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노느니 일을 하면 가게에 보탬이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치솟는 물가에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은 딱 정해진 페이먼트내고 나면 생활비가 안되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ㅠㅠ
답답함에 출근하지 않는 금.토 주말 일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절실하면 하늘이 길을 열어주는 모양입니다.
나이탓에 걱정을 좀 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주말만 할수 있는 일을 찾았습니다.
비슷한 나이의 마음 좋은 사장님과 또래의 알바생들이 있는 곳이라 불편함 없이 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때 알바 이후 평생 사무실에 앉아 컴터 두들이고 전화 받는 일만 하던 사람이라 서비스업을 제대로 할지 걱정도 되고 괜히 민폐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알바 시작 3주... 제법 손에 익숙하게 해 내는 스스로를 조금은 대견하게 생각하는 중입니다.
다리 상태가 좋지 않아 주위 걱정도 많았지만 다행히 이틀에 6.5시간과 8시간이라 크게 무리는 없는듯 합니다.
처음에야 안하던 일을 하니 긴장탓에 온몸이 두들겨 맞은것 같았는데 3주 정도 되니 일하고 쉬는 일요일 아침은 그리 아프지 않았습니다. 사무실 일을 20년 가까이 하다 보니 이제는 눈감고도 할 정도로 익숙한 편이라 조금 무료함을 느끼고 있엇는데 이번 알바가 모처럼 삶의 돌파구가 되 주는 기분이라 생각보다 재밌게 일하고 있습니다.
물론 먼저 오래 일했던 분들은 이상한 손님들 때문에 가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데 대체로 외국 손님이라 음식을 기다릴줄 알아서 재촉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미리 계산되는 팁이 아니라 약간 짠편인 단점도 있다고 합니다. 뭐 그래도 고정 월급만 받던 저는 그렇게 생기는 부수입이 적어도 좋습니다. ^^ 아직은 팁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겠지만 다음주 부터는 팁도 더 나온다고 하니 그저 기분이 좋을 뿐입니다.
손님을 상대하는 일은 미국와서 학교다니는 5-6년동안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고 잠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일하고 서점에서 일한게 다인데 그때도 재밌게 했던 기억이 있는 거 보면 이런 서비스 직종이 지루하지 않아 제 적성에 맞았을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몸둥아리가 너무 망가져 버려서 나이를 먹는다는걸 실감하는게 참 싫어지지만.. ㅠㅠ
그래도 3주 일하고 먼저 조금 받은걸로 마켓도 보고 남편 개스도 넣어주고 애들 용돈도 주고 ^^ 일하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하긴 전까지는 정말 돈 나올 곳이 없어서 암담하기만 했는데 이제야 숨을 좀 쉴수 있는 기분입니다.
거기다 오랫동안 멈춰있던 세상이 다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평범한 일상이 가장 행복한거라 하지만 사람은 그 평범한 일상속에서 자잘한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 길게 느껴지곤 하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취미 생활을 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시작 단계라 그 시간이 기다려지고 즐거운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주말에 일을 하다 보니 앞으로 아이들 데리고 여행 다닐 시간을 만드는게 쉽지 않지만 가끔은 서로가 불편함도 감수하고 상황이 어려울때 할수 없는 일도 있다는 걸 배우는것도 삶의 일부분이라 생각을 합니다. 다행이 아이들은 잘 이해해주고 있습니다.
거기다 우리 고양이들 때문에 어디 장거리 여행도 쉽지 않아졌구요.. ^^
주말 알바 처음에는 돈을 벌어야 하는 목적이였는데 하다 보니 엔돌핀이 돌고 있습니다.
요즘 갱년기때문에 밤에 힘들었는데 이 일이 오히려 짜증을 덜 내게 해준는것 같아 한시름 놓고 있는 중입니다.
그저 다리가 더 망가지거나 아프지 않기만 간절히 바랄뿐입니다.
사진은 제가 알바 하는 곳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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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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