걸 피웠다. 그는 페인트 일을 했고, 아코디언을 연주했다. 그는 겨울에 일거리가 없을 때, 클럽에서 적은 돈을 받고 그것을 연주했다.

한스에게 아코디언 연주법을 가르쳐준 사람은, 1차 세계대전 당시 군대에서 같이 복무했던 에릭 반덴버그(Erik Vandenberg)라는 독일계 유태인이었는데, 그는 아코디언 연주를 가르쳐 주었을 뿐만 아니라 한스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었다. 얼마 후, 에릭이 죽고, 그의 아코디언을 에릭의 부인에게 가져다 주기 위해 찾아 갔지만, 그녀는 그것을 한스에게 가지라고 준다. 그때 한스는 에릭의 어린 아들을 보게 되는데, 이름이 맥스(Max)라고 했다. 혹시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에게 연락하라고 자신의 연락처를 남기고 그곳을 나서면서 한스는 죽은 에릭에게 말하듯 혼잣말을한다, 왜 아들이 있었다는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그런데, 나중에 맥스가 청년이 되었을 때 한스는 맥스를 다시 만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한스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별 특별할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물론 그의 페인트 기술은 뛰어났고, 연주 실력도 보통 이상은 되었지만, 그는 맨 앞줄에 서 있어도 뒷줄에 있는 사람보다도 더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항상 그저 ‘거기에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눈에 띄지 않음, 그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오해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사실 그에게는 어떤 가치가 있었다. 그런데 당시 웬만한 바보같이 무딘 어른보다 훨씬 더 영리했던 리젤은 그것을 한눈에 알아봤다. 그의 매너. 그의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조용한 공기. 첫날 밤, 그가 작고, 차가운 욕실의 불을 켰을 때, 리젤은 그의 양아버지 눈에서 다정함을 보았다. 그걸 본 리젤은 그가 참 가치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로사 휴버만은 남편의 적은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몰킹의 다른 다섯 부자집의 빨래와 다림질을 맡아서 하고 있었다. 그녀의 요리솜씨는 형편없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이 만나는 거의 모든 사람들과 싸우는 특별한 재주를 갖고 있었다.  그녀는 수시로 나무 숟가락과 말로 리젤을 후려쳤다. 몇달 후 로사가 리젤에게 자신을 엄마, 한스를 아빠라고 부르라고 하자, 리젤은 한스를 아빠라고 부르는 것은 기쁘게 할 수 있지만, 로사를 엄마라고 부르는 건 내키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집으로 온 후 처음 몇달 동안 리젤은 힘든 날들을 보냈다. 꿈에 바닥을 바라보고 있는 죽은 동생이 보였다. 그녀는 침대에서 허우적거리며, 소리를 지르고, 뭉쳐진 이불 속에서 질식할 듯이 깨어나기도 했다. 동생을 위해 마련해두었던 반대쪽에 있는 침대가 어둠 속에서 보트처럼 떠다녔다. 의식이 돌아와 침대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 보여도  한 동안 그녀의 울부짖음은 계속됐다. 그럴 때면 그의 양아버지 한스가 달려와 그녀를 달래주었다. 그는 처음엔 그저 그녀의 곁에 앉아 있었고, 며칠 후엔 ‘쉬잇, 아가야 내가 여기 있단다,’ 하고 말했고, 3주가 지난 후엔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의 온화함과 ‘거기 있음’으로 인해 둘 사이에는 신뢰가 생겼다. 그는 리젤이 진정하고 다시 잠들 때까지, 그 이후에도 떠나지 않았다. 매일 아침, 그는 그녀의 침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의자에 거의 반으로 접힌 몸을 하고 잠들어 있었다. 그런 그를 보고 그녀는 다가가 그의 뺨에 뽀뽀를 했고, 그러면 그는 잠에서 깨어 미소를 지었다.

며칠 동안은 그녀에게 잠자리에 들라고 하고, 양아버지는 아코디언을 들고와 연주를 해주었다.  옆방에서 로사가 시끄럽다고 그만두라고 말할 때까지. 그리고 그는 가끔 아침 식사 도중 연주를 하기도 했다. 리젤은 아코디언 소리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또한 그 소리는 그녀에게 안전 (safety)을 말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낮을 의미했다. 동생에 대한 악몽을 꾸지 않는 낮.

