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이라는 말, 뉴스에서 듣고, 방송에서 보고, 한국에서나 있는 일인줄 알았습니다. 

헌데 이곳에서도 제가 사는 곳에서도 갑질은 존재하더군요.

아파트 주인이 바뀐 건 7월 중순쯤

집에 돌아오니 아파트 ownership이 바꼈다고 편지가 와 있더군요.

오래 살았으니 고쳐야 할 곳이 있다고 텍스트를 보내고 

그 다음주 집 상태를 보러오더니 하는 말

아파트 전체를 re-modeling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렌트비를 올릴거라고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지금은 못 고쳐주고 빈 곳부터 고치고 아웃 사이드 고치고 

그 다음 사는 곳을 고쳐주겠다고.... 그때는 먼저 고친곳으로 re-rent를 해서 비워줘야 한다고, 

그때 가격을 올리겠다는 거구요. 얼마나 오르냐고 했더니 우리 사는곳이 너무 싸서 많이 오를거라고 하더군요. 

오른다고 했으니 걱정은 됐지만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헌데 살다보니 얘기가 점점 달라지더군요.

저희 사는 아파트 양 옆으로 비어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다 때려부스는 소리가 하루도 끝임없이 들려왔습니다.   소음이 어찌나 크던지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는 정도일때도 많았습니다. 그것도 아침 8시전부터...

어느날은 그 소리를 그냥 누워서 핸드폰으로 녹음을 해 봤습니다. 듣던 사람들이 다 기겁을 합니다. 

사람이 사는데 어떻게 이런 공사를 할수 있느냐고.. 

공사 하면 소음은 어느정도 생각했지만 이런 엄청난 소음과 먼지로 불편이 있을거라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8월 말쯤인가 파킹낫 입구에 붙여놓은 종이를 봤습니다. 먼지가 있을수 있으니 창문을 닫아놓으라는....... 

파킹낫으로 안다니는 사람은 어쩌하고..... 그러면서 지들은 통보 했다고 하겠죠.. 

밖의 벽을 다 뜯어내는 바람에 우체통이 떨어져서 우체국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우편물을 2주 정도 받지 못하고 우체국으로 픽업을 간적도 있습니다. 그 후 아파트 주민들의 반발에 안쪽 벽에 결국 새로 우체통을 걸어주게 되었지만 전 소포하나를 잃어버리는 불상사도 겪었습니다.

여름 방학 내내 아이들은 집에 갇혀 그 소음과 그 먼지나는 환경에서 버텨야 했습니다. 

그러더니 1호에 계시는 분이 찾아왔습니다. 아파트 단지 전체에 한국분은 저희 포함 세집밖에 없었거든요. 

아파트 매니저한테 편지를 받았는데 9월말까지 비우라는 편지를 받았다고.....

Re-Rent를 하던가 아님 9월 말까지 비워야 하는다는 것입니다. 내부 공사때문에....... 

그 집도 우리집 만큼 문제가 컸습니다. 밖으로 나있는 코너에 위치한 집인데 벽 공사를 한다고 벾을 다 뜯어내면서 이층에 구멍까지 생기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일어났다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이제 집을 비우라고...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길게는 30년이상 짦게는 5년정도 산 사람들이 살고 있는 27유닛의 작은 아파트지만 조용하고 착한 이웃들이 함께 사는 곳이였습니다. 전 주인이 신경쓰지 않아서 렌트비는 저렴했지만 하수구나 물 문제 외에는 각자 알아서 고치면 살던 그런 곳입니다. 믿을수 없게 토랜스 좋은 학군에 위치해 있는 아파트가 이 정도로 싸다고 하면 다들 놀랄 정도였지만 그 만큼 알아서 살던 곳입니다. 저희도 지인을 통해서 소개 받은 이 아파트의 저렴한 가격 덕분에 금전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극복할수 있었습니다.  아이들 또한 초.중.고 다 걸어다닐수 있는 잇점 때문에 저희도 일 다니기 수월한 위치이기도 했구요.

아이들이 없는 사람들은 굳이 토랜스가 아니여도 상관없지만 오랜세월 살았던 곳을 갑자기 떠나는게 쉬운 일은 아닐겁니다.  저희 아파트에는 90세가 넘은 분이 두분이나 계시거든요.  헌데 이제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비워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얘기를 들어보면 이런 공사를 하려면 사는 사람들에게 이사 비용을 주고 내보내고 공사를 해야 하는게 맞다고 하는데,  이미 공사를 시작하면서 사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고 알아서 나가게 만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먼저 편지를 받은 사람 나중에 받은 사람, 그건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결국은 새로 리스를 하던가, 나가던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니깐요.

