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story of Us

By

Leah Stewart

1993년, 신시내티 (Cincinnati) 출신인 주인공 엘로이즈 헴펠(Eloise Hempel) 은 스물 여덟이고, 교수가 된지 이제 막 2개월이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하버드 교수가 됐다는 생각을 하면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고, 이 일을 즐기고 있었다.

어느 날, 그날도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 멀리 차를 주차하고 서둘러 자신의 강의실로 가고 있었다. 막 역사학과 사무실을 지나가는데,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돌아보니 안내 데스크에 있던 켈리 (Kelly)가 그녀에게 온 전화라며 수화기를 건네 주었다. 2분 밖에 안남은 강의시간을 생각하며 엘로이즈가 주춤거리자, 켈리가 ‘집안 일’ 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숨을 쉬며 수화기를 건네받은 엘로이즈는 전화를 건 사람이 분명 엄마 프란신 (Francine)일 것이라는 생각에, 앞으로는 학교로 전화를 하지 말라고 말할 셈이었다. 그녀의 엄마는 하와이로 결혼기념일 여행을 떠난 엘로이즈의 언니 레이첼 (Rachel) 과 데니 (Danny Clarke) 부부를 대신해 아이들, 테오(Theodora), 조쉬 (Josh), 그리고 클레어 (Claire) 를 돌보고 있는 중이었다. 오직 자기밖에 모르는 엄마는 분명 단 몇분이라도 아이들 셋과 함께 지내는 시간들이 몹시 괴로울 것이고, 그래서 그녀에게 전화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엘로이즈는 그 문제에 대해서 700 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그녀가 도대체 할 수 있는 게 뭐란 말인가? 라고 생각하며, 전화기를 받아들고 인삿말 같은 건 생략하고 바로 2분밖에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수화기 저편의 사람은 엄마가 아니었다. 그것은 레이첼의 큰 딸 테오였다.

테오는 주저하면서 몇번 말을 하려다 말고 하려다 말았다. 뭔가가 자꾸 거슬리는 기분이 든 엘로이즈가 시간이 없다며 빨리 말하라고 재촉하자, 테오는 자신의 부모가 헬리콥터 투어를 하던 중, 비행기가 절벽에 부딪쳤다고 말했다. 그들이 괜찮냐고 묻는 엘로이즈에게 테오는 소리쳤다. ‘절벽에 부딪쳤다’ 고. 아이는 자신의 부모가 죽었다는 말을 그렇게 피하고 있었다.

이 상황이 실감나지 않은 엘로이즈는 그런 전화를 어린 아이에게 시킨, 평소에도 할머니 소리가 듣기 싫어 어린 손녀에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게 하는 이기적인 엄마를 욕하며 수업에 들어갔다. 어떻게 강의를 했는지 모르게 끝마치고 그녀는 마지막 신시내티 행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짐을 챙겼다.

고향 집에 도착한 엘로이즈는 잠시 집 옆 보도에 서서 자신의 집을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self라는 말에 무슨 말이든 붙여서 표현할 수 있는 이기적이고, 자신밖에 모르는 엄마가 사는 곳. 평소 엘로이즈가 고향 집을 방문했던 건 그런 엄마 때문이 아니라 바로 레이첼 때문이었다. 레이첼은 다소 젊은 나이에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았고, 고향에 집을 샀다. 그녀는 차분했고,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었다. 정말 부지런했고, 엘로이즈의 눈가에 생긴 다크 써클을 보면 달콤한 향이 나는 크림을 발라주기도 했다.

엘로이즈는 아직 갖고 있는 열쇠로 집 문을 열었다. 집 안은 모든 불이 꺼지고, 블라인드가 내려진 채 몹시 깜깜했다. 엘로이즈는 조용히 엄마의 방문을 열었다. 프란신은 손으로 눈을 가리고 누워 있었는데, 엘로이즈가 왔다고 말하자,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반복하며, 아이들이 그녀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왜 레이첼이 자신에게 아이들을 맡겼는지 불평했다.