휴버만의 집에서 살게 된 첫날 밤, 그녀는 숨겨온 The Grave Digger’s Guide를  침대 메트리스 밑에 숨겼다. 그안에 쓰여져 있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바 없지만, 그 책은 그녀에게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하나는 ‘마지막으로 동생을 보았다는 것’, 다른 하나는 ‘마지막으로 엄마를 보았다는 것’.  

휴버만에게는 장성한 아이들이 둘 있었는데, 아들 한스 쥬니어(Hans Junior)는 뮌헨의 중심에서 일했고, 딸 트루디(Trudy)는 입주 가정부일을 하면서 아이도 돌봤다. 그들도 곧 전쟁에 참여하게 될 것이었다. 

리젤은 학교 다니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그녀는 루터교 신자였는데, 그 학교는 캐돌릭 학교였다. 그녀가 읽고 쓰는 걸 전혀 못한다는 걸 알고 그녀를 이제사 알파벳을 배우는 훨씬 더 어린 아이들 반에 배치했다. 집에서도 전혀 도움을 받을 수가 없었다. 으르렁대는 한스와 로사가 서로에 대해 했던 말에 의하면, 한스는 4학년, 로사는 3학년을 마치고 학교를 그만두었던 것이다.

리젤은 10살이 되었고, 그것은 히틀러 유겐트 (Hitler Youth: 나치가 만든 청소년 조직)가 된다는 것, 갈색 유니폼을 입는다는 걸 의미했다. 그래서 여자아이인 리젤은 Band of German Girls에 들어가게 되었다. 거기에서 맨처음으로 한 일은 손을 들고 ‘히틀러 만세’를 제대로 연습하는 거였다. 

리젤이 몰킹에 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 밖에 나갔다가 이웃에 사는 8개월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루디 스타이너 (Rudy Steiner)라는 아이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다른 형제가 다섯이나 더 있었고, 항상 굶주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리젤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나중에 사과 등을  훔치는 일도 함께 하게 되는 루디 스타이너는 특이하게 미국 흑인 육상선수 제시 오웬스(Jessy Owens)를 영웅시했다. 1936년 올림픽 때,  제시 오웬스는 400 미터 계주를 비롯해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히틀러가 오웬스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악수하기를 거절했다는 말이 세상에 알려졌고, 가장 인종차별이 심한 독일인들 사이에서도 오웬스의 노력과 위업에 대한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중 누구보다도 감동을 받은 사람이 바로 루디였다. 그는 식구들이 다 모여서 중계를 지켜보던 거실을 살짝 빠져나와 부엌에서 석탄 조각을 하나들고 온 얼굴과 몸에 검정칠을 했다. 그리고 짧은 반바지와 탱크 탑을 입고, 형의 자전거를 몰래 타고 동네 운동장으로 나가 달리기를 한 전적이 있었다. 그것을 사람들은 ‘Jessy Owens Incident’라고 불렀다. 당시 루디를 찾아나선 그의 아버지 알렉스 (Alex)는 루디에게 자신들이 다른 흑인이나 유태인과 같지 않음을, 아름다운 금발과 푸른 눈을 가졌음을 감사하라고  말하지만, 루디는 아버지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서막이었다. 

한편, 처음 둘이 함께 등교하던 날, 루디의 엄마는 그가 리젤을 눈뭉치로 때렸다는 얘기를 듣고, 루디에게 리젤과 함께 학교에 가면서 주변을 소개해주라고 말한다. 루디가  자신의 아버지의 양복점을 비롯해 여기 저기 소개시켜주었는데, 거의 학교에 다다를 무렵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랜드마크 (landmark)가 있었다. 그곳은 아무도 머무르고 싶어하거나 바라보고 싶어하지 않지만, 모든 이가 그렇게 하게 되는 곳이었다. 긴, 부러진 팔처럼 생긴 그 길에는 유리창이 깨지고 벽도 여기저기 망가진 집들이 서 있었는데, 대문에 ‘다윗의 별’ (The Star of David: 유태인과 이스라엘의 상징) 이 그려져 있었다. 그 집들은 거의 나환자들이 살고 있는 집 같았다. 꼭 부상당한 독일 영토 위의 감염된 상처같은.  루디는 그곳이 ‘Schiller Strasse’ 이며,  ‘The road of yellow stars’라고 부른다고 했다. 루디와 리젤이 그곳을 바라보고 있자, 루디의 형 커트(Kurt)가 빨리 오라고 그들을 불렀다.