처음엔 애들 학교때문에 그냥 살까도 생각했습니다. 헌데 돈을 천불 이상을 올린다고 하더군요.. 정말 헉! 소리가 나왔습니다. 매달 천불이라니... 뉘집 애 이름도 아니고 물론 잘 고치면 새 건물같고 새 아파트 같겠죠. 하지만 895sp.ft는 결코 넒은 공간은 아닙니다.  좁은 곳에 그만큼 줄 가치가 있을가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사를 해도 이 공사현장에서 언제 해방되느냐는 겁니다. 현재 두달 가까이 공사를 하는데 아직 아파트 한채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환경에 그 돈을 내고 있으라고 하면 저는 확실히 no thank you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다른 곳을 알아봤습니다. 다행히 운 좋게도 바로 옆에 아파트가 한채 비워서 나왔습니다. 예전하고는 다르게 크레딕 뿐 아니라 인컴에 은행 디파짓 자료까지 엄청 까다로워진 렌트 조건에 집을 사는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8년동안 그렇게 많은 것이 변해 있는지 모르고 산것 같습니다. 다행히 집을 얻는대는 문제가 없었지만 다음달 초 이사나가기 전까지 이런 소음과 먼지 속에서 살아야 하니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그러다 지난주 결정적인 일이 터졌습니다. 제가 출근을 안하는 날 남편이 샤워를 하고 출근을 하려고 하는데 물이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사전 통보도 없었는데.. 결국 저는 참지 못하고 뛰쳐 나가 일하는 사람들 한명 한명한테 따져 물었습니다. 네가 물 잠갔냐고, 지붕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쳐다보면 아니라고, 그러더니 옆에 아파트에서 나오면서 자기네가 잠갔다고.. 화가 났습니다. 너희 아무말도 없이 이런식으로 일을 하면 어떻게 하냐고.. 너희 공사하는데 왜 우리가 피해를 봐야 하냐고 했더니 미안하다면서 바로 물을 틀어주는거 였습니다. 

결국 매니저인지 주인인지 모를것들한테 전화를 했는데 안받더군요. 텍스트로 한마디 햇습니다. 이런식으로 일을 하면 어떻게 하냐고 공사한다고 해도 이런 소음에 대해서 미안하다고 한마디 하지도 않으면서 미리 예고도 없이 물을 잠그면 어떻하냐고 니가 보기엔 우리가 고스트로 보이냐고. 지금 우린 돈내고 사는 합법적인 세입자인데 우리가 너희 배려하면 너희도 최대한 우리에 대해서 예의는 지켜줘야 할것 아니냐고... 그랬더니 리턴멜이 왔더군요.  미안하다고 그런줄 몰랐다고 지금까지의 불편에 대해서는 some rent back 해주겠다고...  헌데 저는 이 말을 믿을수가 없습니다. 겉으로는 착한 얼굴을 하고 아무것도 모른척 하지만 그들이 시켰으니깐 일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싶습니다. 

좋은 기억을 가진 곳이였지만 이런 안좋은 기억으로 이곳을 떠나게 된 점이 많이 씁쓸합니다. 

토랜스에는 세입자 보호법이 없다고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사는데 위험한 공사를 해도 되는지, 그게 합법인지는 모르겟습니다.  참 서글픈것은 다들 이 상황이 억울한 건 알지만 법에 호소해도 되는지 아무도 모르고, 호소할수 있다고 해도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가는사람들에게 법은 참 먼곳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예전에 소비자 보호센터를 통해 자동차 정비불량 문제로 스몰 크레임을 한적이 있었는데 중간에 합의를 주도하는 사람한테 연락이 오더군요.  법원으로 가게 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중간 중간 법원 출석도 해야 하고 힘들다고, 그렇다고 전부 다 받을수 있는것도 아니라고, 미국의 법원은 큰 돈이 왔다 갔다 할때만 필수지, 소소한 불편에 부당함에 대해서는 힘없는 사람들은 그냥 견뎌야 하는 약자일 뿐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아마 아파트 주민들도 이런 사실을 알겠지요. 그들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미국인들이지만 어느 누구도 이런 부당함에 대해 한목소리로 불편을 호소하자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저 묵묵히 떠나는 쪽을 택하고 있습니다.  저희 아파트에는 현재 열가구가 남아있습니다. 그중 반은 이달 말에 나갑니다.  아직 Notice를 안받은 세입자도 다음달에는 나간다고 하더군요.  어린 아이가 너무 안좋은 공기에 노출되 있다고..

한국에서 갑질은 큰소리 치면서 하는데, 미국의 갑질은 아주 온화한 얼굴로 하고 있습니다. 

위에 사진은 평화로웠던 추억의 사진이고 아래 사진은 현재 을씬년스럽게 변한 아파트의 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