윗층으로 올라간 엘로이즈는 클레어를 안고 있는 테오를 보며, 그녀를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테오는 밝고 유능한 아이이면서, 동시에 사려깊고, 한편으로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 굉장히 내성적이고, 감성적인 아이이기도 했다. 클레어를 눕혀 놓고 엘로이즈 방으로 들어온 테오는 이제 어떻게 될 것인지 물었다. 사실, 작년에 레이첼은 엘로이즈에게 자신의 부부가 드디어 유언장을 만들었으며,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아이들을 엘로이즈에게 맡기는 걸로 했다고 말했었다.

테오의 물음에 엘로이즈는 자신이 보호자라고 대답하고, 어떻게 하고 싶은지, 자신을 따라 보스턴으로 갈 것인지 묻자, 테오는 지금은 신시내티에 머무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대답하며, 자신이 동생들을 돌볼 수 있으니 엘로이즈 이모가 이곳으로 돌아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둘은 부둥켜 안고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하지만, 엘로이즈는 그곳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키우는 걸 택했다.

세월이 흘러, 2010년 현재, 엘로이즈는 와이옛 칼리지 (Wyett College) 에서 역사학과 학과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조산사로 일하고 있는 헤더 (Heather) 라는 동성 연인과 3년째 비밀스러운 관계를 맺고 있다.

6월 어느 날, 클리프톤 (Clifton) 애비뉴에 있는 엘로이즈의 집에 파티를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 집과 주변 집들은 Queen of the West, City of the Seven Hills 라는 별명을 가진 신시내티가 아직은 강변 도시일 때인 19세기 때 이름있는 부자들이 지은 집들로, 오후에 온 사람들은 마치 집이 해를 맞이하기 위해 몸을 돌린 것 같은 광경을 보며 감탄했고, 더 이른 시간에 온 손님들은 오래 된 그 집이 갖고 있는 사랑스러움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엘로이즈의 부모는 1950년대에 그 집을 샀다.

하지만, 내색하진 않았지만, 그 집에서 태어나 18살까지 살았고, 28살 때 부모를 잃은 조카들을 돌보기 위해 돌아와, 이제 45살이 된 현재까지, 엘로이즈는 벽이며, 여전히 먼지와 삐걱거리는 마루 그리고 로프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 등, 그 집의 모든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엄마 프란신이 그 집을 자신에게 양도한다는 사인을 하면 즉시 마켓에 내놓을 작정이었다.

너무 추운 신시내티의 겨울과 너무나 더운 여름에는 그 집 역시 너무 춥고 너무 더워서 천불대의 전기세를 지불해야 했고, 재산세 역시 어마어마 했다. 하지만 28살이 된 테오는 그 집을 너무 좋아했고, 엘로이즈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대학원을 진학한다며 시카고에서 신시내티로 돌아왔다. 26살이 된, Blind Robots라는 밴드활동을 하다가 그만둔 조쉬 역시 일년 전 그곳으로 돌아와 자신의 집을 구할 생각이 없이 그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발레리나인, 19살이된 클레어만이 월요일 뉴욕으로 떠날 예정이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엘로이즈는 과연 자신이 그 집을 팔려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헤더는 엘로이즈에게 그 집에서 나와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라고 했지만, 엘로이즈는 당장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는 엄마가 그 집을 양도하든 말든, 자신이 왜 당장 헤더의 집으로 들어가지 않는지, 왜 아직도 질질 끌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그것은 아마 단순히 건너편 도시로 옮겨가기 위해 그곳을 떠난다는 걸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가장 확실한 이유는 그곳이 바로 그녀가 나고 자란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날의 파티는 테오가 제안한 것으로, 그 집이 120년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함과 동시에 클레어를 위한 고별파티였는데, 사실, 엘로이즈에게는 그 집에 대한 고별파티였다. 파티가 끝나고 엘로이즈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신의 방에 누워 있는데, 테오와 클레어, 조금 후 조쉬가 합류해 주거니 받거니 장난을 치다가 조쉬의 기타 반주에 맞춰 함께 노래를 합창했고, 테오는 오래 전 엘로이즈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벽을 쓰다듬으며 감정을 실어 이 집을 사랑한다고 말했고, 엘로이즈는 마음 속으로 테오가 제발 이 집을 사랑하는 걸 멈춰주기를 바랬다. 엘로이즈가 테오의 손목을 잡고 쓰다듬어주자, 테오는 애써 감췄던 감정이 되살아났다.