5월의 어느 날, 그날 밤에도 리젤은 악몽을 꾸고 소리를 지르면서 깼다. 그런데 그날은 다른 날과 달리 이불 밑이 뜨뜻했고, 냄새가 났다. 아버지가 다가왔고, 그녀를 안아준 아버지에게 그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저 ‘아빠’만을 되뇌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냄새를 맡았는지, 그녀를 이불째 들고 욕실로 데려갔다. 그리고 그녀를 감싸고 있던 침대보를 벗겨냈는데, 그때 리젤이 숨기고 있던 The Grave Digger’s Guide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것을 본 아버지는 부드러운 소리로 리젤에게 그것이 그녀의 것이냐고 물으면서, 그것을 읽고 싶으냐고 물었다. 리젤이 그렇다고 대답했고, 아버지는 알겠다고 말했다. 

이불을 빨고 난 후 아버지는 리젤의 책을 읽으면서, 자신은 글을 빨리 읽지 못한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잠시 후, 책의 내용을 본 아버지는 리젤에게 왜 이 책이 읽고싶은지를 물었고, 리젤은 더듬거리며 두서없이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항상 그랬듯 아버지는 그녀의 말을 이해했다. 그리고 이렇게 악몽 끝에 시작되는 그들의 한밤중의 글자 공부가 시작됐다. 공부는 밤에 그녀의 방에서, 그러다가 부엌으로, 그러다가 로사의 방해로 지하로 옮겨서 계속되었다.

어느 날, 아버지와 리젤은 공부할 책과 아코디언을 들고 강가로 나가는데, 강 건너편에는 유태인 수용소가 있었다. 그날 리젤은 아버지의 얼굴에 가득 담겨져 있는 슬픔을 보게된다. 뭔가가 달라졌지만, 정확히 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아버지의 이야기에 대해서 알 수가 없었다.    

1939년 여름은 리젤에게는 쏜살같이 지나갔다. 빨래하고 다림질해서 배달하는 양엄마를 도왔고, 단어들을 익혔다. 그리고 리젤은 학교에서 한 학년 더 진급을 했는데, 그건 그녀가 글을 충분히 읽을 수 있어서가 아니라, 어린 아이들 반에서 그녀가 다른 애들이 대답할 사이도 없이 먼저 대답을 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해 9월,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리젤에게는 다른 전쟁이 시작되었다.

11월초, 학교에서 읽기 시험이 있었다. 처음 그녀의 존재를 무시했던 마리아 수녀는 다른 학생들에게 모두 읽기 기회를 주었지만, 리젤은 없는 사람 취급을 했다. 루디가 마리아 수녀에게 얘기해 드디어 리젤에게도 기회가 주어졌지만, 리젤은 너무나 긴장한 나머지 책에 나온 글을 읽을 수가 없었다. 대신 그녀는 아버지와 함께 읽었던 The Grave Digger’s Guide의 제 3장, ‘눈이 올 경우’ 부분을 소리내어 외운다.

그걸 보고 화가난 마리아 수녀가 리젤을 복도로 나오라고 해 뺨을 때리고, 매를 맞는 사이로 아이들이 모두 비웃고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쉬는 시간 애들이 그녀를 놀렸는데, 그중 루드빅 쉬마이클 (Ludwig Schmeikl)이 책을 그녀의 코앞에 들이대며 읽어보라고 심하게 놀렸다. 그러자 화가난 리젤은 쉬마이클에게서 책을 뺏고, 그의 사타구니를 발로 차 쓰러뜨리고 바닥에 누운 그를 때렸다.  이어서 그것을 보고 웃으며 구경하고 있던 탐 뮬러 (Tom Muller)도 코피가 나도록 때려준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신은 바보가 아니라고. 그녀의 그 말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1939년 말 무렵, 리젤은 이제 몰킹에 꽤 잘 적응하고 있었다. 여전히 친엄마가 그립고, 죽은 동생에 대한 악몽을 꾸긴 했지만, 이젠 편안함도 느꼈다. 아버지 한스는 물론 그녀에게 심한 욕을 퍼붓는 양어머니 로사도 좋았고, 루디와는 싸웠다 풀어졌다를 반복했다. 무엇보다 학교에서의 읽기 테스트는 실패했지만, 그녀의 읽기와 쓰기는 점점 발전하고 있었다는 게 그녀를 행복하게 했다. 

