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I Go To Sleep

By

S.J. Watson

현재 47살인 주인공 크리스틴(Christine Lucas)은29살 때 사고로 머리를 다쳐 대부분의 기억을 잃고, 오늘 아침에도 눈을 뜨며 낯선 방, 낯선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옆에 누운 낯선 남자. 또한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나이든 모습도 알아보지 못한다. 가슴 속에서 비명이 터져나올 것 같았지만, 주변을 돌아보다, 벽에 걸린 사진들을 발견한다. 자신의 모습을 닮은  사진 밑에는 크리스틴이라고 , 옆에 있는 남자의 사진 밑에는 벤(Ben), 그리고 ‘당신 남편’이라고 쓰여있었다. 벽에 걸린 사진은 모두 그녀와 그의 사진들뿐이었다.

그녀의 움직임에 잠에서 깬, 침대에 함께 누워 있던 남자가 자신이 남편이라며 크리스틴을 데리고 집을 구경시켜준다. 커피를 만들어 갖다 주고, 앨범도 가져다준다. 그런 그를 보며 크리스틴은 이런 상황이 매일 아침 벌어지고 있음을 눈치챈다. 그는 크리스틴이 영문학을 전공했고,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그후 이일 저일을 전전했다고 말한다. 자신은 화학을 전공했고, 근처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학과장이라고  했다.

그는 아침을 먹고 출근을 하면서, 벽에 걸린 보드를 가리키며 자신이 메시지 남길 일이 있으면 그곳에 적어둔다고 말했다. 그리고 크리스틴이 일기를 쓰고 있으며, 그것은 그녀의 가방에 들어있다고  알려준다. 그는 크리스틴에게 생전 처음 보는 핸드폰을 주면서 혹시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잊지 말고 꼭 챙겨가라고 지시한다.

남편 벤이 출근한 후, 크리스틴은 딴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몸을 바쁘게 움직이면서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그녀의 가방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그리고 벤이 준 것과 비슷하게 생긴 낯선 전화기 하나를 찾아낸다. 전화를 받았는데, 전화기 저편에서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벤은 아니었다. 그 남자는 자신을 닥터 내쉬(Dr. Nash)라고 소개하며, 그와 크리스틴이 그녀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뭔가를 하고 있었고, 그것을 위해 지난 몇주 동안 일주일에 서너번 둘이 만났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이번 일을 별로 찬성하지 않아, 자신을 만나는 걸 둘만의 비밀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매일 아침 전화를 해 크리스틴에게 일기장을 보라고 알려주며, 말끝에 다음 번 약속이 바로 오늘이라고 알려준다.

그의 말을 믿지 못하는 크리스틴에게 그는 그녀의 일기장을 보라고 한다. 모든 것이 거기에 적혀있을 것이라며. 일기장은 그녀가 순간 순간 기억나는 것들을 적어놓은 것으로, 시간과 사건의 연결고리인 셈이었다. 일기장에서 그의 말을 확인한 크리스틴은 오늘 한번만 그를 믿고 만나보리라 생각한다.

크리스틴을 만난 닥터 내쉬는 자신이 신경정신과 의사이고, 사례 연구를 하던 중 크리스틴의 사례를 알게 되었고, 그녀가 쓴 책을 보고 그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그녀의 사례에 관해 논문을 쓰고 있는 중이었다. 그에 따르면, 그녀는 기억상실증에 걸렸고,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깨어날 때, 그녀는 항상 젋었을 때나, 더 어린 시절의 그녀로 깨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틴은 자신에 대해서 많은 걸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났던 해프닝에 대해서 얘기하며, 닥터 내쉬에게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자, 그는 그녀가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있었고, 그녀의 뇌는 새로운 기억을 생성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그녀는 잠에서 깨어나면 전날에 대한 걸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닥터 내쉬의 설명을 들은 크리스틴은 자신의 곁에 있는 남편 벤이 자신을 많이 사랑하는 것 같다고 말하고, 내쉬 역시 동의한다. 그런데, 크리스틴이 왜 남편에게 자신이 그를 만나는 걸 비밀로 하라고 하는 거냐고 묻자, 닥터 내쉬는 과거에 의사들, 정신분석학자들, 정신과 전문의 등 수 많은 전문가들이 그녀와 함께 하고 싶어 했지만, 이상하게 그럴 때마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가 그들과 접촉하는 걸 극히 꺼려했다고 했다. 남편이 말한 이유는 그녀가 광범위한 치료를 받았지만, 그때마다 그녀를 기분 나쁘게만 만들었을 뿐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닥터 내쉬는 먼저 남편 벤에게 접촉했지만, 그는 당연히 거절했고, 그래서 그녀와 직접 접촉을 한 거라고 했다.