테오는 엘로이즈의 동료인 노아 (Noah Gracia) 를 짝사랑하고 있었고, 엘로이즈는 그걸 눈치채고 있었다. 노아는 마리사 (Marisa Li-Silva) 라는, LA에서 한 영화 프로듀서를 위해 일하고 있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녀는 노아에게 LA로 오라고 종용하고 있는 중이었고, 노아는 반대로 마리사가 신시내티로 오도록 좋은 인상을 주려고 노력 중이었다. 테오는 여자친구인 마리사에게 정성을 다하는 노아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또한 테오는 자신들을 키워준 이모와 동생들에 대한 마음이 남달랐다. 그녀는 부모의 죽음 이후 말 잘듣는 아이가 되어야했다. 다른 아이들처럼 그녀도 감정이나 지나친 슬픔을 발산하곤 했지만,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걸 정말 싫어했다. 그녀는 나중에 느끼게되는 감정의 찌꺼기, 부끄러움과 죄의식 등이 싫었다. 그래서 착한 아이가 되어야한다는 절박한 이유가 오히려 구원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조쉬와 클레어를 위해, 프란신을 위해, 그리고 자신들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한 엘로이즈를 위해 착해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엘로이즈는 아이들 앞에서 자신의 결정을 절대로 후회하는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테오가 11살이었을 적에도 그녀가 얼마나 힘들게 버티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버드나 브라운 얘기가 나올 때마다 급하게 감추는 엘로이즈의 표정은 그녀가 무엇을 포기했는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테오는 이모의 삶에 근본적인 변위가 있게된 원인이 된 것에 죄의식을 느꼈다. 이모에게 또 다른 짐을 지울 수 없었다.

게다가 부모의 죽음으로 완전히 망가져버렸던 조쉬. 그녀는 조쉬가 우는 걸 지켜보는 게 몹시 힘들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눈물이 고였다. 테오가 힘들게 자신을 지켜나간 반면, 조쉬는 이제 부모님에 대해서 거리감을 두고 그리움을 가득 담은 체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테오는 부모의 부재에 대해서 아직 마음이 아팠고, 엘로이즈를 좋아하지만, 부모님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

한편, 조쉬는 신시내티로 돌아온 한달 후부터 처음에 느꼈던 안도감이 점점 사라지는 걸 느꼈다. 머리 속에서 노래들이 떠올라 한밤중에 일어나는 일이 잦아졌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호흡도 가빠졌다. 전신을 타고 흐르는 아드레날린을 제어할 수가 없었고, 미친듯한 절박감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다시는 노래를 해서는 안된다고, 스스로에게 얘기를 해봐도, 원할 때엔 언제든지 노래를 할 수 있다고 얘기를 해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음악 자체가 그를 공황상태에 빠뜨렸고, 아무리 벗어나려고 발버둥쳐도 그의 머리 속에서 코러스가 되어, 평화로워야 할 때 열정을 요구했다. 다음 날이면 위장염이 걸렸던 것처럼 진이 빠지고 메슥거렸다. 그리고 사브리나 (Sabrina)가 생각났다. 그녀는 그에게 ‘락 스타가 되고 싶어?’ 라고 물었었고, 그는 아니, 라고 대답했다. 그는 그걸 증명이나 하듯 신시내티로 돌아왔다.

조쉬가 사브리나를 만난 건 한밤중에 친구의 고양이를 동물병원에 데려갔을 때였다. 친구가 없는 2주 동안 그가 고양이를 돌봐주기로 했는데, 둘째날 집에 오니 고양이가 사라지고 없었다. 방은 잠겨 있었는데, 고양이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미스테리였다. 그러다가 창문의 스크린이 하나 찢어진 것을 발견했고, 안뜰의 비상계단에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했다.

사브리나는 그곳에서 일하고 있던 수의과 학생이었다. 그녀는 다리를 다친 고양이를 보고 혹시 그가 높은 데서 뛰어내리게 한건 아닌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봤다. 그녀는 그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고, 그가 누군지도 몰랐다. 엑스레이를 찍고 나서 그는 다음 날 공연에 그녀를 초대했고, 거절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공연에 가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이 그녀가 맘에 드는지 확실치 않았지만, 그녀가 자신을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그는 최고라고 할만한 공연을 했다. 그리고 무대 뒤로 찾아온 그녀의 얼굴에서 그를 경외하는 표정을 보았다.