그 행복은 크리스마스 때 양아버지가 담배를 팔아 사준 책 두권을  선물 받는 것으로 더 배가 되었고, 또한 아버지가 어머니를 위해 달걀을 사다준 것으로 인해 집안 분위기도 잠시 평화로왔지만,  그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양어머니의 일거리가 점점 줄어든 것이다. 양어머니는 사람들이 그녀에게 일거리를 맡기지 않게 되자, 리젤에게 대신 집집마다 가서 일감을 받아오라고 시킨다. 어린 그녀가 가면 그 사람들이 거부를 못할 것이라며. 그리고 덧붙였다. 꼭 돈을 만들어오라고.

그런데, 로사가 그렇게 중요시하는 그 돈을 리젤이 손대는 일이 생긴다. 다음 해 1월 중순, 학교에서 편지쓰기 시간이 있었다. 한 사람 당 두통의 편지를 쓰는데, 한 통은 교실 내에 있는 친구에게, 다른 한통은 다른 교실의 누군가에게 쓰는 것이었다. 리젤은 숙제로 한통은 루디에게 썼지만, 나머지 한통을 다른 교실의 누군가에게 쓴다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아버지한테 말했다. 엄마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고. 아버지는 처음엔 리젤이 양어머니에게 편지를 쓰려는 줄 알고, 그녀에게서 지금 받는 구박이 모자른거냐고 리젤을 놀렸지만, 친엄마에게 쓰고 싶다고 하자,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알겠다고, 쓰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것을 위탁사무소 담당자에게 보내면 그녀가 그것을 친엄마에게 전달해 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날 밤, 리젤은 우연히 양부모가 소리낮춰 하는 얘기를 듣게 된다. 로사가 한스에게 쓸데 없는 짓을 했다고 말하자 한스는 어쩔 수가 없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로사가 이렇게 말한다. 그녀가 어디있는지 누가 알겠느냐고. 그들이 그녀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누가 알겠느냐고. 리젤은 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고, 도대체 ‘그들’이 누구일까 궁금했다. 

그날 이후부터 리젤은 매일 우편함을 확인했지만, 친엄마에게서는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빨래를 배달하고 왔는데, 양어머니는 돈이 부족하다고 했고, 리젤은 그들이 돈을 적게 줬다고 거짓말을 하다가 친엄마에게 편지를 부치는 데 썼다고 실토한다. 당연히 로사의 매질이 시작됐고,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채로 부엌 바닥에 누운 리젤에게 한 가지 생각이 스쳐갔다. 엄마는 결코 답장을 하지 않을 거라는. 그리고 엄마를 두번 다시 볼 수 없을 거라는. 하지만, 한스가 위탁 담당자에게서 리젤의 엄마인 폴라 (Paula) 메밍거와의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줬음에도 리젤은  3월이 지나 4월이 될 때까지 우편함 확인하는 일을 계속했다.

그러다가 리젤이 친엄마에게서 왜 아무런 소식이 없는지, 엄마가 왜 자신과 베르너를 다른 집에 보낼 수밖에 없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  1940년 4월, 몰킹 역시 독일의 다른 도시들처럼 히틀러의 생일 준비로 술렁이고 있었다. 그해에는 특히 전쟁이 진행되고 있었고, 히틀러의 연이은 승리로 인해, 몰킹의 나치 당원들도 특별 축하를 준비하고 있었다. 퍼레이드, 행진, 음악, 노래, 그리고 모닥불. 

