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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들의 반란

조금 오래 산 부부의 일상 유진 (dreamtouch) 2018-10-8  15:02:39
부부가 오래 살다보면 생기는 공통점이 대화할 때 더 이상 눈을 마주보지 않는거라 합니다. 
이미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일수도 있지만, 
어찌 보면 참 단조롭고 밑밑한 삶이 아닐수 없습니다. 

지난주 금요일이 결혼19주년이였습니다. 
음... 매년 결혼기념일이라고 뭔가 특별한건 없지만, 
요즘 갱년기가 오는지 조금은 부부만의 특별한 하루가 되었으면 싶었습니다.
그래서 토요일 아이들 두고 둘이서만 점심이라도 먹자고 얘기 했는데...

토요일 아침부터 삐긋덕 거리더니 차라리 나가지 말것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든 망한 하루였습니다. 
매번 멀쩡하다 왜 나가자고 하면 그날 아프고, 
정신은 어디다 뒀는지 결국 지갑도 안가져 나와서 중간부터 내가 운전하고, 
처음 가고 싶은 식당은 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인상쓰고 있어서 다른곳으로 옮기고...
왜 둘이 나갔나 싶더군요.  차라리 친구나 만나러 갈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기분이 가라앉는 상황인데도 남편이 딱히 꼴보기 싫을 정도가 아니라는 것도 좀 화가 납니다. 
말 한마디 기분좋게 나가지 않으니 자기도 아는지 남편도 입을 닫아 버리더군요.
거기다 뭔 말만하면 딴지 거는 남편 닮은 딸아이까지 왜 그리 얄미운지....ㅡㅡ 
하도 툴툴대니 딸아이가 제 아빠한테 "아빠 엄마 이상해" 라고 말하는데 정말 한대 쥐어 박고 싶게 만들더군요.. ㅠㅠ 그렇게 하루를 망치고 일요일은 하루 종일 별말 없이 잠만 잤습니다. 

토요일을 기점으로 뭔가 가슴속이 금이 간 기분입니다. 
그렇다고 크게 목소리를 높여 싸울일도 없습니다. 
뭔가 풀어야 할 감정이 있는것도 아니고 
답답하고 허전하고 눈물이 나는것도 아닙니다 
남편이 딱히 보기 싫은 것도 아니고 
그저 너무 담담한 현실이 오히려 서글프기까지 합니다.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건 아닐까 두려움도 엄습하고
아이들 다 독립해서 각자 살때 되면 우리는 무슨 대화를 나눌까 싶기도 하고 
여행 다니는 거 좋아하는 나는 애들 독립시키면 부부가 여행 다니는게 꿈인데 뭐만 하면 아프다는 남편 그때쯤에 과연 괜찮을까 싶기도 하고... 정말 아프지 말아야 할텐데 걱정도 되고,

이렇게 무덤덤한 감정으로 살아가는 게 꼭 시간을 낭비하는 기분이라 너무 싫습니다. 
그래서 남편한테 한 소리 했습니다 
"연애하고 싶다고.... 가슴 좀 뛰어서 심장마비 올까 걱정이라도 해봤으면 좋겠다고"

내 말에 남편은 콧방귀를 뀌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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