하지만 그 경외는 오래 가지 않았다. 둘의 관계가 시작되고 난 후 얼마 안되서부터 그녀는 그의 한계가 어디인지 알고자 하는듯 그를 시험하기 시작했다. 둘이 사귀고 첫 땡스기빙 때, 그녀는 필라델피아에 부모를 만나러 가겠다고 하면서, 그와 함께 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함께 가고 싶다고 했을 때 그녀는 싫다며, 자신의 가족이 그를 만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로 하루 전날 그녀는 함께 가자고 애원했고, 그는 친구들과의 다른 약속을 모두 취소해야 했다. 또, 그와 섹스를 하고 난 후 그에게 자신은 그와 하지 않는 많은 다른 것들을 다른 남자들과는 했다고 말하며, 그는 자신의 타입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게 그를 아프게 한 일들이 수없이 많았다. 그녀는 그가 자신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않는다고 불평했고, 그는 그런 그녀와 함께 시간을 더 보내기 위해 밴드를 그만뒀다.

그가 그렇게 잔인했던 그녀 곁에 머물렀던 이유는, 밴드가 깨지게 된 매개체로서, 그녀의 애정만이 그를 버티게 해주고, 고뇌를 치유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애정에는 댓가를 치뤄야했다. 언젠가, 위로를 기대하며, 그가 그녀에게 최근에 나온 앨범이 실패했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뭘 기대하는데? 락 스타가 될 거라고?’ 라고, 엄청난 비난을 실어 말했다. 그는 ‘아니’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자신이 왜 그렇게 대답했는지. 이유는 그녀가 '락 스타' 라는 말을 너무나 이상하고, 애들 같으며, 허풍스러운 것처럼 들리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밴드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드럼치는 친구는 스틱을 그에게 던졌다. 하지만 그들의 분노가 그의 마음을 바꾸진 못했다. 이후 시간이 많아진 그는 비디오 게임에 몰두하면서 또 사브리나와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했지만, 사브리나는 행복해하는 게 아니라 점점 더 성가시게 굴었다. 그가 자신과 시간을 좀 더 많이 보내기를 원치 않았느냐고 묻자, 그녀는 시간을 좀 더 많이 보내고 싶다고 했지, 내내 같이 있고 싶다고는 안했다고 말했다. 밴드를 그만두고 두달 후 그녀는 그를 질책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문을 꽝 닫고 나간 잠시 후 그는 자신의 아파트를 둘러보며, 도대체 자신이 거기서 뭘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말도 안되는 이상한 꿈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 그리고 그곳을 나와 몇주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보내다 신시내티로 돌아왔다.

돌아온 후 그는 테오와 엘로이즈를 피했다. 분명 그들이 밴드는 어떻게 된 건지, 왜 돌아왔는지,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물을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애매한 표정과 대답이 때론 화가 나게 하기도 했다. 대도시에 살거나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신시내티로 돌아온 것이 어떤 야망도 갖고 있지 않다는 걸 의미했고, 그런 논쟁은 지난 해까지 계속되다가 조쉬가 이동통신 기계를 위한 엡을 만드는 고등학교 친구 벤(Ben)의 회사에서 일하게 되자 수그러들었다.

돌아온 후 그는 클레어에게 발레를 가르쳐준, 클레어의 우상인 애들레이드 (Adelaide)를 만나게 되는데, 애들레이드는 클레어가 오하이오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오디션을 보게 한 장본인이었으며, 클레어의 우상이었다. 클레어는 애들레이드의 동작의 우수성에 대해서 쉬지 않고 얘기했다. 또한 조쉬는 클레어가 누군가의 눈에 들기 위해 그렇게 애쓰는 걸 여직 본 적이 없었다. 애들레이드는 발레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는데, 그는 그런 애들레이드가 좋았다.