리젤은 빨래감을 배달하면서, 나치 당원들이 집집 마다 찾아다니며 혹시 불태울 책이나 글이 없는지 묻고 다니는 걸 보았다. 양아버지가 갖고 온 신문에 시청 광장에서 모닥불 축하 파티가 있을 것이며, 그곳에는 모든 지역 히틀러 유겐트 분대가 참석할 것이고, 그 파티는 히틀러의 생일 축하뿐만 아니라 전쟁의 승리에 대한 축하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날도 크리스마스 때처럼 한스 주니어와 트루디도 집으로 와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 도중에 한스 주니어는 아버지가 예전에 유태인들 집을 페인트 해준 것과, 나치당에 가입하지도 않고, 국가에 충성하지 않는다며, 아버지를 비겁자라고 말하고 집을 나가버린다. 잠시 후, 리젤은 히틀러 유겐트의 행군에 참석한다. 그리고 드디어 모닥불을 피울 차례가 되었다. 거기에는 수많은 책과 종이들이 쌓여 있었다. ‘히틀러 만세’ 를 외친 한 남자가 단상에 올라가 히틀러의 생일을 축하하고, 근래들어 질병처럼 퍼져 독일인들을 병들게하고 있는 ‘공산주의자’들을 엄벌에 처해야한다고 연설을 했다.  친아버지를 언급할 때면 항상 따라다니던 ‘공산주의자’ 라는 말을 다시 들은 것이다. 그때 리젤은 자신의 과거가 똑똑히 보였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엄마와 행방불명된 아버지, 그리고 죽은 동생까지.

그리고 이어서 단상의 그 사람이 쌓여져 있는 종이더미에 불을 붙이는 게 보였다. 그곳을 막 빠져나오려고 하는데,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전에 학교에서 그녀가 때려준 쉬마이클이었다. 그는 발목에 상처를 입고 땅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리젤이 그를 도와 일으켜 세워 어렵사리 가까운 교회 건물의 옆 계단으로 갔다. 그때 뒤에서 다시한번  더 ‘공산주의자’라는 단어가 들렸다. 그리고 책들이 화염에 휩싸이는 게 보였다. 그리고 한 가지, 리젤은 전에 양부모가 편지와 자신의 친엄마에 대해서 얘기를 하면서 언급했던 ‘그들’이 바로 총통을 지칭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계단에 앉아 있는 리젤에게 한스가 다가와 왜 여기 있느냐고 물었다. 리젤은 대답 대신 자신의  친엄마가 공산주의자냐고 묻고, 한스는 처음엔 그녀를 한번도 만난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거짓말을 한다. 리젤이 엄마를 총통이 죽였냐고 묻자, 한스는 다시 거짓말을 하려다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아, 사실대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리젤이 자신은 총통이 싫다고 말하자 놀란 한스는 리젤의 뺨을 때리며, 다시는 그런 소리를 입밖에 내지 말라고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소리로 말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양아버지에게  뺨을 맞았다는 사실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리젤에게 한스는 집에서는 그런 얘기를 해도 되지만, 거리나 학교 등 다른 곳에서는 절대로 그런 소리를 해서는 안된다고 다시 한번 더 강조한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팔을 45도 각도로 올리고 ‘히틀러 만세’를 외친다. 그리고 리젤에게도 같이 해보라고 한다.

어둠이 내리고, 한스가 담배를 다 피우자, 둘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걷기 시작한다. 조금 걷다가 한스가 아는 사람을 만나 잠시 이야기를 하는 사이, 리젤은 조금 전에 책들을 태우고 남은 재를 치우는 사람들을 보게된다. 그들은 재를 쓸어 트럭에 옮겨 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재 아래에 타다 만 몇가지 물건들이 보였다. 그것들은 살아남은 것들이었다. 그중 리젤의 눈에 띈 것은 세 권의 책이었다. 리젤은 청소부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걸 보았다. 그중 한명이 배고프다고, 빨리 서두르자고 말하며 트럭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러자 리젤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아직 열기가 남아 있어 책들을 쉽게 끄집어 낼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책 한권을 끄집어 가슴팍에 숨기려했지만, 문제는 아직도 피어오르고 있는 연기였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데 말소리가 들렸다. 청소부 중에 한명이 아직 다 타지 않은 물건들이 있다고 말했고, 리젤은 그것이 자신에게 한 소리인줄로 착각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나치당원복을 입은 시장이 그에게 뭐라고 대꾸하는 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그들은 그곳에 조각상처럼 서 있는 리젤을 발견하지 못했다.