둘의 만남에서 조금이라도 진전이 있느냐고 묻는 크리스틴에게 닥터 내쉬는 그렇다고 대답하며, 그녀가 과거보다 훨씬 더 남편에게 덜 의존하며 독립적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크리스틴에게 순간 순간 기억력이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며 언젠가는 점점 더 많은 걸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갈색 가죽 커버를 가진 노트를 한권 주는데, 그것이 최근 그녀가 쓴 일기라고 했다. 그것은 그녀가 깨어있는 동안 일어난 일들을 모두 기록한 노트였다. 그것을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온 크리스틴은 노트를 열어보고, 첫번째 페이지 중간에 쓰인 자신의 이름을 발견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름 밑에는 ‘벤을 믿지 말 것’ (DON’T TRUST BEN)이라는 말이 쓰여있었다. 왜 그렇게 써놓았는지 알 수도 없는 그녀는 자신의 기록을 읽기 시작한다.

첫번째 기록에서, 크리스틴은 매일 아침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닥터 내쉬가 전화를 해 그녀가 남편 몰래 옷장 속의 신발 상자 안에 일기를 보관하고 있다는 걸 상기시켜 준다는 것 등, 닥터 내쉬와 나눈 이야기들이 사실임을 알게된다. 그리고 어느 날 외출 중, 벤을 통해, 자신들이 학교 도서관에서 만나 데이트하다가 결혼에 이르렀고, 결혼 사진은 예전 집에 불이나 남아 있는 것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둘 사이에는 아이가 없다는 것.

둘이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다가 크리스틴이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자신의 사고에 대해서 알고싶어 하는 크리스틴에게, 벤은 그때가 12월이었고, 길이 미끄러웠는데, 일하고 돌아오던 그녀가 뺑소니 차에 치였고, 그녀는 심하게 부상을 입었다고 했다. 머리가 먼저 땅에 부딪치는 바람에 뇌에 손상을 입어 기억을 잃게 되었다고. 범인이 누군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것은 그녀가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임시직 비서로 일할 때 일어난 일이었고, 당시 자신들이 집 모기지 때문에 형편이 어려워 둘 다 일을 했어야 했다고 했다.

하지만 크리스틴은 벤이 그녀가 영문학 박사학위가 있었다고 말한 걸 기억하고,  왜 자신이 그런 일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녀는 혹시 자신이 글을 쓰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그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날 밤 야외에서 불꽃 놀이를 보는 도중 바늘로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을 동반하며, 기억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그녀가 붉은 머리를 가진 한 젊은 여자와 옥상에 올라가 불꽃놀이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었다. 두 사람은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붉은머리 여자가 그녀에게 키이스(Keith)라는 남자를 새로운 남자친구라며 소개해주었다.

그러던 중 다시 벤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녀는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벤에게 자신에게 베스트 프랜드가 있었냐고 묻지만, 그는 그녀가 정말 인기가 많아 친구들은 많았지만 베스트 프랜드라고 할 만한 친구는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 속에는 키이스와 알랜 (Alan) 이라는 이름이 남아 있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누워 벤은 크리스틴에게 뭔가 기억나는 것이 있냐고 묻고, 그녀는 그저 한 파티가 생각났다고 애매모호하게 말한다. 그러자 벤은 그건 자주 기억하는 파티라며 새로운 게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 벤에게 자신이 일들을 자주 기억하느냐고 묻자, 그는 가끔 기억한다고, 하지만 새로운 건 없었다고 말한다. 크리스틴은 자신이 벤 당신을 기억할 때가 있느냐고 묻자, 벤은 없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므로 전혀 걱정할 게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날 밤 섹스를 원하는 벤을 거부하고, 단 한번만이라도 그를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음 일기에는 그녀가 전에 떠올랐던 여자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기억해낸 것을 볼 수 있었다. 거기에는 처음 그 붉은 머리를 한 여자와 친구가 된 과정이 자세히 적혀있었다. 그녀는 그녀와 같은 대학에서 그림을 전공하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다음 번에 닥터 내쉬를 만난 그녀는 자신이 일기장에 적는 내용은 기억이 아니라 그저 상상일 뿐인 것 같다고 말한다. 닥터 내쉬가 지난 토요일날 있었던 일이 혹시 기억나는지 묻고, 그녀는 자신이 남편과의 섹스를 거부했던 걸 생생하게 기억했지만,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한다.