그날, 파티에서 애들레이드와 얘기를 나눈 것을 본 테오가 그녀와 데이트를 할 거냐고 물었고, 조쉬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테오는 그에게 굉장히 힘이 되고, 보호해주는, 의지가 되는 누나였다. 그녀가 사브리나에게 했던 행동에 대해서 그는 테오를 원망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것이 그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테오는 조쉬가 밴드를 그만둔 것에 대해 많이 실망한 것처럼 보였고, 다른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가 실패했다고 느끼게 만든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녀와 함께 있을 때 그는 벽 뒤로 숨는 자신을 발견했고, 그것은 사브리나와 끝을 향하고 있을 때 했던 행동과 다르지 않았다. 사브리나와 갈등이 생기면, 그는 자신이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면 결국은 그렇게 되리라고 믿었다. 테오는 그런 그를 보며, 잠자는 척하고 있다가 잠이 드는 것같은 행동이라고 말했다. 사실, 테오는 조쉬가 밴드를 그만둔 것이 사브리나와의 관계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이유로 자신이 목표로 했던 일을 그만둔 것에 화가 나 있었다.

엘로이즈의 방에서 나와 각자 자기 방으로 가고난 후, 조쉬가 기타를 들고 곡을 만들고 있는데 테오가 들어왔다. 그녀는 이모가 자신이 일자리를 잡으면 이 집을 떠나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얘기했고, 잠시 후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말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기분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클레어가 떠나는 날 아침, 모두 공항으로 가던 중,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던 클레어가 엘로이즈에게 그 동안 고마웠다며, 정말 좋은 ‘엄마’ 였었다고 말했다. 엘로이즈는 ‘엄마’라는 말을 들으며, 뒤에 앉은 테오와 조쉬가 그 말을 듣지 않았기를 바랬다.

하지만 테오는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 말에 화가나는 자신이 당황스러웠다. 클레어가 엘로이즈를 엄마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했다. 클레어에게는 부모에 대한 기억도, 그들의 죽음에 대한 기억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의 세상에서는 부모의 죽음이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이었고, 그것은 테오가 부러우면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점이었다. 클레어에게는 테오와 조쉬가 나누었던 엄마와의 기억이 하나도 없었다. 책만 읽는 테오를 불러내어 세상이 얼마나 경이로운 곳인지를 알게 한 사람이 엄마였다.

하지만 엘로이즈는 엄마와는 많이 달랐다. 처음 혼자 밖에 나갈 때가 12살 때였는데, 조마조마하며 허락을 구한 테오에게 엘로이즈는 흔쾌히 그러라고 승낙했다. 그후부터 테오는 뭐든 자신의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고 했다. 16살 때 맥주 두병을 마시고 취해 온 테오를 보며, 엘로이즈는 화를 내는 대신 웃었다. 테오는 엘로이즈가 위로도 하면서 동시에 엄마처럼 벌을 줬으면 차라리 기분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테오는 그때 자신이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해도 그것을 멈추게 하는 사람이 없다는 걸, 엘로이즈는 절대로 자신의 엄마가 될 수 없다는 걸 느꼈다.

한편, 클레어가 떠나고 일주일 후 바쁘게 일하고 있는 조쉬에게 클레어가 전화를 했다. 클레어는 조쉬를 위해 그날 밤 애들레이드가 출현하는 모던 댄스 공연 티켓을 샀다고 말했다. 클레어와 옛날 이야기를 나누다가 조쉬는 이전에 테오가 말했던 것처럼, 클레어가 자신들에게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아를 초대해 함께 공연을 보러 간 조쉬는 무대 위의 애들레이드를 보고 심장이 빨리 뛰는 걸 느꼈다. 밴드를 그만두고 난 후, 처음 만났던 여자는 끊임없이 그에게 다시 밴드로 돌아갈 생각이 없느냐고 물으며, 가족에게 조쉬를 소개할 때에도 현재 그가 하고 있는 일을 말하는 게 아니라, 그의 밴드 이름을 말했다. 그녀는 그의 과거에 대해서 생각하고 말하면 할수록 그것이 그녀의 현재가 되기를 원했다. 밴드와 연관되지 않은 그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 같았다. 그런 이유로 이후 한번도 다른 여자를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애들레이드가 그의 심장을 뛰게 한 것이다. 그는 오늘 밤 자신이 무대 위가 아닌 관객 중의 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 색다르고 흥분되었다. 물론, 애들레이드는 그가 과거에 뭘 했는지 전혀 몰랐다.