재빨리 책을 가슴팍에 숨기고 양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때, 리젤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어떤 사람이 언덕 위에서 자신이 한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는 것을 보게된다. 또한 그녀의 가슴팍에 넣어둔 책이 안에서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리젤은 책을 꺼내 이 손 저 손으로 옮기며 책을 식혔다. 그것을 본 한스가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그는 곧 리젤이 그 책을 훔쳤다는 걸 알게 된다. 그것을 훑어본 한스는  리젤에게 그 책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 절대 말하지 말고, 둘만의 비밀로 하자고 말한다.

며칠 후 리젤은 언덕 위 시장의 집으로 빨래감을 배달하러 갔다가, 자신이 책을 훔칠 때 언덕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짐작하게 된다. 그 사람은 바로 몰킹의 시장 부인 일자(Ilsa) 였던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리젤은 그대로 뒤돌아서서 집으로 돌아가고, 로사는 돈을 받아오지 못한 리젤을 다시 보내며, 돈을 받지 못하면 집에도 오지 말라고 한다. 리젤은 루디를 만나 로사의 말을 전하고, 루디가 함께 동행을 해준다. 다행히 그날 일자는 아무 말 없이 돈만 건네주었다.

그런데, 며칠 후 빨래감을 가지러 간 리젤이 시장 집 문을 두드리자, 문을 연 일자가 그날은 빨래감이 든 가방을 들고 있지 않고, 대신 옆으로 비켜서며 가느다란 손으로 리젤에게 들어오라는 신호를 한다. 안으로 들어간 리젤은 일자가 이끄는대로 따라 어떤 방으로 들어갔는데, 놀랍게도 그곳에는 엄청난 양의 책들이 있었다. 그날부터 빨래 배달과 함께 시장이 없는 틈을 타 그집에서의 독서가 시작된다. 리젤이 책을 읽는 동안 아들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우울하게 집에만 머무르고 있는 일자는 아무 말없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하지만, 얼마 후부터, 전쟁에서의 승전보가 계속 전해졌지만, 살기는 점점 어려워져갔다. 이에  시장은 앞으로 더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서 자신부터 모범을 보이겠다며 로사에게 맡겼던 빨래 일을 그만 중단하겠다고 통보한다. 마지막으로 그 집을 나서던 날, 일자는 그 동안 리젤이 읽고 있던 책을 손에 쥐어 주며 갖고 가라고 했지만, 화가 난 리젤은 그것을 팽개치고 나온다.

하지만, 며칠 후 배고픔에 다시 음식을 훔치자는 루디와 얘기를 하다가 리젤은 문득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음식이 아니라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먼저 지난 번에 일자가 갖고 가라고 손에 쥐어주었던 그 책을 시작으로 시장의 집에서 책을 훔치는 일을 시작하는데…

한편, 예전에 한스가 자신을 구해준 에릭의 집을 방문했다가 나올 때, 한스는 그들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기를 바랬다. 그들에게서 연락이 온다는 것은 상황이 별로 좋지 못하다는 걸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리젤이 그의 집에서 살게 된 후,  한스는 맥스의 소식을 듣게 된다.

어느 날, 발터 쿠글러(Walter Kugler)라는 한 독일군이 한스를 찾아왔다. 그는 한스에게 다가와  조용히 암호처럼 ‘아직 아코디언을 연주하냐’ 고 묻는다. 한스가 그렇다고 대답하자,발터는 자신이 맥스의 어린시절 친구라고 소개한다. 그는 맥스를 슈투트가르트의 한 지하실에 피신시켜놓고, 아직 한스가 맥스를 도와줄 마음이 있는지 먼저 확인을 하러 왔던 것이다.  얼마 후 한스는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목숨을 걸고 맥스를 구해 자신의 집 지하실에서 지내게 한다. 

맥스가 와서 함께 살게된 이후부터 그들의 삶은 히멜 가 33번지의 안의 삶과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야 하는 33번지 밖의 삶으로 나뉘게 되고, 맥스와 리젤은 특별한 우정을 쌓게 된다. 어느 날  맥스는 추운 곳에서 지내다 병에 걸려 생명이 위독한 상태까지 가지만, 고비를 넘기고 간신히 회복하게 된다.    

그러던 중, 몰킹과 가까운 도시인 쾰른(Cologne)에 있었던 공습으로 인해 여러 사람이 죽었지만, 걔중 지하실로 피신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몰킹에서도 나치 당원들에 의해 공습 피신처로 쓸만한 지하실이 있는지 거리 거리 마다, 집집마다 조사가 시작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