일기에는 또 닥터 내쉬와 크리스틴이 어느 날, 그녀가 결혼 후 살았다는 런던 집을 방문했던 내용이 적혀있었다. 그녀가 부엌에 혼자 남겨지자, 갑작스럽게 조금 젊은 벤과 친밀한 행동을 한 장면이 떠올랐다. 둘이 막 섹스를 나누려고 벤이 그녀의 옷의 지퍼를 열려는 순간, 그녀가 잠깐, 멈추라고  소리치며, 마음 속으로 바로 이 순간의 느낌을 자신의 다음 책에 묘사하겠다고, 바로 이 감정이 자신이 느끼고자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자신이 기억났다. 그때가 처음으로 그녀의 남편을 기억해 낸 순간이었다. 닥터 내쉬가 돌아와 그녀를 현실로 되돌려 놓았지만, 그녀는 그 순간을 다시 기억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기억은 허공에 산산히 흩어져 버린 것처럼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을 기억해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몹시 기뻤다. 돌아오면서, 닥터 내쉬는 정말 좋은 징조 라고 여러번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여자친구가 안쓰는 여분의 전화기라며 그녀에게 무선전화기를 하나 주고,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그에게 전화 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전화로 자신이 그녀의 일기장에 대해서 상기시켜 주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것이  바로 그녀의 가방 속에 있던 전화기였고, 그가 그것을 건네준 것이 생각났다.

세번째 기록에서, 크리스틴은 좀 더 자세히 벤과 자신과의 일을 적고 있었다. 둘은 섹스를 나누고, 그후 벤이 기차시간을 놓치겠다며 서둘러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떠난 후 그녀는 샤워를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식탁에 놓여있는 타자기 앞에 앉아 Chapter 2라고 치고, 한 문장을 시작하지만, 그녀는 맘에 들지 않았다. 지난 번에는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고, 책꽂이에서 책을 한 권 꺼냈는데, 그 책의 제목은 For the Morning Birds였고, 작가는 Christine Lucas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이미지가 사라졌다. 그녀는 눈을 뜨고, 방금 떠올랐던 기억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았다. 자신이 정말 책을 썼을까? 그런데 왜 벤은 그녀가 작가라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사고 당시 그녀가  비서로 일했다고 했을까? 그녀는 책꽂이에  있는 책들을 전부 훑어 보았지만, 그녀가 쓴 그 책을 찾을 수가 없었다. 윗층으로 가서 온 방을 다 뒤져봤지만, 그 책은 아무 데도 없었다.

잠시 가만히 서 있는데, 그때 컴퓨터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자신이 그것을 사용하는 법을 알고 있는지 조차 몰랐지만, 그것을 켰다. 그러자 양쪽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 나오면서 화면이 켜졌다. 화면에는 벤과 그녀의 사진이 있었다. 그들의 얼굴 가운데 작은 박스가 하나 있고, 거기에는 username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녀는 기억 속에서 자신이 글자를 타이핑 했던 게 생각이 나 눈을 감고 그곳에 뭔가를 타이핑했다. 그리고 눈을 떠 그것을 읽은 그녀는 너무나 놀랬다. 소설의 한 문장이 그 위에 타입되어 있었던 것이다. 몇분 전 그녀에게 떠오른 기억이 상상이 아니라 실제 기억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기뻐 닥터 내쉬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가 쓴 소설에 대해 묻는데, 그는 의아해하며, 벤이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느냐며, 그녀가 사고 당시 두번째 소설 작업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첫번째 소설은 출판되었고, 베스트셀러까지는 아니더라도 성공을 거두었다는 말도 함께. 그날 저녁 집에 온 벤에게 그녀는 자신이 무슨 일을 했었느냐고 묻고, 벤은 비서로 일했다고 다시 말한다. 크리스틴이 자신이 글을 쓰지 않았느냐고 물으며, 자신은 항상 글을 쓰고 싶어 했던 것 같다고 말하자, 벤은 그녀를 처량한듯이 바라보며, 그녀가 일들을 ‘상상’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날 저녁 내내 그녀는 도대체 왜 그가 그녀가 글을 썼다는 걸 숨기는지 생각하면서 보낸다. 그리고 자신이 쓰고 있는 두번째 소설, 즉 이 일기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위험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픽션이 아니며, 영원히 밝혀지지 않고 남겨놓는 게 최선인 일들, 밝은 곳에서 보아서는 안되는 비밀을 밝히게 될 것이라 것을.