그날 밤, 공연 후 노아의 도움으로 애들레이드의 연락처를 얻고 돌아오는 길에, 공연 전 조쉬가 누군지 알게 되었다고 말했던 노아가 조쉬에게 솔로 앨범을 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조쉬는 그걸 어디에서 녹음하겠느냐고 대꾸했다. 그러자 노아는 조쉬의 집에서 녹음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처음 그곳에 갔을 때, 완벽한 스튜디오라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조쉬는 자신의 집을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얼마 후 드디어 엄마 프란신이 집을 엘로이즈에게 양도하겠다고 했고, 엘로이즈는 아이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며 그 집을 곧 팔 거라고 말한다. 아직 자신들이 그 집에서 살고 있고, 먼훗날 자기가 그 집을 사서 그녀 자신의 아이들을 그 집에서 키울 생각까지 하고 있던 테오는 엘로이즈의 말에 화가나서 집을 나와 걷다가 할머니에게 전화를 한다. 그리고 그 집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사실 테오는 그 집을 떠나기 싫어 학위 논문도 미루고 있었다. 또한 그곳은 어린시절 추억이 가득찬 곳, 엄마의 방이 아직 남아 있는 곳이었다. 그녀는 할머니에게 이모는 자신들이 원하는 걸 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이모가 원하는 일, 즉 빨리 일자리를 잡아 그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논쟁이 있고 난 며칠 후, 시카고 대학원 시절 엘로이즈의 일년 후배였고, 지금은 그 분야에서 스타가 된,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제이슨 밤버(Jason Bamber)가 신시내티에 강연을 하러 오게 되고, 엘로이즈는 한달에 한번 씩 갖는 헤더와 몇몇 친구들과의 점심 약속도 취소하고 테오를 데리고 그곳에 참석하기로 한다. 약속 취소로 헤더는 몹시 화를 냈지만, 엘로이즈에게 제이슨은 그녀가 떠나왔던 세상을 전달해주는 사절과 같은 사람이었고, 그의 추천서가 테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처음엔 같이 가겠다고 했던 테오는 엘로이즈가 데릴러 가자,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엘로이즈가 제이슨을 만나는 게 도움이 될 거라는 자신의 충고를 왜 받아들이지 않느냐고 하자, 놀랍게도 테오는 왜냐하면 그 동안 엘로이즈가 자신에게 한번도 인간적인 충고를 해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대꾸한다.

엘로이즈는 테오의 태도에 화가 났다. 아니 단순히 화가 난 게 아니라 상처를 입었다. 그동안 테오의 경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애를 썼고, 대학원생의 적은 급여를 생각해서 4년 동안 공짜로 살게 해주었다. 물론 테오는 빨래와 요리, 그리고 가끔 식품비를 부담하기도 했지만, 그녀를 위한 배려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고마움은 커녕 이런 태도는 무엇이란 말인가.

혼자 제이슨의 강연회에 간 엘로이즈는 강연 후 그에게서 에디터 자리를 제안받게 되고, 또한 그날 밤 엄마에게서 아이들 역시 그 집을 원하므로 그 집을 엘로이즈에게 양도할 수 없으며, 가장 먼저 결혼하고, 가장 그 집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양도하겠다는 말을 듣게 된다. 화가 난 엘로이즈가 자신은 아이들을 위해 모든 걸 포기했고, 엄마가 집은 자신에게 준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프란신은 뭔가 댓가를 바라고 그렇게 선택한 거였느냐고 싸늘하게 말한다.

이후, 엘로이즈는 테오와 조쉬에게 그 집에서 나가라고 하고, 엘로이즈와 불편한 관계가 된 테오는 자신의 학생이었고, 그녀에게 관심이 있었다는 웨스(Wesley)와 연인관계가 되는데, 웨스가 우울증에 빠진 엄마를 보러 간 사이, 논문이 잘 풀리지 않아 학교에서 나와 도시의 다른 쪽 하이드 파크 (Hyde Park) 지역의 커피숍으로 간다. 잠시 후 그녀는 커피를 리필하기 위해 가다가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다가 건너편 거리에 서 있는 한 사람 보고 깜짝 놀라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