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가족이 이렇게 함께 모이기까지....

올해 세상을 떠난 사촌의 장례식을 기점으로 많은것이 바뀌었습니다.

그 아이가 떠나면서 소원했던 가족들이 함께 얼굴을 바라볼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것 같아 고맙고 그립고 그렇게 보내 미안하고...

아빠와 오빠는 참 닮은 꼴입니다.

그러다보니 한번 오해가 생기면 둘 다 푸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 입니다.

서로 그리워하는 마음이 없는건아닌데 섭섭한 마음을 겉으로 표현 못하고, 어느 순간부터 단절이 되어버린 부자관계... 시간이 흐르다보니 아빠는 차마 연락을 못하고, 오빠는 그냥 연락을 안하고, 그렇게 15년 가까이 흘려보낸 안타까운 시간들...

멀리 살때는 그게 핑계 거리가 되기도 했지만,

가까이 살면서 서로 찾지 않을때는 그저 마음의 벽이 너무 단단했던 이유일것입니다.

두 사람의 사연이야 어찌 말로 다하겠습니까..

그저 너무 닮아서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던 두 사람은,

늙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늙어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그저 말없이 같은 자리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을 뿐입니다.  

추수감사절이 되기까지 모두 나름의 사정이 있고,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미국와서 처음으로 온 가족이 함께 할수 있었던 가장 추수감사절 다운 날이 아니였나 생각합니다.

화해의 말은 굳이 필요없었던것 같습니다.

그저 얼굴을 보고 눈빛만으로도 그렇게 함께 웃을수 있는것을

뭘 그리 어려워하고 힘들어하고 괴로워하고 외로워 하면서

가족 모두가 흩어져서 살아왔는지...

나이를 먹어가는 증거라도 되듯 유난히 빠른 시간으로 지나버린 올 한해

예전만큼 추수감사절도 크리스마스도 전혀 감흥은 없었지만 이번 추수감사절은 감사와 기쁨이 남은 그런 날이였습니다.

뒤돌아 보니 어느새 이 나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부모님의 나이도 벌써 그렇게 되어 계셨습니다.

오빠가 어느새 반백년의 나이가 되어 있습니다.

세상을 등지는 일에는 순서가 없다는 걸 언제나 실감하고 느끼며 살아갑니다.

이제부터라도 남은 시간동안 마음을 닫기 보다 항상 열어놓는 연습을 해야 할것 같습니다.

올 한해 살면서 건진 단어가 있다면 그건 아마 화해가 아닐까 싶습니다.

11월의 화목과 풍요로움이 모든 이웃님들의 시간과 함께 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