다음 일기는 닥터 내쉬와 함께 그녀의 뇌MRI를 찍으러 간 일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의사는 사진을 몇 장 보여주었는데, 처음엔 어린 그녀와 엄마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전에 잠깐 떠올랐던 친구. 이번에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버지의 사진과, 그녀와 벤의 사진.

다른 사진들은 낯선 사람들의 것들이었다. 간호사 복장을 한 흑인 여인, 책꽂이 앞에 앉아서, 돋보기 너머로 심각한 표정을 짓고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여인. 그리고 연한 적갈색 머리와 둥근 얼굴을 가진 한 남자와 구렛나루를 가진 또 다른 남자. 그리고 예닐곱 살 먹은 것처럼 보이는 한 소년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사진, 좀 더 후에 같은 소년이 책상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진. 그리고 여기저기 흩어져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 한 그룹의 사람들 등,  의사는 계속해서 사진을 보여주고 또 보여주었다. 그것을 보고 있던 크리스틴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지어지며, 눈물이 터져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병원을 나와 커피숍에서 둘만 남게 되자 닥터 내쉬는 그녀를 안정시키며, 그녀가 그 사진들 중 몇장에 반응을 보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날 그는 선물이라며 바로 그녀가 쓴 소설이 든 봉투를 준다. 그것을 갖고 집으로 온 크리스틴은 봉투를 열고 자신이 쓴 책을 넘겨본다. 거기에는 아버지에게 바친다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잠깐 병실 침대에 누워 있던 아버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봉투 안에는 책 외에도 사각으로 접은 종이가 한장 들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그녀의 책에 대한 리뷰와 그녀의 사진이 있는 신문을 복사한 것이었다. 그 사진 밑에는 그녀의 이름과 함께, 북 런던에 있는 그녀의 집에서, 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사진을 만져 보았다. 그런데 거기에는 책이 출판되었다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뭔가가 있었다. 그녀는 사진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녀가 입고 있는 펑펑한 옷 안의 젖가슴이 몹시 부풀어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한 손으로 배를 안고 있는 모습.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사진을 찍기 위해 집 앞에 앉아 있던 그녀 자신과, 삼각대 뒤에 서 있었던 사진기자, 그리고 방금 막 부엌에서 그녀의 소설에 대해 함께 얘기를 나눴던 여기자. 담배를 피우고 싶었지만, 참아야했던 이유. 그녀는 바로 임신 중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아이는 지금 18? 19? 20? 그러나 지금 아이는 없다. 도대체 내 아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렇게 생각하다가 그녀는 깜짝 놀랬다. 아들이라니. 그녀는 아이가 아들이라고  생각했고, 너무나 확실하게 그렇게 말했다. 자신의 저 깊은 곳에서부터 자신이 임신했던 아이가 아들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아담(Adam)이라는 이름이 튀어 나왔다. 그녀는 윗층 욕실로 올라가 벽에 붙어 있는 사진들을 다시 살펴 보았지만, 거기에는 오직 자신과 벤의 사진만 있을 뿐 아담의 사진은 단 한 장도 없었다.                  

아담이라는 이름은 다른 기억들을 불러왔다. 언젠가는 갈색으로 변할테지, 하고 생각했던 그의 금발 머리, 작아서 더 이상 못입을 때까지 입었던 스파이더 맨 셔츠, 유모차에 앉아서 잠이 들었던 모습.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세상에서 본 것 중에서 가장 완벽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것이 기억났다. 그리고 그의 생일날 사줬던 푸른색 세발 자전거, 미끄럼을 타던 아이,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이빨이 빠졌던 일, 그리고 그가 그린 그림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던 것등등.

그러다 그녀는 다시 현재로 돌아오게 되었고, 다시 눈을 감고 아이가 학교 다녔던 것, 십대였을 때, 또는 아이가 그녀나 아빠와 함께 있었던 것등을 기억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아들에 대한 증거를 찾고 싶어서 눈 앞에 있는 사진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대신 그녀는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자신의 사지가 어떻게 되버릴 것 처럼, 아주 가만히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잠시 후, 그녀는 벤에게 아담에 대해서 물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