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은 아이들이 어려서 아이들이 한방, 저희 부부가 한방씩 썼는데...

이제 6학년이 된 딸 아이는 자신의 방을 가지고 싶어합니다. 

아들 둘에 딸 하나이니 지금 아이들이 사용하는 큰방은 아들들이 계속 사용 해야 하고 

저희가 사용했던 작은 방은 딸아이에게 줘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사할 여력은 없으니 어쩌겠어요. ㅠㅠ 이사한지 6년만에 집을 완전 뒤집었습니다. 모든 책상이 다 아랫층 거실에 있어서 좁아보였던 집이 뒤집고 나니 무척 넒어지고 있습니다.  

고장도 나지 않아 버리지 못했던 결혼할 때 장만한 뚱뚱이 TV와 스탠드도 과감하게 버리고..  

층계 아래 창고처럼 사용하면서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이블과 베개도 버리고, 

십대부터 오랫동안 버리지 못하고 떠안았던 카세트 테입도 버리고 

너무 오래되서 글씨도 작고 색도 바래 팔기도 어려웠던 책장의 책들도 버리고 

공간만 차지하고 딱히 실용성이 없던 원목 라운드 식탁도 버리고 

등받이가 망가진 의자 두개도 버리고...

헌데 아침에 버린 가구들이 저녁때 되니 이미 누군가가 싹 가져갔더군요... 

우리에게는 이미 쓸모가 없는 물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또 필요한 물건이 된 것 같아 왠지 위안이 되었습니다.

결혼 16년동안 열심히 끌고 다녔던 물건들을 하나 하나 처분하면서 섭섭하지 않을리가 없고, 버리는데 망설임도 있었지만 버려야 아이들과 현실적으로 더 편하게 살수 있을것 같아서인지 예전만큼 움겨쥐고 미련을 떨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것도 어른이 되어 가는 또 다른 과정이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원래 뭘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라 패인먼트 나간 영수증까지 다 가지고 있었는데 얼마나 미련한 짓인지.. 사업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게 뭐라고 창고를 정리해 보니 세상에 10년전 영수증까지 다 가지고 있더군요.. 다른 영수증이야 그냥 ��어서 버리면 되지만 은행이랑 크레딕카드 영수증은 전부 갈아서 버려야 하는데 그게 보통 큰일이 아니였습니다. 아직도 한쪽에 버려야 할 품목으로 쌓여있습니다. 정말이지 얼마나 비실용적인 삶을 살고 있는건지....  열심히 모았던 잡동산이 쓰레기만 큰 봉투로 8개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다 떠 안고 살던 성격이 애들을 키우면서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나만의 추억은 정리하고 가족이 함께 공유할수 있는 추억 만들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스마트 TV라는 것을 구입했습니다. 이전 물건들은 전부 아이들 낳기전에 있었던 물건인데 아이들과 공유하게 되는 물건은 책상, 아이들 침대, 그리고 이제는 TV와 스탠드 그리고 식탁도 사야겠지요. 

집을 치우면서 그전에 이사올 때는 아이들 나이가 어려서 거의 혼자 아니면 남편과 둘이 했던 일을 이제는 아이들이 제 몫을 해주니 훨씬 수월했습니다. 분리해서 사용했던 아이들 이층침대를 다시 올리는데 애들과 함께 하니 무거울 줄 알았던 침대가 생각보다 쉽게 들어올려지고,  집안 치우는 동안 아이들이 설거지를 해주고, 가구 옮길 때 힘써주고 무거운 쓰레기는 큰아이가 버려주고.. 아래 위층 책장 정리하느라 책 옮기는 일도 아이들 셋이서 함께 도와주니 시간도 단축되고, 언제나 저 혼자 했던 일인데 어느새 이렇게 자라서 도와주는 아이들을 보고 키우면서 어려운점, 힘든점도 많지만 이게 자식 키우는 맛이구나 싶어서 너무 고맙고 대견했습니다. 

이사를 한게 아니라 정리하는게 더 힘들었던 요 근래이지만 집이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새로 이사온 것 같아서 기분은 좋고 필요없는 걸 과감하게 정리했다는 편안함도 가질수 있었습니다. 아이들도 힘들었지만 나름 본인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데 뿌듯함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방이 생기는거니 더 기분이 좋겠지만요... 

버리는 것도 좋고 정리하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 그러더군요. 현명하게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그동안 너무 바보로 산것 같은데 앞으로는 다 버리고 나중에 찾는 바보도, 묵혀놓고 하나도 쓰지 못하는 바보도, 움껴지고 버리지 못하는 바보도 되지 말아야겠습니다. 

대청소를 다 하고 나면 몸살은 좀 나겠지만 몇년동안은 또 산뜻하게 지낼수 있겠지요. ^^